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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돌아오는 길
치누크의 시끄러운 소리가 이렇게 반갑기는 또 오랜만이다. 포로들과 제라르를 3번 건물 앞으로 옮기는 동안 저격조와 통신병이 내려왔다.
작전에 성공했을 때, 그리고 상대방이 이름 있는 적일 때, 대원들이 갖는 자부심이 그들의 눈빛에 고스란히 올라와 있었다. 이런 일이 두세 번 반복되면 대원들은 지휘자를 끝없이 신뢰한다.
두두두두두두.
헬기 소리가 기지를 둘러싼 암벽에 맞고 메아리처럼 울릴 때였다.
치잇. “배달부, 황새다. 군기지가 보인다.”
치잇. “알았다, 황새.”
소리가 바로 위에서 나오는 것처럼 요란했다.
두두두두두두.
마침내 헬기가 보이고, 흙먼지가 거세게 일었는데 암벽에 갇힌 소리 때문에 정신이 아득할 정도였다.
“디미네쥐몽!”
치누크의 문을 향해 포로들을 부축했고, 다예루가 제라르를 안고 달렸다.
“서둘러!”
강찬은 연신 악을 썼다.
헬기가 뜨고 내릴 때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기에 1초가 아까운 지경이었다.
대원들이 정신없이 달렸고, 마침내 다 탔다.
강찬이 발을 딛는 순간 헬기는 이미 몸을 띄우고 있었다.
두두두두두두.
“후우.”
강찬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헬기에 타고 있던 군의관이 제라르의 팔에 혈액과 링거를 꽂고 있었다.
“어때!”
“출혈이 너무 심합니다!”
강찬은 눈살을 찌푸렸으나 당장은 방법이 없었다.
개새끼.
작전에 나서서 들뜨는 멍청한 놈!
이런 걸 중닭쯤 됐다고 믿은 게 다 억울했다.
제라르에게 두 개의 주사약을 투입한 군의관이 포로들을 보고 질린 얼굴을 했다. 우선 급한 건 손가락이 벌어져 뼈가 나온 포로여서 군의관이 그의 옆으로 움직였다.
강찬이 헬기에 등을 기대고 앉자 대원이 담배를 건네주었다.
두두두두두두.
두 번이나 애써서 불을 붙였고, 거의 모두라고 해도 좋을 만큼 담배를 물었다. 치누크 조종사가 지랄할 일이지만, 지금은 끄라고 해봐야 말을 들을 놈은 하나도 없다.
“후우!”
살 것 같았다.
김형정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강찬과 헬기 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물론 대원이 찔러준 담배를 입에 물고서였다.
***
달칵.
문을 연 보좌관이 책상으로 다가와 라노크의 귀에 고개를 가져갔다.
“무슈 강이 구출에 성공해서 귀환 중이라고 합니다. 외인부대 1명 부상이 전부입니다.”
라노크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보좌관을 본 다음, 다시 책상 위에 놓인 시계로 시선을 가져갔다.
“몽골은 오후 6시가 조금 넘었겠군.”
“거기에 북한 특수군 전원 사살입니다. 외인부대 특수팀 사상 가장 완벽하고 멋진 작전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정말 믿기 어려운 결과군.”
라노크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중국과 미국의 반응은?”
“특이동향은 아직 확인된 바 없습니다.”
볼펜을 책상에 세운 라노크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포로들을 이송해서 한국과 나를 압박하겠다던 중국의 계획이 완전히 무산된 거군. 거기에 북한이 파견했던 특수군까지. 이렇게 되면 내가 특수전에서만큼은 완벽하게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올 테고.”
라노크가 고개를 살짝 비틀어 보좌관을 보았다.
“정보총국에 연락해서 이번 작전에 참여한 대원들에게 확실히 포상할 수 있도록.”
“전달하겠습니다.”
보좌관이 나가자 라노크가 의자에 몸을 묻었다.
