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127화 (127/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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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하고 싶은 일?

점심을 먹고 가라는 김형정의 권유를 강찬은 완곡하게 거절했다. 물론 맛있는 짬뽕이 생각나긴 했는데 김형정의 상태가 기분 좋게 식사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 탓이다.

식충이랑 일주일을 있었더니 식욕만 늘었다.

강찬은 전화를 꺼냈다.

[“어디쇼?”]

“삼성동에 잠깐 들렀어.”

[“어? 김 팀장이 벌써 퇴원했어요?”]

“상태가 별로 안 좋아. 그건 그렇고 점심 어떻게 했냐?”

[“아직 11시요. 얼른 오쇼. 지하주차장에 있을 테니까 수원에 갔다 옵시다.”]

“수원?”

[“거기 왕갈비가 죽여줍니다.”]

강찬은 실없는 웃음을 웃고는 바로 택시를 탔다.

얼마 걸리지 않는 거리다.

가는 동안 박스를 열어보니 김형정이 말한 종류의 발신기들이 스펀지에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일단 이걸로 됐고.’

바실리가 찾아올 때는 분명 이유가 있는 거다.

총을 들고 마주치는 전쟁이 아닌, 정보전에 뛰어든 만큼 그에 맞는 준비를 해둘 생각이었다.

택시에서 내리자 아파트 앞쪽 길에 석강호가 차를 세워두고 있었다.

“지하주차장에 있지!”

“살살 몰아보니까 여기까지는 할 만합디다.”

강찬이 운전석에 올랐을 때 석강호는 이미 네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찾아두었다.

그래! 먹자, 먹어!

아픈 놈이 고기 먹겠다는데 못 들어줄 것도 없다.

강찬은 곧바로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대로 차를 몰았다.

“얼굴이 부은 거냐?”

“살찐 거요.”

할 말이 없다.

강찬은 수원에 가는 길에 김형정과 나눈 이야기를 전했고, 뒤편에 있는 발신기에서 두 개를 고르라고 알려주었다.

“수신기는 나랑 네 전화기에 깔 거니까, 안식구랑 딸에게 항상 소지하고 다니라고 해. 우리 지난번처럼 멍청하게 당하지는 말자.”

“아예 나서기로 작정한 거요?”

“빠질 방법이 없잖아? 죽은 대원들 인수를 거절하기도 그렇고. 바실리가 원하는 게 뭔지는 모르지만, 그 전에 우리도 하나씩 준비해 두는 게 좋아.”

말을 마친 강찬이 석강호를 힐끔 보았다.

“너도 이런 일 계속하고 싶다면서?”

“푸흐흐. 역시 날 생각해주는 사람은 대장밖에 없소.”

석강호가 특유의 웃음을 쏟아내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잘 생각해. 아차 하는 순간에 한칼에 간다. 정보전은 우리가 아는 전투와는 확실히 다른 거니까 풀어지는 일 없도록 하고.”

“알았소. 우리 잘 먹고 기운차게 싸웁시다.”

석강호가 지정한 식당은 민속촌 앞쪽의 구도로에 있었다. 규모가 엄청났는데 그만큼 손님도 많았다.

석강호가 추천한 음식은 다 맛있다.

강찬은 강대경, 유혜숙과 함께 이곳에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다.

“내일 학교에 갈 거요?”

“응. 집에서 알고 계셔서 꼼짝 못 하게 생겼다.”

강찬이 검지로 눈썹 끝을 긁으며 답을 했다. 숯불을 피웠더니 온몸에 고기 냄새가 다 밴 느낌이었다.

“이대로 차나 한잔 하고 갑시다.”

“그러자.”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어서 강찬은 석강호와 함께 커피를 마시고 올라왔다.

***

화요일 저녁에 라노크에게 답을 주었다.

수요일에 학교에 들렀다가 대사관에 들르기로 해서 통화가 길지는 않았다.

염병!

학교를 가려면 교복을 입어야 하는 거다.

양복을 싸들고 갈 것이 아니라면 할 수 없이 집에 들러서 옷을 갈아입는 불편함이 남는다.

강찬은 오전 10시경에 학교에 들렀다.

교문은 경비실 앞의 작은 문만 열어두었는데 운동장에 1학년 아이들이 공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강찬이 들어서자 알아본 놈들이 시키지도 않는데 알아서 고개를 숙였다. 부러움과 존경, 그리고 아직 남은 약간의 공포가 뒤엉킨 얼굴이었는데 강찬은 모른 척하고 우선 운동부로 들어섰다.

