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72화 (7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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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한번 해보죠

교복을 입으려면 집에 들어가야 하고 그러면 유혜숙이 상처를 보게 된다.

한 벌 사면 간단한데 이미 1학기가 끝난 때라 주문한 후에 며칠 기다려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

“거 총리실에 전화해보쇼. 혹시 아우? 교육부 장관이 덜컥 소집일을 없애줄지?”

헛웃음이 튀어나왔는데 솔직하게 그렇게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가만! 학교에 애들 있잖소! 비슷한 체형 가진 애들 하나 골라서 부탁합시다.”

“그래!”

강찬은 얼떨떨한 얼굴로 석강호를 보았다. 무식함의 탈을 벗고 유식한 나비가 되는 느낌이었다.

차소연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마침 공부하던 3학년 중에 여벌이 있었다.

[“선배님. 제가 가져갈게요.”]

“그래도 되냐?”

[“예! 어디 계세요?”]

강찬은 병원을 설명해 주었다. 놀란 차소연에게 다른 아이들이 모르게 하라고 단단히 당부한 다음 전화를 끊었다.

“저녁 먹읍시다.”

빵 먹은 지 한 시간밖에 안 된 시간이다. 어딘지 눈치가 이상했다.

“소연이 오면 어차피 저녁 먹어야 하니까 먼저 들어가. 같이 있는 것도 불편하고.”

“푸흐흐. 사실 오늘 처가 쪽 집들이가 있소.”

“그런 건 얼른 말해야지. 들어가. 어차피 내일 퇴원할 거 아니냐?”

“끝나고 오겠수.”

“그냥 전화나 해라. 덕분에 잠 좀 편하게 자자. 너 어제도 코 골아서 하마터면 자는 거 죽일 뻔했다.”

석강호가 끝까지 오겠다고 우긴 다음 집으로 향했다.

TV는 작정한 듯 간첩단 사건을 떠들어 댔다.

애꿎은 국방부 장관과 수도방위사령부에 관한 보도를 보다가 얼른 껐다.

한가해지자 문득 김미영이 보고 싶었다.

엉성한 발음으로 프랑스어를 쏟아낼 때의 눈빛도 떠올랐고, 촌스러운 헤어스타일도 생각났다.

석강호가 새로운 몸에 적응하면서 무식을 떨쳐내는 것처럼 고등학생 여자애를 좋아하게 된 걸까?

‘이러다가 내가 매달리는 거 아냐?’

섬뜩한 느낌에 강찬은 고개를 저었다.

대학생이 된 다음에도 변하지 않는다면 그때 정하기로 한 거다. 내년 생일에?

“에휴!”

석강호가 옆에 있는 게 낫다.

잡생각이 자꾸만 드는 게 싫어서 강찬은 전화기를 꺼내 검색을 했다. 병실에 충전기까지 꽂아두는 친절함이라니.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을 때였다.

드르륵!

병실 문이 커다랗게 열리고 차소연이 들어섰다.

“소연아? 너 왜 그래?”

“선배님! 세호가 잡혀갔어요.”

차소연이 겁을 잔뜩 먹은 얼굴로 울먹였다.

“옷가지고 병원 앞에서 내렸는데 버스정류장에 있던 불량배들이 세호를 끌고 갔어요.”

“불량배?”

“예! 짧은 머리에 몸에 딱 붙는 운동복을 입었는데요, 세호를 보자마자 바로 끌고 갔어요.”

“허은실 전화번호 알아?”

“예, 알아요.”

“전화해서 바꿔 줘.”

차소연이 옷이든 비닐백을 내려놓고 전화를 걸었다.

“여기요, 선배님.”

요란한 음악이 울리다가 허은실이 “여보세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허은실. 나 강찬인데 조세호가 지난번에 대학생 놈들에게 끌려갔나 보다.”

[“응?”]

“커피숍에서 봤던 놈들 말야. 방지 병원 앞 버스정류장에서 끌려갔다는데 몸에 딱 붙는 운동복 입었다는 게 그놈들 같아서 그래.”

[“검정 바지하고 자주색 상의야.”]

