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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상상하지 못했던 일. 2
이런 고급 호텔에 뱀이 돌아다닐 리 없고, 석강호가 프랑스어로 표현했으니 분명 프랑스 갱을 의미한 것이다.
청부살인, 인신매매, 마약.
‘세흐토 브니므’는 돈이 되는 일은 뭐든 하는 프랑스 최대 조직이다.
놈들은 한눈에 식별이 가능했다.
왼손 엄지 바로 위쪽에 붉은 뱀을 그려넣는데 물감에 수은을 섞기 때문에 뱀 대가리가 흉터처럼 두껍게 떠올라서였다.
파리에서 한 번 싸워본 경험까지 있는 석강호다.
절대로 잘 못 볼 리 없는 일이었다.
그때 아프리카에 가지 않았다면 강찬도 뒤를 자신하기 어려웠던 놈들이다.
[“스미든 새끼를 지키는 모양이오. 세 놈이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오늘은 틀린 것 같소.”]
다예루도 당황한 음성이었다.
여기서 무리하면 석강호는 물론이고, 아무것도 모른 채 와인을 마시는 미쉘까지 다친다. 더구나 셋 모두 프랑스에 갈 일이 많은 삶이다.
[“클럽으로 가는 모양이오.”]
“알았다. 잠깐 생각 좀 하고 전화할게. 절대로 혼자 움직이지 마라.”
[“알았소.”]
놀라고 맥 빠진 음성이었다.
“무슨 일이야?”
흥분이 살짝 가라앉은 얼굴로 미쉘이 강찬을 살폈다.
아무리 아쉽더라도 이런 일에 함부로 끼워 넣을 수는 없는 일이다.
“오늘 담판을 지으려고 했던 스미든이 나타났는데 세흐토 브니므와 같이 있단다.”
잠깐 사이에 세 명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조직원을 사살했던 형사 아내의 목을 잘라 침대에 넣어 두고, 자녀들의 침대엔 팔과 다리를 남겼던 보복 사건이 워낙 커서 모를 수도 없었다.
8시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간이었다.
‘오늘 한다.’
오늘을 놓치면 내일은 샤흐란까지 한꺼번에 상대해야 하는데다 잘못하면 갱단이 더 나올 수도 있다.
강찬은 고개를 돌려 지배인을 찾았다.
“필요하신 것이 있으신가요?”
여 지배인이 빠르게 강찬에게 다가왔다.
“서도석이 이곳 상무라던데 불러줄 수 있나요?”
“전무님이세요.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지금은 직책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마음이 급해진 강찬은 자꾸만 시계를 봤다.
3분쯤 지났을 때 서도석이 급한 걸음으로 다가 와 커다랗게 인사를 했다.
“찾으셨습니까? 형님?”
강찬은 가능한 한 조용하게 말을 건넸다.
“클럽에 프랑스인 넷이 들어갔다. 다른 손님들 빼내고 내가 들어간 다음에 밖에서 문 잠가줄 수 있겠냐?”
서도석이 당황한 눈으로 강찬을 보았다.
의도를 파악하고 싶은 눈치였다.
“오늘 영업 못 할지 모른다.”
“광택이 형님께서 지분을 가지고 계시니 직접 통화를 한번 해주시는 게 좋겠습니다.”
강찬은 곧바로 전화기를 들었다.
번호가 그대로 남아 있어서 버튼만 누르면 끝이다.
‘빨리 좀 받아라.’
[“여! 강찬!”]
“시간이 없어서 용건만 말하마. 이곳 클럽, 오늘 문 좀 닫아주라.”
[“뭐? 지금 뭐라고 그랬어?”]
“클럽 하루만 닫자.”
오광택은 잠시 말이 없었다.
[“무슨 일이야? 그곳은 특급 호텔이라 영업을 못 하면 여러 가지로 꼬여. 다른 지분권자들과 문제도 있고.”]
“오광택. 내가 살아나면 네 부탁 한번 들어주마. 그러니까 오늘만 나 하자는 대로 하자.”
두 번째 침묵이 흐른 다음이었다.
[“정말 부탁을 들어줄 거냐?”]
