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108화 (108/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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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가서 죽여버리자.

오전 10시 15분.

이제는 행사장으로 나갈 시간이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강찬의 본능이 위험하다고 알려주기 시작했다.

“눈빛이 또 변하는군요. 지난번 골프장에서도 이런 식으로 먼저 알 수 있었던 건가요?”

“예. 그때도 분명 이런 느낌이 들었었습니다.”

“강찬 씨.”

라노크가 강한 눈빛으로 강찬을 불렀다.

“최선을 다했으니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입시다. 그래도 강찬 씨와 함께 행사장에 나갈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라노크도 이런 각오로 살아가는 거다.

부인은 총에 맞아 죽고, 딸은 다리를 다쳤는데도 매번 이런 행사를 나가야 하는 삶이다.

강찬은 피식 웃은 다음 숨을 커다랗게 들이마셨다.

“가시죠. 오늘 멋진 남자를 봤습니다.”

“경호 실장을 말씀하는 거겠군요.”

“예. 든든한 아군이 있으니 한번 붙어볼 만합니다. 이런 자리에 대사님이 계신 게 커다란 행운입니다.”

강찬의 말에 라노크가 가면 같은 미소를 활짝 피웠다.

“자!”

라노크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요원들과 보좌관이 대기실에 나왔다.

“우리의 전쟁을 시작해봅시다.”

“그러시죠.”

서양놈들이 이런 표현 하나는 멋지게 한다.

요원 둘이 문을 열고 복도를 살폈다.

루이, 강찬의 순서로 방을 나서고 라노크가 뒤를 따랐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날이 날카롭게 섰다.

루이가 강찬의 눈짓에 빠르게 움직이자 다른 요원들이 긴장한 채로 복도와 엘리베이터 앞을 점검했다.

606대원이 복도 끝과 엘리베이터 앞에 있었다.

5층이다.

때앵.

엘리베이터가 열렸고, 루이가 먼저 타고 강찬과 라노크가 올랐다.

2층을 누르자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가 움직였다.

묘한 긴장감이 엘리베이터 안을 짓눌렀다.

4……, 3……, 2. 때앵.

문이 열리자 엄청난 플래시와 셔터 소리, 그리고 눈부신 조명이 라노크와 강찬에게 쏟아졌다.

***

“드디어 오늘의 역사적인 발표를 위해 유라시아철도의 설립위원장이자 초대 운영위원장인 라노크 벨몽드 빠르디유 프랑스 대사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 옆에 지금까지 행사를 함께했던 신묵고등학교 강찬 학생의 모습도 보입니다. 기특하고 자랑스럽게 전혀 위축되지 않은 모습입니다. 국민 여러분!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앞으로 수 세기를 이끌어갈 세계 경제의 주역으로 한국이 당당히 자리매김하는 순간을 중계해 드릴 수 있어 영광입니다.”

“와아-아!”

신묵고등학교의 유리창이 흔들릴 만큼 엄청난 함성이 울려 나왔다. 아나운서의 흥분한 외침이 부추기고 있어서 아이들뿐만 아니라 선생들도 두 손을 꽉 잡은 채 얼굴이 붉게 변해 있었다.

***

빰빠바바, 빰빠바바, 빰빠라바빠.

군악대가 라노크의 입장과 동시에 아리랑을 절도있게 연주했고, 미리 참석하고 있던 각국의 대표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라노크와 강찬을 맞이했다.

강찬은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경호원들이 라노크의 동선에 따라 위치를 수정하는 것이 보였다.

지금 움직이는 다섯 명이 라노크의 담당이다.

2층은 넓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그랜드볼륨까지 거리가 충분히 20미터가 넘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강찬은 본능적으로 거리를 셌다.

후욱. 후욱. 후욱. 후욱.

숨소리다.

숨소리가 들린다는 건, 그만큼 긴장했다는 의미도 된다.

차차차차차착. 찰칵. 찰칵. 차차차차차착.

셔터 소리와 플래시가 라노크를 따라 연신 터져 나왔다.

“비켜 봐!”, “밀지 말고!”. “앞에 좀 숙여!”

접이식 사다리 위에 올라간 기자들과 그 앞을 막아선 기자들이 드잡이하는 사이에서 요원들이 길을 만들었다.

그랜드볼륨은 문을 완전히 개방해 놓았다.

