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94화 (9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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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죽고 싶어서 이러는 거지?

매운 음식을 딱히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석강호와 둘이 혀에 불이 날 만큼 매운 낙지 볶음을 먹고 나니 실없는 웃음이 절로 났다.

“자! 이제 가서 시원한 아이스 커피에 담배 하나 때려줍시다.”

“알았다, 알았어. 가자.”

기분이 한결 풀려서 식당을 나섰는데 바로 맞은 편에 커피전문점이 있어서 그리로 들어갔다.

“이제 좀 사람 눈 같소.”

“그 정도였냐?”

“외인부대 애들이 눈치 볼 정도면 말 다한 거 아니요?”

“쯧.”

“푸흐흐. 아프리카에서도 그랬었잖소. 아후! 그때 언제요? 내가 팔뚝 잘릴 뻔하면서 막았을 때, 그때 처음으로 대장이 무섭다는 생각 했었소. 그 칼, 내 팔에 안 찔렸으면 대장은 무조건 아웃이었소. 기억나쇼?”

겨우 잊어가던 일을 석강호가 불쑥 끄집어냈다.

“아, 참. 이번에 느낀 건데 말이오, 아프리카 때보다 더 날카로워졌다는 생각 안 드쇼? 내가 보기엔 전성기 때보다도 더 날렵하던데, 특히 초소에서 달려가면서 총 쐈을 때.”

“4번 건물 열렸을 때?”

“맞아요, 그때! 예전에도 대장 달려가면서 한 발씩 갈기는 거야 워낙에 유명했지만 이번에 보니까 마빡에 제대로 꽂아 넣습디다. 깜짝 놀랐소.”

그랬나?

“푸흐흐. 알제리 출신이 둘 있었는데 그중 한 놈이 오늘 출발하기 전에 부탁합디다. 다음번에 절대 빼놓지 말아달라구. 저격수 놈 있잖소, 거, 대장보고 언제 또 작전 나가냐고 물었던 놈. 그놈은 우리가 한국 특수팀인 줄 알고 있었소.”

“너 이러다가 나 몰래 프랑스 건너가는 거 아니냐?”

“푸흐흐.”

석강호가 커피를 마신 끝에 얼음을 버적버적 깨물어 먹었다.

“대장이랑 같이 가서 좋았던 거요. 모르긴 몰라도 제라르 그 새끼, 대장 없이 작전 나갈 생각 하면 끔찍할 거요.”

“됐다.”

강찬은 슬슬 들어가 봐야겠다고 여겼다.

“들어가자.”

“그럽시다.”

석강호와 함께 일어났다.

이제는 정말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강찬은 석강호와 함께 택시를 탔고, 아파트 입구에서 내렸다.

벤치고 뭐고 우선 들어가서 유혜숙을 보고 싶었다.

집이, 그리고 가족이 이렇게 반갑게 느껴지는 삶을 살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때앵.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강찬은 곧바로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다. 거실을 살피고, 안방을 보았는데 유혜숙은 집에 없었다.

어딜 가셨나?

노리는 사람이 있는 마당이다.

강찬은 혹시 싶어서 전화기를 들고, 유혜숙의 번호를 찾아 통화버튼을 눌렀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강찬의 눈빛이 번쩍하는 순간에 통화가 연결됐다.

[“여보세요? 찬이냐?”]

“저예요, 아버지. 무슨 일 있으세요? 어머니는요? 아버지 목소리가 왜 그러세요?”

[“아냐. 그냥 네 전화 받은 게 좋아서 그렇다. 어디 아프거나.”]

잠시 말이 그친 다음에.

[“다친 건 아니지?”]

소곤거리는 것처럼 조용한 질문이 있었다.

“그럼요. 저 지금 집에 있어요.”

[“뭐? 정말? 일 끝난 거냐?”]

“예. 그런데 왜 어머니 전화를 아버지가 받으세요?”

[“오늘 재단 사무실 문 연다고 손님들이 오셔서 엄마가 바쁘다.”]

강찬은 강대경의 음성이 평소와 다르다고 느꼈다.

“아버지. 정말 아무 일 없으신 거죠?”

[“내가 무슨 일이 있어? 그냥 아들 목소리 들으니까 좋아서 그렇지.”]

“제가 갈까요? 엄마 축하해 드려야죠.”

[“아니다.”]

