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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뒤통수를 쳐?
2학년 건물을 내려오며 강찬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것들이 만약 옥상에서 마주치지 않았어도 이런 부탁을 했을까? 아니라면 저희끼리 고민하던 참에 강찬이 나타나서 매달렸단 뜻이다.
‘쯧! 그거야 뭐.’
가보면 다 알게 된다.
다음으론 점심이 문젠데, 이거야말로 방법이 없었다. 밥을 먹는 동안 애들이 흩어져 버리면 답이 없는 거다.
“여기서 잠깐 있어.”
강찬은 운동부실로 들어가 석강호에게 간단하게 내용을 설명했다.
“아, 거. 병신같은 것들이 꼭 바쁠 때 이러네. 이러다 지난번 트론스퀘어 것까지 들추면 대장만 피곤해요.”
“그래도 저것들이 왕따랑 없앤다잖아.”
“그걸 믿수?”
“내가 바보냐?”
“그럼 그냥 모른 척해버립시다. 몰라서 그러는데 저것들이 힘없는 애들 괴롭히는 거, 장난 아니요. 안에서 삥 안 뜯네, 어쩌네 하면서 이제 대장 이름 팔고 다른 학교 애들한테 그런 짓 할지도 모르는 거고.”
“일단 가기로 한 거니까 갔다 올게. 참! 그쪽에서 바로 갈지도 모르니까 끝나면 전화하는 걸로 하자.”
“알았소. 몸조심하쇼.”
석강호와 이야기를 마친 강찬은 곧바로 학교를 나왔다.
택시를 타야 한단다.
모두 여섯 명이라 강찬은 2학년 남학생 둘과 한 대를 잡고 출발했다.
“울산공원 정문으로 가주세요.”
이 새끼들도 활동범위가 참 다양하다.
17분쯤 걸렸다.
요금은 강찬이 냈고 택시에서 내리자, 바로 뒤 택시에서 병풍 셋이 내렸다.
“이쪽이야.”
울산공원 정문에서 오른쪽을 보고 걸었다.
병풍 셋이 기다란 쇠파이프로 연결해 놓은 네 개의 건물 중, 두 번째 건물을 향해 움직였다.
앞쪽에 주차장이 있어서 다른 건물보다 움푹 들어간 형태였다.
이런 곳을 마음대로 들어간다고?
공사하는 업체가 방학을 한 것도 아닐 텐데 학생들이 마음 놓고 이런 건물을 사용한다는 게 말이 되나?
강찬은 일단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1층엔 폐자재와 페인트 통이 잔뜩 널렸고, 엘리베이터가 꺼져 있어서 계단으로 올라갔다.
2층이다.
유리에 붙여놓은 진한 비닐 때문에 실내는 침침했다.
입구로 들어선 강찬은 천천히 안을 둘러보았다.
허은실과 이호준이 가장 안쪽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머리와 얼굴이 역시나 엉망이었다.
이젠 쳐다보는 것도 지겹다.
그 옆으로 차소연과 같은 반이었던 놈과 여자애들, 남자애들이 서 있었는데 상태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몰려 있는 놈들 스물, 그중 계집애 다섯.
“너희 둘, 일어나.”
강찬을 보고 있던 허은실과 이호준이 쭈뼛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내가 한 번 더 일진 어쩌고 해서 모이면 팔을 부러트려 버린다고 했던 것 같은데?”
강찬이 서 있는 놈들을 쭉 둘러볼 때였다.
“나이도 어린 게 반말하지 마, 이 새끼야. 이것들 데려가면 되잖아.”
뱀눈을 한 놈이 강찬을 아니꼽게 노려보았다.
살벌한 게 아니라 그냥 야비한 느낌만 들었다.
“너희는 나가.”
2학년 아이들이 우르르 강찬의 뒤에 섰고, 허은실과 이호준이 뱀눈의 눈치를 살피면서 천천히 그의 뒤로 왔다.
“얀마. 뱀눈. 앞으로 우리 학교 애들 건드리거나 불러내지 마. 너희는 빨리 가라는데 왜 안 가?”
강찬이 뒤를 돌아보았다가 잠시 입구를 노려보았다.
