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133화 (13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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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감춰진 것들.

일요일 오전 9시경에 라노크에게서 전화가 왔고, 점심 약속을 했다.

시간 보다 조금 일찍 출발한 강찬은 남산호텔에 도착해서 먼저 주철범을 찾았다.

어차피 마주칠 거라면 먼저 찾아보는 게 좀 더 낫지 않을까?

로비라운지.

“오셨습니까?”

강찬의 앞으로 온 주철범이 깍듯하게 인사했다.

“앉아. 뭐 마실래?”

“커피 하겠습니다, 형님.”

강찬은 커피 두 잔을 주문했다.

“형님. 도석이 형님 깨어나셨습니다.”

“그래?”

반가운 소식이다. 몇 달 만에 의식을 차린 거다.

“아직 제대로 말은 못하는데 그래도 싫은 것과 좋은 것은 분명하게 밝히는 정도랍니다. 광택이 형님하고 전부 병원에 계십니다.”

“잘 됐다. 내가 연락할 테니까 언제 한번 같이 가자.”

마침 커피가 나와서 잠시 말이 중단됐다.

둘이 노닥거리다가 전화가 와서 방으로 올라갔다.

“강찬 씨!”

라노크는 손을 내밀었다.

젠장!

뜻밖의 악수에 엄지가 울렸지만, 내색하기 어려웠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자리에 앉자 보좌관이 차와 담배를 가져다주었다.

“어제 다치지는 않았습니까?”

“알고 계셨어요?”

“한국은 일 처리가 약간 요란스러운 맛이 있지요.”

어차피 말할 참이었다.

강찬은 어제 있었던 일을 자세하게 설명했는데 라노크는 시가에 불을 붙이며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었다.

“대사님. 정보전이라는 게 주변 사람을 끊임없이 위험하게 만드는 겁니까?”

라노크는 짧게 고개를 저었다.

“한국의 국가정보원 요원들을 보면 알 겁니다. 강찬 씨의 경우는 극히 이례적입니다. 워낙 짧은 시간에 주목을 받았고, 영국 같은 경우는 국가의 사활이 걸려있다시피 해서 더욱 그럴 겁니다.”

라노크는 탁자에 놓여있던 커다란 종이봉투를 들어 강찬에게 건넸다.

얼굴을 바라보았으나 열어보라는 의미인지 답은 없었다.

강찬이 봉투를 열자 여권 세 개와 커다란 사진 세 장이 들어 있었고, 사진마다 클립으로 인적사항이 붙어 있었다.

“강찬 씨를 습격했던 세 사람입니다.”

이 구렁이의 능력은 도대체 어디까지인 거지?

강찬은 라노크를 한번 본 후에 다시 사진과 자료를 훑어보았다.

“영국의 SAS 출신입니다. 외인부대 특수팀과 능히 비견될 만합니다. 강찬 씨가 그런 셋을 혼자서 해결했기 때문에 다음번엔 더 강력한 적이 나타날 겁니다.”

절로 한숨이 푹 나오는 설명이었다.

“지금은 강찬 씨의 국적이 약점이 됩니다. 한국은 그동안 보복전이 없었습니다.”

시선을 들었을 때 라노크는 강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프랑스는 이런 경우, 상대가 질릴 때까지 응징을 가합니다. 목표를 정하고, 암살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본국의 소중한 인재를 건드리지 말라는 뜻입니다. 정보총국에 대해서는 잘 알 거라 생각합니다.”

강찬이 담배를 집어 들자 라노크가 불을 붙여 주었다.

“지난번 몽골 사건을 프랑스의 작전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중국의 화살에서 벗어났지만, 강찬 씨는 여전히 편안한 타겟이 됩니다.”

“그렇다면 영국을 때려줘야겠군요.”

라노크가 ‘원한다면!’ 하는 투로 어깨를 슬쩍 들었다 놓았다.

“정보전은 무기를 가진 철부지들의 싸움 같습니다. 그래서 국력이 필요하지요. 전면전으로 벌어졌을 때 한국이 영국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전면전이 벌어집니까?”

“치사하지만, 영국이 맞고 가만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국제 사회에서 힘을 발휘해 경제적인 제재를 가할 수도 있고, 무력시위를 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강찬 씨가 작전에 실패해서 증거를 남긴다면 국제사회에서 치명적인 잘못을 저지른 게 됩니다.”

“애들 싸움에 어른이 나서는 꼴이군요.”