강찬이 차소연에게 물어보니 “맞아요, 선배님!” 했다.

“어디 있는지 짐작 가냐?”

[“방지병원이라고 했어?”]

“어! 여기 버스정류장.”

[“거기 병원 건너편에 파란색 은행 간판 있는 건물 있어. 그 뒤에 주차장 공터에 있기 쉬워.”]

“알았다.”

강찬은 전화를 끊고 옷을 갈아입었다.

셔츠에 검은 양복 차림을 본 차소연이 당황한 얼굴로 따라 나왔다.

“너는 여기 있어.”

“저도 갈래요.”

이 녀석은 조세호를 좋아하는 게 맞다.

시간을 끌면 어떻게 될지 몰라서 강찬은 일단 병원을 나섰다.

파란색 건물은 병원 바로 건너편에 있었다.

차량이 뜸한 틈을 타서 길을 건넜는데 차소연은 신호를 보며 주춤거렸다.

달리기 시작하자 몸이 욱신거렸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건물을 끼고 들어가자 옆 건물로 삼면이 꽉 막힌 공간이 보였다. 박스와 여러 가지 폐품들이 쌓여 있어서 밖에서는 어지간해서 보기 어려운 구조였다.

가장 안쪽에 조세호가 주저앉아 있었는데 얼굴이 온통 피투성이였다.

강찬의 발걸음 소리를 들은 놈들이 모조리 뒤를 보았다. 똑같이 몸에 딱 붙는 운동복을 입고 있는 게 역겨워 보였다.

“넌 뭐야?”

강찬이 피식 웃었다.

고작 고등학생 하나를 때리려고 대학생이 열 놈 이상 모였다는 게 기가 막혔다.

“너희들 대학생인 건 맞냐?”

“그래서 넌 뭔데 이 새끼야?”

강찬은 눈이 번들거리는 걸 알았다. 골프장 일로 생긴 독이 아직 안 풀린 거다. 이대로 싸움이 나면 애들에게 너무 잔인해진다.

강찬은 화를 누르기 위해서 숨을 커다랗게 들이마셨다. 그때 차소연이 골목으로 들어왔다가 화들짝 놀란 눈으로 주변과 조세호를 보았다.

“흥!”

턱이 각진 놈이 차소연을 본 후에 강찬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병신이 고등학생 앞에서 폼 좀 잡아보려고 했나 본데?”

사각 턱이 건들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오며 어깨를 슬쩍 뺐다. 기습적으로 주먹을 날리려는 거다.

홱! 타악!

강찬은 놈의 손을 파리 쫓듯 쳐냈다.

놈이 당황한 얼굴로 강찬을 보았을 때였다.

퍼억!

강찬은 검지와 중지를 구부려 놈의 두 눈을 찍었다.

“악! 아악!”

이 새끼들은 이상하게 비명이 크다.

머리를 짧게 깎은 놈의 두 귀를 양손을 움켜쥐었다.

“야! 안 놔!”

서너 놈이 달려드는 순간이었다.

강찬은 무릎으로 잡고 있던 놈의 얼굴을 세차게 걷어찼다.

콰작! 홱!

얻어맞은 놈의 머리가 둥그렇게 넘어갈 때 주먹이 날아들었다.

타악! 타닥.

강찬은 왼손으로 놈의 손을 쭉 당기며 다른 두 놈이 날린 주먹을 연달아 쳐냈다.

격투술을 배웠답시고 팔을 잡힌 놈이 왼쪽 팔꿈치로 강찬의 얼굴을 노리며 파고들었다.

타악! 퍽버벅.

강찬은 오른손으로 놈의 팔꿈치를 쳐내고 연달아 목과 겨드랑이 그리고 옆구리를 갈겼다.

“끄윽!”

강찬은 곧바로 놈의 목젖을 움켜쥐었다.

뒤에 있던 놈들이 주춤거리며 달려들지 못했다.

“꺼억! 끅!”

이대로 20초만 더 있으면 이 새낀 죽는다.

대학생?

일진 놀이나 깡패 흉내를 내는 놈들에겐 과분한 신분이다.

“안 놔? 확!”

뒤에서 두 놈이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빈틈을 노릴 때였다.

