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60화 (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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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뭔데 또 웃음이 그래요?

석강호에게 방배동의 카페에 태워다 달라고 해서 도착한 것은 미쉘과 통화한 때로부터 40분쯤 지난 뒤였다.

강찬이 들어서자 미쉘도 그렇지만 은소연과 지연희는 화들짝 놀라는 얼굴이었다.

“어서 와! 보스.”

“안녕하세요?”

강찬은 자리에 앉은 다음, 작은 병의 맥주를 시켰다.

은소연이 올해로 스물셋이고, 지연희는 스물이다.

한참 동생처럼 보였는데 둘도 강찬을 그렇게 보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자연스러운 태도가 예전 나이답게 나오는 걸 인정하면 서로 편한 거고, 아니면 마는 거지. 프랑스에 갔을 때도 그랬다.

은소연이 전한 통화내용은 간단했다.

“잘했다. 앞으로 이하연과는 어지간하면 상대하지 마.”

“그럴 생각이에요.”

그런 장소에 나가지 않은 것만큼은 칭찬할 만했다.

강찬은 은소연과 지연희가 걱정하는 부분에 관해 물었고, 의견을 들었다.

“저희는 대표님이나 미쉘 언니가 손실 보는 것은 정말 싫어요. 디아이가 힘이 있거나, 저나 연희가 스타가 되었다면 또 달라지겠지만, 아직 그러질 못해서 속상하기도 하구요.”

“연희는 할 말 없어?”

“연습생들은 지금 아주 만족해요. 대신 드라마가 망가지거나, 하연 언니가 못되게 굴어서 출연 못 하게 될까 봐 걱정하는 정도예요.”

대강 알아들었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투자 확정됐다고 당장 드라마를 만들라고 한 내 잘못도 있으니까.”

솔직히 라노크가 최대한 서둘러 달라고 해서 이렇게 된 거지만 그런 핑계를 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미쉘. 작품은 정말 괜찮은 거야?”

“좋은 작품이야, 보스. 해외에도 먹힐 여지가 충분히 있어.”

이런 눈은 미쉘을 믿어줘야 한다.

“드라마 제작팀은 섭외할 수 있어?”

“표민성 감독이 오케이 했으니까 다른 스텝은 표 감독이 짜면 돼. 남은 건 캐스팅밖에 없어.”

“그럼 드라마 시작하자.”

세 여자가 벙벙한 얼굴로 강찬을 보았다.

“자신 있다면서? 그러니까 그냥 찍어. 가능하면 우리 애들 많이 나가게 하고.”

“사전 제작을 할 생각인 거야?”

“응. 어차피 투자금 확보된 거니까 그렇게 해. 그리고 참. 혹시 내가 애들 몇 명 보내면 걔들 테스트 좀 해 줄 수 있나?”

“오디션을 보라고?”

“거창하게 말고. 가능성만 타진해 보자는 거야.”

강찬은 유혜숙의 난처해 하는 얼굴을 떠올렸다.

“그런 거야 우리 쪽에서 오히려 부탁할 일이지.”

“가능성 없으면 없다고 분명하게 말해주고.”

“그런 건 염려 마.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연습생까지 다 함께 지켜볼 거니까.”

강찬이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더는 편성 고민하지 말고 드라마 제작하자. 그리고 우리가 경험이 없으니까 필요하다면 돈을 더 쓰더라도 캐스팅은 확실해 해.”

미쉘은 결심한 얼굴이었다.

“오케이, 보스. 이왕 할 거라면 조연부터 지명도 있는 분들로 섭외할게.”

은소연과 지연희는 설렘 반, 걱정 반의 얼굴이었다.

웅웅웅. 웅웅웅.

대화 도중에 김태진에게서 전화가 왔다.

“대표님. 어쩐 일이세요?”

[“자네 지금 시간 있나?”]

“예. 지금 방배동인데 움직일 수는 있어요.”

[“그럼 병실로 좀 와 주겠나?”]

“알겠습니다. 지금 출발 할게요.”

강찬은 혹시 이하연에게 전화가 와도 절대 동요하지 말라고 마지막으로 주의를 준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양반이 아직 퇴원 못 했던 건가?

