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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죽음을 각오하고라도.
헬멧과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무전기까지 걸고 났을 때 부관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탄통을 들고 나왔다.
덜컥. 덜컥.
탄통이 바닥에 내려앉는 소리가 심장에 얹히는 느낌이었다.
철컥.
소총에서 탄창을 분리한 강찬이 먼저 탄알을 채워넣었다.
9밀리 탄알의 끝이 대검보다 날카로워 보였다.
철컥!
탄창을 꽂아넣은 강찬이 총구를 아래로 향하게 한 후, 다시 여분의 탄창에 탄알을 채워 넣었다.
석강호가 움직였고,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달려들어 탄알을 채웠다.
한겨울의 바람처럼 차디찬 긴장감이 막사 앞을 맴돌았다.
“권총 실탄도 주십시오.”
강찬의 요구에 최성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입을 열지는 않았지만, 그의 복잡한 심경이 눈빛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부관이 다시 탄통을 들고 나왔다.
철컥! 철컥!
강찬이 노리쇠를 당겨 탄알을 장전하는 순간이다.
손만 뻗으면 뚝 하고 끊어질 것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사방에 가득했다.
부르릉!
화이트크로스를 새긴 군용 구급차가 연달아 들어왔다.
와다닥!
앞문과 뒷문에서 군의관과 위생병, 간호 장교까지 당황한 얼굴로 차에서 내렸다.
군의관이 빠르게 달려 나와 최성곤에게 경례했다.
“실탄 훈련이다.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으니 대기해라.”
“예에?”
“막사 안에 치료 시설을 갖춰!”
야전에서 잔뼈가 굵은 최성곤의 눈빛에 군의관이 서둘러 움직였다.
준비는 끝났다.
강찬은 막사 앞의 계단으로 올라갔다.
“연사는 없다. 무조건 1점사로 바꾼다. 부상자가 나오면 발사한 대원이 부축해서 막사로 복귀한다. 1조!”
8명이 빠르게 강찬의 앞으로 나왔다.
차동균이 가장 앞에 있었다.
“2조!”
이번에는 11명이 빠르게 달려 나왔다.
“1조는 내가 지휘하고, 2조는 석강호가 지휘한다.”
2조 대원들이 빠르게 석강호를 확인했다.
“나머지 대원들이 점령군이다. 김태진 대표님과 서상현 이사의 지휘를 받도록! 1조와 2조의 목표는!”
강찬이 대원들을 먼저 차례로 둘러본 다음 입을 열었다.
“점령군 전원 사살이다.”
김태진이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점령군이 먼저 출발! 1조와 2조는 20분 뒤에 출발한다. 질문?”
“건물에 숨어도 되나?”
김태진이 바로 입을 열었다.
“당연합니다.”
“시간이 많이 걸릴 텐데?”
“대원들의 능력을 보는 훈련입니다. 12명이 남을 때까지 진행하겠습니다. 끝까지 한발도 발사하지 못한 대원은 무조건 탈락입니다.”
최성곤이 혼잣말처럼 뱉은 “미치겠군.”하는 말을 뱉고는 빠르게 눈치를 살폈다.
“점령군 출발하십시오.”
오전 8시 근처였다.
무전기 주파수를 확인한 김태진과 점령군이 트럭과 지프를 타고 출발했다.
대원들보다 최성곤, 그리고 그보다 부관과 군의관이 더 긴장한 얼굴이었다.
***
“여기 선임이 누군가?”
“곽철호 중위입니다. 제가 이곳의 선임입니다.”
차에서 내려 모형도시에 들어선 김태진의 질문에 곽철호가 답을 했다.
“그럼 이제부터 자네가 지휘해.”
“그래도 되겠습니까?”
“실전이다. 누구든 죽을 수 있는 실전! 감이 떨어진 나보다 자네 같은 현역이 지휘하는 게 맞다. 이왕 시작한 작전이라면 이기고 보자.”
곽철호가 의아한 눈으로 김태진을 보았다.
오래전에 전역한 비무장 지대의 전설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곽 중위.”
