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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보고 싶었어.
한국 시각으로 일요일 새벽 3시 30분이다.
30분 후면 오산 비행장에 내릴 시간이었는데 잠이 든 대원은 하나도 없었다.
“한국에서 며칠 쉬다 갈까요?”
“그래도 되냐?”
“불법 체류하는 거지요.”
제라르의 뻔뻔스러운 말에 강찬이 풀썩 웃었다.
“대장. 나 전역하면 한국에 와도 됩니까?”
이 새끼가 도대체 왜 이러지?
진심인가?
“1년 남았습니다. 연장 신청을 할까, 아니면 전역할까 고민 중인데 솔직히 대장 없는 전쟁터 별 재미 없습니다.”
“전투를 재미로 하는 놈이 어딨냐?”
“난 그랬습니다.”
제라르가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외롭게 살다가 대장 만나서 전투에 나갈 때, 함께 막사에서 뒹굴 때, 재미있었습니다.”
제라르가 커다랗게 숨을 내쉬었다.
“대장처럼 병아리도 제대로 못 구하는데 하나라도 잃으면 왜 사는 건가 싶기도 하고. 한국 특수팀 얼굴 보고 알았습니다. 나도 저렇게 뿌듯하게 작전 마치고 싶습니다.”
제라르가 맞은 편의 대원들을 슬쩍 보았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대원들이 무슨 일인가 하는 눈빛으로 제라르와 강찬을 살폈다.
“스페츠나츠의 기습이라면 외인부대 특수팀도 절반 이상 희생됐을 겁니다. 거기에 SBS까지? 한 명도 안 죽은 겁니다. 돌아가면 그때 두건이랑 베레모 받은 병아리 새끼가 또 막사 안에서 피식거리는 연습하는 거랑, 걷다가 느닷없이 소총 겨누며 대장 흉내 내는 꼴을 봐야 하는데. 후유!”
제라르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런 놈을 구해낼 자신이 없습니다.”
알 것 같았다.
이 새끼는 이제 책임감이 어깨를 누르는 거다.
이걸 이겨내고 살아남으면 실력이 부쩍 느는 거고, 아니면 시체가 되는 일만 남는다.
“제라르. 외롭다고 느껴지면 언제고 와라.”
바닥을 보고 있던 제라르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다예루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외로워서 모였던 거잖아. 그러니까 혼자라고 생각되면 날아와. 여차하면 한국 특수팀에 들어와도 되겠다.”
“대장도 거기 있을 겁니까?”
“글쎄?”
“일단 옵니다!”
“그러라니까!”
강찬이 풀썩 웃자 제라르가 만족한 웃음을 보였다.
“뭐라는 거요?”
그리고 부록처럼 석강호의 질문도 날아들었다.
내용을 설명하자 툴툴거릴 줄 알았던 석강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제라르의 어깨를 툭툭 다독여주었다.
“얼른 와라. 이 형이 제대로 인생을 가르쳐 주마.”
말은 부드러운데 뜻은 오묘하게 들렸다.
“뭐라는 겁니까?”
하아! 하여간 이 두 새끼가 만나면 피곤하다. 여기에 스미든까지 끼어들면?
강찬은 갑자기 커다란 실수를 한 것 같았다.
띵. 띵. 띵.
오산이다.
비행기가 내려간다는 신호가 들리자, 대원들 사이에 묘한 흥분이 돌기 시작했다.
카라라라랑!
방향을 트는 비행기 엔진 소리가 정겹게 다가왔다.
드드드드득!
그러나 착륙은 정말 못한다!
후우우우웅! 드으으으응!
새벽 4시 10분이다.
어둠에 싸인 활주로를 향해 수송기의 문이 열렸다.
몸을 일으키고 각자의 짐을 들었을 때였다.
입구에 선 제라르가 강찬을 향해 경례를 붙였다.
피식.
강찬도 마주 답을 해주고 돌아섰을 때였다.
제라르가 SBS의 헬멧을 옆구리에 낀 채로 내려서는 대원들을 향해 경례를 했다.
특수부대원으로 존경심을 표한다는 의미였다.
차동균, 최종일, 그리고 곽철호 순으로 내리며 제라르에게 답을 했다.
“저놈들 위험한데요?”
얼굴과 눈빛에 가득 담긴 자부심을 보며 석강호가 던진 말이었다.
“놔둬. 이런 맛도 있어야지.”
강찬의 말에 석강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트를 모두 끈 관광버스가 비행기 앞으로 다가왔다.
마지막에 내리는 대원이 왼손에 들고 있는 강찬과 석강호의 옷을 보면서 아직도 군복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원들이 모두 버스에 오른 뒤에 강찬은 비행기를 흘깃 보았다.