“무슈 강. 이렇게 되면 정말 중국과 겨뤄볼 만합니다.”
그리고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
다르항 공항에서 C295 수송기가 출발한 것은 현지 시각으로 밤 8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다. 무엇보다 제라르의 상태를 살피고, 그 외 한국팀의 부상을 돌보는 데 시간이 걸렸다.
저녁은 역시 씨-레이션으로 때웠다.
비행기가 고도를 잡자 강찬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제라르가 의식을 찾아 담배를 달라고 한 때부터 분위기도 좋아졌다.
특수팀이다.
작전을 대충 짐작한 군의관도 제라르가 담배를 피우는 것에 대해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커피 드시겠습니까?”
신병이 강찬에게 건넨 말이다. 그는 강찬을 존경하는 눈빛으로 대했는데 정도의 차이만 있지, 다른 대원들도 다르지 않았다.
“혹시 작전을 자주 합니까?”
맞은 편에 있던 1조 저격수가 강찬에게 소리치자 시선이 단박에 달려들었다.
“다음번에도 꼭 끼워주십쇼!”
강찬이 피식 웃을 때 “우리, 다 같은 생각이야! 나중에 구대장에게 말할 참이었어!” 하고 한 놈이 더 크게 악을 썼다.
신병이 봉지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쭉 나눠주고는 자리에 앉았다. 놈은 자꾸만 강찬을 힐끔거렸다.
“왜?”
“베레모하고 두건, 주면 안 됩니까?”
“뭐라는 거요?”
“베레모하고 두건 갖고 싶단다.”
“사인해달란 소린 안 합디까?”
석강호가 히죽 웃으며 보자 신병이 시선을 피했다.
강찬은 베레모를 벗어 그 안에 두건을 넣고 신병에게 던져 주었다.
자랑하려는 마음은 없다.
정말 두려울 때, 그리고 숨이 막힐 정도로 겁이 날 때, 저 베레모와 두건을 쓰고 조금이라도 얻는 게 있었으면 싶은 마음이었다.
“씨발, 학교 가기가 싫으네.”
석강호는 진심처럼 보였다.
새벽까지 마누라가 어쩌고저쩌고하더니 이 새끼는 이제 이런 삶이 좋아진 거다.
김형정은 물론이고, 포로들은 깊은 잠에 빠졌다.
긴장이 풀린 데다 진정제를 투여한 탓이다.
아닌 게 아니라 비행기의 벽에 링거 팩이 열댓 개 걸려 있었다.
강찬은 담배를 꺼내다가 바로 옆에 누워있는 제라르와 눈이 마주쳤다.
“담배 줘?”
제라르가 고개를 저었다.
강찬이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는 사이, 제라르는 힘들게 침을 삼켰다.
“다음 작전은 언젭니까?”
“이제 없어. 그리고 있어도 작전 중에 흥분하는 구대장과는 함께 할 마음 없다.”
“그냥 신이 났었습니다.”
“그 바람에 어깨에 구멍도 난 거다.”
“좋은 걸 어쩝니까?”
“미친 새끼.”
한국어로 욕을 하자 제라르가 픽 하고 웃었다.
“휴가받으면 찾아갑니다.”
“너는 안 돼.”
”왜요?“
“정신 빠진 놈하고 같이 지낼 마음 없다.”
강찬이 담배 연기를 뿜어낸 다음이었다.
“바로 갑니까?”
“어딜?”
“오산기지에서 바로 출발하냐구요?”
강찬은 피식 웃은 다음에 답을 했다.
“너 출발하는 거 보고 가마.”
이 새끼가 알고 이럴 리는 없고, 외롭게 지내다가 마음이 가는 사람을 만난 탓이겠지 했다.
***
고건우가 문재현과 청와대 산책로에 들어선 것은 9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다.
“각하. 산책 나갔던 아이들이 돌아오고 있답니다.”
문재현은 짧게 시선을 주었을 뿐, 모른 척 앞을 보며 걸고 있었다.
