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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상상하지 못했던 일. 2
결전을 앞두고 잠을 제대로 자는 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
강찬은 머릿속에 가득한 잡생각을 털어내고 침대에 누웠다.
‘쯧!’
그런데 뜻밖에도 잠이 들지 않았다.
용병이 된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다.
석강호에 대한 염려, 스미든에 대한 배신감.
‘길어야 이틀이면 끝난다.’
그렇게 20여 분간을 뒤척인 끝에 강찬은 잠이 들었다.
용병이 되고 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
잠에서 깨어난 것은 늘 같은 시간이었다.
‘오늘은 우선 너다. 스미든’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몸을 가볍게 푼 후, 가위를 꺼내 어깨와 손목에 감겨있던 붕대를 잘라냈다. 스미든과의 일전을 감안하면 최소한 어깨는 풀어놓는 것이 좋았다.
그럭저럭 붕대를 풀어도 될 것 같은데 문제는 왼손에 남은 칼자국이었다.
‘프랑켄슈타인도 아니고.’
여섯 개나 되는 데다 꿰맨 자리까지 더해져서 영 보기 흉측했다.
씻고 나서 왼손은 붕대를 감기로 했다.
오랜만에 시원하게 하는 샤워다.
샴푸와 비눗물이 닿을 때마다 따끔거렸지만, 쏟아지는 차가운 물에 마음은 상쾌했다.
샤워를 마치고 약을 바른 후, 유혜경을 더 재우겠다는 강대경의 배려로 아침은 둘이 간단하게 차려 먹었다.
“다녀오겠습니다.”
잘하면 프랑스에 안 갈 수도 있다.
어려워진 환경에 좌절한 유혜숙을 두고 가는 것도 마음 편치 않은 일이다.
엘리베이터 안의 거울에서 강찬의 눈은 매서웠다.
***
수업이 시작되자 사방이 조용해졌다.
석강호가 기대와 설렘이 가득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앞에서 강찬은 호텔에 전화를 걸었다.
“1901호 부탁합니다.”
[“지정된 분만 통화하실 수 있습니다. 누구시라고 전할까요?”]
“강찬이라고 전해주세요.”
잠시 대기음이 들린 다음이다.
[“알로우?”]
스미든이 느끼한 음성으로 받았다.
“강찬입니다. 내일 약속 알려드리려구요.”
[“아! 그래요. 몇 시로 하지요?”]
“저녁 7시 어떠십니까?”
[“잠시만요.”]
샤흐란에게 의논하는 모양이다.
[“7시 좋습니다. 로비 라운지에서 볼까요?”]
“그러시죠. 참! 저는 오늘도 그곳에서 미녀들과 약속이 있습니다. 혹시 제가 보이더라도 오해하시는 일이 없도록 미리 말씀드립니다.”]
석강호가 입을 길게 늘이며 웃었다.
[“부럽군요. 내일 보죠.”]
전화가 끊겼다.
“이 새끼가 왜 이러지?”
“왜요? 여자가 싫답디까?”
강찬은 잠시 통화 내용을 떠올렸다.
“아무래도 서정모터스 놈들과 함께 있는 모양인데? 여자 얘기를 하는데 바로 끊네?”
“에효! 신경 쓰지 마쇼. 지금 그 새끼 머릿속에 온통 저녁, 미녀, 이 두 가지 말만 남았을 거요.”
강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짧은 시간에도 서빙하는 아가씨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던 놈이다. 그런 놈이 미녀란 말에 관심을 끊어?
“이 새끼가 이렇게 나왔다는 건 서정모터스랑 그만큼 중요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거겠지?”
“그렇긴 하겠소. 까짓거 대가리를 돌려준 다음에 결판 봅시다. 만약 대원들 목숨을 팔아먹은 놈이면 절대로 곱게 보내줄 생각 없소.”
강찬과 석강호가 동시에 비릿하게 웃었다.
“그나저나 넌 괜찮겠냐?”
“뭐 말이오? 설마, 내가 스미든 따위한테 목이라도 돌아갈까 봐 그런 거요?”
강찬은 대답하지 못했다.
“나라고 놀기만 한 건 아니오. 애들이랑 뛰는 걸 봤으면서 그러쇼. 그 개새끼 모가지는 반드시 내가 비틀 거요.”
말린다고 들을 놈도 아니고, 말릴 수도 없는 일이다.
강찬이 고개를 끄덕이자, 석강호는 상의 주머니에서 카드를 한 장 꺼내 건네주었다.