“바로 그렇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국가의 이익이 우선시 됩니다. 국력이 약한 나라가 강한 나라를 상대하는 것은 그만큼 어렵지요. 지난 회의 때, 바실리가 무례하게 굴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사님 말씀대로라면 제가 영국을 때려서는 안 되는 거잖습니까?”

“완벽하게 제대로 때리면 됩니다.”

강찬은 픽 하고 웃고 말았다.

“증거를 남기지 말고, 타겟을 제대로 해치우는 겁니다. 그런 일이 한번, 두 번, 반복되면 영국도 함부로 나서지 못합니다.”

“프랑스의 정보총국처럼 암살이라도 하란 말씀이시군요.”

“정답입니다.”

반쯤 농담으로 한 말인데 라노크가 진지하게 답을 했다. 그는 재떨이에 시가를 돌려가며 재를 떨고 나서 다시 소파에 등을 기댔다.

“영국 정보국의 수장을 암살하는 것이 효과는 가장 좋겠지요.”

“진심이십니까?”

“이런 일에 농담을 하지는 않습니다.”

라노크가 왜 이렇게까지 나오는 거지?

강찬의 표정을 본 라노크가 설명하듯 입을 열었다.

“강찬 씨는 싫든 좋든 정보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미안한 말이지만, 한국은 아직 국력이 약하고, 정보국의 능력 또한 중간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강찬 씨를 건드릴 계획을 세울 때, 적어도 그쪽 수장이 목을 걸어야 한다는 것 정도는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프리카의 부족 전쟁에서나 나옴 직한 말이었다.

그런데 라노크의 설명을 듣고 나자 지금 끼어든 싸움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강찬 씨가 당장 영국 정보국의 수장을 노리는 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우선 저들의 입국을 도운 사람을 먼저 해결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차피 누가 왜 죽였는지는 다 알게 되니까요.”

강찬은 숨을 천천히 들이마셨다가 나직하게 내뱉었다.

라노크가 적이 아니란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었다.

“허하수 국회의장이 입국을 도왔습니다. 중국 정보국이 여권을 만들어 주었고, 홍콩을 통해 들어왔습니다. 지금쯤 한국 국가정보원도 충분히 파악했을 겁니다.”

“중국은 바실리에게 비행기를 내주고, 시체까지 건네주었는데요?”

“강찬 씨. 중국의 입장은 다른 나라에서 강찬 씨를 제거하는 일이라면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보전은 한쪽 면을 보고 결정하면 반드시 후회가 남습니다.”

라로크는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처럼 자상하게 설명을 늘어놓았다.

“저와 강찬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랑스와 한국의 이익이 대립되었을 때 우리는 만나서 조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익이 첨예하게 맞부딪히게 되면 정보총국이 저에게 보고하지 않고 움직일 수도 있지요. 정보전은 그런 것입니다.”

“정말 싫으네요.”

차를 한 모금 마신 강찬이 다시 담배를 집어 들었다.

“발표회장에서 발견된 이글루는 러시아에서 판매한 것입니다. 그걸 세흐토 브니므가 사서 양진우에게 넘긴 겁니다.”

“바실리가 그걸 알고 있나요?”

강찬은 한숨을 내쉬는 것처럼 질문을 던졌다.

“무기 밀매를 바실리가 모른다면 지금의 위치에 있지 못했을 겁니다.”

개새끼가!

“강찬 씨. 아무리 화가 나도 당분간 바실리는 잊어야 합니다. 그를 건드리면 한국은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러시아가 북한에 무제한으로 무기와 경비를 지불할 테니까요. 미국이 나서서 도움을 준다고 해도 이미 한국은 엉망이 된 다음일 겁니다.”

쯧!

정말 죽일 놈은 죽이기 어렵다는 거다.

“우선 집안 단속부터 하는 게 좋습니다. 허하수와 허삼수가 뒤를 노리고 있다면 강찬 씨도 마음이 편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래야겠네요.”

“남은 이야기는 식사를 하면서 마저 할까요?”

마치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투였는데 라노크의 일상에서 지금이 그런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좋아하는 사람과 만나서 그리 심각하지 않은 이야기를 나눈 것이라면 말이다.

점심은 프랑스식 만찬이었다.

낮이라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강찬은 계속해서 궁금한 것들을 물었고, 라노크는 그에 대해 진지하게 답을 했다.

일대일, 강의를 듣는 느낌?

라노크는 강찬이 국제 정세와 정보국의 생리에 관해 관심을 가진 것을 무척이나 반가워하는 눈치였다.

달그닥.

마침내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는 것으로 식사가 끝나고 약하게 얼린 아이스크림이 후식으로 나왔다.

