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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정체가 뭡니까?
강찬은 우선 근처의 커피전문점으로 향했다.
커피를 주문해서 받은 다음, 테라스 쪽에 앉아 미쉘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약을 두 분만 가는 것으로 변경해 달라고 했고, 다음으로 매입할 빌딩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여행 비용은 바로 보내줄 테니까 문자로 계좌번호를 넣어줘.”
[“그럴게, 차니. 그리고 건물은 내가 말한 대로 지금 짓고 있는 것을 내부 변경하는 게 가장 빠를 것 같아. 입주까지 2달이면 되고, 분양도 아직 제대로 되지 않아서 사무실과 1층 전시장까지 모두 쓸 수 있어. 비용은 대략 8백억쯤 들어가.”]
“정확하게 알아보고 결정되면 함께 가 보자. 내가 출장을 가게 될지 몰라서 이번 주에는 시간이 없다.”
대략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담배를 하나 피웠다.
답답하기도 하고, 어딘가 찜찜한 구석도 남았다.
전화만 하면 석강호가 튀어나올 거고, 근처에 최종일도 대기하고 있다.
그런데 석강호는 가족과 있는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고, 최종일과는 실없는 농담을 하기 어려웠다.
‘라노크는 이럴 때 어떻게 할까?’
집에 들어가는 것이 현명할지 모른다.
그런데 갑갑한 심정으로 들어가기보다는 그냥 밖에 있고 싶었다.
강찬은 나직하게 숨을 내쉬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미쉘에게 만나자고 했으면 분명 시간을 냈을 텐데, 그녀를 만난다고 해서 지금의 답답함이 풀릴 것 같지는 않았다.
전화기를 꺼내 든 강찬은 김미영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지금 유일하게 보고 싶은 사람이었다.
학교 식당에서 손을 잡아주었을 때처럼 답답함도 가라앉혀 줄 수 있을까?
학원에 있어서 전화받지 못할 게 분명한데.
강찬은 일단 통화버튼을 눌렀다.
신호가 네 번쯤 울렸을 때였다.
[“응!”]
특유의 대답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어디야?”
[“학원 앞이야. 왜?”]
“그냥 생각나서.”
답을 하고 나서 풀썩 웃었다.
이렇게 간지러운 표현을 할 줄은 몰랐다.
[“지금 어디야?”]
“삼성동.”
[“나, 대치동 학원인데 가도 돼?”]
“수업해야 되잖아.”
[“불어 수업이니까, 대신 가르쳐 주면 되잖아? 응? 응?”]
신기하다.
답답하던 감정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내가 갈게. 어디로 가면 돼?”
[“대치동 사거리. 나 그럼 사거리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있을 게.”]
“그래.”
강찬은 바로 커피 전문점을 나와 택시를 잡았다.
별로 멀지 않은 거리다.
대치동 사거리에 내리자 환하게 불을 밝힌 아이스크림 가게가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김미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사이 또 컸다.
아니 성숙해졌다는 표현이 맞다.
몸매야 원래부터 성숙했는데 핼쑥한 얼굴에 눈이 커다래서 이젠 아가씨처럼 보였다.
눈썹에 맞춰 자른 머리만 아니면.
“저녁은?”
“수업 전에 먹었어.”
“아이스크림 먹을래?”
“응!”
강찬을 따라 김미영이 진열대로 움직였다.
컵에 네 가지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골라서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불어 수업은 나중에 하기로 했잖아.”
“그냥. 재미있어. 나중에 사람들 많은 곳에서는 불어로 얘기해. 그럼 다른 사람들이 못 알아들을 거잖아? 흐흐흐흐.”
김미영이 아이스크림을 떠서 입에 넣으며 웃었다.
답답한 무언가가 닦여 나가는 느낌이었다.
조잘조잘.
김미영이 떠들고, 강찬은 들었다.
그런데 말을 하면서, 아이스크림을 떠 넣으면서, 김미영의 눈에 담긴 그리움을 보았다.
강찬을 보고 싶고, 이런 시간을 갖고 싶은 걸 억지로 참고 견뎠던 모양이다.
“나 부탁이 있어.”
“부탁? 뭔데?”
김미영이 입을 삐죽이며 입을 열었다.
“운동부 애들이 그러는데 네가 축제 도와주면 우리 학교 축제가 최고가 될 거래. 걔들 반성하는 거, 난 다 봤거든. 소문이 나서 다른 애들도 다 네가 도와줬으면 좋겠대. 소연이랑 기진이도 꼭 부탁하고 싶은데 어려워서 전화 못 한다고 하고. 내가 부탁하면 될 거라고…….”
