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151화 (15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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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보고 싶었어.

객실에서 나온 강대경과 유혜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서 내렸다. 똑바로 나아가면 로비 라운지가 나오고, 오른쪽은 수영장과 헬스장, 왼편이 뷔페식당인데 객실에 제공되는 무료 이용권이 있어서 어제도 아침은 이곳에서 먹었다.

금요일 밤 비행기로 도착했다.

공연히 호텔비만 쓴다고 투덜거렸던 유혜숙은 토요일 아침에 일찍 나왔다가 복잡함에 놀란 바람에 오늘은 아예 여유 있게 나선 거였다.

한번 와봤다고 그새 눈에 익은 복도를 지나 뷔페식당을 향해 왼편으로 돌았다.

안내 카운터에서 숙박자 명단만 확인하면…….

몸을 돌리던 강대경과 유혜숙은 멍한 눈으로 움직이지 못했다.

“방으로 전화했더니 안 받으셔서 이리로 왔어요.”

“아들?”

검은색 정장에 셔츠 차림의 강찬이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

“아침부터 드세요.”

“언제 왔어?”

“조금 전에요.”

호텔 관계자 서넛이 급하게 움직여서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유혜숙은 아예 밥 먹을 생각을 잊은 것처럼 강찬만 보고 있었다.

“여보. 찬이 배고프겠다. 우리 먹으면서 얘기하자.”

“아 참! 내 정신 좀 봐! 그래, 얼른 밥 먹자.”

강찬은 꼼짝없이 아침을 다시 먹게 생겼다.

그래도 좋았다.

강대경의 눈짓, 놀란 와중에도 기뻐하는 유혜숙의 얼굴을 보는 것이 더없이 좋았다.

“금요일에 왔어. 같이 왔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강대경이 ‘어흠!’ 하며 눈짓을 하자 유혜숙이 얼른 표정을 바꿨다.

“그래도 아들 덕분에 좋은 구경 많이 했어.”

강찬은 풀썩 웃으며 강대경에게 고맙다는 사인을 보냈다.

“오늘 좀 늦게 올라가셔도 되죠?”

“오늘? 우리 비행기가 오후 1시로 예약돼 있어.”

“그거 제가 바꿀 수 있어요. 괜찮으시면 저랑 저녁에 올라가요.”

잠깐 유혜숙과 눈을 마주친 강대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자. 짐이야 호텔에 잠깐 맡겨놔도 되지.”

“아들. 이거 먹어 봐. 이것두.”

뷔페식당이야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만큼 떠먹으라고 있는 건데 유혜숙은 연신 강찬의 접시에 요리를 하나씩 옮겨주었다.

꾸역꾸역 먹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한 시간쯤 걸린 식사가 차를 마시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방에 가서 짐 챙겨서 내려오자.”

“두셔도 돼요. 제가 부탁해 놨어요.”

“요금을 더 안 내고?”

“예.”

강대경이 의아한 표정으로 강찬을 보았다가 이어서 묘한 눈빛을 보냈다.

“가세요. 두 분하고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요.”

“어딘데? 아들?”

“깜짝 선물이요.”

식당을 나선 강찬은 두 사람과 함께 로비를 지나 호텔 현관 앞에 섰다. 택시, 렌터카, 자가용, 그리고 하얀색 리무진이 서 있었다.

강찬이 움직이자 리무진 앞에 서 있던 직원이 문을 열었다.

“어머니!”

“어머!”

사람들이 대놓고 바라보는 앞에서 강대경과 유혜숙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차에 올랐다.

터억.

두 사람의 맞은 편에 강찬이 앉았고 문을 닫자 바로 출발했다.

“이건 뭐야?”

설마 리무진인 걸 몰라서 하는 질문은 아닐 거다.

“깜짝 선물 시작이에요.”

강대경이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냐?’ 하는 눈빛을 보내면서도 유혜숙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표정이었다.

“우리 이거 타고 어디가?”

완전히 김미영 판박이처럼 보여서 강찬은 풀썩 웃고 말았다.

“차보다 아들이랑 같이 있으니까 정말 좋다.”

“저두요.”

정말 그립던 순간이다.

제주도, 리무진, 다 떠나서 이렇게 함께 있는 순간을 진심으로 바랐던 강찬이다.

유혜숙이 궁금한 표정으로 바깥을 바라볼 때 차가 멈춰 섰다.

“여기서 내려?”

“예.”

당황하고 들뜬 유혜숙과는 달리 강대경이 ‘요놈이 이번엔 또 뭘 하려고 그러지?’ 하는 짓궂은 표정이었다.

