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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잘 되신 거죠?
스미든의 방에서 나온 강찬은 전화기가 없어진 것을 알았다. 클럽에서 싸우는 와중에 빠진 모양이었다.
“광택이 연결 좀 해 봐.”
“예, 형님.”
싸움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기고 본다.
깡패 놈이 공손하게 건넨 전화를 강찬이 받았다.
[“무슨 일이야? 너 외국어도 해?”]
신기하고 기가 막힌 오광택의 심정이 음성에 그대로 담겨있었다.
강찬은 다른 깡패들을 피해 구석으로 걸음을 옮겼다.
“남산 호텔에 마약 샘플이 있단다. 아는 거 있냐?”
[“뭐?”]
혹시 이 새끼가 마약을 사는 놈?
강찬은 날카롭게 복도에 선 놈들을 보았다. 한순간에 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똑바로 말해 봐. 남산 호텔에 마약이 있다고?”]
“샘플!”
[“그게 그거지! 어떤 새끼들이야? 어떤 개새끼들이 남의 업장에서 허락도 안 받고 지랄들을 한다는 거야?”]
살짝 안심은 되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야! 어떤 새끼야? 어떤 씨발 놈이냐구!”]
“프랑스 놈 셋이 샘플을 가지고 있단다. 그럼 사는 놈이 있다는 뜻이잖아.”
[“그 새끼들은 모르고?”]
“내 말을 듣기는 하냐? 모른다니까. 그리고 저놈들, 세흐토 브니므 라고 프랑스 깡패인데 두 놈이 총을 가졌단다.”
[“쎄이토?”]
마치 일본 조직 이름처럼 들렸다.
“오늘 끝장 볼 생각이다. 내가 불러낼 테니까 적당한 장소 좀 알아봐라. 나올 거 같긴 한데, 아니라면 호텔로 갈 생각이다.”
[“야! 클럽도 겨우 무마했다. 그나마 지금 문을 열어서 다행이지, 아니면 개고생할 뻔했어. 밖으로 끌어내자. 남양주 강가에 조용한 별장 있으니까 그리로 해. 내가 병원이랑 호텔에 차 보내놓을 테니까 그거 이용하고.”
“알았다. 그리고 프랑스 놈들 만만한 놈들 아니니까 잘 생각해라. 걔들이 복수하려고 마음먹으면 일 커진다.”
[“지미! 내 바닥에서 고갤 숙이라구? 까는 소리 말고 필요한 거 있으면 뭐든 애들 시켜. 나도 움직일 테니까. 어디로 가? 호텔? 아니면 남양주에 가 있어?”]
당장은 빠지란다고 말을 들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네. 어떤 놈이든 마약 거래하면 내 귀에 안 들어올 수 없는데? 뽕쟁이 새끼들을 한번 뒤져 봐야 하나?”]
“복잡하게 하지 말고.”
[“알았다. 일단 어디로 갈 건지 정해지면 알려줘.”]
전화를 끊은 강찬이 고개짓을 해서 깡패 한 놈을 불렀다.
“호텔 번호 좀 알아와.”
“제가 압니다, 형님.”
얼추 10시쯤 되었다.
깡패 놈이 재빠르게 번호를 누른 후, 전화를 건네주었다.
[“남산 호텔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1901호, 샤흐란씨 통화 부탁합니다. 강찬이라고 전해 주세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통화 대기음이 들렸다.
‘받아라, 샤흐란.’
[“알로.”]
샤흐란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샤흐란씨 부탁합니다.”
[“전화받기 곤란합니다. 내용을 알려주면 전달하지요.”]
일이 조금 틀어진 느낌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메모 부탁하죠. 적을 준비 됐습니까?”
잠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샤흐란이 정말 없나?
“방크 스위스, 마약, 그리고 갓 오브 블랙필드가 기다린다고 전해 주세요.”
전화기 건너편에서 답은 없었다.
강찬은 그대로 전화를 꺼 버렸다.
앞에 서 있던 놈이 묘한 표정으로 강찬을 보고 있었다.
이 새끼들은 프랑스어만 뱉어내면 급격하게 존경하는 눈빛을 한다.
“서도석이 번호 알아?”
“예? 형님?”
“남산 호텔, 서도석이 번호 아냐고?”
놈이 인명부를 찾아 통화버튼까지 누른 다음 건네주었다.
[“왜!”]
“나 강찬이다.”
[“서도석입니다. 형님.”]
건방지던 목소리가 삽시간에 공손해졌다. 이것도 재주다.
“샤흐란이라고 프랑스 놈, 혹시 로비 주변에 있냐?”
[“스미든이라는 외국인의 행방을 찾는 사람이 클럽에 내려온 적은 있습니다.”]
