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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그게 현명하겠군요.
“말해.”
폐에서 바람이 바로 빠진듯한 코웃음이 먼저 들렸다.
[“듣던 대로 거칠 것이 없군.”]
라노크와 함께 있는 놈이거나, 라노크를 돌려보내 줄 힘을 가진 놈!
놈의 음성에 가득한 여유가 전하는 느낌은 그랬다.
[“나와 통화할 때는 조심하는 게 좋아.”]
피식!
찰카닥.
강찬은 수화기를 거칠게 내려놓았다.
개새끼!
급해서 전화한 새끼가 어디서 여유를 부려?
라노크를 포기한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라노크를 쥐고 있다고 큰소릴 치게 해서는 안 된다. 정말 순간적인 판단이었다.
말귀를 못 알아들어서 지겨운 표정이던 석강호까지 강찬의 눈치를 살필 때였다.
뚜루루루. 뚜루루루. 뚜루루루.
벨이 울리자 집무실 안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삽시간에 강찬과 직통전화에 몰려들었다.
강찬은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수화기를 들었다.
“알로?”
[“내 전화를 함부로 끊으면…….”]
이 개새끼가 그래도?
찰카닥!
강찬이 담배를 입에 물자 라파엘이 빠르게 라이터를 켜 주었다.
안느의 손이 잘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모두 알고 있는 거다.
지금 걸려오는 전화가 라노크의 안위와 직접 관련 있다는 걸 말이다.
자비에는 아예 질린 얼굴로 강찬을 보고 있었다.
‘어떻게 하려고?’
놈의 시선에 담긴 뜻은 분명했다.
먼저 라노크를 찾고 보라는 것이었다.
***
전화기를 내려놓은 남자가 이를 악물었다.
커다란 공간에 책상 네 개가 있었고 맞은 편 소파에 라노크가 앉아 있었다.
꿈틀.
비수의 끝처럼 날카로운 남자의 눈이 라노크를 노려보았다.
남자의 볼이 흉하게 씰룩거릴 때였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따르르릉.
벨이 울렸고, 사내는 커다랗게 한숨을 쉰 후에 수화기를 들었다.
“웨이!”
[“쉬커(xúker), 바실리다.”]
고개를 숙인 허극은 터져 나오는 분통을 억지로 참는 것처럼 인상을 있는 대로 구겼다.
[“자넨 이미 졌어. 만약 내 경고를 무시하고 핵미사일의 입구를 개방한다면 나는 미국과 영국에도 손을 내밀어서 중국을 응징할 거다. 우리 특수팀 도착까지 한 시간 남았다. 그 안에 갓 오브 블랙필드와 협상을 마쳐라. 이번이 마지막 경고다, 쉬커. 그렇지 않으면 바실리란 이름이 가진 무게를 이번에 제대로 느끼게 될 거다.”]
시뻘겋게 끓어오른 얼굴을 든 허극이 꽉 깨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갓 오브 블랙필드가 내 전화를 안 받는다.”
수화기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전해지더니 바로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쓸데없이 큰소릴 친 거겠지. 후후후. 후하하하하.”]
허극이 애꿎은 라노크를 노려보았다.
다리를 꼬고 등받이에 등을 기댄 라노크는 모든 것을 안다는 것처럼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내가 중재를 해주지. 한 번뿐이다. 충고를 하나 해준다면 그 친구를 건드리지 말라는 거다.”]
“끄응!”
[“그리고 지금이라도 라노크가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부디 라노크에게 엉뚱한 상처가 있지 않기를 바라지. 그렇지 않다면 중국은 이번 일의 대가를 무척 비싸게 치르게 될 테니까.”]
“후우! 도대체 내가 모르는 게 뭐가 있는 건가?”
[“흥! 그것도 모르면서 라노크에게 손을 댔나? 갓 오브 블랙필드가 지키겠다고 밝힌 이상, 우리 모두 라노크에게 사소한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지켜야 하는 형편이다. 이번 일로 다른 정보국은 한숨을 돌렸지.”]
허극이 말귀를 알아듣지 못해서 고개를 갸웃할 때였다.
[“앞으로 교통사고라든가, 혹은 다른 이유로 라노크의 신상에 문제가 생기면 중국이 가장 먼저 갓 오브 블랙필드의 의심을 받게 될 게 아닌가?”]
허극은 숨을 내쉬며 책상에 엉덩이를 걸쳤다.
[“단 한 번뿐이다. 내가 갓 오브 블랙필드에게 전화를 해 놓을 테니, 10분 뒤에 전화를 걸어. 사과하고, 조건을 걸지 마. 바실리의 중재를 가볍게 여기지 마라.”]