그랬던 강대경이 곧바로 당황한 얼굴을 하고 말았다.

“모시게 돼서 영광입니다.”

요트 앞에 제복 차림의 직원 다섯이 일렬로 서 있을 거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결국, 강대경은 기가 막힌 듯 웃음을 터트렸다.

몇 번을 확인한 다음 배에 올랐고, 바다를 향해 요트가 출발했다.

제법 규모가 있어서 편안한 의자가 배의 뒤편에 놓여 있었고, 안쪽은 고급 레스토랑을 연상시킬 정도로 세련되게 꾸며져 있었다.

세 사람은 우선 밖에 앉았다.

여직원이 샴페인을 가져다주어서 각자 손에 들었다.

“그래! 아들의 깜짝 선물이라니까 어디 마음껏 놀라고 즐겁게 놀아보자! 고맙다, 아들!”

강대경이 손을 내밀었고, 유혜숙과 강찬이 잔을 부딪쳤다.

쨍!

볼이 좁고 기다란 잔이 경쾌한 소리를 냈다.

“맛있다!”

비용을 알았다면 절대 저런 소리를 안 했을 거다.

강대경은 눈치를 챈 것 같았지만 두말하지 않았다.

유혜숙이 이상하게 강대경과 강찬의 눈치를 살폈다.

“어머니, 한잔 더 하실래요?”

“그래도 돼?”

강찬이 직원을 바라보자 여직원이 얼른 다가와 유혜숙의 잔을 채워주었다.

맑은 하늘, 따스한 햇볕, 눈부시게 파란 바다.

“여보, 행복해!”

혼잣말처럼 말을 뱉은 유혜숙의 어깨를 강대경이 다독여주었을 때였다.

배가 멈춰섰고, 선장이 낚싯대 세 대를 준비해 주었다.

유혜숙을 위해 미끼를 달아주고 잡은 고기를 빼주는 직원까지 따로 있었는데 강찬은 아예 낚싯대를 놓아두고 유혜숙의 곁에 있었다.

“어머! 또 물었나 봐!”

신기할 정도로 유혜숙의 낚싯대에 연신 고기가 걸렸다.

“사모님이 어복이 있으시네요!”

직원도 놀라는 눈치였는데 고기에 정신이 팔린 유혜숙은 못들은 모양이었다.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아후! 너무 재밌다.”

물수건에 손을 닦고 의자에 앉은 유혜숙이 환하게 웃을 때, 직원이 조금 전에 잡은 물고기 회와 전복, 해삼 등을 깔끔하게 썰어서 가져왔다.

“음!”

유혜숙의 탄성이 과장된 것이 아니어서 배가 부른 강찬이 먹기에도 맛이 기가 막혔다.

잠시 쉬었다가 처음 탔던 곳으로 돌아왔다.

기다리고 있던 리무진을 타고 어제 구경하지 못했던 유리 공원에 들렀다가 점심으로 오분자기 돌솥밥, 성게국을 먹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셋이 사진을 찍었다.

두 사람에게는 전에도 있던 일이겠지만, 다시 태어난 강찬에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바다를 배경으로 셋이, 유혜숙과 둘이, 그리고 강대경과 함께.

호화로운 하루였지만, 강찬은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여겼다.

이 모든 것을 준비한 것은 사실 김형정이었다.

정확하게는 비용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른다. 하지만 돈을 내고라도 이 정도 시간과 여유는 즐기고 싶었다.

제주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멜론 빙수를 먹고 났을 때는 오후 4시쯤이었는데 유혜숙은 지친 얼굴이었다.

하기야 배를 타고 낚시를 하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겠다.

“아들. 우리 몇 시 비행기야?”

깨끗하게 빙수 그릇을 비운 유혜숙의 질문에 이제 그만 가서 쉬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 있었다.

“서울에 갈까요?”

“그래도 돼?”

예쁘다. 그리고 고마웠다.

모처럼 시간 내 준 아들이 마음 상하지는 않을까 배려해 주는 엄마와 궁금하고 놀라운 것을 모두 버리고 끝까지 태연한 척해주는 아버지가 말이다.

“지금쯤 가시면 딱 맞을 것 같아요.”

“그래?”

셋이서 호텔로 돌아와 방에 들러 양치를 하고 다시 나왔다.

리무진으로 공항에 도착했을 때 직원이 기다리고 있다가 강찬을 맞았다.

“표는?”

“준비했을 거예요.”

공항 안쪽으로 들어가서 바로 활주로가 나왔고, 강찬이 올 때 탔던 자가용 비행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유혜숙은 말을 잊은 표정이었고, 강대경은 웃음을 터트렸다.

