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63화 (6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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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유니콘 프로젝트.

김미영과 저녁에 30분쯤 아파트를 걸은 다음 일찍 잠이 들었다.

화요일 오전에 아파트를 달린 강찬은 느지막이 집을 나서며 먼저 석강호에게 전화했다.

[“괜찮겠소?”]

“별일 있겠냐? 어차피 저쪽에서 다섯 놈 부른 거고, 무기랑 들고 왔으니까 적당한 선에서 합의하지, 뭐.”

[“설마하니 깡패들이 고소야 했겠소? 거 데이빗인가 하는 놈하고 이하연, 그년일 테니까 적당히 조서 작성하고 있어요. 내가 김태진 대표하고 통화해 보겠수.”]

“이거저거 구질구질하다. 하여간 일단 가서 상황보고 전화할게.”

[“그럽시다.”]

강찬은 택시를 타고 강남경찰서로 향했다.

“쯧!”

번거롭지만 후회하지는 않았다. 그렇게라도 디아이 소속의 직원들과 연기자들을 지킨 것에 만족할 참이다.

강남경찰서에서 내린 강찬은 안내데스크에서 형사과를 찾아 2층으로 올라갔다.

팻말에 적힌 형사과 문을 열고 들어서자 철제 책상이 기다랗게 줄을 맞춰 놓였고, 가장 안쪽에서 인상 더러운 중년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어떻게 왔어?”

문의 맞은 편에 있는 사내가 대뜸 반말을 지껄였다.

뭐라는 거야?

강찬이 빤히 보고 있을 때 안쪽의 중년 남자가 “강찬?” 하고 이름을 물어봤다.

저 사람이 반장인가?

앞으로 걸어가자 책상 칸막이에 ‘반장 양정묵’이라는 명패가 보였다.

“강찬 맞아?”

“맞습니다.”

양정묵이 흰자위를 잔뜩 드러내며 강찬을 보았다.

“앉아.”

강찬은 그의 책상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너, 학생이라며?”

“그런데요?”

“야, 인마! 학생이란 놈이 야구방망이로 사람을 다섯이나 병신을 만들어? 거기다 여자 따귀를 때려서 코 부러트리고, 또 한 명은 고막 나가고!”

양정묵은 대뜸 고함을 질렀다.

피식.

“웃어? 그래, 웃어라. 웃어.”

양정묵이 서류를 넘겨보면서 혼잣말처럼 빈정거렸다.

“조서 받기 전에 어제 무슨 일인지 먼저 말해봐.”

강찬은 짧게 한숨을 내쉰 다음, 일단은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순서대로 말했다.

“그러니까, 사무실에 갔더니 알리온에서 온 직원이 야구방망이로 디아이 직원들을 겁주고 있어서 싸움이 났다?”

“그렇습니다.”

“혼자서 다섯을 때려눕히고, 이하연과 최봉팔은 따귀만 때렸고?”

“최봉팔이 누굽니까?”

“알리온 대표! 최봉팔.”

이름하고는!

강찬이 피식 웃자 양정묵을 얄밉게 노려보았다.

“야, 이 새끼야!”

“말조심해.”

순간, 주변에 납을 끼얹은 것처럼 사무실이 조용해졌다. 다 이쪽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는 증거다.

“이 새끼가 이게 아주!”

그때 옆에 있던 형사 하나가 강찬의 머리를 향해 서류철을 휘둘렀다.

타악!

강찬이 손으로 막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죽고 싶어?”

“뭐?”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나머지 형사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기로 강찬의 모습을 찍기 시작했다.

“조사를 하려면 제대로 해. 깡패 새끼들처럼 설치지 말고.”

“너, 이따가 보자.”

이쪽을 찍고 있는 전화기를 슬쩍 본 형사가 이를 악물고 뒤로 물러났다.

강찬은 사무실을 쭉 훑어보았다.

양정묵과 방금 다가왔던 형사, 카메라를 든 형사를 제외하곤 다들 곤혹스러운 얼굴이었다. 사건이 어떤 그림인 줄은 알지만, 반장인 양정묵에게 대놓고 나무랄 수 없는 분위기.

