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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한 번도 없었던 일.
“고마워.”
허은실이 강찬의 눈치를 살피며 건넨 인사다.
“너, 내가 학교에서 화장하지 말라고 했지?”
“멍이 들어서.”
허은실의 고개가 뚝 떨어졌다.
하여간 이 년도 맷집 하나는 거의 스미든 급이다.
“이호준. 넌 또 왜 처맞는 거냐?”
이번에는 이호준의 고개가 뚝 떨어졌다.
그래. 답을 들어 뭐 하겠냐.
강찬이 고개를 저으며 걸음을 옮기려 할 때였다.
“전에 우리 봐주던 깡패도 없어졌고, 우리 학교 2학년들이 일진 모임에 안 나오니까 그래서 맞는 거야.”
허은실의 설명에 묘한 항의가 담겨 있었다.
“그럼 너희도 안 나오면 되잖아!”
“아까 맞은 애랑 팔 부러진 애들 선배가 다 깡패라 그래. 여기 안 나왔으면 우린 정말 죽어.”
‘쯧.’
귀찮았다.
그리고 지금 뭐하는 건가 싶었다.
강찬은 화단을 빠져나와 택시를 탔다.
앞으로 뭐 하고 살아야 하는 거지?
다시 태어나고 처음 해 본 생각이다.
프랑스 유학?
라노크가 입학시켜 준다고 해도 프랑스어 지껄이는 거 말고는 그냥 무식한 학생일 뿐이다.
용병은 싫다.
전의 삶에서야 아무런 희망이 없어서 죽음을 각오했지만, 복수할 건더기도 없는 살육의 현장에 뭐하러 가겠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강대경에게 부탁하면 강유모터스에 자리 하나는 얻을 거다.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강대경의 도움으로 취업하고 싶지 않았다.
방학, 그리고 2학기를 이렇게 빈둥거리며 보낸다?
그렇게 되면 이호준이나 허은실과 다를 바가 없다.
라노크가 회사를 하나 운영해보라고 했으니 부탁하면 적당한 회사를 물색해 줄 거다.
그러나 그 정도는 알아서 해결하고 싶었다.
밥을 먹은 후, 강찬은 미쉘에게 전화했다.
그리고 전에 말했던 회사 인수가 가능한지 물었다.
비용은 5억쯤?
가능성 여부는 일주일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답이었다.
몸뚱이가 뜨거워지기 전에 얼른 끊었다.
‘하나씩 하자. 공부도 좀 해보고.’
***
월요일은 방학이라고 4교시 수업이었다.
덕분에 모두 운동부 실에 모여서 돈가스를 먹었다.
1학년은 여유가 있었고, 2학년은 수련회로 들떠 있었으며, 3학년은 그저 그랬다.
“내일 몇 시 출발이니?”
“9시까지 학교에 나와서 버스로 간대요.”
차소연과 다른 2학년 아이가 합창하듯 답을 했다.
“다른 애들은 몰라도 너희는 딴짓 못 해.”
“선생님. 너무해요!”
“운동부가 모범을 보여야지.”
“이제 겨우 애들이랑 다시 친해졌단 말에요. 그런데 수련회에서 범생인 척하면 또 찍혀요.”
짓궂은 표정의 석강호에게 차소연이 부린 투정이었다.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을 어렵지 않게 하는 것이 보기 좋았다.
“선배님, 같이 가면 안 돼요?”
돈가스를 입에 넣던 강찬은 뭔 소린가 했다.
“같이 가요!”
“얀마. 내가 가면 너 하나 딱 좋고, 나머지 2학년 전체가 못 놀아. 그럼 넌 영원히 찍힌다.”
“아니에요! 우리 반 애들 중에도 선배님 왔으면 하는 애들 많아요.”
“도라이들이냐?”
석강호가 “푸흐흐.”하면서 던진 질문이었다.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세요?”
“푸흐흐.”