덜컹.

문을 열자 가장 먼저 강찬을 덮친 것은 땀 냄새였다.

청소한 흔적이 역력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당장 기구를 빼버렸을 거다.

강찬은 잠시 안을 둘러보고 곧바로 교무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가뜩이나 조용하던 교무실에 침묵이 급하게 내려앉았고, 잠시 후에 소란이 있었다.

선생들이 다가와 악수를 했고, 심지어 사진을 같이 찍는다.

오냐! 방송만 안 한다면 그깟 사진 몇 장이 대수겠냐?

강찬이 전에 없이 팬서비스를 발휘하고 있는 사이, 개학식 진행을 맡았던 선생이 급하게 다가왔다.

“왔나?”

“예.”

“교장 선생님께서 기다리시니까 우선 그리로 가지.”

강찬은 잠자코 교장실로 향했다.

차를 마시며 10분쯤 모교 발전을 위해 힘써달라는 당부를 들었고, 수업 중이라 방송은 하지 않기로 했는데 역시 기념사진을 다섯 장쯤 찍었다.

교장실에서 특례입학자격증을 받아 나오는 데까지 꼭 20분이 걸렸다.

걱정했던 것보다 빨리 끝났다.

시간이 어중간했다.

쉬는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교실에 한번 들렀다 갈까?

괜히 공부하는 데 방해되고 싶지는 않아서 강찬은 고개를 저었다.

이거 봐라?

픽 하고 웃음도 나왔다.

강찬이 교실에 가고 싶은 이유가 결국 김미영이 보고 싶은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아서라. 비겁하게 굴지 말고 가자.’

강찬은 운동부 의자에 앉아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이제 나가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졸업 때나 올 학교다.

짧은 기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덜컹.

그때 문이 열리고 운동복 차림의 이호준이 들어오다 멈칫했다.

“왔어?”

놈이 억지로 얼굴을 풀었다.

“뭐야? 수업 안 들어가?”

“학교에 얘기해서 체대 가보려고 수업은 여기 운동부에서 대신하기로 했어. 나 말고, 허은실도 그렇게 해.”

이 새끼들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 그걸 일일이 따질 필요는 없는 일이다.

강찬은 얼른 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몸을 일으키는데 문이 또 열리더니 이번에는 허은실이 들어섰다.

민낯이다.

“언제 왔어?”

“조금 전에.”

“그렇지 않아도 연락하려고 했었어.”

사고가 또 근처에 똬리를 튼다는 신호일 거다. 지난번에 옷 사고 아무 일 없었던 것, 외상값도 남았다.

“축제 생각해 봤어?”

수건을 머리에 두르는 허은실을 보며 강찬은 숨을 푹 내쉬었다.

당한 애는 병원에서 뼈마디가 부서져 고통받고 있는데 가해자는 축제 걱정을 하고 있다.

“허은실.”

강찬의 음성이 달라지자 허은실이 빠르게 시선을 던졌다.

“너랑 호준이 너. 심수진이 알지?”

연놈이 얼굴을 마주했다가 강찬을 보았다.

“걔가 얼마 전에 건물에서 뛰어내렸다가 겨우 살았다. 너희 둘이 무지하게 괴롭혔다고 하더만. 대안학교 갔는데 적응 못 하고 집에서 정신과 치료받다가 일이 벌어진 거란다.”

둘 다 심수진을 기억하는 얼굴이었다.

“너희는 축제에 나서지 마라. 전에도 얘기했듯이 용서는 나나 학교에서 하는 게 아니야. 당한 애들이 해주는 거지.”

“언제까지 그래야 돼?”

“전부 용서받을 때까지.”

“찾을 수도 없어.”

“이렇게 지내다가 소식 알게 되면 그때그때 찾아가서 사과해. 그럼 되잖아.”

허은실의 고개가 뚝 떨어졌다.

저년이 먼저 시선을 떨어트리는 거 처음 봤다.

“축제에서 손 뗄게.”

막상 대답을 듣고 나자 아무런 권한도 없는데 엉뚱한 요구를 한 느낌이었다.

하여간 이것들만 만나면 피곤해진다.

“알아서 해.”

강찬이 몸을 일으킬 때였다.

“병원이 어디야?”