“세게 나온다 이거지? 알았다. 강찬. 앉아.”

양정묵도 한 꺼풀은 기세가 꺾인 느낌이었다.

그는 먼저 진술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는 등의 상투적인 말을 읽은 다음 고개를 들었다.

“어제 디아이 사무실에서 야구방망이로 알리온 직원 다섯의 어깨와 무릎을 부러트린 사실이 있지요?”

“예.”

양정묵이 야비하게 웃으면서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소외 이하연의 따귀를 세 차례 때려서 코를 부러트리고, 기절해 쓰러져 있는 이하연에게 일어서지 않으면 무릎을 부러트린다고 협박한 사실이 있지요?”

“예.”

양정묵이 만족한 얼굴을 했다.

“알리온 대표 최봉팔의 따귀를 수차례 때려 고막이 터지는 중상을 입힌 사실이 있지요?”

“있습니다.”

“흐-흠. 사무실의 임수성과 함께 피해자를 폭행한 것이 사실이지요?”

“그건 아닙니다.”

양정묵이 상체를 모니터 뒤로 세우며 강찬을 노려보았다.

“진술이 다 있어. 그러니까 깨끗하게 가자.”

“임수성 건은 사실이 아니니까 일단 그대로 적어주세요.”

“흥! 그래도 사내새끼다 이거지? 좋아. 일단 그대로 가보자.”

양정묵이 빠르게 자판을 두들긴 후에 프린터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일단 지금 인정한 거에 지장 찍고 나머진 나중에 천천히 시간 갖고 하자.”

양정묵이 프린터에서 서류를 꺼내 강찬의 앞에 내밀었다. 이미 이름과 주소, 심지어 종교가 무교라는 것까지 적혀 있었다.

강찬이 지장을 찍자 양정묵이 옆에 있는 형사에게 고갯짓을 했다.

불쑥 손이 달려오는 것을 강찬이 쳐냈다.

“이거 찍었어?”

“예!”

“이 새끼, 이거 공무집행방해는 따로 청구해. 뭐해? 얼른 수갑 채워서 유치장에 넣어!”

강찬의 앞에 있는 형사가 다시 다가왔다.

“강찬. 너는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헛소리 지껄이지 말고 지금 날 구속하겠다는 거지?”

강찬은 이를 악물었을 때였다.

덜컹.

문이 열리고 김형정과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뭐야?”

양정묵이 상체를 틀어 들어선 사람들을 보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충성!”

가장 나중에 들어온 남자는 염색이 분명한 검은 머리에 땅땅한 체격을 지녔는데 눈매가 상당히 매서웠다.

“시끄럽고, 양 주임. 당신 깡패들 고소장 받은 거 있어?”

“예?”

“여기 강찬 씨 고소장 들어온 거 말이야! 거기 이름 있는 애들이 4조 관리 대상인 거 알아? 몰라?”

“몰랐습니다.”

사내가 볼을 씰룩이며 양정묵을 보다가 강찬의 앞으로 왔다.

“강남경찰서 서장 이은호입니다. 제대로 조사하지 못한 점 사과드리고, 양 주임은 감찰계로 넘겨서 자체조사 후에 징계 결과를 따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오늘 불편하게 해드린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강찬이 얼핏 김형정을 보았을 때 그가 짧게 고갯짓을 했다.

“쯧! 알았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개선할 여지가 보이네요.”

“반드시 조치하고 결과를 보고드리겠습니다.”

양정묵은 아예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서장님. 그럼 우린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조치가 미흡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악산 파와 알리온은 검찰에서 따로 조사할 거니까 공연히 강남서와 서장님께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부탁합니다.”

“그 점은 염려 마십시오.”

이은호가 김형정과 공손하게 악수를 하며 고개를 숙였다.

“갑시다. 강찬 씨.”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는 몰라도 속은 후련했다.

