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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오브블랙필드-90화 (9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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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해 더럽게 기네.

먼저 도착한 대원들이 산 아래에 웅크리며 위쪽을 노려본 직후였다.

콰악!

강찬은 엎어지려는 신병의 뒷덜미를 콱 잡아주었다.

당황한 병아리 대원을 놓은 강찬은 날카롭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사이, 병아리가 자세를 가다듬었다.

“출발.”

강찬의 짧은 말에 제라르가 대원 셋을 먼저 출발시켰다.

겹쳐 놓은 것처럼 늘어선 산은 실제로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곧고 높게 자란 나무 사이로 햇살이 간간이 들어왔고, 드문드문 있는 잡풀과 바람 사이에서 ‘삐이익’하는 이상한 새소리가 들렸다.

강찬은 아부다비 카빈의 끈을 오른쪽 어깨에 걸고 방아쇠 고리에 검지를 댄 채로 걸었다.

그나마 서늘한 산속이라 땀이 나진 않았다.

푸드득.

새가 날았고,

우이잉! 우이잉!

이상한 짐승 울음이 들려왔다.

몽골이다.

누구에게 걸리든 변명의 여지 없이 교전이 벌어지는 거고, 처절한 탈주극을 통해 살아나거나 그렇지 않다면 서류상 흔적도 없이 전사하는 것밖에 없다.

바짝 긴장한 채로 앞으로 나아갔다.

선두에 셋이 있다고 해도 언제 측면에서 적이 출현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훈련과 실전이 다른 것은 극도의 긴장감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언제, 어디서 총알이 목을 뚫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6시간을 걷고 나면 어지간한 놈들은 그대로 퍼진다.

대원 몇 놈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강찬을 힐끔거렸다.

헬기에서부터 전력질주를 한 것과 달리 행군은 전혀 모르는구나 싶은 탓이다. 제 목숨이 달린 일이라 알아서 좌우를 경계하고 있다만, 이렇게 무대포로…….

부스럭! 철컥!

그때 우측 숲에서 풀을 젖히는 소리가 들렸다.

철컥! 철컥!

대원들의 몸이 움찔했을 때, 강찬은 이미 소총을 겨누고 있었고, 간발의 차이로 다예루와 제라르가 그 뒤를 따랐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사람이 저렇게 반응할 수 있는 건가?

그것도 자부심 넘치는 제13 외인여단의 특수팀을 상대로? 그래서 다예루, 제라르, 강찬의 순으로 서서 그 사이에 자신들을 끼워 넣은 건가?

부스럭. 부스럭.

두 번 더 소리가 들린 다음, 거무튀튀한 동물의 형상이 산 아래로 내려갔다.

정적이 흘렀다.

만약 적으로 강찬과 느닷없이 마주쳤다면, 다예루와 제라르는 간발의 차이로 죽은 거고, 대원들은 움찔한 순간에 시체가 된 거다.

강찬의 시선을 받은 제라르가 “미치겠군.”이라고 입술을 움직이며, 검지와 중지를 허공에서 한 바퀴 돌린 다음 앞을 가리켰다.

상황 끝, 전진.

아무튼, 차원이 다른 실력임을 인정해야 했다.

물론 엄청난 차이는 아니다.

그냥 차원이 약간 다른 정도일 거다.

***

1시간쯤 전진했을 때였다.

“구대장.”

이마에 닿는 바람이 선선하게 느껴질 때 강찬은 행군을 멈추게 했다.

“모여.”

제라르가 순순히 대원들을 불렀다.

최소한의 경계를 세워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강찬은 대원들을 전부 모았다.

“지도 줘 봐.”

제라르가 바닥에 지도를 펼쳐놓았다.

“잘 봐라. 여기가 우리가 있는 지점. 그리고 여기가 적의 기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장소다. 여기서 뒤쪽으로 쭉 가서 바로 여기!”

강찬은 손가락으로 물가의 한 지점을 가리켰다.

“여기가 알파. 그리고 산을 바로 넘어가서 여기, 이곳을 베타 지점으로 하겠다.”

석강호와 제라르를 제외한 대원들이 이게 무슨 소린가 하는 얼굴로 강찬을 보았다.

“내가 뭐라고 외치든 알파나 베타만 들어라. 알파, 리마, 이렇게 외치면 알파로 오라는 뜻이다.”

대원들이 알았다는 눈빛을 한 후에, 제라르의 눈치를 살폈으나 의외로 그는 덤덤했다.

“5분간 휴식. 경계는 사방 10m.”

산 중턱에서 불쑥 올라온 자리다.

나무 덕분에 저격의 위험도 없어서 강찬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제라르가 군소리하지 않고 선두의 셋을 부른 다음, 다시 네 명을 10m씩 떨어진 곳에 세웠다.

이왕 쉬는 거니까 편안하게.

