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8 / 0419 ----------------------------------------------
8-7 행운을 빕니다.
해가 산으로 넘어가자 곧바로 별이 내렸다.
산꼭대기에 걸릴 것처럼 가깝게 느껴지는 별이 하늘에 가득해서 평생 기억에 남을 장관을 이뤘지만, 대한민국 특수팀 사이에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점심을 먹고 나서 교대로 2시간씩을 자고 난 다음이다.
오후 7시 40분.
어쩌면 스페츠나츠가 야간을 이용해 달려들지 모르고, 최악의 경우에는 SBS와 함께 들이닥칠 수도 있었다.
철커덕! 철커덕!
여기저기서 무기를 점검하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대원들은 강찬의 변화를 철저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긴장할 때와 풀어질 때의 리듬을 함께 타고 있었는데 지금은 극도로 긴장한 시점이었다. 누가 지시하지도 않았음에도 다들 알아서 주변을 날카롭게 살폈다.
철커덕!
“내려갈 거요?”
탄창을 확인한 석강호가 나직하게 강찬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20시에 위성통화 해보고 결정하자. 낮에 느낌이 아무래도 걸려.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 그게 클레이 모아든, 매복이든, 위협이 되는 거니까.”
석강호가 주변을 슬쩍 돌아보고 고개를 가져왔다.
“대장. 괜찮소?”
강찬은 힐끔 석강호를 보았다.
“대장 실력이야 인정하지만, 오늘은 지금까지 봐왔던 것과 또 다릅디다. 지금 눈빛도 그렇고. 뭐라고 할까? 너무 정교하고, 예민해졌다고 해야 하나? 어딘지 과부하가 걸린 느낌이오.”
강찬은 고개를 갸웃했다.
“단계적으로 발전한 느낌이긴 한데.”
“단계적?”
“몽골 작전 때보다 더 발전한 거잖소. 그때도 놀랐는데 지금은 그때와는 또 딴판이오. 솔직히 말하면 몽골작전, 실탄훈련, 그리고 지금. 이렇게 총을 들 때마다 점점 더 괴물이 돼가는 느낌이오.”
그런가?
전에도 이 정도는 했던 것 아닌가?
“아프리카에서 상대하던 놈들과 스페츠나츠는 질적으로 다른 거요. 그런데 아프리카 때보다 더 무섭게 잡아댔잖소. 거기에 대장의 눈빛이 평소와는 완전히 달라요. 악만 남은 사람처럼 풀어지질 않아요.”
“전에도 전투 끝나면 독기가 안 빠져서 힘들어 했었잖냐.”
석강호가 고개를 살짝 돌렸다가 두어 번 가로 저었다.
“그때와는 다른 것 같은데요? 병아리 서넛 잃은 느낌? 하여간 대장만 괜찮다면 상관없지만, 그래도 예민하다는 건 알고 계쇼.”
강찬은 석강호를 보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지휘관이 쓸데없이 예민하면 대원들이 쉽게 지친다.
“후우.”
강찬은 한쪽 무릎을 세우고 바위에 기댔다.
어깨에 걸려있는 소총의 딱딱하고 차가운 감촉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느낌이었다.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김이 허공에 사라졌다.
풀썩 웃음이 나왔다.
김미영이 보고 싶어서였다.
고등어다!
아직 한참 더 커야 하고, 대학에 가서 더 멋있는 남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 아이다.
서울대학교?
작전에서 사람을 많이 죽이는 놈이 잘난 곳이 아니라, 김미영처럼 공부 잘하는 놈들이 빛나는 공간, 그런 곳에서 강찬은 어떤 모습일까?
다 떠나서 지금은 그냥 보고 싶었다. 그 특유한 웃음, 강찬을 향한 눈빛, 그런 것들을 보고 나면 눈에 잔뜩 올라있는 독기가 풀어질 것 같았다.
강찬이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고 있을 때였다.
“20시입니다.”
우희승이 위성 전화를 가지고 왔다.
먼저 전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작전 지역을 벗어난 곳에서 뜻밖에도 스페츠나츠와 마주친 이곳의 상황을 알리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20시 통화도 마찬가지다.
기다렸다가 제라르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없다면 이대로 스위스를 뚫고 가서 한국과 연락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었다.
실탄은 아직 여유가 있지만, 시레이션은 2일분이 전부다.
띠루룩.
버튼을 누르자 전원이 들어왔다.
인공적인 불빛이 언짢은 것처럼 유성 하나가 길게 꼬리를 그리며 저 너머로 날아갔다.
2분이 덧없이 흘러갔다.
모른척하지만 대원들 역시 전화기에 신경을 곤두세운 참이다.