강찬이 형사과를 나설 때 안쪽에서 “내가 돈 처먹고 사건 맡지 말라고 했지!” 하는 이은호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경찰서 현관을 나오자 승용차 세 대가 나란히 서 있었다.

“타세요.”

김형정이 가리킨 차 문을 요원 한 명이 열어주었다.

강찬이 타고 반대로 돌아 김형정이 올라탔다.

차가 경찰서 문을 빠져나올 때 정복을 입은 경찰이 커다랗게 “충성!”이라고 외치는 소리도 들렸다.

“강찬 씨도 참! 뭐 이런 걸 직접 나오고 그래요?”

이건 좀 낯부끄럽긴 하다.

“학교로 가면 됩니까? 아니면 저랑 차 한잔 하죠? 담배도 하나 피우고 싶고.”

“그게 좋겠네요.”

김형정이 시원하게 웃으면서 앞쪽에 대고 “분실로 가.” 하는 말을 전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있으면 미리 전화를 주세요. 형사면책권은 일종의 사면과 같습니다. 사면은 형이 확정되어야 하는 거고, 형사면책권은 형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것이니까요.”

“좋으네요.”

“우리나라에 이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이 열 명이 안 됩니다. 있을 때 팍팍 누립시다.”

김형정의 이런 털털함은 김태진과 비슷했다.

차는 강남경찰서에서 나와 5분 정도 움직인 후, 전철역 뒤에 있는 사무용 건물 앞에 섰다.

“내립시다.”

강찬이 내리자 차가 움직였고, 김형정과 강찬은 건물에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탔다.

“남영상사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정식 명칭은 국가정보원 강남 분실입니다.”

엘리베이터는 다섯 명이 타면 꽉 찰 정도로 좁아 보였다.

5층에서 내린 김형정이 와이셔츠 주머니에서 카드를 대자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철문이 열렸다.

“잡상인들이 하도 귀찮게 해서요.”

안쪽은 반투명한 유리 칸막이로 막혀 있었는데 김형정은 오른쪽으로 돌아 안쪽 문을 열었다. 역시 카드키를 대야 열리는 구조였다.

방은 넓었다.

고급스러운 소파와 책장, 그리고 커다란 책상이 가장 안쪽에 놓였다.

“앉읍시다.”

김형정은 책상의 인터폰을 눌러서 “커피 좀 가져다줘.” 한 후에 소파에 앉았다.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여직원이 들어와 커피를 놓아주었다.

김형정과 둘이 담배에 불을 붙이고, 커피도 한 모금 마셨다.

“강찬 씨는 대한민국 국가정보원 특급 요원으로 분류되어 있어요. 외국이나 국내에서 어떤 업무를 하든 국가의 모든 기관이 협조하게 되어 있고.”

김형정이 슬쩍 강찬을 본 후에 다시 말을 이었다.

“살인을 해도 면책권이 주어집니다. 이건 원래 말을 해주지 않는데 혹시 오늘처럼 일이 꼬일까 봐 미리 전하는 겁니다. 앞으로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우선 전화를 주세요. 그게 오히려 일을 처리하기 편합니다.”

“그렇게 하죠.”

담배 연기가 천장의 환풍구로 시원하게 빨려 들어갔다.

“라노크 대사와 관계만 가지고 이러지 않습니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과 모가지 귀신, 그리고 김태진 그 친구가 버텨서 얻어낸 결과물이지요. 이 건에 저도 이게 걸렸습니다.”

김형정이 자신의 목을 길게 빼냈다.

강찬이 풀썩 웃자 김형정도 함께 웃었다.

“철도가 연결되면 아마 대한민국 역사가 살아 있는 한, 길이길이 남을 치적이 됩니다. 거기다 막대한 국익은 말할 것도 없구요. 이 일에 실패해서 실직자가 되는 건 두렵지 않은데 대한민국이 북한과 일본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게 되는 것은 싫습니다. 그래서 제 목을 여기에 다 걸어버렸지요.”

“팀장님.”

