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95화 (9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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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죽고 싶어서 이러는 거지?

‘죽이지 말자. 죽이면 안 된다.’

강찬은 속으로 계속 다짐하며 윤봉섭에게 다가갔다.

‘우선 조일권이 시켰는지 확인하고.’

그러나 탁자에 올려진 유혜숙의 사진에 피가 튀어 있는 것을 보자 눈이 확 뒤집히고 말았다.

콰악!

콰다다다당!

강찬이 구둣발로 가슴을 차버리자 윤봉섭이 소파와 함께 뒤로 넘어갔다. 테이블 옆 바닥에는 놈이 들려다 놓친 회칼이 아직도 있었다.

피식.

이 개새끼가 어머니를 노려?

한눈에도 외국인을 이용한 다음, 귀국시키겠다는 의도가 분명했다.

강찬은 칼을 집어 들었다.

‘죽이지는 말자!’

안다. 마음속으로도 그렇게 외치고 있다.

그런데 평소에도 눈이 뒤집힐 일을 하필이면 독기가 아직 가라앉지 않은 순간에 맞은 거다.

강찬은 꿈틀대며 등으로 기어가는 윤봉섭을 죽이지 않으려고 두 번이나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저 새끼를 죽이면 조일권, 양진우의 목을 따러 바로 달려가게 된다.

“야?”

“옝!”

“이 개새끼가, 어디서 앵앵거려? 야?”

“예엥!”

강찬은 놈의 오른쪽 어깨를 힘껏 밟아버렸다.

콰작!

“끄으응! 끄응! 끄으응!”

걷어차인 강아지처럼 터진 신음이었다.

“야, 이 개새끼야?”

“예에-끄응.”

윤봉섭이 움찔했다.

“후우. 우리 인간적으로 얘기하자.”

강찬은 정말 그럴 마음이었다.

그런데 탁자에 걸터 앉기 위해 움직이는 그 짧은 순간에 윤봉섭의 눈이 문을 살피는 것을 보았다.

이 새끼는 아직 밖에 애들이 누군가를 불러줄 거라고 기대하고 있는 거다.

물론 부하들이 얌전히 있지 않을 거라는 것 정도는 안다. 오광택을 알고, 강찬의 이름을 들었으니 당장이야 못 달려들겠지만, 혼자 온 것을 알고 있어서 반드시 도움을 청하거나 사람을 불러 모으고 있을 거라는 것도 짐작한다. 윤봉섭이 애타는 눈빛으로 기다리는 누군가를 말이다.

“그래? 그럼 나도 하나 불러 주지.”

강찬은 우선 윤봉섭의 목을 밟았다.

콰악!

“꺼어엉! 꺼엉! 꺼어엉!”

“개새끼야! 전화기 떨어트릴 뻔했잖아!”

버둥대는 윤봉섭을 밟았고 오른손엔 칼을 들었다.

어떤 놈이고 지금 이 순간을 방해하면 정말 죽일 것 같아서 전화를 꺼낸 거다. 지금은 독기가 머리를 뚫고 솟아나는 느낌이었다.

강찬은 처음으로 전화기에 있는 무전 어플을 눌렀다.

두루루룩.

[“최종일입니다.”]

“어디 있어?”

[“올라가신 건물 5층과 입구에 있습니다.”]

이럴 줄 알았다.

“5층 신사 기획으로 들어와.”

[“알겠습니다.”]

어플을 한 번 더 누르자 전화기에 들어와 있던 붉은색 등이 바로 꺼졌다.

“끄르륵. 끄륵. 끄르륵.”

“아! 미안, 전화하느라고. 너무 오래 밟고 있었지?”

“커어헉! 커헉! 커어헉!”

윤봉섭이 목을 움켜쥐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개새끼야, 이제 숨 좀 돌렸냐?”

콰악!

“끄윽. 끄으윽! 끄으윽!”

오른쪽만 남은 윤봉섭의 얼굴에서 눈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여기서 30초만 더 있으면 이 새끼는 죽는다.

강찬은 밟고 있던 발을 내렸다.

“커어어헉! 커헉! 커허헉!”

“야.”

“흡! 흐흐흑! 크흐흑!”

