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142화 (14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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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정체가 뭡니까?

석강호와 강찬이 먼저 서울로 향한 뒤다.

김태진과 서상현은 최상곤과 함께 막사의 탁자에 앉아 차를 마셨다.

“십 년은 늙어버린 느낌입니다.”

최성곤이 세수하는 것처럼 얼굴을 쓸어댄 다음 고개를 털었다.

“전화 한 통으로 프랑스의 작전에 참가를 결정하다니, 도대체 정체가 뭡니까?”

“고민할 것 없어. 본대로만 느끼면 되는 거야.”

최성곤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무서운 사람은 실장님하고 선배님만 있는 줄 알았더니 세상 참 넓습니다.”

“내가 무서웠나? 난 자네를 보면서 내가 나이 먹었구나 싶었는데?”

“말씀도 마십시오. 비무장지대 나갔다가 돌아왔을 때 선배님 눈빛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 선배님이 막사에 들어오면 다들 알아서 긴장 타고 그랬지요. 아까 보니까 강찬 씨 볼 때 대원들이 그러고 있더군요.”

김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복이라고 생각하자고. 이렇게 실전에 바로 배치할 능력자가 우리에게 생겼다는 게 어디야? 대원들의 희생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렇게 발전하는 게 특수군의 숙명이잖은가?”

“그렇죠. 우린 그런 기회를 못 잡아서 울분을 삼켰었지요. 애들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죽을지도 모를 곳에 서로 가고 싶어서 안달하는 놈들이 고맙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합니다.”

똑똑똑.

최성곤이 안쓰럽게 웃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뭐야?”

“휴가자 명단입니다.”

차동균이 세모꼴 눈을 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최성곤은 ‘벌써?’하는 표정으로 그가 건네주는 종이를 받아 훑었다.

“야, 임마! 곽철호는 몰라도 유광렬이는 이제 백일 된 애가 있잖아!”

“장군님께서 면담을 해주십시오. 저는 못 말립니다.”

“이놈들이 정말!”

최성곤은 차동균을 노려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것 말고도 장군님께 대원들 면담을 요청합니다.”

“왜? 무슨 문제 있어?”

“탈락한 대원들의 실망이 너무 큽니다.”

“하아!”

최성곤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커다랗게 한숨을 내쉬었다.

***

“영국이 갑자기 프랑스를 때린다는 게 말이 되오?”

“우리가 한 짓들이 말이 되기는 했냐?”

“하긴 그렇수.”

석강호가 히죽 웃었다.

이놈은 작전 나가는 것이 정말 반가운 얼굴이었다.

“그럼 내일은 모처럼 마누라와 야외나 한번 나갔다 올까?”

“아차! 오늘이 무슨 요일이냐?”

“목요일이요. 왜요?”

강찬은 창에 기대고 있던 고개를 불쑥 들었다.

“그럼 우리 토요일에 출발하는 거 아냐?”

“내일모레 새벽이니까…, 토요일 새벽 맞소.”

“아하!”

석강호가 슬쩍 시선을 주었다가 얼른 앞을 보았다.

“토요일에 깜짝 여행 간다고 시간 빼놓으라고 했는데, 어쩌지?”

“누구요?”

“어머니하고 아버지. 아! 실망이 크실 텐데. 아버지는 몰라도 어머니는 엄청 설레시는 눈치였거든. 쯧! 어쩌지?”

이런 건 석강호도 당장 답이 없는 거다.

강찬은 인상을 찌푸렸는데 특별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

“아버님과 의논해 봐요. 그게 좋을지 몰라요.”

“그래야 되나? 우선 라노크 대사 만나보고.”

연속해서 한숨이 나왔는데 당장 답은 없었다.

서울로 향하는 차 안에서 전화를 했고, 라노크와 약속을 잡았다.

장소는 짐작했던 대로 대사관이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외부에서 만나는 것을 꺼리는 게 맞다.

석강호가 강찬을 대사관에 내려준 것은 오후 5시 30분쯤이었다.

“먼저 들어가라. 저녁 먹자고 하면 공연히 시간 늘어진다. 혹시 모르니까 병원에 들러서 가.”

“아까 샤워할 때 보고도 그러쇼?”

“자꾸 그러지 말고, 들렀다 집에 가.”

“알았소. 혹시 필요하면 바로 전화하쇼. 오늘은 집에 있을 거니까.”

“그래.”

강찬은 차의 지붕을 두들겨 주고 대사관으로 들어섰다.

입구에 있던 요원이 강찬을 보고 곧바로 집무실로 안내했다. 입구 안쪽이며 복도에 평소와 다르게 요원들이 빼곡히 서 있었다.

달칵.

“강찬 씨!”

라노크가 반갑게 다가와서 강찬을 안았다.

