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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새로운 시작.
딩동.
스미든에게 물을 한 잔 먹이고 났을 때 벨이 울렸다.
갱이 권총을 두어 번 움직여 문을 가리켰다.
“그만 까불고, 얼른 문이나 열어.”
무표정하던 갱이 얼굴을 찌푸렸으나 강찬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딩동.
한 번쯤 참는다는 투로 갱이 걸어가 문을 열었다.
달칵.
샤흐란은 예리한 눈빛으로 들어섰다.
그의 뒤로 검은색 정장 차림의 갱이 한 명 더 들어와, 양손을 겹쳐 잡은 자세로 문 앞에 섰다.
샤흐란은 강찬과 스미든을 날카롭게 노려본 후, 소파에 앉았다. 그런 다음, 거칠게 넥타이를 풀어 소파의 탁자 위에 던졌다.
“네가 원하는 대로 계약이 끝났다. 이제 네놈 차례다.”
피식.
샤흐란의 한쪽 얼굴이 꿈틀했다.
강찬의 웃음에 감정을 상한 게 분명했다.
“같은 말을 또 한다만 넌 정말 내가 아는 강찬이란 놈과 똑같구나. 특히, 사람을 기분 나쁘게 만드는 그 웃음과 내 체면을 상하게 하는 것까지.”
강찬이 몸을 움직여 샤흐란의 정면에 있는 탁자에 걸쳐 앉자, 그가 못마땅하다는 듯 총을 든 갱을 흘겨보았다.
“샤흐란, 전에 알던 강찬이 네 체면을 상하게 한 게 뭐가 있지?”
샤흐란은 의도를 파악하려는 것처럼 방안을 훑은 다음, 다시 강찬에게 시선을 주었다.
“블랙헤드가 대원들의 목숨보다 중요했나? 적의 총구에 부하들의 대가리를 디밀게 할 만큼?”
샤흐란이 야비하게 웃었다.
그런 다음, 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스미든을 보았다.
“저놈이 갓 오브 블랙필드, 어쩌고 지껄인 모양인데 꼴을 보니 네놈이 한 수 위였던 모양이군. 멍청한 놈.”
“대가리 굴리지 말고 질문에 답이나 해.”
순간, 샤흐란의 낯빛이 뱀처럼 차갑게 변했다.
냉정한 판단이 요구될 때 보이는 전형적인 변화였다.
그가 고개를 살짝 비틀며 입을 열었다.
“이렇게 나오면 집에서 널 기다리는 아름다운 부인의 몸뚱이가 여러 토막으로 갈라진다. 도저히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피식.
샤흐란의 얼굴이 다시 뱀의 그것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들어오라고 해.”
강찬이 방문 앞에 자세를 잡은 갱을 향해 짧게 고갯짓을 했다.
갱이 문을 열자, 동양인 두 명이 안으로 들어서서 갱의 앞에 서서 강찬과 샤흐란을 보았다.
“이런, 놀란 얼굴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샤흐란.”
스미든이 붕대를 위아래로 벌려 하나 남은 눈으로 강찬과 샤흐란을 보았다.
“세상을 살다 보면 도저히 빠져나가지 못할 함정을 만날 때가 있지. 샤흐란 넌 지금 갓 오브 블랙필드가 만든 트랩에 빠진 거다. 이제 상황이 좀 이해가 가나?”
샤흐란이 홱 고개를 돌려 스미든을 보았다.
강찬은 그의 시선에 상관없이 말을 이었다.
“사막의 얼음이라는 샤흐란이 그런 비밀번호를 쓸 줄 몰랐다.”
신음 같은 소리를 흘려내며 샤흐란이 이를 악물었다.
“오늘 작전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지. 넌 여기서 뒈져, 샤흐란.”
“프랑스에 돈을 보냈나?”
“당연하지. 스미든이 가진 주식값이니까. 거기다 보너스로 너를 받은 거야. 네놈의 더러운 몸뚱이가 700만 유로의 값어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퍼뜩.
샤흐란의 표정이 또 한 차례 바뀌며 나중에 들어선 동양인 둘을 빠르게 보았다.
“어젯밤에 잡았지. 그런데 프랑스에서 연락이 왔더군. 한국에 풀지 않을 테니 저들과 거래를 마저 하게 해 달라고. 내가 사는 아파트 앞? 저들이 목숨 걸고 지키겠다고 하던데?”
마침내 샤흐란이 이를 꽉 깨물었다.
“자, 이제 어떻게 할까? 샤흐란?”
샤흐란이 눈을 하얗게 뒤집은 채로 강찬을 보았다.
“선택권을 주마. 날 죽이고 여기서 나가든가?”