“말씀하십시오.”
“자네들이 경험을 쌓는데 도움이 된다면 난 기쁘게 죽겠다.”
“알겠습니다.”
곽철호가 이를 꽉 깨물고 뒤로 돌아섰다.
“들었나!”
“예!”
“누가 죽든 한번 해 보자! 갓 오브 블랙필드에게! 여기 계신 우리의 전설에게! 대한민국 특수팀의 능력을 보인다. 우리의 구호!”
“나의 피로 국가를 지킬 수 있다면! 나는 행복하다!”
“좋아! 세 팀으로 나눈다. 장광직!”
“소위 장광직!”
“3층 건물을 점거하고 진입과 동시에 적을 사살한다!”
장광직이 뒤로 돌아서 10명을 호출한 뒤 빠르게 달려나갔다.
“하정국!”
“중사 하정국!”
“뒤편에 보이는 건물로 들어가서 엄호한다!”
“알겠습니다!”
하정국이 또다시 10명을 데리고 앞에 보이는 2층 건물로 달려 올라갔다.
지휘를 마친 곽철호가 김태진을 돌아보았다.
“선배님! 저쪽의 건물을 거점으로 삼겠습니다.”
“자네가 지휘관이라니까!”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두 분이 대원 둘과 이곳 옥상을 맡아 주십시오.”
“알았다. 가자!”
김태진과 서상현이 대원 둘과 달려나갔다.
“정말 이걸 하실 생각입니까?”
계단을 뛰어 올라가며 서상현이 던진 질문이었다.
“곽철호 중위가 우릴 옥상에 따로 뺀 이유는 알겠지?”
“빠져 있으란 뜻 아닙니까?”
콰당!
옥탑방처럼 불쑥 올라있는 옥상의 문을 거칠게 연 김태진이 진입로가 보이는 벽에 등을 기대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렇게 긴장되는 게 얼마 만인지도 모르겠군.”
“미친 짓입니다.”
김태진도 같은 생각인 것처럼 실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생각을 할 줄 정말 몰랐다. 실탄을 이용한 훈련이라니.”
“미친 짓이라니까요. 팔다리에 총탄을 잘못 맞으면 퇴역해야 하는 데다 아차 하면 얼굴을 뚫립니다.”
김태진은 서상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아까 대원들 얼굴 봤지?”
“완전히 전쟁터 나가는 얼굴이던데요?”
“그래! 강찬이 노린 게 아마 그런 걸 거다. 총알이 얼굴에 박히면 강찬도 죽어. 그런 걸 몰라서 이런 훈련을 하겠냐? 난 지금 눈물이 날 만큼 고맙다.”
“아까 우셨습니다.”
김태진이 멋쩍게 웃을 때였다.
위이잉. 위이잉. 위이잉.
훈련을 알리는 사이렌이 모형도시에 울려 나왔다.
“미치겠네, 정말!”
“후우. 죽여주는군.”
김태진이 자신의 헬멧을 세차게 때렸다.
***
[“뭐? 실탄훈련?”]
“예. 군의관까지 모두 준비했지만,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최성곤은 허리띠에 왼손을 걸치고 막사 앞에 있었다.
“이 훈련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제가 옷을 벗겠습니다. 대신 부상당하거나 혹시라도 잘못되는 대원들이 나오면 국가가 외면하지 않게 도와주십시오.”
[“알았다. 국가 정보원 원장과 통화해서 반드시 그렇게 하마.”]
“고맙습니다, 실장님.”
[“상황은?”]
“지금 막 출발했습니다.”
[“분위기는?”]
“실전을 방불케 합니다. 대원들의 눈빛을 보고 나자 말릴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가르친 놈들이다. 믿자. 믿어 보자.”]
“이렇게까지 하고 선제공격 못 하면 제가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알았다.”]
전대극의 답을 끝으로 통화가 끝났다.
최성곤이 왼손을 들어 거칠게 얼굴을 쓸었다.
***
100m를 걸어서 가는데 5분가량이 소요됐다.
산길을 돌면 모형도시가 나오는 장소다.
