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131화 (13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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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왜 그래?

“느낌이 지랄 같은데?”

강찬은 주변을 살핀 후, 최종일에게 시선을 주었다.

“총은 가지고 있지?”

“그날 습격 사건 이후로 경호 전 직원에게 무기 소지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강찬은 전화기를 들었다.

위치추적 수신 어플 두 개가 깔려 있어서 버튼만 누르면 위치를 알 수 있다.

“뭐지?”

이럴 때마다 전화하는 게 주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 같아서 발신기까지 구한 건데, 염려되는 사람들의 숫자가 적지 않았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최종일이 강찬만큼이나 빠르게 전화기에 시선을 주었다.

“나다. 상황만 말해.”

[“강찬.”]

스미든의 전화기에서 엉뚱한 놈의 목소리가 들렸다.

[“짐작하고 있었나 보군?”]

“주접떨지 말고 원하는 걸 말해.”

[“좋지.”]

최종일이 빠르게 식당 안을 살폈다.

[“이 친구 집이 전망이 아주 좋구먼. 혼자 와라. 알겠지? 서툰 짓 하면 나는 이 친구와 죽을 각오가 돼 있으니까 그걸로 끝내면 그만이야. 그럼 다음 친구가…….”]

“개새끼, 말 더럽게 많네. 그러니까 나 혼자 오라는 거 아냐?”

강찬의 말에 상대가 움찔한 느낌이었다.

“토요일이라 아무리 서둘러도 2시간은 걸려.”

[“알았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걸 꿀꺽 삼키는 느낌이었다.

“젠장!”

최종일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공트 자동차 한국 지사장. 스미든이라고 알지?”

“압니다.”

“그 새끼가 잡혀 있나 본데? 혼자 오란다.”

“우선 자리를 끝내시는 게 좋겠습니다.”

“어차피 끝날 시간이잖아. 나는 라노크 대사와 석강호를 챙겨볼 테니까 김태진 대표와 김형정 팀장 챙겨 봐.”

“알았습니다.”

둘이 전화기를 들고 각각 통화를 했다.

라노크는 루이가 대신 받아서 내용을 전했고, 석강호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스미든이 잡혀 있다.”

석강호의 거친 숨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들렸다.

[“어디요? 내가 바로 가겠소.”]

“부모님 모시고 직원들하고 식사 중이거든. 30분 안쪽으로 끝나니까 전화하면 집 앞으로 나와. 몸은 어떠냐?”

[“붕대 풀고 나가겠소.”]

“알았다.

강찬이 통화를 끝냈을 때 최종일은 통화를 마친 상태였다.

“두 분 모두 무사하시답니다. 특수 요원 대기시키신다고 연락해 달라십니다.”

“일단 들어가자.”

강찬은 손으로 눈을 눌렀다.

최종일과 안으로 들어가자 후식으로 나온 과일이 테이블에 가득했다.

요원 한 명이 뭐라고 대꾸하자 커다랗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속은 괜찮니?”

웃음을 담은 얼굴로 강대경이 던진 질문이었다.

“예, 이제 살 것 같아요.”

“차니. 괜찮아?”

“응. 많이 먹었어?”

“그럼.”

미쉘이 만족한 듯 배를 만져 보였다.

“일어나셔도 되세요?”

강찬이 강대경과 유혜숙에게 질문을 던진 순간이다.

강찬과 최종일의 눈빛을 읽었는지 요원들이 “잘 먹었습니다.” 하면서 바로 몸을 일으켰다.

계산은 강찬이 했다.

근무가 아닌 요원들이 먼저 출발했다.

“차니. 차 한잔 할 수 있어?”

강대경과 유혜숙이 기다리는 앞이다.

“집에 가서 옷 갈아입고 가봐야 할 곳이 있어. 미안해, 미쉘. 차는 다음에 마시자.”

“알았어, 차니.”

미쉘은 강찬의 눈빛과 표정이 다르다는 것을 바로 알아채고 더는 매달리지 않았다.

“왜? 차라도 한잔 하고 가지.”

“제가 가봐야 할 곳이 생겨서요.”

“저런!”

유혜숙이 더 안타까워했다.

“그러지 마시고 저랑 차 마셔요.”

