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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어떻게 된 거야?
드드드드드! 카라라라랑!
수송기가 뚝 떨어지는 느낌이 든 후에 다급한 엔진 소리가 들렸다.
“에이!”
석강호가 손에 흘린 커피를 털어낸 다음, 옷에 쓱 문질렀는데, 덕분에 감이 어쩌고 하는 제라르의 말에 대꾸하지 않아도 되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지도나 꺼내봐.”
“가져오겠습니다.”
휘장 안으로 들어간 제라르가 네 장의 지도를 들고 왔다.
커다란 지도는 책상 넓이만 해서 바닥에 내려놓자 대원들 전체가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목표지역은 여기, 꼴 데 꼬흐보(Col des Corbeaux), 정확하게는 스위스입니다. SBS는 이 지역에 있을 거랍니다.”
“프랑스 쪽에서 넘어가자고 하던데?”
“예. 어차피 꼴 드 쥬네브히에 군사기지에 내려서 헬리콥터로 이동할 테니까 차라리 앞에서 맞이하는 게 훨씬 유리하기는 합니다.”
“이 정도로 험한 산에는 길이 뻔하잖아. SBS가 바보도 아니고, 굳이 이런 길로 움직일 것 같지는 않은데?”
강찬의 질문에 제라르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보십시오.”
제라르는 신문을 반으로 접은 크기의 지도를 강찬의 앞에 새로 펼쳤다.
“두 지점을 잇는 길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5㎞ 구간입니다. 이 지점은 매복이 가능할 정도로 평탄하고, 또 위급할 때 산악으로 들어가기도 쉽습니다.”
“SBS가 도착한 지 얼마나 됐지?”
“오늘로 사흘째입니다.”
강찬은 인상을 찌푸리며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점프는 어려울 거 같고.”
“저격수들이 신 나서 쏘아 댈 겁니다.”
SBS가 매복해 있는 허공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면 제라르의 말은 현실이 된다.
“제라르.”
제라르가 시선을 들었다.
“강입자 충돌기 말이다. 그걸 파괴하러 오는 거라면 그쪽 경계를 강화하는 게 낫지 않냐?”
“지넨느를 파견해서 경계를 강화했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다른 지도는 뭐야?”
“주변 지역인데 전부 산악이라 특별히 눈여겨볼 것은 없습니다. 이쪽 산을 넘으려면 아예 전문 등반가 수준이어야 하고 산소가 희박해서 빠르게 이동하지도 못합니다.”
“무기는?”
“MP5SD입니다.”
강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전팀이 가장 선호하는 무기다.
소리가 극도로 억제되었고, 그 외에 명중률, 장탄수도 만족스러운 소총이었다.
“대장. 한국팀만 움직여서 괜찮겠습니까?”
이 새끼가 왜 이렇게 진지하게 이러지?
강찬이 피식 웃는 것을 본 제라르가 지도의 한 곳을 찍었다.
“여기를 지키고 있다가 기습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프랑스 지역에서 넘어가는 것으로 계획을 잡은 겁니다. 헬리콥터가 그 바로 앞, 이곳까지 갑니다.”
프랑스로 들어오려면 거쳐야 하는 외길의 진입로였다.
누구에게 물어보아도 그곳을 지목할 정도로 탁월한 위치였다.
“너는 어디까지 같이 가는 거냐?”
제라르가 불만스러운 눈초리로 강찬을 보았다.
“어깨에 구멍 난 놈을 챙길 정도로 여유 있는 게 아냐. 기분은 알겠다만, 냉정하게 생각하자.”
“원래는 헬기를 타고 돌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부상당한 몸으로 끼어드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인지를 아는 제라르다. 나직하게 한숨을 뿜어냈지만, 다른 말을 하지는 못했다.
“제라르. 잘 들어. 여기가 알파, 그리고 여기가 베타다.”
강찬이 고개를 바싹대고 말하자 제라르가 빠르게 강찬이 짚어준 곳을 확인했다.
“헬기로 복귀한 이후에, 문제가 생기면 이 두 지역 중 하나를 기점으로 작전을 짜라. 너와는 어떻게 연락하면 되는 거지?”
“지난번처럼 위성 전화를 사용합니다.”
강찬은 고개를 저었다.
“위치가 너무 쉽게 노출돼. 매일 08시, 혹은 20시에 전화를 켰다가 10분 안에 끌 거다. 연락할 일이 있으면 그때 해. 대신 우리 쪽에서 연락할 수 있도록 너는 계속 대기하는 걸로 하자.”
“알겠습니다.”
제라르가 불안한 눈초리로 강찬을 보았다.