허은실이 질문이 걸음을 붙잡았다.

설마하니 죽고 싶지 않은 다음에야 거기 가서 행패를 부리지는 않을 거고, 사과하는 건 나쁘지 않겠다.

“방지병원.”

허은실의 숨소리를 들으며 강찬은 처음으로 저 짝다리 년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서 빌어라. 그리고 누군가 아프게 했던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용서를 구해라.

최소한 그 정도는 용기를 내서 달려들었으면 싶었다.

“수진이 먼저 할게. 대신 수진이가 사과 받아들이면 축제 도와줘.”

축제에서 뒷돈이 생기는 것도 아닐 거고?

강찬은 피식 웃을 때, ‘딩동댕’하며 수업 끝나는 종이 울렸다.

운동부실을 나와서 자연스럽게 3학년 교실로 향했다.

이제 2교시 수업이 끝난 것일 텐데 매점으로 달려가던 아이들이 강찬을 보고는 움찔거리며 걸음을 멈췄다.

전에는 무조건 시선을 피하던 아이들이다.

그런데 지금은 힐끔거리며 어떡해서든 말을 걸어보고 싶은 눈치였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왼손에 감은 붕대에 가 있다.

에그, 귀여운 것들!

강찬은 곧바로 계단을 올라갔다.

소음이 삽시간에 가라앉았고, 그의 앞이 뻥 뚫리는 것은 전과 같았지만, 확실히 분위기는 달랐다.

“강찬이야!”

심지어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확인하는 여학생도 있었다.

3학년 2반.

쉬는 시간이라 그런지 뒷문은 열려있었다.

강찬은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고 김미영을 보았다.

그의 주변으로 아이들이 몰려와서 신기한 눈으로 둥그렇게 강찬을 감쌌다.

교실의 소란이 줄어드는데도 김미영은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백설공주!”

화들짝.

김미영이 빠르게 얼굴을 돌렸을 때 강찬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는 말을 지금처럼 확실하게 알았던 적은 없다.

김미영이 엉거주춤하게 책상과 의자에서 몸을 빼 강찬에게 달려왔다.

“얼굴이 이게 뭐야?”

“합격증 받으러 온 거야?”

“다른 소리 하지 말고. 어디 아프냐?”

김미영이 배시시 웃었다.

이렇게 웃으니까 전에 ‘흐흐흐.’하는 웃음이 그리웠다.

“나, 수시에 서울대 넣을 거야. 그래서 꼭 같이 학교 다닐 거야.”

“너, 프랑스어 공부 아직도 하지?”

“응!”

“으이그!”

강찬이 김미영의 머리를 흐트러트리자 주변에서 몇몇 여자아이들이 ‘꺅’ 하며 입을 가렸다.

불쑥 컸다.

젖살이 완전히 없어져서 이젠 정말 숙녀티가 날 정도였다.

“나는 이렇게 마른 거 싫다고 했지?”

“시험 끝나면 맛있는 거 많이 사줘.”

강찬은 조만간 김미영을 좀 쉬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학교만 아니라면 등이라도 다독여주고 갈 텐데.

딩동댕.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다.

잡았던 손을 못 놓는 것처럼 김미영의 시선이 강찬에게서 떨어지지 못했다.

이럴 거면서, 이런데도 같이 학교 다니겠다는 일념으로 얼굴이 반쪽이 되도록 공부한 거다.

“갈게. 시간 봐서 괜찮을 때 문자 해. 알았지?”

“응!”

그래도 김미영 특유의 대답을 들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강찬은 고개를 끄덕여주고 걸음을 돌렸다.

***

집에 돌아와 식탁에 서울대학교 특례입학자격증을 놓아둔 강찬은, 간단하게 스크램블을 하나 해 먹었고, 옷을 갈아입었다.

본격적인 시작이다.

김형정에게서 받은 넥타이핀과 압정 형태의 발신기를 하나씩 챙긴 강찬은 아파트를 나섰다.

택시를 타고 바로 대사관에 도착했는데 역시나 요원이 기다리고 있다가 곧바로 안내했다.

“강찬 씨!”

라노크는 여전히 변함없는 얼굴이다.

하지만 강찬은 표정에 담긴 미세한 변화를 조금씩 알 것 같았다.

늘 앉던 탁자에 마주 앉았고, 차가 준비되었다.