“그럴까? 여보. 우리 차 한잔 마시고 들어가요.”

강대경도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요원들이 지켜줄 거다.

“그럼 저 먼저 집으로 갈게요. 모처럼 식사한 건데 죄송해요.”

“아니다. 얼른 가봐라.”

“다녀와, 아들.”

“차니. 나중에 통화해.”

세 사람과 헤어진 강찬은 이두희가 가져온 차에 올라타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팀장님께서 전화 부탁하셨습니다.”

움직이자 마음이 더 급해졌다.

전화기를 꺼내 들고 확인한 시간은 오후 3시였다.

강찬은 통화버튼을 눌렀다.

[“강찬 씨. 스미든 씨의 집 주변으로 특수팀 배치했습니다. 의심 가는 인물 파악해 봤는데 아직 나오는 정황은 없습니다. 스미든 씨가 사용하는 전화번호 내역에도 수상한 흔적은 없습니다.”]

“집으로 가서 옷 갈아입고, 석강호와 출발할 겁니다. 입구에서 훤히 보이는데 어떻게 할까요? 혼자 와야 한다고 하고, 만약 조금이라도 수상한 흔적이 보이면 자폭하겠다는 투였습니다.”

[“이상한데요? 양진우가 처리되어서 당장 밀입국을 진행할 창구가 부족할 텐데. 강찬 씨를 제거하고 싶어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정면 말고 침투할 루트가 있나 확인해 주세요. 스미든을 혼자 잡고 있지는 않을 거니까 옥상에서 경계를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주변에 저격수 배치 부탁드리고요.”

[“알겠습니다.”]

아파트 입구에 내린 강찬은 바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었다.

양복에 셔츠차림이었다.

현관을 나선 강찬은 계단을 달려 내려가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아파트 입구요. 최종일이랑 같이 있소.”]

“알았다.”

현관을 뛰쳐나가자 바로 석강호가 보였다.

“나는 저 차로 갈 테니까 뒤에 따라와. 집은 알지?”

“알고 있습니다.”

“아! 팀장님께 전화해서 권총 두 자루와 대검 두 자루만 부탁해.”

“차에 가지고 있습니다.”

강찬은 최종일에게 고맙다는 눈짓을 하고 바로 석강호와 함께 쉬프에 올랐다.

부우웅.

“납치한 놈들이 시간을 너무 주는 거 아니오?”

“그렇지?”

강찬도 의심스럽던 부분을 석강호 역시 짚었다.

“스미든을 납치한 이유가 대장 때문인 거잖소?”

“입구에서 보고 있다가 혼자가 아니라면 바로 자폭할 것처럼 지랄하던데?”

“그렇다면 대장이 들어가도 폭탄을 터트릴 수 있다는 거 아니오?”

강찬은 입을 모으고 앞을 노려보았다.

“담배 있냐?”

석강호가 바지 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려다 인상을 찌푸렸다. 상처가 울린 모양이었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담배를 입에 물었던 강찬이 석강호와 눈을 마주쳤다.

발신자 이름이 스미든이었다.

강찬은 전화기를 룸미러 앞에 두고 스피커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도착 예정 시간을 말해.”]

석강호가 검지를 세워서 강찬에게 보였다.

“1시간 안으로 도착한다. 요구 조건은?”

[“강찬이 혼자 들어오는 것.”]

“스미든을 바꿔.”

대답이 없어서 눈을 번득하는 순간이었다.

[“대장.”]

지친 스미든의 음성이 들렸다.

병신처럼 겁이 묻은 목소리였다.

“스미든. 내가 갈 거다. 살아 있으면 됐다.”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누군지 잊지 마. 견뎌. 알았어?”

[“그래요.”]

강찬이 피식 웃을 때 전화기가 뚝 끊겼다.

담배 두 개비에 불을 붙여서 석강호에게 하나 건네주었다.

“얼마나 걸리겠냐?”

“토요일이라, 아무리 그래도 30분이면 도착할 거요.”

창문을 내리고 담배를 피우자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대장. 들어가지 맙시다.”

강찬은 창밖으로 담배 연기를 뿜어낸 뒤에 석강호를 보았다.

“폭탄이라도 설치했으면 어쩌려고 그래요?”