전화를 끊은 허극이 한숨을 내쉬었다.
“차를 좀 마실 수 있을까?”
라노크는 허극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
졌다. 이미 진 싸움이다.
이로써 중국은 어설픈 싸움으로 정보 세계에서의 기득권을 모조리 라노크의 앞에 가져다 바친 꼴이 되었다.
“물론이지.”
허극의 눈짓에 요원 하나가 빠르게 자기로 만든 주전자를 가져와 라노크의 찻잔을 채워주었다.
“라노크. 오해가 있었다.”
라노크는 찻잔을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한민국 정부, 본국, 그리고 이번에 병력을 동원한 나라에 사과와 배상.”
허극은 신음처럼 “알았다.”라고 답을 했다.
“이제 전화할 시간이 된 거 같은데?”
달칵.
찻잔을 내려놓은 라노크의 권유에 허극은 진저리를 치며 전화기를 노려보았다.
마지막 한 수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물러서느냐? 한 번 더 달려드느냐?
***
뚜루루루. 뚜루루루. 뚜루루루.
“알로?”
[“바실리다.”]
강찬이 피식 웃자 집무실에 있던 거의 모두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뭘 그리 화를 내? 쉬커가 전화할 거다. 라노크가 기다려. 그러니 한 번쯤은 원만하게 전화를 받는 것도 나쁘지 않아.”]
강찬은 입까지 올라온 질문을 꿀꺽 삼켰다.
[“끝까지 라노크의 안부를 묻지 않는군. 화가 치민 건 알겠지만, 부상자가 있는 모양이니까 이 정도에서 마무리 짓자. 그렇지 않으면 애꿎은 우리 애들만 죽게 되지 않나? 고작 중국과 가까이 산다는 이유만으로 말이지.”]
“알았다.”
묘한 웃음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겼다.
방안을 채운 침묵이 바닥에 가라앉을 때쯤이었다.
뚜루루루. 뚜루루루. 뚜루루루.
직통전화가 울렸다.
자비에가 빠르게 눈치를 살피는 앞에서 강찬은 손을 뻗었다.
“알로?”
[“쉬커요, 갓 오브 블랙필드.”]
“어디야?”
당황했는지 상대로부터 답은 없었다.
“대사님이 계신 장소를 말해.”
안느가 입을 가렸고, 책상 높이에 있던 라파엘의 주먹이 잘게 떨렸다.
나직한 숨소리가 먼저 들렸다. 그리고.
[“중국 대사관으로 오면 된다. 단 혼자 와라.”]
“그건 내가 정해.”
찰칵.
전화를 끊은 강찬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서며 프랑스 요원을 보았다.
“적당한 곳에 자비에를 옮겨. 경계 철저히 하고.”
“알겠습니다.”
“미치겠군.”
요원 둘이 투덜대는 자비에의 양팔을 잡고서 집무실을 나간 다음이었다.
“중국 대사관으로 간다. 나랑 석강호가 안으로 들어갈 테니까 최종일, 네가 밖에 대기해.”
“알겠습니다.”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한 안느가 강찬과 라파엘, 그리고 최종일에게 시선을 주고 있었다.
석강호와 최종일 일행이 집무실을 나설 때 강찬은 안느에게 시선을 돌렸다.
“중국 대사관이다. 그곳에 대사님이 계신 모양이야.”
안느의 눈에서 곧바로 눈물이 쏟아졌다.
“고마워, 고마워, 차니!”
“괜찮을 거야.”
달려든 안느의 등을 가볍게 다독여준 강찬이 바로 몸을 돌렸다.
“라파엘.”
“예, 무슈 강.”
“이후로 나를 찾는 전화가 오면 내 번호를 알려줘.”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무슈 강.”
강찬은 탁자에 놓여있던 권총을 허리에 걸었다.
문을 나서기 전에 시선을 힐끔 주었을 때 안느는 눈물을 닦고 있었고, 라파엘은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
최종일이 중국 대사관의 위치를 알고 있어서 석강호가 뒤를 따랐다. 강찬은 차가 출발함과 동시에 전화의 통화버튼을 눌렀다.
[“강찬 씨! 김형정입니다.”]
김형정이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 고스란히 전달되는 응대였다.
“팀장님. 특수팀 두 개 구대를 중국 대사관으로 보내주세요.”
[“예에?”]
“저는 대략 20분이면 도착합니다. 그곳에 라노크 대사가 있습니다. 이 싸움 이길 겁니다. 대신 우리도 힘을 보였으면 합니다.”