강찬이 담배 하나를 더 꺼내서 불을 붙이며 김형정을 불렀다.

“솔직히 라노크가 거절하거나 다른 조건을 내걸 거라 생각하시는 거죠?”

“그렇습니다.”

김형정은 아예 털어놓기로 작정한 모양이었다. 바로 나온 답이 그랬다.

“그래서 석 선생님과 유비캅의 직원 다섯을 특채한 겁니다. 강찬 씨가 편하게 움직일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했으니까요.”

“쯧!”

일이 너무 달려간 느낌인데 이제 돌이키긴 틀렸고, 굳이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이 일이 성공하면 대한민국은 대륙을 잇는 구심점이 됩니다. 발표까지 6개월 남았습니다. 그 안에 우리나라가 그 계획안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나중에라도 연결할 수 있지 않나요?”

“철도가 지나가는 모든 나라가 동의를 해야 하는데 그건 사실상 불가능하죠. 각국의 이해관계가 다 틀리니까요.”

“북한이 갑자기 철도를 막아버리면요?”

“연결된 철도를 끊는 나라는 무조건 고립됩니다. 그리고 북한도 통과비로 나오는 그 엄청난 수익을 절대 포기 못 하지요. 중국이 북한을 막으려고 애썼던 가장 큰 이유가 원산항을 틀어막고 단둥항으로 선적장을 옮기려 했던 것이니까요.”

듣기만 해도 머리가 흔들렸다.

“샤흐란의 체포로 반 라노크 세력이 주춤한 상태입니다. 러시아로 각국의 정보요원들이 몰려들고, 유럽에선 세 차례나 총격전이 있을 정도니까 각국이 사활을 걸고 이 일에 매달린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 와중에.”

김형정이 강찬을 똑바로 보았다.

“유니콘 프로젝트의 가장 핵심 인물이 한국에 와서 제일 먼저 강찬 씨를 만나는 겁니다.”

“짜릿하네요.”

둘이 풀썩 웃었다.

“점심 먹읍시다.”

김형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움직이더니 여러 가지 음식이 적힌 메뉴판을 가져왔다.

“여긴 특제 짬뽕이 죽여주죠.”

강찬이 웃으며 그걸로 부탁한다고 하자 김형정이 인터폰으로 특제 짬뽕 두 그릇을 주문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괜찮은 사람이었다.

중간에 석강호와 김태진이 각각 걱정된다는 전화를 전화를 걸어와서 미안하다는 사과와 현재 김형정과 있다는 말을 전했다.

***

점심을 먹은 강찬은 김형정이 태워다 주겠다는 것을 사양하고 택시로 학교에 왔다. 짬뽕이 실제로 정말 맛있어서 나중에 한 번씩 같이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학교에 들어서자 운동장에서 일진 애들이 격투기를 연습하는 것이 보였다. 석강호가 스탠드에 있다가 강찬을 보며 아는 체를 했다.

“어떻게 된 거요?”

석강호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던진 질문에 강찬은 있었던 일을 세세하게 알려주었다.

“거 참. 아직도 그런 일이 있나?”

“작업한 느낌이 나던데 힘없이 당하는 사람이라면 그거 억울해서 못 살겠더라.”

“보통 사람들이 그걸 알겠소? 경찰서 가면 다들 겁부터 먹는 판인데. 하여간 이렇게라도 끝났으니 다행이오.”

석강호의 말을 들으며 강찬은 조세호를 지켜보았다. 놈은 제법 재능이 보였다.

“김태진 대표가 돈을 넣었습디다. 오전에 은행에서 전화를 두 통이나 받았소. 이거 정말 받아도 되는 거요?”

“김형정 팀장이 그러더라. 챙길 수 있는 건 챙겨두라고. 가지고 있어. 아무렴 쓸 곳이 없겠냐?”

“쩝. 그렇긴 한데 이거야 말만 나오면 당최 억, 억, 해대니 월급이 이렇게 초라해 보일 수가 없수.”

“이 얘기도 여기까지만 하자.”

“알았소.”