이번엔 강찬이 비슷하게 웃었다. 하마터면 음식을 쏟을 뻔해서 ‘더러운 새끼’가 될 뻔했다.
“식당에 선배님 안 오시면 서운해하는 애들 많아요. 요즘엔 다 줄 서서 먹고, 뻐기는 애들 없어졌다고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선배님, 그러니까 같이 가요!”
“정신 차려. 3학년이 어떻게 거길 가?”
“선배님은 그냥 따로 와도 되잖아요.”
“잠은?”
“선생님 방에서 자면 되죠. 아니면 저희 방에서 같이 자요.”
김미영이 들으면……, 상상이 안 간다.
맛있게 돈가스를 먹고난 후에, 잘 다녀오라고 어깨 두들겨 주었고, 1학년과 3학년은 내일부터 편한 때 나와서 기구 운동을 하라고 했다.
“수련회 갔다 와서 우리끼리 어디 놀러 갔다 옵시다.”
“목은 언제 푸냐?”
“저녁때 알아서 풀기로 했소. 이젠 제법 돌아가요.”
석강호가 보란 듯이 목을 돌린 다음이었다.
“그런데 이 새끼들이 연락이 없으니까 이젠 궁금하기까지 하네. 다른 일 없는 거요?”
사실 아직 말하지 못했다.
아니 솔직하게는 말하지 않은 거였다.
수련회 내내 마음 무겁지 않을까 해서였는데 막상 석강호가 물어보자 아차 싶었다.
“사실은 수련회 다녀와서 말할까 했는데 어제 라노크 만나고 왔다. 쉬프 발표회에서 만난 프랑스 대사 말이야.”
“아! 그 양반은 왜요?”
강찬은 숨을 한번 내쉰 후에 입을 열었다.
“샤흐란이 살아 있단다.”
“뭐, 뭐, 뭐요?”
“틀림없이 심장에서부터 옆구리를 쭉 갈랐는데, 사막의 얼음이란 이름으로 프랑스에 전화가 갔었다더라. 한국에 꼭 죽일 놈이 있다고.”
“중국 놈들이 해결한다고 했담서요?”
“프랑스에서 송금도 했다나 봐.”
“뭐야? 그럼 뒤가 따로 있단 얘기네? 가만있자, 송금한 놈을 잡아 족치면 되는 거 아뇨?”
“그런다고 했는데 너 같으면 빤히 잡힐 이름으로 돈 보냈겠냐?”
석강호가 “흐흠.” 하며 깊은숨을 내쉬었다.
“몸조심하고 있으쇼.”
“너나 조심해. 안 그래도 목을 비틀어서라도 못 가게 할까 싶었으니까.”
“나야 애들하고 있으니까 함부로 못 건드릴 거요. 하기야 샤흐란 놈이 남을 시킬 거 같진 않고, 몸뚱이 나을 때까지 큰일은 없겠소.”
강찬이 석강호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방심하지 마. 그 새끼가 이빨을 갈고 있다면 절대로 쉬운 싸움이 아니다.”
“에이! 갑자기 수련회 가기가 확 싫어지네.”
“가지 마라.”
“쯧!”
석강호가 강찬의 흉내를 내며 언짢은 소릴 냈다.
“지정된 인원이 있어서 누군가 대신 가야 하는데 지금은 마땅한 사람이 없수. 조심해서 갔다 올 테니까 하여간 몸조심 좀 하고 있으쇼. 뭐 하면 내가 올 때까지 방에서 나오지 말고.”
말한다고 들을 석강호도 아니고, 그렇다고 학교 일정을 무시하라고 하기도 어려웠다.
“저녁엔 뭐 할 거요?”
“집에 있을 거야.”
“알았소. 그럼 대충 준비 마쳐놓고 저녁때 갈 테니까 미사리 가서 차 한잔 하고 옵시다.”
“알았다.”
강찬은 말을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
집에 도착해서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미쉘이 이야기한 드라마 제작사에 대해 알아보았다.
