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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오브블랙필드-134화 (13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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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 가야지.

모처럼 국밥집에서 저녁을 먹은 강찬은 곧바로 집으로 가기 어려웠다. 폭탄주를 많이 마신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술 냄새가 안 나는 것도 아니었다.

강찬은 전화기를 들어 어플을 눌렀다.

[“최종일입니다.”]

“뭐하냐? 커피나 한잔 하자.”

웃음을 참으려다가 터트린 콧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 그거야 뭐?

1분도 되지 않아서 이두희가 운전하는 승용차가 호텔 앞으로 나타났다.

“저녁은 먹었어?”

“비빔밥 먹었습니다.”

“사거리 커피 전문점 알지? 그리 가자.”

최종일의 눈짓에 차가 바로 출발했다.

강찬은 창밖을 보았다.

요원으로 하는 싸움, 데뷔?

다 좋다.

하지만 그런 싸움이 동반할 희생을 먼저 생각하면 섣불리 결정하기 어려웠다.

명령에 따르면 그만인 아프리카와 달리, 지금 시작하려는 싸움은 결정하고 직접 명령을 내려야 한다.

주변 사람들을 제대로 지키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으로 다른 누군가를 희생하게 해도 되는 걸까?

“후우!”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에 차가 멈춰 섰다.

“커피 드실 겁니까?”

“응. 연하게. 뭐해? 다들 내려.”

운전석 문을 닫지 않고 있던 이두희까지 테라스로 자리를 옮겼다.

우희승이 커피를 가져왔고, 넷이서 편안하게 담배를 물었다.

“최종일.”

담배에 불을 붙인 강찬이 최종일을 부르자 셋의 시선이 동시에 몰려들었다.

“제대로 한번 해볼까 하는데, 생각해 보니까 거의 게릴라전 수준이겠어.”

“적국에 침투할 생각이십니까?”

강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치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이런 남자들 앞에서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게 가능합니까?”

“프랑스에서 지원해 줄 거다. 비행기, 무기, 입국 경로, 심지어 작전에 필요한 병력과 정보까지. 그래서 죽으면 그냥 개죽음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예 승인을 받지 못하는 작전이니까.”

히죽.

최종일이 석강호처럼 웃었다.

“양진우 집에서 싸울 때부터 저희 셋은 계속 이런 상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강대국의 정보국처럼 작전 나가는 상상 말입니다. 한 조각의 정보를 얻으려고 죽는 것 말고 우리 요원을 건드린 것에 당당하게 응징을 가하는 일을 미친 듯이 하고 싶었습니다. 찢겨 죽어도 좋고, 시체를 못 찾아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너무 거창하잖아?”

“대한민국의!”

목소리가 컸다고 생각했는지 최종일이 잠시 호흡을 골랐다.

“국가정보원의 힘을 보일 수 있고, 다른 나라가 대한민국을 만만하게 생각하지 못하게 할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하겠습니다.”

강찬이 고개를 돌린 곳에서 우희승과 이두희도 시선을 피하지 않고 있었다.

웃음이 나왔다.

빌어먹을 세상에서 이런 남자들은 오래 살지 못한다.

온갖 궂은일을 하다가 공항에 시체로 돌아오는 거다.

그 영광을 허상수나 양진우 같은 새끼들이 양손에 거머쥐고 거들먹거린다.

“너희 다 특수훈련은 받은 거지?”

“저희는 UDT까지 전부 거쳤습니다.”

“알았어.”

최종일이 상기된 눈빛으로 커피를 마셨다.

“훈련 일정을 짜자. 테스트해보고 능력이 안 되면 그건 할 수 없는 거다.”

최종일이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침투조하고 방어조로 나눠서 훈련하고 싶은데 이런 건 누구한테 부탁하는 게 빠르지?”

“전 실장님이 가장 확실할 겁니다.”

최종일은 아예 지금 달려가자는 투였다.

“그래? 그럼 전화를 해볼까?”

강찬은 전화기를 꺼내 번호를 찾았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신호가 세 번쯤 울린 다음이다.

[“여보세요?”]

걸걸한 전대극의 음성이 들렸다.

“실장님. 강찬입니다.”

[“어? 강찬? 야! 이 사람이! 사람이 이렇게 죽어가는데 문병도 안 와?”]

강찬이 웃음을 터트리자 전대극도 비슷하게 웃었다.

[“자넨 괜찮은 거지?”]

“예.”

이 양반은 천성 군인으로 태어난 사람이다.

질문에 담긴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그렇다.

[“왔다 가라.”]

“지금이요?”

[“왜?”]

“알았습니다.”

전화를 끊자 웃음이 먼저 나왔다.

