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61화 (6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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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유니콘 프로젝트.

전화번호에는 숫자 0이 가득 담겨있었다.

“여보세요?”

[“무슈, 강. 라노크입니다.”]

유니콘이나 철도를 떠나서 반가운 게 먼저였다.

“대사님. 잘 지내시죠?”

[“아니요. 그렇진 않습니다.”]

목소리는 괜찮은데?

[“강찬 씨가 무척 그립습니다.”]

능구렁이가 이런 말도 하나?

강찬이 풀썩 웃었을 때 전화기 너머에서 라노크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강찬 씨. 이곳의 일이 대강 마무리되어서 내일 한국에 도착합니다. 시간이 괜찮다면 내일 저녁에 잠시 만나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대사님. 장소와 시간이 결정되면 알려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내일 뵙지요.”]

“예.”

강찬은 전화기를 내려놓고 통화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라노크가 오자마자 대장을 찾을 이유가 뭐가 있겠소?”

“샤흐란의 배후 아니면 철도 이야기 아니겠냐?”

“그렇지요?”

“그렇겠지.”

둘이 생각하는 건 다를 바가 없었다.

이왕 통화를 한 참이라 강찬은 쎄실에게 전화를 해서 강대경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현금화해서 넘겨주었으면 싶다는 뜻을 밝혔다.

[“차니. 다른 부분은 다 좋은데 송금만큼은 차니의 사인이 있어야 해.”]

“알았다. 그럼 우선 통화하고 송금할 때 알려줘.”

[“오케이.”]

전화를 끊고 나자 운동부원들이 하나둘 운동실로 들어왔다.

여자아이들은 운동부실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강찬과 석강호가 운동부실을 나와 스탠드를 걸어 내려가는데 김태진의 직원 다섯이 달려와 깍듯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이사님.”

이사? 뭔 이사?

“월요일 자로 유비캅 이사로 선임되셨다는 공고가 붙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강찬은 입맛만 다셨다.

김태진이 결국 해낸 거다. 여기서 엄한 소리를 내면 김태진의 체면을 망치는 꼴이라 달리 말을 하기도 어려웠다.

“그리고 저희는 내일부터 2주간 위탁 교육을 들어갑니다.”

“위탁 교육은 또 뭐야?”

석강호가 불쑥 질문을 던지자 직원이 바싹 붙어서 속삭이듯 답을 했다.

“선생님도 같이 가시는 걸로 돼 있던데요?”

“내가?”

“국가정보원 위탁 교육이라고. 선생님도 특채 요원에 포함되신 걸로 들었습니다. 내일 3사관학교에 입소하는 거라고 하던데 대표님께서 10시경에 전화하신답니다.”

석강호가 고개를 돌렸으나 강찬은 아는 바가 없었다.

‘이 양반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석강호는 복잡한 표정이었다.

“그럼 오늘은 오전 교육만 하는 걸로 하자.”

강찬의 말에 직원들이 다시 운동장을 향해 내려갔다.

“나도 정보원 특채, 뭐 이런 거요?”

“그런 모양인데? 10시에 전화한다니까 한번 받아보고 얘기하자.”

강찬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석강호를 의논 한마디 없이 위탁 교육 명단에 넣었다는 사실이 솔직히 불쾌했다.

“얼굴 풉시다. 내가 볼 때 김 대표가 그렇게 경솔하거나 나쁜 사람 같지 않으니까 분명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을 거요.”

“그렇긴 한데 2주 위탁교육을 결정하면서 우리에겐 통보만 한다는 게 말이 되냐? 나는 그렇다고 치자. 당사자인 너는 뭐냐?”

“일단 듣고 결정하자니까요.”

석강호는 은근히 설레는 얼굴이었다.

옷을 갈아입은 아이들이 운동장으로 나와서 강찬과 석강호는 운동부실로 들어갔다.

웅웅웅. 웅웅웅.

김태진인가 해서 전화를 들었는데 모르는 사람이었다. 강찬은 고개를 갸웃하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강찬 씨 되십니까?”]

