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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끝까지 가보자.
강찬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구석에서 조용하게 서 있는 우희승의 눈빛 때문이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요원이, 그것도 자신이 따르는 사수가 일반인을 두들기고 있는 거다.
죽이는 것보다는 낫다고 편하게 받아들였다.
그걸 짐작해서 최종일이 나선 거라고 쉽게 생각했다.
“그만하자.”
강찬의 말에 최종일의 주먹이 멈췄다.
입맛이 썼다.
신사동에서 오광택을 부르느니 최종일이 나을 거라고 생각한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조일권을 두들기는 일에 대한민국 최고의 요원을 써서는 안 되는 거였다. 이런 추악한 싸움에 저들의 손을 더럽혀서는 안 되는 일이다.
“차 마실래?”
“제가 타겠습니다.”
“아니. 이건 내가 하지.”
강찬은 한쪽에 놓인 생수를 포트에 붓고, 스위치를 켠 다음 봉지 커피를 종이컵에 부어 넣었다.
사실 최종일과 요원 둘은 외부에서 있을 습격에 대비하고 사건이 벌어졌을 때 도움을 주라고 파견한 정부 사람이지, 강찬이 개인적인 일에 부려 먹으라고 보낸 건 절대 아닌 거다.
자존심을 먹고 사는 요원들에게 너무 하찮은 일을 시켰다.
물이 끓자 강찬은 종이컵에 커피를 따랐다.
부끄러웠다.
어느새 유니콘이니, 프랑스 정보국이니 하는 힘을 쥐었다고 귀한 사람들을 싸게 쓰는 천박한 인간이 된 느낌이었다.
종이 커피의 냄새를 맡자 가슴이 조금은 진정되었다.
“조일권. 저리 가서 앉아 있어.”
그렇다고 봐줄 마음도 없다.
죽이든, 살리든 직접 해야겠다는 각오가 선 거다.
조일권이 낑낑거리며 벽 쪽 소파에 앉았다.
강찬은 최종일과 우희승에게 커피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담배를 꺼내 둘에게 권했다.
“창문이나 다 열자.”
우희승이 네 개의 창을 차례대로 열자, 더운 열기가 에어컨 바람을 이기며 훅 달려들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커피를 나눠 마셨다.
“미안하다.”
사과할 건 하자. 그게 깨끗하다.
최종일과 우희승이 무슨 뜻이냐는 듯 강찬을 보았다.
“이건 내 싸움인데 쓸데없이 나서게 했다. 아무래도 가족이 걸리니까 눈이 뒤집혔던 모양이다.”
소파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는 조일권 때문에 요원이 어쩌고 하는 말을 하기는 어렵다.
“그냥 이번만 그렇게 이해해주라.”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두 사람은 무슨 뜻인지 이해한 눈치였다.
묘하게 웃는 게 그랬다.
커피를 마시자 가슴이 한결 가라앉았다.
몽골에서의 싸움, 윤봉섭, 유혜숙의 사진, 그 위에 튄 피, 그리고 조일권까지.
그야말로 정신없이 끌려 온 싸움 속에서 퍼뜩 정신이 깨어난 느낌.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강찬은 커피를 마시다 말고 조일권을 보았다.
“몇 가지 물어보다가 정 헛소리하면 창밖으로 던져버리지, 뭐.”
정말 그럴 마음도 있었다.
제 것도 아닌 권력에 빌붙어서 사람 죽이는 일을 쉽게 생각한 놈. 양진우의 비자금을 빼돌리고, 그걸 유지하기 위해 애꿎은 사람을 죽이라고 시킨 놈이다.
조일권이 돈과 비서실장이라는 위치를 가졌다면 강찬은 더 많은 돈과 조일권을 죽일 힘을 가졌다.
다른 사람을 시켜 죽이나 직접 죽이나.
“얼른 해결하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알겠습니다.”
강찬은 남은 커피를 모두 마신 후에 조일권의 맞은 편에 앉았다.
“윤봉섭에게서 증거를 모두 받았다. 놈이 너랑 대화한 걸 전부 녹음했더라구.”