강대경이 곧바로 대답했다.

[“금방 끝날 거고, 아빠도 오늘은 일찍 들어갈 테니까 쉬고 있어. 집에서 보자. 어디 안 가지?”]

“예. 그럼 이따 뵐게요.”

[“그래. 이따 보자.”]

통화를 끊고 나서도 무언가 찜찜함이 남았지만, 위험하다거나 위기가 느껴지는 건 아니었다.

강찬은 방에 들어가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털썩 누웠다.

다른 건 몰라도 용인 습격과 관련된 놈들을 빨리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

라노크가 건네준 양진우의 자료는 국가정보원이 준 것과는 조사 방향이 달랐다. 특히 양진우가 비자금을 관리하는 방법과 통장, 관련 정치인, 비서실장 조일권의 상세 인적사항, 거기에 조일권이 가지고 있는 별도의 사무실과 개인 조직까지, 그야말로 양진우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러니까 조일권, 이 새끼가 실질적인 일을 다 한 거네. 쯧, 거기다 양진우 비자금에서 200억을 빼돌린 거고. 이 새끼들은 무슨 개도 아니고?”

조일권 역시 아파트를 두 채 얻어서 여자를 두었는데 첨부된 가족사진에는 중학교 1학년짜리 딸, 그리고 미모의 아내가 분명하게 있었다.

“이놈들 봐라?”

조일권이 부리는 사람 중에 가장 눈에 띈 놈은 폭력조직 출신 해결사 윤봉섭이었다. 폭력 전과 3범, 협박, 노동법 위반, 외국환관리법 위반 등의 전과가 있고, 살인교사 두 건은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실도 기록되어 있었다.

컴퓨터 화면에 뜬 사진 속의 윤봉섭이 앞을 똑바로 노려보고 있어서 강찬은 피식 웃고 말았다.

‘네가 실제로 움직인 놈이라는 거지?’

인적사항과 현재 거주지, 주로 움직이는 곳까지 정말 상세하게 기록되었다.

“일단 너부터 좀 보자.”

바닥부터 훑어가면 나온다.

더구나 조일권의 지시를 받고 적지 않은 돈까지 받았다면 분명 관련이 있을 확률이 높았다.

강찬이 윤봉섭의 사진을 노려보고 있을 때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컴퓨터에 떠 있는 자료를 닫은 강찬은 곧바로 방을 나섰다.

“아들!”

“오셨어요? 재단 축하드려요, 어머니.”

신발을 벗자마자 유혜숙이 강찬을 안았다.

좋았다. 정말 좋았다.

강대경은 강찬의 표정을 살피면서 마음이 놓이는 얼굴이었다.

“수련회가 잘못됐어? 아들?”

“아뇨. 준비해 놓은 걸 제가 생각보다 잘해서 더 할 필요 없겠다고 하더라구요.”

유혜숙은 이해하지 못한 얼굴을 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좋은 일 있었니?”

“두 분 일찍 봬서 그런가 봐요.”

강대경이 기분 좋게 웃었다.

“이이는, 나보고 뭐라고 하더니 요새는 당신이 더 찬이를 기다리는 거 같아?”

“그래. 나 요즘 아들 보는 재미에 흠뻑 빠졌다.”

유혜숙의 기가 막힌 표정에도 강대경은 꿋꿋했다.

두 사람이 옷을 갈아입고 나와 세 식구가 소파에 앉았다. 방문객들 이야기를 시작으로, 대통령이 직접 다녀갔다는 말이 나왔는데, 강찬은 몰랐던 이야기라 “총리님이 알려주셔서 가는 길에 들른 것 아닐까요?”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도 영문을 모르는 일이다.

저녁은 유혜숙이 채소와 김치, 그리고 계란 프라이를 이용해 만든 비빔밥을 먹었다.

맛있다는 생각이 들자 강찬은 갑자기 제라르가 생각났다. 아니다. 그 새끼는 이걸 처먹이면 눈을 이상하게 뜨고 불만을 털어놓을 놈이다.

하여간 맛있게 먹고 셋이 함께 TV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

평소보다 좀 더 빠르게 달렸다.

자꾸만 가라앉는 느낌을 털어내고 싶었다.

김형정도 구했고, 제라르를 제외하면 부상자도 없다.

석강호는 5억을 챙겼고, 강찬은 500억이 들어온다고 들었다.