나이가 있고, 무게 있는 음성이었다.

“예. 제가 강찬입니다. 어디 신가요?”

[“반갑습니다, 강찬 씨. 저는 SBC 사장 윤학서라고 합니다. 이번에 계획하시는 드라마를 방영하고 싶어서 전화드렸습니다.”]

김형정이 손을 쓴다던 편성 건이 분명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다른 절차를 알지 못해서 강찬은 우선 인사부터 했다.

[“저희 문본근 편성국장을 오늘 중으로 회사로 보내겠습니다. 필요한 조건이나 편당 금액을 정해서 알려주시고, 만약 불편한 사항이나 언짢은 내용이 있으실 경우, 이 번호로 연락해주시면 조치하겠습니다. 시간은 언제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오후 3시쯤 디아이가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언제 여의도를 지나실 때가 있으면 꼭 한번 들러주십시오.”]

“기회가 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침부터 정신이 쏙 빠질 지경이었다.

강찬은 석강호에게 내용을 설명하면서 미쉘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덜컹.

그런데 그때 말쑥한 양복차림의 김태진이 불쑥 운동부실로 들어왔다.

“퇴원하셨어요?”

“음.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지?”

“그럼요.”

김태진은 커피를 타려는 석강호를 자리에 앉게 했다.

“우선 새벽에 일이 급하게 돌아가서 따로 연락 못 했다. 그 점은 사과하마.”

김태진이 먼저 미안하다고 나서자 강찬은 서운했던 마음이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

“새벽에 정보원에서 네 명이나 병실로 왔었다. 다른 건 몰라도 직원 다섯하고 석 선생은 요원 자격을 무조건 줘야 한다고 우겼는데 그것 때문에 말이 많았지. 자네 의견도 듣지 않고 무조건 석 선생 없이는 이번 일을 맡지 않을 거라고 했더니 8시경에 급하게 연락을 했더구나. 우선 기능직 특채로 처리하겠단다. 나이 때문에 우선 현장 정보취급 요원이 되는 거지.”

“그래서 2주 훈련 얘기가 나온 건가요?”

“교육직을 유지하는 조건은 그게 최선이었다. 나이도 걸렸고. 대신 2주 교육도 서류로 처리하기로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자네에게 먼저 동의를 구하지 않은 건 정말 미안하다.”

강찬은 김태진이 멋져 보였다.

나이를 먹었을 때 저런 모습이었으면 싶었는데 얼핏 본 석강호도 다르지 않은 표정이었다.

“죄송합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서운하게 생각했었어요.”

“충분히 그럴만하지. 자기 사람을 아낀다면 당연히 그런 생각을 하는 게 맞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애들은 내일부터 2주간 교육 들어가는 거고, 석 선생은 서류상으로만 입소한 걸로 할 거다. 그 안에는 교통사고를 비롯해서 형사건으로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좋다.”

석강호가 “알겠습니다.”하고 답을 한 다음이었다.

“석 선생. 오늘 계좌로 7억이 입금될 겁니다. 이 친구는 오늘부터 이사로 임명했으니까 급여가 따로 책정될 거고. 그리고 정보원에서 특별 수당이 나온다는데 그건 저쪽에서 알아서 한다니까 그때 가서 봅시다.”

석강호가 몇 차례 사양했으나 김태진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석강호가 저녁 한 끼를 거하게 사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났다.

숨돌릴 틈 없이 이야기를 마친 김태진은 그제야 커피를 청했다.

“후우. 이제 좀 안심이다.”

“뭐가요?”

“내 멋대로 휘저어놓은 거라 은근히 걱정하고 있었지. 거기다 자네를 팔아서 우리 직원 다섯을 국가정보원에 넣은 건 아닌지 마음도 쓰였고.”

“그게 그렇게 좋은 건가요?”

석강호가 건네준 커피를 받은 김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돈으로 만들 수 있다면 10억이라도 흔쾌히 냈을 거다. 그런 조직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니까.”

김태진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것을 보며 강찬은 빼놓은 이야기가 있음을 알았다.