양 끝에 10m씩 나온 벽이 아니라면 2층 전체가 한 공간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강찬은 오른쪽 벽 안쪽에 서 있는 석강호와 시선이 마주쳤다.

눈 깜짝할 사이다.

그런데도 석강호의 표정을 읽었다.

강찬의 눈빛에 놀란 얼굴이었다.

요원 한 명이 가장 앞자리 중앙에 라노크를 안내하고 강찬에게 그 옆자리를 가리켰다.

라노크가 손을 들고 서양 가면의 미소를 한껏 지으며 주변을 향해 상체를 좌우로 움직였다.

앉은 자리의 정면에 연단이 있고, 석강호가 서 있는 쪽에 사회자인 듯한 남녀가 작은 단상 앞에 서서 빠르게 원고를 확인하고 있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나가. 여기서 나가. 제발 이곳에서 나가.

강찬의 심장이 악을 쓰는 것처럼 뛰었다.

빠르게 주변을 훑던 강찬의 눈에 라노크의 얼굴이 들어왔다.

그래. 이왕 싸우는 싸움이라면 멋지게 붙어주지.

피식.

강찬은 각오를 다졌다.

***

“어머! 어떡해! 어떡해! 나 대표님 저 웃음 꿈에서도 나와!”

강찬의 웃는 모습이 화면에 가득 잡혔다.

11시 발표로 행사가 모두 끝난다.

대한민국의 업무가 중단됐을 정도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TV 앞에 있었고, 디아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전 촬영을 접고, 미쉘부터 경리 최유진까지 모든 직원이 TV를 지켜보는 중이었다.

“오늘 행사에 특별히 문재현 대통령과 고건우 국무총리가 참석하기로 했고, 잠시 후 도착 예정입니다. 대통령과 정부가 유라시아철도를 이끌어냈다면 강찬 학생과 같은 다음 세대가 대한민국을 세계에 우뚝 세울 것이라 확신합니다. 국민 여러분! 오늘은 대한민국의 역사에 길이 남을 하루가 될 것이고, 여러분 모두 그 현장을 직접 보고 계십니다.”

***

“지금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입장하십니다.”

남자 사회자가 한국말로 말하자, 여자 사회자가 빠르게 영어와 불어로 통역했다.

빰빠바바, 빰빠바바, 빰빠라바빠.

또다시 군악대가 아리랑을 연주하는 가운데 문재현과 고건우가 계단을 올라왔다.

각국 대표단이 모두 일어서 박수를 치는 동안 강찬은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플래쉬, 셔터 소리, 외국 기자들이 각자의 카메라 앞에서 떠드는 말소리,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전대극이 강찬과 마찬가지로 주변을 빠르게 훑다가 강찬과 시선이 마주쳤다.

긴장한 얼굴이었다.

눈빛이 번들거려서 누구라도 앞을 막으면 당장 총을 쏠 것처럼 독이 잔뜩 올라 있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심장이 얼마나 빠르게 뛰는지 아침에 아파트를 달리고 있나 싶을 정도였다.

후욱. 후욱. 후욱. 후욱.

강찬은 호흡을 들었다.

군악대의 소리, 카메라, 기자, 박수 소리가 아득하게 멀어지고 모든 것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완벽한 전투모드다.

이런 상태라면 누구와 마주치든 자신 있다.

후욱. 후욱. 후욱. 후욱.

주변을 다시 살폈다.

왼쪽에서 오른쪽, 가까이에서 멀리.

사회자, 요원, 오른쪽 끝에 앉은 유럽 담당자.

다시 단상, 그랜드볼륨 경계, 기자, 그리고 저 멀리 배치된 국정원 특수팀 요원.

그리고 다시 시선을 가져올 때 라노크의 새끼손가락이 잘게 떨리는 것을 보았다.

가면을 뒤집어쓴 것처럼 웃고 있고, 주변을 오만한 눈으로 보고 있지만, 새끼손가락이 떨리는 것은 누르지 못한 거다.

그 역시 전투에 나선 거라는 말이 떠올랐다.

문재현과 고건우가 라노크의 왼편 자리에 도착했다.

라노크의 바로 왼편에서 선 문재현이 그와 악수를 나눴는데 문재현은 뜻밖에도 강찬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강찬은 정중하게 문재현의 손을 잡았다.

***

“유라시아철도의 초대운영위원장 앞에서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가 악수를 나누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렇게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앞으로 펼쳐질 대한민국의 발전을 암시하는 역사적인 장면입니다.”

