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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해 더럽게 기네.
멀리서 끔찍한 비명이 들려왔다.
못 들었다면 모를까, 한번 듣고 나자 계속해서 귀를 파고들었다.
강찬은 이를 꽉 깨물었다.
아프리카에서 구출하지 못했었던 병아리가 떠올랐다.
“나 잘했죠?”
물병을 들고 와서 칭찬받고 싶어 하던 놈이 적군에 둘러싸여 커다란 칼에 찔리고 있을 때, 그때 질러대는 비명이 꼭 저랬다.
적의 목을 가르고 심장에 칼을 꽂았을 때 병아리는 이미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1분, 아니 30초만 더 빨리 도착했어도.
다예루를 구할 때처럼 조금만 빨리 갔더라면.
바람을 타고 전해지던 비명이 그치자 강찬은 커다랗게 숨을 들이마셨다.
“다예.”
눈빛이 얼마나 번들거렸는지 다예루는 대답도 않고 바라보기만 했다.
“지금 친다.”
“알았소.”
강찬은 결심을 굳히고 뒤쪽으로 움직였다.
그를 본 제라르가 긴장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대장.”
“말씀하십쇼.”
“우리 화물이 고문당하는 모양이다. 일몰 때를 노려야겠지만, 시체를 찾으러 가고 싶지는 않다.”
제라르는 강찬의 눈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
“다예루와 내가 내려가겠다. 저격수 지원해주고, 작전이 실패하면 대원들 데리고 왔던 길로 돌아가라.”
“흐-ㅇ!”
제라르가 기가 차다는 듯 코웃음을 먼저 쳤다.
“내가 병아린 줄 압니까?”
이 새끼가?
“전에도 날 그렇게 무시하던 양반이 한 명 있는데.”
말을 하다 말고 제라르가 이를 꽉 깨물었다.
“나까지 셋 내려갑시다.”
“밑에 특수군이 30이야.”
“그러니까 같이 가자고!”
차마 고함을 지르지 못한 제라르가 으르렁거렸다.
“전에 나 다른 곳 보낸 양반처럼 바보짓 하지 말고 같이 가자고! 내가 지켜줄 거니까! 다시는 그렇게 안 보낼 거니까! 그러니까 나도 가. 나도 가야겠어!”
“구대장.”
“시끄러! 나도 가면 가고, 아니면.”
이 새끼는 억지를 부리는 거다.
“내가 우리 대원 둘과 내려갈 테니까 문제 생기면 당신이 인솔해서 돌아가.”
강찬이 피식 웃어도 제라르는 반응이 없었다.
석강호가 약속해 달라고 할 때의 눈빛이었다.
이 새끼는 아직도 외로운 거다.
잘난 척, 센 척하면서 살지만, 아직도 의지할 곳을 찾지 못한 거다.
“역레펠로 갈 거다. 하네스와 교신기 3개씩 준비해라. 바닥까지 2초 안에 도착해야 한다.”
“알았습니다.”
제라르가 숨을 커다랗게 쉬었다.
“내려가기 전에 대원들 소집시켜.”
“그런 건 그냥 알아서 하게 두십쇼.”
이 새끼, 정말 다 컸다.
제라르가 먼저 몸을 돌렸다.
강찬은 다시 석강호에게 걸어갔다.
“제라르와 셋이 간다.”
“그 병아리하구요?”
“말은 바로 하자. 중닭은 된 거다.”
석강호가 히죽 웃었다.
이미 긴장을 꿀꺽 처먹어서 눈빛도 번들거린다.
죽을지 모르는 길이다.
어떤 새끼는 긴장을 못 이기는 반면에, 다예루 같은 놈은 묘한 쾌감을 느낀다.
“특이사항은 없지?”
“아직 없소. 비명이 안 들리는 게 더 신경 쓰이우.”
적 기지를 노려보고 있는 동안 제라르가 대원들과 함께 나타났다. 무전기를 받아 석강호와 몸에 걸었고, 허리 뒤에 하네스를 채웠다.