“사실 느낌이 좋지는 않아. 출발하기 며칠 전부터 찜찜했고. 안내원이 너여서 정말 다행이다.”
“얼마나 안 좋은 겁니까?”
강찬은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은 몰라. 너도 알지만, 상황이 닥쳐서 느껴지는 게 전부니까. 혹시 작전이 틀어지면 기본 작전은 네가 다시 짜라. 어쩔 수 없이 잘못된 정보를 전할 상황이 되면 어떡해서든 다예루를 넣어. 그러면 네가 협박당하고 있다고 알아듣고 내가 따로 움직일 테니까.”
“그 정도로 안 좋습니까?”
“너니까 생각해 낸 거야. 다른 사람이 왔으면 이런 말을 어떻게 하겠냐? 그냥 혹시 해서 정해놓는 거라고 생각해.”
제라르가 굳게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네가 와서 정말 다행이다. 적어도 뒤를 의심하지는 않아도 되니까.”
강찬의 말에 제라르가 씨익 웃었다.
“바로 가지는 못할 거고, 중간 기착지는?”
“카타르 미군기지에서 급유합니다.”
시간 여유는 충분히 있었다.
“무기는?”
“누구 한 명이 도와줬으면 싶은데요.”
강찬의 눈짓에 석강호가 몸을 일으켰다.
전에 경험했던 일이다.
드르르르르. 철컹. 철컹. 드르르륵.
커다란 박스가 옮겨졌고, 문을 열자 군복과 무기 등이 안쪽에 진열되어 있었다.
“군복은 가져온 게 있습니다.”
“어떤 건데?”
차동균이 얼른 점프 백을 열어 가져온 군복을 보여주었다.
물 빠진 회색 군복이다.
뒤집으면 녹지에서 입기에 적당한 위장복이 된다.
프랑스는 늦가을 날씨지만 산악이라 초겨울 날씨로 짐작하는 게 맞다.
물 빠진 회색이면 위장하기에 나쁘지 않다.
“그걸로 입어.”
“몸에 맞을 만한 걸 몇 벌 더 가져왔습니다.”
차동균의 지시에 대원 한 명이 옷과 두건, 그리고 헬멧을 가져다주었다.
옷을 갈아입고 군화를 신은 다음, 두건과 헬멧, 그리고 무전기를 걸었다.
다음은 무기다.
“얼마나 걸릴지 몰라. 실탄을 최대한 확보하고, 백에 침낭과 필요한 장비들 알아서 넣어.”
강찬은 전과 같이 소총 탄창 6개, 권총 두 자루, 권총 탄창 4개, 보위 나이프를 몸에 걸었다.
그 외에 백에 별도의 탄창과 침낭, 야전 도끼, 삽, 자일 등, 그 외에 필요한 것들을 넣었다.
준비를 마치고 나자 마음이 한결 든든했다.
“조는 지난번과 같다. 1조는 내가 지휘하고, 2조는 석강호가 한다. 1조!”
최종일을 포함한 대원 12명이 손을 들었다.
“2조!”
새롭게 손을 든 대원들을 석강호가 쭉 둘러보았다.
이 정도면 일단 기본 준비는 끝났다.
강찬이 자리에 앉았을 때였다.
차동균이 검은색 가죽끈으로 된 시계를 가져와 강찬과 석강호에게 건네주었다.
나쁠 것 없다.
시계를 차고 담배를 하나 피웠다.
“이제는 한숨 자면 되는 거지?”
“안쪽에 좀 더 편한 침대가 있습니다.”
“됐다. 환자용에 누워서 뭐할 거냐? 난 여기서 잘 테니까 식사할 때 보자.”
“알겠습니다.”
강찬이 침대를 둘러보자 제라르가 몸을 일으켰다.
이미 절반 이상이 침대에 몸을 눕혔다.
“잘 거요?”
“응. 너도 좀 자둬.”
“그럽시다.”
석강호가 위의 침대로 올라가는 것을 본 강찬은 몸을 눕혔다. 엔진음과 비행기 바닥에서 전해지는 묘한 진동이 자장가처럼 들렸다.
***
순간처럼 느껴질 만큼 깊게 잤다.
평소에 일어나는 시간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잠이 깬 강찬은 상체를 일으켜 침대에 앉았다.
아침을 먹을 때까지 시간은 좀 더 있다.
비행기 뒤쪽으로 움직여 생수를 한 병 꺼내 마시고, 다시 침대에 앉았다.
대원들이 하나둘씩 일어나 침대에 앉기 시작했고, 30분쯤 지나자 석강호도 몸을 일으켰다.
“으아아!”
요란스럽게 기지개를 켠 석강호가 침대에서 내려와 강찬의 옆에 걸터앉았다.