“정보전에서 강찬 씨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동물적인 감각입니다.”

라노크는 아이스크림을 스푼으로 깎듯이 떠올렸다.

“경험이 부족하고, 한국의 국력이 약한 것이 약점이긴 한데 강찬 씨의 결정과 행동에 따라 그 판단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실력을 보이란 말씀이시죠?”

“쉽지 않겠지만, 지금으로선 최선의 선택입니다.”

강찬은 아이스크림을 한쪽으로 밀고 커피를 당겨 앞에다 놓았다.

“제가 정보전에서 빠질 수도 있습니까?”

틀린 답을 들었다는 것처럼 라노크는 고개를 갸웃했다.

“유라시아철도를 연결할 때까지 비선이 필요한 한국은 강찬 씨에게 끝없이 부탁을 할 겁니다. 강찬 씨가 정보전 일을 하지 않겠다면 나는 강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내게 다른 사람을 비선으로 삼으라고 추천해서는 안 됩니다.”

강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대사님.”

한숨을 내쉰 강찬을 라노크가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제가 프랑스 용병의 동원을 부탁드려도 됩니까?”

“강찬 씨는 내 친구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에서 친구의 부탁을 거절한 적이 없습니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뭐라도 좋다.

이왕 할 거라면, 내 사람을 지키는 거라면, 물러나고 싶지는 않았다.

강찬의 표정을 본 라노크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결심이 섰습니까?”

“대강은 그렇습니다.”

라노크가 와인 잔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런 건 거절하기 어렵다.

채앵!

잔이 부딪치는 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라노크의 진정한 힘을 보여드리죠.”

“겁나는 대요?”

“그럴 리가요?”

라노크가 재미있다는 투로 강찬을 보며 웃었다.

“각국의 정보국이 강찬 씨의 정식 데뷔를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강찬 씨의 이름이 알려질수록 나의 명성도 커지게 되지요. 그렇다면 선물을 하나 드릴까요?”

라노크가 검지를 위로 세우며 보좌관을 보았다.

시가와 담배, 그리고 커다란 종이봉투를 식탁으로 가져온 보좌관이 커피잔을 제외한 나머지 그릇을 모두 치웠다.

“허하수, 허삼수 형제가 중국에 있습니다. 앞으로 일주일 안에 입국할 텐데 정확한 날짜는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알 수 있을 겁니다. 영국의 정보국과 손잡고, 미국에 군사 기밀을 판 것은 이미 소문이 났지요. 강찬 씨의 데뷔전으로 충분할 겁니다.”

이런 걸 준비해 놓았다고?

만약 이런 대화가 나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하려고 했을까?

라노크가 왜 그러냐는 투로 강찬의 얼굴을 살폈다.

“대사님이 무섭습니다.”

“하하하.”

라노크는 냅킨으로 입을 닦으면서도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보좌관이 신기한 것을 보았다는 듯 눈길을 주었다.

“바실리에게 시체 심부름까지 시킨 강찬 씨가 그런 말을 하다니! 강찬 씨. 나는 강찬 씨 나이에 정보국 밑바닥 사람들과 얼굴을 익히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았습니다.”

웃음을 멈춘 라노크가 강찬을 똑바로 보았다.

“강찬 씨의 위력을 과소평가하면 안 됩니다. 지금 강찬 씨가 바실리에게 부탁하면 그는 핵탄두라도 가져다줄 겁니다.”

왜? 무엇 때문에 핵탄두를 가져다준다는 건가?

“강찬 씨가 중심이 되는 세상이 오기 전에 둘 중 하나를 만들어놓아야지요. 친해지거나?”

라노크가 시가를 잠시 보았다가 다시 시선을 들었다.

“아니면 제거해야겠지요.”

피식.

강찬의 웃음을 라노크가 만족한 듯 보았다.

“강찬 씨. 나는 강찬 씨의 친구가 맞습니까?”

어색하고 닭살 돋는 질문이었는데 라노크는 진지한 얼굴이었다.

“대사님은 제게 스승 같은 분이시죠.”

그래서 강찬은 낯간지러운 답을 했다.

라노크는 그때까지 꼼짝도 않고 강찬을 보고 있었다.

그는 커다랗게 숨을 들이마신 뒤, 각오한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강찬 씨. 그렇다면 안느처럼 프랑스도 강찬 씨에게 부탁합니다.”

“대사님?”