“차동균. 산을 타고 넘어서 증권사 뒤편으로 진입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지?”
차동균이 놀란 얼굴로 강찬을 보고는 바로 입을 열었다.
“훈련 코스가 따로 있으니까 대략 20분이면 됩니다.”
강찬이 석강호를 보았다.
“내가 뒤로 돌아간다. 이곳에서 대기하다가 모형도시로 진입할 시간에 작전 시작해.”
“알았소.”
강찬이 눈짓을 하자 차동균이 산을 향해 움직였다.
“경계 두 명 세우고 나머지는 휴식.”
석강호의 말을 끝으로 강찬도 산으로 들어섰다.
왼편은 오르막, 오른쪽 아래로 드문드문 모형도시가 보였다.
경계자세는 훌륭했다.
달릴 때 짐작했던 대로 엄청난 훈련량을 통해 몸에 익은 자세였다.
15분쯤 걷자 실제로 모형도시로 진입하는 진입로가 보였다.
“정지.”
강찬의 말에 차동균이 빠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좌우를 빠르게 돌아본 강찬은 검지와 중지를 입에 세운 다음, 대원들 하나씩의 자리를 지정해주었다.
소리 내지 말라는 의미는 알아들었다.
대원들이 빠르고 조용하게 위치를 잡았다.
강찬은 날카롭게 진입로를 살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누군가가 매복해 있을 확률이 높았다.
바로 내려갈 구석을 살핀 강찬은 차동균을 손짓으로 불렀다.
“앞에 매복이 있을 확률이 높아. 이대로 산에서 내려간다.”
“알았습니다.”
속삭이듯 답을 한 차동균의 답이다.
강찬은 곧바로 나무를 의지해 산을 내려갔다.
부스럭. 부스럭.
무성한 풀과 쌓인 낙엽들 때문에 더 이상 소리를 죽일 방법은 없었다.
거리는 20m쯤 됐다.
모형도시의 외곽 도로에 잠입한 강찬은 검지들 들어 앞을 가리켰다.
대원들이 한 명씩 조심스럽게 아래로 내려왔다.
***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대기해!”
곽철호가 이를 꽉 깨물었다.
거짓말처럼 손에 땀이 찼다.
‘이런 걸 말한 건가?’
대원들 얼굴에도 분명하게 긴장감이 묻어 있었다.
곽철호는 입구를 노려볼 때였다.
푸슝! 푸슝!
“억!”
두 발의 총소리와 동시에 비명이 터져 나왔다!
본능적으로 고개가 홱 돌아갔다.
실탄이다!
어떤 미친놈이!
대원의 놀란 얼굴을 보며 곽철호는 이를 더 꽉 깨물었다.
***
“시작했나 봅니다!”
서상현의 다급한 속삭임에 김태진은 벽에 기댔던 자세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그때였다.
푸슝! 파악!
그가 의지했던 옥상의 담벼락이 총을 맞고 커다랗게 파였다.
와락!
김태진은 급하게 몸을 처박았다.
“하아! 미치겠네!”
서상현이 김태진의 속마음을 대신 표현했다.
***
차동균은 얼이 나갈 지경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원들은 물론이고, 어제 충분히 경험했던 최종일까지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점령군의 경계병 둘을 발견한 순간.
강찬은 달려나가면서 총을 쏘았다.
방탄복을 입었다.
그런데도 경계병 둘은 누군가 뒷덜미를 잡아챈 것처럼 뒤로 자빠졌다.
목이나 사타구니, 허벅지에 맞으면 어쩌려고!
달려나가면서 쐈다.
저렇게 자신 있다는 건가?
차동균이 빠르게 최종일을 보았다.
실탄 훈련!
차동균은 처음으로 손가락이 떨렸다.
적이라면, 정말 적이라면 이렇게 떨리지 않을 거다.
***
석강호가 잡아먹을 것처럼 대원들을 노려보았다.
“너하고 넌 돌아가!”
엄호 사격을 안 한 대원과 달려나가기로 했던 대원을 향해 석강호가 으르렁거렸다.