‘배우가 소속되었다고 했으니까, 매니지먼트라는 걸 같이 하는 거구나.“
말 난 김에 은소연이란 배우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최근 일일드라마 ‘이번엔 내 맘대로’에서 막내딸로 나오는 것 말고는 딱히 눈에 뜨일 만한 배역은 없었다.
댓글 보면 욕을 먹는 것 같지도 않고.
강찬은 은소연의 소속사로 기재된 ‘디아이 패밀리’도 마저 검색했다.
남자 연기자는 없고, 여자 연기자만 달랑 셋이다.
“뭐야? 이게?”
기가 막혔다.
미쉘이 이런 일로 눈을 칠 것 같지는 않고.
‘나중에 물어보지 뭐.’
강찬은 다시 체대 입시에 관해 알아보았다.
실기!
이런 거라면 좀 하지 않을까?
특기로는 ‘근접 격투술’ 정도 하고.
프랑스에서도 근접 격투술 교관을 하지 않겠냐는 제의가 있었으니 최소 교수 대우 학생쯤?
“정신 차려라!”
혼잣말을 중얼거릴 때 거실에서 유혜숙이 불렀다.
강찬은 방을 나가 유혜숙과 둘이 수박을 먹었다.
“방학 때 뭐할 거야?”
강찬은 바로 전에 봤던 체대 시험을 설명하고 준비를 해볼까 한다고 했다.
“프랑스 유학은? 전액 장학금도 준다면서?”
“우리나라에서 2년 정도 다니다가 가보려고요. 어머니랑 좀 더 있고 싶기도 하구요.”
“얼른 먹어, 아들. 난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아들이 좋은 대로 다 결정해.”
수박을 든 유혜숙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 피어났다.
“성희 이모가 소문내 놔서 요즘 그 전화 많이 받아. 엄마한테 프랑스 유학 알아봐 달라는 전화도 많았어.”
대학을 안 가도 되겠냐고 묻고 싶었는데 굳이 행복을 깨고 싶지 않아서 관뒀다.
저녁을 먹고 석강호를 핑계로 밖으로 나왔다.
“다녀와, 아들.”
유혜숙의 콧소리가 갈수록 좋아졌다.
강대경이 왜 그렇게 줏대 없어 보일 정도로 잘하려 애쓰는지 이해도 갔다.
저렇게 애교 떨고, 웃는 얼굴을 하다가 남편과 아들을 지켜야 할 일이 생기면 목숨을 걸고 달려든다.
죽음을 각오하고, 혹은 함께 죽을 각오로 병실을 지키는 여자, 그런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행복해서였다.
‘미영이도 저럴까?’
강찬은 머리를 내저었다.
아무래도 느낌과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
빵빵.
아파트 입구로 나오자 이전과 다른 클랙슨 소리가 강찬을 불렀다.
“새 차가 좋긴 좋소.”
둘이 기분 좋게 달려서 전에 갔던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준비는 다 했어?”
“옷가지만 싸는 거요. 왜? 걱정되쇼?”
“쯧! 아무래도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잖냐.”
툴툴거릴 줄 알았던 석강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게 가기 싫긴 하우. 혹시 일 생기면 냅다 뛰지, 뭐. 내가 달리기는 좀 되잖소?”
강찬은 그냥 커피만 마셨다.
경호를 붙여두었단 말은 끝까지 비밀로 할 셈이었다.
“수련회 끝나면 둘이 바닷가 한번 다녀옵시다.”
“바다?”
“아니면 계곡도 좋구요. 운동부 애들 데려가도 좋고. 미영이랑 셋이 가도 좋고. 그냥 재미있을 사람들과 함께 가면 좋겠다 싶은데?”
“그러자.”
실제로 갈지 안 갈지는 몰라도 굳이 안 갈 이유도 없다.
“샤흐란 그 새끼만 없으면 참 재밌는 방학이었을 건데.”
