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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그러니까 어쩌자구?
스미든의 말을 듣고 나자 얼추 앞뒤가 풀렸다.
강찬은 석강호가 탄 휠체어를 끌고 스미든의 병실을 나섰다. 그리고는 복도에서 일제히 있어선 깡패 중 하나를 보았다.
“광택이한테 전화 좀 넣어.”
“예, 형님.”
방으로 돌아온 석강호는 목을 부여잡고 신음을 쏟아낸 뒤에야 침대에 앉았다. 등 쪽을 세워 놓아서 대화하기 훨씬 편했다.
“집엔 연락 했냐?”
“내일 지나서 할 생각이오. 당장 달려오면 복도에 저 깡패들을 뭐라고 설명할 거요?”
“가해자라고 그래.”
“에헤이. 우리 마누라는 쟤들 멱살 잡고 합의금 따질 여자라니까요.”
석강호가 복도 쪽을 흘겨볼 때 깡패 한 놈이 전화기를 들고 들어왔다.
“나다.”
[“야! 어떻게 된 거야!”]
“시청 앞 호텔하고, 반포 호텔에 중국 애들하고 일본 애들이 있단다. 그놈들이 마약을 사기로 한 놈들이란다.”
[“일본하고 중국? 이것들이 거창하게 노네. 조직 이름은 모르고?”]
“그건 모르겠다.”
[“몇 놈인지도 몰라?”]
“열 놈씩 왔다더라.”
[“그 정도 인원이면 금방 파악되겠다.”]
“내일 오전에 남산 호텔 방이 하나 필요하다.”
[“그건 내가 도석이 시키면 되고.”]
“병원에 있을 거니까, 이 번호로 연락해.”
[“알았다.”]
전화기를 넘겨받은 깡패가 공손하게 인사한 후에 방을 나섰다.
세상의 모든 악과 맞서 싸울 것이 아닌 다음에야 마약 조직이라고 해서 굳이 싸우고 싶지는 않았다.
샤흐란만 잡는다.
“안 가쇼?”
그런데 석강호의 뜬금없는 질문이 날아들어서 강찬은 뭔 소린가 했다.
“가서 짱개랑 단무지, 두들겨야 할 거 아뇨?”
너무 쉽게, 그리고 무척이나 자신 있게 지껄이는 석강호의 말을 들으며 강찬은 가슴이 서늘하게 식었다.
“다예.”
석강호가 얼굴을 굳히며 강찬의 눈치를 살폈다.
“너 설마 내가 저 새끼들 쭉 끌고 가서 싸울 거라고 생각한 거냐? 장소가 그래서, 자칫 하면 억울하게 죽은 놈들 복수를 못 할 거 같아서 손을 벌리긴 했다. 그 대가로 한 번쯤 깡패 새끼들 싸움에 끼어드는 것까지 감수할 각오였으니까. 그런데 대놓고 형님이라 부르는 것도 거슬려 죽겠는 나보고 아예 끌고 다니며 싸우라는 거냐? 그런 거야?”
석강호는 이제야 아차 하는 얼굴이었다.
“거기까지는 생각 못 했습니다.”
강찬은 잠시 석강호를 보다가 담배를 꺼내 하나씩 나눠 물었다.
“중심 잡자. 너 이렇게까지 되면서 끝까지 둘이 싸운 이유가 그거였잖아. 공트와 계약이 체결되면 아버지께 부탁해서 호텔에서 쓴 돈, 병원비 모두 지불할 생각이다. 안 그러면 너랑 나도 깡패 새끼들 등에 업고 설치는 병신 놈들하고 다를 게 없어. 지금도 마찬가지다. 널 지키기는 해야겠고, 내가 계속 있을 수 없어서 쟤들 힘을 빌리지만, 적어도 끌고 다니며 함께 칼질을 할 수는 없는 거야.”
“알았습니다.”