윤봉섭이 화들짝 놀라며 울음소리 같은 이상한 신음을 토해냈다.

이제야 제대로 겁이 오른 얼굴이다.

너 같은 놈보다 백 배는 독한 놈들, 아프리카에서 숱하게 상대해 봤다.

“뭐야!”

그때 밖에서 거친 외침과 함께 싸우는 소리가 들리더니 연달아 책상에 엎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콰악!

문이 거칠게 열렸다가 쓰러져 있던 외국 놈의 몸뚱이를 세차게 밀쳤다.

“최종일입니다.”

“문 앞을 지켜. 어떤 놈이 오든 막고, 경찰이고 지랄이고 아무도 간섭 못 하게 해.”

“알겠습니다.”

윤봉섭의 눈에 공포가 가득 찼다.

“이제 조용하게 얘기할 마음 들어?”

윤봉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콰악!

“커어헉! 꺼억! 끅!”

“이 개새끼가 어디서 고개를 끄덕여?”

개구리를 발로 밟았을 때와 비슷한 소리가 윤봉섭의 목에서 연신 터져 나왔다.

죽기 직전에 강찬은 발을 뗐다.

흐느낌처럼 숨을 들이마실 때 밖에서 거칠게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피식.

윤봉섭이 화들짝 놀라며 몸을 떨었다.

강찬은 넘어진 소파의 손잡이 부분에 앉아서 담배를 꺼냈다.

콰앙!

문짝을 쇠파이프나 야구방망이로 때린 것처럼 커다란 소리와 함께 사람 머리 높이가 움푹 안으로 우그러졌다. 계속해서 고함과 비명이 들렸는데 최종일의 솜씨를 본 터라, 강찬은 염려하지도 않았다.

찰칵.

“후우!”

고함이 조금은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콰다당!’하는 집기 부서지는 소리와 “아악!”하는 끔찍한 비명이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5층이다.

건물 아래쪽에서 경찰차가 울리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윤봉섭의 눈에 일말의 희망이 스치고 지나갔다.

피식.

“후우!”

강찬은 깊게 빨아들인 담배 연기를 한숨처럼 뿜어냈다.

깡패를 등에 업고 설치는 거나, 국가정보원 혹은 라노크를 믿고 설치는 건 똑같이 비열한 짓이다. 하지만 유혜숙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강찬은 더한 짓도 할 용의가 있었다.

보육원 아이들을 위해 비싼 옷 한 번 제대로 못 사 입는 여자, 평생을 걸고 선택한 남편이 무시당해도 안타까워하면 했지, 원망 한번 안 해본 여자, 아들이 죽으면 함께 죽으려 해 놓고 그 아들이 변한 걸 받아들이기 위해 눈치 보며 울음을 삼키던 여자다.

그런 여자를 죽이려고?

강찬은 이상하게 웃음이 나왔다.

“조일권이 시켰지?”

담배 연기를 내뿜다가 조용하게 물었다.

놈이 피범벅인 얼굴로 겨우 숨을 쉬었다. 기절하려고 하는 거다.

“기절할 여유가 생겼다 이거지?”

강찬이 일어서자 윤봉섭의 오른쪽 눈이 파르르 떨렸다.

“빨리 끝내자. 조일권이 시켰지?”

멈칫! 푸욱!

“끄으으으!”

강찬은 윤봉섭의 부러진 오른쪽 어깨에 칼을 쑤셔 넣었다. 이 새끼는 이걸로 오른팔은 겨우 밥 먹는 데나 쓴다.

“이번에도 대답을 망설이는 눈치가 보이면 다음번엔 바로 눈알을 파 버릴 거야. 알았어?”

“이이이에에!”

칼이 박혀서 놈의 대답이 엉뚱하게 나왔다.

싸우는 소리는 이미 잠잠해졌다.

“경찰은 못 들어와. 그러니까 잘 생각해라. 죽여서 카페트에 둘둘 말아 들고 나가도 너 같은 새끼 찾을 사람 없게 할 거니까.”

고개를 한 번 끄덕였던 놈이 다급하게 희한한 소리로 대답을 했다.

“조일권이 시켰지.”

