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6 / 0419 ----------------------------------------------
2-8. 날카롭게.
솔직히 강찬은 클럽이 그렇게 재미있지 않았다.
세 명의 프랑스 여자를 보며 침 흘리는 멍청이들의 시선도 불편했고, 딱히 춤추는 여자들의 몸매를 감상할 것도 아니어서 10시 반쯤 자리를 빠져나왔다.
미쉘이 끈적이며 붙들지 않아서 훨씬 마음 편했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하는 광대 짓.
클럽을 나설 때의 느낌은 그랬다.
석강호와 김미영, 그리고 강대경과 유혜경이 그리웠다.
집에 들어가 처음으로 튀긴 닭을 배달시켜 먹으며 셋이서 영화 한 편을 봤다. 클럽보다 백 배쯤 즐거웠다. 맥주 한잔 했으면 좋겠는데 강대경도 콜라를 마셨다.
착실한 고등어가 다 됐구나 싶어서 웃음도 풀썩 났다.
***
오전 10시 약속에 맞춰 아파트 현관을 빠져나왔다.
김미영이 문자로 알려준 버스 정류장이었다.
“찬아!”
들뜬 눈으로 강찬을 향해 손을 흔드는 김미영을 보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확실히 미쉘보다 마음이 편했다.
“어디 갈래?”
“용인 놀이공원!”
딱 김미영다운 제안이었다.
왕복 버스가 있다는 종합운동장을 향해 전철을 탔다.
조잘조잘.
어제 본 프로그램 중 어떤 장면이 정말 웃겼다는 둥, 이번 시험에서 2문제 틀려서 아깝다는 등, 이야기가 끝이 없었다.
그렇구나!
아직 성적이 나오지 않은 거다.
공연히 핑계를 찾느라 시간만 허비했다.
관광버스에 오르자 김미영이 어깨에 멨던 가방에서 이어폰을 꺼내 강찬의 귀에 한쪽을 꽂아 주었다.
빠른 비트의 음악이었다.
고속도로, 신 나는 음악, 그리고 밝은 김미영의 표정까지,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길이었다.
띠리링.
그런데 음악 사이에서 벨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김미영이 전화기를 들여다보다가 짜증난 얼굴로 강찬을 보았다.
“뭔데?”
전화기를 들여다본 순간, 강찬은 마음이 서늘하게 내려앉았다.
[너는 죽는다.]
발신자는 역시 ‘000000’이었다.
“누가 장난쳤나 본데?”
이런 건 아무렇지도 않은 척 넘어가는 게 좋다. 눈빛이 번들거리지 않도록 강찬은 조용히 숨을 가다듬었다.
“기분 나쁘게 매일 한 번씩 이래.”
“언제부터?”
“지난주였나 봐. 엄마한테도 보여줬었어.”
도대체 어떤 새끼지?
김미영에게도 이런 줄은 몰랐다.
강찬이 대수롭지 않게 대하자 김미영도 곧 잊어버렸다.
놀이공원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점심으로 오므라이스를 먹고, 놀이기구 세 개를 타고나니 세 시간이 훌쩍 넘어버렸다. 도대체 왜 돈을 쳐내고 비명을 꽥꽥 질러가며 높은 곳에서 떨어져야 하는 건지.
동물원을 돈 다음, 물개와 원숭이 쇼를 보고 나자 어둠이 내려앉았고, 놀이기구마다 화려한 조명이 달렸다.
저녁은 김밥과 우동을 먹었다.
이제 갈 시간이다.
“나 저거 타고 싶어.”
그런데 김미영이 손가락으로 서 있다시피 하는 놀이기구를 가리켰다. 조그만 원통이 둥근 원으로 돌아서 다시 내려오는 형태였다.
“그러자.”
사람도 별로 없었다.
표를 끊고 안에 앉았을 때 강찬은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무릎이 닿을 정도로 좁은 원통에 마주앉자 김미영이 어색하게 시선을 떨어트렸기 때문이다.