“지금 오라시는데?”

“가실 겁니까?”

“가야지.”

최종일이 가장 먼저 몸을 일으켰다.

***

특실이라고 해서 별다른 것은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붕대를 감은 채로 침대에 기대 있던 전대극이 시원하게 웃었다.

하마터면 거수경례를 할 뻔했다.

전대극은 그런 느낌이었다.

“저녁은?”

“먹었습니다.”

강찬이 침대 앞에 앉았을 때 최종일과 나머지 두 사람은 뒤를 받치고 서 있었다.

전대극이 세 사람을 슬쩍 보았다.

“너희는 왜 뒤에서 겁을 줘? 꼴 봐 하니까 강찬이한테 홀딱 빠졌구나?”

“목숨 걸었습니다.”

전대극이 피식 웃고는 강찬을 보았다.

“어떻게 했길래 쟤들이 저래?”

여기까지 와서 딴소리할 거 뭐 있겠나?

강찬은 아예 결심을 굳혔다.

“이제부터 우리나라에서 도발했던 적국에 보복전을 시작할 생각입니다.”

전대극이 숨을 커다랗게 들이마셨다.

“실패했을 때의 경우는 생각해 본 거냐?”

“예. 그렇지만 이렇게 두들겨 맞기만 하고서는 유라시아철도를 제대로 연결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요원들과 대원들의 희생으로 겨우 막는 꼴도 더는 못 보겠습니다.”

전대극이 이를 꽉 깨물었다.

“우리나라는 너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다.”

“이동에 필요한 비행기와 정보, 무기, 필요하다면 병력까지 프랑스에서 지원받기로 했습니다.”

전대극이 마른 침을 삼킨 다음, 강찬과 뒤에 서 있는 세 사람을 보았다.

“내가 도와줄 일은?”

“침투조와 방어조로 훈련을 하고 싶습니다.”

“1공수와 3공수에 시설이 있다. 비무장지대 침투조까지는 동원해 주마.”

“고맙습니다.”

왜 그런지, 전대극의 눈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몽골 작전을 지휘한 게 갓 오브 블랙필드 맞나?”

눈이 마주친 상태에서 건너온 질문이었다.

“예.”

강찬은 고개까지 끄덕이며 답을 했다.

“강찬.”

전대극은 손을 뻗어 강찬의 손을 잡았다.

“나는 다섯 번인가 작전을 준비하다가 포기했었다. 미국이 나서서 압력을 넣었고, 중국의 눈치를 봐야 했다. 유럽에서도 우리 국가정보원의 요원들은 1년에 열 명 이상이 희생된다.”

전대극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 같은 인물이 나오길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프랑스의 정보총국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물, 러시아의 정보국 수장이 만나기 위해서 직접 찾아오는 인물, 무엇보다!”

말을 하다가 감정이 솟구치는 모양이었다.

“작전 중에 희생된 대원들의 시신을 찾아올 수 있는 인물! 오늘이 내 평생에서 두 번째로 기쁜 날이다.”

“첫 번째는 뭡니까?”

“그거야, 대한민국의 군인이 된 날이지.”

강찬과 전대극이 동시에 풀썩 웃었다.

“젠장! 이런 날은 술을 한잔 해줘야 하는데. 야! 너 나가서 소주 다섯 병만 사와.”

최종일은 못 들은 사람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야, 이 시키야! 감동 깨지 말고 빨리 다녀와.”

“오늘은 참으시죠.”

“안 돼!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진정시켜야 하는 거다.”

“그러지 마세요. 대신 빨리 일어나셔서 작전을 지휘해 주세요. 국내에서 총괄 지휘를 해주실 분이 있어야 마음 놓고 설치고 오죠.”

“그래?”

정말 이런 사람은 그냥 야전에 있어야 맞다.

“훈련을 언제부터 할래?”

“내일 인원 모아보고, 수요일부터 하면 맞을 것 같습니다.”

“알았다. 내가 1공수, 3공수와 적당한 장소를 조율하고 비무장지대 특수팀 동원시켜 놓지. 그런데.”

전대극이 주변을 둘러보고 목소리를 낮췄다.

“첫 번째 목표는 어디냐?”

“중국이나 영국, 둘 중의 하나입니다.”

“으하하하, 어!”

웃음을 터트리던 전대극이 옆구리를 감은 붕대를 감싸며 인상을 찌푸렸다.

“개새끼들! 항상 우릴 얕보더니!”

“괜찮으세요?”

“이런 거 아무렇지도 않아.”

전대극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찬.”

“예.”

“고맙다.”

