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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사업?
강찬을 향해 오는 네 여자의 표정이 각양각색이었다.
반갑고 미안한 미쉘, 놀라고 기쁜 은소연, 의심스럽고 싸가지 없는 이하연,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하연을 고대로 흉내 내는 성소미.
“차니. 계약 끝냈어.”
“고생했다. 미안하고.”
네 여자를 따라온 시선이 돌아갈 줄 몰랐다.
“차니. 연습생들하고 직원들 이리로 오고 있을 텐데 어떻게 할까?”
“다 같이 점심이나 먹자.”
좋아서가 아니라 오고 있는 걸 굳이 돌아가라고 하고 싶지 않아서 한 답이었다.
“잘 부탁드려요.”
은소연이 목례로 인사 하자 남은 두 년이 비릿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꼬운데 주먹질한 거, 주철범이 깍듯이 고개 숙인 것 때문에 대놓고 표시 내지는 못하는 얼굴이었다.
은소연도 싫은 판에 저런 년들한테 인사받고 싶지도 않았다. 막말로 나이 먹은 허은실 둘과 마주 맞은 느낌이라 기분도 별로였다.
직원이 와서 차를 주문하는 동안 미쉘이 통화를 마쳤다.
“거의 다 왔대.”
“점심은 뭐로 먹을래?”
“여기 일식집 좋아요.”
미운 년은 뭘 해도 밉다.
“예약 안 하고 괜찮을까?”
이하연이 툭 튀어나와서 제 취향을 말하자 미쉘이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 직원에게 알아보면 되죠.”
은소연이 못마땅한 기색을 감추는 게 보였다. 게다가 미쉘도 별로 내키지 않는 눈치고.
“무슨 일이야? 일식집에 가는 게 불편한 거야?”
강찬이 불어로 묻자 미쉘이 반가운 얼굴로 답을 했다.
“쟤가 일부러 저러는 걸 거야. 나오는 직원들이랑 연습생 숫자가 많거든. 여기 셋 중에 제일 잘 가는 데다 차니가 나이 어리고 하니까 세게 나오는 거? 그런 거.”
나쁜 년 둘이 강찬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숫자가 많은 거랑 일식집에 가는 게 무슨 상관이냐구?”
“차니. 거기 정말 가격이 비싸. 다 같이 부페나 레스토랑 가는 것보다 대략 5배쯤 나올 수도 있어. 그럼 밥값만 5백만 원이 넘게 드는 거야.”
강찬은 이제야 이하연이 왜 저 지랄로 일식집을 가고 싶어 했는지 알았다.
“그런데 저건 계약이 오래 남았니? 그냥 내보내.”
“그럼 당장 회사 유지가 어려워져, 차니. 쟤가 있어서 연습생이랑 회사 유지된다고 생각해야 돼. 1년 뒤면 쟤 계약이 끝나 거든. 그래서 더 그럴 거야. 몸값이 많이 뛰었어.”
강찬이 피식 웃으며 시선을 주자 이하연이 딱 허은실처럼 웃었다. 학교 옥상이나 트론 스퀘어에 꼭 한번 데려가고 싶었다.
“계약 해지하는 데 문제는 없고?”
“위험한 생각이야, 차니. 이건 사업이잖아. 아니꼬운 것도 참고 해야 돈이 돼.”
“알았으니까, 계약 해지하는 데 문제 있어, 없어?”
“없어. 대신 회사 경비로 한 달에 3천만 원 정도는 더 필요할 거야, 차니.”
“알았다.”
강찬은 대화를 마치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다음 고개를 들었다. 양손을 앞에 모은 채 서 있던 지배인이 눈이 마주친 순간에 정중하게 다가왔다.
“일식집에 자리가 있는지 알아봐 줄래요?”
“몇 분 자리로 준비할까요?”
강찬이 미쉘을 보았다.
“직원하고 연습생까지 전부 20명 정도 돼요.”
“알아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배인이 입구로 향한 다음이었다.
이하연이 입에 댔던 잔의 입술 자국을 엄지로 닦으며 강찬을 보았다.
“돈이 많으신가 봐요?”
