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78화 (78/520)

0078 / 0419 ----------------------------------------------

5-1. 후회하게 해주지.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강찬은 전화를 들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기분이 찜찜한 것을 모른 척 넘어가기 어려웠다.

[“무슈 강. 대사님은 면담 중이십니다.”]

하여간 이 양반도 정말 바쁘게는 산다.

“루이를 바꿔줘.”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골프장 사건 이후로 요원들은 강찬을 상사로 대접한다. 라노크와의 관계를 존중하는 것과는 확연하게 다른 대응이었다.

[“무슈 강. 루이입니다.”]

“루이, 감각을 믿어?”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멈칫한 후에 사무적인 음성이 건너왔다.

“골프장에서처럼 느낌이 안 좋아. 오늘 대사님 일정을 알려줄 수 있나?”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전화기 너머에서 “일정표 줘봐.” 하는 루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경호 총 책임자가 일정을 모를 리는 없다. 의심스러운 부분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거다.

[“무슈 강. 오늘은 대사관에서 면담 네 건, 문화원에서 강연 한 건, 그리고 외교부 차관의 면담이 있습니다. 모두 대사관 건물에서 진행되고 문화원은 대사관과 바로 붙어 있습니다. 유비캅이 외부 경호, 제가 근접 경호를 담당합니다.”]

이 정도라면 의심할만한 부분은 없다.

“루이. 혹시 갑자기 일정이 변하거나 외부로 나가야 하는 일이 생기면 내 핑계를 대고 우선 막아.”

[“그렇게 하겠습니다.”]

프랑스어로 한 통화다.

통화를 끊자 택시 기사가 룸미러로 강찬을 힐끔 보았다.

라노크가 아니면 누구지?

강찬은 김형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찬 씨.”]

“팀장님. 가족 경호에 문제는 없나요?”

[“왜 그러세요? 무슨 일이 있습니까?”]

“감이 안 좋아요. 경호팀 확인해 주시고 오늘은 좀 더 주의하라고 전해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강찬 씨는 괜찮습니까? 최종일 조장이 지금 유비캅에 있는데 그쪽으로 보낼까요?”

“지금 집에 들어가는 길이니까 저는 염려하지 마세요.”

[“상황 체크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러실 필요는 없어요.”

이 정도면 되겠다.

남은 놈 하나만 빼면 말이다.

강찬은 느긋하게 전화를 걸었다.

[“어쩐 일이오?”]

“야. 느낌이 안 좋아. 그러니까 오늘은 긴장 풀지 마.”

[“또 나요?”]

“몰라. 그냥 골프장에 가던 날 아침 같은 느낌이다. 일단 조심하고, 혹시 모르니까 대기해.”

[“알았소.”]

석강호만큼 강찬의 감을 믿어주는 사람도 없다.

이 정도면 대충 챙겼다.

남은 건 유혜숙과 강대경이었다.

집에 도착하는 대로 유혜숙과 있다가 강대경에게 저녁을 사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다.

그러면 두 사람도 안심이다.

한낮의 햇살이 택시의 창을 타고 쏟아져 들어왔다.

기사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경쾌한 음악에 맞춰 고개를 까딱거렸다. 길이 막힌다고 짜증 내는 것보다는 훨씬 마음 편했다.

“경호원이신가 봅니다?”

“아뇨. 그냥 며칠만 그 일을 맡았어요.”

“외국어랑 유창하게 하시던데 혹시 청와대 경호원, 그런 거 하시는 거 아닙니까?”

“아니에요.”

기사가 재미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음악에 맞춰 고개를 끄덕였다.

경호원인 게 운전하는 사람과 무슨 상관일까.

담배를 하나 피우고 들어갈까 했는데 유혜숙이 걱정되어서 바로 아파트에 내렸다.

‘왜 이렇게 잠이 오지?’

생각해 보니 오전에 맞은 주사가 떠올랐다.

오후 5시였다.

현관을 열고 들어가자 유혜숙이 고개를 내밀며 걸어왔다.

“아들!”

“다녀왔습니다.”

포근했다.

유혜숙의 품이 이렇게 포근할 수가 없었다.

“고생 많았지?”

정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았다면 벌써 울었을 거다.

“엄마 친구한테서 전화 왔었어. 아들이 신경 써 줘서 드라마 나가게 됐다고. 공연히 엄마 때문에 체면 깎이거나 그런 거 아냐?”

“에이, 그런 거 없어요. 미쉘 말로는 그렇게 어려운 일 아니래요.”

“그럼 다행이다. 언제 미쉘에게 엄마가 저녁 사겠다고 전해줄래?”

“그럴게요.”

주말에 맥주 먹을 때 같이 나가버려?