“스미든 새끼, 겁먹은 거 같지?”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커피잔이 있어서 강찬은 뚜껑을 열고 담뱃재를 털었다.

“그 새끼, 나한테 맞아서 눈 하나 잃고, 몸뚱이 제대로 못 쓰는 거다. 그 뒤로 강단 없어진 건 너도 알잖아.”

“같이 들어갑시다.”

“혼자 안 오면 폭탄 터트릴 것 같았다니까.”

당장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

“개새끼! 어째 조마조마하더라니!”

석강호가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강찬은 담배를 끄고 커피잔의 뚜껑을 닫았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전화가 왔다.

“팀장님. 저희는 10분이면 도착합니다.”

[“강찬 씨. 한남대교 건너서 지난번에 밥 먹은 자리 근처에 검은 승합차 세워놓았습니다. 상황 대기 중인데 옥상에 1명이 지키고 있어서 저격수 배치가 쉽지 않습니다.”]

“일단 승합차로 갈게요.”

전화를 끊은 강찬은 통화내용을 알려주었다.

다행히 한남대교를 건너자 곧바로 신호를 받아서 늦지 않았다.

승합차 앞과 뒤로 승용차가 두 대씩 서 있었다.

차를 세운 뒤, 강찬과 석강호가 다가가자 승합차 문이 열렸다.

“너도 들어와.”

강찬은 최종일까지 불러서 승합차에 올랐다.

김형정은 커다란 상의를 어깨에 걸치고 있었는데 상체에 아직 붕대를 감고 있었다.

미안했지만, 당장은 스미든이 급해서 다른 말을 하기 어려웠다.

“범인의 윤곽을 전혀 모르겠습니다.”

김형정의 곁에 있던 요원이 미리 사놓았던 전문점 커피와 담배를 건네주었다.

“옥상에 적으로 보이는 한 명이 감시중입니다. 건물 뒤편은 저격수가 잠입할 곳이 전혀 없고, 앞쪽에선 갑자기 비우거나 숨어들 만한 공간을 찾지 못했습니다. 주택에다 스미든 씨의 주택보다 높은 건물이 없어서 배치가 쉽지 않습니다.”

“쯧!”

강찬은 고개를 갸웃했다.

스미든은 몇 번 만나지도 않았다.

뒷조사를 했다고 쳐도 스미든을 납치할 계획을 세우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강찬 씨. 범인하고 통화가 됩니까?”

“예. 될 거 같아요.”

“그럼 전화를 걸어서 안전을 확보하고 싶다고 하세요. 강하게 상대하십시오.”

김형정이 눈짓을 하자 요원하나가 코드를 강찬에게 건네주었다.

“그걸 전화기에 꽂고 거시면 됩니다.”

전화기 충전 단자와 똑같이 생겨서 연결하는 게 어려울 것은 없었다.

강찬이 통화버튼을 누르자 승합차 전체에 신호음이 울렸다.

김형정이 손가락을 빙빙 돌렸다.

달칵.

신호가 연결된 소리가 울렸는데 상대방이 침묵하고 있었다.

“강찬이다. 집 근처에 도착했다.”

[“들어와라.”]

“내 안전은 어떻게 보장하지?”

[“실망스럽군. 시간은 충분히 주었다. 앞으로 10분 안에 강찬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스미든은 영원히 못 보는 것으로 알아라.”]

통화가 끊겼다.

“스미든 집까지 얼마나 걸립니까?”

“5분이면 도착합니다.”

강찬은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일단 출발하시죠.”

김형정이 앞을 향해 “출발해.” 하고 말을 하자 승합차가 바로 움직였다.

“우선 이걸 소지하시고.”

말린다고 들을 것 같지 않았는지 김형정은 의자 옆에서 총과 대검을 꺼내 강찬에게 건네주었다.

하지만 강찬이 권총을 집을 때 김형정은 결국 고개를 젓고 말았다.

“강찬 씨. 이대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폭탄이 터지면 모든 게 끝나는 거다.

안다. 아는데 그렇게 하면 스미든이 죽는다.

한숨을 내쉰 김형정이 이를 악문 모습으로 말을 건넸다.