조일권이 강찬의 가슴께를 보더니 이를 꽉 악물었다.
“트렁크에 10억도 들었다고 하고. 양진우가 시켜서 움직인 건 알겠는데 그 새끼가 시켰다는 증거. 그리고 일본에서 돼먹지 않은 놈들 들여온 증거, 마지막으로 내가 모르는 양진우의 죄를 털어놔. 참고로 비자금은 다 알고 있으니까 그깟 거 지껄일 생각 말고. 네가 감춰 둔 200억도 다 알고 있어.”
조일권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더니 눈알이 빠르게 돌아갔다.
이 개새끼는 또 잔머리를 굴릴 생각을 하는 거다.
이런 새끼가 그렇지.
“두 사람은 잠깐 나가 있어.”
겁을 주려는 게 아니다.
독기나 화 때문이 아니다.
내 싸움은 내가 직접 하겠다는 것뿐이다.
끼이익. 덜컥.
최종일과 우희승이 나갔다.
“조일권?”
“예.”
개새끼. 대답은 잘한다.
“나 알지?”
“예.”
따귀 때릴 틈도 없을 정도로 빠르게 답이 나왔다.
“하나씩 하자. 양진우가 날 죽이고 싶어하는 진짜 이유가 뭐냐?”
조일권의 눈동자가 설핏하는가 싶더니 답이 튀어나왔다.
“철도를 연결하는 일에 관련된 줄로 알고 계십니다.”
“그러니까 그 철도가 연결되면 돈을 더 벌수 있다는데 왜 유독 지랄이냐구!”
짜증이 확 솟구친 순간이었다.
“노동자가 부의 여유를 가지면 요구조건이 많아지고, 생각이 많아지고, 정치권과 부유층에 정당한 요구들이 많아진다고…….”
조일권이 흘깃 눈치를 살필 때 강찬은 정말 궁금한 것이 생겼다.
“야!”
“예!”
이 개새끼가 워낙 빨리 대답을 하는 바람에 뒷말이 잘렸다.
“야! 그러니까, 철도가 들어오면 무지막지한 돈이 우리나라로 들어온다는 거 아니냐? 그럼 재벌이 가장 많은 돈을 벌 텐데 정당한 요구니 뭐니 좀 들어주면 되잖아?”
“그게, 철도가 연결돼서 100조 가까운 수익이 생기면 앞으로 30년에서 50년은 정권이 안 바뀌고, 다음으로 지금 정권이 하는 대로 계속 나가면 결국은 재벌이 해체돼서 없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강찬은 자세를 세우고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그래서 너는 양진우 밑에서 이 지랄로 충성을 다하는 거냐? 멀쩡한 사람 죽이라고 시키면서?”
“잘못했습니다.”
조일권의 눈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잘못했다구? 눈알을 저렇게 굴리면서?
내 앞에서 빠져나갈 기회를 노린다 이거지?
“지난번에 일본에서 들어온 놈들 양진우랑 네가 도와준 거지?”
강찬이 피식 웃었다.
이 새끼는 지금 최종일이 무섭지, 강찬은 별로다.
좋은 말로 얘기하니까 점점 여유를 찾고 이젠 대놓고 기회까지 엿보고 있다.
“저기.”
“뭐?”
“일본에서 사람 들여온 건 허상수 의원과 곽도영 보좌관이 주관했고, 회장님과 저는 필요하다는 금액만 지원했습니다.”
“허상수는 또 누구야?”
“국회의원입니다. 형님이 허하수 국회의장이시고 대대로 국회의원을 하신 명문가 출신입니다.”
피식.
아주 지랄을 떨어라.
강찬은 녹음에서 들었던 족보 없는 것들이 운전대를 잡으면 어쩌고 하는 말이 떠올랐다.
“명문가? 우리나라가 훌쩍 앞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틀어막으려고 북한 특수군을 몰래 들여오는 게 명문가냐? 암살까지 시도하면서? 그래서? 허상수인가 그 새끼는 왜 또 철도에 반대하는 거냐?”