수렁이나 늪에 발을 담그겠냐는 말처럼 들렸으나 강찬은 뒤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옆에 서도석이 있다. 바꿔 줄게.”
강찬이 전화기를 내밀자 서도석이 두 손으로 받아 귀에 댔다.
“예, 형님. 외국인 넷만 남기고 문을 잠그라십니다, 형님. 예? 형님? 알겠습니다, 형님.”
서도석이 다시 전화를 건네주었다.
“여보세요?”
[“원하는 대로 지시했다. 혹시 일이 커지면 문제 되니까 아예 우리 애들을 데리고 들어가.”]
솔직히 욕심이 덜컥 났다.
프랑스 갱을 상대해주기만 한다면…….
[“일단 도석이랑 동생 놈 데리고 가고, 내가 애들 보내주마. 한 삼십 분 걸릴 거다.”]
다른 손님이 하나도 없는 클럽에 30분이나 죽칠 스미든이 아니다. 게다가 서도석은 깡패라도 싸움을 타고난 놈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강찬은 차라리 마음이 편해졌다.
깡패에게 더 신세를 지느니 죽든 살든 석강호와 둘이서 해결하는 게 낫다.
“됐다. 그냥 문만 잠가주라.”
[“그건 이미 지시했다니까.”]
“고맙다.”
다른 말이 나오기 전에 강찬은 전화를 껐다.
“미쉘. 들었듯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서도석, 너는 가서 손님 내보내.”
“알겠습니다, 형님.”
서도석이 인사를 하고 몸을 돌린 다음이었다.
“걔들을 건드리면 죽어.”
미쉘이 제대로 겁을 먹은 얼굴이었다.
“여긴 한국이고, 이번 일이 잘 끝나면 난 프랑스 갈 일도 없어. 그러니까, 오늘 결판을 내야 돼. 괜히 나랑 같이 있는 거 보이면 좋지 않을 테니까 먼저 일어날게. 나중에 전화하자.”
강찬이 일어서려 할 때였다.
“그러지 말고, 차니. 차라리 우리가 가서 스미든이란 사람만 유혹해서 따로 나오게 하면 어때?”
저렇게 겁에 질린 얼굴로?
강찬은 씨익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흰 프랑스 가야 할 때가 있잖아.”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라 어쩌면 솔깃할 제안임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강찬은 미쉘에게 고개를 한번 끄덕여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산은 이미 마쳤습니다, 언제고 들러주세요.”
인사를 받을 시간조차 아까웠다.
석강호는 클럽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무섭게 가라앉은 얼굴로 보고 있었다.
강찬은 우선 그가 앉은 테이블로 갔다.
완벽하게 독이 오른 얼굴이었다.
“내일이면 샤흐란은 물론이고, 갱단 애들도 더 나올지 몰라. 그러니 오늘 승부 내자.”
석강호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강찬을 보았다.
“다른 손님들은 어쩌려고 그러쇼?”
“다 내보내고 문을 잠그기로 했다.”
“알았소. 갑시다.”
답과 동시에 둘이 비슷한 모습으로 웃었다.
“아차!”
그런데 석강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칼을 차에 두고 왔소.”
염병.
어째 시작부터 꼬이더라니.
“갔다 오려면 5분, 10분 걸릴 거요.”
석강호의 잘못이 아니다.
클럽을 비울 것은 애초에 계산에도 없었다.
“일단 가자. 가서 여기 서도석이란 놈에게 부탁하자.”
프랑스 갱단이 총질을 잘할지 몰라도 격투는 한 수 떨어진다. 예전에 다예루가 총을 꺼내기 직전에 쓰러트린 놈들이 여섯이니 해볼 만도 했다.
계산이 필요 없다는 지배인의 손짓이 고마웠다.
커피 한 잔 값이 문제가 아니라, 시간을 벌어준 것이 고마워서였다. 지하의 입구에서 투덜거리며 올라오는 젊은 여성 두 명과 마주쳤다.
“다예. 세 놈을 먼저 치자. 우리 정체를 모르니까 방심할 때 기습하는 게 가장 좋아.”
“알았소.”