시험이 끝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 순간을 기대하고 또 기대했을 아이다.
아직 성적도 나오지 않았는데 말이다.
기구가 천천히 돌자 놀이공원의 모습이 조금씩 눈앞에 펼쳐졌다.
“우리 뽀뽀하면 안 돼?”
강찬이 말이 없자 힐끔 시선을 들었던 김미영이 얼른 고개를 숙였다.
강찬은 문득 협박 문자가 떠올랐다.
약속이고 지랄이고 그딴 정신병자를 근처에 두고 김미영과 무언갈 만드는 건 정말 무책임한 짓이다.
“손 줘 봐.”
김미영이 조심스럽게 내민 손을 강찬이 잡았다.
“우리 고등학교 졸업하고 네 생일날 다 하자. 그때도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안 변해! 난 안 변할 거야!”
서운하고, 억울한 눈빛이었다.
며칠을 두고 설렜을 순간을 강찬이 밀어낸 거다.
“이리 와.”
강찬은 김미영을 당겨 무릎에 앉힌 다음 꼭 안았다.
뭉클하고 가슴이 느껴지는 순간에 김미영의 몸이 파르르 떨었다.
“믿을게. 그러니까 그때 완전히 내 거 하자. 후회하지 말고. 내가 준비한 반지 나눠 끼고.”
김미영이 강찬의 목을 꼭 안았다.
가지고 싶었다.
분위기 탓일까? 아니면 정말 좋아진 건가?
“기다려줄 수 있지?”
“응!”
어쩌면 단순하게 한 뽀뽀보다 진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마음은 한결 편했다.
문자 보낸 놈을 꼭 찾아내야 했다.
***
월요일 오전에 석강호가 운동부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김미영에게도 같은 문자가 왔더라고 말을 전했다.
“찝찝하긴 하우.”
“잃어버린 전화기를 주운 놈이 있거나, 아니면 샤흐란의 배후에 있던 놈들이겠지.”
“시기가 같아서 문제요. 샤흐란의 배후가 있다면 공연히 소문 나서 입장만 난처해지는 거 아뇨?”
“쯧! 지금 그게 걱정이냐? 그러지 말고 우선 너부터 조심 좀 해라.”
“뭔 소리요?”
석강호가 인상을 찌푸리며 불만을 토해냈다.
“목도 제대로 못 쓰잖아. 괜히 나 미쳐서 칼 든 살인마 만들지 말고.”
“수련회 가기 전에 깁스 풀 거요.”
“수련회를 간다구? 그냥 목 핑계 대고 빠져.”
“이미 결정 나서 지금은 못 바꿔요.”
저걸 죽지 않을 정도로 목을 비틀어 버려?
강찬이 심오한 표정으로 노려보자 석강호가 고갤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지 말고 우리 운동기구나 사러 갔다 옵시다. 동대문 쪽이 싸다니까 구경도 하고 아예 점심 먹고. 그러지 말고 가자니까요! 운동부 비품을 사기 위한 공식업무요.”
말린다고 들을 석강호도 아니어서 강찬은 그의 말대로 동대문으로 향했다.
“내일 전화국에 한번 알아봐. 나는 다른 사람 중에 그런 문자 받은 적이 있는지 알아볼 테니까.”
“오! 그거 괜찮소.”
“저녁에 스미든 한번 만나보자. 왜 샤흐란의 뒤에 뭐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자세하게 들어보고, 입조심도 좀 하라고 할 겸해서.”
“그럽시다.”
거기까지 의논을 마친 뒤에 둘이 운동기구를 보러 다녔다. 가능한 한 필요한 근육을 위한 기구를 골랐다. 무식하게 팔뚝 굵게 해봐야 속도만 떨어진다.
점심은 냉 메밀을 먹었다.
“어! 살 것 같다.”
“수련회는 어디로 가냐?”
“지리산이랍디다.”
“이 더위에?”
“그러게나 말이오. 가능한 장소를 두고 애들이 투표해서 결정한 거라는데 아무래도 바닷가는 비용이 많이 나와서 선택하기 힘들었을 거요.”