“참! 라노크가 전화했었어요.”

“응? 아차차!”

김태진이 커피가 튄 바지를 손으로 쓸어댔다.

“라노크가 전화했었다구?”

“예. 내일 한국에 온다고 저녁에 만나자고 하던데요? 시간하고 장소 정해지면 다시 연락하기로 했어요.”

김태진은 기가 막힌 듯 웃었다.

“왜 그러세요?”

“정보원에 있는 높은 놈들이 더 꼼짝 못하겠구나 싶어서 그러지. 라노크와 빨리 연락하게 해달라고 새벽부터 조르다 갔는데 내일 그 사람이 들어와서 제일 먼저 자네를 만나 봐라. 아마 자네가 예산을 200억으로 올려달라고 해도 당장 계좌 부르라고 할걸?”

“그럼 아예 2개월짜리 훈련을 짜달라고 해볼까요?”

강찬의 의미심장한 시선을 받은 석강호가 “왜 이러쇼?” 하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나쁘진 않구나. 돈이니 명예니 다 떠나서 나라에 크게 이득 되는 일이라니 힘껏 도와다오.”

“어차피 하기로 한 거니까요. 나머지는 진행되는 걸 놓고 천천히 의논하시죠.”

“그러자.”

김태진의 사명감이 나빠 보이지 않았다.

운동부실에서 셋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점심시간이 되었다. 직원들이 앞으로 못 나오게 되었다는 말을 하고 김태진이 기분 좋게 점심을 내기로 했다.

모두들 서운해했는데 그중 가장 서운한 얼굴을 한 놈은 뜻밖에도 조세호였다.

“얀마. 교관님 말씀 잘 듣고 훈련 게을리하지 말고 있어. 이왕이면 체대 진학할 수 있게 하고, 아니라도 실력만 되면 우리 회사 입사할 수 있도록 알아볼게.”

조세호를 때렸던 직원이 머리를 쓸어줄 정도로 둘이 통하는 게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무튼, 점심을 먹고 난 후에 김태진과 직원들이 먼저 학교를 나섰다.

오후는 운동부실에서 공부를 한다.

강찬은 디아이에 가기 전에 석강호와 둘이 스탠드에 앉았다.

“고맙소. 나 오랜만에 가슴이 설레우.”

강찬이 웃는 것을 본 석강호가 만족한 표정으로 따라 웃었다.

“대장을 만나면 사는 게 정말 박진감 넘쳐요. 학교 선생으로 인생 끝나나 했더니 이런 일이 다 있수. 푸흐흐흐.”

강찬은 그냥 기분 좋게 웃어 주었다.

이런 놈이 없었다면 얼마나 허전하고 서운했을까.

“간다. 내일 보자.”

“그럽시다. 저녁엔 뭐할 거요?”

“미영이 잠깐 보려고.”

“알았소. 나는 오늘 학교 선생들 집들이요.”

내일 오전이면 만난다.

강찬은 손을 한번 들어주고는 학교를 나섰다.

***

디아이를 가기 위해 택시를 탔을 때는 오후 1시 30분경이었다.

쎄실이 전화해서 강대경과 통화한 내용을 전해주었다. 현재 주식가격을 알아보기만 했고, 며칠 뒤에 다시 통화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덤덤한 척했지만, 강대경은 아무래도 충격이 큰 모양이었다. 뭐라고 해도 고등학생 아들이 40억을 내놓은 거다. 좋아라만 하면 그게 더 비정상적인 부모가 아닐까.

“쯧!”

강찬은 이런 일로 마음고생을 해야 할 강대경과 유혜숙에게 미안했다. 저녁때 함께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할 때쯤 택시가 디아이 앞에 섰다.

그러고 보니 미쉘의 전화가 없었다.

다른 때 같으면 몇 번이라도 전화가 왔어야 하는데?

‘공사가 덜 끝났나?’

그랬으면 오히려 오늘은 오지 말라고 전화가 있어야 맞는데?

2층은 얼핏 보기에 공사는 끝나 있었다.

‘뭐지?’