김미영이 말끝을 흐렸다.
“그래서 축제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거야?”
“응.”
“그런데 왜 그렇게 자신이 없어?”
“네가 힘들까 봐.”
강찬이 웃는 것을 본 김미영이 계면쩍은 표정으로 눈치를 살폈다.
“알았어.”
“도와주는 거야?”
“누구 부탁인데 안 들어주겠냐?”
“정말? 진짜?”
“그래!”
김미영이 “흐흐흐흐.” 하며 아이스크림을 떴다.
“다른 거 부탁할 건 없어?”
“응!”
누이동생인 거야? 사랑하는 여자인 거야?
한 가지는 분명했다.
기분이 풀렸다는 것.
“미영아. 그런데 내가 연락 안 했으면 축제 부탁 안 할 거였어?”
김미영이 입술을 내밀고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으이그! 다음부턴 그러지 마.”
“응!”
“오늘 불어 수업 못 했다고 집에 가서 무리하면 안 돼.”
“선생님이 나 정말 잘한다고 했어. 새로 오신 선생님이라는데 학원 애들이랑 안내 카운터 언니들까지 그 선생님한테 푹 빠졌어. 정말 영화배우처럼 생겼어.”
“너는?”
“난 그 선생님 볼 때마다 네 생각해.”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한 말이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때 묻지 않았다는 표현이 꼭 들어맞는 맑은 눈이 강찬을 바라보고 있었다.
***
“각하. 라노크의 입지를 확실하게 굳혀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설립위원장에, 초대 운영위원장이 가진 영향력을 생각하면 이번 작전은 우리 쪽에서 부탁할 일입니다.”
“영국과의 거래 수지로 봐서는 최대 200억 달러의 손실이 예상됩니다. 그 외에 영국에 거주하는 우리 교포와 유학생의 안전을 고려해야 합니다.”
회의실의 중앙에는 문재현이 앉았고, 국가정보원장 황기현이 왼쪽, 붕대를 칭칭 감은 전대극, 그리고 국가정보원 3차장, 4차장이 있었다.
“작전의 성공 확률은 어떻게 됩니까?”
“강찬 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절반 이상이 희생될 거라고 합니다.”
문재현이 입술에 힘을 주며 나직하게 숨을 뱉었다.
“각하! 몽골 작전에서 외인부대 특수팀 설립 이래, 최대의 성과를 거두었던 지휘자입니다. 우리 특수군의 경험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작전이라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전대극이 빠르게 보충 설명을 전했다.
“전 실장. 대원의 절반이라니까 간단하게 들리지만,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한 집안의 가장이고, 아들이고, 아버지입니다. 대한민국을 위해서 이 작전이 필요한지, 아닌지 만큼이나 중요한 사항입니다.”
“각하.”
전대극은 물러서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군인의 숙명입니다. 더구나 특수군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작전에 나서지 못하고 훈련만 하는 특수군을 생각해 보셨습니까? 그들의 자부심은 훈련이 아니라, 작전 수행에서 나옵니다.”
문재현이 나직하게 숨을 내쉴 때였다.
“작전에 실패했을 때, 최악의 사태에 우리 특수군이라는 증거가 남을 때, 감당해야 할 부분이 너무 큽니다.”
“4차장. 그 점은 백업으로 간다고 해도 남는 부분이요.”
“백업으로 가서 실패했을 경우에는 프랑스라는 기댈 언덕이 있습니다. 우리 팀 단독으로 작전에 나섰다가 실패했을 경우와는 비교할 바가 아닙니다.”
“자! 결정을 내립시다. 우선 전 실장은 파견 쪽이고.”
전대극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3차장은 파견, 4차장은 반대, 그리고 황 원장은?”
“각하. 번거로우시겠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참조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황기현을 향해 시선이 몰렸다.
“최성곤 준장이 대기 중입니다.”
“통화를 하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잠시 황기현을 바라보던 문재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기현이 버튼을 누르자 회의실에 연결음이 울렸다.
“준장 최성곤입니다.”
“최 준장. 국가정보원장 황기현이요. 각하가 참석한 회의 중인데 궁금한 것이 있어서 전화했소.”
“말씀하십시오.”
마치 전대극의 젊은 시절인가 싶을 정도로 걸걸한 음성이었다.