[“강찬 씨!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석강호가 힐끔 강찬을 보았다.
“개새끼들! 지난번에 파주에서 깨지고도 정신을 못 차렸던 모양이오?”
그랬었구나!
강찬은 나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각하!”
국가정보원 부원장은 아예 질린 얼굴로 문재현을 불렀다. 통화가 연결되어 있어서 지금 부원장의 음성을 김형정도 분명히 들었을 거다.
“김 팀장. 분명히 이 싸움에서 이길 거라고 했습니까?”
[“예! 각하! 분명히 그렇게 들었습니다.”]
“우리도 힘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했구요?”
[“예, 각하!”]
문재현이 고개를 돌려 지금껏 침묵하고 있던 황기현을 보았다.
“각하. 이미 달리는 호랑이에 올라탔습니다.”
황기현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고, 문재현이 쓰게 웃었다.
[“김 팀장. 지금 동원할 병력이 있습니까?”]
“송파에 606이 대기 중입니다.”
[“출동 명령을 내리세요.”]
“감사합니다, 각하!”
전화가 끊기자 문재현이 마이크에서 고개를 들어 의자에 등을 기댔다.
“후우! 무모해 보입니까?”
한숨을 크게 내쉰 문재현이 부원장을 향해 던진 질문이었다.
“각하, 우리나라에는 아직 미국과 중국을 이렇게 적대시하고 살아남을 체력이 없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2%만 올려도 중남미나 아프리카에서 십여 개국 이상이 디폴트를 선언해야 하고, 3% 이상으로 올리면 우리도 견디지 못합니다.”
문재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국과 미국, 둘 중의 한 곳과는 손을 잡아야 하는데 지금은 두 나라를 동시에 배척한 형편입니다. 각하! 우리를 둘러싼 모든 나라와 적대적 관계입니다. 러시아나 프랑스, 독일이 우리에게서 고개를 돌리면…….”
문재현의 표정을 본 부원장이 말끝을 흐렸다.
순간적으로 흥분했던 감정을 누른 그는 “죄송합니다, 각하.” 하고 입을 닫았다. 여기 있는 누구도 그런 뻔한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고등학생입니다.”
문재현이 좌우를 둘러보았다.
“강찬 학생은 현재 고등학교 3학년 맞습니다.”
문재현의 말에 황기현이 나직하게 한숨을 뱉어내고 시선을 떨궜다.
“유라시아 철도를 한국에 연결했습니다. 그것도 발표회를 우리나라에 유치했을 정도로 외교적 역량을 발휘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발표회장에서 나와 설립 위원장을 구했고, 몽골에서 우리 특수팀을 무사 귀환 시켰으며, 건국 이래 특수팀 최대의 성과를 프랑스에서 냈습니다.”
문재현의 말을 마치고 앞에 놓은 담배를 집어 들었다.
“우리는 인재가 나오면 늘 미국이나 중국에 뺏겨야 했습니다. 아니면 우리 손으로 꺾었습니다.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인재가 성장하는 걸 지켜봐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부원장이 말씀한 대로 인재를 지켜내기 위해 치러야 하는 국민적 대가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찰칵.
담배 연기가 천정의 환풍구로 소용돌이치듯 올라갔다.
“강찬 학생을 잃고 나면 유니콘도 사라집니다. 우린 비선이 없으니까요. 아직 어린 학생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웠습니다. 나, 국무총리, 여기 국가원장, 심지어 최성곤 장군까지 나서서 그에게 짐을 지웠습니다.”
고작 한 모금이다.
문재현은 그렇게 한 모금만 빨아들인 담배를 재떨이에 껐다.
“강찬 학생을 잃는다면 우린 또 언제 저런 인물을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임무를 맡겼고, 어린 학생이 이를 악물며 그것들을 수행하고 있는데 대통령인 내가 눈앞의 위협에 굴복할 수는 없습니다. 대한민국 안에서 더는 중국의 테러와 미국의 도둑질을 지켜봐서는 안 됩니다. 나는 목숨을 걸겠습니다. 이것이 대통령인 내가 해야 할 바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참석자들의 표정은 모두 굳어 있었으나 느낌은 다 달랐다.
***
최종일을 따라 중국 대사관 앞에 도착한 강찬은 차에서 내려 최종일을 향했다.
“606이 오면 앞에 대기시켜.”
“보는 눈이 너무 많습니다. 일단 차에서 대기하라고 하겠습니다.”