강찬은 먼저 침투 경로와 그 뒤에 펼칠 작전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바로 친다. 나, 다예루, 구대장이 먼저 내려가고 거점 확보하면 뒤에 내려와라. 만약 상황이 좋지 않으면 바로 왔던 길로 퇴각하거나, 아니면 상황에 따라 내가 지정해 주는 장소로 이동한다. 질문?”
“사격 명령은 누가 내립니까?”
“우린 그런 거 따지지 말자. 위험하면 그냥 갈겨. 단 내가 지시할 때까지 연사는 없다.”
눈짓을 교환한 대원들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치잇.
“저격조. 2번 건물 앞이 1조. 5번 건물 앞이 2조다. 5분 뒤에 내려간다. 상황에 따라 사살하되 철조망을 끊을 때까지는 자제한다. 3번 건물 뒤쪽으로 침투할 예정이니까 문제가 있을 때 바로 연락하도록.”
치잇. “1조, 확인.”
치잇. “2조, 확인.”
대원들이 모두 무전기를 걸어서 지금의 대화를 모두 듣고 있었다.
“병아리.”
모두의 시선이 신병에게 쏠렸다.
“내려오면 내 명령이 있기 전에 뛰어들지 마. 이건 명령이다.”
“알았습니다.”
강찬이 왼 팔뚝 주머니에서 황색 두건을 꺼내 얼굴을 가리자 다예루와 제라르, 그리고 대원들이 모두 그 뒤를 따랐다.
나무에 자일을 묶고 등 뒤에 8자로 매듭을 건 다음 절벽에서 아래를 보고 달려가는 방식이다.
20m를 2초에 내려가면 거의 떨어지는 수준과 다를 바 없다. 왼손에 장갑을 두 개나 꼈는데 그래도 어느 정도 부상은 각오해야 한다.
준비를 마친 강찬과 다예루, 그리고 제라르가 절벽에 다가섰다.
치잇. “하강준비 끝. 저격조 이상 보고.”
치잇. “1조 대기 중. 특이사항 없음.”
치잇. “2조 대기 중. 2번 건물에서 3명 나왔음. 하강조 잠시 대기.”
강찬은 2번 건물로 시선을 돌렸으나, 3번 건물에 가려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강찬의 왼쪽이 제라르, 오른쪽에 다예루가 섰다.
치잇. “2조 대기 중. 3명 해제. 특이사항 없음.”
강찬은 좌우를 한 번씩 보고는 몸을 내밀었다.
보통을 절벽에 나가서 자세를 잡아야 했는데 지금은 그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파바바바바박.
눈으로 매서운 바람이 들어오면서 바닥이 달려들었다.
촤아악.
왼손바닥과 검지가 찢어지는 것처럼 느꼈을 때 이미 땅이 눈앞에 있었다.
촤아아악!
강찬이 줄을 꽉 잡아당기자 가슴을 중심으로 몸이 바로 섰다.
처억. 척.
왼쪽과 오른쪽도 무사히 도착했다.
줄이 올라갔고, 다예루와 제라르가 바닥에 붙다시피 자세를 낮췄다.
치잇. “작전조 대기하라.”
무전에서 급한 경고음이 들렸다.
강찬도 납작 엎드려 바닥에 붙었다.
흙냄새가 불쑥 코로 들어왔다.
줄이 아직 못 올라갔을 텐데.
후욱. 후욱.
숨소리가 확실하게 귀에 들린다.
치잇. “작전조 이동.”
무전과 동시에 강찬이 앞으로 달렸고, 제라르와 다예루가 옆을 지켰다.
“끄아아악!”
3번 건물에 도착하자 곧바로 처절한 비명이 들렸다.
강찬이 먼저 철망을 살핀 다음, 손을 내밀었다.
척.
제라르가 절단기를 넘겨주었다.
다예루와 제라르가 주변을 살피며 철망을 붙들었다.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치잇. “철망 제거. 저격조. 지시 바람.”
치잇. “침투조 진입.”
다예루와 제라르가 철망을 당겨주는 틈으로 강찬이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
“끄으으으으! 끄아아아아악!”