“금요일 오후 6시 도착입니다. 공항에서 바로 교환해서 바실리가 타고 온 비행기가 곧바로 일본으로 향할 수 있게 해 달랍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특별하게 반대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

“바실리가 저녁을 같이 먹고 싶다더군요. 그 친구와의 저녁이 내키지는 않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지 들어볼 필요는 있으니 그 점도 고려해 두었으면 싶습니다.”

“그러죠.”

답을 한 강찬은 재킷 안 주머니에서 넥타이핀과 압정 형태의 발신기를 꺼내 탁자에 올려놓았다.

“발신기군요?”

젠장, 모를 거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너무 쉽게 맞춰버리니까 맥이 쭉 빠졌다.

“대사님. 둘 중에 하나를 지니고 계시면 제 전화기로 대사님의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라노크가 나직하게 가라앉은 시선으로 강찬을 보았다.

“대사님께서 말씀하시는 친구란 개념이 어떤 것인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대사님을 지키지 못하면 제가 어떤 행동을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제게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낼 수 있다고 확신이 들어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라노크가 입을 천천히 늘리며 미소지었다.

“정보국 사람들에게 위치를 파악 당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습니다.”

그런가?

강찬은 라노크의 말을 듣자 충분히 그럴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번처럼 감이 안 좋은 겁니까?”

“아직 그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이상하게 이런 식으로라도 준비를 해둬야 할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라노크는 고민하는 눈빛을 감추려는 것처럼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달칵.

그는 찻잔을 받침 위에 올려놓은 다음, 엄지와 검지를 비비며 시선을 들었다.

“정보총국에서 사용하는 수신기를 강찬 씨의 전화기로 보내겠습니다. 대신 제가 발신을 차단할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위급한 상황이 생겨서 도움을 청하게 된다면 바로 연락을 할 수도 있습니다.”

강찬이 준비했던 것보다 월등히 효과가 뛰어난 발신기다. 거절할 이유가 없다.

“감사합니다, 대사님.”

“고맙다는 인사는 내가 해야지요. 그런데 이번에 바실리가 강찬 씨를 굳이 만나겠다고 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겁니다.”

“대사님께선 짐작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라노크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여러 가지 정보들이 뒤엉켜서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한중간에 강찬 씨의 이름이 계속 거론된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조직검사의 결과를 가지고 강찬 씨를 찾아냈고, 본국이야 강찬 씨를 귀화시키려고까지 나선 데다 바실리가 직접 움직일 정도입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왜 그런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강찬이 나직하게 한숨을 내쉴 때였다.

“들어오는 정보 중에는 터무니없는 것들도 있어서 이번에 바실리가 들어오는데 나 역시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자비에는 아직 한국에 있나요?”

“그렇습니다. 그 친구는 원래 허상수에게서 군사정보를 받아갈 목적이었는데 이제는 강찬 씨에 관한 일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짐작만 하고 있습니다.”

“조금은 웃기는데요?”

“정보전이란 이렇죠. 이러다가 실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면 그 순간, 숱한 생명이 죽어 나갑니다. 정보에 담긴 이익이 크면 클수록 희생 또한 크지요.”

그거야 굳이 정보전이 아니라도 그렇다.

아프리카의 내전에 참여해서 죽어가는 수많은 용병 역시 결국 이익을 위해 희생되는 것이니까.

“이틀 남았습니다. 바실리가 오면 이유를 알게 되겠죠.”

“그러네요.”

“금요일에 공항에 바로 올 생각입니까?”

“낮에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라노크가 웃는 것으로 바실리를 맞이할 이야기는 대강 끝났다.

“강찬 씨. 한국 정부에서 유라시아철도 담당으로 임명하면 거부하지 마세요.”

“대사님이 추천해 주실 거라던데요?”

“한국 정보원에서 부탁이 있었습니다.”

라노크가 주전자를 들어 차를 더 따랐다.

“나야 당연히 그러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이젠 정말 결정을 해야 할 시간이다.

강찬은 라노크를 똑바로 보았다.

“대사님. 제가 정말 그 일을 잘할 수 있을까요?”

“강찬 씨라면 누구보다 잘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프랑스로 귀화는 영영 없는 일이 될 건데요?”

라노크가 재미있다는 얼굴로 웃었다.

“적어도 프랑스와 적이 되지는 않겠지요.”

웃는 얼굴로 나온 말이다.

그런데 어쩐지 농담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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