“그것도 모르고 일식집 가자고 했어?”
이하연의 눈 끝이 꿈틀했다.
“고등학생이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분위기가 냉랭해졌으나 상관없었다.
허은실처럼 나오면 그년처럼 대해주면 그만이다.
이하연이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모로 틀었다.
“사무실은 청담동에 있어.”
“알았다.”
짧게 대답을 했을 때 15명 정도 되는 인원이 우르르 들어왔다. 한눈에 봐도 직원과 연습생들이 틀림없었다.
미쉘이 일어서서 손짓을 하자 몇몇이 인사를 하며 라운지로 몰려왔다.
북적이고 자리도 없는 참이다.
“자리를 준비했습니다. 그리로 가실지 차를 드실지 정해 주시면 준비하겠습니다.”
지배인이 눈치껏 다가와서 강찬에게 말을 건넸다.
당연히 식당으로 가면 된다.
강찬을 시작으로 다 같이 회의실 반대쪽 일식당으로 내려갔다.
직원들과 연습생들이 각자 다른 표정으로 강찬을 살피고 무슨 일이냐는 투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계단을 내려서자 돌로 만든 장식물이 주둥이로 물을 뱉어내며 강찬을 맞았다.
“어서 오세요.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나이가 있는 여자 지배인이 강찬을 공손하게 맞았다.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자 칸막이로 만든 공간에 탁자가 여러 개 붙어 있었다.
강찬이 가운데 앉고 옆으로 미쉘, 은소연이 앉았으며 맞은 편에 나이가 있는 남자 셋과 다시 덩치가 있는 사내놈 셋이 있었다. 이하연과 성소미가 대각선 자리에 앉았는데 남은 빈자리에 청바지에 티를 입은 어린 애들이 쭉 앉았다. 신기할 정도로 여자아이들뿐이었다.
물수건과 차가 나오는 동안 미쉘이 앞에 앉은 사람을 가리켰다.
“이분이 임수성 실장님.”
거인이란 표현이 맞을 정도로 체구가 커다란 남자가 고개를 숙여 보였다.
“김재태 부장님. 그리고 옆으로 로드매니저를 하는 분들이야.”
편하게 앉아서 고개만 숙여 인사했다.
“저쪽이 코디, 메이컵, 그리고 남은 친구들이 연습생들.”
“안녕하세요?”
아직은 앳된 목소리로 하는 인사가 끝나자 지배인이 강찬에게 다가왔다.
“식사는 어떻게 준비할까요?”
강찬은 미쉘을 보았다.
“우리 사시미 먹어요.”
대각선에 앉은 미운 년이 사시미 같은 소리를 해댔다.
“회로 주세요.”
강찬은 아무 소리 않고 회를 시켰다.
“광택이 형님 친구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주문이 끝나자 임수성이 거인들 특유의 울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깡패세요?”
“그런 건 아니고 아는 사람들이 좀 있습니다.”
난처한 얼굴을 하긴 했지만, 도전적인 눈빛은 아니었다.
불편한 자리다.
빨리 끝내고 담배를 피우고 싶었는데 이제 주문을 마친 참이다.
강찬은 미쉘을 향해 프랑스어를 던졌다.
“미쉘, 담배 하나 피우고 싶은데 혹시 있어?”
“응. 나도 생각났어. 우리 잠깐 나갔다 올까?”
“그러자.”
외국어를 지껄이자 연습생들이 존경심 가득한 얼굴로 강찬을 보았다.
“잠깐만 나갔다 올게요.”
미쉘이 양해를 구하고 둘이서 계단을 올라와 현관밖에 있는 흡연장소로 갔다.
“여기.”
찰칵.
“후우.”
살 것 같았다. 갑자기 마음이 너그러워지면서 주먹만 날아들지 않는다면 어지간한 일은 양보할 것만 같았다.
“내일 통장으로 3억 정도 보내줄게. 그걸로 회사 운영해.”
“차니. 그건 너무 큰 돈이야.”
“그리고 드라마 제작 하나 알아보고. 프랑스에서 사람이 건너올지도 몰라.”
“프랑스에서?”