급유를 하고 바로 프랑스로 날아갈 거다.
지루하게 돌아갈 제라르가 안쓰러웠으나 이제는 각자 사는 곳을 향해 움직일 시간이었고, 달리해줄 것도 없었다.
‘잘 가라.’
고개를 끄덕여준 강찬은 버스에 올라 앞 의자에 앉았다.
출구 바리케이드를 지나고서야 버스는 라이트를 켰다.
곧바로 작은 사거리, 좌회전, 그리고 신호등이 있는 커다란 사거리다. 이곳을 지나 다음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면 일반인들이 다니는 도로와 합류한다.
그런데 버스가 오른쪽 도로에 정차했다.
승용차 두 대, 승합차 한 대.
라이트 불빛 앞에서 승용차 문이 열리고, 세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치이이익.
강찬은 바로 버스에서 내렸다.
“강찬!”
전대극이다.
이 양반은 붕대를 감고 돌아다니는 게 버릇이 된 느낌이었다. 하기야 그 뒤에 서 있는 김형정도 다를 건 없겠다.
몸이 멀쩡한 김태진이 가장 뒤에 서 있었다.
승합차에서는 프랑스 요원 한 명이 나와서 두 손을 앞에 잡고 강찬을 기다렸다.
“고맙다.”
강찬의 어깨에 손을 얹은 전대극이 복잡한 눈으로 강찬을 보았다.
“석 선생!”
전대극이 손을 내밀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최종일과 우희승, 이두희도 내렸다.
“우리끼리 아침 먹어도 되지?”
“그러시죠. 그럼 승합차 먼저 보내구요.”
“그러지. 아예 대원들에게도 인사하고 와.”
강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가자.”
방금 내렸지만, 그래도 인사는 하는 게 도리다.
석강호와 최종일 등을 데리고 강찬은 버스에 올랐다.
“우리는 여기서 따로 간다.”
대원들이 입을 꾹 다물고 강찬을 보았다.
눈빛들이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고생 많았다. 다 같이 살아와 줘서 고맙고. 다음번에 어떤 작전을 가든, 이번 작전을 기억해라.”
“차렷!”
쿠웅.
차동균이 단단하게 외친 구령에 대원들이 버스 바닥에 오른발을 굴렸다.
“경례!”
쿠웅.
강찬은 버스 안에 있는 대원들을 쭉 둘러보았다.
그리고 손을 올렸다.
잘 됐다. 다 살아와서 정말 잘 된 거다.
강찬이 손을 내리자, 바로 하는 구령과 함께 또다시 버스 바닥이 커다랗게 울렸다.
이두희가 옷을 받아 내린 직후에 버스가 출발했다.
강찬은 우선 승합차 앞에 기다리는 프랑스 요원에게 향했다.
“이분들과 움직일 테니까 먼저 가.”
“대사님께서 연락을 기다리십니다.”
“지금?”
새벽 4시 30분이다.
강찬은 요원이 건네주는 전화를 받았다.
“대사님!”
[“강찬 씨. 훌륭한 작전이었습니다.”]
구렁이가 자꾸 감정을 담아서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오늘은 기다리는 분들이 있어서 아침을 같이 먹어야 합니다. 서울에 올라가서 전화 드릴게요.”
[“아! 나 역시 오늘은 아침밖에 시간이 없습니다.”]
라노크가 아쉬운 심정을 바로 전했다.
[“아프리카의 두 개 나라 정상이 한국을 방문했기 때문에 빠질 수가 없습니다. 끝나는 대로 전화 하겠습니다.”]
“그러시죠. 늦게라도 대사님만 괜찮다고 하시면 찾아뵙겠습니다.”
[“강찬 씨.”]
라노크가 고맙다는 말을 할 것 같아서 강찬이 먼저 입을 열었다.
“대사님. 뒤를 멋지게 지켜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던 성과였습니다. 나머지는 만나뵙고 말씀드리죠.”
라노크의 웃음을 끝으로 통화가 끝났다.
승합차를 출발시키고 돌아와서 곧바로 움직였다.
김태진과 최종일 일행이 한 차, 김형정이 운전하는 차에 전대극과 강찬, 그리고 석강호가 탔다.
운전석 뒤에 앉은 강찬의 오른손을 전대극이 왼손으로 지그시 잡았다.
낯간지러운 일이었지만, 전대극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 데다,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따듯해지는 느낌이어서 강찬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김형정이 향한 곳은 한남동 뒤쪽에 있는 2층 양옥집이었다. 대문 옆으로 담을 뚫어 만든 샤시 문이 열려 있었는데 차는 곧바로 그리 들어갔다.