“과거에 일본 천황으로부터 작위를 받고 쌀 수출했던 전력 때문입니다. 지금 정부가 계속 정권을 잡고, 국민들이 부를 얻으면 결국 과거 청산 문제가 꼭 나오는 거라서.”
강찬은 실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결국, 엿 같은 이야기만 쭉 듣고 있는 거다.
“허상수한테 돈 건너간 증거 있지?”
“그건 없습니다.”
강찬은 피식 웃으면서 담배를 하나 꺼내 들었다.
찰칵.
“후우. 담배 피냐?”
“안 피웁니다.”
열어놓은 창가로 바람이 훅 들어왔다.
“저기 선생님.”
강찬은 시선이 주었을 때 조일권이 고개를 위로 살짝 들어서 시선을 마주쳤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게 우선 50억입니다.”
이 개새끼가? 200억을 가지고 고작 50억?
나는 받을 게 500억이다.
“더 빼면 비자금 자체에서 표시가 납니다. 우선 50억을 드리겠습니다.”
“후우!”
강찬이 담배 연기를 길게 뿜자 조일권의 눈알에 반짝하고 빛이 돌았다.
“6개월! 아니 1년만 기다려 주시면 제가 30억 더 해드리겠습니다.”
강찬은 담배를 들고서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 개새끼가 사람을 완전히 병신 취급을 해?
“아닙니다! 제가 1년 안에 50억 더 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그래놓고 또 뒷구멍에서 죽일 생각할 거 아냐?”
“예? 그게 제가 나서서.”
“야!”
“예.”
“양진우가 시키는데 네가 별수 있어? 또 근본이 어쩌고 하면서 사람 살 거 아냐? 10억이면 외국 칼잡이 사서 죽이고 깨끗하게 끝내는 데 뭐하러 구질구질하게 1년 뒤에 돈을 줄 생각을 해?”
“그러시면 이번에 아예 60억, 아니 70억을 드리겠습니다.”
이전의 삶처럼 찢어지게 가난했거나, 통장에 한 푼도 없는데 강대경과 유혜숙이 힘든 상황이었다면 지금 들었던 말이 얼마나 아팠을까?
이런 식으로 없는 사람들 가슴을 아프게 했단 말이지? 저도 결국은 양진우 밑에서 붙어사는 족보 없는 놈이면서 다른 없이 사는 사람들을 비웃고 멸시했다 이거지?
강찬이 들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놓고 발로 밟을 때, 조일권은 어느새 고개를 들고 강찬을 상대하고 있었다.
“선생님과 가족분의 안전은 제가 보장하겠습니다.”
“어떻게?”
“회장님도 제 말은 어느 정도 들어주십니다. 그러니까 저를 믿고 돌아가 계시면.”
쫘아아아악!
“조일권?”
화들짝 자세를 바로 세운 조일권의 뺨에 지문이 보일 만큼 확실한 손자국이 남았다.
쫘아아아악! 털썩!
소파의 손잡이에 얼굴을 묻었던 조일권이 대가리가 흔들릴 정도로 떨면서 자세를 바로 세웠다.
쫘아아아악!
왼쪽 눈 끝과 볼, 그리고 입술 끝이 찢어져 피가 나고, 볼이 퉁퉁 부어오른 조일권이 가까스로 몸을 세웠다.
콱!
강찬은 붕대를 감은 왼손으로 조일권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쫘아악! 쫘아악! 쫘아악! 쫘아악! 쫘아악!
살이 연해서 면도칼로 이리저리 갈라놓은 것처럼 볼이 찢어진 데다 눈언저리, 코피, 입 끝에서 흘러나온 피로 얼굴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강찬은 놈의 머리칼을 더욱 꽉 쥐었다.
쫘아악. 쫘아악. 쫘아악. 쫘아악. 쫘아악.
힘이 풀려서 놈의 대가리가 좌우로 흔들렸다.
윤봉섭이 그러더니 이 새끼도 제 맘대로 기절하려고 하는 거다.