“강찬 씨가 자리 잡을 때까지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걸겠습니다. 솔직히 몽골 작전이 끝났을 때 이미 결심을 했지만, 이제야 이야기합니다. 지금부터 강찬 씨는 정보국 사이에서 본격적인 경력을 쌓는 겁니다. 그 사이 내가 잘못되면 안느와 프랑스를 강찬 씨가 지켜주십시오.”

이야기가 너무 빨리, 그리고 너무 멀리 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내가 강찬 씨를 도운 것처럼 프랑스에서 인재를 찾아 키워주세요. 그것만 약속해 준다면 나는 오늘부터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을 겁니다.”

반짝이는 라노크의 눈이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라노크 뿐만 아니라, 보좌관, 루이까지 긴장한 얼굴로 강찬을 지켜보고 있었다.

“약속하겠습니다, 대사님. 하지만 제가 있는 한 대사님을 잃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제 감각이 보통 예민한 것이 아니어서요.”

“하하하! 그렇군요! 강찬 씨의 그 감각을 내가 잊고 있었군요!”

처음이다.

크게 웃는 것은 몇 차례 있었지만, 라노크가 이 정도로 유쾌하게 웃는 것은 정말 처음이었다.

한 시간가량을 더 있었으니 점심을 먹는데 꼬박 세 시간이 걸렸다.

헤어질 시간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라노크가 문앞에서 강찬에게 팔을 벌렸다.

말이 없었다.

뭐가 있나?

오늘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어딘가 마음에 걸렸다.

“대사님.”

루이가 문을 여는 순간에 강찬이 라노크를 불러세웠다.

“저는 단순해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합니다. 위험한 순간이 생기면 가장 먼저 저를 찾는다고 약속해 주십시오.”

라노크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분명하게 보아서 강찬은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라노크는 눈빛이 흔들릴 사람이 아니다.

“약속하겠습니다.”

“저를 살인마로 만들지는 마십시오.”

석강호가 왜 이런 표현을 썼는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강찬은 빠르게 보좌관과 루이를 보았다.

문제가 생기면 너희라도 빨리 연락하라는 뜻이었다.

“오흐브와흐, 아 드망(Au revori, a demain).”

콧소리가 담긴 멋진 인사를 끝으로 라노크가 방을 나섰다.

이대로 보내도 되는 건가?

붙잡아서 악착같이 안느 이름을 걸고 맹세라도 받아야 하는 건 아닐까?

왜 그런지 어제부터 끈적거리며 달라붙어 있던 묘한 불안함의 실체가 사실은 라노크에게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찬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다고, 지금 강찬이 매달린다고, 라노크는 절대로 뜻을 바꿀 사람은 아니다.

이렇게 된 이상, 빨리 정보국에 이름을 알리는 게 현명한 일이다.

누구든, 어떤 나라든, 강찬의 사람을 건드리면 징글징글한 응징에 떨게 만드는 거다.

갓 오브 블랙필드.

적들이 붙여주었던 그 이름을 정보국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게 라노크를 비롯한 주변 사람을 제대로 지키는 가장 현명하고 빠른 길이다.

호텔의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는 시간이 오후 4시였다.

서류 봉투 두 개를 들고 로비로 걸어나가던 강찬은 걸음을 멈추고 웃고 말았다.

오광택이 주철범을 옆에 세운 채로 로비 라운지에서 빤히 강찬을 바라보고 있었다.

“야! 강찬!”

무식한 깡패 새끼!

일요일이라 가뜩이나 사람도 많은데 이산가족이라도 찾은 것처럼 악을 써댔다.

반가웠다.

강찬은 저절로 올라오는 웃음을 담고 로비 라운지로 걸어갔다.

“야! 임마!”

오광택이 강찬의 손을 꽉 잡았다.

이렇게 반가워할 줄은 몰랐다.

그만큼 엄지가 비틀려서 하마터면 주먹을 날릴 뻔했다.

끔찍한 악수를 나눈 후에 자리에 앉았다.

“점심은 먹었지? 저녁은 나랑 먹어.”

“그래? 그러자.”

“야! 도석이 일어났어.”

“얘기 들었어. 그렇지 않아도 한번 가보려고.”

“이상한 얘기 하던데?”

“왜?”

시키지도 않았는데 지배인이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그날 당한 거 말이다. 우린 주차장파 짓인 줄 알았거든. 그런데 외국놈들이었다던데?”

“뭐?”

“그때 프랑스 놈 하나 네가 제꼈잖아. 그래서 그런 거 같다고 하더라.”

“그래?”

“그래, 임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샤흐란을 해결하고 당한 거였나?

서도석은 그 사건에 엮일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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