시원하게 냉 메밀을 먹고 조금은 개운한 기분으로 학교로 향했다.
강찬은 생각난 김에 전화를 꺼냈다.
[“하이, 차니!”]
“스미든. 너 지금 어디냐?”
[“알리스랑 쇼핑 나왔지요.”]
“저녁에 뭐해?”
[“특별한 약속은 없소.”]
“그럼 잠깐 보자.”
[“오케이, 차니. 그럼 저녁에 내 집 어때요?”]
“그래. 그럼 문자로 주소 좀 찍어 놔.”
[“예쓰, 차니.”]
전화를 끊고 잠시 있자 스미든의 주소가 문자로 떴다.
“이번 주 운전면허 필기시험 아니오?”
“맞아.”
석강호가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는 목을 비틀며 야룻하게 웃었다.
“아무렴 내가 그거 떨어질까 봐?”
“혹시 아우? 한 칸씩 밀려 쓰는 사람도 많답디다.”
학교에 돌아왔을 때는 점심시간이 끝나 있었다.
운동부에서 혼자 커피 한잔 마시고 전화 검색을 통해 경호업체 몇 곳과 통화를 하다 보니 수업이 끝났다.
“집에 가서 옷 갈아입고 올게.”
“내일은 여벌로 여기 하나 갔다 놓으슈. 어디 갈 때마다 번거롭기도 하고.”
그것도 그렇다.
운동부 아이들과 30분가량 시간을 보내며 내일 기구가 도착할 거라고 알려주고, 앞으로 편한 때 운동해도 좋다는 말을 전하는 것을 끝으로 운동부를 나왔다.
“찬아.”
“어? 집에 안 갔어?”
“얼굴 보고 가려고.”
김미영은 스탠드에 앉아 있었다.
어제의 느낌이 있어서 그런지, 자꾸만 가슴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은 문자 안 왔니?”
“뭐? 아, 그 이상한 변태 문자.”
답을 들을 것도 없이 김미영의 얼굴에 짧게 짜증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 정도면 장난이든 아니든, 무조건 범인을 잡아야 한다.
집에서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강찬은 유혜숙에게 농담처럼 말을 건넸다.
“요즘 죽는다 라는 장난 문자가 유행이래요.”
“그래? 어쩐지! 아들도 그런 문자가 왔어?”
강찬은 불쑥 화가 치밀었지만 억지로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예. 혹시 해서 말씀드린 건데 신경 쓰지 마세요.”
“그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어. 정말 기분 나쁘더라.”
몇 마디 더 다독인 다음에 강찬은 집을 나섰다.
석강호가 아파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우, 눈빛이 또 왜 그래요?”
“어머니도 그런 문자를 받았단다.”
“아, 거 참. 병신같은 새끼들, 또 여럿 죽게 생겼네.”
강찬은 작게 숨을 내쉬었다.
이 정도 되면 기분 나쁜 것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미쉘과 헛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보이지 않는 적이 성큼 다가 와 있는 느낌이었다.
퇴근 시간이 겹쳐서 7시쯤에 스미든 집에 도착했다.
제법 크고 고급스러운 빌라였다.
안으로 들어섰을 때 스미든은 거실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어설픈 한국어로 두 사람을 맞은 스미든이 소파를 가리켰다. 얼굴에 감은 붕대로 거즈로 교체해서 이젠 제법 사람 모습이 보였다.
알리스가 샌드위치와 커피를 내 주어서 한강을 바라보며 함께 먹었다.
“담배?”
이것도 어설픈 한국말이다.
강찬과 석강호는 뒤뚱거리는 스미든을 따라 거실 밖에 놓인 탁자에 앉았다. 강과 그 옆의 도로가 한눈에 내려다보여서 전망이 괜찮았다.
“자주 오세요.”
스미든은 여유도 넘쳐났다.
“스미든, 샤흐란의 뒤가 있을지 모른다는 말 말이다.”