강찬은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두잔 타서 석강호에게 건네주었다.
“샤흐란은 절대 네 말처럼 쉽게 무너질 놈이 아니야. 그 뱀 같은 놈이 스미든의 주둥이를 믿을 것 같냐? 틀림없이 저 새끼가 주절댈 것까지 계산했을 거다. 그러니 어설프게 달려들었다간 이쪽이 당해.”
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이려던 석강호가 눈을 부릅떴다.
미련한 새끼. 목이 돌아간 놈이 고개를 끄덕인 거다.
강찬은 그만 풀썩 웃고 말았다.
그때 병실 문이 열리더니 깡패가 들어왔다.
“광택이 형님 전홥니다. 형님.”
철문을 열고 나온 깡패 하나가 전화기를 건네주었다.
[“찾았다. 얘들은 내가 알아서 하마. 이 개새끼들이 남의 집 마당에서 멋대로 장사를 해?”]
“오광택.”
[“왜!”]
강찬은 한순간 고민했다.
그러나 할 말은 해야 했다.
“어설프게 끝내서 내일 내 앞에 나타나게 할 거면 지금 말해라.”
[“그건 또 무슨 뜻이냐?”]
“너도 관계란 게 있으니까 무조건 두들길 순 없을 거 아냐? 그런 거라면 지금 빠지라고.”
[“허! 이, 씨발.”]
감정이 뒤틀렸는지 느닷없이 건너온 오광택의 대꾸가 도발처럼 들렸다.
[“너 내가 편하게 대해주니까 너무 만만하게 보는 거 아니냐? 적당히 까불어. 봐주는데 한계가 있어.”]
피식.
그래. 이래야 깡패답지. 하마터면 정들 뻔했었다.
강찬은 이 기회에 선을 그어두기로 했다.
“오광택. 가게 좀 비워주고 병원에 실어다 달라니까 나도 너한테 대가리 숙였으면 싶어? 그깟 가게 문 안 닫았어도 나나 석강호는 다르지 않았어, 이 개새끼야.”
“너, 이 새끼!”
“여기까지다. 약속한 대로 부탁 한 번은 들어준다만 그 외에 내 눈앞에 띄지 마라.”
강찬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런 다음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분위기를 눈치챈 석강호가 억지로 몸을 틀며 침대에서 다리를 내렸고, 옆에서 기다리던 깡패가 긴장한 얼굴로 강찬을 살폈다.
전화벨이 울렸으나, 강찬은 받지 않았다.
“나가. 그리고 밖에 애들 전부 데리고 병원에서 떠나. 오늘 도와준 게 있어서 너희랑 칼질하고 싶지 않으니까 좋은 말 할 때 들어라.”
강찬이 전화기를 건네줄 때 병실로 또 한 놈이 들어왔다.
“광택이 형님 전화입니다.”
강찬이 날카롭게 노려보자 다가오던 놈이 쭈뼛하고 자리에 멈춰 섰다.
“나가.”
깡패들이 나가자 강찬은 오늘 하루 휘청거렸던 모습이 한순간에 제대로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스미든을 잡겠다는 생각에 절대로 의지해서는 안 되는 깡패 새끼 손을 잡은 것부터 잘못이다. 인원이 부족해서, 석강호를 지키고 싶다고 해서 더러운 손을 잡아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깡패 두 놈이 조용하게 병실을 나갔다.
“병원은 안 나갈 거요?”
“여긴 저 새끼들 게 아니잖아. 병원비도 우리가 낼 거고. 거기다 스미든하고 나머지 세 놈을 어디로 옮기냐?”
석강호가 히죽 하고 웃는 모습이 강찬은 좋아 보였다.
“처음부터 짱개랑 단무지를 오광택이한테 넘길 생각이었소?”
에효! 이런 줄 모르고 똑똑하다고 놀라기까지 했다니.
“내가 미쳤다고 아무 상관도 없는 놈들하고 치고받겠냐? 생각 좀 해라.”