강찬은 바닥에 철퍼덕 앉아 나무에 등을 기댔다.

이어서 석강호와 제라르가 그렇게 앉았고, 자연스럽게 남은 대원들도 편하게 휴식을 취했다.

제라르가 묘한 표정으로 강찬을 보았다.

“왜?”

“이 속도로 걸으면 네 시간도 안 걸립니다.”

“뭐라는 거요?”

“이렇게 가면 네 시간도 안 걸릴 거란다.”

“병신. 그럼 온종일 걸으려고 그랬나?”

“뭐라는 겁니까?”

강찬이 풀썩 웃었다.

이 두 새끼가 자꾸 피곤하게 만든다.

“알제리 말 할 줄 아는 대원 있어?”

가뜩이나 강찬을 궁금해하던 놈들이다.

두 놈이 퍼뜩 눈빛을 반짝였다.

다예루가 먼저 말을 지껄이자 놈들이 놀랍고 반가운 얼굴로 답을 했다. 제라르는 한숨을 푹 내쉬며 다예루를 보고 있었다.

“가자.”

강찬이 일어서자 먼저 대원 셋이 앞서 나갔다.

휴식 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

강찬은 무언가 거슬리는 느낌을 받았다.

“스탑!”

강찬의 말에 대원들이 빠르게 멈춰 서서 긴장한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세 시간을 걷는 동안 대충이나마 알았다.

강찬이 느긋하게 걷는지, 긴장한 건지.

그런데 지금은 날카롭게 독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말로 설명 안 되는 일이다.

강찬은 검지와 중지로 다예루, 제라르에 이어 대원들에게 각각 자리를 지시했다.

‘뭐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당장 잡히는 것은 없었다.

‘아무 일도 아닌 건가?’

감을 설명할 방법은 없다.

아프리카에서, 한국에서 늘 있던 일이지만, 언제 어떤 일인지를 알지는 못했다.

1분쯤 지났다.

제라르가 무슨 일이냐는 투로 강찬을 보았을 때였다.

말소리가 들렸다.

사람 소리, 그리고 돌을 밟는 소리.

긴장하면 가장 먼저 자신의 숨소리가 들린다.

반복된 훈련에 실전 경험이 쌓여야 그렇다.

그렇지 않으면 볼이 화끈거리며 머리가 찡한 느낌이 들거나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만 들린다.

그래서 훈련 때마다 숨소리를 들으라고 강조한다.

만약 긴장했을 때 심장 소리나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 느낌이 든다면 상대가 나의 숨소리를 듣고 있을 확률이 높다.

지금의 신병처럼.

훈련은 잘돼 있는데 실전 경험이 부족한 거다.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렸다.

못 알아듣지만 “투득”이나 “바특”처럼 끝이 된 소리가 나는 것을 봐서는 몽골말이 분명했다.

저걱. 저걱.

조심하지 않고 편안하게 걷는 걸음이다.

강찬은 오른쪽 발에 걸어둔 대검을 꺼냈다.

여차하면 총소리를 내지 않고 해치우려는 의도였다.

눈치를 알아챈 다예루와 제라르 역시 대검을 꺼내 들었다.

세 놈이다.

강찬과 대원들이 몸을 숨긴 바로 아래쪽을 지나간다.

몇십 년은 된 듯한 소총을 어깨에 걸쳤고, 두 놈은 덫으로 잡은 것 같은 팔뚝만 한 산짐승을 허리에 걸고 있었다.

저들이 총을 쏘기 전에 달려가 덮치는 거다.

거리는 적당했다.

산이라 그런지 목소리가 더럽게 크게 들렸다.

‘그냥 가라.’

시커멓게 때 낀 얼굴로 연신 떠드는 놈들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

저벅. 저벅.

세 놈 중 한 놈이 강찬이 있는 바로 아래에서 힐끔 시선을 들었다. 바로 위에 14개의 총구와 3자루의 대검이 노리고 있는 것을 모른 채로 말이다.

3분쯤 지나서 말소리가 가물가물해졌고, 다시 3분이 더 지나자 더는 들리지 않았다.

제라르의 시선을 받은 강찬이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 사냥을 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눈과 귀가 산짐승만큼이나 예민하다.

5분쯤 더 지났을 때 강찬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출발이다.

30분쯤 걷고 나서 강찬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구대장.”

이제 눈빛으로 알아본다.

제라르가 알아서 넷을 배치했다.

사방이 내려다보이는 산의 중턱이다. 나무가 빽빽하게 있어서 몸을 감추기도 좋았다.

“점심을 먹고 간다.”

“알았습니다.”

곧바로 씨-레이션이 분배되었다.

***

강대경은 아침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가슴을 꽉 묶어 놓은 것처럼 호흡이 거북했다.

“후우웁!”