“눈 똑바로 안 뜨면 아까 그 친구들 불러서 정말 파묻어 버린다.”
움찔한 조일권이 고개에 힘을 넣었다.
개새끼, 죽기는 싫어가지구.
“지금 네놈이 지껄인 증거 다 내놔. 알았지?”
사람이 급하면 입으로 하는 대답보다 대가리를 먼저 끄덕인다.
쫘아악. 쫘아악. 쫘아악.
“이 개새끼가 어디서 대가리를 끄덕여?”
“예!”
왼손을 놓자 놈의 상체가 휘청했다.
“내가 이 담배 끄기 전에 증거 다 가져와.”
담배를 꺼내던 강찬이 조일권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지금껏 이런 눈으로 노려보지는 않았다. 최종일에게 엉뚱한 일을 시킨 게 미안해서 그런 거다.
조일권이 다급하게 시선을 뚝 떨어트렸다.
찰칵.
“후우. 가져와.”
한번 휘청한 놈이 급하게 책상으로 움직였다.
개새끼.
깡패에 달라붙어 나쁜 짓을 저지르는 일진이나, 양진우 곁에 붙어서 사람을 함부로 죽여도 된다고 생각하는 저 새끼나 한치도 다를 바 없는 개새끼들이다. 다만, 일진은 폭력을 직접 행사하는 거고, 저 새끼는 돈과 알량한 권력으로 폭력의 뒤에 숨은 것만 다르다.
강찬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조일권이 정말 거칠게 서랍을 열어댔다.
병신, 담뱃재 털 종이컵 가지러 가는 건데.
저 새끼는 지금 이 순간을 모면할 수만 있다면 마누라라도 던져 줄 거다. 가지고 있던 힘이 꺾이고, 상상하지 못했던 폭력과 마주치게 되면 누구나 저런다.
지금껏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새끼의 저 알량한 힘과 폭력에 꺾이고 부러졌을까?
담배가 종이컵 안에서 ‘치이익!’ 하는 소리를 낼 때, 조일권이 서류 뭉치와 USB를 들고 소파 앞에 섰다.
“설명해 봐.”
"여기에 담긴 자료는 허상수 의원 쪽으로 돈을 보낸 날짜와 금액, 그리고 회장님께서."
조일권이 멈칫하고 강찬의 눈치를 살핀 다음 빠르게 말을 이었다.
“회장님이 개인적으로 사용하신 비용, 무마한 사건들이 담겨 있습니다.”
“무마한 사건은 또 뭐야?”
여태 주절주절 잘 떠들던 새끼가 이렇게 머뭇거릴 만한 일이 뭐가 있지?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내심 궁금해졌다.
“회장님께서 소아성애자여서.”
이게 뭐라는 거야?
“차마 너무 어린 아이들은 못하고 10세 이상 여자아이들을 사서.”
강찬은 피가 거꾸로 치솟는 느낌이었다.
“주로 가출한 아이들로.”
조일권의 입을 쭉 찢어버리고 싶었다.
“양진우가 올해 몇 살이냐?”
“59세입니다.”
강찬은 퍼뜩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너 딸 있지?”
“있습니다. 올해.”
의도를 파악했는지 조일권이 입을 꾹 다물었다.
“중학교 1학년. 그 애를 양진우가 손댔으면 너라면 어땠을 것 같냐?”
“죄송합니다.”
“그런데 뒤에서 당한 여자애들한테 돈을 쥐여주고 사건을 무마했어?”
“그건 제가 직접 한 게 아니라 윤봉섭이.”
하마터면 죽여버릴 뻔해서 강찬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지금 바로 목을 찔러도 죽고, 대가리를 돌려도 죽고, 창밖으로 던져도 죽고, 명치를 때려도 죽는다.
강찬은 이를 악물고 나머지 자료로 시선을 돌렸다.
“그 외에 그동안 회장님 가족들, 윤봉섭, 그리고 윤봉섭과 같은 사조직 두 곳에 송금한 내용입니다.”
“윤봉섭 같은 놈들이 두 곳이나 더 있냐?”