그러나 강찬의 말에 그의 얼굴이 바로 굳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자세하게 말해 봐.”
“무슨 일이 있었소? 왜 그런데요?”
빠른 프랑스어였다.
“아무래도 뭔가 수상해서 그래. 그러니까 설명부터 먼저 해 봐.”
“그냥 느낌이었다니까요. 어딘지 누군가의 지시를 받는 것도 같고. 그게 전부예요.”
진실과 거짓이 절묘하게 섞인 답이어서, 강찬 역시 표정을 굳히고 스미든을 보았다.
“다예루가 협박 문자를 받고 있어. 내일부터 따로 알아보겠지만, 나중에 무언가 나오거나, 다예루가 손가락 끝만큼이라도 다치게 되면 그땐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석강호는 못 알아듣는다.
“한 가지 더. 알리스에게 아프리카 이야길 한 모양이더라.”
“그건 차니…….”
“네가 뭐라고 떠들든 그건 상관없다. 어차피 믿을 사람도 없을 테니까. 그렇지만 스미든, 그 주둥이가 언제고 사고를 칠 수 있다는 것만은 잊지 마라.”
강찬이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후우. 네가 나와 끝까지 함께 지낼 거란 생각 안 해. 몇 년쯤 지나면 어딘가로 갈 계획일 거고. 말리지도, 말릴 생각도 없다.”
강찬의 눈빛이 매섭게 빛나자 스미든은 변명도 못 하고 불안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말은 조심해. 누군가 지켜보고 있어. 적어도 2년이 지나기 전에는 네 말 한마디 때문에 여럿이 죽을 수 있다는 것 명심하고.”
강찬은 담배를 끈 후에,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다.
고문할 것이 아니라면 이 정도 경고가 가장 적당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나서 강찬이 막 일어서려는 순간이었다.
“차니. 샤흐란은 누군가에게서 지시를 받았어요.”
스미든이 강과 거실을 두리번거리며 입을 열었다.
“내가 없는 줄 알았던 모양인데 나중에 내가 누구였냐고 물으니까 지금 차니와 똑같은 소릴 했어요. 이 얘길 지껄이면 반드시 죽는다고. 그 뒤로 두 번쯤 더 그런 통화를 봤는데 일부러 아는 척 않았지요.”
‘빌어먹을!’
정말 뭔가 있었다.
그런데 샤흐토 브니므만 해도 대가리나 팔다리를 잘라 침대에 넣으면 넣었지, 그따위 문자를 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샤흐란의 배후와 또 하나의 적이 동시에 강찬의 주변을 노리고 있다는 뜻이다.
강찬은 스미든이 했던 말을 석강호에게 전해 주며 직전의 생각도 들려주었다.
“샤흐토 브니므와는 마지막에 좋게 끝났다고 하지 않았수?”
“그러니까. 문자는 한국에서 한 게 맞는 거 같은데 샤흐란의 뒤에 누군가 숨어 있다는 걸 제대로 알게 된 거지.”
“어후, 거 더럽게 복잡하네. 프랑스 일은 그 대사에게 물어보면 어떻수?”
강찬은 고개를 저었다.
“좋은 방법이 아냐. 우리가 뭔가 알고 있다고 알려주는 꼴밖에 더 되겠냐? 차라리 문자 보낸 놈을 빨리 잡고 조용히 넘어가는 게 낫다. 어차피 프랑스 대선만 끝나면 이 일도 완전히 묻히는 거잖아.”
“듣고 보니 그렇소.”
“오늘은 일단 가자.”
강찬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미든, 당분간 밖에 다닐 때 조심해. 그리고 정말 입조심하고. 급한 일이 있으면 바로 전화해라.”
“알았어요.”
전에는 무식하고 힘 좋은 놈이었는데 지금은 겁 많고 눈치만 남은 놈처럼 보였다.
“간다.”
“차니.”
스미든이 거실 안을 슬쩍 살피며 강찬을 불렀다.