강찬은 혼자 웃고는 방으로 들어왔다.

적당히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털썩 누웠다.

살 것 같았다.

모처럼 여유 있게 방 천장을 바라보는 거다.

하루쯤 무사히 넘어가라.

강찬은 까무룩 잠이 들었다.

***

유혜숙이 저녁 먹으라며 잠을 깨웠다.

모처럼 에어컨을 틀어놔서 집이 시원했다.

‘아차!’

강대경을 잊고 있었다.

“아버지는 늦으신데요?”

“아빠 오늘 용인에 전시장 새로 내는 곳이 있어서, 거기 가셨어. 늦으실지 몰라.”

전시장 오픈이라면 당연히 갈 만한 일이다.

한숨 자고 나자 약 기운이 빠진 것처럼 몸과 마음이 말끔해졌다.

‘용인이나 다녀올까?’

강대경을 지키는 것은 문제없는데 만약 서울에서 일이 생기면 돌아오는 시간이 너무 걸린다.

둘이서 화기애애하게 저녁을 먹고 난 다음, 강찬은 방에 들어가 전화를 걸었다.

김형정과 통화해서 강대경의 현재 위치와 상황을 알려달라고 했다.

집에 있는 것이 마음 불편했다.

강찬은 양복에 셔츠를 받쳐입고 거실로 나왔다.

“어딜 가려고?”

“아버지한테요.”

“아빠한테?”

의외의 답인지 유혜숙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놀라게 해 드리려구요.”

“그래! 아빠가 정말 기뻐하시겠다.”

“어머니는 어디 안 가세요?”

“밤에 어딜 가? 조금 있다가 엄마 좋아하는 연속극 볼 거야.”

집에 있는 게 제일 안심되는 일이다.

강찬은 편안하게 웃어주고 집을 나섰다.

생각해 보니 교통편이 지랄이다.

이럴 땐 역시 석강호다.

[“무슨 일이요?”]

“용인까지만 태워다 주라.”

[“알았소. 어디요?”]

“나 나와 있으니까 내가 지하 주차장 출구로 갈게.”

[“그럽시다.”]

이유를 묻지도 않았다.

강찬은 바쁘게 걸어서 석강호가 사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앞으로 갔다.

잠시 후, 석강호의 쉬프가 빠르게 출구를 나왔다.

차에 올라타서 위치를 설정하고 곧바로 출발했다.

“느낌은 어때요?”

“매번 맞을 수야 있냐?”

“푸흐. 아프리카에선 매번 맞습디다.”

강찬이 힐끔 보자 석강호가 능글맞게 웃었다.

“집에 있기 갑갑했는데 잘 불러줬소.”

이놈은 확실히 가정적이긴 틀렸다.

“빨리 유니콘 프로젝트 발표하고 좀 느긋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라노크 봐라. 그게 어디 사람 사는 거냐?”

“그거 부러워하는 사람 많소.”

강찬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난 그냥 너랑 가끔 가평이나 양평 다니면서 사는 게 좋아.”

석강호가 궁금하다는 얼굴로 강찬을 보았다.

“한참 때 아니오? 몸은 고3이고, 정신은 서른쯤 된 거니까 여자 생각도 좀 나고, 그냥 후끈 달아오를 때 없소?”

그래야 하는 건가?

“다시 태어나서 아직 한 번도, 하기야 몸뚱이가 멀쩡해야 할 시간이나 있지.”

석강호가 안됐다는 투로 고개를 저었다.

“조직 검사 말고 그거 검사 한번 받아봐요.”

“뭐?”

“푸흐흐.”

이 새끼가 오늘, 왜 이렇게 집요하게 이러지?

“편하게 삽시다. 전에야 악착같이 살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잖소. 돈도 좀 쓰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래요. 아닌 척하지만, 내가 볼 때는 아직 전의 삶을 못 놓은 거 같소. 그냥 능력으로 번 돈이잖소. 몸도 마음도 좀 풀어줘요. 정말 자고 싶은 여자 없소?”

자고 싶은 여자?

쯧! 딱 떠오르는 순간 범죄다.

가만, 그런데 이 새끼가!

강찬이 날카롭게 시선을 돌리자 석강호가 담배를 불쑥 내밀었다.

“또 이상한 눈빛 한다.”

이놈은 정말 진화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대장.”

“불붙이고 있어!”

강찬이 불붙인 두 개비 중 하나를 석강호에게 건네주었다.

“제라르 얘기할 때 대장 눈빛이 어땠는지 아쇼?”

저녁 시간이라 창밖의 바람이 뜨겁지 않았다.

“향수병 걸린 신병 같습디다. 아니라고 하면서 자꾸 돌아가고 싶은 거 아니요?”

그런가?