“눈빛이 왜 그래요?”
“어떤데?”
“독이 잔뜩 올랐소. 감이 그 정도로 안 좋은 거요?”
“글쎄.”
감은 모르겠지만, 자고 일어나서 날이 날카로롭게 선 건 사실이다.
석강호가 생수병을 들어 물을 마실 때 제라르가 나왔다.
“식사합시다.”
강찬의 눈빛을 본 제라르는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드르르르. 철컹.
직사각형의 박스를 한가운데 끌고 온 제라르가 바퀴를 고정시켰다.
차르륵.
양쪽 면을 절반씩 열자 안에 시레이션이 잔뜩 들어 있었다.
제라르가 세 개를 들어 강찬과 석강호에게 건네주고 앞에 마주 앉았다.
대원들도 알아서 가져갔다.
사양할 게 아니다.
안에 담긴 것을 다 먹고, 커피 마시고, 담배도 피웠다.
아침을 먹고 한 시간쯤 자고 났을 때 카타르의 미군기지에 도착했다.
말대로 급유만 하고 바로 출발했고, 중간에 컵라면에 시레이션을 한 번 더 먹었다.
역시 얼큰한 게 들어가야 속이 풀린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원들의 눈빛과 표정이 바뀌는 것을 느끼고, 보았지만 그거야 뭐라고 할 일은 아니었다.
우희승이 위성 전화기를 받아서 넣었고, 대원 두 명이 별도로 약품을 확인하는 것 외에 다른 일은 없었다.
꼴 드 쥬네브히에 군사기지에 수송기가 내린 것은 프랑스 시간으로 오전 9시 16분이었다.
시계를 맞추고 곧바로 치누크로 옮겨탔다.
특별한 연락이 없는 것으로 봐서 다른 정보는 없는 모양이었다.
두두두두두두.
귀가 얼얼할 정도의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고, 초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곧바로 얼굴을 때리고 지나갔다.
헬리콥터에 옮겨 타자 제라르가 오히려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한 시간만 지나면 작전지역이다.
강찬은 조금씩 숨소리가 들렸다.
긴박한 상황도 아니다.
그저 작전을 나섰을 뿐이다.
아직 목표지점까지 1시간이 남았으니 거리로, 그것도 산악지역을 감안하면 충분히 반나절 거리가 넘는다.
강찬은 이를 악물고 밖을 노려보았다.
황량한 산이 계속 펼쳐져 있었다.
‘왜 이러냐!’
짜증이 날 정도로 독이 올랐다.
석강호와 제라르가 말도 걸지 못하고 강찬의 눈치를 살폈다.
“후우.”
이건 아니다.
강찬은 제라르를 보았다.
“지도!”
제라르가 얼른 준비했던 지도를 건네주었다.
“지금 우리가 여기쯤이지?”
“맞습니다!”
“여기가 알파! 여기가 베타다!”
“알고 있습니다!”
“제라르! 여기서 레펠로 내려갈 테니까 헬기 잠시 멈추라고 해.”
“대장! 그렇게 하면 매복 지역까지 시간이 너무 걸립니다! 도보로는 하루가 꼬박 걸릴 수도 있습니다.”
“이대로 가는 건 내가 용납 못 하겠어!”
잠시 강찬의 눈을 마주 보던 제라르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내려가면 바로 돌아가! 일이 꼬이면 믿을 건 너밖에 없다!”
“알겠습니다!”
제라르가 헬기 조종사에게 헤드셋으로 내용을 설명할 때였다.
치잇. “레펠로 내려갈 테니까 준비하도록!”
무전을 통해 강찬이 악을 쓰자 대원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다예! 느낌이 안 좋아! 차동균하고 내려가서 경계를 맡아!”
“알았소!”
두두두두두두!
치누크가 커다란 몸뚱이를 돌리며 고도를 낮췄다.
거센 바람이 눌러대는 것처럼 나무들이 헬기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휘어졌다.
철컥! 철컥!
줄을 연결해 아래로 던지고, 대원 둘이 입구에 붙어 바깥을 경계했다.
강찬이 검지와 중지로 입구를 가리키자 석강호와 차동균이 레펠을 허리에 감은 채로 바로 내려갔다.
석강호의 신호를 받은 대원이 강찬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려가!”
강찬의 손짓에 두 명씩 아래로 내려갔다.
두두두두두두!
경계 섰던 대원까지 모두 내려갔다.
강찬은 줄을 허리에 감았다.
“제라르! 간다!”
“조심하십쇼!”
제라르가 짧게 거수경례를 하는 것을 보며 강찬은 바닥으로 내려갔다.
두두두두두두!