“드라마 제작 건이니까 가능하면 프랑스와 관련한 걸 좀 알아보고.”
미쉘이 고개를 짧게 저었다.
“드라마 제작하려면 20억은 있어야 해, 차니.”
이게 뭔 귀신이 예금 빼가는 소리냐?
“인기 있는 주연 배우들은 무조건 선금 던져야 하고, 작가, 감독들도 전부 그래. 그래서 내가 이하연 데리고 있으려고 하는 거야. 걔가 나서면 아무래도 신뢰가 있으니까. 그리고 디아이는 아직 드라마 제작 실적이 없어서 김성길 대표가 투자를 못 받은 거야.”
“그래서 얼마나 버는데?”
“터지면 대박, 깨지면 원금 다 날리는 거지.”
강찬은 갑자기 담배 맛이 쓰게 느껴졌다.
그런데 라노크는 이걸 왜 탁월한 선택이라고 했지?
“알았다. 드라마 제작은 내가 따로 전화할게. 그럼 은소연인가 하는 애는 영 별 볼 일 없는 거네?”
“이하연 데려가는 데 끼워 넣는 거지. 연습생도 그렇게 키우는 거고. 드라마를 우리가 제작하면 우리 마음대로 배역을 정하니까 은소연한테도 그런 게 기회가 돼, 차니.”
더 알고 싶지 않아서 강찬은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 아까 싸울 때 차니 정말 섹시하더라.”
벽에 착 달라붙어서 벌벌 떨던 년이 할 소리는 아니다.
“밥 먹으러 가자.”
“응. 차니.”
미쉘이 기분 좋게 걷자 검은 재킷 사이로 풍만한 가슴이 흔들렸다. 딱 구경하는 것까지는 참 좋은 애다.
식당으로 돌아오자 깔끔한 형태의 음식이 탁자에 가득했다. 임수성 실장이 부탁해서 술을 주문했는데 연습생들 중에는 음료수를 따르는 아이들이 많았다.
“한 말씀 하시죠.”
“앞으로 미쉘이 실무를 담당할 겁니다. 여러분이 많이 도와주세요.”
임수성의 권유에 강찬이 짧게 말하고 다 함께 잔을 비웠다.
본격적으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강찬은 미쉘과 불어로 드라마제작과 방송국의 생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고, 간간이 임수성의 질문에 답을 했다.
그런데 연습생들은 아무래도 음식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강찬은 좀 더 많은 양을 주문했다.
“정말 마음 놓고 먹어도 돼요?”
모르는 강찬이 보기에도 절대로 크게 성공할 것 같지 않은 여자아이가 조심스럽게 던진 질문이다.
“그래. 이왕 먹는 건데 마음 놓고 먹어.”
강찬이 편하게 받아주자 아이들끼리 메뉴판을 놓고 고르느라 소란이 있었다.
“쟤들은 얼마씩 받아?”
회를 집던 미쉘이 먼저 고개를 저었다.
“차비 정도만 줘. 다 같이 숙소 생활하는데 주는 돈은 거의 없어.”
“대신 헬스클럽하고 다른 비용을 회사가 부담합니다.”
임수성이 말을 덧붙였다.
이 바닥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강찬은 당장 다른 소리를 하지는 않았다.
얼추 2시간 가까이 걸린 식사였다.
비용이 제법 나오겠지만, 굶주린 듯한 연습생들이 마음껏 먹는 모습이 좋았고, 반대로 불편한 얼굴로 앉아있는 두 년을 더 보지 않아도 되는 반가움도 있었다.
얼핏 든 느낌은 약육강식이다.
이하연은 연습생들을 아예 천민처럼 대했으며, 매니저와 코디, 그리고 메이크업 직원들을 종 부리 듯했다.
물 한잔, 술 한잔을 제 손으로 따르는 법이 없어서 간장과 제 주둥이를 닦을 화장지까지 전부 주변에 있는 연습생들과 직원을 시킨다.
후식으로 나온 과일까지 모두 먹어서 아무튼, 길다면 긴 식사가 끝났다.
“차니는 이제 어디로 갈 거야?”
“여기서 5시에 약속이 하나 더 있어.”