“미영이가 좋으면 그냥 좋다고 해 버려요. 아직 고등학생이니까 잠자리야 졸업하고 갖더라도 부모님 말고 마음 둘 곳을 좀 찾으쇼.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아프리카 가는 길에 쓴다.’라는 엽서 받을까 겁나우.”

강찬은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정말 아프리카에 돌아가고 싶은 건가?

샤흐란의 복수도 끝났는데?

게다가 비행기에서 ‘사망’이란 글자를 보았을 때 가장 먼저 유혜숙이 떠올라 고개를 젓지 않았던가.

“만약에 말이오.”

석강호가 생각에 잠겼던 강찬을 깨웠다.

“정 가고 싶어서 못 견딜 것 같으면 냉정하게 가요. 대장 인생이오. 행복하게 살 권리 있어요.”

강찬은 물끄러미 석강호를 보았다.

이제 다예루의 옛 모습은 떠오르지도 않는다.

그저 옆에 있는 이 얼굴이 다예루고, 석강호인 거다.

“난 이제 대장이 행복해하는 거 보고 싶소. 대신 떠나게 되면 말하지 말고 훅 가쇼. 울고불고 매달리기 싫으니까.”

강찬이 풀썩 웃자 석강호가 특유의 웃음을 웃었다.

아프리카에 간다고 행복할까?

제라르 밑에서 신병으로?

그러다 구대장이 되었다는 건, 다른 구대로 간 몇 놈을 제외하고, 위에 있던 놈들이 모두 죽었다는 의미다.

강찬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삶을 원하는 건 아니다.

반대로 이전의 상처가 마음속에서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책임져야 하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피하는지도 모른다.

이전의 아버지처럼 될까 봐.

강찬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예루도 진화하는 마당에 뭐 하고 있는지 건지.

아무튼, 무겁게 들고 있던 짐 하나를 내려놓은 기분이었다.

이후로 둘이 킬킬거리면서 용인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차를 세우고 전화를 하자 요원 하나가 다가왔다.

“저기 보이는 한식당에서 회식 중이고, 끝날 때 됐습니다. 영업사원까지 대략 스무 명 정도 되는데 의심스러운 정황은 없습니다.”

“저녁은?”

“간단하게 먹었습니다.”

“가서 제대로 먹고 와.”

“내일 오전 교대하고 24시간 쉽니다.”

허술해 보이지 않아서 좋았다.

요원이 제자리로 돌아갔을 때 석강호는 커피를 한 잔만 사 가지고 왔다.

“안 들어가쇼?”

“치사한 새끼.”

“난 또 들어가는 줄 알고 올라가는 길에 마시려고 그랬던 거요. 얼른 사오겠소.”

“그냥 그거 같이 마시면 되지. 담배나 하나 주라.”

공연히 지금 들어가서 직원들 입장 뻑뻑하게 할 게 뭐 있겠나. 특별한 일이 없다면 회식이 끝났을 때 장소를 찾은 것처럼 만날 생각이었다.

커피를 번갈아 마시고 담배를 하나씩 피웠다.

차를 세운 안쪽이 ‘먹자골목’인 것처럼 음식냄새와 각양각색의 광고지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석강호가 끙 소리를 내며 허리를 숙였다.

“대장을 위해서 내가 한번 희생해야 하나?”

홀랑 벗은 여자가 명함만 한 종이 안에서 가슴과 사타구니를 가리고 있었다.

“더럽다. 치워라.”

“이거 봐. 아무래도 병이야, 병. 병원에 한번 가봅시다.”

이놈이 권태기가 온 건가?

둘이서 킬킬거린 다음 석강호가 광고지를 차 뒤로 던졌다.

“먼저 가.”

“가봐야 심심하다니까요. 기다렸다가 길 뚫리면 천천히 갈 거요. 그나저나 여긴 천국이네, 천국. 안마시술소가 쭈르륵 있소.”

“너 권태기 온 거지? 내 핑계 대고 엄한 짓하고 싶어서 그런 거면 일찌감치 꿈 깨라.”

“왜 이러쇼? 난 지금 마누라에 만족하우.”

강찬이 풀썩 웃으며 석강호의 시선을 따라 안마시술소를 보았다.

네온사인이 번쩍하고 켜지는 순간이었다.

뭐지?

강찬은 안마시술소 옆쪽에 서 있는 승합차에 시선이 멎었다.

저런 곳이 뭐 하는 곳인지는 안다.

남자들이 단체로 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덩치와 인상 더러운 놈들이 빽빽하게 타고 기다리는 것은 이상했다.

안마시술소 간판에 들어온 불이 없었다면 알아보기 어려웠을 거다.

“뭐요?”