눈을 똑바로 들여다본 상태다. 강찬은 이번에도 허툰 짓을 하면 아예 죽여버리고 조일권에게 바로 갈 생각이었다.

“이에에!”

일본말처럼 들렸다.

“좋아. 조일권이 시켰다는 증거는?”

“노오그음이, 저나기. 저나기에 노오금. 지냉비 도온 10어글 트렁크에 두었슴니다.”

개새끼들. 양동이에 밥을 퍼서 먹는 아이들이 있는 세상에서 멀쩡한 사람을 죽이는데 10억을 써?

“차 키는?”

“옷장 소오게.”

“그래, 새끼야. 일찍 말해주면 서로 얼마나 좋아?”

쫘아아악!

강찬은 윤봉섭의 따귀를 세차게 갈기고 몸을 일으켰다. 아직 어깨에 칼이 박혀서 놈은 몸을 제대로 비틀지도 못했는데 피가 섞인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강찬은 일어나서 책상으로 향했다.

의자 뒤편 옷장을 열어서 양복을 뒤지자 주머니에서 벤츠 키가 나왔다. 다음은 전화기다. 책상 위에 없어서 아래를 보았는데 의자 바퀴 앞에 떨어져 있었다.

모르는 기종이었다.

똑똑똑.

중간 위쪽이 부서진 문짝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최종일입니다.”

“들어와.”

문을 열던 최종일이 고개만 넣었다가 쓰러진 놈을 보더니 힘껏 안으로 열었다.

치이이익.

셔츠에 피가 튀었고, 오른쪽 이마에서 피가 배어나온 데다, 왼손을 다쳤는지 손수건을 감고 있었다.

“들어왔던 놈들은 조직결성, 살인미수 등으로 일단 경찰이 연행하기로 했고, 검찰에 연락해 두었습니다.”

“많이 다쳤어?”

최종일이 재미있는 농담을 들었다는 투로 풀썩 웃었다.

“여기에 녹음이 돼 있다는데 한번 찾아서 틀어봐.”

강찬이 전화기를 건네주자 최종일이 이리저리 보더니 “비밀번호가 필요합니다.” 했다.

강찬과 최종일의 시선이 동시에 윤봉섭에게 향한 순간이었다.

“2796. 2796임다.”

최종일은 바로 전화기를 눌러댔다.

“녹음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가장 최근 거 한 번 틀어 봐.”

잠시 검지를 밀어대던 최종일이 화면을 두 번 누른 다음이었다. “찾으셨습니까?”로 대화가 시작되더니 마침내 “유혜숙이 적당한 사고를 당할 방법을 찾아봐.”를 거쳐, “강도가 적당합니다.”, “10억이면 서로 하겠다고 베트남까지 줄 설 겁니다.” 까지 주르륵 흘러나왔다.

강찬이 책상에 걸터앉아 담배를 건네주자 최종일은 사양하지 않고 받더니 곧바로 라이터를 꺼내서 불을 붙여 주었다.

“이거 말고 다른 증거도 있습니까?”

“이 자동차 트렁크에 10억 받은 거 넣어 놨다는데?”

“10만 원짜리 수표와 현금일 겁니다. 녹취하고 오늘 잡아들인 놈들, 저놈, 여기 외국인 두 놈, 이렇게 하면 살인교사로 제대로 엮을 수 있을 겁니다.”

담배 연기를 뿜으며 강찬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꼬리만 자르는 거야. 일단 증거는 챙겨 놓고, 조일권이 찾아가서 해결하지.”

“제가 있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유비캅 직원 수련 중이라고 말씀드린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김 팀장님이 그러시던데? 특급 경호 대상을 혼자 두는 나라는 없다고. 솔직히 다른 사람이라도 있겠구나 싶었어.”

“병원에 옮기겠습니다. 저대로 오래 두면 출혈 과다로 죽습니다.”

강찬이 고개를 돌려 윤봉섭을 보았다. 그놈과 외국인 두 놈의 몸 아래쪽에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알아서 처리해. 경고나 해주려고 왔다가 큰일 막은 거니까 난 더 볼일도 없어.”