택시를 탄 강찬은 병원으로 향했다.

가끔은 김태진 같은 상관이 있었으면 싶었다. 부하나 동료들을 가슴에 담아주는 상관.

병원에서 내려 병실 문을 열었을 때 김태진은 털털하게 생긴 남자와 이야기 중이었다.

분위기가 묵직했다.

“무슨 일이세요?”

“뭘 그런 얼굴이야?”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강찬을 향해 몸을 돌렸다.

“인사하지. 전에 내가 함께 군 생활했었다는 친구. 지금은 정보원에 있다는.”

“강찬입니다.”

“김형정이오.”

손아귀가 제법 단단하고 힘이 있었다.

“강찬 씨를 만나게 해달라고 조르던 참입니다. 이렇게 보게 돼서 반갑습니다.”

김형정이 명함을 내밀었다.

남영상사 부장 김형정.

“커피 한 잔 줄까?”

“오늘은 많이 마셨어요.”

강찬과 김형정이 김태진을 향해 비스듬하게 앉았다.

“이 친구는 내가 배신당한다 해도 분명 그럴 이유가 있을 거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친구입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몰라도 서두가 거창했다.

“하고 싶었던 말이 있어서 거두절미하고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최근에 우리 정보 1국에서 입수한 내용을 들려드릴 겁니다. 절대로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부탁합니다.”

“그러실 거면 말씀하시지 마세요.”

강찬이 단호하게 이야기를 잘랐다.

“전 제가 유일하게 믿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그 친구에겐 무조건 말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 혹시 어디선가 말이 샜다고 의심할 여지가 있다면 아예 듣고 싶지 않습니다.”

김형정이 김태진을 흘깃 본 다음 다시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것까지는 강찬 씨의 판단에 맡기죠.”

“제가 꼭 들어야 하는 내용인가요?”

처음 보는 자리다. 어떤 식으로든 부담스러울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내 얼굴을 봐서 일단 듣자.”

강찬이 나직하게 한숨을 쉬고 “알았습니다.”하는 답을 했다. 김태진의 말이라면 한 번쯤은 참을 만했다.

“프랑스가 유럽의 패권을 쥐기 위해 모종의 계획을 진행 중입니다.”

라노크와 연관된 일인가?

김형정이 강찬의 반응을 살핀 다음 다시 입을 열었다.

“러시아와 프랑스를 연결하는 철도를 구상한 거지요. 작전명은 리커흐릉 이라 합니다.”

“유니콘이란 뜻이군요.”

엉성한 발음이 미안했는지 김형정이 쑥스럽게 웃었다.

“총 책임자가 강찬 씨도 잘 아는 인물입니다.”

라노크!

김형정은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문제는 북한입니다.”

강찬이 고개를 갸웃할 때였다.

“유니콘 계획은 북한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김형정이 고무된 표정으로 입을 열었으나 강찬에겐 그저 그런 내용이었다.

“중국을 지지해서 이 안을 거절하자는 파벌과 러시아의 계획에 동참하자는 파벌로 나뉘어서 북한 내부가 극심하게 분열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얘기를 제가 왜 들어야 하는 거죠?”

강찬은 더 이상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

“강찬 씨. 만약 유니콘이 북한만 연결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굉장히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됩니다.”

기차표를 못 사서 그런 건 아닐 테고?

“우선 화물 물동량의 70%가 북한으로 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수출을 할 때도 북한의 눈치를 봐야 하지요. 더 큰 문제는 중국입니다.”

강찬이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중국은 북한이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것을 용인하기 어렵습니다.”

이건 고등학생이 아니라 정부 각료회의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강찬의 눈가에 짜증이 어린 것을 본 김형정이 입을 다물었다. 병실 안의 분위기가 냉랭했지만, 강찬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자네가 라노크에게 협상해주길 바라는 모양이다.”

강찬이 피식 웃고 말았다.

아무렴 대한민국에 이런 일 협상할 사람이 없어서 강찬에게 부탁한단 말인가.