그러고 보니 전에 트론스퀘어에서 병풍 셋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도 같이 왔던 병풍 셋은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함께 택시를 타고 왔던 두 놈은 밑으로 내려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강찬은 고개를 끄덕인 후에 허은실을 보았다.
“저 새끼 아버지가 깡패라는 거냐?”
“이 건물이 저 선배 아버지 거야.”
병신이 누가 부동산 중개업자인 줄 아나?
“맞아. 신영동파 보스랬어.”
이호준이 얼른 보충 설명을 덧붙였다.
“그래서 지금 아래층에 깡패 새끼들이 있을까 봐, 너희는 못 내려가는 거고?”
이호준이 작게 “응.”이라고 답을 했다.
강찬은 기가 막힌 얼굴로 병풍 셋을 보았다.
“그러니까 너희 세 년은 옥상에서 날 본 다음에 여기로 전화해서 날 팔아먹을 생각을 한 거다?”
“네가 이렇게 만든 거잖아. 우린 원래 연합에서도 잘 나갔어.”
강찬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그럼 학교에서 다시는 왕따가 없게 하겠다는 말도 그냥 지어낸 거냐?”
“지난번에 입원한 애들 돌아오면 그땐 정말 달라져.”
“쯧.”
강찬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이게 좀 대가리라도 있는 것들한테 속았다면 덜 창피할 텐데 완전히 골 빈 년들 꾐에 완벽하게 속아 넘어간 꼴이다.
“그럼 전에 팔 부러진 새끼 위가 저 뱀눈이냐?”
“까불지 마, 이 새끼야. 내가 너보다 2년 위야.”
강찬은 허은실과 이호준을 돌아보았다.
“저 새끼 위에는 누가 있는 건데?”
“총학생회장.”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서 강찬은 인상을 찌푸렸다.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정해. 왕따니, 삥이니, 빵셔틀 없앨 거면 같이 가고, 이런 게 좋으면 여기 남고.”
“지금 우리가 따라가면 끝까지 지켜주는 거야?”
역시 배짱 하나는 허은실이 훨씬 낫다. 퉁퉁 부은 낯짝으로 짝다리를 한 것만 봐도 그렇다.
“알았다. 대신 학교에서 다시는 헛짓거리 하지 마라.”
“저 씨발 년 셋은 내 맘대로 해도 되지?”
허은실이 ‘어쭈?’ 할 만큼 날이 퍼렇게 선 눈으로 병풍 셋을 노려보았다.
뭐, 저런 년들이 선량한 건 아니니까.
“그건 알아서 하고.”
“나랑 호준이랑 2학년 애들이랑 해서 학교에서 그거 싹 없앨게. 대신 밖에서 우리 터치하지 않게만 해 줘. 그리고.”
이년은 미리 계산하고 있었나?
“옥상에서 다쳐서 퇴원한 새끼들 설치지 못하게 해주고.”
정말이지 어설픈 사내놈들은 대들지 못할 정도로 허은실의 눈빛은 죽여줬다.
“알았다.”
허은실이 이를 꽉 깨물며 노려보자 병풍 셋이 뱀눈에게 아쉬운 눈짓을 보냈다.
대충 결정이 났으니 이런 건 빨리빨리 해치우는 게 낫다.
강찬은 대뜸 뱀눈에게 걸어갔다.
“뭐해! 빨리 들어와!”
놈이 다급하게 벽을 타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계단에서 덩치들이 우르르 올라왔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제대로 생겨 먹은 놈은 한 놈밖에 없고 나머지는 전부 사료 제대로 처먹인 돼지처럼 보였다.
강찬은 이 싸움이 어딘가 미심쩍었다.
주차장 파와의 싸움을 모를 리 없을 텐데 이렇게 허접한 놈들 일곱으로 나서?
고개를 갸웃할 때 돼지 하나가 커다랗게 야구방망이를 들어 올렸다.
퍼억! 퍽!
강찬은 크게 들린 놈의 겨드랑이를 뾰족하게 만든 주먹과 엄지로 찍어버렸다.
“꺼억!”
퍽. 퍽. 퍽.
겨드랑이를 움츠린 놈의 인중, 목, 명치를 때리자 놈이 바닥에서 버둥거렸다.
이거야 원.