“뭐라고 그랬어?”
[“클럽 영업 전에 들렀다가 나갔다고 했답니다.”]
“처음 함께 온 일행 중에 남은 놈이 몇이냐?”
[“확인하고 전화 드리겠습니다, 형님.”]
“이왕 알아봐 주는 거, 지금 샤흐란 놈이 어디 있는지, 혹시 오늘 방문한 놈들이 있는지, 있다면 그놈들이 누군지까지 알아봐서 이 번호로 알려줘. 참! 클럽에 내 전화기 안 떨어져 있던?”
[“알아보고 전화 드리겠습니다, 형님.”]
하기야 이 새끼가 직접 청소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것까지 알기는 어려울 일이다.
“담배 있냐?”
최근에 이상하게 남의 담배를 달라는 일이 잦았다. 이러고 라이터 안 돌려주는 게 제일 짜증 나는 일인데.
전화기를 건네준 강찬은 복도 끝의 철문을 열고, 바깥쪽 계단으로 나갔다.
찰칵. 찰칵.
“후우!”
후덥지근한 바람 중간에 선선한 기운이 섞여 있었다.
강남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강찬은 계단 난간에 걸쳐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석강호가 없어서 서운했다.
이래서 하루에 한 번은 밥이라도 같이 먹으려고 했었을까?
담배를 끄고 숨을 길게 내쉴 때, 문이 열리더니 깡패 한 놈이 서도석이라며 전화를 건네주었다.
“알아봤냐?”
[“샤흐란이란 프랑스 사람은 레스토랑에서 한국인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쪽 지배인 말로는 자동차 회사 관계자처럼 보인답니다.”]
서정모터스를 이 밤에 만나?
그럼 오전에 전화했을 때, 만난 놈들은 누구지?
[“그 외에 남은 외국인은 두 명인데 지금 레스토랑에 내려와 샤흐란이란 사람과 같이 있습니다.”]
조금 전에 남겨두었던 강찬의 메모를 전하기 위해 내려갈 수도 있었다.
“수고했다.”
[“참. 전화기는 찾지 못했습니다.”]
“알았다.”
이 정도면 스미든이 거짓말하지 않았다는 것은 확인됐다. 하기야 강찬이 어떤 성격인지 아는 놈이라, 평생 여자를 잊고 지낼 것이 아니라면 거짓을 섞지는 않았을 거다.
강찬은 전화를 끊고 잠시 짬을 두었다.
이제 승산은 이쪽에 있다.
“서도석이한테 다시 전화해.”
“예, 형님.”
놈이 공손하게 전화를 건네주었다.
[“왜! 바쁜데…….”]
“강찬이다.”
[“예, 형님.”]
하여간 재주다.
“그놈들 방으로 올라가면 바로 알려주고, 내가 밖으로 불러낼 거다. 시간 충분하니까, 그놈들 방을 싹 뒤져.”
잠시 머뭇거린 다음, 답이 나왔다.
[“방을 뒤지는 건 제힘으로 안 됩니다, 형님. 아마 광택이 형님이 시키셔도 어렵지 싶습니다. 사망이나, 장기 미납 투숙, 화재 같은 긴급한 상황에서만 가능합니다, 형님.”]
그럴 수도 있겠다.
“알았다. 그럼 방에 올라가는 대로 알려주라.”
담배 하나를 더 꺼내 반쯤 피웠을 때 전화가 왔다.
[“방으로 올라갔습니다, 형님.”]
“알았다.”
엘리베이터 타는 시간을 계산해서 강찬은 담배를 마저 피운 다음, 호텔로 전화를 걸었다.
[“알로?”]
샤흐란이었다.
“강찬이다.”
샤흐란은 잠시 말이 없었다.
“필요한 것 같아서 전화했는데 만날 생각 없다면 그만두지.”
[“스미든에게서 들은 모양인데 갓 오브 블랙필드의 말뜻도 모르면서 지껄여대지 말고 스미든이 어디 있는지만 알려다오. 그러면 이번 자동차 수입 독점권을 주마.”]
이건 뭐지? 혹시……?
샤흐란은 스미든이 배신한 것으로 오해하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다른 사람 몸으로 다시 태어났을 거라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이성적이긴 하다.
이럴 땐, 샤흐란에 맞춰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강유모터스는 계약금을 지불할 돈이 없어.”
[“그 점은 염려 마라. 50대분 계약금으로 깨끗하게 확정해 주마. 그러니 어설프게 더 끼어들지 말고 스미든이 있는 곳을 말해.”]
“계약 확정이 먼저야.”
[“이 건에는 네가 상상도 못 하는 조직이 끼어 있어. 그러니 재롱 그만 부리고 스미든이 있는 곳을 대.”]