“강찬이란 학생이 프랑스의 지원을 받아 극비리에 출국했답니다. 이번 정보 역시 프랑스 정보총국에서 의도적으로 흘려준 게 분명합니다.”
“몇 명이나 온답니까?”
“팀장 포함 12명이랍니다.”
문재현이 이를 깨물며 신음을 뱉었을 때였다.
“북한 특수군 전원 사살이랍니다.”
이어지는 보고에 고개를 또렷하게 돌려 고건우를 보았다.
“믿기가 어렵군요.”
“전원 사살은 분명한데 오히려 강찬 학생 포함 14명이 기습했다는 보고는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프랑스 정보총국과 핫라인을 확정할 생각입니다.”
“원장은 뭐라고 하던가요?”
“원장이 희망한 사항입니다.”
산책로의 중간 갈림길에 선 문재현이 청와대를 내려다보았다.
“중국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친 꼴입니다.”
고건우가 걱정스러운 투로 입을 연 직후였다.
“맞을 짓을 했으면 맞아야지요.”
문재현이 숨도 쉬지 않고 답을 했다.
“비록 공개적이진 못하지만 희생된 요원들과 그 가족을 최대한 배려해 주어야 합니다.”
“이미 조치해 두었습니다.”
“돌아오는 요원들도요. 우리가 잘못해서 정보가 새어나간 것이지, 그들의 실력은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필요하다면 내가 직접 만나서 사과하겠습니다.”
“원장이 만나기로 했습니다. 처우, 보상, 어느 것 하나 빠트리지 않겠습니다.”
답을 들은 문재현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속이 이렇게 후련해 본 건 처음입니다.”
고건우도 억지로 웃음을 참는 얼굴이었다.
“중국을 믿고 함부로 설치던 북한도 그렇고, 그들을 등에 업고 입국을 도운 이들도 잠 좀 설칠 겁니다.”
문재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숨을 커다랗게 들이마셨다.
“강찬 학생을 만나는 건 아무래도 곤란하겠지요?”
“각하. 강찬 학생을 위해서라도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그렇죠. 그렇더라도 뭔가, 대통령으로, 한 남자로 공로를 치하해 주고 싶은데, 방법이 없겠습니까?”
문재현이 시선을 돌린 곳에서 고건우가 무언가 떠올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오산 비행장에 내린 이후, 제라르와 외인부대 대원들, 그리고 김형정과 한국 특수팀이 머물 곳으로 두 개의 막사를 배정받았다.
“강찬 씨는 정말 황당한 사람입니다.”
머리와 가슴, 손가락, 심지어 허벅지까지 붕대를 감은 김형정이 겨우 입을 움직여 꺼낸 말이었다. 통증 때문에 링거 팩에 달린 진통제가 꾸준하게 들어가고 있어서 김형정의 눈은 맑지 못했다.
“좀 주무세요. 내일 오전에 서울에서 엠블런스가 오면 경찰 병원으로 이송될 거랍니다.”
분하고 억울한 감정에 비참함까지 섞인 김형정을 보며 강찬은 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작전을 펼쳤다가 이렇게 되었다면 저런 눈빛이 나오지 않는다. 따르던 요원들이 13명이나 죽었고,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이유가 제 발로 덫에 걸어 들어간 거라면 누구라도 비슷한 감정을 느낄 거다.
“팀장님. 이번은 운이 안 좋았어요. 얼른 일어나셔서 다음번에 복수하러 가죠. 한 대 맞았으니까 우리가 선제공격해서 맞은 만큼 돌려줘야죠.”
김형정이 쓰게 웃었다.
“주무세요.”
“고맙습니다.”
김형정의 눈이 스르륵 감겼다.
쯧.
강찬은 막사를 나와 입구의 계단에 걸터앉아 담배를 입에 물었다.
끼이익.
석강호가 옆의 막사 문을 열고 나왔다.