씨익.
한순간, 샤흐란의 얼굴에 만족한 미소가 지나갔다.
“여기서 그냥 뒈지던가. 저기 중국 애들이 토막을 치면 도저히 못 찾는다고 하더군.”
“이곳엔 CCTV가 있어. 외국인이 이 호텔에서 사라지면 너도 곤란할 텐데?”
“쯧쯧쯧. 샤흐란.”
강찬이 고개를 저어 보였다.
샤흐란의 하얗게 변한 눈빛이 무섭게 가라앉았다.
“방식은?”
“마무리는 우리식으로.”
용병들이 싸우는 방식?
샤흐란이 믿기 어렵다는 투로 강찬을 보았다.
“내가 널 죽이면 저들도 인정하는 건가?”
“물론!”
“이 나라는 정말 이해하기 어렵군.”
샤흐란이 셔츠의 소매를 팔뚝 위로 걷어 올렸다.
문앞을 막고 있던 갱이 중국인에게서 두 자루의 비수를 가지고 와서 샤흐란과 강찬에게 건네주었다.
“네가 정말 갓 오브 블랙필드냐?”
“곧 죽을 테니까 마음대로 생각해.”
두 사람이 앞으로 내민 왼손목을 갱이 팔자 매듭으로 꽉 묶었다.
강찬과 샤흐란이 눈 한번 껌벅이지 않은 채로 서로를 노려보았다.
“네놈이 진짜 강찬이라면 잘 알겠구나. 그날도 내 작전을 망칠 뻔했던 것을. 그러나 너는 내 총을 피하지 못했어, 강찬.”
휠체어에 앉아있던 스미든이 “오, 마이, 갓.”이란 소리를 토해냈다.
고개를 좌우로 비튼 강찬과 샤흐란이 자세를 잡았다.
몸의 어디를 베거나 찔러도 괜찮다.
샤흐란이 왼팔을 당겼다 놓으며 강찬의 중심을 무너트리려 했다.
삽시간에 제 자리에서 두 바퀴나 돌았다.
“다예루를 쏜 것도 너냐?”
강찬의 번들거리는 눈빛에도 샤흐란은 주눅들지 않았다.
휙. 휘익. 휙. 휙.
목이다.
무조건 목을 노려야 한다.
어설픈 놈들은 팔로 찌르고, 어깨도 벤다.
그 사이 목에 비수가 들어오지만, 알고 났을 때는 이미 돌이키지 못하게 된다.
“동양인에게 영혼을 판 더러운 알제리 놈 말인가?”
쉬익! 피윳!
팔이 긴 샤흐란의 비수가 강찬의 오른쪽 어깨를 베고 지나갔다.
샤흐란이 비릿하게 웃었다.
“하기야 스미든 저 새끼를 빼곤 전부 내 솜씨지.”
휙. 휘익. 피윳. 휙. 휘리릭.
그 짧은 순간에 강찬은 오른쪽 어깨를 또 베였다.
팔이 긴 샤흐란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싸움처럼 보였다.
“저놈도 내가 쏘았다면 절대로 살아있지 못했어.”
휘익. 휙.
그 와중에 두 번이나 칼이 오갔다.
“샤흐란.”
휙. 휘익. 휙. 휙.
왼손으로 상대와의 거리를 조절하고 쉴 새 없이 상체를 좌우로 움직여야 한다. 그러는 동안에도 수차례나 비수가 번득이며 몸 주위를 스쳐 갔다.
“잘 가라.”
휘익. 휙.
샤흐란이 대꾸도 않고 강찬의 목을 노리고 비수를 휘두른 직후였다.
푸욱!
강찬의 비수가 샤흐란의 왼쪽 겨드랑이에 깊게 박혔다.
으드득.
강찬은 그대로 비수를 아래로 내렸다.
“끄아아아악!”
피윳! 피윳! 핏.
뼈가 갈라지는 소리와 샤흐란의 비명이 방안을 가득 메웠다. 그 와중에도 강찬의 목을 노렸던 비수에 어깨를 두 번이나 더 베였다.
“끄으으으.”
샤흐란이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우린 모두 지옥에 갈 거다. 그러니 가서 대원들에게 사과하고 있어. 그곳에서 만나도 똑같이 가슴을 갈라줄 테니까.”
털썩.
강찬이 왼손을 묶었던 천을 자르자 샤흐란이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중국인 둘이 뒤 허리춤에서 곱게 접힌 비닐을 꺼내 펼친 다음, 샤흐란을 그 안에 담았다.
그때 문앞에 있던 갱이 다가 와 전화기를 건넸다.