“각국 수뇌부는 비선이라는 비밀 연락망을 가집니다. 그런데 불행하게 라노크는 국내에 어떤 인물에게도 비선을 허락하지 않았는데 예외적으로 강찬 씨와는 따로 통화를 했습니다.”

“그런 걸 파악할 시간이 있으면 프랑스에 다른 사람을 찾아보시죠.”

강찬의 말에 김형정은 입맛을 다셨다.

“솔직히 강찬 씨는 이 일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프랑스는 물론이고, 유럽의 각 정보국과 중국, 북한, 심지어 러시아에서도 주목하는 인물이 된 겁니다.”

젠장!

어쩐지 말만 하면 백억이 훅 날아오더라니.

“라노크가 강찬 씨에게 지원한 금액이 모두 프랑스 정보국에서 나온 것이고, 라노크의 반대세력을 보기 좋게 해결한 것도 강찬 씨라 더욱 그런 겁니다.”

강찬은 입맛이 썼다.

“잠깐 쉬죠. 담배도 하나 피우고 싶고, 커피도 한잔 마셨으면 좋겠는데요.”

“그럽시다.”

김형정이 양쪽 허벅지를 때리듯이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탈게요.”

“내가 타겠습니다. 부탁하는 사람이 타는 게 맞지요.”

김형정이 보기 좋은 웃음을 짓자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커피를 타온 김형정과 둘이서 담배를 하나씩 피웠다.

“국가를 위해서 도움을 좀 주시죠.”

강찬이 피식 웃자 김형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병원의 불법 진료 행위, 지금 제작하는 드라마의 방영권, 그리고 국내에서 강찬 씨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형사 책임 면책권.”

김형정이 외운 것처럼 쏟아낸 말이었다.

“서울 대학 특례 입학. 그리고 마지막으로 1년에 100억 한도 내에서 국가정보원 예산을 배정해 드리겠습니다.”

김형정이 담배 연기를 피해 고개를 비틀고 가슴에서 봉투를 하나 꺼내 건네주었다.

그가 커피잔도 들고 있어서 강찬은 일단 받았다.

“그 안에 들어있는 카드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삼정그룹 이름으로 되어 있는데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 놓고 쓰시고 인출기에서 현금을 꺼내거나 카드회사에 전화하면 지정 계좌로 송금될 겁니다.”

지랄. 고작해야 커피값에 돈가스 사 먹는 게 다인데 무슨 계좌 송금씩이나.

“고등학생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게 이상하지 않나요?”

“라노크와 비선 연락이 닿는 분에게 국가가 부탁하는 일입니다. 유니콘이 연결되기만 한다면, 우리나라는 단숨에 일본보다 두 배나 큰 성장을 이루게 됩니다.”

“라노크가 거절한다면요?”

“그가 가려워하는 부분을 풀어주어야죠. 전형적인 프랑스인입니다. 사람을 가리되 한번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절대적인 신뢰를 주는 사람이니까요.”

김형정이 커피를 들고도 마른 침을 삼켰다.

“우리나라에 연결되지 않을 거라면 북한에도 연결되지 않게만 해주면 됩니다. 하지만 우리의 바람은 북한과 우리나라를 연동하는 철도의 개설입니다.”

뭔가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것 같은 김형정의 눈빛을 보고 있자니 강찬은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반 라노크 파가 유럽에 있습니다. 그들이 마약으로 공트 자동차를 걸어서 라노크를 무너트리려 했던 계획을 강찬 씨가 막은 거지요. 이 부분에 대해서 각국 정보국이 두 사람의 연관점이 뭔지를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우리도 궁금해 미칠 지경이구요.”

왜 다시 태어났는지 강찬도 궁금해 미칠 일이다.

김형정이 혹시나 답을 해주지 않을까 기대하는 얼굴이었는데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국가를 위해 도움을 주십시오.”

분위기가 묘하게 흐른다.

강찬이 시선을 돌리자 김태진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받아들이라는 건가요?”

“난 자네가 평범하게 살 것 같지는 않다.”

“이건 제가 할 일이 아닌 것 같아요. 라노크가 어떤 답을 할지도 모르고. 차라리 전화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도와달라고 하는 걸로 하죠.”