“여기 있었소? 라면이 얼큰한 게 죽여주던데 얼른 하나 끓여드릴까?”
코를 훌쩍이는 석강호는 만족한 얼굴이었다.
“됐고, 들어가서 커피나 넉넉하게 타와라.”
“여긴 봉지 커피 없수.”
“알아. 그냥 연하게 한 잔 타와.”
석강호가 안에 대고 알제리 말로 떠들자 곧바로 “다이야밧!”하는 대꾸가 들렸다.
문을 닫은 석강호가 강찬의 옆에 걸터앉았다.
“뭐 걸리는 거라도 있소?”
“아니.”
강찬은 담배를 바닥에 비벼 껐다.
“폭발 직전처럼 보여요. 누가 건들면 꽝 터질 것처럼. 막사에 들어온 다음부터 애들이 대장 눈치 보잖소?”
내가 그랬나?
“하여간 20시간도 같이 안 있었는데 애들이 알아서 눈치 보게 만드는 걸 보면 대장은 타고났나 보우.”
“그런데 넌 왜 눈치를 안 보냐?”
“나야 원래 그렇게 생겨 먹었잖소.”
강찬은 풀썩 웃고 말았다.
이 새낀 정말 처음부터 이랬다.
“마음 풀어요. 김 팀장이 저렇게 된 건 안됐지만 그래도 살려서 데려온 게 어디요? 그냥 우리 그것만 생각합시다. 거기다 손가락 부상 빼면 크게 다친 곳도 없으니까 그것도 다행이고.”
끼이익.
신병이 기쁜 얼굴로 양손에 머그잔을 들고 왔다.
어디나 신병은 항상……, 강찬이나 다예루는 예외다.
커피를 건네주고 신병이 바로 들어갔다.
“죽은 요원들은, 잊읍시다. 이런 일이란 게 원래 그렇잖소.”
이놈은 다시 석강호의 탈을 꺼내 쓰고 있었다. 하여간 적응력 하나는 끝내준다.
끼이익.
그때 문이 또 열렸다.
어깨에 붕대를 칭칭 감은 제라르가 허옇게 뜬 얼굴을 찌푸리며 어렵게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갑갑해서 그럽니다.”
강찬이 풀썩 웃을 때 석강호가 히죽 하는 웃음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새끼. 눈치가 이상합디다.”
석강호가 안으로 들어가며 제라르와 불편하게 시선을 부딪쳤다. 두 새끼가 참 피곤하게 만든다.
“앉아. 담배 줄까?”
제라르가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강찬의 곁에 앉았다.
강찬은 담배 두 개에 불을 붙여서 하나를 건네주었다.
“정체가 뭡니까?”
제라르가 한숨을 내쉬는 것처럼 담배 연기를 뿜은 다음, 강찬을 보았다.
“식사 후 20분 휴식, 총에 맞은 적이 모조리 심장이나 이마를 뚫린 거, 대원 안 시키고 전부 직접 하는 거, 한국어로 하는 욕, 좋죠. 지금 말한 건 다 그럴 수 있다고 칩시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 외인부대에서 연사를 금지시킨 사람은, 지금까지 꼭 한 사람밖에 없었소.”
강찬은 그냥 보고만 있었다.
“좋았죠. 건물 뒤질 때 신이 났었습니다. 평생 꼭 한 번만 더 그렇게 싸울 수 있다면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었으니까.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 어떤 상황에서도, 흥! 날 지켜줄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면. 그런 날을 늘 그리워했으니까. 그러니까 이제 시원하게 말해 줍시다. 정체가 뭐요?”
손가락에 끼운 채로 담배가 고스란히 다 탔다.
“구대장.”
“제라르요. 작전 끝났고, 이름 서로 다 아는데 제라르라고 부르쇼. 참 본명이 어떻게 됩니까? 아! 이건 비밀인가요?”
“말하면 믿을래?”