“한 번 더 기회를 주십시오!”
“돌아가, 이 개새끼들아! 너희 같은 새끼 때문에 나머지가 정말 죽을 수도 있어!”
“다시는 물러나지 않겠습니다. 기회를 주십시오!”
석강호가 이를 꽉 깨물고 대원을 노려보았다.
“대장이 뭐가 아쉬워서 이런 개 같은 훈련을 하는지 잘 생각해 봐! 어떤 사람도 얼굴에 총알이 박히면 죽는 훈련이다! 이런 걸 해서 대장과 내게 손톱만큼이라도 득이 될 게 있을 것 같나? 지금부터 명령에 따르지 않는 놈은 누구든 그 자리에서 돌려보낸다.”
대원들이 이를 악물었다.
“거점 확인해!”
용서를 빌었던 대원이 목표를 확인한 순간이었다.
“엄호!”
석강호가 불쑥 몸을 내밀고 건물의 옥상을 겨눴다.
푸슝! 푸슝! 푸슝! 푸슝!
와다닥!
***
퍽! 퍽! 퍽! 퍽!
옥상이 비명을 지르며 시멘트 가루를 뿜어냈다.
“아하하하!”
서상현이 뱉어낸 처절한 웃음이었다.
김태진은 다른 두 명의 대원을 보았다.
“응사한다.”
대원들의 얼굴에 담긴 팽팽한 긴장감을 보며 김태진은 이 훈련의 의미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와락!
푸슝! 푸슝! 푸슝!
털썩.
반사적으로 총을 쏜 김태진이 담벼락 아래로 몸을 숨겼다.
목표?
그냥 산에다 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대원들을 일깨워야 한다.
총탄에 이마가 뚫릴 수도 있고, 목이 터질 수도 있다.
‘용기를 내라. 우리가 못나서 너희를 이렇게 만들었다.’
와락!
푸슝! 푸슝! 퍽! 퍽!
두 발을 쐈을 때 담벼락에 총알이 박혔다.
“헉헉!
김태진은 가쁜 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눈 끝으로 웃었다.
대원 둘의 얼굴에 담긴 각오를 보았다.
‘고맙다. 이렇게라도 성장해다오.’
김태진은 문득 강찬의 얼굴이 떠올렸다.
어쩌면 평생 간직했던 바람이 이루어질지 모른다.
***
푸슝!
“어억!”, 털썩.
강찬의 손짓에 최종일이 달려가 그의 곁에 붙었다.
마른 침이 꿀꺽 넘어갔다.
뒤에서 잡아챈 것처럼 날아간 대원은 아직 일어나지 못했다.
그 와중에 강찬은 손짓으로 대원들을 이끌고 있었다.
아직 강찬을 제외하고 누구도 총을 쏘지 못했다.
이러면 의미가 없는 건데?
순간, 최종일은 등골이 서늘했다.
한 발도 못 쏜 대원은 무조건 탈락이다.
최종일은 김형정, 김태진, 그리고 전대극의 좌절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봤다.
작전을 준비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어서 울분을 터트린 것만 세 번이 넘는다.
‘간다! 나는 갈 거다!’
강찬이 노리는 곳이 어딘지 안다.
철컥!
무언가 움직이는 것을 본 최종일이 재빨리 소총을 겨눴다.
푸슝! 퍼억!
“끄아!”, 털썩.
“헉헉!”
그러나 실제로 총을 쏜 것은 강찬이었다.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겁이 났다.
피식.
강찬이 최종일을 보며 보인 웃음이었다.
‘이 정도 실력이었나?’
최종일은 견딜 수 없이 자존심이 상했다.
“보내주십시오.”
말을 하지 말라고 했지만, 견딜 수가 없었다.
총을 맞는 것보다 아군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게 겁이 난 거 맞다.
하지만 강찬처럼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방탄복은 맞춰야 했다.
강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거점을 지시했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세워 숫자를 셌다.
하나, 둘! 푸슝! 푸슝!
와다닥. 피융! 퍽!