“전 제 주변 사람 지키려고 시작한 겁니다. 너무 그러시니까 오히려 부끄럽습니다.”

“그런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지금껏 우리는 너무 많이 눈치를 봤어. 지켜주지 못했음에도 원망하지 않고 임무를 위해 죽어간 요원들을 너무 많았지. 정말 아깝고, 좋은 놈들이 많았는데. 그 새끼들이 마지막에 기쁘게 죽겠다며 나서는 걸 너무 많이 봤어! 후우!”

감정이 불쑥불쑥 뛰어다니는 모습이었는데 발표 회장에서의 냉철한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작전에 나선 이후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혹시 유라시아철도 설립 위원장을 맡기면 그냥 못 이기는 척하고 맡아라.”

봐라.

전대극은 벌써 제정신을 차린 얼굴이었다.

“직책을 가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얼굴을 가지는 건 나중에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너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해주기 위해서도 해야 할 일이다.”

“생각해 볼게요.”

“제발 나보다 위로 가라. 그리고 대통령보다 위로 가. 대한민국의 누군가가 다른 나라에서 위험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네가 되게 해. 요원들이 죽어가면서 네가 있는 걸 기억하며 웃을 수 있게 해다오. 나도 최선을 다하마.”

너무 나가고 있었지만, 여기서 다른 말을 하기는 어려웠다.

미친 사람처럼 웃음을 터트렸다가 상처를 두 번이나 감싼 후에야 전대극의 병실을 나섰다.

벌써 밤 11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 강찬은 유리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을 보았다.

지금부터다.

전 세계 정보국이 ‘갓 오브 블랙필드’를 인정하게 만들어주마. 내 주변을 건드리면 반드시 죽음을 부르는 신이 나타나는 거다.

유치하다고?

죽은 다음에도 그런 소릴 지껄이는지 보자.

***

월요일 아침부터 전대극의 전화로 하루를 시작했다.

증평 쪽에 1급 훈련지를 마련했다는 말과 함께 강찬이 정한 날짜에 맞춰 비무장지대 특수군과 3공수, 그리고 606 대원들을 준비시켜 주겠다는 답이었다.

진행은 죽인다.

그런데 문제는 석강호의 상태다.

강찬은 석강호를 불러서 미사리의 카페로 향했다.

“몸 상태는 어떠냐?”

“이상하게 상처가 자꾸 벌어지우.”

석강호는 짜증이 나는 얼굴이었다.

“어제 라노크 만났잖냐.”

강찬은 어제 있었던 일을 설명했고, 앞으로 계획도 알려주었다.

“푸흐흐. 그러니까 우리가 작전을 나간다는 말 아니오?”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표정으로 석강호가 웃었다.

“테스트해서 안 되는 놈은 빼고 갈 거다.”

“그거야 당연한 일 아니오?”

“구대로 짤 거니까 최대 12명인데 저격수를 제대로 구하는 게 관건이야. 이번 훈련에서 너도 저격수 둘 챙겨.”

말을 마친 강찬이 멀리 있는 강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왜 그러쇼?”

“몰라. 기분이 계속 찜찜한데 뭔지 모르겠어.”

석강호는 이런 말을 허투루 듣지 않는다.

“부모님은 염려 없을 거 아니오?”

“응. 그렇지 않아도 최종일한테 수시로 확인하라고 알려뒀다.”

“누가 있지? 설마 스미든을 또 납치할까요?”

“병원에 있더라구. 일부러 잡아두라고 했고, 퇴원해도 지금 경호하는 요원들이 챙겨주기로 했다.”

“라노크 대사는요?”

“그러게. 사실 헤어질 때 기분이 별로여서 자꾸 걸린다. 눈빛도 좀 이상했고. 뭔가 있는데 숨기는 것 같은 느낌 있잖냐.”

“큰일이네. 혹시 미쉘이란 아가씨나 미영이를 노리는 거 아니오?”

“모르겠다. 하여간 오늘부터 좀 챙겨볼 참이다. 지난번에 미영인 경호 들어간다고 했거든. 아후! 이럴 때마다 숨 막힌다. 뭔질 알아야 달려가든가 할 거 아니냐?”

석강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모습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보았고, 그만큼 이해할 수 있었다.

“훈련은 수요일부터 할 생각이다. 606대원들과 비무장 특수군 위주로 짜자. 네가 한 팀. 내가 한 팀. 이렇게 하고 방어군은 3공수에서 하기로 하고.”

“알았소.”

작전 지시 때 말이 통하는 게 정말 좋았다.

“넌 후회 않는 거지?”

“왜 이러쇼? 이제 정말 사는 맛이 콱 나우. 대장. 나 행복하우. 푸흐흐흐.”