“믿든, 안 믿든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냥 시원하게 설명이나 해주십쇼. 이대로 돌아가면 머리가 혼란해서 엉뚱한 총알에 대가리 날아가게 생겼습니다.”
강찬이 풀썩 웃고는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강찬이다.”
“제기랄. 장난치지 말고.”
“이 새끼가?”
한국말 욕이 튀어나오자 제라르가 의아한 눈으로 강찬을 보았다.
“설명할 방법도 없으니까 지금까지 네가 본 대로 이해해. 나나 다예나 뭐라고 설명할까? 몸뚱이가 바뀌었다면 믿을래? 아니면 죽었다가 눈 떠보니까 혼이 이 몸뚱이에 처박혔다면 믿을 거냐? 설명할 방법이 없어. 그러니까 그냥 편하게 생각해라.”
“한 가지만 물읍시다.”
“뭐?”
“휘발유에 석유를 얼마나 섞어야 하는 겁니까?”
강찬이 풀썩 웃고 말았다.
“아프리카 갈 때 3대 1로 섞어. 그때는 너무 많이 섞었어. 그건 어디서 났냐?”
“유품 찾아가는 사람 없어서 내가 챙겼소.”
“죽은 놈 거 가져가면 재수 없다는 말 몰라?”
“흥! 이렇게 살아난 거 보고도 그럽니까?”
“미친 새끼.”
“뜬금없이 한국어 욕 좀 하지 마십쇼.”
강찬이 또 웃은 다음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석 달은 작전 못 나갑니다. 다음 작전은 3개월 뒤로 잡으십쇼.”
“나 이런 거 더 안 해.”
제라르가 불만섞인 얼굴로 강찬을 보았다.
“한국에선 뭐 하는데요?”
“학교 다닌다.”
“알았습니다.”
“뭘?”
강찬은 갑자기 뒤가 켕겼다.
“학교 다닌단 걸 알았다는 뜻입니다. 왜요?”
이 새끼까지 왜 이러지?
“들어갑니다.”
조심스럽게 일어나서 막사로 들어가는 제라르의 뒷모습을 보자 이상하게 한숨이 나왔다.
***
새벽 6시.
오산 군 비행장으로 6대의 응급차가 들어섰다.
“팀장님. 제가 병원으로 갈게요.”
붕대 감은 손을 조심스럽게 잡아 준 강찬은 응급차의 뒷문이 닫힐 때까지 지켜봐 주었다.
6시 30분에 제라르를 포함한 부대원들과 아침 식사를 함께 했는데 메뉴는 토스트와 시리얼, 그리고 과일이었다.
식사를 마친 강찬과 제라르는 막사 앞 계단에 앉아 머그잔에 담긴 커피를 마셨다.
강찬이 담배를 권하자 제라르가 받았다.
찰칵.
“후우”
“우리 언제 봅니까?”
강찬이 피식 웃으며 활주로를 향했던 시선을 가져왔다.
“꼭 한 번은 보고 싶었다. 지난번에 본 것도 감사한데, 이번엔 함께 싸운 거고. 병신같이 들떠서 어깨에 구멍 나는 멍청이를 또 보고 싶지는 않다.”
제라르가 픽 하고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뭘, 또?”
이 새끼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재주를 익혔다.
“구멍 나는 놈을 안 보고 싶은 분이 학교 다닌다는 것을 알았단 말입니다.”
강찬이 풀썩 웃을 때 문이 열리고 대원들이 나왔다.
편안한 복장에 가방을 하나씩 멨고, 신병만 두 개를 짊어졌다.
“가겠습니다.”
“그래.”
강찬은 바로 뒤로 돌아섰다.
각자 사는 곳으로 돌아가는 자리다. 이런 이별은 오래 끌면 안 된다.
석강호가 강찬을 멍하니 볼 때였다.
“갓 오브 블랙필드!”
제라르의 음성은 아니었다.
강찬이 뒤를 보았을 때, 솟아오른 태양을 짊어진 대원들이 경례를 붙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