얼추 상대라도 돼야 싸움을 하는 거지.
강찬은 대뜸 달려들어 나머지 여섯의 목, 명치, 그리고 옆구리를 찍어 쓰러트렸다.
이 새끼들은 그 흔한 회칼 하나 들고 오지 않았다.
어쨌든 너무 쉽게 끝났다.
강찬은 그대로 뱀눈에게 걸어갔다.
“오지 마!”
놈의 고함이 건물 안에 쩌렁쩌렁 울렸다.
턱.
강찬은 놈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끌어안듯 앞으로 당겼다.
쩌걱.
미간에 정통으로 먹힌 박치기다.
흐물흐물 쓰러지려는 놈을 강찬이 얼른 받아 들었다. 그리고는 등에 업듯이 걸친 다음 오른팔을 잡아 어깨에 걸쳤다.
강찬이 주변을 둘러보자 뱀눈과 한편인 놈들이 고개를 피했는데 시선의 끝에서 병풍 셋과 눈이 딱 마주쳤다.
콰자작.
털썩.
강찬이 팔을 놓자 뱀눈이 기괴한 자세로 바닥에 널브러졌다.
“하고 싶은 새끼들은 계속 해 봐. 계속 부러트려 줄 테니까. 내가 건드리지 말라고 했다. 이 시간 이후론 이런 자리에 같이 있기만 해도 모조리 팔을 부러트린다.”
강찬은 마지막으로 경고를 남긴 다음 밖으로 나갔다.
터무니없는 시가전을 마치고 나오자 건물 바깥이 바로 휴가지인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주르륵 뒤를 따라 나왔는데 정작 강찬은 배가 고팠다. 주변에 비싸 보이는 빵집과 레스토랑이 전부여서 강찬은 뒤에 선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여기 돈가스 먹을 만한 데 없냐?”
“요기! 요 골목 돌아가면 있어.”
이호준이 어렵게 답을 했다.
좋다. 한 번쯤 지켜주기로 한 거니까.
거기다 다짐받을 것도 있다.
“가서 돈가스 하나씩 먹고 가자. 먼저 갈 사람은 가고.”
이 병신들은 판단 장애라도 걸린 게 맞다. 무서워하는 사람 말이라면 생각 없이 따른다. 강찬이 “독약 처먹어라.” 하면 마신 다음에 “쓰다.” 할 새끼들.
***
분식점이 그리 작지 않아서 적당히 다 들어갔다.
돈가스와 라면, 그리고 김밥을 알아서 시키라고 했는데 어떤 새끼는 돈가스도 시키고 라면도 시켰다.
허은실과 이호준의 얼굴이 엉망인데다 다른 놈들 얼굴도 개판이어서 분식집에 들어서던 직장인들과 일반인들이 깜짝 놀라 돌아가곤 했다.
빨리 먹고 나가란 뜻인지 음식이 바로 나왔다.
강찬은 모조리 잘라놓고 젓가락으로 먹었다.
“내일부터 우리 어떻게 해?”
허은실이 얻어터져서 퉁퉁 부은 주둥이로 돈가스도 먹고 질문도 던졌다.
“학교에 나와. 운동부랑 같이 있다가 가고. 만약 누가 찾아오면 우선 석강호 선생님한테 말해.”
“알았어.”
허은실은 정말 허겁지겁 먹었다.
“명심해라. 학교에서 이상한 소리 들리면 너흰 진짜 죽는다.”
“그건 걱정 마. 그전에 다쳐서 퇴원하는 놈들만 막아주면 그건 나랑 호준이랑 다 알아서 할게. 대신 아까 그 정자년 셋은 내 맘대로 하는 거다.”
이게 진짜 밥 먹는데 더럽게.
“세 년 다 정자동 출신이거든.”
눈치 없는 년이 알고 싶지도 않은 일을 자꾸만 알려준다.
“우리 버스 타는 데까지만 데려다 줘. 내일부터 학교 나갈 거고 혹시 깡패 오빠들이 찾아오면 전화하게 해주라.”
정말 이년은 거침이 없다.
강찬은 그러라고 하고, 혹시 문제가 생기면 이호준에게 연락하라고 말해두었다. 하는 짓으로 봐선 분명 허은실이 전화하겠지만 말이다.