최종일이 목표했던 거점을 향해 뛰는 동안, 엄호 사격이 있었고, 점령군의 대응 사격도 있었다.
저쪽에서도 드디어 방아쇠를 당긴 사람이 생겼다.
최종일은 차라리 마음이 편해졌다.
차동균이 강찬에게 자신을 내보내 달라는 뜻을 전하는 것이 보였다.
‘흐흐흐흐.’
이상하게 웃음이 나왔다.
***
푸슝! 퍼억!
“끄아아!”
석강호가 이끄는 2조 대원 하나가 허벅지를 감싸며 바닥에 엎어졌다.
그가 쓰러진 주변의 흙이 삽시간에 붉게 물들었다.
치잇. “지금 사격한 대원은 빨리 부상자 후송하도록!”
치잇. “알았다. 내려간다.”
석강호의 무전에 김태진이 대답했다.
이 무전은 전 대원이 다 듣는다.
***
“이런, 이 씨-!”
무전을 듣던 최성곤이 탁자를 내리치며 욕을 꿀꺽 삼켰다.
유리 재떨이가 벌써 반쯤 찰 만큼 담배를 물고 있던 참이다.
“후송차는?”
“군의관이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어디를 맞았는지 모른다.
얼마나 다쳤는지도 모른다.
“염병할!”
친자식을 제대로 돌볼 시간이 없을 만큼, 새끼처럼 끼고 돌던 놈들이다.
너희가 이 나라를 지탱하는 힘이라고!
세계 어디를 내놓아도 절대 빠지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믿었고, 그렇게 말해 버릇했었다.
최성곤은 답답한 가슴을 누르지 못하고 막사를 나섰다.
‘견뎌라! 너희가 대한민국 특수팀의 역사를 새로 쓰는 거다.’
거친 엔진 소리가 다가오며, 산길에서 먼지가 피어올랐다.
“얼마나 다친 거야!”
최성곤은 멀리 보이는 화이트크로스 차량을 향해 악을 썼다.
***
푸슝! 푸슝! 푸슝!
2조 대원들은 완전히 눈이 돌아간 것처럼 보였다.
동료가 동료의 총에 맞은 건데 마치 적군의 총에 쓰러진 것처럼 악착스럽게 총을 쏘아대고 있었다.
와다닥!
긴장해서 딱딱하게 굳었던 몸도 풀렸다.
털썩!
달려나간 대원이 그대로 엎어지며 소총을 겨눈다.
히죽!
석강호는 만족한 표정으로 대원을 보았다.
***
건물 안에 점령군이 있다.
인원은 알기 어려웠지만, 1조는 완벽하게 건물 정문을 막아서고 있었다.
강찬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위치를 가리켰다.
포위할 계획인 것을 대원들 모두 알았다.
푸슝! 푸슝!
피이잉! 피잉! 파악! 팍!
완벽한 시가전이었다.
몸을 숨긴 벽이 부서지며 시멘트 가루가 허공에 피어났다.
무전으로 모두 들었다.
건물 입구에서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순간이었다.
푸슝! 터엉!
입구 대원의 고개가 뒤로 홱 젖혀지며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이 사람은 사람이 아니야.’
차동균은 자신의 생각이 어디가 틀렸는지도 몰랐다.
입구 안쪽은 어두워서 형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강찬은 헬멧을 맞췄다.
거리는 20m.
훈련이고, 시간을 준다면 차동균도 맞출 자신이 있다.
그런데 자리를 지시하다가 말고 불쑥 일어나 쐈다.
피융! 피융! 피융! 피융!
건물 안에서 악에 받친 것처럼 총을 쏴대고 있었다.
어떡할래?
강찬의 눈이 묻고 있었다.
‘할 겁니다. 해낼 겁니다.’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저런 실력이 실전에서 나온다면!
대원의 절반이 죽어 나갈 정도로 처절한 작전과 전투에서 나오는 거라면 죽음을 각오하고라도 배울 거다!
씨익.
강찬이 처음으로 보여준 미소였다.
차동균은 강찬이 가리킨 지점을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