“가자! 아들의 깜짝 선물이라잖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후에 유혜숙은 비행기에 올랐다.

곧바로 출발이다.

“혹시 아침에 헬리콥터 타고 온 사람이 너냐?”

“보셨어요?”

“푸흐흐흐.”

강찬의 귀에 대고 질문을 던졌던 강대경이 재미있다는 듯 또 웃었다.

“이제 끝이지? 넓은 집으로 이사 가 있거나 그런 건 아니지?”

강대경의 농담에 강찬도 모처럼 커다랗게 웃었다.

“뭐가 그렇게 재밌어?”

“남자들끼리 비밀 얘기야.”

“이이는 꼭!”

요트, 자가용 비행기, 그런 것에 전혀 상관없이 유혜숙은 강찬을 보고 있는 것이 행복한 얼굴이었다.

김포공항에 내려서 집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8시쯤이었다.

“저녁은 어떻게 할까?”

“시장하세요?”

사실 세 사람 모두 배가 고플 일이 없었다.

“그럼 이따가 과일이나 먹을까?”

“그래요, 어머니.”

짐을 푸는 동안 강찬은 샤워를 했다.

이 편안함은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운 거다.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피곤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만 깊게 잠이 들었다.

삐이걱.

조심스럽게 방을 살피던 유혜숙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강찬을 보았다.

“자?”

“응.”

유혜숙의 뒤에 선 강대경의 표정도 유혜숙과 다르지 않았다.

유혜숙이 살금살금 다가가서 이불을 살짝 덮어주었다.

“많이 피곤했었나 봐.”

“그래 보였잖아. 힘든 걸 억지로 이겨내려고 눈빛이 그랬었나 보다.”

유혜숙이 얼굴을 삐죽이며 눈물을 달자 강대경이 그녀의 어깨를 안아주었다.

“당신하고 여행 못 가는 걸 많이 서운해하더라구. 당신 마음 편하게 못 지내면 어떡하냐고 걱정도 하고.”

“어린 애가 얼마나 힘들까, 여보?”

“이제는 묵묵하게 지켜봐 주는 게 우리가 할 일이야. 꿋꿋하게 항상 찬이를 지켜봐 주자. 힘들 때, 언제고 와서 쉬었다 갈 수 있게.”

유혜숙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행 행복했지?”

“그러엄! 아들 덕분에 최고의 여행이었어.”

두 사람이 만족한 듯 웃었다.

***

늘 깨던 시간에 잠에서 깼다.

술을 실컷 마시고 일어난 것처럼 정신이 멍했는데 몸에 쌓였던 피곤함이 모두 녹아서 빠져나간 느낌이었다.

강찬은 고개를 털며 일어나 운동복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후우!”

스위스의 맑은 공기와 비교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렇더라도 새벽 공기가 주는 특유의 상쾌함이 온몸에 느껴졌다.

“나오셨습니까?”

몸을 풀던 강찬은 풀썩 웃음을 터트렸다.

최종일이 작은 물병을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좀 쉬지!”

“충분히 쉬었습니다.”

“집에서 뭐라고 안 해? 아기도 있다면서?”

“안 사람도 606에서 만났습니다.”

강찬은 모자란 사람처럼 웃었다.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최종일과 함께 달렸다.

살아 있다는 건 이렇게 좋은 거다.

달리기 위해 발을 뻗을 때마다 기운이 충전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속도를 내지는 않았다.

최종일 때문이 아니라 몸에 무리를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10㎞를 돌아서 아파트의 입구에 섰다.

“허억. 허억.”

최종일과 둘이서 숨을 고르고, 물 마시고, 간단하게 맨손 운동을 했다.

“어디서 씻을래?”

“다 봐뒀습니다.”

최종일이 바라본 상가에 사우나가 있었다.

“아침은?”

최종일이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올라간다.”

강찬도 웃으면서 아파트 현관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아들! 오늘은 좀 쉬지! 아후, 이 땀 좀 봐!”

“푹 잤어요. 뛰고 오니까 오히려 몸이 풀리는데요.”

“얼른 씻어.”

김칫국 냄새다.

묵은김치에 콩나물과 두부를 넣고 끓인 매콤한 국.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이번엔 유난스럽게 집에서 느껴지는 모든 것이 좋았다.

샤워하고 나와 식탁에 앉았을 때 강대경도 샤워를 마친 얼굴로 식탁에 앉았다.

“오늘도 운동했냐?”

“예. 피곤이 싹 풀렸어요.”

유혜숙이 국을 놓아주고 자리에 앉아서 식사가 시작되었다.