점심을 그렇게 해결하고 버스 정류장에서 헤어진 다음, 석강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번에 받지 않아서 운동 중인가 싶었더니 잠시 후에 석강호가 전화를 해왔다.
[“대련 중이었소. 애들이 알려줍디다. 어디 다친 덴 없소?”]
“너무 쉽게 끝나서 오히려 찜찜하다. 그리고…….”
강찬은 간략하게 오늘 있었던 일을 설명해주었다.
[“잘 됐소. 내 이따가 이거 끝나고 따로 전화 하겠수.”]
“그래라.”
강찬은 전화를 끊고 나자 오늘 할 일이 대충 끝났음을 알았다. 이제 집에 가서 편안하게 쉬는 일만 남았다.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자료도 좀 살피고.
강찬이 버스 번호를 살필 때였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김태진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학교에 있나?”]
“아뇨. 여기 울산공원 앞이에요. 무슨 일이신데요?”
[“위민국의 배가 수요일에 떠나기로 한 모양이야. 원래는 3일이나 5일 전에 선박 운항 허가를 신청해야 하는데 수출 건이라고 편의를 봐 준 모양이야. 혹시 짐작 가는 거 없나?”]
“지금은 없네요.”
[“이렇게 되면 위민국이 라노크를 노리고 들어온 게 아니란 뜻일 수도 있고, 아니라면 이미 특수군단 애들이 준비를 마쳤으니까 의심받을 놈들은 몸을 빼겠다는 생각일 수도 있지.”]
“그럼 우리는 배를 노려야겠군요.”
[“당장은 그런데 우선 내일까지 동선을 확인해보고 결정하자구. 위민국은 의심 갈만한 곳을 한 군데도 다니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을게요. 배는 인천항이라고 하셨죠?”
[“정확하게는 동명항. 시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알겠습니다.”
강찬의 답을 끝으로 전화도 끝났다.
‘샤흐란이 어지간해서는 뭘 하더라도 꼬리를 밟히는 놈이 아닌데. 뭐지? 뭐가 있는 거지?’
혹시 다른 배로 밀항을 할 수도 있는 건가?
그런 방법도 있을 것 같았다.
특히나 샤흐란은 부상이 심해서 함부로 움직이기 어렵다. 휠체어나 침대로 이동하려면 놈도 보란듯이 움직이지는 못할 거다.
의식을 찾자마자 석강호의 가족을 납치하고 석강호를 매달았던 놈이다. 그것도 뚜렷한 목표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경고를 하기 위해서.
라노크 일에 협조하란 뜻이겠지?
그래놓고 뜬금없이 계획된 당일에 우리나라를 떠?
“아! 거, 개새끼.”
전투와 달리 이리저리 잔머리를 굴려야 하는 것이 무척 짜증 났다.
“쯧!”
강찬은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던 사내의 눈매를 떠올렸다.
그놈과 석강호가 마주친다면?
상상하기 싫은 결과가 나올 거다.
그런 놈들이 셋 이상 달려든다면 강찬도 자신하기 어렵다.
‘집에서 생각해도 되잖아?’
강찬이 짜증을 털어내고 버스를 타야겠다고 마음먹는 순간이었다.
웅웅웅. 웅웅웅.
또다시 전화가 울렸다.
이번 일만 끝나면 절대로 들고 다니지 않을 것 같았다.
전화는 라노크였다.
“예. 대사님.”
[“무슈, 강. 혹시 샤흐란의 전화번호가 한 자리로 이루어졌었나요?”]
“예. 전부 1자로 되어 있습니다. 전에 말씀드린 것 같은데요.”
[“그랬군요. 두 가지 소식을 전해드리지요. 첫 번째로 은행계좌는 송금이나 이체가 불가능한 지정계좌입니다. 7일 뒤에 계좌 지정인의 통장으로 다시 입금되지요.”]
샤흐란. 점점 쓰레기가 되어가는구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각국 정보국은 통신보안을 위해서 주로 사용하는 주파수대가 다릅니다. 그런데 샤흐란이 사용한 것은 프랑스 본국의 주파수대였지요. 내용은 파악하지 못했는데 장소는 나옵니다.”]
“예? 장소가요?”