‘이렇게 되면 돌파해야 하는 거라 이거지?’
강찬이 지도의 방향을 떠올릴 때였다.
띠루루룩. 띠루루룩. 띠루루룩.
벨이 울렸다.
뚜우.
통화버튼을 누른 강찬은 전화기를 귀에 가져갔다.
[“베이스입니다.”]
“갓 오브 블랙필드다.”
[“오늘 낮에 만났던 손님은 모두 물러갔습니다. 신사분들은 리마알파델타 지점에 대기 중입니다. 판단은 그곳에서 하시랍니다.”]
“동물원은?”
[“사슴과 곰입니다.”]
사슴은 2, 곰은 7이다. 27명?
“가능성은?”
[“반반입니다. 하지만 낮에 만났던 손님들이 돌아간 것은 확실하게 확인된 사항입니다. 오늘 나폴레옹이 소집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봐.”
[“오늘 나폴레옹이 소집되었습니다.”]
강찬은 시선을 하늘에 두었다.
외인부대 전체에 비상령이 떨어졌다는 은어다.
이로써 윤곽이 잡혔다.
라노크가 강공을 펼쳤고, 바실리는 물러났다.
“베이스.”
[“말씀하십시오.”]
“신사를 해결하겠다.”
[“행운을 빕니다.”]
나직하게 숨을 내쉬는 강찬을 석강호와 최종일, 차동균 등이 긴장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제라르, 이 새끼를 안 믿으면 방법이 없다.
게다가 라노크가 외인부대 전체에 비상령을 내린 상황이라면 더더욱.
강찬은 헬멧에 손을 댔다.
치잇. “갓 오브 블랙필드다.”
무전이 들리면서 사방이 좀 더 고요해진 느낌이었다.
“스페츠나츠가 물러갔다는 정보다.”
차동균과 곽철호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다른 정보도 있다.”
대원들은 강찬의 입에서 피어나는 입김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알파 지점에 SBS팀 27명이 있다는 정보다. 우리가 해결해도 되고, 이곳에서 돌아가도 된다.”
석강호가 히죽 웃으며 강찬을 보고 난 다음이었다.
“이곳에서 알파 지점까지 4시간 거리다. 야간 이동하겠다. 도착 후, 여명 직전에 작전을 감행한다.”
강찬의 계획을 들은 대원들이 시선을 마주쳤다.
“우리보다 숫자가 많다. 지금까지 잘해 줬지만, SBS는 상황이 다르다. 4팀으로 나누어 한꺼번에 들어가겠다. 난 대한민국 특수팀을 믿는다. 이번 작전의 목표는 SBS를 전원 사살하고, 모두 함께 돌아가는 것이다.”
차동균이 울음을 참기 위해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치잇. “저녁을 먹고 각자 위치한 곳에서 23시까지 휴식이다. 명심해라. 방심하면 머리를 뚫린다. 실탄 훈련을 기억해라. 한순간 시선을 뺏기면 동료가 죽는다. 내가 기억하는 대한민국 특수팀의 모습을 잃지 마라. 이 작전에 성공하면 대한민국 특수팀은 스페츠나츠와 SBS에 버금가는 팀으로 인정받는다.”
석강호가 의아한 눈으로 강찬을 보았다. 아프리카에서도, 그리고 이후에 그 어떤 작전에서도 이런 식의 말을 한 적은 없었다.
“다 같이 외치고 싶지만, 적에게 우리의 장소를 알려줄 수 없어서.”
무전의 끝에서 강찬이 피식 웃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치잇. “차동균이 우리의 구호를 대신하는 것으로 하겠다. 차동균! 구호.”
잠시 후, 차동균의 울먹이는 음성이 무전기를 통해 대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치잇. “나의! 피로! 국가를 지킬 수 있다면……!”
대한민국 특수팀의 한이 풀리고 있었다.
국력이 약해서 노려보기조차 어려웠던 스페츠나츠와 SBS의 전원 사살을 목표로 작전을 펼치고 있는 거다.
선배들로부터 끝없이 이어진 한이 풀리고 있음을 차동균의 울먹이는 음성이 증명하고 있었다.
치잇. “나는 행복하다……!”
“푸흐흐흐.”
석강호의 기막혀하는 웃음소리가 밤하늘을 타고 사라졌다.
***
“으아아! 으아! 와아아!”
전대극이 움켜쥔 두 주먹을 허공에 떨어대며 미친 사람처럼 고함을 질렀다.
“으아! 으아아! 으아아아!”
고함은 금방 울음과 섞였다.
침대 앞에 서 있던 김형정이 손바닥 안쪽으로 눈가를 닦아냈다.