500억?

한 달 내내 아프리카에서 총질을 해대고 받은 돈이 한화로 300만 원에서 많은 달은 500만 원 정도다. 그런데 500억을 준다면 도대체 얼마나 끔찍한 작전을 안기려고 그러는 건지 슬쩍 짜증도 났다.

물론 삶에서 차지하는 단위가 다를 수는 있다.

유니콘 프로젝트가 성공할 때 생기는 이익이 몇백조라고 했으니 500억쯤 충분히 지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얼마의 돈을 주든, 그것이 강대경과 유혜숙의 안전을 담보해주지는 못한다.

“허억. 허억.”

아파트의 벤치에 도착한 강찬은 거친 숨을 토해냈다.

강대경은 어쩔 수 없었더라도 유혜숙을 건드리게 두지는 않는다.

이 개새끼들이 누굴 건드려?

가까스로 누르던 독기가 불쑥 솟아올랐다.

독기와는 별도로 몸 상태는 한결 올라왔다.

“하루쯤 쉬지 그러냐?”

“이게 좋아요, 아버지.”

“아들, 얼른 씻고 밥 먹자.”

“예.”

강대경의 흐뭇해 하는 얼굴과 아침을 준비하는 유혜숙을 바라보며 강찬은 샤워실로 들어갔다.

아침 식사 후에, 강대경을 배웅한 강찬은 방으로 들어가 김태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약속보다 일찍 올라왔다고 말을 전했고, 9시 30분경에 유비캅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양복 안에 셔츠를 입었는데 이제 유혜숙도 이런 복장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어머니. 저 나갔다 올게요.”

이젠 ‘어머니’ 소리가 정말 자연스럽게 나온다.

요거 정말 좋다.

“다녀와, 아들!”

“예.”

이게 행복이 아닐까?

아파트를 나선 강찬은 택시를 이용해 김태진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어서 와. 일이 잘된 모양이지?”

“네. 경호 맡아주신 거, 감사드리고 오늘부터 직원분들 철수하시라는 말씀드리러 왔어요.”

“자네가 왔으니까 그렇게 하지. 국가정보원에서 하는 경호는 계속 유효할 거 아닌가?”

“그만 둔다는 말은 없었으니까요.”

강찬은 잠시 망설였지만, 김형정의 일을 말하지 않기로 했다. 당사자가 말한다면 모를까, 강찬이 먼저 입을 열 일은 아니다.

“비용은 어떻게 하지요?”

“그런 소리 할 거면, 다신 자네 안 볼란다.”

“뭘 또 그렇게까지 그러세요.”

김태진이 서운한 표정을 지을 때 직원이 차를 가져왔다.

“그나저나 이 친구는 왜 연락이 없지? 자네에게도 연락 없나?”

“예. 그러네요.”

뜨끔하긴 했지만, 뭐 실제로 김형정이 연락한 건 없는 거다.

30분가량 시간을 보낸 강찬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석 선생 보고 한 번쯤 다녀가라고 전해 줘. 이 양반이 아예 안 보고 살 셈인가?”

“다음에 같이 식사하시죠.”

“목 빼고 기다릴 거야.”

“가능한 한 빨리 잡을게요.”

유비캅 사무실을 나온 강찬은 택시를 타고 신사동으로 움직였다. 신사역 사거리에서 한남대교를 바라보고 우측에 유리로 된 8층짜리 건물.

“저거구나.”

강찬은 찾아낸 건물 바로 옆의 커피전문점에 들어가 아이스 커피를 한잔 사서 테라스에 앉았다.

윤봉섭은 보통 오전에 저 건물 5층에 있다가 점심을 먹고 나서 움직인다. 사채에 외국 노동자 알선까지, 참 바쁘게 사는 놈이다.

“어?”

담뱃불을 붙이던 강찬이 눈빛을 빛냈다.

윤봉섭이다.

커다란 덩치에 어깨를 구부정하게 했는데 쭉 찢어진 눈에 툭 튀어나온 광대뼈, 야비하게 생긴 입술이 확실히 그놈이었다. 사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흑인이 아닌가 싶을 만큼 시커먼 얼굴이었다.

윤봉섭은 눈매가 매섭게 생긴 동남아시아인 두 명과 함께 사무실이 있는 건물로 들어서고 있었다.