심장을 쿵쿵거릴 정도로 요란한 음악이 울리는 입구에 서도석이 서 있었다.
인사하지 말라는 뜻으로 강찬은 짧게 고개를 저었다. 자칫 스미든이 보면 경계심만 높이는 꼴이다.
손님이 들어오기 아직 이른 시간이다.
DJ 박스 앞으로 공간, 그리고 둘러서 좌석이 있었다.
스미든은 입구의 왼쪽 자리에 앉아 작은 병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강찬은 곧바로 스미든을 향해 걸었다.
번득이는 눈빛을 풀어야만 했다.
그리고 강찬과 스미든의 시선이 딱 마주쳤다.
씨익.
스미든이 웃는 순간, 갱 셋이 강찬과 석강호를 보았다.
깊게 들어간 눈과 살짝 휜 코.
겉으로 봐서는 총잡이인지 칼잡이인지 구분이 되질 않았다.
“무슈 강!”
“이곳에 계셨어요?”
그럼, 그렇지.
스미든이 강찬의 뒤를 살폈다.
“미녀 셋을 데리고 오기 전에 자리 잡으러 왔지요. 보시다시피 숫자가 한 명 부족해서요. 함께 하시겠습니까?”
스미든이 손을 내밀어 의자를 가리켰다.
강찬과 석강호가 마주 보고 앉게 되었다.
빈자리가 그것밖에 없어서였다.
강찬이 어제 그랬던 것처럼 석강호도 감정을 조절하려 애를 쓰는 얼굴이었다.
“맥주?”
“그러죠.”
주문을 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던 스미든이 의아한 시선과 함께 고개를 갸웃했다.
강찬도 갱 셋도 스미든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는데 늘씬한 몸매의 긴 생머리 여성을 서도석이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보였다.
입구가 뒤에 있는 터라 갱 셋은 거의 상체를 돌렸다.
순간, 강찬은 석강호를 보았다.
‘지금이다!’
그리고는 탁자에 놓인 맥주병을 잡아 그대로 한 놈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퍼석!
그와 동시에 석강호도 다른 병으로 바로 옆 놈의 머리를 때렸다.
퍼석!
콰다당.
스미든이 탁자를 발로 차고 그 반동으로 몸을 뒤로 뽑았다.
푹. 푹. 푹.
강찬은 뒤통수를 갈겨 준 갱의 겨드랑이와 턱 아래쪽을 깨진 병으로 연달아 찔러버렸다.
퍽. 퍼억. 퍽.
석강호가 마무리를 하는 순간에 남은 갱 하나가 그의 얼굴과 턱, 그리고 옆구리를 세차게 가격했다.
콰다당.
석강호가 찌르던 갱과 뒤엉켜 바닥으로 굴러떨어질 때 강찬은 남은 갱을 향해 달려들었다.
퍼억. 퍽. 퍼버벅.
갱은 강찬의 공격을 손날로 막는다.
용병 격투술의 기본을 안다는 의미다.
그러나 재능이 있거나 능숙한 솜씨는 아니었다.
퍼억. 퍽. 퍽. 퍽.
달려들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놓치면 상황이 나빠진다.
콰다당.
갱이 의자를 뿌리며 뒤로 빠져나갈 때,
“개새끼!”
석강호가 욕이 뱉으며 스미든에게 달려들었다.
퍼억. 퍼억. 퍼억. 퍼억.
무식한 놈들답게 줄곧 두들기는 싸움이었다.
쩌억.
강찬은 볼을 얻어맞는 순간, 주먹을 갱의 턱에 꽂아 넣고, 연달아 팔꿈치로 코와 볼 사이를 세차게 찍었다.
콰직.
이 정도면 무조건 뼈가 함몰된 게 맞다.
털썩.
의외로 수월하게 갱 셋을 해치웠다.
그러나 스미든을 노리고 몸을 돌린 강찬은 움직이지 못했다.
코와 입이 피범벅인 석강호를 스미든이 뒤에서 안은 채로, 턱과 정수리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
저기서 스미든이 힘을 주면 석강호는 죽는다.