아싸! 강찬은 오른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옆에 앉은 할머니를 피해 상체를 틀었다.
[“인천의 검단이란 곳입니다. 안쪽에 폐공장이 많은데 아마 그곳에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 정보국 요원들이 의약품이나, 치료제를 구입한 흔적과 심박계 등의 치료기가 내는 기계음, 주파수 등을 찾고 있으니 얼마 걸리지 않아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강찬이 히죽 웃은 다음이었다.
[“디아이로 프랑스 정보총국의 직원이 들어와야 하는데 만약 검단에서 정확한 위치를 알게 된다면 여기 요원만으로는 불리한 싸움이 됩니다. 강찬 씨의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그건 제 쪽에서 바라던 일입니다.”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무슈 강. 충실한 친구는 신의 모습이란 속담이 있습니다. 강찬 씨가 이번 일로 다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라노크가 이처럼 감정적인 말을 할 줄은 몰라서 강찬은 대답하지 못했다.
마치 기습 뽀뽀라도 받은 느낌이었는데, 그러나 감동은 감동이고 죽이는 건 죽이는 거다.
강찬은 정류장에서 빠져나와 김태진에게 다시 전화를 넣었다. 그리고 지금의 통화 내용을 빠르게 설명했다.
[“아직도 울산공원 앞인가?”]
“예. 버스 정류장이요.”
[“내가 바로 가지. 이 정도면 아예 오늘부터 함께 움직이는 게 좋겠어.”]
“일단 그렇게 하시죠.”
전화를 끊은 강찬은 가슴이 설렜다.
무료함을 참고 잠시 기다리자니 김태진의 승용차가 버스 정류장 바로 앞에 비상등을 켜고 섰다.
강찬은 올라타자 차는 우선 학교로 향했다.
“석강호 선생도 함께 움직일 겁니다.”
김태진은 무언가 계산하는 눈빛이었는데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우리 애들은 어떻게 할까? 지금 훈련시키는 애들.”
“아직 실전은 어려워요. 깡패들 상대하는 일이라면 연습 삼아서라도 데리고 가겠는데…….”
호텔에서 보았던 놈의 눈빛이 떠올라서 강찬은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김태진이나 석강호도 그들의 상대는 아니다.
모가지 귀신이라는 위민국이 나이를 먹어서 김태진과 맞수가 된다 쳐도, 강찬과 맞설 정도의 놈 셋이면 이쪽은 죽은 목숨이다.
거기에 쓸데없이 숫자를 늘린다고 해서 득을 볼 건 없다. 물론 그들이 죽을 때까지 짧은 시간을 얻을지는 모르지만, 강찬은 한 번도 대원들을 그따위로 써 본 적이 없다.
결국, 남은 건 셋이다.
그나마 서상현이 아슬아슬하게 한몫은 하는데 병원에 한 달은 더 있어야 한다고 들었다.
“위민국만 직접 죽이시면 되는 거죠?”
김태진이 인원이 없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는 단호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놈만 내 손으로 죽일 수 있으면 돼.”
“알겠습니다.”
어차피 작전은 강찬이 짤 거다.
위민국을 김태진이 죽이고, 샤흐란을 석강호가 죽일 때까지 강찬이 막아주면 된다.
“아차! 대검 챙기셨어요?”
“트렁크에 세 개씩 넣어놨다. 각반, 토씨, 가슴보호대, 헬멧까지.”
“날이 좀 길었으면 좋을 텐데요.”
강찬이 손에 맞는 검의 길이를 혼잣말처럼 털어놓았을 때였다.
“외인부대에서 사용하는 것도 두 개 따로 챙겼다.”
김태진이 야릇하게 웃으며 말을 받았다. 그는 강찬을 힐끔 본 다음 앞으로 시선을 가져갔다.
“긴장되지는 않나?”
“걱정은 좀 되죠.”
“걱정?”
강찬이 입술을 힘주어 모은 다음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
“솔직히 석강호 선생이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닌데다 대표님도 날카로움이 많이 무뎌지신 것 같아서요.”
“흠. 인정하지.”
김태진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죽어도 괜찮다. 모가지 귀신만 잡을 수 있게 도와다오.”
강찬은 대답하지 않고 앞만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