강찬이 봉투를 건네주자 김형정이 고개를 저었다.

“그걸 강찬 씨가 받아주면 나 한 단계 승진합니다.”

앞에 지껄인 모든 조건보다 훨씬 와 닿는 당부였다.

강찬이 풀썩 웃자 김형정도 보기 좋게 웃었다.

“라노크에겐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그리고 도움을 청하는 걸로 하죠. 그가 거절한다면 저도 답은 없습니다.”

“그렇게 만이라도 부탁합니다, 강찬 씨.”

김형정의 시원한 답을 듣자 강찬은 버럭 의심이 들었다. 뭔가 뒤에 숨겨진 것이 있는데?

“승진 축하한다?”

“다 자네 덕분이지. 내가 제대로 한번 쏘마.”

김태진의 농을 김형정이 곧바로 받았다.

진짜로 승진하는 건가?

고등어한테 부탁 하나 한 걸로?

“강찬 씨는 안 믿기겠지만, 유니콘이 우리나라에 연결되면 매년 100조쯤 수익이 발생 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게 따지면 지금 제가 강찬 씨에게 제시한 조건은 아예 애국심에 매달린 파렴치한 수준이지요. 이 일이 성공하면 아마 제가 다음 대 국가정보원 원장이 될지도 모릅니다.”

농담 같기도 하고, 진담 같기도 한데 아무튼 김형정은 진지한 얼굴이었다.

“내일 중으로 몇 가지 연락이 있을 겁니다. 그걸 조치해 놓고 오후나 저녁에 다시 뵙지요.”

강찬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김형정이 “라노크에게 점수를 좀 따야죠.” 하면서 웃었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치야 빤하다.

김태진과 이야기를 나누라는 의미였다.

악수를 나누고 김형정이 병실을 나섰다.

“사실 오늘이 사흘째 방문이다.”

“그런데 왜 말씀 안 하셨어요?”

김태진이 강찬을 똑바로 보았다.

“자네를 파는 건 아닌지, 자네에게 해가 될 일인지는 아닌지, 그게 걱정됐었다.”

“오늘은요?”

“저 친구가 자길 믿어달라고 해서.”

김태진의 눈빛과 말이 멋있어 보였다.

“한번 해보지그래?”

“혼자는 별로 재미없을 것 같은데요?”

김태진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내일 저 친구에게 전화하지. 지금 교육시키는 직원 다섯을 정보원으로 특채시켜서 자네 일을 보조하게 하마. 총기를 휴대하게 되니까 만약의 사태에 도움이 될 거다.”

“너무 멀리 가시는 거 아닙니까?”

“각국의 정보부니 정보원이니 하는 것들의 싸움이다. 유럽, 중국, 러시아에 비해 대한민국은 아무래도 힘이 달리지. 그렇다고 지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럴 바엔 차라리 시작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과 함께 하는 일이라면.

석강호가 펄펄 날아다닐 일이라면.

“알겠습니다.”

“자네가 나도 책임져야 해. 직원을 특채하라는 의미는 우리도 총기를 가지겠다는 뜻이니까.”

“깡패들과 드잡이하는 것보다는 훨씬 재미있겠네요.”

둘이 비슷하게 웃었다.

“석 선생을 끼워 넣을 생각인 거지?”

“본인이 원하면요.”

“그 성격에 퍽도 싫다고 하겠다.”

둘이서 모처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다.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답은 간단했다.

라노크에게 도와줄 거냐고 묻고 아니면 끝이다.

어려울 것도 없었다.

***

월요일 아침, 운동하고 함께 식사하는 자리였다.

“낮에 증권사에서 전화할 거예요. 나머지는 아버지가 처리해 주세요.”

“알았다. 네 말대로 된다면 엄마 이름으로 재단을 만들자.”

하룻밤 사이에 강대경과 유혜숙은 훨씬 편안해진 얼굴이었다.

“아들. 아깝지 않겠어?”

강찬은 기분 좋은 웃음을 웃었다.