강찬은 담배를 끈 후,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어차피 양진우와의 싸움이다.

이 새끼를 건드려 놓으면 조일권에게 보고가 갈 거고, 양진우가 움직인다.

증거도 없이 윤봉섭을 두들길 생각은 없다.

그저 강대경과 유혜숙을 건드리지 못하게, 그리고 강찬이 이미 양진우를 주시하고 있음을 알리려는 목적이었다.

이래 놓으면 적은 대개 둘 중 하나를 택한다.

멈칫하고 하던 짓을 멈추거나, 아니면 아예 대놓고 강찬을 노리거나.

건물로 들어간 강찬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잠시 기다렸다가 5층으로 올라갔다.

신사기획.

사무실 문의 왼편에 붙은 명판을 확인한 강찬은 강화 유리로 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정면에 소파가 놓인 사무실은 또 처음이다.

인상 고약한 놈들 셋이 강찬을 노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쇼?”

질문은 소파 왼편 책상에 있던 놈이 했다.

책상이 두 개였는데 옆에는 싹수없게 생긴 30대 여자가 앉아 있었다.

“윤봉섭이 만나러 왔는데?”

책상에 있던 놈이 단박에 인상을 찌푸렸다.

“너 뭐야? 어디서 왔어?”

놈이 몸을 일으키자 소파에 있던 세 놈이 엉거주춤하게 일어서며 강찬의 뒤를 살폈다.

“강찬이다. 윤봉섭이 안에 있지?”

“강찬?”

‘이 새끼들이 내 이름을 알고 있구나.’

강찬은 놈들의 표정을 보고 단박에 알아차렸다.

시선을 돌리자 왼편은 벽에 붙은 회의실, 오른쪽은 대표이사실이라는 명판이 붙었다.

“윤봉섭이 안에 있지?”

어쩐 일인지 놈들은 함부로 대꾸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놈들과 괜히 오래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서 강찬은 바로 오른쪽 방으로 향했다.

오광택이며, 강찬의 이름을 아는 놈들이 맞다.

사무실에 있던 놈들이 말리지도 못하고 “어? 어?”하며 뒤를 따라왔다.

벌컥.

강찬이 문을 열었다.

여기도 문 앞이 바로 소파다.

방은 꽤 넓었는데 오른쪽에 으리으리한 책상과 책꽂이가…….

강찬은 소파의 테이블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유혜숙의 사진이다.

아파트 입구에서 비닐봉지를 들고 걸어가는 유혜숙.

얼굴만 커다랗게 나온 유혜숙.

그 외에도 서너 장이 밑에 깔려 있었다.

이건 뭐지?

윤봉섭이 사진을 내려다보곤 다시 강찬을 향해 시선을 들었고, 맞은 편 소파에 앉은 동남아시아인 두 명은 이게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강찬과 윤봉섭을 교대로 보고 있었다.

이 새끼들이?

강대경을 습격한 것도 겨우 참고 있는데 그 틈에 이런 짓을 하고 있어?

“씨발, 꿈자리가 사납더니.”

유혜숙을 아는 놈이 강찬을 모를 리가 없다.

달칵.

강찬은 먼저 방문을 닫았다.

동남아시아인 둘이 눈치를 살피며 몸을 일으켰다.

“앉아.”

강찬이 날카롭게 말을 했는데도 놈들은 전혀 꿀리지 않는 눈치였다.

피식.

유혜숙의 사진을 놓고 윤봉섭과 마주 않은 동남아시아인이다. 게다가 강찬의 말에 반항기를 담고 노려볼 정도로 깡이 있는 놈들.

강찬은 곧바로 앞으로 다가갔다.

앞에 있는 놈이 움찔했고, 뒤의 놈은 빠르게 한 걸음 물러났다. 강찬이 오른손을 슬쩍 들자 놈이 반사적으로 왼팔을 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콰악.

강찬은 놈의 손목을 낚아채서 쭉 잡아당겼다.

가락이 있는 놈이다.

몸이 딸려오는 순간을 이용해 오른 주먹을 날려왔다.

타악!

강찬은 파리 쫓듯 주먹을 쳐내고 놈의 왼손을 비틀었다.

“큭!”

왼팔이 비틀린 놈의 상체가 앞으로 숙었을 때 왼발로 놈의 얼굴을 사정없이 걷어찼다.

콰작!