“보스께서 직접 통화를 원하신다.”
강찬은 건네받은 전화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귀에 가져갔다.
“알로?”
[“덕분에 망신을 덜었군.”]
“두 가지 약속을 잊지 마.”
[“신사는 약속과 명예를 중시하지. 언제고 우리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으면, 연락하게. 자네 이름을 알려줘.”]
강찬이 자루 안에서 꿈틀대는 샤흐란을 내려다본 후에 답을 했다.
“갓 오브 블랙필드.”
[“후후후. 이름 한번 거창하군. 어디에서든 그 이름을 대면 한번은 바라는 바를 얻을 거다.”]
전화는 그것으로 끝났다.
총을 들었던 키가 큰 갱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우린 이만 가겠다.”
“샤흐란을 왜 꼭 데려가겠다는 거지?”
“우리 파트너들의 체면도 챙겨줘야 하니까.”
갱은 강찬의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목이 거래와 입금에 대해 고맙다고 전하라더군. 원하는 대로 공트는 스미든을 한국 지사장으로 발령낼 거다.”
말을 마치자 중국 깡패 하나가 나직하게 지껄였다.
“감명 깊은 장면과 거래에 감사한다는군. 언제고 한번 방문했으면 싶다고 하고.”
“내 눈에 띄면 죽여버리겠다고 전해.”
갱이 픽 하고 웃더니 중국말로 답을 했다.
상대가 만족한 듯 웃으며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봐서 듣기 좋은 말을 전한 모양이었다.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강찬도 아는 사실이었다.
문앞에 있던 갱이 쟈켓을 벗어 강찬에게 주었다.
오른쪽 어깨가 피투성이여서 받았다.
뒷목에 샤넬 로고가 확실하게 찍혀 있었다.
중국 깡패 하나가 손가락을 튕기자 밖에서 커다란 세탁물 수레가 방으로 들어왔다.
놈들은 아직 꿈틀대는 샤흐란을 비닐 자루째 담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곧바로 나갔다.
“가자. 스미든.”
강찬은 침대의 얇은 면 이불로 스미든을 덮어주고 그의 휠체어를 밀었다.
***
지하로 내려가자 앰블런스 앞에 서도석이 기다리고 있다가 강찬을 맞았다. 이동식 간이침대에 스미든을 눕혀 올린 다음 서도석은 전화기를 강찬에게 건네주었다.
“광택이 형님께서 마지막 선물이라고 전하라십니다. 옛날 번호 그대로입니다.”
강찬이 말없이 바라보자 서도석이 말을 이었다.
“일본 애들과 중국 애들 자연스럽게 처리하게 해줘서 고맙다고 하셨고, 이거 거절하면 학교로 찾아가신다고.”
강찬이 피식 웃으며 전화기를 받았다.
“뒤처리가 많겠다.”
“아침에 그 층을 비우는데 들어간 비용이 입금되었습니다. CCTV와 청소만 하면 끝납니다.”
“다음번엔 아는 척하지 말자.”
서도석은 못 들은 척 커다랗게 허리를 숙였다.
“안녕히 가십시오, 형님.”
강찬은 엠블런스 뒷자리에 올랐다.
차가 서서히 움직였다.
“나 이제 어떻게 살면 좋겠수?”
“갱들이 쓴 주식값으로 700만 유로 보냈으니까 아직 300만 남았다.”
“그거 대장하고 다예루가 나누쇼. 전 가진 주식만 1,200만 유로는 될 거요.”
“내가 그 돈을 받을 거 같냐?”
“그냥 좀 보상금이라고 생각하쇼. 저도 주식 대충 처분해서 좋은 곳에 쓸라우. 한국 지사장이면 월급이랑 차는 나올 거 아니오?”
그건 그렇다.
“병원에 오래 있어야 할 테니, 당장 돈이 좀 필요하우.”
“알았다.”
모퉁이를 도는지 몸이 한쪽으로 쏠렸다.
“한국에서 살게 될 줄은 몰랐수.”
“안 내키면 다른 곳으로 나가. 어디 경치 좋은 휴양지를 가든, 아니면 여자가 득실거리는 곳을 가든 해.”
붕대 사이로 스미든이 빼꼼히 강찬을 보았다.
“여기서 살 거요. 당분간은 대장과 다예루 곁에 있어 볼라우.”
강찬은 대꾸하지 않았다.
***
병원에 도착해서 스미든을 병실에 눕힌 후, 강찬은 우선 치료를 받았다.
“정말 우리 병원 최대의 VIP요.”
유헌우의 말이 아니어도 이젠 입구의 경비와도 얼굴을 익히게 생겼다. 그래서 옷을 좀 사다 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여기 병원이요!”
