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111화 (11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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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지금 어디 있나요?

“여권 만들어 주실 수 있나요? 전에 주신 신분증하고 맞는 걸루요.”

병실에 묵직한 기운이 돌았다.

석강호가 건네준 티슈로 손을 닦으면서도 강찬은 김형정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이번 행사로 강찬 씨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거기에 라노크 대사와 한국이 키운 비밀 요원이란 정보가 있어서 미국으로 입국하는 순간부터 특급 경계 대상이 됩니다.”

김형정이 나직하게 한숨을 내쉰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허하수 국회의장, 허상수 의원, 그리고 곽도영 보좌관, 양진우입니다. 양진우만 미국에 있고, 나머지 셋은 중국에 있습니다. 이들이 전부 한국으로 올 수 있도록 계획을 짜 보겠습니다.”

“이지연을 죽인 놈은요? 양진우의 사조직 두 개가 아직 남았다고 들었습니다.”

김형정이 담배를 들었다.

“조사 중입니다.”

마음이 약간 가라앉았으나 강찬의 눈은 아직 번들거렸다.

“병원에 있는 이지연의 모친은 국가가 지원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양진우와 허하수를 끌어들일 때까지 조금만 참읍시다.”

“방법은 생각하고 계신 거죠?”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고 있습니다.”

김형정의 의지를 보았고, 상황이 상황인지라 강찬은 두말하지 않았다.

“참! 제가 호텔에 전화기를 두고 왔는데 사고 때문에 그냥 왔어요.”

“증거보전 차원에서 객실을 통제하고 있어서 그대로 있을 겁니다. 가능한 한 빨리 병실로 가져다 드리죠. 석 선생 전화기도 거기에 있겠군요.”

“맞네요.”

담배 연기를 뿜어낸 김형정이 강찬을 보았다.

“원장님, 경호 실장님도 벼르고 있습니다. 문제는 중국과 미국의 외교적 압박인데 감당할 각오도 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미국이 왜요?”

석강호가 불쑥 끼어들었다.

“양진우는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고, 허상수는 중국 국적자입니다. 원래 타국의 국적을 취득하면 우리나라 국적은 자동으로 소멸되는데 중국에서 비밀리에 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이 중국 국적자라구요?”

“그렇습니다.”

석강호가 얼굴을 우그러트렸다.

“돈은 우리나라에서 다 벌면서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놈도 그렇지만, 정치를 한다는 새끼가 중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니.”

“선거에서 당선되면 취득합니다. 신고를 안 하니 따로 확인하기도 어렵고, 그 사실을 밝히면 모든 법안을 통과할 때 문제를 야기시켜서 모른 척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이 새끼들이 가만 보니까 미국과 중국에 충성하는 애국자들이었네.”

실없는 웃음이 나왔지만, 더 할 말은 없었다.

“필요하다면 동남아시아로 움직이게 할 생각입니다. 그곳은 아무래도 중국과 미국의 입김이 바로 작용하지 않아서 작전을 펼치기가 수월하지요.”

“그건 실장님께서 알아서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셋이서 갈비탕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맛은 그저 그랬다.

식사를 마치고 김형정은 바로 일어섰다.

그가 나가고 난 다음이었다.

“넌 집에다 뭐라고 그랬냐?”

“출장 중이오.”

“선생이 출장 간다는 걸 믿냐?”

“평소에 워낙 품행이 바르지 않소. 거기에 국가정보원에서 천만 원 가까이 월급까지 찍어주고. 몸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합디다. 푸흐흐.”

***

라노크의 보좌관이 방으로 들어와 책상으로 급하게 다가왔다.

“정보총국에서 샤흐트 브니므 부두목 둘을 제거했답니다.”

라노크가 들여다보던 서류를 덮고 자세를 바로 세웠다.

“내가 원하는 정보를 줄 때까지 타협은 없다. 두목도 속히 제거하도록. 이 기회에 샤흐트 브니므도 고개를 숙이게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루이는 좀 어떤가?”

“일주일이면 퇴원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안느가 거기 있나?”

“그렇습니다.”

라노크가 펜을 책상에 올려놓으며 입끝을 살짝 움직였다.

“나쁘지 않지.”

아쉬움이 라노크의 얼굴을 스치듯 지나간 다음이었다.

“우양젼우, 허하수, 허상수의 동태 파악하고, 중국, 미국, 영국의 움직임과 샤흐트 브니므의 제거는 매번 보고하도록.”

“알겠습니다.”

보좌관이 방을 나가자 라노크가 커다랗게 숨을 내쉬었다.

“호랑이를 소개해 줬더니 늑대에게 마음을 빼앗겼구나.”

고개를 살짝 저은 라노크가 다시 서류를 펼쳤다.