지난번에는 악수로 대신했었다.

라노크의 급하고 아쉬운 마음을 충분히 알 것 같았다.

전에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던 일들이다.

“앉읍시다.”

라노크가 탁자를 가리켰다.

그의 집무실에 있는 가구는, 중세 프랑스 것을 옮겨온 것처럼 화려하고 운치가 있으면서 편안했다.

한 마디로 소파보다 나았다.

강찬은 처음으로 유혜숙에게 이런 의자를 선물하고 싶었다.

차를 따라주고, 담배를 권한 라노크가 시가에 불을 붙였다.

“강입자 충돌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시가를 입에 든 라노크가 미리 준비했던 것처럼 서류를 건네주었다.

강찬이 꺼내보자 위치와 규모, 그리고 알지 못하는 복잡한 내용이 가득 담겨 있었다.

“본국이 주도해서 유럽 전체가 참여하다시피 했고, 러시아산 부품이 일부 들어갔습니다. 본국과 스위스의 경계 지역에 설치했는데 대부분이 본국인 프랑스에 있지요.”

대충 훑어본 서류를 내려놓은 강찬은 아예 라노크의 말에 집중했다.

“영국은 지층 충격기를 만들면서 프랑스가 주도한 강입자 충돌기 역시 그런 의도를 가진 것으로 판단하고 파괴하려는 것 같습니다. 스위스 마흐띠늬 꽁브(Martigny Combe) 지역 산악에 이미 대원들을 파견해 놓았습니다.”

“SAS인가요?”

“SBS입니다.”

강찬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SAS도 엄청난데 그중 정예를 고르고 골라서 만들어진 부대가 SBS다. 유럽뿐 아니라, 아프리카, 걸프전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특수 작전을 완벽하게 수행한 부대다.

“다른 작전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이번 작전은 꼬투리를 남기면 안 됩니다. 영국이 우리의 흔적을 확보하게 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문제를 키우려고 할 겁니다.”

강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사님. 강입자 충돌기? 그게 정말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건가요?”

“오해의 소지가 많습니다. 단적으로 말씀드리면 가능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프랑스 독자적으로 그렇게 변형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2만 명에 이르는 인력이 함께 만들어낸 프로젝트라 더 그렇습니다.”

이런 말에서 구렁이의 진심을 알기는 어렵다.

영국이 바보가 아니라면 이런 진실을 모르지는 않을 거다. 반대로 알면서 트집을 잡기 위해 공격을 하는 건지도 모르고.

강찬은 우선 라노크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SBS가 이미 도착해 있다면서요? 출발이 너무 늦는데요?“

“외인부대 특수팀의 소집이 하루 늦어졌습니다. 어디나 최고의 팀은 한 팀밖에 없으니까요. 지넨느나 통합특수전 사령부는 아무래도 산악 지역의 작전에는 불리하다는 평가였습니다.”

역할이 다르고, 사용하는 장비가 다르기 때문에 라노크의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그래도 이런 작전은 시간이 생명이다.

강찬은 이제야 라노크의 눈에 담긴 다급한 느낌을 알 수 있었다.

“스위스까지 12시간 이상 걸립니다.”

“13시간은 소요된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시옹 기지에서 헬리콥터로 이동해야 하고, 다시 도보로 산악지역을 거쳐야 합니다. 전부 합치면 쉬는 시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을 때 꼬박 20시간쯤 걸립니다.”

“그 안에 SBS가 움직이면요?”

라노크는 굳은 얼굴로 답을 하지 못했다.

“경계를 강화하거나, 스위스에서 직접 타격하는 것은 불가능한가요?

루드비히나 반트가 라노크와 막역한 사이인 것이 떠올라 던진 질문이었다.

“이 사실을 스위스에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 것은 지층 충격기와 블랙 헤드에 얽힌 비밀을 유럽 정보국에 밝히는 꼴이 됩니다. 언젠가는 알려지겠지만, 지금은 차라리 강입자충돌기를 포기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입니다.”

강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담배를 집어 들었다.

차동균 팀이 실전 경험만 있었다면, 다예루와 비슷한 실력이 다섯 명만 되었어도 바로 출발하겠다고 했을 거다.

개인적인 고마움 때문이 아니다.

정보전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이런 기회에 확실하게 대한민국 특수팀의 입지를 세우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게다가 지층 충격기의 제작 이유가 유라시아 철도의 대항마라면 더더욱 더.

강찬의 침묵을 이해하는지 라로크는 아무 말도 않고, 시가와 차를 마셨다.

이제 확인할 것은 두 가지가 남았다.

“외인부대 특수팀에서 동원하려던 인원이 전부 몇 명이었습니까?”

“2개 구대, 총 24명입니다.”