“아까 계셨던 커피점에서 20분만 기다려 주십시오.”

“복장이 이래서 나가기도 어려워.”

왼손은 피가 굳었고, 오른쪽 소매, 셔츠, 무릎, 발이 온통 피투성이였다.

“병원 연락하고 바로 옷 준비하겠습니다.”

최종일이 밖으로 나갔다.

어차피 요원들도 옷을 갈아입어야 할 상황이다.

강찬은 깜박 잊고 있던 것을 떠올리고 탁자로 향했다. 유혜숙의 사진이다. 이런 곳에 두어서 언짢을 일인데 피가 튀어서 불길해 보였다.

책상 안쪽에 있던 철제 휴지통을 가져온 강찬은 사진을 겹쳐 잡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화르륵.

사진의 끝 부분이 말리면서 서서히 재로 변했다.

‘조일권? 다음은 너다.’

이렇게 된 이상 양진우나 조일권도 당장은 꼬리를 자르느라 바쁘지, 다른 일을 벌이기 어려울 거다. 그렇더라도 어설프게 살인교사 따위로 조일권을 걸어서 양진우가 도망가게 할 마음은 없었다.

사진을 다 태우고 난 강찬은 매콤한 연기가 싫어서 방을 나섰다.

구급차와 경찰이 거의 동시에 도착해서 최종일의 지시를 받았다.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손을 닦고, 요원 한 명이 약국에서 사온 약을 바른 다음 왼손에 붕대를 감았다. 그 사이 다른 요원이 옷과 구두를 준비해 왔다. 어설픈 벌이로는 세탁비 감당하기도 힘들겠다.

최종일은 이마에 거즈를 붙였고, 손에 붕대를 감았는데 피가 배어 나오고 있어서 영락없이 싸움을 하고 왔다는 표시를 내는 모양이었다.

**

“다들 오라고 해.”

기껏 같이 싸워놓고 뭐 숨을 일이 있겠나.

강찬이 부르자 최종일 멋쩍게 웃었다.

“뭐해? 다들 한잔 마시고 조일권이 잡으러 가야지.”

“저희도 같이 갑니까?”

“어차피 따라올 거잖아? 차 있지?”

“있습니다.”

“거 봐.”

최종일이 전화를 꺼내 연락을 하자 요원 둘이 나타났다. 붕대를 감거나 붙인 꼴은 비슷해서 커피 전문점에 있는 사람들이 힐끔거리며 눈치를 살폈다.

“어디로 가십니까?”

“세종로에 있는 빌딩인데? 거기 21층에 개인 사무실을 만들어 뒀더라구.”

어디서 알게 됐냐고 물을 만도 한데 최종일은 입을 다물고 묻지 않았다. 10분쯤 커피를 마신 후에 회색 중형차를 타고 세종로에 있는 건물로 움직였다.

이두범과 우희승이 앞에 타고 최종일과 강찬이 뒤에 앉았다.

토요일이라 시내로 들어가는 길이 제법 붐볐다.

도로를 빽빽하게 메운 차들을 보자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다.

사람의 욕심은 어디까지일까?

보통 사람은 상상도 못 하는 돈을 가졌으면서 뭐가 부족해서 새치기한 자동차 판매권 좀 차지하지 못했다고 목숨을 노리고, 심지어 아무것도 모르는 한 가정의 주부를 죽일 생각을 하는 건지.

“다 왔습니다. 저 앞에 있는 건물입니다.”

이두범이 오른쪽에 있는 건물을 고개를 비틀어 보았다. 차를 현관에 대자 우희승과 최종일이 함께 내렸다.

도로에 차는 넘치는데 건물은 한산했다.

셋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21층을 눌렀다.

“여기 있는 거 확인하셨습니까?”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여기 있다가 방배동 아파트에 있는 여자 집 들러서 저녁 먹고 대치동 집에 들어가.”

라노크가 건네준 일정표에 적힌 내용이었다.

2107호.

손잡이 위에 번호 키가 붙어서 밖에서는 열기 어렵게 생겼다.

‘문을 두드리면 누구냐고 먼저 물을 거고?’