둘이 다시 운동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았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그때 전화가 울려서 보았는데 오광택이었다.

“여보세요?”

[“어, 강찬. 너 우악산 애들도 두들겼냐?”]

“그놈들인 줄은 모르겠는데 사무실에 들어온 놈들 다섯은 있었다. 오늘 강남서에서 해결했고.”

[“햐! 어쩐지 영감들이 지랄들을 하더니만. 알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도 버티고 봐야겠네. 몸조심하고. 적당히 좀 하자.”]

마지막 말이 짜증 날 수도 있었지만, 말투가 친근해서 강찬은 웃고 말았다.

웅웅웅. 웅웅웅.

바쁘다는 생각으로 전화기를 들었는데 번호가 라노크였다.

“예, 대사님.”

[“무슈 강. 라노크입니다. 오후 3시에 남산호텔에서 뵐 수 있을까요?”]

“벌써 도착하셨어요?”

[“일정이 그렇게 됐네요. 시간 괜찮은가요?”]

“예. 그 시간에 호텔에 있겠습니다.”

[“그럼 그때 뵙지요.”]

전화를 끊은 강찬은 곧바로 김형정에게 전화해서 내용을 알려주었다.

김형정은 살짝 톤이 올라간 음성으로 “중국에서 입국하는 걸로 되어 있습니다.” 하고 알려주었다.

김태진과도 짧게 통화를 하고 나자 오후 3시까지 오히려 여유가 생긴 느낌이었다.

“본격적으로 시작인가 보우.”

“그런 거지.”

“그냥 저녁에 라노크가 강찬 씨 뜻대로 합시다, 그래 주면 좋을 텐데.”

“푸흐흐. 그러면 얼마나 좋겠냐?”

둘이 똑같은 얼굴로 웃는 동안 일진 놈들이 스탠드로 몰려왔다.

“난 저놈들 좀 가르칠 거요.”

“나도 출발해야지.”

“알았소.”

석강호가 내려가서 몸을 푸는 동안 허은실과 눈이 마주쳤다. 민낯을 자주 봤더니 저 얼굴도 적당히 적응이 됐다.

‘그런데 이것들이 정말.’

어제는 은소연이 그러더니 오늘은 허은실이 강찬을 똑바로 본다. 묘하게 기분이 비틀릴 때 석강호가 “이리들 와봐라.” 하자 허은실이 시선을 돌렸다.

이틀을 연달아 비슷한 시선을 받았다.

겁은 나는데 피하지 않는 눈빛.

확실히 깡이나 맷집은 허은실이 먹어준다.

***

강찬은 운동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다가 택시를 타고 호텔에 도착했다. 그래도 대략 30분 정도 여유가 있어서 로비 라운지로 들어가 시원한 음료수를 한잔 주문했다.

일부러 창가 자리에서 또 창가를 보고 앉았다.

주철범이니 뭐니 나타나 인사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서였다.

책상 위에 전화기를 놓고 직원이 가져다준 음료수를 들었을 때였다.

보려고 본 것은 아니다.

창의 중간마다 세워진 반짝이는 기둥이 현관을 비추고 있어서 그저 무심코 본 거다.

두 명의 사내가 들어서는데 자세가 예사롭지 않았다.

‘뭐지? 라노크를 경호하는 건가?’

아니면 김형정이 보낸 직원일 수도 있었다.

로비를 두리번거리던 두 놈이 강찬이 있는 방향을 보고는 급하게 걸음을 옮겼다.

강찬은 전화를 들었다.

[“말씀하세요, 강찬 씨.”]

“팀장님. 혹시 호텔에 직원들 보내셨나요?”

[“라노크 쪽과 충돌이 있을까 봐 외곽에만 배치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나요?”]

“혹시나 해서요. 조금 더 알아보고 전화드릴게요.”

[“대기하고 있으니까 어떤 일이든 도움이 필요하면 바로 전화주세요.”]

강찬이 통화하는 동안 사내 두 놈이 오른쪽 안으로 움직여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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