숨을 크게 들이마셔도 답답함이 전혀 털리지 않는다. 뭔가가 폐를 차지하고 있어서 그만큼 숨이 들어오지 않는 느낌이었다.

9시에 회사에 도착해서 가장 열심히 한 일은 전화기를 만지작거린 것이었다.

‘한 번쯤은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나이 어린 아들이 국무총리처럼 어려운 누군가를 만나고 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차마 통화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병실에 직접 와서 부탁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때 국무총리와 악수를 했던 임원들의 이야기 때문에 영업사원들이 더욱 힘을 내고 있는 마당이다.

“후우-우!”

강대경은 직원의 책상 위에 놓인 담배를 슬쩍 보았다.

‘괜찮은 거지?’

믿어야 한다. 믿어줘야 한다.

아직 고등학생이지만, 평범한 강대경은 이해조차 못 하는 일을 해내는 아들이다. 천재를 망친 부모 이야기는 천재의 숫자만큼이나 흔하고 흔하다.

참아야 하는 거다.

걱정돼도, 곁에 두고 싶어도, 아들을 위해서 참고 지켜봐 주는 게 평범한 아버지가 해야 할 일이다.

차 앞을 막아서며 칼을 휘두르던 모습이 떠올랐다.

어쩌면 그 모습 때문에 이런지도 모른다.

번들거리는 눈으로 칼을 휘두르던 아들이 흘깃 돌아볼 때의 눈빛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거다.

그 섬뜩한 싸움 중간에 괜찮냐고 묻고 있었다.

괜찮아야 한다고, 견뎌달라고 당부하고 있었다.

‘그래. 아빠도 견디마. 이렇게 꿋꿋하게 견딜 테니까 아들도 집 걱정 하지 말고…….’

공트 자동차 임원을 만나기 위해 함께 남산호텔에 들어설 때, 계약을 축하한다며 초를 켠 케이크를 들고 들어왔을 때, 그리고 병원에서 안았을 때의 강찬을 떠올렸다.

‘무사히만 돌아와라.’

강대경은 답답한 가슴을 주먹으로 툭툭 쳤다.

***

10분가량 점심을 먹고 난 다음이었다.

“20분을 쉽니까?”

“구대장이 원하면.”

제라르가 묘한 표정으로 픽 웃었다.

아프리카에서 강찬은 가능한 한, 식사 후 20분을 쉬었다. 적당한 장소를 발견할 때면 조금 이른 식사를 할 때도 많았다.

이유? 이유는 많다.

곧바로 긴장된 순간을 맞으면 배에서 정말이지 커다란 ‘꼬르륵’ 소리가 날 때도 있고, 반대로 신경이 무뎌질 때도 있었다. 더럽지만 배를 부여잡고 적당한 장소를 찾는 놈도 나온다.

“저 새끼가 또 지랄인 거요?”

‘네가 더 지랄이다!’

강찬의 표정을 본 다예루가 얼른 고개를 돌렸다.

이 새끼의 적응력이 이렇게 빠른 줄은 몰랐다.

강찬은 병아리 신병을 보았다.

서양 놈들 중에 의외로 심성이 여린 놈들이 있다.

깡도 부족하고, 겁도 좀 있고.

대개는 절대 그렇지 않은 척한다.

겁먹은 눈을 하고서 말이다.

긴장하면 판단이 느려지고 몸이 굳는다.

그래서 강찬은 신병을 늘 뒤에 붙이고 다녔다.

처음엔 잘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강찬을 믿고 의지하게 되고, 그다음엔 안심하고 총질을 해댄다.

그다음은?

엉뚱하게 죽어 자빠지지 않는다면, 눈앞에 제라르처럼 칼자국 하나 달고 인상 팍팍 쓰는 거다.

그래서 더 악착같이 구하러 달려간 건지 모른다.

믿고 의지했던 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비록 악귀처럼, 피에 굶주린 놈처럼 적의 목을 가르고, 또 가르는 한이 있더라도 뒤에 있으라고 했던 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나 잘했죠?”

물병을 들고 와서 웃던 놈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씨발.”

석강호가 힐끔 시선을 주었다.

그 개새끼를 어떡해서든 구했어야 했는데.

강찬은 나직하게 숨을 토해냈다.

***

김형정은 코와 왼쪽 볼, 그리고 오른쪽 턱 부근이 커다랗게 부어올랐고, 눈 끝과 볼, 입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끼이익. 끼이익.

천장에 매달린 끈이 김형정의 몸이 부담스럽다는 듯 거북한 소리를 토해냈다. 무릎이 구부러졌을 정도로 다리에 힘이 풀려서, 위로 묶인 두 팔이 아니었다면 벌써 바닥에 뒹굴었을 거다.

“간나새끼래, 더럽게 독종이구나야!”

끼이익. 끼이익.