헬기가 돌아서는 것을 본 강찬은 미리 보아두었던 지역을 향해 이동했다.
가장 선두에 석강호, 중간에 차동균, 다음이 곽철호, 강찬, 그리고 가장 뒤가 최종일이었다.
미친 짓인지 모른다.
빠르면 반나절 늦으면 하루를 소비하는 짓.
식량을 생각해도 그렇고, 체력도 그렇고.
30분쯤을 걷고 나자 작은 평지가 보였다.
“정지. 일단 모두 모여.”
대원들이 둥그렇게 모인 중간에 선 강찬은 손에 지도를 펼쳤다.
“우리가 있는 곳이 여기. 원래 헬기로 이동하려던 지점은 여기고.”
왜 먼저 내렸는지 궁금할 법도 한데, 누구도 질문을 던지지는 않았다.
“잘 봐둬. 이곳이 알파, 이곳에 베타다. 위급할 때면 내가 알파 리마나, 알파 에코, 이런 식으로 외칠 거다. 그러면 알파로 오면 돼. 베타도 마찬가지고.”
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들었던 작전 내용은 모두 잊어라. 가장 적당한 표현은 우린 지금 적진에 그냥 떨어진 거다. 빠르면 반나절, 길면 사흘 거리를 먼저 내린 만큼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강찬은 대원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지금부터 전투태세다. 위급하다고 판단하면 발사한다. 단 연사는 없다. 차동균.”
“예.”
“앞과 뒤에 두 명씩. 네 명을 배치해.”
서늘한 기온 탓인지 대원 하나가 코를 훌쩍였다.
“알았습니다.”
대원 넷을 바라본 차동균이 손짓을 했다.
“우선 원래 목표 지점까지 이동한다.”
강찬이 지도를 접어 넣자 대원들이 걸음을 옮겼다.
강찬도 대원도 오른쪽에 소총을 걸고, 방아쇠 고리에 손가락을 댄 채로 걷고 있었다.
또 느낀 거지만 훈련 상태는 죽인다.
산길을 걷는 대원들의 자세는 그만큼 단단해 보였다.
앞쪽에 경계병이 있는 만큼, 본진은 여유가 있다.
막상 걷기 시작하자 강찬은 헬리콥터에서 느꼈던 숨 막히던 긴장감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어제 김미영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축제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은 프랑스와 스위스의 국경지대를 걷고 있다.
눈 부신 햇살.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맑은 공기.
초겨울을 연상시키는 차가운 바람.
커다란 사진을 세워놓은 것 같은 이국적인 산.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걸어보고 싶은 풍경이 연속해서 펼쳐지고 있었다.
손에 느껴지는 소총의 서늘한 감촉과 바싹 독이 오른 눈빛이 지금 마주한 상황에 집중하라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이대로 가자.
가서 진입로를 선점하면 승산이 높아진다.
침묵 속에서 행진은 계속됐다.
등에 멘 군장의 무게는 어림잡아 20㎏ 정도다.
이 중에서 하루에 두 끼 내지 세 끼를 먹어서 없어지는 시레이션을 감안하면 짐은 점점 더 가벼워질 거다.
갈 수 있을 때까지 우선 간다.
헬기로 목적지까지 갔다면 쉬울지 모르지만, 아까의 그 불안함을 이기며 갈 수는 없었다.
이 감각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엄청난 승진을 했거나, 벌써 죽었거나.
솔직하게 말하면 승진 쪽이 더 확실했을 것 같았다.
샤흐란의 함정 이전에 맞이한 어떤 전투에서도 살아날 자신이 있었으니까.
주변을 살피던 강찬은 쓰게 웃었다.
천성이다.
이끄는 대원이 죽는 꼴을 보느니 지금처럼 엉뚱한 명령을 내리는 것이 말이다. 그러고 보면 지휘관들이 버리지는 못하지만, 썩 내켜 하지 않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숨을 들이마시자 차가운 공기가 코를 통해 뇌로 바로 올라가는 것처럼 정신이 맑아졌다.
“정지!”
강찬의 나직한 말에 대원들이 걸음을 멈췄다.
주변을 날카롭게 둘러보던 강찬이 손짓으로 대원들의 위치를 정해주었다.
치잇. “경계병.”
치잇. “말씀하십쇼.”
치잇. “조용하고 빠르게 합류해. 경계 늦추지 말고.”
치잇. “알았습니다.”
강찬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산의 중턱을 비스듬하게 가는 길이다.
바위와 나무들에 둘러싸여서 외부에 발각될 리도 없어 보였다.
뒤쪽에 있던 두 명의 경계병이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앞쪽은? 왜 안 오지?
강찬의 시선을 받은 다예루가 빠르게 앞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