“전파 교란기를 쓸 수 있습니다. 반경 500m 안쪽의 모든 리모컨, 무선 전화 등을 사용하지 못합니다.”

별 신기한 게 다 있다.

“강찬 씨가 신호를 하면 전기를 차단하겠습니다. 그리고 바로 작전을 시작합니다.”

“도착했습니다.”

김형정의 말이 끝나는 순간에 앞에서 차가 멈춰 섰다.

“스미든 씨의 맞은 편 집입니다. 신호하는 즉시 전기 차단, 그리고 바로 옥상에 있는 적을 사살할 겁니다. 이후에는 베란다로 대원 투입합니다.”

김형정이 검은색 끈으로 된 시계를 건네주었다.

“이 시계를 통해서 대화내용을 들을 겁니다. 상황이 이상하다 싶으면 전파 교란기를 사용할 거고, 그렇게 되면 우리도 안쪽의 상황을 듣지 못합니다.”

“신호는 어떻게 하지요?”

“강찬 씨가 특정 단어를 지정해 주시면 됩니다.”

당장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무조건으로 합시다.”

석강호가 툭 하고 뱉은 말에 강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선을 돌렸을 때 석강호는 눈을 번들거리고 있었다.

“다예. 내가 잘못되면 저 새끼들 싹 죽여주라.”

“걱정 마쇼. 저 새끼들뿐만 아니라 부모, 자식, 아는 놈들, 하여간 저 개새끼들하고 연결된 놈들을 깡그리 다 죽일 거요.”

“간다.”

“대장.”

차의 문고리를 잡던 강찬이 시선만 주었다.

“사람 살인마 만들지 마쇼.”

“알았다.”

김형정과 최종일을 한 번씩 본 다음 차에서 내린 강찬은 곧바로 스미든의 집을 향해 걸었다.

골목을 나서자 전에 와봤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베란다가 제법 멋있더니 이런 꼴을 당하니까 그게 오히려 방해가 된다.

골목은 짧았다.

날카롭게 시선을 들었을 때 커튼 때문에 안쪽을 살피기는 어려웠다.

현관에 들어서서 계단을 올라갔다.

허리춤에 권총을 가졌지만, 들어가자마자 빼앗길 것이 분명했다.

스미든의 현관 앞이다.

강찬은 권총은 그대로 두고 발목에 걸었던 대검을 슬쩍 풀어 문과 벽 사이에 세워두었다.

띵동.

벨을 누르자 걸쇠를 여는 소리가 들렸다.

띠루룩.

현관문이 열렸다.

안쪽에서 두건을 뒤집어쓴 사내가 고갯짓을 했다.

손에 들린 총을 보았고, 안으로 들어서자 두 놈이 더 있었다.

스미든은 식탁 앞의 의자에 묶여있었다.

반항하다 얻어맞았는지 눈 끝과 주둥이, 그리고 입고 있는 하얀 셔츠가 피투성이였다.

강찬의 몸을 살핀 놈이 권총을 꺼내고는 의자를 가리켰다.

베란다 앞쪽이다.

신발을 신은 채로 걸어가 의자에 앉았다.

한 놈이 다가와 강찬의 오른쪽 귀 뒤에 권총을 댔다.

“담배 펴도 되나?”

대꾸는 없었지만, 강찬은 천천히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한 새끼는 현관 앞, 다른 새끼는 스미든의 옆, 그리고 남은 새끼가 귀 뒤에 총구를 붙이고 있다.

찰칵.

강찬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전기가 꺼진다고 당장 실내에 달라진 것은 없어 보였다.

“스미든도 담배 하나 주자.”

왜 대꾸가 없는 거지?

이 새끼들은 정말 함께 자폭하려고 들어온 놈들인가?

강찬은 거실을 살피는 척하면서 스미든과 눈을 마주쳤다.

그때 스미든의 곁에 있던 놈이 재킷을 벌렸다.

“후우!”

강찬은 담배 연기를 뿜는 것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상체를 삥 둘러서 손바닥만 한 C4를 두르고 있었다.

저게 터지면 거실에 있는 사람은 절대 살아남지 못한다.

“원하는 게 뭐야?”

철컥.

강찬의 귀 뒤에서 노리쇠 당기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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