“국가 정보원 안가입니다. 원장님께서 특별히 강찬 씨 아침을 준비하라고 지시를 내려주셨습니다. 저도 이곳은 처음 와 봅니다.”
말을 마친 김형정이 차에서 내렸다.
마당은 승용차 네 대 정도가 주차할 수 있었고, 집도 그리 화려하거나 커다란 규모는 아니었다.
요원인 듯한 남자 둘이 서 있는 것을 제외하면 현관, 거실도 그냥 여느 가정집과 다를 바 없었다.
소파에 앉자 요원 한 명이 재떨이와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피곤하시면 방에서 눈을 붙일 수도 있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푹 잤어요.”
전대극이 강찬에게 담배를 직접 집어서 권해 주었다.
“피워! 연기 맡는 건 싫지만, 담배 피우러 자리 피하는 게 더 싫어.”
강찬이 풀썩 웃음을 터트렸다.
전대극의 눈에 작전 상황을 듣고 싶은 열망이 한껏 담겨 있어서였다.
“잠깐 계세요. 팀장님과 담배 하나 마음 편하게 피우고 올게요.”
김태진이 거들고, 김형정이 슬쩍 엉덩이를 들자 전대극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
“야! 준비는 다 됐지?”
부관은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장군님. 아침 준비만 벌써 열 번을 넘게 확인하셨습니다.”
최성곤이 흘기는 것처럼 부관을 보고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5시부터 막사 밖에 서 있었는데 시간이 더럽게 안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저기……!”
“국 세 가지, 반찬 열 가지, 그리고 대원들이 제일 좋아하는 돼지고기 볶음, 소 불고기, 밥도 평소보다 반 이상 더 해 놓았습니다.”
“알았다, 알았어.”
최성곤이 버릇처럼 입구를 보았다.
“후우!”
최성곤은 캄캄한 하늘을 보면서 길게 숨을 내쉬었다.
이 새끼들이 다 살았다.
비록 두 놈이 수술을 받았지만, 그놈들도 죽지 않을 거란 답을 들었다.
스페츠나츠, 그리고 SBS를 상대하고 말이다.
생각만 했을 뿐인데 소름이 쫙 돋았다.
야전에 남기를 잘했다고 백 번쯤 혼자 중얼거리기도 했다.
벌써 두 번이나 승진할 기회를 제 발로 걷어찼었다.
그럴 때마다 동기들이 미친 인간이라며 수군거렸고, 부인은 자기 보기 싫어서 일부러 야전에 구르는 거냐며 달려들었었다.
아니다.
정말은 피로 연결된 것만큼이나 소중한 대원들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혹한기, 혹서기 훈련. 외국팀에 위탁 교육. 합동훈련.
혹독한 훈련을 보내면서 언제고 저놈들이 기를 펼 날이 있을 거란 희망, 그리고 반드시 그렇게 만들어주고 말겠다는 각오로 버틴 시간이었다.
그렇게 견디는 동안, 차동균은 중위를 달았고, 곽철호는 소위가 되었다. 그 외에도 대원들은 승진했지만, 작전에 나가지 못한 건 마찬가지였다.
‘버스가 사고 난 건 아니겠지?’
최성곤은 고개를 저었다.
사람이 왜 이렇게 작아지는 거지?
홱!
최성곤의 고개가 입구를 향해 빠르게 돌았다.
불빛이다.
산을 타고 불빛이 비치고 있었다.
‘왔나? 온 건가?’
그렇게 몇 번을 대뇌고 있을 때 버스가 들어섰다.
최성곤은 그만 긴장이 탁 풀리는 느낌이었다.
버스가 막사 앞에서 움찔하며 멈춰 섰다.
치이이익.
문이 열렸고, 가장 먼저 차동균이 내렸다.
눈빛 좀 봐라!
꿈에서 그리던 자부심 넘치는 특수팀의 눈빛.
외국의 유명한 팀들이 보이던 그런 눈빛을 차동균과 대원들이 뿜어내고 있었다.
“차렷!”
착!
“장군님께 경례!”
척!
이를 꽉 깨문 최성곤이 손을 들어 눈썹에 붙이고 대원들을 돌아보았다.
그가 손을 내리자 “바로!”하는 구령이 들렸다.
이 새끼들!
최성곤이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잠시 숨을 쉬는 사이 대원 하나가 빠르게 차동균에게 헬멧을 전했다.
의아해 하는 최성곤에게 차동균이 건네받은 헬멧을 내밀었다.
“SBS의 헬멧입니다!”
최성곤은 목이 쭉 빠졌다. 그리고 눈을 커다랗게 떴다.
“총 5개를 획득해서 한 개는 지원을 나왔던 외인부대 특수팀에게 전했고, 4개를 가지고 왔습니다!”