석강호가 감탄했다는 표정으로 강찬을 보았다.
이제는 정말 내일을 준비할 때였다.
“샤흐란이 스미든에게 필요한 건 두 가지다. 통장 비밀번호와 프랑스 갱에게 댈 핑계.”
“핑계라뇨?”
“저 새끼가 나랑 짜고 돈 빼돌리려다가 일 망쳤다고 해야지.”
“그런다고 샤흐란을 봐 주겠소?”
“기껏 통역해 줬더니 뭘 들은 거야? 통장에 있는 돈 건네주면 샤흐란은 살 수 있을 거라고 했잖아.”
“그럼 거지가 되잖소?”
“쯧!”
강찬은 짜증이 올라왔다.
“스미든이 가진 공트 주식을 고스란히 넘겨받겠지. 저 멍청한 새끼는 살아보겠다고 멋지게 서명할 거고.”
“정말 나쁜 새끼네.”
석강호의 깨달음에 강찬은 헛웃음까지 나왔다.
문제는 계약이다.
계약만 아니라면 오늘 밤이든, 내일 아침이든, 기회를 봐서 두들겨 버리면 그만인데 그놈의 미끼가 워낙 좋아서 함부로 움직이기가 어렵다.
‘개새끼가 그래서 따로 전무에게 전화를 했던 거구나.’
이제 와서 계약을 깨기도 어렵다.
강대경은 몰라도 유혜숙은 충격을 감당하기 어렵다.
‘절대로 조용히 끝내진 않을 텐데.’
정말 스미든만 넘겨주면 이대로 프랑스로 건너갈까?
그것도 문제다.
이미 이런 사이가 되었으니 프랑스에 간들 조용히 접근할 수가 있겠나. 당장 갱들이 기쁜 얼굴로 공항에 죽 서서 기다릴 판이다.
그때 간호사가 들어서는 바람에 강찬은 생각에서 깨어났다.
“주사 맞을 시간이에요.”
“끄응.”
“링거 줄에 놓을 거니까 그냥 계시면 돼요.”
엉덩이를 까려던 석강호가 계면쩍은 표정으로 자세를 잡았다.
정말 주사 한 방이다.
그런데 간호사가 나가자마자 석강호의 눈이 게슴츠레하게 풀렸다.
“나 졸립수. 대장도 좀 주무쇼.”
“걱정 말고 자.”
강찬이 레버를 돌려 침대를 눕혀 주었을 때 석강호는 잠이 들어있었다. 혹시 간호사가 독극물을 주사한 건가 싶을 정도였다.
잠든 석강호를 보며 강찬은 마음을 굳혔다.
생각이 많았다.
강대경과 유혜숙, 그리고 공트와의 계약까지 생각하느라고 전혀 강찬답지 않았다.
강찬은 병실을 나가 바깥쪽 계단으로 갔다.
밤인데도 더운 바람이 훅 달려왔다.
담배를 피워 물었다.
샤흐란의 일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인생을 결정할 생각이었다.
프랑스로 가서 과거의 강찬으로 살 것인지, 아니라면 석강호처럼 지금의 몸에 맞는 삶을 살 것인지.
어느 쪽이든 정해지면 충실한 삶을 살고 싶었다.
내 것이 아니라고 거부하기보다는 그에 맞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모두를 위해서 좋은 일이다. 아니라면 과감히 멀어지는 것이 옳다.
강찬이 생각을 정리하고 있자니 병원 앞으로 검은색 승용차가 줄줄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한눈에도 예사롭지 않은 등장이었다.
주차장에 선 차에서 양복을 입은 깡패들이 줄줄이 내렸고, 복도에 있던 놈들이 달려가 맞는다.
쉽지 않은 밤이었다.
강찬은 복도로 들어가 석강호의 병실 앞에 앉았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서고 계단으로도 깡패들이 줄줄이 올라왔다.