“이 안에 다 담아두었습니다.”
“후우!”
강찬은 숨을 커다랗게 내쉬었다.
“너는 이제 어떻게 할래?”
“외국으로 나가겠습니다.”
개새끼, 200억을 가지고 해외로?
꿈도 야무지다.
“조일권. 살인 교사, 뭐 이런 걸로 걸리면 교도소에 얼마나 들어가 있냐?”
“5년에서 길면 10년입니다.”
강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병원에 있을래? 아니면 교도소에 들어갈래?”
“한 번만 봐 주십시오!”
피식.
겁은 더럽게 많은 새끼가 또 잔머리를 굴리면서 흥정을 하려고 든다.
콱.
강찬은 조일권의 머리칼을 꽉 움켜쥐었다.
“너희는 교도소 보내봐야 어차피 병으로 나올 거잖아. 그럴 바엔 바로 병원으로 가라.”
쫘아아아아아악!
힘껏 따귀를 갈기자 조일권의 머리가 한쪽으로 툭 꺾였다.
강찬은 오른팔을 뻗어 조일권의 왼손을 소매를 잡아당기며 잡았던 머리칼을 놓아주었다.
털썩.
소파의 손잡이에 대가리를 처박자 팔이 자연스럽게 꺾였다.
개새끼가 이런 센스가 있네!
자리에서 일어선 강찬은 놈의 손목을 왼손으로 잡고 무릎을 팔꿈치에 걸친 다음, 힘껏 내리찍었다.
콰자자자작! 꿈틀!
기절했던 놈이 통증에 정신이 들었다가 곧바로 다시 기절한 거다.
이래 봐야 1년 치밖에 안 된다.
강찬은 놈의 대가리를 잡아 반대로 던지고 오른손도 당겼다.
콰자자자작!
이렇게 하면 합이 2년. 아직 3년에서 7년이 빈다.
그거야 뭐.
강찬은 마지막으로 조일권의 머리칼을 움켜쥔 채로 당겨서 놈의 상체를 세웠다.
피투성이가 된 놈의 얼굴 때문에 왼손 붕대에 피가 잔뜩 묻었다.
놈의 대가리를 양손으로 잡은 강찬은 짧고 빠르게 손을 틀었다.
으드드득! 털썩!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재수 없으면 평생 앉거나 누워서 지내야 할 거고, 아마 목이나 허리 아래는 절대 쓰지 못할 거다.
이 새끼는 일단 이걸로 됐고.
테이블에 놓인 자료를 챙긴 다음 책상으로 옮겨가 유혜숙의 사진을 찾았다.
한 장은 바닥에 떨어졌고, 다른 사진에는 피가 방울방울 떨어졌다.
이 개새끼!
강찬은 이를 악물며, 사진을 접어 품에 넣었다.
이 사무실에선 불에 태울만한 자리가 없어 보였다.
덜컥. 끼이이익.
문을 열고 나가자 앞에 서 있던 최종일과 우희승이 한쪽으로 비켰다.
“어떻게 할까요?”
“모가지를 돌려놨으니까 병원에 보내 줘.”
“알겠습니다. 잠시면 됩니다.”
문을 잡고 안으로 들어간 최종일이 달칵 소리가 난 다음에 밖으로 나와서 비밀번호를 바꾸었다.
“이래 놓으면 병원 관계자가 알아서 열고 데려갑니다.”
하여간 이 친구도 재능은 참 다양하다.
“밥 먹으러 가자.”
셋이 내려오는 동안 최종일이 무전을 했고, 현관에 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 좀 여유 있게 먹을 곳으로 갔으면 싶은데.”
“이 안쪽에 맛있게 하는 한정식집 있습니다.”
“그래. 우리끼리 이야기 할 수 있는 곳.”
“적당한 곳이 있습니다. 어딘지 알지?”
“예.”
이두범의 대답을 들으며 강찬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조일권을 신고해?
양진우가 알아서 덮으려고 더 애를 쓸 거다.
개만도 못한 새끼.
강찬은 자료에서 보았던 양진우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를 꽉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