옷을 입지 못한 상체 곳곳이 찢어지고 갈라져서 피와 멍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름하고 소속만 대라우! 기럼 보내준다잖니!”

콱!

피에 엉겨있던 김형정의 앞머리를 사내가 거칠게 움켜쥐었다.

“중국에 보내주갔어. 기럼 거기에서 동무는 다시 남조선으로 가게 되는 기야. 동무의 이름과 소속. 두 개만 씨부리라는 긴데, 뭐 이리 시간을 끄네?”

팽개치듯 머리를 집어 던진 사내가 가늘고 기다란 송곳을 잡았고, 그때 “끄으으으윽! 끄아아아악!”하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지르는 것처럼 처절하게 들렸다.

“보라우, 옆방에서 저렇게 힘들어하잖네. 기카고, 이걸로 손가락을 길게 뚫으면 손톱이 안 자라나는 기야. 알갔니? 손가락 뼈다구를 타고 이게 들가면, 신경이 끊어져.”

“후우.”

김형정이 숨을 길게 내쉬자 침과 엉긴 피가 길게 늘어지며 바닥에 떨어졌다.

“말 하갔네?”

김형정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흔들렸다.

“이! 종간나 새끼!”

사내가 김형정의 왼손 두 번째 손가락을 우악스럽게 잡아챘다.

“으으윽!”

“간나 새끼! 말 하라우!”

“끄으으으! 끄으으으윽!”

이를 악문 김형정이 미친 것처럼 고개를 저어댔다.

***

점심시간을 포함해서 4시간 만이다.

임시 막사일 줄 알았는데 제대로 지어진 소규모 기지였다.

사람 키 높이의 철조망.

정문이 있는 곳을 제외한 좌측, 우측, 뒤쪽이 산으로 둘러싸였고, 가운데 운동장을 중심으로 시멘트 건물 5동이 둥그렇게 놓였다.

거기에 정문과 왼쪽, 오른쪽에 초소가 있었다.

강찬은 무거운 표정으로 기지 주변을 살폈다.

기지에서 20m 높이는 전부 바위로 된 절벽이다.

누가 무슨 짓을 해도 단박에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천혜의 지형이었다.

10분쯤 부대를 살펴본 강찬은 대원들을 불러 모았다.

“왼편부터 1번, 2번, 3번, 4번, 5번 건물로 부른다. 무전병!”

대원 하나가 턱을 짧게 들었다 내렸다.

“저격수.”

다른 대원 둘이 비슷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구대장, 2인 1조로 저격수 배치해라. 가능하면 2번과 5번 건물 뒤로 보내. 위장 철저하게 시키고.”

“알았습니다.”

제라르가 저격수와 대원 한 명을 위치로 보냈다.

“무전병. 본부하고 연락 방법은?”

“위성 전화 연결입니다.”

“도청이나 위치 추적은?”

“위성을 사용하기 때문에 위치를 발각당할 확률은 있습니다.”

그래서는 전화를 쓰기 어렵다.

강찬이 고개를 저을 때 제라르가 다가왔다.

“나머지는 일단 휴식하자.”

제라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경계 세우는 거 잊지 말고.”

“그 정도는 압니다.”

강찬이 피식 웃는 동안 제라르가 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갑갑하게 됐소.”

“그러게.”

쯧!

아무리 급하게 왔다지만 이런 기지라면 정보를 좀 더 줬어야 맞다.

“일단 잠깐 생각하자. 경계인원과 교대시간 확인해.”

“알았소.”

“30분 뒤에 교대한다.”

“중요한 거 신경 쓰쇼. 이런 건 내가 더 잘해요.”

강찬은 군기지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몸을 뺀 다음 적당한 바위에 등을 기대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당장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았다.

북한 특수군이다.

그것도 최소 서른.

기습을 하지 않으면 승산이 없는 싸움인데.

딱. 딱.

그때 엄지와 중지를 튕기는 소리가 들렸다.

강찬은 재빨리 다예루에게 다가갔다.

“사람 소리 아니오?”

강찬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잠시 집중하고 있자니 실제로 처절한 비명이 아슬아슬하게 들렸다.

“후우!”

“맞지요?”

“고문하는가 보다.”

“이, 씨발.”

석강호가 욕을 뱉었다.

이런다고 지금 출발할 수도 없다.

이렇게 화장한 대낮에 절벽에 매달리면 놀이공원 사격장에 걸린 싸구려 상품만도 못한 꼴이 된다. 놈들은 절벽에 매달린 대원의 목숨을, 두 발안에 상품으로 챙길 거다. 거기다 구출 작전을 알고 포로들을 죽이려 든다면 막을 방법도 없다.

바람을 탄 것처럼 비명이 또 들려왔다.

해는 아직 고개를 젖혀야 보일 정도로 높이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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