어디를 어떻게 얻어맞았는지 눈이 풀려서 흰자위가 하얗게 올라와 있었다.
“계약을 위해 이런 것은 아닐 테고?”
스미든도 왼쪽 눈과 입술이 찢어져 피가 번져 나온다.
음악은 벌써 꺼졌다.
어둑한 조명 아래에서 강찬은 눈빛을 숨기지 않았다.
스미든이 제 목을 좌우로 목을 틀어댔다.
자신 있는 싸움을 앞두었을 때 보이는 특유의 버릇이다.
“스미든. 내 이름을 듣고도 몰라?”
스미든이 묘하게 웃는 얼굴로 강찬을 보았다.
“이름은 알지.”
“어떻게 살아났지? 대원들을 배신한 게 너냐?”
믿을 수도 없고, 믿기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안 믿기나 보지? 네가 잡고 있는 게 다예루다. 어때? 이건 좀 믿을만해?”
이번 말은 충격이 컸던 게 분명했다.
강찬이 천천히 다가가자 스미든이 둘 걸음을 물러났다.
“누구냐? 도대체 정체가 뭐야?”
조금은 정신이 들었는지 스미든이 눈을 번들거렸다.
“나를 몰라? 강찬이라니까. 네놈이 뒈질 것 같은 얼굴로 매달렸던 갓 오브 블랙필드, 강찬.”
“어떻게?”
번들거리던 놈이 금세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저어댔다.
하기야 받아들이기 어렵겠지.
“죽은 놈들이 억울해서 날 떠밀었나 보지. 배신자의 대가리를 꼭 비틀어달라고.”
강찬은 말을 하는 동안, 계속해서 스미든에게 다가갔다.
놈은 완력이 대단하다.
석강호가 정신을 차리든가, 한 번에 달려들어 막아주지 못한다면 놈은 반드시 석강호의 목을 부러트릴 거다.
“어쩐지 한국엔 오기 싫더라니까.”
그런데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처럼 스미든의 눈빛이 독해졌다.
“이번엔 반드시 죽여주마.”
강찬은 천천히 스미든에게 다가갔다.
이렇게 되면 석강호를 위해서라도 빨리 승부를 지어야 했다.
“옛날하고 다를 것 같은데?”
그때 석강호가 의식을 차린 것처럼 고개를 짧게 털었다.
멍청한 놈, 그냥 신호만 했어야지.
스미든이 목을 비트는 순간, 강찬이 스미든을 덮쳤다.
으드득. 퍽.
“큭.”
콰다당.
강찬이 엄지로 눈을 찌르는 바람에, 석강호가 탁자와 함께 넘어갔다.
퍽. 퍼억. 퍽. 퍽. 퍽.
스미든은 쓰러지지 않았다.
정신없이 손이 오갔다.
퍽. 퍽
‘크윽.’
엄지로 겨드랑이를 찍는 순간, 스미든의 주먹이 강찬의 옆구리에 박혔다.
숨이 턱 막혔다.
퍽. 퍽. 퍽.
그러나 틈을 주면 죽는다.
강찬은 왼손 팔꿈치로 스미든의 턱을 세 번이나 때렸다.
퍽. 퍽. 퍽. 퍽.
힘과 스피드가 달렸다.
그래서 스미든은 쓰러지지는 않았다.
놈은 왼쪽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하면서도 연속해서 강찬의 목과 명치를 노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몇 번이나 때리고 맞았다.
강찬은 주먹을 뻗는 척, 팔꿈치를 세차게 후렸다.
턱. 퍼억. 퍽.
스미든은 턱을 포기한 채, 강찬의 옆구리를 때렸다.
퍼버버버벅.
여기가 승부처다.
물러나는 순간, 공격을 멈추는 순간, 죽는다.
삽시간에 목과 명치, 옆구리를 때렸고, 역시 맞았다.
중간에 손이 겹쳐서 다시 때린 것은 세지도 못했다.
턱!
그때 스미든이 강찬의 옆 머리를 움켜쥐었다.
힘으로 승부를 내려는 것이다.
퍽. 퍼억. 퍽. 퍼어억.