덜덜덜 떨고 있는 유혜숙의 손을 강대경이 꼭 잡아주었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유혜숙은 악몽을 꾸었고, TV 앞에 앉은 순간부터 떨기 시작했으며 강찬이 화면에 나올 때면 떨림이 심해지곤 했다.

강대경은 아예 한쪽 팔을 뻗어 유혜숙의 어깨를 안아주었다.

오늘은 출근을 하지 않았다.

전화기는 무음, 아파트 문은 닫아놓았고, 집 전화는 아예 코드까지 뽑아버렸다.

“괜찮아. 찬이가 저렇게 잘하고 있는데 당신이 믿고 봐줘야지. 괜찮아. 이제 몇 시간이면 끝날 텐데 왜 그래?”

“여보. 안 그러려고 하는데.”

파리하게 질린 얼굴로 유혜숙이 강대경의 손을 꼭 쥐었다.

“우리 찬이는 높은 자리 가면 안 되겠다.”

쥐어짠 듯한 농담을 던진 강대경의 눈빛도 흔들리고 있었는데 유혜숙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잘할 거야. 괜찮아. 괜찮을 거야.”

강대경이 자신에게 말하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괜찮냐고? 괜찮아야 한다고 당부하던 강찬의 눈빛을 떠올리며 강대경은 자꾸만 괜찮다는 말을 대뇌였다.

화면에서 강찬은 고건우와 악수를 나눈 후에 자리에 앉고 있었다.

***

“역사적인 자리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레이디슨, 젠틀맨.”

차차작. 차차차차작. 찰칵. 찰칵. 차자작.

남녀 아나운서가 교대로 멘트를 주고받으며 식이 시작되었다.

강찬은 그 사이 두 번쯤 석강호와 시선을 마주쳤고, 전대극과는 분명하게 뜻을 교환했다.

야전 생활, 전투를 치러본 사람끼리 통할 수 있는 눈빛. 생사를 가를 긴장된 순간을 함께하는 사람만이 나눌 수 있는 시선이었다.

‘믿는다. 원하는 대로 해라.’

든든하긴 했다.

하지만 저런 믿음이 사고를 막아주지는 못한다.

“유라시아 철도의 발표식을 거행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멘트에 따라 다시금 요란한 연주와 박수 소리, 카메라 셔터 소리가 터져 나왔다.

“역사적인 유라시아철도의 설립 발표에 앞서 라노크 벨몽드 빠르디유 설립위원장의 축사가 있겠습니다.”

여자 사회자의 번역이 있는 동안 라노크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재현과 눈인사를 하고 다시 강찬에게 고개를 돌렸다.

가면을 뒤집어쓴 듯한 미소 속에서 번득이는 눈빛이 강찬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우리의 전쟁에서 승리하리라 믿습니다. 만약, 우리가 진다면 안느를 부탁합니다.’

너만이라도 반드시 살아 나가란 의미다.

너는 그럴 능력이 있지 않느냐는 뜻이다.

피식.

가면의 미소를 강찬은 특유의 웃음으로 받았다.

“대사님.”

강찬은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

죽음을 각오한 것은 좋지 않다.

끝까지 살아남겠다는 의지가 중요한 거다.

“제 코드명이 뭔지 아십니까?”

차차차차차차작. 차차차차차차작. 차자작. 차자자작.

“갓 오브 블랙필드죠.”

대통령과 국무총리, 그리고 수많은 카메라, 어쩌면 방송국의 카메라 너머로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고등학생이 유라시아철도 설립위원장의 손을 잡고 시간을 끌고 있었다.

“그건 적이 만들어준 겁니다. 죽음을 선사하는 아프리카의 신이라는 뜻입니다. 오늘 전쟁에서 제가 이길 겁니다. 그러니까 안느는 직접 보살피십시오.”

라노크의 가면 안에서 솔직한 미소가 떠올랐다가 그보다 더 빠르게 사라졌다.

‘내 눈빛을 읽었습니까?’

‘그럼요.’

이런 건 말이 필요 없다.

라노크와 강찬이 동시에 풀썩 웃었다.

“좋습니다. 적들을 혼란스럽게 할 필요가 있겠군요.”

“뒤에 제가 있으니까요.”