석강호의 말이 딱 맞았다.
둘이 그렇게 차 마시며 아프리카 시절, 프랑스에서 술 먹고 싸운 거, 그리고 스미든이 얼마나 무식한 놈인지를 떠들며 시간을 보내다 돌아왔다.
차는 공영주차장에 세웠다.
석강호가 자동차 열쇠를 건네주었다.
“가지고 있다가 필요할 때 쓰쇼. 방학이라 아무래도 움직일 일이 생기면 귀찮으니까.”
“야! 그냥 택시 타고 말지, 잘못하면 살인마 되겠더라.”
“흐흐흐. 인내력 키우는 덴 운전만 한 게 없소.”
석강호가 원래 타던 차를 가지고 강찬을 내려주었다.
“잘 갔다 와.”
“뭔 일 있으면 전화주쇼.”
강찬이 차 지붕을 두 번씩 두들기자 석강호가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저 새끼 없으면 못 살겠는데?’
문득 든 생각에 풀썩 웃음도 나왔다.
***
화요일 아침에 석강호가 “지금 출발하우.” 하는 전화를 했고, 곧바로 차소연이 ‘선배님. 혹시 마음 바뀌면 꼭 오세요. 애들한텐 물어보니까 다 오셨으면 좋겠대요.’하는 문자도 왔다.
3박 4일.
어차피 이번 주가 지나야 미쉘도 결과를 알려준다고 했던 참이라 강찬은 모처럼 운동에 전념하기로 했다.
“운동 다녀올게요.”
“아들! 이거 마시고 가.”
강찬이 식탁에 다가갔을 때, 유혜숙은 비닐 팩의 시커먼 액체를 컵에 따르고 있었다.
“그게 뭐예요?”
“요즘 운동하느라 힘들잖아. 그래서 엄마가 샀어.”
미소가 절로 피어났다.
약 때문이 아니라 유혜숙의 모습이 예뻐서였다.
“그거 아버지 드리세요. 정말 힘드신 분은 아버진데.”
“아버지 것두 준비 했지. 안 그러면 아빠 삐친다?”
“엄마는요?”
정작 본인 건 준비하지 않은 거다.
“얼른 먹어. 엄마는 괜찮아. 아들 밥 먹는 거만 봐두 배부르고, 약 먹는 것만 봐두 힘이 나.”
“이건 좀 아니다.”
“다음번엔 엄마 것두 살게.”
유혜숙의 눈빛 때문에 마셨다.
“이런 건 어디서 사요?”
“아파트 앞에 한약방 있잖아. 거기서 사는 거야.”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보약.
비타민 하나 먹어본 적 없는 삶이었다.
보약이라서가 아니라 이런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이 고맙고 행복했다.
강찬은 “잘 먹었습니다. 기운이 막 나는데요?” 하는 말을 하고는 집을 나섰다.
그동안 관심이 없어서 몰랐는데 입구 안쪽 건물에 한의원이란 간판이 있었다.
한의원은 유혜숙의 이름을 대자 금방 알아들었다.
전에 있던 기록을 바탕으로 약을 부탁하고 계산도 마쳤다.
체크카드를 만들어놓길 잘했다.
“저희가 아파트에 가져다 드릴까요?”
어떻게 하지?
잠시 고민하다가 찾아가겠다고 하고 학교로 향했다.
어차피 저녁에 집에 들어와야 하고, 배달을 받은 다음 당황할 유혜숙을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텅 빈 학교는 색다른 느낌이었다.
운동장에 있던 1학년들이 쭉 인사했는데 이전처럼 겁먹은 얼굴이 아니어서 그냥 웃어주었다.
잠시 몸을 푼 강찬은 운동부실에 들어가 기구 운동을 했다.
물. 운동. 물. 운동.
그리고 힘이 빠졌을 때 다음으로 근접 격투술을 연습했다.
손끝으로 적의 동작 중간을 짚는 것이 맥이다.