얼굴을 봐야 ‘나 강찬이다.’ 어쩌고 하지 문도 안 열렸는데 밖에서 이름을 대는 건 소용없는 짓이다.

강찬이 입맛을 다시고 있을 때였다.

최종일이 눈짓을 하더니 대뜸 벨을 눌렀다.

띵동. 띵동.

강찬이 멍하니 보고 있을 때였다.

“누구요?”

“봉섭이 형님 심부름 왔습니다!”

문에 달린 렌즈를 피해 강찬은 옆으로 물러섰다.

그런 거에 속겠냐?

“심부름 보냈다는 말 없던데?”

“급하게 베트남에 가게 되셨다고 전해드리라던데요?”

달칵.

최종일이 강찬을 보며 씨익 웃었다.

그러나 조일권도 만만치 않았다.

안에 쇠줄로 된 고리를 걸어서 문이 완전히 열리지 않게 해 놓았다.

“서류만 줘.”

조일권의 음성이 또렷이 들린 순간이었다.

최종일이 팔을 문 위쪽에 넣더니 세차게 아래로 내리쳤다.

콰작. 왈칵!

단박에 고리가 떨어져 나갔고, 문이 활짝 열렸다.

“뭐! 뭐야!”

퍼억.

최종일이 명치에 주먹을 꽂아 넣자 조일권은 몸을 웅크린 채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들어가시죠.”

강찬은 기가 막힌 심정으로 조일권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꺼억.”

겨우 숨을 조절한 조일권이 비명을 토해낼 때였다.

퍽!

최종일이 그의 목을 짧게 끊어졌다.

“끄윽!”

창가로 놓인 책상과 책장, 중간의 소파 사이에서 조일권이 피둥피둥한 몸을 구부렸다.

쯧!

강찬은 우선 조일권의 책상으로 다가갔다.

이 개새끼.

역시나 유혜숙의 사진이 한쪽에 있었다.

강찬의 눈에서 독기가 뿜어져 나오는 순간이었다.

퍽!

또 소리를 내려고 했었던 모양인지 최종일이 조일권의 명치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강찬이 다가갔을 때 안경이 반쯤 벗겨진 조일권이 침을 게워내며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이 새끼 정신 차리면 분명 소리 지르고 지랄할 겁니다. 제게 20분만 맡겨 주시면 절대 그런 일 없게 만들겠습니다.”

최종일의 눈을 본 강찬은 그의 심정을 알았다.

강찬이 손을 대면 죽일 수도 있다는 걸 짐작하고 먼저 나선 거다.

그래. 어쩌면 이게 현명한지도 모른다.

이런 개 같은 새끼 하나 죽인다고 양진우는 꿈쩍도 하지 않을 거다.

“알았어. 이왕 시작한 거니까.”

강찬은 조일권의 책상에 걸터앉아 담배를 꺼내 물었다.

찰칵.

“후우.”

퍽. 퍽. 퍽. 퍽.

살이 쪄서 그런지 맞는 소리가 굉장히 리듬감 있게 들렸다.

“꾸욱. 꾹.”

콱!

최종일이 조일권의 머리를 움켜쥐고 고개를 든 다음 턱에 걸려있던 안경을 벗겨냈다.

“조일권.”

“꾸욱.”

퍽. 퍽.

명치와 목을 쥐어박은 최종일이 다시 조일권을 들여다보았다.

“질문하실 거야. 바로 대답하고 소리치거나 허튼짓하면 모가지를 돌려버릴 테니까 알아서 해.”

조일권이 급하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이었다.

퍽. 퍽. 퍽. 퍽. 퍽.

최종일이 놈의 목덜미를 기절하지 않을 만큼 연속해서 두들겼다.

왜? 말 잘 듣는다고 하는데?

강찬이 고개를 갸웃하며 담배를 빨아들일 때였다.

“아직 5분 남았거든. 기절하면 그냥 죽여서 묻어버린다. 조금 전에 윤봉섭이 묻은 자리에 같이.”

퍽. 퍽. 퍽. 퍽. 퍽. 퍽. 퍽.

에이, 잔인한 새끼!

고개를 돌리던 강찬의 눈에 우희승이 보였다.

구석에서 조용하게 조일권을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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