“알리스를 내보낼까요?”
“그건 너 알아서 하고.”
스미든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며 강찬은 거실로 들어왔다.
“알리스. 갈게.”
“또 와요.”
정말 생긴 건 별로인데 가슴은 대단했다.
하기야 스미든이라면 새로운 이성이 그리울 시기이기도 했다.
아파트까지 태워다 준 석강호와 헤어지고 방에서 전화기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금 입력된 번호라고는 정말 몇 명 되지 않는다.
차라리 주차장 파 놈들이 뒤에서 꼼수를 피우는 거라면 마음 편할 일이다.
미쉘 일행도 이런 문자를 받았을까?
전화를 해볼까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한두 명이 더 받고, 덜 받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일단 잡자.
만약 시간이 길어진다면 프랑스 대사 라노크와 의논할 생각이었다.
강찬이 위험해지는 것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지만, 석강호나 강대경, 유혜숙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은 절대로 막아야 할 일이다.
매복한 적과 대치한 느낌.
언제 어디서 총알이 날아들지 모르는 언덕을 수색할 때처럼 찜찜한 긴장감이 강찬의 주변을 맴돌았다.
‘너무 풀어졌었나?’
샤흐란의 일이 끝나고 지금의 모습에 안주하겠다는 생각에 날카로움을 잃어버린 벌이란 생각도 들었다.
***
다음날 운동부에서 잠깐 얼굴을 본 석강호는 바로 경찰서로 향했다. 발신자를 알기 위해서는 협박 내용에 대한 고발장을 먼저 접수해서 경찰의 지휘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설명이 있었다.
오전에 2.5톤 한 대분의 운동기구가 실려와서 대강 배치를 맞췄고, 서비스로 딸려온 선풍기 다섯 대도 적당한 곳에 놓았다.
강찬은 아무도 모르게 경호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어제 말씀하신 대로 가능합니다. 대신 선수금 5천에 월별 5천입니다.”]
“바로 입금하죠. 가능한 한 빨리 부탁드리고, 비밀리에 한다는 것 잊지 마세요.”
[“입금 확인하는 대로 조처하고 찾아뵙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강찬은 바로 은행으로 달려가 입금을 하고 아예 텔레뱅킹과 인터넷 뱅킹을 별도로 신청했다.
대통령 경호실 출신이 대표라더니 은행을 나오기도 전에 확인 전화가 왔고, 부탁한 경호를 시작하겠다는 답도 있었다.
유헤경, 강대경, 김미영, 조금 미안하지만 석강호까지.
우선 좀 안심이 되었다.
석강호는 11시가 조금 넘어서 들어왔다.
“사이버 수사댄가 하는 곳에서 바로 해줍디다. 문자 전문 발송 서비스를 이용했고, 신청은 해외에서 했답디다. 당장 오늘부터 그런 문자 안 받게 처리했다고 하고.”
“해외?”
“그게 스팸 메일은 중국이나 태국, 필리핀 주소나 신청으로 처리해서 실제로 내국인도 그리한다네요.”
“쯧!”
“야! 이게 설치해 놓으니까 자리를 엄청 차지하네.”
석강호가 기구의 레버를 한번 당겨보고는 강찬에게 시선을 돌렸다.
“잊어버려요. 손목 그은 깡패 새끼들이 한둘이요? 보나 마나 찌질한 놈들일 거요.”
정말 그런가?
이렇게 조용하게 끝나는 건가?
목에 깁스를 한 석강호가 기구를 들려다가 인상을 버럭 썼다.
실없는 웃음이 터져서 둘이 킬킬거리며 웃을 때,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점심 어디서 먹을 거요?”
“학생 식당에 가 봐야지. 애들도 챙길 겸.”
“그럽시다. 그럼 난 학생부 선생들이랑 같이 먹겠소. 이거, 아무래도 자물쇠도 하나 사다가 걸어야겠는걸?”
석강호를 따라 강찬이 일어섰을 때였다.
우우웅.
석강호의 전화가 짧게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