3번 건물에서 두 명 이상의 비명이 계속 터져 나왔다.
치잇. “침투조 대기. 3번 건물에서 1명 나옴. 사유불명. 저격 준비 완료.”
콰앙.
문 닫는 소리가 나중에 울렸다.
강찬은 발에 매단 대검을 꺼냈다.
후욱. 후욱.
그리고 고개로 다예루와 제라르를 양쪽에 벌려 세웠다. 최악의 순간에 함께 총을 맞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다.
치잇. “4번 건물로 들어갔다. 침투조 이동.”
강찬은 대검을 꽂고 검지와 중지로 자신의 눈을 가리킨 다음, 두 사람에게 자리를 지정했다.
5번 건물까지 이동한 강찬은 벽에 붙어 자세를 낮춘 채로 초소를 살폈다.
한 놈이다.
강찬은 검지를 위로 들어 세 바퀴를 돌린 다음, 5번 건물 앞의 초소를 가리켰다.
치잇. “3번 초소에서 보입니다. 잠시 대기.”
숨소리가 확실하게 들렸다.
강찬은 슬쩍 산을 둘러보았다.
타고 내려온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햇살과 바람이 태연하게 기지 주변을 떠돌고 있었다.
치잇. “5번 초소 작전.”
파바바바박.
강찬은 자세를 최대한 낮춘 채로 철망을 따라 5번 초소의 벽으로 움직였다.
초소는 창문이 없다.
철망과 초소 사이로 들어간 강찬은 대검을 꺼내 들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특수군이다.
어설프게 대하면 여기서 모두 끝났다.
적은 소총을 앞에 두고 바른 자세로 앉아 있었다.
강찬은 두 팔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와락. 써걱.
그리고 적의 입을 틀어막으며 대검을 목에 대고 힘껏 당겼다.
꾸륵. 꾸르륵.
일부러 내는 소리가 아니다.
피와 허파에 있던 공기가 성대를 움직여 나는 소리다.
치잇. “ 5번 초소 완료. 3번 건물 진입.”
강찬은 창을 타고 초소로 들어가 적의 등을 받치고 대기했다. 아직도 비명이 들려왔고, 건너편에서 다예루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생각보다 잘 해내고 있었다.
강찬은 대검을 적의 몸에 닦고 발에 꽂아 넣었다.
치잇. “3번 초소 작전.”
강찬은 정문과 3번 초소를 번갈아 보았다.
잠시 후 팔 두 개가 올라오고 적의 몸이 움찔했다.
초소 두 개가 끝난 거다.
덜컹.
그때 4번 건물이 열렸다.
강찬은 얼른 3번 초소를 보았다.
아직 다예루의 손이 놈의 입을 막고 있었다.
후욱. 후욱.
보이면 끝이다.
소총을 잡은 강찬은 건물로 시선을 돌렸다.
우뚝.
4번 건물에서 나온 놈은 3번 건물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초소를 보았다. 강찬이 시선을 돌렸을 때 초소에 있는 적은 정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다예루는 보이지 않았다.
다시 시선을 돌린 곳에서 적이 3번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치잇. “3번 초소 확보.”
다예루의 음성이었다.
치잇. “3번, 5번 초소 모두 확보.”
강찬이 프랑스어로 답을 하자 2번과 3번 건물 사이에서 제라르의 모습이 보였다.
치잇. “대기조 잠입 대기.”
강찬의 무전이 있고, 잠시 뒤에 “대기 완료”란 답이 왔다.
치잇. “저격 1조, 정문 초소 조준. 저격 2조, 엄호. 대기조 잠입.”
강찬의 명령이 떨어지자 절벽을 타고 대원들이 내려왔다. 셋씩 내려오는 거라 두 번만 시간을 벌어주면 된다.
피가 마르는 시간이었다.
늦는 게 화 나는 게 아니라 절벽에 매달렸다가 총을 맞을 것이 염려돼서였다.
첫 조가 무사히 내려왔다.
다음은 두 번째다.