***

드르륵.

석강호와 둘이 잡담을 나누고 있을 때 병실 문이 열리며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 넷이 들어섰다.

서양 냄새를 풍기는 동양인, 왼손 엄지 위의 문신.

전에 남산 호텔에서 팔을 부러트렸던 놈이 모두 다섯이 들어왔다고 하더니 남은 넷이 찾아온 거다.

석강호와 함께 침대 앞 의자에 앉아 있던 강찬이 피식 웃자 앞에 선 놈이 양손을 들어 손바닥을 보였다.

“오해가 없었으면 합니다.”

한국말이다.

“하고 싶은 말을 해.”

“잠깐 앉아도 되겠습니까?”

강찬이 고갯짓을 하자 놈이 의자를 가져와 강찬의 맞은 편에 앉았다.

다른 세 놈은 문 앞에서 손을 맞잡고 서 있었다.

“자비에(Xavier)입니다. 담배 피워도 됩니까?”

“뒤에 있는 놈들에게 커피도 타라고 해. 다 같이 한잔 마시게.”

자비에가 뒤로 고개를 돌려 명령을 하자, 한 놈이 바로 온수기 앞으로 움직였다.

놈이 쭈뼛거렸다.

“봉지에 있는 걸 컵에 모두 부어.”

강찬이 프랑스어로 알려주자 놈이 제대로 커피를 타기 시작했다.

석강호가 건네준 담배를 셋이 물었다.

“부탁이 있습니다.”

부하 한 놈이 어색한 동작으로 커피를 놓아주고는 문 앞으로 갔다.

이 새끼들이 나한테 부탁을 해? 제정신인가?

강찬은 자비에와 뒤에 선 세 놈을 슬쩍 보았다.

“라노크가 간부 소탕령을 내렸습니다. 벌써 부두목 둘과 지역 간부 다섯이 죽었는데 두목은 갓 오브 블랙필드가 이 일을 중재해주기를 바랍니다.”

강찬은 처음듣는 이야기다.

“만약 이 상태가 계속 지속된다면 우리도 조직의 모든 것을 걸고 라노크와 주변 인물들에 대한 암살을 시작할 겁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던 강찬은 피식 웃은 다음, 입을 열었다.

“자비에. 난 라노크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힘이 없어. 그러고 싶지도 않고. 그러니까 차 마시고 돌아가.”

강찬이 내려놓은 종이컵을 바라보던 자비에는 물러나지 않았다.

“중재에는 대가가 있음을 아실겁니다. 갓 오브 블랙필드가 원하는 것을 말하십시오.”

“원하는 거 없어. 너희가 양진우와 거래를 한 이상 나와의 인연을 그걸로 끝이야.”

“양진우를 잡아다 드리면 어떻겠습니까?”

뭐라는 거야?

워낙 뜻밖에 나온 제안이라 강찬은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양진우의 아들 하나가 프랑스에 있고, 딸과 다른 아들은 미국에 있습니다. 그 셋, 그 셋의 배우자, 그들의 자녀 셋의 목과 양진우를 잡아다 드리죠. 어떻습니까?”

파격적인 조건인데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강찬은 담배를 하나 더 꺼냈다.

“우리도 양진우에게 속은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가 자녀들을 살해하고 소문을 퍼트리면 양진우는 한국으로 반드시 도망오게 됩니다. 그때 잡아다 드리죠. 대신 라노크와의 관계가 원만하게 될 수 있도록 중재 부탁합니다.”

찰칵.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강찬은 잠시 고민했다.

라노크는 고작 무기를 팔았다고 샤흐트 브니므에 대한 소탕령을 내릴 정도로 단순한 사람이 아니다.

“라노크가 너희를 공격하는 이유가 뭐야?”

“그것까지는 정확하게 모릅니다. 당신이 그를 만나서 원하는 바를 알아주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이 새끼는 한국말 발음은 좋은데 말투가 어색하다.

강찬은 문득 팔을 부러트렸던 놈을 떠올렸다.

“너희가 왜 여태 한국에 남아있는 거지? 이지연을 죽인 게 너희냐?”

강찬의 눈이 번득하는 순간 석강호가 인상을 찌푸리며 상체를 세웠다.

“우린 아닙니다. 우리가 남아 있는 건.”

자비에가 급하게 강찬의 말을 받았다.

“양진우가 건네주기로 한 데이터를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강찬의 눈빛이 풀리지 않자 자베르가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허상수가 국방 담당 의원입니다. 한국의 군사배치에 관한 정보를 양진우가 받아서 건네주기로 했었습니다.”

“양진우에게 속았다는 게 그거냐?”

“그게 가장 큽니다.”

“씨발 새끼들.”