***

“놀라운 일입니다. 한국의 고등학생과 라노크가 축하연설을 앞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평소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표정입니다. CNN 정치담당으로 10년간 근무하면서 라노크의 저런 미소는 처음 보았다고 단언합니다. 손가락 움직임에도 정치적 의미를 담는 라노크의 평소 모습으로 볼 때, 이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카메라 앞, 혹은 옆에 서서 마이크를 든 외신 기자들이 빠르게 상황을 전했다.

***

“친애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 그리고 국민 여러분. 오늘 이 역사적인 순간을 위해 참석해주신 각국 철도 담당 여러분.”

라노크가 말을 마치자 여자 아나운서가 그의 말을 빠르고 정확하게 한국말로 통역했다.

강찬의 가슴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쿠웅. 쿠웅. 쿠웅. 쿠웅.

심장의 고동이 달라졌다.

이런 적은 몇 번 없다.

어딘가에서 적의 총구가 목이나 이마를 겨누고 있는 느낌.

강찬은 연설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숨소리를 놓치는 순간 죽는다.

어디지?

주변에 누가 의심스러운 거지?

참석한 각국의 담당자 중에 누군가 총을 꺼내는 건가?

강찬은 다시금 좌에서 우로, 그리고 가까이에서 멀리 주변을 훑었다.

이럴 때 가장 믿음이 가는 건 다예루다.

‘거의 다 왔다. 준비해라.’

‘알았소.’

‘무조건 죽여.’

‘무조건이요?’

강찬의 눈빛을 받은 다예루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보인다.

다 보인다.

마이크를 든 외신기자가 침을 삼키는 것부터 셔터를 누르는 기자의 손가락까지.

표시 나지 않게 숨을 내쉰 강찬은 권총 지갑을 뒤로 기울였다.

번득.

삽시간에 경호원들의 시선이 강찬에게로 달려들었다.

‘무슨 의미냐?’

전대극이 금방에라도 총을 뽑을 것처럼 강찬을 노려보았다.

‘원하는 걸 하는 겁니다.’

이를 꽉 깨문 전대극이 주변의 경호원들을 향해 빠르게 시선을 돌렸다.

위치 파악. 상황 파악. 경계.

쿵. 쿵. 쿵. 쿵.

“한국에 유라시아 철도를 연결해서 가장 기쁜 것은 한국 음식을 계속 맛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라노크의 말에 박수와 웃음이 함께 터져 나왔다.

“오늘 이 영광스러운 자리에 한국의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자리해 주셨습니다. 급작스러운 제안이긴 하나, 저는 설립위원장의 자격으로 한국의 대통령께 축사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라노크가 뒤를 보았다.

쿵. 쿵. 쿵. 쿵.

‘함께 서 있으면 안 됩니다.’

‘총리가 떨어져 있어서 괜찮을 겁니다. 총리를 지키면 됩니다.’

문재현이 일어나자 다시 박수가 울렸다.

호텔 밖에 사람들이 얼마나 몰려 있는지 축구 중계를 듣는 것처럼 엄청난 함성과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라노크와 문재현이 악수를 나눴다.

빨리 좀!

어찌나 신경이 곤두섰는지 명치가 뜨겁게 느껴질 정도였다.

쿵. 쿵. 쿵. 쿵.

서로의 어깨를 두들긴 후에 라노크가 강찬의 곁으로 걸어왔다.

전대극은 아예 미친 사람처럼 기자들과 각국 담당자, 그리고 경호원들을 향해 눈을 돌리고 있었다.

라노크가 강찬의 곁에 앉자 문재현이 마이크에 대고 입을 열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유라시아철도의 설립을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해주신 외빈 여러분, 또한 유라시아철도 설립의 막중한 책임을 맡은 라노크 벨몽드 빠르디유 위원장님. 오늘 본인은.”

강찬은 권총 지갑을 뒤로 젖힌 상태로 라노크를 살폈다. 걸어올 때까지 아무렇지도 않던 오른손 새끼손가락이 파르르 떨고 있었다.

문재현이 오른손을 앞으로 끊듯이 내밀며 “우리는 이제 위대한 시대의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호텔 밖에서 커다란 함성과 박수가 들려왔다.

이대로 끝나는 건가?

한국이다.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겠나?

밖에서 미사일을 쏘는 것도 아닌…….

강찬은 볼이 후끈 달아오르는 느낌이었다.