“그럼 나랑 맥주 한잔 괜찮아?”
“그러자.”
미쉘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도 더 있어서 강찬도 굳이 거절할 일은 아니다.
“자! 다들 일어나자.”
눈치를 살핀 임수성의 한 마디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잘 먹었습니다.”
그가 먼저 인사하자 연습생들이 “잘 먹었습니다.” 하며 합창하듯 외쳤다.
카운터에 있던 지배인이 황송한 표정으로 계산서를 내밀었다.
“임원 할인을 적용했습니다.”
염병. 할인을 적용해서 530만 원이면 그냥은 도대체 얼마란 소리냐.
잘 먹고 이런 소리 하는 건 안 되겠지만, 유혜숙이 1년은 행복해할 약값이 한 끼에 들어갔다.
연습생들이 고개를 돌려 못 본 척 밖으로 빠져나갔다.
강찬은 카드를 내밀었다.
잠시 후다.
“한도가 자꾸 걸립니다.”
별 개 같은 소리 다 듣는다.
“대표님 카드가 잔고가 없었나 봐요. 다른 카드는 없으세요?”
이하연과 성소미가 지켜보고 있다가 재미있다는 투로 웃자 “차니. 우선 이걸로 해.” 하며 미쉘이 제 카드를 꺼냈다.
아차! 이 카드는 한번 결제에 5백만 원이 한도다.
“5백만 원씩 나눠서 계산해 봐 주세요.”
“예.”
지배인이 세련되게 카드를 처리하자 곧바로 처리가 되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별로 보고 싶지 않았으나 강찬은 그저 웃어주고 밖으로 나왔다.
“먼저 갈게요.”
화장을 떡칠한 두 년이 가고, “다음에 뵙겠습니다.” 하는 임수성의 굵직한 인사가 있은 다음, “사장님. 안녕히 가세요.” 하는 합창이 있었다. 은소연은 마지막에 묻어서 인사했다.
마침내 다들 출발했다.
나이 든 허은실을 안 봐도 돼서 속이 다 후련했다.
미쉘이 눈치 있게 담배를 꺼내주었다.
“법인 카드를 가져다줄게. 한도가 제법 높으니까 다음부턴 그걸 써. 개인적인 비용으로 사용한 건 운영비 보내준 거에서 제하면 되니까 부담 갖지 말고.”
“나중에 하자.”
설마하니 또 이렇게 돈을 쓸 일이 있겠나.
강찬은 여유롭게 담배를 즐겼다.
로비 라운지로 돌아와 맥주를 한 병씩 주문하고 제대로 업무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드라마 제작은 라노크가 원하는 일이다.
강찬은 대놓고 말하지는 못했지만 일단 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차니. 이렇게 부담 주려고 이 일을 하자는 건 아니었어.”
미쉘은 아무래도 일을 너무 키운다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은소연은 확실히 괜찮은 아이야. 이대로 조금만 뒷받침해주면 충분히 클 수 있는 아이고.”
“생각한 게 있어서 그래. 그리고 난 은소연이 어찌 되든 상관없어. 그러니까 드라마 제작 진행해주고 나머진 전부 미쉘이 알아서 해.”
미쉘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야릇하게 웃었다.
“왜?”
“혹시 차니. 이거 나 때문에 하는 거?”
라노크 때문에 하는 거! 그러나 그렇게 답을 하지는 못한다.
“돈 벌자고 하는 거다.”
“그러지 말고 우리 방에 가서 얘기할까?”
금발을 찰랑거리며 미쉘이 눈을 깜박였다.
“맥주나 마셔.”
잔을 부딪치며 강찬은 피식 웃고 말았다.
확실히 인형처럼 똑 부러지는 얼굴과 몸매다. 그런데 왜 성적 충동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아니할 말로 미쉘과 백설공주 둘 중 하나와 반드시 자야 한다면……?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생각이 멈췄다.
“여보세요?”
[“차니. 스미든.”]
“왜? 무슨 일이야?”
[“본사 서류에 서명은 했고, 공트 본사와 이제 통화가 되었는데 쉬프가 인기가 높아서 한국 물량은 석 달 후에나 가능하겠다네요.”]