석강호가 욕을 툭 뱉으면서 담배를 꺼내 들었다.

“연락은?”

“전화번호를 놓고 가겠습니다.”

“알았어. 가 봐.”

“조속한 처리 부탁드립니다.”

강찬이 날카롭게 노려보자 자비에가 얼른 명함을 놓고 몸을 일으켰다.

쯧!

“어후! 이 새끼들. 어디 상대할 놈들이 없어서 저런 갱단 놈들과 손을 잡은 거지? 이걸 국가정보원이 모를 수가 있는 거요?”

“그러게 말이다.”

“이따가 김 팀장 온다고 했으니까 그때 물어봅시다. 하필이면 둘 다 전화를 놓고 와서.”

뭔가 어수선했지만, 이런 싸움을 끼어들고 싶지는 않았다.

***

병원 밖으로 나온 자비에가 차에 올라타며 전화를 걸었다.

“지금 막 만나고 나왔습니다. 감정이 별로 좋은 것 같지 않아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서둘러야 돼. 라노크가 이미 독을 품었어. 양진우, 그 미친놈 때문에 조직이 휘청인다. 라노크가 정보총국에 제거 지시를 내린 것도 놀랍지만, 누구도 그의 지시에 토를 달지 않으려는 것이 더 놀라운 일이다. 우리가 모르는 어떤 힘이 라노크에게 있어. 우선 프랑스에 있는 양진우의 아들놈과 그놈 처, 그리고 애새끼의 모가지를 아파트에 걸어 놓을 테니 협상에 사용해라.”

“알겠습니다.”

“갓 오브 블랙필드를 거스르지 마. 그가 키다. TV에서 라노크가 보인 미소의 의미를 잊지 마라. 심지어 그의 딸이 활동하기 시작한 시점이 갓 오브 블랙필드를 만난 시점이라는 것도 잊어선 안 되고. 서둘러라.”

“방심하지 않겠습니다.”

“내가 양아들인 너를 굳이 한국에 보낸 의미를 알고 있겠지?”

“그렇습니다.”

통화를 끝낸 자비에가 전화기를 품에 넣었다.

“필립, 이 멍청한 새끼 어디 있나?”

“서울 외곽 호텔에 넣어두었습니다.”

“쓰레기 같은 놈. 한국에 와서 단 한 가지 임무도 수행 못 하고 팔이 부러져? 오늘 중으로 모가지를 잘라서 근처에 묻어버려.”

“알겠습니다.”

이를 꽉 깨문 자비에가 창밖으로 시선을 두었다.

***

드르륵.

문이 열리자 석강호와 강찬이 딱딱하게 굳었다.

“선생님!”

김미영이었다.

아직은 수업 중이어야 맞는데?

천만다행이라면 강찬이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있다는 거였다.

“어쩐 일이냐?”

“찬이 보러 왔어요. 선생님은 왜 환자복을 입으셨어요?”

김미영은 눈이 많이 가라앉았지만, 아직 붓기는 남아 있었다.

“응! 지방에 갔다가 좀 다쳤다. 그런데 너 수업시간 아니냐?”

“오늘 모의고사 보느라고 일찍 끝났어요.”

“그랬구나.”

김미영이 다가오다가 탁자에 놓인 종이컵을 보고 놀란 얼굴을 지었다.

“선생님이 피우신 거예요?”

석강호가 “어? 어?” 하며 놓여있던 담배와 라이터를 슬쩍 집어 들었다.

“몸이 아파서 이만 병실로 가봐야겠다. 이따 보자.”

강찬이 작게 한숨을 내쉬는 사이에 석강호가 어색하게 병실을 나갔다.

“선생님, 너무 하신다.”

김미영이 종이컵을 쌓아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창문을 좀 더 열려고 애썼다.

“놔둬. 그게 제일 크게 열어놓은 거야. 시험은 잘 봤어?”

“응!”

“잘했다.”

어제 울고불고 병원까지 왔는데 성적이 떨어지면?

김미영 모친의 서늘한 표정이 단박에 떠올랐다.

“저기, 어제 아빠가 집에 가셔서 나보고 많이 물어보셨다.”

“뭘?”

“찬이 좋아하는 거냐고?”

얘는 뭐라고 답했을지 가늠도 안 된다.

“궁금하지?”

“응.”

“그래서 내가 유학 같이 가기로 했던 거랑 다시 서울대학교 가기로 한 거, 다 말씀드렸어.”

‘미치겠네.’

강찬은 실없는 웃음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왜?”

“아니. 솔직히 말씀 드렸다니까 좋아서.”

“응! 아빠도 좋아하셨어.”

그 근엄한 얼굴로?

강찬은 표정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면 김미영의 말을 들어주었다.