“최종일. 이건 중국과 하는 전쟁이다. 눈치 보거나 기죽지 마라. 특수팀은 특수팀답게 싸운다.”
“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강찬의 앞으로 요원인 듯한 대사관 직원이 다가왔다.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한국말이다.
그는 강찬의 뒤를 따르는 석강호를 힐끔 보았으나 막지는 않았다. 1층의 입구를 들어선 직원은 왼편으로 난 복도로 강찬을 안내했다.
띠루룩.
버튼을 누르자 파란 불이 들어오며 철문이 열렸다.
안쪽에 또 다른 문이 있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고작 문이다. 그리고 방금 들어선 문과 앞에 있는 문 사이에 3m의 공간뿐이다.
그런데도 강찬의 심장이 이곳을 빠져나가라고 신호하고 있었다.
두툼한 시멘트벽.
아무 의미도 없는 3m의 공간?
강찬은 빠르게 석강호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방금 들어선 문을 가리켰다.
턱!
석강호가 문을 붙잡은 다음, 밖에 발을 걸치고 섰다.
“최종일을 불러.”
대사관 직원이 강찬을 날카롭게 보았다.
그런다고 눈빛을 피할 강찬은 아니다.
“불편하게 하지 말고 문 열어.”
띠루룩.
굳은 표정으로 직원이 문을 열었을 때 석강호가 다가왔다.
당연히 첫 번째 문은 최종일이 지키고 있었다.
안내하던 직원의 표정에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
강찬은 빤히 직원을 노려보았다.
선택해라. 어떤 결정이든 받아주마.
직원이 볼을 한번 씰룩한 다음 안으로 들어섰다.
강찬은 빠르게 석강호를 보았다.
‘606을 이리 배치해.’
‘알았소.’
어떻게 아냐고?
강찬의 눈빛, 그리고 긴장을 꿀꺽 처먹은 석강호의 히죽 하는 웃음이면 충분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또 문이 있었다.
지겨운 새끼들!
띠루루룩.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선 강찬은 입 끝을 올렸다.
라노크가 찻잔을 앞에 두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괜찮으신 거죠?’
‘최대한 서둘러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빠르게 시선을 주고받은 다음이었다.
“갓 오브 블랙필드인가?”
“대사님을 모시고 가도 되겠지?”
소파의 뒤로 열이 넘는 중국 요원들이 완벽하게 달려들 자세를 갖춘 채로 대기하는 앞이다.
“철이 없는 건가?”
강찬은 고개를 돌려 사내를 보았다.
“말조심해.”
멈칫.
사내의 눈빛은 강찬에게 지지 않을 만큼 강했다.
“우선 대사님을 모시고 가겠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나중에 다른 자리에서 해.”
바깥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사관에 병력을 집어넣었나?”
“606.”
“이게 얼마나 엄청난 짓인 줄 알고는 있는 거냐? 중국 영토에 병력을 던져 넣은 거다.”
“대한민국 안에서 프랑스 대사를 납치한 건 괜찮고?”
사내가 신음처럼 숨을 내쉬고는 라노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라노크. 이후의 일은 매끄럽게 진행되길 바란다.”
고개를 짧게 끄덕인 라노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쉬커. 우리 요원들은?”
“병원을 지정해 주면 그리 보내주지.”
마침내 라노크가 걸음을 옮겨 강찬의 곁에 섰다.
강찬이 돌아보자 안내했던 직원이 문을 열었다.
철컥! 철컥!
두건과 헬멧으로 완벽하게 얼굴을 가린 606대원들이 총구를 겨눈 채로 대기하고 있었다.
“한국이 이렇게나 힘이 있는 줄은 몰랐군.”
빈정대는 투였다.
강찬이 힐끔 뒤를 돌아보는 순간이었다.
“갑시다. 강찬 씨.”
라노크의 음성이 강찬을 불렀다.
아직은 정보전의 세계가 어떤 곳인지 알지 못한다.
그리고 이후의 일은 라노크에게 맡겨줘야 한다.
강찬은 걸음을 옮겼다.
철컥! 철컥!
뒤를 받치는 606 대원들의 움직이는 소리가 든든하게 들렸다. 석강호가 빠르게 자동차를 준비했고, 최종일이 대원들을 지휘했다.
대사관의 마당에 선 라노크가 숨을 들이마시며 강찬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무슈 강.”
“우선 대사관으로 가시죠. 안느가 많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게 현명하겠군요. 이제부터 이런 일의 뒤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내가 분명하게 보여드리겠습니다.”
라노크가 가면을 뒤집어쓴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