“꼭 하고 싶으셨던 일을 하는 거잖아요. 제가 그걸로 뭘 사드린다고 해도 지금보다 기뻐하지는 않으실 것 같은데요?”

“고마워, 아들.”

유혜숙은 밥 먹다 말고 강찬의 어깨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참, 미쉘한테 얘기했더니 오디션 보고 싶은 아이들이 있으면 바로 그쪽으로 연락하래요. 어머니 이름대면 알아서 하겠다구요.”

“정말? 아후, 잘 됐다. 그런데 아들한테 너무 부담되는 일 아니야?”

유혜숙은 그 와중에도 강찬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미쉘이 오히려 부탁한다고 하던데요? 신인을 찾기 어렵다고요.”

“당신 걱정 덜었네?”

“응. 우리 아들 덕분이지.”

밥을 먹고 났을 때 유혜숙은 한결 밝아진 얼굴로 있었다.

강찬은 강대경에게 학교까지 태워다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래? 그러자.”

그렇게 강찬은 강대경과 함께 집을 나섰다.

차가 지하주차장을 막 빠져나왔을 때였다.

“저를 도와주는 분이 프랑스에서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었나 봐요.”

강찬은 적어도 강대경만큼은 앞으로 벌어질 일을 대강이라도 알고 있는 게 좋다고 여겼다.

“우리나라 정부에서 그분과 연결 고리가 되어 주었으면 한다고 연락이 있었어요.”

강대경이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강찬을 보고는 다시 앞으로 시선을 가져갔다.

“어쩌면 제가 일반 고등학생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때가 있을지 몰라요. 그래서 아버지께만은 미리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흐흠.”

강대경은 먼저 커다랗게 한숨을 쉬었다.

“공트 자동차 계약부터가 예사롭지는 않았다. 주식을 40억 원어치나 받았다는 것도 그렇고.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괜히 나온 건 아니겠지. 위험한 일은 아니냐?”

“우리나라 정부의 부탁을 전하는 일이니까요. 쉽게 끝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어머니가 걱정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나는 걱정 안 하고?”

진지한 질문 같은데 이상하게 웃겨서 강찬이 풀썩 웃고 말았다.

“잘난 자식 싫어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니? 하지만 모든 부모는 자식이 다치지 않았으면 싶을 거다. 비록 좀 부족하더라도 오래 같이 있고 싶은 거고. 무슨 말인지 알지?”

“예.”

강대경이 오른팔로 강찬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엄마처럼 안기는 좀 징그럽고, 아빠도 애정 표현을 하고 싶었지.”

둘이서 편하게 웃었다.

학교 앞이다.

강찬이 내려서 “다녀오세요.”라고 인사하자 강대경은 손을 흔들어 주었다.

방학인데도 학교에 나오는 3학년이 제법 있었다.

커피라도 마실 생각으로 운동부실 문을 열었는데 석강호가 벌써 커피를 타고 있었다.

“어? 어쩐 일이오?”

“너는?”

“난 선생이잖소? 방학 중에도 일주일가량은 나와야 하우.”

석강호가 강찬에게 커피를 건네주었다.

커피를 받아든 강찬은 어제 있었던 일을 그대로 전해 주었다.

“어쩔 참이오?”

“별거 있겠냐? 전화 한 통 때려보고 싫다고 하면 그대로 전해주면 되는 거지?”

“정 안 되면 북한에 연결되는 거라도 막아달라고 했다면서요? 그런 일이 그렇게 쉽게 끝나겠소? 걱정은 되는데 한편으론 부럽소.”

강찬이 피식 웃었다.

“너도 포함된 거야. 어딜 혼자 빠져나가려고 그래? 김태진 대표랑 훈련하는 다섯 놈 전부 함께 나서는 일이다.”

“난 선생이잖소?”

“야! 방송국 편성 알아서 해준다고 하고, 형사처분 무조건 빼준다는 놈들이 아무렴 너 근무 하나 조정 못 해주겠냐?”

석강호가 눈을 번득이며 히죽 웃었다.

“할거지?”

“그럼 빼려고 그랬소?”

강찬과 석강호가 히죽 웃을 때였다.

이른 아침인데도 전화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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