“그렇다고 200대를 못 빼줘?”
[“한국 주문에 옵션이 많아서 그 정도 물량을 따로 빼기가 어렵답니다.”]
그 비싼 차를 팔아주는데 순서를 기다리라니.
“알았다.”
[“나 의안 넣었소. 거의 표시가 안 나요.”]
“잘했다.”
[“저녁 먹고 들어갈 거요, 차니.”]
“마음대로 하고. 공연히 엉뚱한데 돌아다니지 말고 일찍 들어가라.”
[“오케이, 차니.”]
이거야 애를 키우는 것도 아니고.
전화를 끊으면서 보니 아직 2시밖에 안 됐다.
3시간을 뭘 할까 할 때 미쉘의 뜨듯한 눈초리가 느껴졌다.
일단 얘를 보내고 생각할 문제다.
“난 시간이 다 돼서 가봐야겠다.”
“서운해, 차니.”
미쉘은 진심으로 아쉬운 눈치였다.
“이제 자주 볼 거잖아.”
“오케이. 자주자주 보자, 차니.”
미쉘이 요란스러운 볼 인사를 마치고 떠나자 진심으로 홀가분해졌다.
강찬은 김태진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강찬입니다. 통화 괜찮으세요?”
[“물론이지. 어쩐 일이야?”]
몇 번 보지 않았는데도 함께 군 생활이라도 한 것 같은 친근함이 느껴졌다.
“혹시 격투술 제대로 하는 직원이 있습니까?”
[“다른 무술은 많은데 격투술 하는 직원은 몇 없어. 있다고 해도 특전사 경력이라 자네 수준에선 형편없어 보일 거고. 왜? 좀 가르쳐 볼 생각이 들었어?”]
너무 반가워하는 목소리라 마음에 걸렸지만, 어차피 실력이 느는 일일 거다.
“그럼 우선 몇 명만 학교로 보내주세요. 같이 운동하면서 가르쳐 보죠.”
[“하! 어제 꿈이 좋았나? 이런 일이 다 생기네. 알았다. 내 그나마 좀 나은 직원들로 넷 정도 보내지.”]
“그러세요. 그리고 다른 소식은 없나요?”
[“조만간 꼬리가 잡힐 것도 같아.”]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전화를 끊은 강찬은 만족한 웃음을 웃었다.
석강호의 훌륭한 대련 상대를 구한 거다.
강찬은 편안하게 앉아 담배 피울 곳이 필요했다.
어수선한데 가서 앉아 있느니 차라리 라노크가 예약했다는 방에 가서 한숨 자는 게 좋지 않을까?
전화를 걸어 먼저 방에 있겠다고 하자 라노크는 순순히 예약자 이름을 알려주었다.
프런트로 간 강찬은 예약자 이름을 대고 키를 받았다. 방에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카드를 꽂은 다음 19층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담배가 없었다.
문이 닫히기 직전에 강찬이 내리는데 누군가 불쑥 들어서다 어깨가 툭 부딪쳤다.
“미안합니다.”
사과를 하며 빠져나온 강찬은 섬뜩한 느낌에 퍼뜩 시선을 돌렸다.
사내는 강찬을 똑바로 노려보고 있었다.
특수 훈련을 거쳐 사람을 여럿 죽여본 자들만이 갖는 번들거리는 눈빛이었다.
시선을 피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르륵 문이 닫혔다.
투숙객 엘리베이터는 카드키가 없으면 위쪽 버튼을 누르지 못한다. 그래서 놈은 강찬이 버튼을 누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지막에 올라탄 거다.
좌측과 뒷면에 있는 엘리베이터는 1층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샤흐란?’
단순한 깡패 조직의 놈이 아니라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놈이다. 다시 태어나서 처음 봤을 정도로 강렬한 눈빛이었다.
강찬은 로비를 가로지르며 전화를 걸었다.
벨이 울리는 동안 주변도 살폈다.
[“무슈 강, 방에 도착했나요?”]
“대사님. 특수 훈련을 받은 것 같은 자들이 호텔에 있습니다.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