강찬이 보기에 가장 왼편에 매달린 게 신병이었다.
미치게 답답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렇게 실력을 쌓는 거다.
이런 경험이 쌓이고 쌓여서 어느 순간이 되면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때부터 눈에서 섬뜩한 눈빛이 나온다. 어떤 순간에도 눌리지 않고 칼을 들이대거나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사람의 눈빛을 자연스럽게 내비치는 거다.
강찬은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다 내려왔다.
줄이 빠르게 다시 올라갔다.
통신병은 남는 게 맞다.
지금은 밧줄을 걷어 올리는 것만도 커다란 도움이 …….
“저거이 뭐네!”
그때 섬뜩한 외침이 들렸다.
치잇. “1조 정문 초소 사격.”
강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푸슝! 퍼억!
정문 초소에 있던 적의 이마에서 피가 튀었다.
강찬은 소총을 겨눈 자세로 빠르게 3번 건물로 달렸다.
건물 옆에 있던 제라르가 입구로 움직였고, 2번 초소에 있던 다예루가 소총을 겨눴다.
덜컹.
4번 건물이 열렸다.
타아앙!
강찬이 방아쇠를 당기자 앞에 놈이 풀썩 넘어갔다.
타아앙. 타아앙. 덜컹!
강찬이 두 발을 더 쐈을 때 3번 건물이 열렸다.
타아앙. 타아앙.
제라르가 기다리고 있다가 바로 옆에서 방아쇠를 당겼다.
덜컹. 풋슝.
5번 건물이 열리자마자 저격수가 적의 머리를 날렸다.
콰악.
강찬은 3번 건물 문 옆에 섰다.
소총을 겨눈 채 눈짓으로 제라르와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콰아악! 화다닥.
제라르가 문을 찼고, 강찬이 달려들었다.
타앙. 타앙. 타앙.
세 놈의 등 뒤에서 커다랗게 피가 튀었다.
화다닥.
제라르가 뛰어 들었다.
입구 앞에 책상이 두 개 있고, 왼편으로 복도가 나 있는데 좌우로 방이 있었다.
밖에서 연신 총소리가 들렸다.
강찬과 제라르는 가장 앞에 있는 방에 몸을 기댔다.
후욱. 후욱.
문을 당겨야 열리는 구조다.
제라르가 문을 당겼고, 강찬이 빠르게 안을 살폈다.
포로다.
퉁퉁 붓고 피투성이여서 얼굴조차 분간이 안 됐다.
손가락이 찢어진 것처럼 뼈가 나와 있었다.
다음 방도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총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간간이 저격수들이 쏘는 독특한 총소리가 섞였다.
다음 방 앞에 선 강찬은 제라르와 눈을 맞췄다.
확! 와락.
감이다. 이런 건 정말 감각이라고 밖에 말 못한다.
문이 열리고 뛰어드는 순간에 적이 안에 있다는 걸 확신하는 거다.
타아앙! 털썩.
후욱. 후훅.
다행히 뒤의 포로는 이상이 없었다.
아무리 얼굴을 몰라볼 정도로 상했다고 해도 김형정은 아직 안 보였다. 체형이 그렇다.
타다다다다당. 타다당. 타다다다당.
지금껏 듣지 못했던 총소리가 들렸다.
적들이 어느 정도 자세를 잡았다는 뜻이다.
덜컹!
그와 동시에 입구로 두 놈이 뛰어들어왔다.
타아, 타아앙. 타아앙.
강찬과 제라르가 거의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고, 강찬이 한 번 더 쐈다.
적이 3번 건물로 뛰어들 만큼 저격수가 바쁘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아군 전체가 바쁘다는 말도 된다.
강찬은 좀 더 서두르기로 했다.
다섯 번째 방까지가 비었다.
제라르는 어쩐지 흥분한 느낌이었다.
총을 겨눈 채로 움직이는 미묘한 동작의 차이가 그랬다.
작전만 아니라면, 당장 세워서 욕을 한 바가지 퍼부어줬을 텐데.
총소리가 점점 많이 들렸다.