“계약 먼저, 샤흐란. 한 마디만 다른 소리를 지껄이면 이대로 스미든은 영영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돼.”
샤흐란의 대꾸가 없자 강찬은 속으로 ‘아차’ 했다. 샤흐란은 이런다고 약해지는 놈이 아닌데.
‘쯧!’
성격이 그런 걸 어쩌겠나.
[“계약이 이루어진 다음에 스미든이 우리에게 넘어온다는 것을 어떻게 보장하지?”]
그런데 미끼가 워낙 좋았나 보다.
“아쉬운 것은 내가 아니야, 샤흐란. 방크 스위스의 돈이 적지 않던데?”
[“흠.”]
꽤나 깊은 신음이었다.
[“내게 전결권이 있더라도 계약을 공증하고 발표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런 변명은 샤흐란답지 않아.”
[“너는 정말 내가 예전에 알던 강찬 같구나.”]
이번에는 강찬이 입을 다물었다.
묘한 상황에서 굳이 ‘갓 오브 블랙필드’라고 말해봐야 스미든에게서 들은 말로 억지 부린다고 생각할 게 뻔했다.
[“스미든과 함께 있나?”]
“그렇지 않다면 블랙헤드니 방크 스위스를 어떻게 알겠나?”
[“알았다. 그렇다면 내일 10시까지 호텔 비즈니스 센터로 와라. 그곳에서 계약을 체결하고 마무리를 짓자.”]
샤흐란은 이런 면이 무섭다.
아무리 급해도 짚을 건 짚고, 뒤를 남기지 않을 계획이 없다면 함부로 나서지 않는다.
[“왜 대답이 없지?”]
내일 강대경에게 꼬리가 붙으면 유혜숙까지 위험해지는 것은 아닐까?
“알았다. 오전 10시. 비즈니스 센터.”
[“계약이 체결되기 전에 스미든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전화는 그것으로 끊겼다.
과연 샤흐란이다.
반대로 정말 먹음직한 미끼를 던져서 호텔로 스미든을 데려오게 만들었다. 의심은 가지만, 샤흐란이 포기하기에 천만 유로는 너무 큰 금액이고, 반대로 이쪽은 자동차 수입 계약이 절박했다.
벌써 10시 30분이다.
호텔로 스미든을 데려가는 것도 그렇지만, 계약 소식을 강대경에게 알리는 것도 급했다. 얼굴은 여기저기 멍이 들었고, 가슴엔 흉갑을 찬 데다, 오른손은 붕대를 감았다.
강찬은 할 수 없이 강대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저 찬이에요.”
[“찬이냐? 어디야? 왜 그렇게 전활 안 받아?”]
강대경은 화를 억누르는 음성이었다. 곁에서 “찬이에요?” 하는 유혜숙의 음성도 들렸다.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지금 들어올 거지?”]
“바로 갈게요.”
유혜숙의 건강이 예사롭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면 아마 오늘 밤은 집에 들어가지 않았을 거다.
계약 건만 전화로 알려주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강찬은 일단 집으로 가기로 했다.
내일 오전 10시까지 여유도 있다.
강찬은 우선 옷을 구해오라고 시키고, 먼저 서도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일 오전 10시, 비즈니스 센터 예약을 확인해 보고, 밖으로 나가거나 다른 방문객이 있으면 따로 연락하라고 알렸다.
물론 잊지 않고 오광택에게도 전화했다.
내일 10시, 호텔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그때 해결하겠다고 전했다.
전화를 끊고, 흉갑을 벗은 후, 급하게 사온 옷으로 갈아입고, 운동화까지 신었다.
***
강대경은 유혜숙이 누운 침대 곁에 있었다.
“아들 온단다. 됐지?”
기운이 빠져 힘이 하나도 없는 얼굴을 하고서도 유혜숙은 웃었다.
“아들이 그렇게 좋냐?”
“당신을 만나서 제일 감사한 일이 찬이를 얻은 거네요.”
강대경이 기가 막힌 표정으로 유혜숙을 보았다.
“하기야 찬이 낳을 때 보고 알았다. 혈액을 600팩이나 쓰고도 멈추지 않던 피가 찬이를 안아본 후에 멈췄으니까. 그때 의사 선생 기억나? 감동받아서 울먹이기까지 했잖아.”
“그 얘길 왜 또 꺼내?”
“나중에 찬이가 장가갈 때 다 말할 거네. 중환자실 앞에서도 죽기 직전까지 버티다가 아들이 깨어났다니까 피가 멈췄다고. 당신 솔직히 말해 봐. 그때 같이 죽을 생각이었지?”
“당신을 놔두고 어떻게 그래?”
“어이구! 입에 침이나 바르고 말해라.”