제주도에서 먹었던 그 어떤 음식만큼이나 좋았다.

아침 식사를 끝내고 강대경과 유혜숙이 옷을 갈아입는 동안 강찬은 거실에 있었다.

강대경은 늘 출근할 때까지 보도 전문 채널을 틀어놓는다. 러시아의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한국이 오랫동안 요구하던 어획량 조정이 있을 것 같다는 희망적인 보도가 이어졌다.

강대경이 먼저 거실로 나왔다.

“괜찮니?”

강대경은 유혜숙이 듣지 않았으면 싶은지 안방을 힐끔 보았다.

강찬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힘에 부치는 얼굴이다. 눈빛이 그래.”

“피곤해서 그런가 봐요. 지금은 괜찮은 것 같은데 눈빛이 아직도 그래 보이세요?”

“그래, 이 녀석아. 안쓰러워.”

강대경이 강찬의 어깨를 두드려줄 때 유혜숙이 나왔다.

몇 마디를 나누고 두 사람을 배웅한 강찬은 TV를 끄고 방으로 들어왔다.

연락을 기다릴 사람이 있다.

강찬은 먼저 라노크와 통화를 해서 약속을 잡았다. 다음은 김형정이다. 라노크와 헤어지고 바로 삼성동 사무실로 찾아가기로 했다.

라노크와의 약속은 오후 2시, 남산 호텔이어서 시간 여유가 좀 있었다.

‘이제 약속은 됐고, 학교 축제를 누구한테 부탁하지?’

도대체 축제에서 원하는 게 뭔지를 알아야 김미영의 부탁을 시원하게 들어줄 수 있는 거다.

강찬은 결국 허은실과 이호준을 만나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월요일 오전이고, 2시까지 시간이 있으니까 학교에 가봐? 간 김에 김미영과 학교 식당에서 점심도 먹고, 그러려면 교복을……? 염병!

12시 넘어서 점심을 먹는 거니까 점심이 끝나자마자 호텔로 달려가야 한다.

교복을 입고서 주철범이 하는 인사를 받고 라노크를 만난다?

강찬이 입맛을 다실 때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뭐하쇼?”]

“전화 기다렸다. 커피 한잔 하러 가자.”

[“푸흐흐흐. 얼른 나오쇼.”]

“어딘데?”

[“집 앞에 차 대놨소.”]

강찬은 얼른 양복을 걸치고 밖으로 나섰다.

하여간 이놈하고는 손발이 척척 맞는다.

강찬이 올라타자 석강호는 곧바로 미사리를 향해 차를 몰았다.

석강호가 힐끔 강찬을 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아버지께서 말씀하시더라. 눈빛이 아직 안 풀렸냐?”

눈치가 말할 필요 없다는 투였다.

“어떠냐구?”

석강호가 또 힐끔 강찬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솔직히 독이 머리끝까지 오른 사람이 억지로 참고 있는 것처럼 보이우.”

“진짜?”

“그렇다니까요. 칼 한 자루 들면 딱 어울릴 눈빛이오.”

“내 느낌에 그 정도는 아닌데? 그냥 눈에 힘 좀 들어갔겠구나 싶은 정도야.”

“워낙 예민해져서 그런 거 아니겠소? 평소보다 독이 올랐던 수치가 너무 높아서 가라앉아도 주변에서 보기에는 그대로 보이는 거?”

강찬은 창밖으로 시선을 주었다.

작전 중에 죽은 대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성과가 적지 않았는데 왜 이럴까?

거기에 김형정이 제공해 준 비행기와 헬리콥터, 심지어 요트까지 실컷 즐기고 돌아온 다음 날에 말이다.

미사리에 도착해서 커피를 시켜놓고 담배를 물었다.

“두 시에 라노크 대사 만나기로 했고, 헤어지는 대로 김 팀장님 사무실 가기로 했어.”

“러시아 대통령이 방문한다고 난리던 데요?‘

“그러게. 그거야 이따가 만나보면 이야기가 있겠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강찬은 김미영의 부탁에 관해서도 말을 해주었다.

“내일 학교에 가 볼 생각이다.”

석강호가 히죽 웃으면서 강찬을 보았다.

“그래도 미영이 얘기할 때는 얼굴이 좀 풀어지우?”

“내가?”

“그래요!”

강찬은 학생 식당에서 손을 잡아줄 때 느꼈던 일들을 털어놓았다.

“솔직합시다. 내가 볼 땐 대장이 미영이 좋아하는 거요.”

좋아하는 건 맞다. 그런데 표정이 바뀔 정도였나?

전에도 작전 중에 보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나?

강찬은 강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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