께름칙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렇다고 돌아갈 것은 아니어서 강찬은 사무실 문을 열었다.

널찍한 공간에 책상이 놓였고, 우측으로 방이 세 개, 다시 좌측으로 회의실이 있었다.

강찬은 사무실을 둘러보며 피식 웃었다.

데이빗 최와 이하연이 거만한 자세로 가장 안쪽 의자에 앉아 있었고, 깡패가 분명한 놈들 다섯이 강찬을 노려보고 있었다.

미쉘과 임수성, 김재태, 그리고 경리와 코디, 심지어 연습생까지 구석에 몰려 있었는데 그중에는 은소연과 지연희까지 있었다.

강찬은 문을 닫고 잠금장치를 걸었다.

“뭐여?”

“야! 저분이 여기 대표시다.”

깡패 하나가 거칠게 묻자 데이빗 최가 고개를 반대쪽으로 꺾으며 빈정거렸다.

“무슨 일이야?”

“여기 이하연이가 옛정을 생각하고 드라마 방영할 수 있게 해달라서 어제 내가 자리를 만들었잖아. 편성국장 두 분을 모셨는데 은소연하고 연습생이 바람을 맞히는 바람에 내가 손해가 크거든. 그걸 변상받으려고. 마침 대표가 오셨으니 이야기가 쉽겠네. 어떻게 할 거야?”

강찬이 피식 웃으며 깡패들을 보았다. 덩치들이 제법 좋은데 두 놈은 야구방망이까지 들었다.

“이것들도 알리온 직원이냐?”

“뭐? 허! 이게 오광택이 이름 팔고 다닌다더니 제정신이 아니네?”

“야! 이것들 직원이야? 아니야?”

강찬이 고갯짓까지 하며 묻자 데이빗은 깡패들을 보며 당황한 얼굴이었다.

“야, 이 새끼야.”

강찬은 욕을 한 놈에게 시선을 주었다.

“말귀들 못 알아들어? 대답부터 해. 알리온 직원이야? 아니야?”

연습생들은 ‘뭐 저런 사람이 있지?’ 하는 표정이었다.

“직원 아니다! 어쩔래?”

“그럼 나가.”

강찬이 시선으로 문을 가리켰다.

“이 새끼가 미쳤나?”

덩치가 불쑥 앞으로 걸어 나왔다.

“야! 죽고싶!”

퍼억!

강찬은 대뜸 목을 뾰족하게 세운 중지로 찍어버렸다.

“끄윽!”

이런 경우 백이면 백, 고개를 앞으로 숙인다.

턱.

강찬은 놈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퍼억! 퍼억! 퍼억!

그리고 오른손 안쪽바닥으로 인중을 세차게 올려쳤다.

“야! 이 새끼야!”

나머지 넷이 그제야 악을 쓰며 달려들었다.

강찬은 쥐고 있던 놈의 얼굴을 무릎으로 쳐올렸다.

쩌억!

콰다당.

덩치가 뒤로 넘어가며 의자와 함께 바닥으로 쓰러졌다.

강찬은 왼쪽 놈의 주먹을 파리 쫓듯 쳐내며 명치를 뾰족한 주먹으로 갈겼다.

“커허억!”

싸움을 잘하는 놈들이 아니다.

강찬은 앞에서 달려드는 놈의 사타구니를 세차게 걷어찼다.

쩌억!

“커흐흑!”

놈이 무릎을 꿇듯이 가랑이에 손을 끼우고 주저앉는 순간이었다.

머리를 노리고 야구방망이가 날아왔다.

강찬은 방망이가 지나는 순간에 놈에게 달려들었다.

퍼억!

“큭!”

겨드랑이를 찔린 놈의 몸이 옆으로 기울었다.

콰작! 콰작! 콰자작!

강찬은 왼팔로 붙들고 팔꿈치로 놈의 안면을 세 번이나 찍어버렸다.

왼쪽에선 명치를 맞았던 놈이 시뻘겋게 상기된 얼굴을 들고, 오른쪽에선 야구방망이를 든 놈이 주춤거리고 있었다.