이 정도라면 작전의 규모가 상당해서 반드시 소문이 퍼진다. 게다가 아차 하면 전면전으로 발발할 소지도 컸다.

“대사님. 만약 제가 출발하겠다고 하면 바로 비행편을 준비해 주실 수 있나요?”

“오산에 대기 중입니다.”

기다렸다는 것처럼 답이 나왔다.

“강찬 씨. 저녁은 어떻게 할까요?”

돕고 싶었다.

그리고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대원들의 경험이 문제가 된다.

어떤 면에서는 실력보다 중요한 요소다.

“대사님. 몇 가지 확인해 볼 것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늦게 전화드려도 되겠습니까?”

“강찬 씨의 전화라면 언제고 상관없습니다. 특히 이번 작전과 관계된 일이라면 더더욱.”

“알겠습니다. 다른 말씀이 없으시면 먼저 일어날게요.”

강찬이 일어서자 라노크가 함께 몸을 세웠다.

“강찬 씨. 이번 작전 자체가 무리한 요구라는 것을 압니다. 그러니 여기서 더 무리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한번 진다고 해서 유럽의 모든 것을 잃지는 않지만, 강찬 씨를 잃으면 되찾을 방법이 없습니다.”

라노크의 이런 표정은 처음 봤다.

가면을 뒤집어쓸 수 있었겠지만, 강찬에게는 그러지 않기로 한 모양이었다.

대사관을 나온 강찬이 전화기를 들여다보았을 때는 오후 6시 30분이었다.

강찬은 우선 강대경의 번호를 찾아 눌렀다.

여행 때문만은 아니었다.

[“여보세요? 찬이니?”]

“예, 아버지. 어디세요?”

[“10분쯤 뒤에 끝나서 퇴근하려고 하지. 넌 서울에 온 거냐?”]

“예, 그런데 아버지. 저랑 저녁 드실 수 있으세요?”

[“엄마는?”]

“그냥 아버지와 먹었으면 싶어요. 의논 드리고 싶은 것도 있구요.”

잠시 틈이 있었다.

아마도 강대경이 상황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어디냐? 아빠는 10분이면 일 끝난다.”]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퇴근 시간이라 한 시간쯤 걸릴 거예요.”

[“알았다. 회사에서 기다리마. 엄마한테는 다른 약속으로 저녁 먹고 간다고 할 거다.”]

“예.”

강찬은 답을 하고 최종일을 불렀다.

곧바로 대사관 뒷골목에서 이두희가 운전하는 차가 나왔다.

“아버지 회사로 가줘.”

퇴근 시간이라 택시를 잡기 어려워서 부른 거다.

한국 팀만으로 이번 작전을 나가?

너무 욕심을 부리는 거라고 해도 대꾸할 말은 없었다.

하지만 어쭙잖은 경험 몇 개보다 확실히 실력을 쌓을 기회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실탄 훈련에서 보았던 대원들의 실력이 예사롭지 않은 것도 이번 판단에 한몫했다.

강찬이 말을 않고 창밖을 보고 있자, 분위기가 묘했다.

최종일이 슬쩍 시선을 주었다.

혹시나 프랑스에서 한국팀의 참여를 거절한 건 아닌지, 지난 수많은 작전 때처럼 최종 승인이 거부된 것은 아닌지 염려하는 눈빛이었다.

당장은 어떤 말도 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강대경의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아버지와 저녁 먹을 거야. 그쪽 경호 요원들이 있을 테니까 염려하지 말고 가서 저녁 먹어.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두자.”

“알았습니다.”

강찬은 차에서 내려 전화를 걸었고, 강대경이 바로 내려왔다.

“아버지!”

강찬의 인사를 강대경은 활짝 웃는 얼굴로 받았다.

“뭐 먹을래?”

“어머니도 없는데 간단한 거, 먹어요.”

“그래? 아빠는 모처럼 맛있는 거 사주려고 했는데?”

그러면서 강대경은 강찬의 등을 두드려주며 회사 옆의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럼 우리 간단하게 설렁탕 먹을까?”

“그게 좋겠어요.”

강찬은 강대경을 따라 회사 뒤편에 있는 설렁탕 집으로 들어갔다.

의지할 수 있는 아버지, 무언가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때 속을 보일 수 있는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이 무척 고맙고 감사했다.

물론 내막을 다 보이지는 못한다.

또 마음의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대한민국 정부에서 승인을 안 할 확률도 높다.

“이 집이 그래도 꽤 유명한 집이야.”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엄청나게 북적였다.

주문한 지 3분도 되지 않았는데 설렁탕이 왔다.

“무슨 일이냐?”

강대경은 설렁탕에 밥을 말아 넣으면서 고개도 들지 않았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그러니까 걱정 말고 고민하는 것이 뭔지 말해보라는 투였다.