강찬의 표정이 날카롭게 변한 것을 본 석강호가 시선을 따라 승합차를 보았다.

사람의 윤곽은 네온사인이 가장 환하게 켜질 때만 확실하게 보였다.

“저놈들은 왜 저러고 있지?”

석강호도 이상한 모양이었다.

“우리 봤을까?”

“기껏해야 20분 정도밖에 안 됐소. 아직 의심하기는 이를 거요. 대장 옷도 여기 잘 어울리고.”

그렇더라도 하필 차가 쉬프다.

만에 하나, 강대경을 노린 거라면 금방 눈치챌 수도 있었다.

“차를 건너편으로 대. 뭐하면 나는 아버지 차 타고 갈 테니까 뒤따라오고.”

“알았소.”

석강호가 출발하자 강찬은 요원에게 전화를 걸며 횡단보도를 건넜다.

[“대기 중입니다.”]

“몇 명 있지?”

[“세 명입니다.”]

“듣기만 해. 한식당 옆으로 난 길에 안마시술소 있고, 그 아래 승합차가 수상해. 잘 모르지만 분명 승용차도 있어야 맞는데 안 보여. 내가 그쪽으로 가서 담배 사는 척하고 살펴볼 테니까 반대쪽 주변을 살펴.”

[“알았습니다.”]

신호를 받고 횡단보도를 건너서 승합차를 지나쳤다.

당장 머릿수를 센 것만 일곱이었다.

강찬은 편의점에 들어가 담배와 라이터를 샀다.

계산을 마치고 여유 있는 척하며 음료수 칸을 들여다볼 때였다.

전화가 울렸다.

“왜!”

[“어디요? 봉고차 출발했소!”]

봉고차가?

[“빨리 나와요! 아버님이 먼저 출발하셨소!”]

“안마시술소 앞으로 와!”

전화를 끊고 튀어 나가자 전화가 울렸고, 석강호의 차가 거칠게 멈춰 섰다.

“여보세요?”

[“아버님 출발 하셨습니다.”]

“어디야!”

[“서울 방향입니다. 이대로 가면 고속도로 입구입니다. 아직 승합차 외에 발견한 차량은 없습니다.”]

“우리도 지금 가고 있어.”

상황이 돌변해서 당황스럽긴 하지만, 대로변에서 서툰 짓을 하기는 어렵다.

“서울 쪽 방향이란다.”

“여기서는 일을 만들기가 어려울 텐데?”

“그렇지?”

2차선 도로다.

빠아아앙! 끼이익!

석강호가 앞차를 추월하려다가 트럭을 보고는 급하게 핸들을 틀었다.

괜찮겠지?

제법 인적이 있는 도로고, 요원이 셋이나 쫓고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고속도로로 빠지기 위해서 돌아가는 2차선 도로라 화물트럭이 많았고, 그만큼 앞차를 추월하기 어려웠다.

빠아아앙!

콘테이너를 실은 커다란 트럭이 지나가는 순간이었다.

강찬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전화기를 꺼내 통화 버튼을 누르는 몇 초가 몇 시간처럼 느껴졌다.

[“여보세요?”]

“아버지 차 누가 운전해?”

[“대리기사를 부른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나 떨어져 있어?”

[“30m, 중간에 차 네 대가 끼어 있습니다.”]

“아버지 차 뒤에 트럭이 있어?”

[“바로 뒤따라서 승합차, 그 뒤가 트럭입니다.”]

“승합차가 빠지면 트럭이 밀지 몰라! 무조건 사이로 끼어들어서 트럭이 밀지 못하게 막아!”

끼이익!

앞차를 추월하려던 석강호가 이를 악물며 또 차선으로 들어왔다.

부아아아앙!

머리가 젖혀질 만큼 거칠게 차가 튀어 나갔다.

맞은 편에서 하이빔이 연속으로 들어왔는데 석강호는 그대로 밀고 나갔다.

빠아앙! 빠아앙! 번쩍! 번쩍!

끼이이이익!

석강호가 끼어든 뒤에서 차들이 연속해서 급하게 브레이크를 잡아댔다.

번쩍. 번쩍.

뒤에 있는 운전자는 화가 잔뜩 난 모양이었다.

“저기 있소!”

코너를 돌 때 앞쪽에 쉬프가 보였다.

그 순간이었다.

코너에서 승합차가 쉬프의 옆으로 튀어나왔다.

안 돼!

트럭 뒤에서 승용차 한 대가 튀어나왔다.

요원들이 분명했다.

끼이익!

코너를 돌며 승합차가 쉬프의 앞으로 끼어들었고, 승용차가 기를 쓰며 트럭의 앞을 스친 채로 코너를 돌았다.

콰자작! 콰광! 콰가강!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