놈의 얼굴이 위로 솟았다가 비틀린 왼팔 때문에 바로 아래로 떨어졌다.

콰작!

강찬이 두 번째로 걷어차자 테이블, 윤봉섭의 얼굴과 가슴, 그리고 바닥에 덩어리 피가 사정없이 튀었다.

콰다당.

놈이 소파에 얼굴을 파묻고 엎어진 순간이다.

강찬은 놈의 왼팔을 위로 치켜든 다음, 오른발로 팔꿈치를 있는 힘껏 짓밟았다.

우드득!

섬뜩한 소리와 함께 기괴하게 틀어진 팔이 길쭉하게 늘어졌다.

쭉!

강찬은 놈의 팔을 질질 끌어서 문앞에 둔 다음, 기절한 놈의 대가리를 잡았다.

우드득!

거의 죽일 생각으로 돌렸다.

강찬이 자세를 바로 세우자 남은 동남아시아놈이 윤봉섭을 다급하게 보았다.

거길 볼 틈이 있어?

강찬은 바로 테이블과 소파 사이를 가로질러 놈에게 다가갔다.

놈이 책상 쪽으로 몸을 피할 때였다.

윤봉섭이 테이블 아래로 손을 뻗었다.

강찬은 허리를 비틀다시피 몸을 돌리며 오른 팔꿈치로 윤봉섭의 얼굴을 후려갈겼다.

콰자자작!

콱!

왼손으로 놈의 머리칼을 움켜잡았을 때 테이블 아래로 회칼이 떨어졌다.

콰작. 콰작. 콰작. 콰작.

팔꿈치로 연달아 네 번이나 갈겼다.

“꺽! 꺽!”

피가 넘어가 숨구멍을 막은 거다.

코는 완전히 주저앉았고, 왼쪽 광대뼈가 무너져서 얼굴이 오른쪽만 남은 것처럼 보였다.

강찬이 몸을 세우고 뒤를 보았을 때, 동남아시아 놈은 뾰족하게 생긴 칼을 들고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이건 뭐야? 술래잡기야?”

강찬이 피식 웃으며 기다란 3인용 소파를 넘어갔다.

책상의 뒤와 앞이다.

놈은 강찬이 움직이는 반대쪽으로 빠르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다고 봐줄 것 같지?

그런 칼을 품고서 유혜숙의 사진을 보고 있었는데?

화악!

강찬은 단번에 책상 위로 올라갔다.

화다닥!

놈이 문 쪽으로 달려가는 순간 강찬이 책상에서 내려섰다.

홰액!

놈이 커다랗게 칼을 휘둘렀다.

짐작한 일이다.

홱. 홱. 홱.

제법 칼을 휘둘러봤던 놈인 것처럼 연달아 찔러댔다.

홱. 콱!

이건 몰랐지?

강찬은 칼의 안쪽을 잡아챘다.

퍽. 퍽. 퍽.

그리고 겨드랑이, 옆구리, 목덜미를 단숨에 찍었다.

“끄아아.”

놈의 오른팔을 비틀자 칼이 위로 올라왔다.

당연하게 강찬은 칼을 손에 잡았다.

왼쪽 손바닥 안쪽을 베여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푸욱!

있는 힘껏 놈의 오른팔과 어깨 사이에 칼을 쑤셔 넣었다.

“끄윽! 끄으윽!”

푸욱!

두 번째도 같은 자리다. 칼이 어깨를 완전히 뚫고 어깨 앞으로 나와 있었다.

바닥에 피가 고인 것처럼 줄줄 흘렀다.

용서해줄 마음은 없었다.

땡강.

바닥에 칼을 버린 강찬이 오른발로 잡고 있던 놈의 팔꿈치를 사정없이 밟아버렸다.

콰자자작!

“끼이이이! 끄이이!”

비명 참 희한하다.

“아직 남은 거 알지?”

팔을 쭉 당긴 강찬은 놈의 머리통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콰작. 콰작. 콰작. 콰작.

무릎으로 네 번을 걷어차자 놈의 몸이 축 처졌다.

“이게 마지막이다.”

으드득. 털썩.

놈을 팽개친 강찬이 시선을 돌렸다.

“윤봉섭! 너도 마무리를 해야지?”

소파에 앉은 윤봉섭이 등받이를 뚫고 나가겠다는 것처럼 몸을 뒤로 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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