“아버지. 원래 주말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시고 제주도에 갈 예정이었어요.”

강대경이 시선을 들고 강찬을 보았다.

“그런데 저는 일이 생겨서 못 갈 것 같아요. 어머니가 많이 기대하시는데 어떻게 할까요?”

“또 며칠 걸리는 일이냐?”

“예.”

강대경이 그제야 수저를 움직였다.

“먹어. 먹으면서 생각하자.”

강대경은 깍두기와 설렁탕을 입에 넣었다.

“음! 그럼 네가 아빠와 엄마에게 여행 선물을 해준 걸로 하자. 둘만 오붓하게 다녀오라고. 대신 엄마가 많이 서운해할 테니까 그다음 주에 하루쯤 근교에라도 다녀오자.”

“죄송해요.”

“난 더 좋은걸?”

강대경이 걱정 말라는 투로 웃어주었다.

“아버지.”

“또 있냐?”

강찬은 풀썩 웃음을 터트렸다.

“무리하지만 한 번에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나눠 할 여유도 없을뿐더러, 이만한 기회도 없어요.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실패하면 함께하는 사람들이 받아야 할 대가가 너무 커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함께 하는 사람들은 뭐라고 하는데?”

강찬은 차동균과 대원들의 눈빛과 얼굴을 떠올렸다.

“해보고 싶은 거 같아요.”

“결국, 네가 책임져야 하는 거구나?”

“예.”

강대경은 생각을 정리하는 것처럼 밥을 천천히 삼켰다.

“책임자는 힘겹지. 결정에 따른 결과를 모두 받아들여야 하니까. 아빠가 쉬프와 계약 끝내고 힘들었을 때를 생각해 보면 쉽지 않을까? 변수는 어떤 경우에라도 생긴다. 그걸 이겨낼 자신과 각오가 있다면 하는 거고, 그게 아니라면 포기해야지.”

강찬은 설렁탕을 입에 넣으며 강대경의 말을 듣고 었다.

“그 일에 성공하면 네게는 어떤 이익이 있니?”

“예?”

“설마 아무런 이득도 없는 일을 하려는 거였냐?”

강대경이 웃는 얼굴로 던진 질문이었다.

이득?

라노크에게 고마웠던 것을 갚는다는 게 가장 큰 이득이다. 그다음은 목숨을 걸고 달려들어서 한국팀에게 경험을 쌓아주는 것?

SBS를 깼다면 전 세계에 한국 특수팀의 위력을 자랑할 수는 있겠다.

설렁탕을 먹고 났다.

“아빠는 이대로 집으로 가마.”

“그냥요?”

“네 얼굴에 바빠요, 라고 다 쓰여있다. 걱정 말고 천천히 일 보고 들어와. 아빠는 주말까지 제주도 여행은 모른 척할 거다.”

“예.”

설렁탕 집을 나와 강대경이 차를 세워둔 곳까지 함께 걸었다.

“아빠 간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녀석이!”

강대경이 강찬의 어깨를 두들겨주었다.

차가 출발한 다음 강찬은  김형정의 번호를 눌렀다.

[“강찬 씨!”]

“몸은 좀 어떠세요?”

[“많이 좋아졌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김형정은 강찬의 음성이 평소와 다른 것을 알아차린 눈치였다.

“이번에 백업으로 작전 나간다는 말은 들으셨죠?”

[“알고 있습니다.”]

“팀장님. 우리 팀으로만 두 개 구대로 가고 싶습니다.”

[“예?”]

“바로 출발하기 위해 부탁드리는 겁니다. 내일모레 출발했다가 자칫하면 중간에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항공편은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수화기 건너편에서 커다란 숨소리가 먼저 들렸다.

“상대가 SBS입니다. 이번에 출발한 대원들 중 절반은 돌아오지 못할 겁니다.”

[“SBS요? 영국의 SBS?"]

"예.“

김형정은 아예 말을 잊은 모양이었다.

“경험을 쌓는 데는 최고의 조건입니다. 이겨내면 이 작전 한 번으로 작은 작전 10번 이상의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겁니다.”

[“강찬 씨가 지휘하는 겁니까?”]

“그럴 겁니다.”

[“결정되는 대로 출발하겠군요?”]

“예. 8명을 선발하라고 했으니까 12명이 더 필요합니다. 구대별로 저격수 2명이 있어야 하구요.”

길에서 이런 통화를 하리라고 짐작하는 사람들은 없을 거다.

[“알겠습니다. 원장님과 의논하고 전화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껏 이런 종류의 작전에 최종 승인이 난 적은 없습니다. 거기에 이번 작전은 프랑스의 일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겁니다.”]

전화를 끊은 강찬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음은 정했으나 정작 결정은 다른 사람들이 내린다.

기분이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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