피식.
엘리베이터에서 가장 먼저 내린 것은 오광택이었다.
그는 굳은 얼굴로 몸을 일으킨 강찬의 앞으로 왔다.
두목을 하기에 충분한 눈빛이었다.
“강찬.”
“불편하면 넌 뒤로 빠져.”
오광택의 한쪽 얼굴이 찌그러졌다.
“하, 씨발 놈. 정말 끝이 없구나.”
뭐라 대꾸하기 애매한 말이었다.
“너 깡패하란 말 안 한다. 이번 일로 네 덕분에 강남 다 먹은 신세 갚았다고 생각하마. 대신 한 가지만 명심해라. 나도 빠꾸 없이 살았다. 그렇지 않았으면 이 자리 오르지도 못했어. 그러니까 앞으론 그런 걸로 내 자존심 건드리지 마라. 알았냐?”
강찬이 삐딱하게 바라보자 오광택이 볼을 한번 씹었다.
“이번에도 교통사고로 해. 병원비, 합의금 해서 선생님 퇴원할 때까지 전부 내가 책임지는 것으로 너랑 나랑 끝! 됐냐? 이 개새끼야?”
마지막 욕은 어딘지 소심하게 들렸다.
“애들 전부 아래층으로 내렸고, 복도에 두 놈은 둘 거다. 그리고 지금 가서 쪽발이하고 짱개는 죄 달아갈 거니까 그것도 걱정 말고. 알았어?”
“알았다.”
“잘 살아라. 공부 열심히 하고. 안 그러면 깡패 되는 거야.”
말을 마친 오광택이 잡아먹을 것처럼 강찬을 노려본 다음 몸을 돌렸다.
깡패 두목이다.
그런데 미안하고, 괜찮아 보이기도 했다.
정신을 차릴 필요가 있었다.
***
석강호 병실의 빈 침대에서 3시간가량 자고 일어나자 몸이 한결 편했다.
간단하게 세수를 마친 강찬은 아쉬워하는 석강호를 남겨두고 스미든을 남산 호텔로 옮겼다.
병원 엠블런스로 움직였고, 호텔 지하의 화물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방으로 들어갔다.
17층 복도 가장 안쪽에 있는 스위트 룸.
커다란 거실과 안쪽에 침실, 그리고 안과 밖에 별도로 화장실이 있는 구조였다.
간단하게 토스트로 아침을 때우고 강찬은 샤워를 했다.
몸과 마음이 개운해졌다.
옆구리를 만져보았는데 뻐근한 통증 외에 숨 쉬거나 몸을 비트는 데는 별 이상이 없었다.
“정말 둘만 있는 겁니까?”
스미든은 은근히 겁이 나는 모양이었다.
“전쟁터도 누볐던 놈이 왜 그래?”
“몸뚱이가 이래서 전쟁에 나서본 적이 없잖소?”
“걱정할 것 없어.”
뉴스 좀 보고, 커피 한 잔 느긋하게 즐기고 나니 오전 9시였다.
강찬은 방에 있는 전화기를 들어 샤흐란이 있는 방으로 메모를 전해달라고 했다.
5분쯤 지나자 전화벨이 울렸다.
“알로?”
[“강찬?”]
샤흐란이었다.
“1701호. 확인하고 싶으면 혼자 와.”
[“그랬다가 내가 당하면?”]
“우린 계약이 절실해. 그런데 다른 짓을 하겠나?”
[“그렇기도 하군.”]
“계약 끝나고 변호사가 아무 이상 없다고 확인하는 순간, 스미든을 넘겨주겠다.”
[“거래는 공평해야지. 계약이 끝났는데 스미든이 사라지면 어쩌라고 그러나?”]
“어떻게 해줄까?”
[“나와 한 명이 더 갈 거다. 내가 계약을 끝낼 때까지 그 친구가 거길 지킬 거야.”]