퍼억!

“컥!”

강찬은 목을 놓고 놈의 명치를 세차게 갈겼고, 놈이 몸을 구부리는 순간 강찬이 무릎을 걷어 올렸다.

쩌억!

두 놈이 안면이 터져 바닥에 쓰러지자 놈들이 주춤거렸다.

“후우!”

팔을 안 부러트리려고 애쓰는 거다.

독이 올라 있어서 자꾸만 눈이 번들거리는 걸 참아보려 애쓰고 있는 거였다.

경계선을 넘어가지 않으려고 강찬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이런 병아리들을 상대로 독기를 풀기 싫었다.

이놈들은 그냥 힘을 과시하고 싶은 머저리지 깡패는 아니다. 일진 놈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건 알지만, 선량한 애들을 어쩌는 건 보지 못했다.

‘참자. 참아보자.’

강찬이 이를 악물며 참으려 애쓸 때였다.

안쪽에서 한 놈이 전화를 걸었고, 다른 한 놈은 가방에서 칼을 꺼내 들었다.

“비켜. 저 새끼 오늘 죽여버린다.”

두꺼운 펜으로 금을 그어놓은 것처럼 눈이 쭉 찢어진 놈이 독기 있게 외치며 강찬의 앞으로 나섰다.

“차소연.”

“예.”

“밖에 나가 있어.”

차소연이 덜덜 떨면서 골목 바깥으로 뛰어갔다.

“저년 잡아!”

칼을 든 놈이 악을 쓰며 강찬에게 달려들었다.

화다닥.

강찬은 골목을 빠져나가려는 놈의 발을 걸었다.

철푸덕.

놈이 자빠지는 틈에 칼이 날아들었다.

홱!

강찬은 놈의 손목을 왼손으로 잡아채서 오른쪽 팔꿈치에 걸었다.

우둑. 콰자작.

“끄아악!”

제대로 부러진 팔이다.

콰지직!

강찬은 재차 놈의 팔을 완전히 뒤로 젖혀 버렸다.

“끄악! 끄아악! 끄아아아!”

처참한 광경에 안쪽에 있던 놈들이 주춤하며 다가서지 못했다.

“끝내 이렇게 나왔다 이거지?”

강찬 바닥에 떨어진 칼을 집어 들었다.

엎어졌던 놈이 기다시피 뒤로 물러났다.

“조세호. 얼른 나가. 차소연이 병원 아니까 거기에 가 있어.”

조세호가 팔등으로 코를 문지르며 몸을 일으켰을 때였다.

퍼억.

곁에 있던 놈이 조세호의 얼굴을 세차게 때렸다.

푹푹푹. 푹푹푹. 푹푹푹.

강찬은 앞에 놈부터 닥치는 대로 찔러버렸다.

양쪽 어깨와 겨드랑이 한 곳이다.

이제 이놈들은 주먹을 빠르게 쓰거나 무거운 것을 제대로 들지 못한다.

푹푹푹. 푹푹푹. 푹푹푹.

한두 놈이 어설픈 주먹을 내보였으나 그래 봤자였다.

단박에 여섯이 피를 쏟으며 바닥을 뒹굴자 나머지가 벽에 달라붙었다.

푹푹푹. 푹푹푹. 푹푹푹.

강찬은 조세호를 때린 놈을 제외하고 모조리 어깨와 겨드랑이를 칼로 찔러버렸다.

남은 놈이 벽에 붙어서 강찬을 보았다.

“야!”

놈이 이를 꽉 깨문 순간이었다.

푹푹푹푹!

어깨와 겨드랑이 두 곳을 찌르자 놈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눈만 크게 떴다.

강찬은 놈의 목을 잡아 벽에 밀었다.

“조세호. 얼른 나가서 소연이 데리고 병원으로 가.”

조세호가 주춤거리다가 후다닥 뛰어 나갔다.

“야, 이 개새끼야.”

“꺼억! 컥!”

“이렇게 사는 게 좋냐? 가방에 칼 넣어 다니고 너보다 약한 고등학생 잡아다가 패는 게 그렇게 좋아?”

푹!