“미안해, 여보.”
유혜숙이 강대경의 손을 쓸어주었다.
“알면 털고 일어나. 당신 자궁근종 때문에 한 번만 더 출혈이 생기면 심각해진다잖아. 찬이를 봐서라도 당신이 독하게 마음먹어야지.”
유혜숙이 “그럴게.”라고 답을 할 때, 강대경의 전화가 울렸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여보세요?”
강대경이 의아한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
“예. 예. 예에?”
유혜숙이 무슨 일인가 해서 강대경의 표정에 집중했다.
“그게 정말입니까? 직접 확인하셨어요?”
믿기지 않는 모양으로 강대경은 재차 확인했다.
“변호사는요? 연락하셨고, 기자도? 내일 오전 10시요? 전무님. 정말 다 확인하신 거 맞지요? 통역이 잘못 알아들을 리는 없는 거구요? 프랑스 본사 확인은 해 보신 거죠?”
몇 번이나 더 확인한 강대경이 전화를 끊고는 멍한 얼굴로 유혜숙을 보았다.
“무슨 일이야? 왜 그래, 여보?”
“찬이 때문에 계약하는 거라고. 이번 50대분 계약금으로 앞으로 20년간 공트 자동차의 한국 내 독점권을 인정해 준다고 했대.”
“뭐어? 그게 무슨 소리야?”
유혜숙이 억지로 상체를 일으켜 침대 머리에 기대고 앉았다.
“여보? 그게 무슨 소리냐고?”
“찬이를 봐서 하는 계약이래. 공트 자동차에서 전에 보낸 계약금으로 앞으로 20년간 독점권 인정해 주겠다고. 그것도 쉬프만이 아니라 공트가 생산하는 전 차량 독점권을 준다고 했대. 전무가 흥분해서 어쩔 줄 모르더라고. 내일 기자들 앞에서, 10시에 계약하자고.”
“여보, 그게 정말이야? 진짜야?”
유혜숙의 눈에 눈물이 가득 올라 있었다.
“그걸 모르고, 내가 빨리 들어오라고 소리 지른 건가?”
“우리 아들, 밥도 못 먹고 힘들었으면 어떡해? 그 어린 애가 이 큰일 해내느라고 얼마나 마음 졸였을까?”
***
강찬이 아파트 입구에서 내리자, 태워다 준 깡패들이 기다리겠노라 했다. 그러라고 그랬다. 샤흐란이 알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강찬의 집 주소쯤 알아낸다. 내일 결판이 날 때까지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는 마음이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의 거울에 비친 강찬의 몰골은 흉했다.
스미든, 이 개새끼.
얼굴 윤곽이 틀어져 보였다.
석강호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샤흐란은 이미 틀어진 일이라 생각하고, 스미든을 데리고 프랑스로 돌아가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충분히 그럴 정도로 냉정한 인간이다.
‘여기서 덮고 잊어야 하나?’
대원들을 팔아먹은 놈은 확실히 알았다. 그런데 꼬리에 붙은 스미든만 두들기고, 샤흐란을 그냥 보낸다면 먼저 죽은 놈들이 뭐라고 할까?
때앵.
엘리베이터가 우선 집에 들어가라고 알려주었다.
강찬은 옆구리를 안고 숨을 조심스럽게 쉰 다음, 번호키를 눌렀다.
문을 열었을 때, 강대경과 유혜숙이 안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늦어서 죄송해요. 괜찮으세요?”
강대경과 유혜숙이 놀란 눈으로 강찬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폈다. 게다가 더 살필 것도 없이 오른손에는 붕대도 감았다.
“왜 이래? 어쩌다가 이렇게 다친 거야?”
“운동하다가 그랬어요.”
유혜숙이 울음을 달고 있어서 강찬은 먼저 강대경을 찾았다.
“전화받았다. 네 덕분에 계약하는 거라고 하던데.”
“전화가 왔었어요?”
“호텔에서 봤던 전무가 그러더구나. 내일 10시에 계약하기로 했으니까 나오라던데. 혹시 네가 안다던 그분이 도움을 주신 거냐?”
“그런가 봐요. 잘 되신 거죠?”
“아들.”
유혜숙이 말을 잇지 못하고 강찬을 안았다.
“왜 우세요?”
“혼자서 얼마나 마음 졸였을까를 생각하니까, 엄마 마음이 찢어지는 거 같아.”
“아버지가 하신 일이에요. 전 계약보다 어머니가 힘내실 게 더 좋아요.”
강찬은 유혜숙을 안아주었다.
따듯했다.
그리고 포근했다.
옆구리가 끔찍하게 아팠지만, 오늘 있었던 힘겨움이 눈 녹듯 녹아버리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