“최 준장. 이번에 강찬 씨가 원하는 작전의 득과 실이 워낙 극명해서 고민 중이요. 그 외에 각하께서는 무리한 작전에 희생될 대원들과 그 가족들에 대해 염려하시는 중이오. 하고 싶은 말이 있소?”
“각하! 백업 팀 8명에 포함되지 못한 대원들을 면담 중입니다. 그들의 좌절은 설명 드리기조차 어렵습니다.”
“최 준장. 나는 육군 병장 제대라 잘 모르겠소만 절반 이상이 죽을 수 있는 작전이라 들었소. 혹시 분위기에 휩쓸려 그런 것은 아니오?”
문재현이 마이크에 대고 질문을 던지고 좌우를 둘러보았을 때였다.
“각하. 특수군의 존재 가치는 훈련 때가 아니라 작전에 나설 때 드러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고작 세 번의 작전이 전부였습니다. 그것도 우리 군 단독 작전은 한 번뿐이었습니다. 이 작전에 포함될 수만 있다면, 체력이 허락하기만 한다면, 저는 하사의 계급장도 감사하게 받을 것입니다.”
문재현이 신음처럼 숨을 내쉰 다음 입을 열었다.
“이쪽은 팽팽합니다. 결정에 앞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소?”
“각하! 제가 구호를 다시 한 번 들려드리겠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각오를 가장 잘 표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최성곤이 보이는 것처럼, 문재현은 물끄러미 마이크를 보고 있었다.
“나의 피로! 국가를 지킬 수 있다면! 나는 행복하다!”
갓 입대한 신병처럼 있는 힘껏 외친 구호가 회의실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전대극이 이를 꽉 깨물었을 때였다.
울음처럼 보이는 미소를 지은 문재현이 참석자들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잠시 침묵이 흐른 다음이었다.
“최 장군.”
“말씀하십시오, 각하!”
“강찬 씨가 원하는 대로 인원을 선발하세요.”
“감사합니다! 각하!”
“내가 고마워할 일입니다. 이후의 모든 지휘는 강찬 씨가 원하는 대로 진행하면 됩니다. 대원들에게 무운을 빈다고 전해주겠습니까?”
“반드시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문재현이 시선을 들자, 황기현이 버튼을 눌렀다.
“결정한 일입니다. 이제부터는 다 같이 힘을 합해 위험한 상황을 함께 대비할 차례입니다. 국가정보원은 후속 조치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4차장은 서운한 거 아니지요?”
“최 장군과 대원들의 각오를 전해 들었는데 어떻게 서운할 수 있겠습니까? 저 역시 606에서 위탁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각하.”
문재현이 좌우를 둘러본 후에 입을 열었다.
“대한민국이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실패한다면 모두 내 책임이겠고, 성공한다면, 우리에게 함부로 군사력을 행사하던 주변 국가에 확실한 경고가 될 것입니다. 유라시아철도의 한 축을 담당하는 대한민국이 분명하게 목소리를 내는 작전입니다. 모두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랍니다.”
다들 굳은 얼굴로 답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 원장님.”
자리에서 일어나는 황기현을 문재현이 짧게 불렀다.
***
“걱정 있지?”
“응?”
김미영은 강찬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즐거웠는데? 그런데도 속이 보였나?
“우리 유학 가게 되면 내 학비도 장학금 받을 수 있게 공부할 거야. 그래도 나중에 남편 덕분에 외교관 된 거라고 말할게.”
웃음이 나왔다.
기분 좋은 웃음이었다.
김미영이 쟁반에 냅킨과 플라스틱 숟가락을 주섬주섬 챙겼다.
“나 수업 가야 해.”
부담 주지 않으려 애쓰는 얼굴이었다.
“누가 뭐라고 그랬어?”
가방에 시선을 주었던 김미영이 고개를 돌렸다.
눈에 아쉬움이 진하게 담겨 있었다.
“아빠가 찬이 하는 일에 절대로 방해하지 말고, 부담 줘서 안 된다고 그랬어.”
“그래서 그렇게 일어나는 거야?”
“응.”
억지로 하는 대답이었다.
이대로 헤어지는 것과 한 시간쯤 같이 있는 것, 어느 것이 김미영에게 더 좋을까?
아쉽지만 여기까지가 좋다.
강찬은 김미영과 함께 아이스크림 가게를 빠져나왔다.
“미영아?”
김미영이 강찬의 눈을 바라보았다.
“혹시 다음 주에 시간 내달라고 하면 하루쯤 비울 수 있어?”
“응!”