“후아! 후우!”
고개를 숙이고 몇 차례 숨을 고른 전대극이 얼굴을 번쩍 들었다.
“그래서 우리 애들은 얼마나……?”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보는 확실하겠지?”
“프랑스 외인부대에 전군 비상령이 내려졌다가 조금 전에 취소되었습니다. 그리고 극비리에 러시아 대통령이 방한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이 새끼들! 결국! 해냈구나! 해낸 거야!”
“스페츠나츠의 기습작전을 완벽하게 이겨냈다는 정보였습니다. 스페츠나츠 중에서 살아남은 대원이 고작 4명이었다고, 정보총국에서 이례적으로 자세한 정보를 직접 건네주었습니다.”
전대극은 믿기지 않는다는 것처럼 고개를 저어댔다.
“귀환은?”
“추가 작전에 나선다는 정보 외에 아직 알려진 것은 없습니다.”
전대극은 볼을 타고 흐른 눈물을 닦지도 않았다.
“나, 이제 여한 없다. 나, 대한민국 특수군이었던 것이 이렇게 자랑스럽고, 보람된 적 없다.”
김형정이 입술을 꾹 다문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
“정말이십니까!”
[“최 장군. 아직 대원들에게 알려서는 안 돼.”]
“으흐흐흐. 으흐으! 으흐흐흐!”
[“괜찮아! 울어도 돼! 실장님도 나도 울었으니까.”]
“특수팀 현역은 울지 않습니다!”
[“그렇군. 소식 오면 또 전하지.”]
전화를 내려놓은 최상곤이 터질 것처럼 시뻘게진 얼굴로 막사를 나갔다.
새벽 4시다.
부르릉!
지프에 올라탄 최성곤은 거칠게 차를 몰고 모형 도시의 진입로까지 달렸다.
“야! 이 새끼들아! 살아! 살아서 돌아와!”
모형도시에 최성곤의 음성이 쩌렁쩌렁 울렸다.
“잘했다! 그러니까 한 놈도! 한 놈도 죽지 말고 돌아와라!”
최성곤의 새카맣게 탄 볼을 타고 굵은 눈물이 흘렀다.
“고맙소.”
최성곤은 새카만 하늘을 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정말 고맙소, 강찬 씨!”
***
조를 넷으로 나눴고, 강찬과 석강호, 차동균, 최종일이 각각 조를 이끌었다.
출발하기 전에 작전 지역을 충분히 검토했고, 조별로 침투경로까지 확실하게 정했다.
선두는 역시 강찬, 그리고 후미는 석강호가 맡았다.
출발은 23시 30분.
20분쯤 나아가던 강찬이 움직임을 멈추고 손을 들었다.
낮에 석강호와의 작전 때 돌아섰던 지역이었다.
대원들이 날카롭게 맡은 지역을 살필 때였다.
강찬은 손짓으로 대원 둘을 세 걸음쯤 뒤로 물러나게 했다.
강찬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시선을 받은 곽철호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강찬이 검지로 가리킨 바닥에 길게 이어진 라인이 보였다.
곽철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겠어?’
‘자신 있습니다.’
강찬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감으로 봐서 적이 근처에 있지는 않은 것 같지만, 경계를 늦출 수는 없었다.
강찬은 대원 한 명을 향해 왼손 검지를 거꾸로 세우고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그 옆에 세웠다.
곽철호를 엄호하라는 뜻이다.
강찬은 곧바로 대원들을 전부 20m 이상 후퇴 시켰다.
숨 한번 제대로 쉬기 어려운 긴장감이 숲 속을 무겁게 짓눌렀다.
15분쯤 지났을 때였다.
곽철호가 엄호했던 대원과 함께 돌아왔다.
손에 클레이 모아, 그리고 격발기를 들고 있었다.
자칫 발 한 번 잘못 뻗었다면…….
‘고생했다.’
‘별거 아닙니다.’
강찬이 고개를 끄덕여줄 때 곽철호는 존경한다는 눈빛이었다.
야간에 클레이 모아를 발견한 거다.
그것도 격발기에 묶어놓은 가느다란 선을 말이다.
할 수 있다.
곽철호가 자신감을 불태울 때 강찬은 다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꾸욱. 꾸욱.
30분을 더 지나자 새소리가 울렸고, 조금은 걷기 편한 길이 나타났다.
속도를 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경계를 늦출 수는 없는 일이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강찬의 뒤를 따라가며 곽철호는 아예 혀를 내둘렀다.
선두에서 대열을 이끄는 일은 시쳇말로 뼈에서 진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 만큼 힘겹다.