맨손 대 대검, 대검 대 맨손, 대검 대 대검.
누가 대검을 쥐었는지의 상황에 따라 동작이 미묘하게 다르다.
감각이 있다는 조폭들도 이 미묘한 차이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헉헉.”
모처럼 기분 좋은 피곤함을 느끼며 의자에 앉아있을 때였다.
웅웅웅.
문자가 울려서 급하게 전화를 들었다.
[어디야?]
김미영, 강찬은 바로 전화를 넣었다.
[“응!”]
“학교에 있어. 운동하느라고.”
[“나 학원 끝나서 그런데 거기 갔다가 같이 집에 가도 돼?”]
“그래.”
방학이라 김미영도 여유가 생긴 모양이다.
잠시 몸을 풀고 있자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김미영이 운동실로 들어왔다.
“왔어?”
질문을 던진 후다.
김미영이 강찬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어젯밤이랑 학원에 있는 동안 너무 보고 싶었어.”
“땀 묻어.”
팔에도 온통 땀이라 등을 다독여주지도 못했다.
“괜찮아. 잠깐만 이러고 있을게.”
뭔가 뒤바뀐 거 같기는 한데 나쁘진 않으니까.
운동을 하느라 얇은 티에 얇은 고무줄 바지다.
김미영의 가슴이 느껴지자 미쉘도 아닌데 몸이 뜨거워졌다.
“그만.”
“응.”
느닷없이 달려와 안기더니 이젠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강찬은 집으로 가기로 했다.
걸어갈 거라면 굳이 당직실에서 씻을 이유도 없었다.
조잘조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김미영은 간간이 너무 보고 싶을 때가 있다는 말을 했다.
“나 학원 이틀 쉬는 날 있어. 가족끼리 하루 여행 갈 거니까 우리도 하루 놀러 가자.”
“그래.”
“정말이다!”
“그래. 그리고 시간 되면 전화해 보고 학교로 와. 같이 집에 오게.”
“응!”
김미영을 들여보내고 강찬은 한약을 찾아 아파트를 올라갔다.
“아들 왔어? 그게 뭐야?”
강찬은 말없이 손잡이 채 들어 약 상자를 건네주었다.
“이건……!”
유혜숙이 약 상자에서 시선을 들었다.
“공트 자동차에서 통역해준 거 고맙다고 돈을 준 게 있었어요. 약을 먹으려면 셋이 같이 먹었으면 싶어서요.”
유혜숙은 멍한 얼굴이었다.
“저 씻어요.”
강찬이 옷을 챙겨 거실로 나왔을 때 유혜숙은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우세요?”
“엄마가 너무 행복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아.”
강찬이 다가가 유혜숙을 가볍게 안아주었다.
“건강하셔야죠. 지난번에 편찮으실 때 아버지랑 둘이 사는 맛이 하나도 안 났어요.”
유혜숙이 눈물을 단 채로 웃고 말았다.
씻고, 저녁 같이 먹고.
7시 30분쯤 됐을 때 방으로 들어와 컴퓨터를 켰다.
모니터에 배경 화면이 뜨는 순간이었다.
두근두근.
평소와 다르게 심장이 뛰었다.
다시 태어난 이후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각.
전쟁터에서나 느꼈던 감각이었다.
두근두근.
무언가 위험이 도사린다는 의미.
강찬은 흘깃 방문을 보았다.
유혜숙은 거실에 있다.
두근두근.
그렇다면 이건 강대경, 석강호, 김미영 중 한 명이 위험하다는 경고가 아닐까?
셋 중 하나?
어디지? 누굴 지켜줘야 하는 거지?
두근두근.
우선 경호업체 김태진과 통화해야 한다.
강찬이 책상에 놓인 전화기에 손을 뻗었을 때였다.
우우웅. 우우웅. 우우웅.
전화가 다급하게 울었다.
액정에 ‘석강호’란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