멍청한 새끼들.

강찬이 피식 웃으며 바닥에 있던 방망이를 집어 들었다. 목숨을 걸고 싸워봤던 놈은 절대로 적이 무기를 들도록 놓아두지 않는다. 그런데 이 병신들은 뜻밖의 실력 차에 놀라서 강찬이 방망이를 드는데도 달려들지 못하고 있는 거다.

부웅. 콰자작!

“끄아아악!”

강찬은 먼저 사타구니를 맞고 주저앉은 놈의 오른쪽 쇄골을 아예 부숴버렸다.

“그 새끼. 더럽게 시끄럽네.”

부웅! 콰직!

이번에는 왼쪽 무릎이다.

놈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눈과 입을 쩍 벌렸다.

“에이!”

부우웅.

그때 뒤에서 야구방망이가 날아들었다.

까앙!

방망이로 막을 걸 왜 생각 못 하지?

강찬은 튕겨 나오는 방망이를 재차 휘둘렀다.

콰자작!

“끄으윽!”

이놈도 오른쪽 쇄골이 완전히 나갔다.

강찬이 뒤로 돌자 명치를 맞았던 놈과 그 뒤에서 기회를 노리던 놈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부웅!

강찬은 앞에 있는 놈의 허벅지를 먼저 갈겼다.

놈이 펄쩍 뒤로 뛰는 시늉을 했다가 ‘퍼억!’ 소리와 함께 왼쪽으로 기울어졌다.

퍼억! 콰자작! 퍼억! 콰작!

비명이 나올 틈도 없이 어깨와 무릎을 부숴버렸다.

뒤에 있던 놈이 연습생들과 부딪치고는 제풀에 앞으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임수성이 깍지를 낀 손으로 놈의 목덜미를 세차게 내리쳤다.

퍼어억!

“꺄아악!”

연습생들의 비명과 함께 놈이 바닥에 고꾸라졌다.

강찬은 기절한 놈의 머리를 움켜쥐고 사무실 가운데로 끌고 왔다.

부우웅! 콰작! 부웅! 콰자작!

역시나 무릎과 쇄골을 부서트렸다.

저벅저벅.

“그만행!”

“시발 놈이 앙탈은!”

처음에 안면을 얻어맞은 놈이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버둥댔다.

이하연의 바로 앞이다.

부웅! 콰자작!

“아아아악!”

부우웅! 콰자작!

“끄으! 끄으으! 끄으으응!”

강찬이 노려보자 이하연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을 잽싸게 바닥에 처박았다.

“너는 좀 있다 계산하고.”

쇄골만 부서진 놈에게 간 강찬은 놈의 무릎을 완전히 부러트린 다음 방망이를 바닥에 던졌다.

“임 실장님. 이것들 한쪽으로 치우세요.”

“알겠습니다.”

임수성과 김재태, 그리고 로드 직원 둘이서 바닥에 쓰러진 깡패들을 입구 한쪽으로 끌고 갔다.

“끄아아아.”

강찬은 비명을 지르는 놈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조용히 안 해?”

“끄응. 끄응.”

놈이 정말 개새끼처럼 끙끙거리며 입을 다물었다.

강찬은 천천히 이하연의 앞으로 걸었다.

데이빗이 움찔거리다가 강찬의 시선을 받고는 잽싸게 고개를 떨궜다.

“야.”

“왜……요?”

이하연이 강찬을 슬쩍 올려다보고 시선을 떨구는 순간.

쫘아아아악!

털썩.

이하연은 따귀를 얻어맞고는 바닥에 철퍼덕 쓰러졌다.

강찬은 이하연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일으켜 세웠다.

덜덜덜덜.

머리칼을 잡힌 채로 이하연이 좌우로 흔들릴 만큼 몸을 떨고 있었다.

피식.

강찬이 웃자 이하연의 몸이 더 심하게 떨었다.

“이하연?”

“예! 예!”

쫘아아아아악!

철푸덕.

이하연이 죽은 것처럼 바닥에 널브러져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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