정신과 육체의 괴리쯤 될까?

방학이 끝나고 김미영은 부쩍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진한 겉눈썹과 기다란 속눈썹.

원래 얘도 눈은 컸으니까 그건 그렇고.

젖살이 빠진 것처럼 어린 티가 가신 데다, 원래 가슴 크고, 몸매도 나쁘지 않아서 얼핏 고등학생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전교 1등을 도맡아 하고 서울 대학교 입학까지 쉽게 생각하는 아이가 정신연령은 갓 중학교 졸업한 수준이다.

어쩌면 그보다 못한가?

조잘조잘.

양진우, 허하수, 그리고 자비에 때문에 올라왔던 짜증이 김미영의 수다를 들으며 조금씩 풀렸다.

학생 식당에서 손을 잡아줄 때.

독기가 솟구쳤던 것이 그렇게 가라앉았던 적도 처음이었다.

“왜?”

강찬이 빤히 바라보고 있자 김미영이 조잘대던 말을 멈추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보고 있으니까 좋아서.”

“흐흐흐흐.”

이 웃음도 이제 적응이 됐는지 개성처럼 보인다.

그때였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은소연이 들어서다 강찬과 김미영을 번갈아 보았다.

“들어와.”

강찬이 뒤를 보았으나 은소연은 혼자 온 모양으로 바로 병실 문을 닫았다.

김미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은소연을 맞았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둘이 어색한 인사를 주고받은 다음이다. 은소연이 과일을 커피잔이 있는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김미영은 은소연을 TV에서 봤던 게 분명했다.

“안 바빠?”

“오후까지 잠깐 짬이 났어요. 어제 미쉘 이사님이 여기 계신다고 해서 가는 길에 들른 거예요.”

“앉아. 참! 여긴 친구 김미영. 이쪽은 은소연.”

어색하게 둘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저 TV에서 봤어요. 신기해요.”

은소연이 김미영을 향해 보기 좋은 미소를 지었다.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전보다 훨씬 세련된 느낌도 있고, 어딘지 눈동자가 깊어진 것도 같고. 비교하기는 게 이상하지만 제라르의 분위기라면 딱 맞을 것 같았다.

“앉아.”

“앉으세요, 언니.”

은소연이 자리에 앉으려 할 때였다.

김미영이 얼른 온수기로 가서 커피를 탔다.

“내가 할게요.”

“아니에요, 언니. 제가 한 거니까 그냥 할게요.”

은소연은 주춤거리며 자리에 앉은 다음 강찬을 살폈다.

“좀 괜찮으세요?”

“많이 다친 거 아닌데, 뭐. 드라마는 어때? 할 만해?”

“지금도 믿기 지가 않아요. 다음 주가 첫 방송이라 그런지 잠도 안 오고, 불안하기도 하구요. 우리 연기자 전부 그래요.”

“그럴 게 뭐 있어? 열심히 했잖아.”

“네.”

김미영이 커피를 두 잔 가져다가 강찬과 은소연 앞에 놓아주었다.

“미영씨는 안 마셔요?”

“전 커피 잘 못 마셔요. 몇 번 먹어봤는데 잠도 안 오고 해서요.”

“예쁘게 생겼어요.”

“흐흐흐흐.”

은소연이 모처럼 밝게 웃으며 김미영을 보았다.

“언니는 TV에도 나오는데요. 전 그런 사람 정말 부러워요. 으으. 생각만 해도 너무 떨리잖아요.”

“나도 그래요.”

“언니가요? 그런데 전에 보니까 전혀 안 떨던데요?”

“아니요. 그런 거 찍기 전에 화장실에서 정말 많이 떨어요. 어떨 때는 손이 너무 떨려서 못 나갈 때도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 화면에는 그렇게 나와요?”

“그게 나도 이상해요. 막상 시간이 돼서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면 그 순간만 딱 멈추는 거예요.”

“와! 신기하다.”

“그렇죠? 내가 생각해도 그래요.”

둘이서 워낙 재미있게 수다를 떨어서 강찬은 잠시 지켜보기만 했다.

5분쯤 지난 다음이었다.

“저 이만 가볼게요.”

은소연이 아쉬운 듯 몸을 일으켰다.

김미영도 비슷한 얼굴이었다.

“미영 씨. 우리 다음에 또 봐요.”

“예, 언니. 저 사실 언니가 없어서 언니 같은 언니가 한 분 있으면 했었어요. 친구들한테 막 자랑도 하고. 같이 나가면 사람들이 다 쳐다볼 거잖아요.”

“미영 씨가 불러주면 언제고 갈게요.”

“정말요?”

둘이서 전화번호까지 교환했다.

강찬은 어쩐지 복잡한 일에 휘말리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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