“꺼으윽! 꺼억!”

강찬이 왼편 허리 근육을 칼로 찍자 놈이 버둥댔다.

“한 번 더 이 옷을 입고 돌아다니면.”

거꾸로 잡은 칼을 목에 대자 놈이 부들거리며 떨었다. 확 그어버리고 싶은 것을 참느라고 강찬도 이를 악물었다.

그 순간이었다.

“뭐여?”

뒤에서 거친 소리가 들려왔다.

강찬이 뒤로 돌아섰을 때 들어선 것은 깡패들이었다.

앞에 선 놈이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 곁에 있던 놈들이 허리춤에서 회칼을 꺼냈다. 쇠파이프를 든 몇 놈이 쓰러진 애들의 머리를 툭툭 쳤다.

뒤쪽에 있던 놈이 얼른 나서며 앞에 있는 놈의 귀에 대고 속삭인 다음이다.

“네가 강찬이냐?”

이제 이런 건 정말 넌덜머리가 난다.

교복을 입었다고 봐주고, 아직 깡패가 아니라서 봐주면 결국 저런 새끼들이 된다.

“간이 부었다는 소리를 듣기는 했는데 우리 구역에서 설칠 줄은 몰랐다. 그건 인정해 주지.”

강찬은 날이 바깥으로 든 칼을 내려다보았다.

노모와 따끈한 육개장 한 그릇 먹는 게 소원인 어떤 놈은 한 달에 몇 푼 안 되는 월급을 위해 목숨을 거는데 이 새끼들은 뒷골목에서 회칼을 휘두르며 떵떵거린다.

“이 깡패 새끼들.”

죽여주마.

그래서 그 같잖은 대학생 놈들이 절대로 이놈들처럼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 주마.

강찬이 피식 웃으며 앞으로 나갈 때였다.

퍼버벅. 퍼벅. 퍼벅.

뒤편에서 살벌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뭐야! 야!”

“당했다! 죽여!”

강찬은 어리둥절했다.

양복에 셔츠 차림인데 동작이 예사롭지 않았다.

셋 중 하나가 깡패의 손목을 삽시간에 꺾더니 칼을 뺏어 들었다.

푸욱! 푹! 푹!

거칠기는 했는데 주저함 없는 칼솜씨였다.

퍼억! 퍽! 퍽!

사타구니를 무릎으로 걷어차고, 팔꿈치로 목젖을 때렸으며, 심지어 뺏은 칼로 어깨와 등을 찍어댔다.

대략 3분 만에 두 놈 남았다.

셋 중 하나가 강찬에게 와서 공손하게 인사했다.

그 와중에 깡패 하나는 칼을 맞았고, 나머지 하나는 사타구니를 움켜쥐고 주저앉다 무릎으로 얼굴을 찍히고 뒤로 넘어갔다.

“김 팀장님 지시로 파견 나온 최종일입니다. 어지간한 일로 나서지 말라고 하셨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서 나섰습니다. 돌아가 계시면 검찰에 연락해서 이쪽 조직도 깨끗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이건 뭐지?

눈앞에 먹이를 뺏긴 호랑이 심정이었다. 물론 배가 고프지 않은 호랑이여서 화가 그렇게 나지는 않았다.

“이리와 인사드려.”

“이두범입니다.”

“우희승입니다.”

강찬이 고개를 갸웃하자 최종일이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김 팀장님도 그렇지만 저희도 이미 회사에 사표 쓰고 나왔습니다. 이런 지저분한 일들은 저희에게 맡기시면 됩니다. 목표하신 일만 성공할 수만 있다면 백번이고 천 번이고 대신 죽겠습니다.”

“사표?”

최종일이 설마 하는 표정이었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검게 탄 얼굴에 각진 턱을 지녔다.

“사표를 썼어?”

“알고 계신 줄 알았습니다. 저희는 개인적으로 대표님을 돕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최종일 답을 한 직후였다.

“이 새끼들, 너희는 어디 식구야?”

깡패 하나가 악을 썼다.

“이 새끼가 시끄럽게!”

부웅. 퍼어억.