강찬은 팔꿈치로 스미든의 턱과 목을 사정없이 갈겼다.
콱.
눈 깜짝할 사이다.
스미든은 아예 얼굴을 포기한 것처럼 오른손으로 강찬의 턱을 잡았다.
퍼억.
강찬이 팔꿈치를 턱에 제대로 꽂았을 때 스미든이 세차게 목을 돌렸다.
파라락.
강찬은 스미든이 목을 돌리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쩌억!
그리고 도는 속도 그대로 팔꿈치를 휘둘러 스미든의 관자놀이를 찍어버렸다.
털썩.
스미든이 옆으로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강찬은 달려들지 못했다.
숨을 쉴 때마다 옆구리를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고, 목이 뻐근했다.
마무리를 해야 했다.
강찬은 이를 악물며 걸음을 옮겼다.
“끄으응.”
놈은 아직 기절하지 않았다.
하기야 완력과 맷집 하나는 다예루 다음으로 좋았던 놈이다.
강찬은 자세를 낮춰 쓰러진 스미든의 머리칼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왼쪽 눈에 있는 힘껏 주먹을 꽂아 넣었다.
쩌억!
주먹을 뾰족하게 만들었다면 눈알이 터졌을 정도로 인정사정없이 내려친 것이다.
쩌어억!
“으아악!”
이번에는 중지를 뾰족하게 세운 주먹이다.
비명과 함께 스미든이 오른쪽 눈을 부여잡았는데 움켜쥔 손 아래로 터진 눈알의 진액이 걸쭉하게 흘러나왔다.
강찬이 머리를 놓아주자 눈을 싸안은 스미든이 바닥을 구르며 버둥거렸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양쪽 옆구리를 날카로운 칼로 후비는 것처럼 끔찍하게 아팠다.
강찬은 악착같이 입구로 걸어갔다.
쾅쾅쾅.
“서도석! 강찬이다!”
문이 급하게 열리더니 서도석과 깡패 열댓 명이 안으로 뛰어들었다. 모두 무기들을 들고 있었다.
“석강호부터 빨리 병원으로 옮겨라.”
“예! 형님!”
서넛이 달려갔다.
강찬은 다시 홀을 가로질렀다.
‘끄응.’
부러진 뼈가 살을 헤집는 고통이었다.
“그거 줘 봐라.”
강찬이 손을 내밀어 깡패가 들고 있던 쇠파이프를 받았다.
공손한 인사는 중요한 게 아니다.
업혀나가는 석강호의 생사도 모른다.
마무리를 하고 챙겨야 할 일이었다.
부웅!
“컥!”
갱 하나가 어깨를 얻어맞고 바닥을 굴렀다.
퍼억! 퍼억.
양쪽 어깨뼈와 무릎 하나를 완전히 부순 강찬도 옆구리의 끔찍한 고통에 치를 떨었다.
“여긴 한국이야, 이 개새끼들아.”
강찬은 남은 두 놈의 어깨와 무릎을 깨끗하게 정리해 주었다.
땡그랑.
던진 쇠파이프가 바닥을 구를 때, 강찬은 널브러져 있던 맥주병을 잡았다.
파삭.
그는 탁자를 내리쳐 병의 날을 세운 다음 스미든에게 다가갔다.
“스미든.”
스미든의 머리칼을 움켜쥔 강찬은 놈의 귀에 입을 가져갔다.
“죽이지는 않으마. 병원에도 보내주지. 대신 오늘 이후로 여자와 자는 일만은 포기해야 할 거야.”
감싼 오른쪽 눈의 진액이 볼과 턱에 흥건했다.
“오래 살아라, 스미든. 지겹도록 오래.”
협박이 아니다.
배신한 건지, 배신한 놈에게 붙인 것인지도 알고 싶지 않았다.
더러운 놈에게 후련한 벌을 주고 싶을 뿐이었다.
“샤흐란……. 샤흐란이 팔았어.”
“늦었어. 멍청아.”
강찬은 피식 웃은 다음 깨진 병을 보았다.
“다이아몬드와 마약이다. 강유모터스를 이용하려는 거야.”
강찬은 잠시 참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