그런데도 강찬은 집중력 한번 잃지 않고 속도까지 조절해가며 전진하고 있었다.
사자 뒤에 선 늑대.
저녁에 대원들 사이에서 떠돌던 말이 새삼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1시간쯤 더 걸었을 때였다.
걸음을 멈춘 강찬이 주변을 살핀 다음 뒤를 돌아보았다.
왼손바닥을 펴고 오른손 검지를 꽂았다.
경계를 세운 채 휴식이다.
곽철호는 알아서 경계를 서야 할 자리로 움직였다.
대원들을 조금이라도 쉬게 하고 싶었고, 강찬이 마음 놓을 수 있도록 완벽한 경계를 서겠다는 각오였다.
***
목표 지점에 도착한 것은 04시 10분이었다.
강찬은 사방 경계를 확실히 세우고 조장들을 불렀다.
“이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조원들 이끌고 베타 지점에서 모인다.”
세 사람이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
“경계가 엄청날 거다. SBS를 우습게 보는 순간, 대원이 죽어. 스페츠나츠가 퇴각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을 테니까 날이 날카롭게 서 있을 거야. 무리하지 말고 밖에서부터 몰고 간다.”
강찬의 의지가 눈빛을 통해 세 사람에게 확실하게 전달되었다.
“저격수 배치 끝나면 모르스부호로 알려라. 공격 개시는 따로 내리겠지만, 필요하다면 언제든 사격해도 좋다. 이 작전에서 하나만 선택하라면 난 대원들 전원 무사 귀환이다. 위급한 상황에 놓이면 무전을 통해 도움을 청한다. 질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강찬은 우선 차동균, 최종일의 헬멧을 한 번씩 밀어주었다.
“다예.”
“예.”
“설치지 말고 차분하게 움직여.”
“알았소.”
헬멧을 툭 하고 치자 석강호가 몸을 움직였다.
본격적인 작전이 시작되었다.
알파 지점은 낮은 산과 산 사이에 끼인 분지 같은 곳이었다. 적이 근처에 있다는 것만 알뿐, 정확하게는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해가 5시 30분쯤 뜬다고 계산하면 고작 1시간 조금 넘는 시간이 남았을 뿐이다.
강찬은 맡은 지역에서 저격수를 배치할 적당한 곳을 살폈다.
아군이 유리한 장소는 적도 유리한 거다.
만약 SBS가 근처에 있다면 그곳에 저격수가 있을지도 모른다. 저격수 한 명을 배치하기 위해 조원 전체가 움직여야 하는 이유였다.
강찬은 대원들을 이끌고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제일 무서운 것은 낙엽 속에 숨은 잔가지였다.
제대로 밟으면 ‘딱!’하고 부러지기 때문에 걸음을 조심해야 한다. 게다가 클레이 모아가 설치되어 있을 수도 있었다.
특수전에서, 그것도 타국에 들어와 하는 작전에 클레이 모아를 설치하는 것은 거의 자살 행위에 가깝다. 그렇지만, 항상 예상을 벗어나는 경우에 사망자가 생기는 것을 감안한다면 무조건 조심하는 것이 맞다.
오르막이다.
5분을 걷고 30초는 주변을 경계한다.
적의 움직임을 찾고, 혹시 거칠어질 수도 있는 대원들의 호흡을 고를 시간을 가진다.
저격수를 배치하고도 최소한 위쪽 30m까지는 수색을 마쳐야 한다.
지겨운 속도다.
팽팽한 긴장 속에서 속도마저 느리기 때문에 그만큼 체력 소모가 강하고, 또 한순간에 긴장이 풀려버리는 일도 있었다.
한참을 올라가던 강찬은 걸음을 멈췄다.
가장 먼저 곽철호에게 바위 뒤를 지시했다.
지금부터 곽철호가 가장 기본적인 엄호를 담당하는 거다.
다음 대원에게 가리킨 장소는 곽철호에서 여섯 걸음쯤 앞서 나간 곳이었다.
자바악. 자바악.
천천히 걷는다고 해도 낙엽은 항상 소리를 만든다.
입김을 만들어내는 대원은 아직 목적한 곳에 도착하지 못했다.
후우욱. 후우욱.
날이 날카롭게 서면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대원의 발에 밟히는 낙엽, 갑자기 반짝하는 별, 짙게 깔린 어둠 속에서 느닷없이 울리는 새의 울음까지.
강찬은 소총을 겨눈 채로 좌우를 천천히 노려보았다.
대원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였다.
부슝.
멀리서 소총 소리가 확실하게 들려왔다.
강찬의 고개를 돌렸을 때 분지 건너편에서 불꽃이 연속으로 피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