그러자 우희승이 대뜸 쇠파이프를 들어 깡패의 목덜미를 후려갈겼다.

어처구니없는 광경에 강찬은 너털웃음을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제가 조장입니다. 문자로 번호를 남겨놓을 텐데 내일 새로 전화기를 지급해 드릴 겁니다. 전화기에 버튼을 누르시면 제가 바로 나서겠습니다.”

퍼억! 퍽! 퍽!

정신을 차린 깡패들의 목덜미를 이두범과 우희승이 연신 두들겨서 쓰러트렸다.

“들어가십시오. 나머지는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독기 때문에 어설픈 깡패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 하나는 좋았다.

강찬은 고개를 털며 골목을 빠져나왔다.

안쪽에서 “서장 연결해서 이쪽으로 출동하라고 해.” 하는 소리와 “이 개새끼들이 어디다 대고 칼을 들이대?” 하는 욕설, 그리고 퍽퍽 거리는 쇠파이프 소리가 들려왔다.

병실로 돌아왔을 때 조세호는 코와 오른쪽 눈가에 거즈를 붙이고 있었다.

“선배님.”

차소연과 조세호가 벌떡 일어났다.

이것들이 혹시?

조세호의 주둥이가 퉁퉁 부어 있었다.

“괜찮냐?”

“옝, 선뱅님.”

코와 주둥이가 퉁퉁 부어서 발음이 죽여줬다.

“기껏 가르쳤더니 머저리들한테 처맞기나 하고.”

“저동 몇벙응 때령습니당.”

“됐다.”

저걸 말 걸어서 뭐하겠나.

“그나저나 저녁 먹을까 했는데 입이 그래서 먹을 수나 있겠냐?”

“사주시면 먹고 갈게요.”

차소연이 대답하자 조세호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뭐 먹을래?”

차소연이 힐끔 조세호를 보았다.

사람일은 참 모르는 거다.

일진 놈들 때문에 밥도 못 먹던 차소연이 조세호 같은 놈을 좋아하다니.

“선배님. 저희 초밥 사주세요.”

“초밥?”

“예.”

“저놈 주둥이가 저래서 못 먹을 건데?”

“아니에요! 잘 먹을 수 있어요.”

하기야 뜨거운 국물을 먹거나 고기를 먹는 거보다는 현명한 선택이겠다.

강찬은 간호사실에 인터폰을 걸어 근처에 초밥집이 있는지를 물었다.

“가자. 가서 먹고 오자.”

“지금이요?”

“다 해결됐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가.”

“예.”

옷을 갈아입은 참이라 곧바로 밖으로 나왔다.

병원 현관을 나오자 순찰차와 앰블런스가 도로 건너편에 빽빽하게 있었다.

“가까운데 병원 두고 뭐하는 짓이야?”

강찬이 혼잣말로 중얼거리자 차소연과 조세호가 눈을 마주치고 입을 꾹 다물었다.

셋이 식당에 도착했을 때 차소연의 전화가 울렸다.

“은실이 언니 병원 앞에 왔다는데요?”

“쯧! 여기 식당으로 오라고 해.”

잠시 후에 허은실이 삐딱하게 등장했고 넷이서 초밥을 먹었다.

처음엔 머뭇거리던 조세호는 마음 놓고 먹으란 말에 혼자서 ‘특’ 자가 붙은 초밥을 5인분이나 처먹는 능력을 발휘했다.

강찬은 김미영이 생각났다.

‘불러서 같이 먹을걸.’

그러나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위험한 일을 시작하는 중이다.

저런 경호원을 붙여주고 김형정이 사표까지 쓴 일이 쉽게 끝날 리가 있겠나.

‘제대로 끝내자.’

강찬은 결심을 굳혔다.

몸담았던 조직에 사표를 쓰면서까지 나선 사내들과 하는 일이다. 저들이 조직에 무사히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 역시 강찬의 책임이었다.

‘그런데 이 년은 왜 이렇게 조용해?’

허은실은 화장도 하지 않은 얼굴로 조용히 초밥을 먹었다. 만나면 반드시 사고가 터졌는데 오늘은 무사히 넘어갈지 모른다. 앞에서 벌써 한 건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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