이렇게 되면 아군이 불리하다.
석강호는 나무판자로 된 초소에 있는 거다.
일곱 번째 방에 들어선 강찬은 잠시 멈칫했다.
김형정이다.
왼손 검지에 송곳이 꽂혀서 두 팔을 묶인 채 매달려 있었다.
살았으면 됐다.
이 건물 수색이 끝나서 포로들의 안전만 확보하면 우선 된 거다.
김형정이 슬쩍 눈길을 주었다가 움찔했다.
지금은 아니다.
강찬은 총을 겨냥한 채로 조심스럽게 뒤로 물러났다.
방은 세 개 남았다.
빌어먹을!
강찬은 제라르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놈이 강찬의 위치에 먼저 가 있었다.
이를 꽉 깨물었는데 그렇다고 지금 위치를 바꾸라고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개새끼. 나중에 보자.’
강찬의 시선을 받은 제라르의 눈이 ‘마음대로 하시고 문부터 여시죠.’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할 수 없이 강찬이 문고리에 손을 댔다.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와락.
문을 열었고 제라르가 달려들었다.
타앙. 타다당. 타앙.
이런 소리가 나면 안 되는 거다.
강찬은 문을 발로 젖히며 오른쪽 무릎을 꿇었다.
정면에 주저앉은 적이 보였다.
타아앙! 털썩!
제라르?
문 앞에 제라르가 무너져 있었다.
콰앙.
그때 남은 두 개의 문이 열리며 적이 튀어나왔다.
타아앙! 타아앙!
강찬은 상체만 돌려 방아쇠를 당겼다.
퍼억! 퍽!
놈들의 뒤 벽으로 피가 커다랗게 튀었다.
남은 방 두 개를 먼저 살폈으나 포로들만 있었다.
치잇. “3번 건물, 화물 확보. 구대장이 당했다.”
치잇. “대장. 무슨 말이오?”
강찬은 빠르게 제라르에게 달려갔다.
가장 먼저 왼편 어깨와 가슴이 피에 흠뻑 젖어 있는 것이 보였고, 다음으로 어깨와 심장 사이에 난 구멍이 보였다.
“구대장!”
제라르가 힘겹게 눈을 떴다. 다른 곳을 살폈으나 다행히 총상은 그곳뿐이었다.
“화물은요?”
“무사히 다 확보했다.”
“뭐합니까? 얼른 나가서 애들 챙기십쇼.”
“개새끼.”
제라르가 입 끝을 살짝 올렸다.
“한국 욕은 느낌이 참 좋습니다.”
서둘러야 할 때였다. 의식은 있지만 이대로 출혈이 계속되면 위험한 상황에 놓인다.
타아앙. 타앙. 타다당. 타다다당. 타앙.
총격전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치잇. “무전병.”
치잇. “무전병 대기 중.”
치잇. “헬기 요청해라. 10분에 한 번씩 확인한다. 구대장이 당했다. 포로들의 상태도 위험하니까, 의료용품, 특히 혈액 요청한다.”
치잇. “알았습니다.”
강찬은 3번 건물 현관 앞으로 나섰다.
치잇. “저격조. 상황 보고.”
치잇. “4번 건물만 남았음. 아군 부상 없음.”
강찬은 입구에 몸을 가리고 서서 초소를 보았다.
타다당. 타앙. 타앙. 타당. 타다당.
3번 초소에서 석강호가 연신 총을 쏘고 있었으나 적들이 시멘트 건물 안에서 저항하고 있는 거라 딱히 방법이 없어 보였다.
치잇. “다예. 화물은 확보했는데 구대장이 당했다.”
치잇. “씨발. 얼마나 심한 거요?”
이 새끼는 무전에 대고!
치잇. “어깨 관통했어. 헬기를 불렀으니까 20분 안에 4번 건물 해결해야 돼.”
치잇. “알았소. 어쩔 거요?”
타다당. 타앙. 타앙. 타다다당.
석강호가 있는 초소 건물의 파편이 요란하게 튀었다.