김미영이 반갑게 답했다.
“내가 전화할게.”
만져보고 싶고, 안아보고 싶었지만, 강찬은 웃기만 했다.
“갈게!”
김미영이 손을 흔들고는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집에 들어갈 시간이었다.
이상하리만치 아쉬웠는데 그렇다고 매달릴 수도 없었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여보세요?”
[“강찬 씨. 승인이 떨어졌습니다. 출발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면 대원들을 보내겠습니다. 서울까지 2시간의 최소 여유가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연락드릴게요.”
김미영을 만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짧게 헤어진 것도.
***
“부르셨습니까?”
“차동균! 우리 단독 작전으로 바뀌었다. 저격수 포함 12명을 더 선발한다.”
최성곤이 고개를 들어 앞에 서 있는 차동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왜?”
“아닙니다. 너무 반가운 소식이라 그렇습니다.”
최성곤이 책상에서 일어나 차동균의 앞으로 움직였다.
“빨리 12명 명단 가지고 와. 바로 출발이다.”
“감사합니다, 장군님.”
최성곤이 입을 길게 늘이며 미소 지었다.
“야, 임마.”
“예, 장군님.”
부른 최성곤도, 대답한 차동균도 다른 말을 못하고 눈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얼른 명단 제출해.”
“알겠습니다.”
차동균이 빠르게 몸을 돌렸다.
***
이제는 작전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우선 라노크에게 전화를 걸었고, 내용을 설명했다.
[“강찬 씨! 고맙습니다. 오산 비행장에서 04시 출발이면 적당합니다. 03시에 지난번 그 자리에 승합차를 보내겠습니다.”]
이어서 김형정에게 내용을 설명했고, 다시 석강호와 통화했다.
[“어디요?”]
“대치동.”
[“그럼 새벽 2시 30분에 그 커피전문점에서 봅시다.”]
“그러자.”
다음은 최종일이다.
어플을 누르자 바로 답이 왔고, 어플을 끊자마자 사거리에 차가 섰다.
“집에 데려다 줘. 그리고 논현역 3번 출구 커피 전문점에서 새벽 2시 30분에 석강호와 만나기로 했어.”
최종일은 듣고만 있었다.
“우리 팀만으로 작전에 나가기로 했다. 집에 다녀와.”
“정말입니까?”
최종일이 화들짝 놀란 얼굴로 반문하고, 우희승과 시선을 마주쳤다.
“지금쯤 차동균 중위가 새로 팀을 짰을 거야. 시간이 촉박해서 안됐지만, 지금이 9시 50분쯤이니까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고 와.”
“알겠습니다.”
최종일의 답이 든든했다.
***
번호 키를 누르고 들어섰을 때 유혜숙이 고개를 내미는 것이 보였다.
“어머니!”
“아들!”
강대경이 미소 짓는 앞에서 유혜숙을 안았다.
“저녁은?”
“먹었어요. 그런데 어머니. 저 또 바로 가야 돼요.”
“또?”
“예, 며칠 걸릴 거예요.”
“그럼 주말까진 와?”
아차차!
강대경과 이야기를 했는데도 적당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찬이가 비밀이라잖아. 자꾸 물어보면 재미없어진다.”
“당신은 뭔지 알지?”
“내가 어떻게 알아? 그냥 아들이 비밀이라니까 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
유혜숙은 강찬이 없을 때, 강대경을 닦달해보겠다는 듯한 눈초리였다.
마법처럼 강찬을 보는 유혜숙의 표정이 평화로웠다.
“몇 시 출발이니?”
“집에서 12시쯤 나가면 돼요.”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강대경과 유혜숙이 잠을 못 잘 걸 생각하면 그 시간이 적당했다.
우선 씻고 나왔다.
“아들. 엄마 출출한데 닭 시켜 먹을까?”
“그럴까요?”
닭을 시켰다.
자동차 판매 이야기, 재단 이야기.
유혜숙이 전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12시가 되었다.
양치를 마치고 현관에 다시 섰을 때 유혜숙은 너무도 서운한 표정이었다.
“다녀올게요.”
“응. 조심해서 다녀와.”
유혜숙을 안고 나자, 강대경이 등을 두드려주었다.
강찬은 손을 뻗어 그런 강대경을 안았다.
“조심해라.”
속삭이는 것처럼 전한 말이었다.
팔을 푼 강대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얼굴로 강찬의 어깨에 두 팔을 걸었다.
여행 가고 싶었다.
이렇게 좋은 두 사람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