강찬은 잠시 뜸을 들였다.
“좋다.”
[“10분 뒤에 방으로 가마.”]
전화를 끊자 스미든의 목젖이 크게 움직였다.
“정말 자신 있소?”
“내가 누구냐?”
스미든이 입을 꾹 다물었다.
TV에서 오늘도 무척 더운 날이 되리란 예보가 흘러나왔다.
딩동.
벨이 울렸다.
강찬이 문앞의 유리로 확인하고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샤흐란이 뾰족하게 휜 코를 앞세우고 방으로 들어섰다. 그의 뒤로 검은 정장 차림의 사내가 있었다. 하얀 피부에 노란 머리였는데 키가 무척 컸다.
샤흐란이 강찬과 스미든을 번갈아 보았다.
“이건 무슨 짓이지?”
“보시다시피 부상이 심해서.”
샤흐란은 강찬의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붕대를 풀어, 스미든.”
“팔을 찔려서 움직이지 않아요.”
샤흐란이 날카롭게 시선을 던졌을 때 강찬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저걸 풀어봐.”
하얀 피부의 갱이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다가가서 스미든 얼굴의 붕대를 풀어냈다. 중간에 스미든의 신음이 터져 나왔으나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한참 만에 붕대를 다 푼 갱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때는 샤흐란도 꽤나 놀란 모양이었다.
스미든의 얼굴이 온통 찢어지고 갈라진 데다 죄 멍투성이고, 무엇보다 오른쪽 동자가 텅 비었다.
“왜 이렇게 된 거지?”
샤흐란이 강찬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동료를 팔아먹은 대가치곤 가벼운 것 아닌가?”
“장난은 그만두는 게 좋아. 여기서 내가 스미든을 바로 데려갈 수도 있어.”
“그렇게 되면 지하에서 엄청난 인원이 올라올 거야, 샤흐란. 그러니 이쯤하고 내려가서 계약을 마무리하고 왔으면 좋겠어.”
샤흐란이 턱짓으로 강찬을 가리키자 갱이 품에서 택티컬 권총과 소음기를 꺼내 조립했다.
“하기야 네가 누구든 우린 스미든만 데리고 가면 그만이다. 그러니 계약을 마치고 올 때까지 얌전히 있어라.”
“좋으실 대로.”
“나머지 세 명은?”
“스미든이 가고 나면 나한테는 짐이야. 풀어줄 테니 데려가든 버리든 알아서 해.”
샤흐란이 방을 나서자 갱은 구석에 있는 원탁 탁자 앞의 의자에 앉았다.
“이놈 붕대나 감아주자고.”
갱이 강찬을 향해 총구를 까딱였다.
가까이 가지 말고 떨어져 앉으란 뜻이었다.
“이봐. 어차피 데리고 나가려면 감는 게 좋아. 저 몰골로 나가다가 다른 사람들이 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갱이 불쾌한 얼굴로 강찬을 노려보았다.
강찬은 천천히 움직여 갱이 풀어낸 붕대를 잡아 스미든의 얼굴을 감아주었다. 강찬이 붕대를 다 감았을 때는 9시 40분쯤이었다.
“저기 앉아도 되지?”
강찬이 턱으로 소파를 가리키자 갱이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 소파로 걸어간 강찬은 탁자에 놓인 보온병에서 커피를 따라 한 모금 마셨다.
중국의 독특한 음식에 관한 TV 프로그램을 보고 있자니 10시였다. 그리고 잠시 후, 강찬이 마지막 커피 한 모금을 모두 마시고 나자 방의 전화벨이 울렸다.
갱이 턱짓을 했다.
“여보세요?”
[“계약은 무사히 끝났습니다. 변호사 확인했고, 샤흐란이 위로 올라갑니다.”]
서도석이었다.
강찬은 전화를 끊었다.
“계약이 완벽하게 끝났다는군.”
갱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강찬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