치잇. “내가 간다. 엄호준비! 연사해.”
치잇. “알았소.”
타다다당. 타앙. 타다당. 타다다당.
치잇. “갓 오브 블랙필드다. 내가 4번 건물로 들어간다. 지금부터 3점사로 바꾼다. 신호하면 적들이 못 나오게 일제사격 한다. 내가 들어간 후에 합류해라.”
치잇. “알았습니다.”
타다다당. 타앙. 타앙. 타앙.
치잇. “저격 1조. 3번 건물에서 뛰어든다. 엄호해라.”
치잇. “알았습니다.”
강찬은 먼저 탄창을 갈았다.
치잇. “엄호!”
타다당. 타다당. 타다당. 타다당. 타다당.
총소리가 바뀌었고, 중간에 ‘풋슝. 풋슝’하는 저격병의 총소리가 끼어들었다.
집중사격 때문에 창에서 반항하던 놈들이 몸을 숨긴 틈이다.
후다닥!
강찬은 4번 건물 현관 가까이에 붙어섰다.
타다당. 타앙. 타앙. 타다당.
바로 안쪽에서 연신 불꽃이 보였다.
후욱. 후욱. 후욱. 후욱.
호흡을 고른 다음.
하나, 둘.
강찬은 소총을 겨눈 채, 건물로 뛰어들었다.
타앙. 타앙.
현관에 있는 놈을 해결하자, 창에 매달렸던 적들이 몸을 돌렸다.
타앙. 타앙. 타앙. 타앙. 타앙. 타앙.
철컥!
움직이는 놈이 없는지 빠르게 살폈다.
구형 숙소다.
양쪽에 마주 보는 침상과 복도에 적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후다닥!
대원들이 뛰어들어서 급하게 시체들을 겨냥했다.
뭐야? 정말 혼자서 이걸 다 해치운 거야?
눈만 내놓은 놈들이 놀란 눈으로 강찬을 보았다.
“둘씩 조를 짜서 나머지 건물 수색해.”
“알았습니다.”
“방심하지 말고.”
네놈이 달려나가고 강찬은 4번 건물을 나왔다.
치잇. “헬기는 어떻게 됐나?”
치잇. “15분 후, 도착 예정입니다.”
강찬이 3번 건물로 들어갔을 때 다예루가 두건으로 제라르의 어깨를 묶어주고 있었다.
강찬은 대검을 꺼내 포로들의 손을 풀어준 다음, 사무실 공간으로 옮겼다.
앞에서부터 순서대로다.
김형정이 바라는 게 그걸 거다.
제라르를 챙긴 다예루가 나서자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강찬은 김형정 앞으로 달려갔다.
가장 먼저 검지에 꽂혀 있던 송곳을 잡아 뽑았다.
“끄으윽!”
대검으로 손을 묶었던 끈을 자른 강찬은 김형정을 안았다.
“괜찮으세요?”
김형정이 놀란 눈으로 강찬을 보았다.
“헬기가 올 겁니다. 밖에서 대기하겠습니다.”
‘설마’하는 얼굴이었다.
얼굴을 가렸다고 해도 눈은 다 보인다.
김형정의 어깨를 받친 채 밖으로 사무실 공간으로 나왔을 때였다.
“씨발 놈들. 더럽게 잔인하네.”
석강호의 툴툴대는 소리가 들렸다.
“석 선생? 석 선생이오?”
석강호는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놈이 씨익 웃는 것을 본 김형정이 얼이 빠진 얼굴로 강찬을 보았으나 지금은 챙길 것이 너무 많았다.
“잠시 뒤에 뵙죠.”
남은 건물 수색과 포로들을 사무실로 옮기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치잇. “헬기 도착 5분 전입니다.”
치잇. “저격조, 통신병, 집결해라.”
치잇. “알았습니다.”
강찬은 얼굴을 가렸던 두건을 벗고 김형정에게 다가갔다.
“강찬 씨?”
“다행입니다.”
김형정은 연신 통증 때문에 인상을 찌푸렸다.
두두두두두두.
멀리서 헬기의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