최성곤은 헬멧에서 시선을 들어 차동균을 보았다.
“SBS가 항복한 것 맞습니다. 총 27명 중, 사망 열셋, 중상 넷입니다. 스페츠나츠는 4명만 살아서 돌아갔다고 들었습니다!”
최성곤은 일부러 고개를 비틀고 먼 하늘을 보았다.
기가 막힌 정도의 성과, 그리고 평생을 바쳤던 일에 대한 표창을 손에 들었다.
그렇다고 장군이 특수군을 맡은 장군이 대원들 앞에서 함부로 감정을 보일 수는 없는 일이다.
이를 악물고 표정을 수습한 최성곤이 아무렇지도 않은 척, 차동균을 보았다.
“대원들, 쉬어.”
차동균이 뒤로 돌아서 “쉬어!”라고 말하고 느긋하게 몸을 돌렸다.
“담배 하나씩 피우고 밥 먹자. ”
“알겠습니다.”
부관은 최성곤이 들고 있는 헬멧을 받아주려다 그가 왼쪽 옆구리에 꼭 끼고 있는 것을 보고는 자리에 멈춰 섰다.
최성곤은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아침을 먹고 났는데도 오전 6시 30분이었다.
불행하게도 강찬이 작전의 상황을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편이 아니었으나 직급이 깡패라고 최종일은 싫든, 좋던 내용을 전해야 했다.
밥을 먹이자고 부른 거야? 이야기가 궁금했던 거야?
시골 노인네가 삼국지를 처음 듣는 것처럼 전대극의 눈과 귀는 온통 최종일에게 향해 있었다.
헬멧을 뺏었다는 대목에서 흥분한 전대극이 결국 물잔을 엎었는데 아무튼 분위기는 최고였다.
식후에 과일을 먹었고, 차도 마셨다.
“오늘 일정은 어떻습니까?”
“부모님이 제주도에 계세요. 괜찮으면 제주도로 갔다가 저녁에 함께 올라올까 해요.”
“비행기를 또 탈 수 있겠습니까?”
석강호까지 화들짝 놀란 얼굴이었으나 강찬은 그렇게 피곤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상하게 강대경과 유혜숙이 보고 싶은 것도 있었다.
“어디 계신지는 아시죠?”
“그거야 당연히 요원들이 주변에 있으니까 지금이라도 연락이 됩니다. 시간이 이러니까 아마 호텔에 계실 겁니다.”
강찬의 시선을 받은 김형정이 빠르게 전화기를 들었다.
***
호텔에서 일어난 강대경과 유혜숙은 대충 짐을 꾸렸다.
“아들 덕분에 호강했다.”
“당신은 그래? 난 아들이 없으니까 맥이 빠져, 여보. 미안하기도 하고.”
“찬이가 우리한테 준 선물이야. 우리가 기뻐해야 찬이도 기쁠 거야. 다음번엔 같이 가기로 했으니까 일부러라도 재미있다고 생각하자.”
“알았어. 그런데 둘이 있기엔 방이 너무 크다. 이거 많이 비싸지 않을까?”
“또 그런다.”
트렁크를 앞에 두고 앉은 유혜숙의 어깨를 강대경이 뒤에서 다독여주었다.
“아침 먹자. 비행기 시간도 그렇고 하니까 아침 먹고 차 한잔 마신 다음에 바로 공항으로 가면 될 거야.”
한숨을 푹 내쉰 유혜숙이 트렁크를 닫을 때였다.
헬리콥터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며 호텔의 유리창이 잘게 떨었다.
“여보! 호텔에도 헬리콥터가 와?”
“원래 특급 호텔은 착륙장을 만드는 곳이 있기는 하지. 그런데 나도 헬리콥터가 직접 오는 건 처음 봤다.”
강대경과 유혜숙이 창에서 바라볼 때 호텔 관계자들이 나와 대기하는 것이 보였다.
워낙 멀어서 윤곽만 알아볼 정도였다.
“높은 사람인가 봐?”
“바쁜 사람일 수도 있지.”
산책을 하던 사람들이 신기한 구경을 하는 것처럼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헬기에서 내린 남자를 호텔 직원들이 맞았다.
“여보. 아들이 보고 싶어서 그런지 찬이처럼 보여.”
“어이구, 사모님. 저녁에 올라가면 볼 수 있을 겁니다.”
강대경은 멋쩍게 웃는 유혜숙의 어깨를 안아주었다.
“9시가 다 됐다. 이제 아침 먹어야지.”
유혜숙이 고개를 끄덕였다.
헬기에서 내린 남자는 이미 건물로 들어갔고, 다시 떠오른 헬리콥터는 바다 위를 날고 있었다.
강대경이 문을 향해 걸었고 유혜숙이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