강찬은 그만 풀썩 웃고 말았다.

눈에 살기를 담뿍 담고 히죽거리는 놈이 행복이란 말을 하는 것이 어딘가 애처로워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이런 동료가 있는 게 어딘가?

미사리에서 점심을 먹은 후, 석강호와 함께 삼성동의 김형정 사무실로 향했다.

전대극이 이미 충분히 설명해 놓아서 다른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김형정은 부상이 아직 제대로 낫지 못한 걸 무척이나 억울해 했다.

인원은 강찬이 인솔하는 11명이 1조, 석강호 포함 12명이 2조.

신청자 명단이 있어서 강찬과 석강호가 각자 팀을 골랐는데 강찬은 최종일과 우희승, 이두희를 포함시켰다.

“강찬 씨. 원장님이 개인적으로 전해달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준비를 모두 마쳤을 때 링거를 팔에 꽂은 채로 탁자에 앉아 있던 김형정이 강찬을 바라보았다.

“혹시 정말 위급한 순간이 오면, 원장님을 핑계대시랍니다. 국가정보원 원장이 개인적으로 지시한 일로 처리해 달라고.”

이런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나마 유라시아철도가 연결된 걸 거다.

“알겠습니다.”

대답하는 강찬이나, 답을 들은 김형정이나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다.

하루가 바쁘게 지나갔다.

아파트에 돌아왔을 때는 오후 6시가 채 안 된 시간이었다.

월화 드라마를 하고 있어서 강찬은 일찍 집에 들어갔다.

찜찜한 기분이 풀리지 않는 게 걸렸지만, 딱히 어쩔 방법은 없었다.

아직 강대경과 유혜숙은 퇴근하기 전이었다.

옷을 갈아입고, 간단하게 씻고 나왔을 때 현관문이 열리며 두 사람이 들어섰다.

“다녀오셨어요?”

“일찍 왔네?”

“예. 피곤하시죠?”

“아들 보니까 피곤이 싹 풀렸어.”

실제로도 유혜숙은 강찬이 집에 있는 것이 기쁜 얼굴이었다.

강대경과 유혜숙도 옷을 갈아입었고, 세 사람이 나서서 저녁을 준비했다.

국과 냉장고에서 꺼낸 반찬, 그리고 김을 꺼내 먹는 식사였다.

“수요일부터 증평에서 며칠 있을지 몰라요.”

“증평? 증평에는 왜?”

강대경이 강찬의 말을 받았다.

“정부 직원들하고 하는 워크샵 같은 거래요. 함께 일할지 모를 사람들하고 얼굴도 보고, 할 일도 점검하려구요.”

“일하기로 한 거니?”

“예.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볼 생각이에요.”

“나쁘지 않구나.”

강대경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걱정하는 유혜숙을 달래가며 저녁식사를 마쳤다.

설거지는 강대경이 했고, 강찬은 차를 준비했다.

“오늘 드라마 하지?”

물기를 주방 수건에 닦으며 강대경이 거실로 나왔다.

이런 모습은 낯설다.

원래부터 TV를 잘 보지 않은 것도 있고, 남자가 드라마를 챙기는 모습도 그렇고.

셋이 앉아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은소연의 역할이 정말 좋았다.

역경을 이겨내며 꿋꿋한 모습을 보이는 게 절로 마음에 들었다.

“어머! 쟤가 정말 나오네?”

드라마 중간에 유혜숙 친구의 딸이 나왔다.

강찬이 보기에도 역시 주연급은 아니었는데 어색하지 않게 잘 지나간 느낌이었다.

드라마가 끝나기도 전에 유혜숙의 전화기가 울려댔다.

“봤어. 정말 예쁘게 나오더라. 고맙기는! 그래, 얘.”

당사자 외에도 몇 명의 전화를 더 있었다.

유혜숙은 행복한 모습이었다.

이런 행복을 지켜주겠다는 생각을 할 때 드라마가 끝났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책상에서 전화기가 울려서 강찬은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다.

[“차니. 드라마 봤어?”]

“응.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봤어.”

[“괜찮으면 나랑 맥주 마셔.”]

“그럴까?”

토요일에 어설프게 헤어진 것도 있어서 강찬은 약속을 하고 거실로 나왔다.

“미쉘 잠깐 만나고 올게요.”

“드라마 끝나서 그런 모양이다. 다녀와라.”

강대경과 유혜숙에게 말을 하고 강찬은 옷을 갈아입었다.

“다녀올게요.”

미쉘이 집 앞으로 오기로 했다.

밖으로 나온 강찬은 전화를 걸어 경호 상태를 확인했다.

이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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