“고객 서비스 좀 하세요.”
강찬은 석강호의 방으로 들어갔다.
“힘드셨소?”
“응.”
“그럴 땐 담배가 최고요.”
이놈과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둘이서 담배를 하나씩 물었을 때였다.
석강호가 뻣뻣하게 몸을 돌려가며 봉지 커피를 타서 강찬에게 건네주었다.
담배, 봉지 커피.
그다음, 강찬은 호텔에서 있었던 일들을 천천히 들려주었다.
“씨발놈. 옆구리 갈라지는 장면을 봤어야 하는데. 그 새끼 피도 빨갛습디까?”
강찬은 너털웃음을 웃으며 석강호를 빤히 보았다.
“통쾌할 줄 알았더니 기분이 별로다.”
“술이나 한잔 하러 갈라우?”
“에라이. 내가 지금 네 술 시중까지 들어야겠냐?”
“얼래? 커피도 마시는 거 보면 모르겠소? 내가 알아서 다 먹어요. 내가 이래 봬도 김밥도 먹은 사람이요.”
둘이 ‘푸흐흐.’하면서 웃었다.
“머리가 좋아지셨소.”
커피를 마시던 강찬은 눈만 돌려 석강호를 보았다.
“세흐토 브니므와 협상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중국과 일본 애들까지 이용할 줄은 몰랐소.”
“작전에선 교신이 안 되는 게 제일 엿 같잖냐. 아침에 샤흐란 새끼가 아무래도 그놈들하고 연락할 것 같더라고. 거기다 세흐토 브니므에서도 그들과 거래를 마무리 짓고 싶어 하니까 얻을 거 얻고, 줄 거 준거다.”
강찬의 대답을 석강호가 히죽 하는 웃음으로 받았다.
“잘했소. 덕분에 뒤통수 걱정하지 않아도 돼서 그게 제일 좋수.”
“300만 유로가 남았는데 스미든이 너랑 나랑 반반씩 놓아 가지란다.”
석강호가 눈을 끔벅였다.
“왜?”
“그게 한국 돈으로 얼마요?”
“글쎄. 음. 대강 40억 위아래 되지 않겠냐?”
“그럼 교통사고 보상금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거요?”
강찬은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그래라. 어차피 병원비랑 많이 나올 테니까 적당히 쓰고 나머지는 좋은 일 하는데 넣자.”
“그럽시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 석강호가 고마웠다.
“참! 마누라한테 올지 모르는데 나중에 오라고 해야겠수.”
“전화했었냐? 걱정할 텐데 뭐하러 그래.”
강찬이 기분 좋게 웃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냥 있어요. 나중에 오라고 전화하려고 말한 거요.”
“됐다. 어제도 제대로 못 자고 해서 그렇지 않아도 좀 쉬고 싶던 참이다.”
강찬은 한 번 더 웃어주고 석강호의 병실을 나왔다.
경비실에서 옷을 받아 갈아입고 병원을 나왔다.
쉬고 싶었다.
집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탈까 했는데 빌어먹을, 주머니에 돈이 한 푼도 없었다.
“쯧!”
걸어가야 했다.
어제와 오늘의 살벌함을 삼켜버린 도시는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40분쯤 걷자 아파트가 보였다.
강찬은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골랐다.
‘어떻게 할까?’
적어도 결정을 내리고 집에 들어가고 싶었다.
아파트 문을 열기 전에, 유혜숙을 만나기 전에, 이 모습을 받아들일 것인지, 과거의 모습을 찾으러 떠날 것인지를 결정해 놓고 싶었다.
강찬은 물끄러미 하늘을 보았다.
몸뚱이의 원래 주인은 뭐라고 말을 할까?
유헤숙을 엄마로, 강대경을 아버지라 불러도 괜찮은 건가?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
그리고 당장은 쉬고 싶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강찬은 쓰게 웃었다.
유혜숙을 보고 싶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유혜숙은 현관 앞에 있었다.
“힘들었구나, 우리 아들.”
현관에서 신을 벗으며 고마웠다.
계약의 기쁨보다 강찬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얼굴이.
“아버지 계약 잘 되셨다면서요?”
강찬이 활짝 웃었는데도 유혜숙은 이상하게 눈물을 달았다.
“응. 아들이 다 한 거라고 사실, 아빠, 계약 끝나고 울면서 전화했었어. 몇 년 만인지 몰라.”
“아버지가 다 하신 거라니까요.”
“고마워, 아들. 사랑해.”
유혜숙이 팔을 벌려 안아주었다.
요 며칠의 힘든 것들이 천천히 녹아내렸고, 이상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