그랜드볼륨의 우측을 빠르게 보았다.

막혀 있었다.

시멘트로 만든 벽인데 밖의 함성이 이렇게 들린다고?

강찬은 왼손을 들어 무전기의 버튼을 눌렀다.

치잇. “팀장님. 그랜드볼륨의 오른쪽이 안에서는 막혀 있습니다. 바깥쪽도 벽으로 되어 있나요?”

무전을 들은 전대극과 경호원, 그리고 석강호가 빠르게 강찬을 보았다.

치잇. “지금 상황실 차량에 타고 있습니다. 통유리창입니다. 저격을 막기 위해 안쪽을 패널로 막았습니다.”

강찬은 이를 꽉 깨물었다.

문재현의 축하연설은 중반쯤 왔다.

치잇. “호텔 맞은 편에 서정 건설이 지은 건물이나 서정 그룹 소유 건물이 있나요?”

치잇. “강찬 씨. 호텔의 맞은편 건물은 모두 606과 35여단에서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또 오바하는 건가?

치잇. “팀장님. 호텔 맞은편 건물이 뒤편 건물에서 2층을 다 가립니까? 미스트라나 이글라는 5㎞까지 유효 사거리가 나옵니다.”

강찬의 말이 끝나는 순간, 전대극의 고개가 불쑥 올라왔다. 저격만 생각했지 대공미사일을 쏠 거라고는 계산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사람 키만 한 발사체로 팔 길이만 한 미사일을 날리는 게 미스트라나 이글라다.

실제로 아직 김형정의 답도 없었다.

치잇. “강찬 씨. 그것까지는 계산하지 못했습니다.”

쿵. 쿵. 쿵. 쿵.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호텔 2층에 빽빽하게 들어앉은 거다.

죽기를 각오한 특수부대원이 이글라를 갈기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한다. 더구나 내부 상황을 TV로 고스란히 전해주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강찬은 빠르게 전대극과 눈을 마주치며 무전 버튼을 눌렀다.

치잇. “갓 오브 블랙필드다. 호텔 옥상의 저격수는 행사장 맞은편 모든 건물을 확인한다. 목표는 휴대용 대공 미사일. 비슷한 모양이 보이면 선 발사, 후 보고 한다.”

치잇. “경호 실장이다. 코드명 갓 오브 블랙필드의 명령에 따라라.”

전대극이 이를 악문 채로 강찬을 보았다.

문재현이 축사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생각 밖으로 빨리 끝난다.

C4는 어디에 쓸 거지?

문재현과 고건우를 동시에 죽일 상황이 뭐지?

치잇. “팀장님. 3층은 무슨 시설이죠?”

치잇. “부페 식당과 레스토랑입니다. 비워두었습니다.”

치잇. “4층은요?”

치잇. “객실입니다. 현재 비워두었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치잇. “606 대원 투입. 8층에서 11층까지 투숙객 확인. C4로 유리를 깨고 레펠로 내려올 수 있다. 무장 가능성 있다.”

명령을 들은 전대극이 ‘설마?’하는 표정으로 강찬을 볼 때 문재현의 연설이 끝났다.

대답이 없었다.

코드명을 들었지만, 투숙객을 상대로 뛰어들지 못하는 거다.

쿵. 쿵. 쿵. 쿵.

강찬은 모든 것이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대사님. 제가 소리치면 무조건 저 친구에게 달려가십시오.”

자리에서 일어서던 라노크가 석강호를 보며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프랑스는 알아봤고, 한국은 모르는 강찬의 능력.

시선을 돌렸을 때 라노크의 고갯짓을 본 전대극이 왼손을 입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치잇. “경호실장이다. 606 대원은 빨리 호텔을 수색해! 이후로 갓 오브 블랙필드의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전원 책임을 묻겠다.”

치잇. “606 투입. 인원이 부족합니다. 35 여단 투입을 허가 바랍니다.”

전대극이 강렬한 눈빛으로 강찬을 보았다.

치잇. “35 여단 투입해라.”

치잇. “35 여단 투입.”

라노크와 문재현이 단상 앞에서 악수를 하자 셔터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쿵쿵쿵쿵. 쿵쿵쿵쿵.

강찬은 심장이 전하는 경고를 이기기 위해 이를 꽉 깨물었다.

그 순간이었다.

치잇. “미사일 발견. 미사일 발견. 저격한다. 반복한다. 저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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