“쓸데없는 걱정 말고 급한 거나 해결합시다. 오늘 계산은 이걸로 하쇼. 저녁에 클럽에 갈지 모르니까 옷 좀 차려입고.”
“입던 대로 입으면 되지.”
“예에?”
석강호가 눈을 크게 떴다.
“어제처럼 입고 가면 입장도 못 해요. 괜히 입구에서 망신당하지 말고……. 이럴 게 아니라 아예 나갔다 옵시다.”
강찬과 밖으로 나온 석강호는 대형 할인점에 들어가 검은색 양복과 몸에 맞는 셔츠, 그리고 구두를 새로 샀다.
“좋아 보이우. 이따 나올 때는 미용실 가서 머리도 좀 하고 오쇼. 이왕 하는 거, 놈들이 의심하지 않게 합시다. 두 놈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 보다는 어떡해서든 오늘 스미든을 먼저 채는 것이 좋지 않겠소?”
일리 있는 말이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센 척했지만 석강호도 스미든의 완력을 염려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강찬은 집으로 향했다.
석강호는 운동부 아이들을 챙긴 다음, 7시까지 호텔에 차를 대놓고 연락하기로 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유혜숙은 침대에서 자고 있었는데 병원에서 함께 다녀왔다는 강대경이 거실에 있다가 강찬을 맞았다.
아직은 시간이 남았다.
돌발적인 계획이다 보니 빈틈이 많았지만, 시간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오늘만큼 좋은 기회를 찾기는 어려웠다.
새로 산 옷을 보면 유혜숙이 불안해할지 모른다.
강찬은 조금 일찍 나가기로 했다.
강대경은 말쑥하게 차려입은 모습을 보며 딱딱하게 굳은 표정이었다.
“다녀올게요.”
“약속을 오늘로 잡았니?”
“내일이요. 오늘은 소개받을 사람이 있어서 나가요.”
강대경이 커다랗게 한숨을 내쉬었다.
“찬아. 무리하지는 마라. 네가 힘이 되는 것은 고맙다만, 고등학생 신분에 어긋나는 일을 하는 건 싫다.”
“예.”
“그래. 그렇게 입으니까 이제 정말 다 큰 것 같구나. 이것도 인터넷에서 산 거냐?”
강대경이 강찬의 양쪽 팔을 잡고 웃어주었다.
꽉 끼는 옷과 구두가 불편했다.
아파트 현관을 나서며 강찬은 오늘 일이 잘 풀리길 기대했다. 이렇게 벼르고, 욕했던 것이 미안할 만큼 두 사람이 제대로 임원이 된 것이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정말 그런 것이라면 매달려 볼 생각도 있었다.
강대경과 유혜숙을 위해서.
수다쟁이 아줌마를 피해 전과 다른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손질했다.
오늘 이 수고와 노력이 헛되지 않았으면 싶었다.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는 동안, 강찬은 기억하고 있던 그 날의 모습을 떠올렸다.
커다랗게 숨을 내쉬며 자신을 바라보던 스미든의 마지막 눈빛.
그 눈이 거짓이었을까?
곧 알게 된다.
조금씩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다시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로비는 적당히 붐볐다.
검은 양복, 흰 셔츠, 그리고 얄상한 넥타이까지.
입구의 거대한 유리에 비친 모습이 나쁘지 않았다.
강찬은 로비 라운지로 가서 쥬스를 한 잔 시켰다.
유리로 만들어진 앞쪽 면에 바깥의 풍광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다.
여직원이 세련된 매너로 쥬스를 놓아주었다.
양복은 불편하다. 특히나 이렇게 끼이는 옷은 더.
서정모터스 놈들이 유흥을 제공하기 위해 함께 나갔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하루에 한 번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스미든의 습성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어떡해서든 오늘 승부를 내야 했다.
둘을 한꺼번에 상대하게 되면 절대로 이쪽이 불리하다.
나이 든 석강호의 육체가 가장 마음에 걸렸다.
‘다예루가 나서기 전에.’
강찬이 이를 꽉 깨물며 결의를 다질 때였다.
감색 양복을 입은 두 놈이 강찬의 앞에 섰다.
“안녕하십니까? 형님.”
말릴 틈도 없이 두 놈이 깊게 상체를 숙이며 인사했다.
그나마 목소리를 크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강찬은 시선만으로 로비를 살폈다.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 이쪽을 힐끔거릴 뿐, 다행히 샤흐란이나 스미든은 보이지 않았다.
“서도석입니다. 형님. 그날 지하실에서 뵈었습니다. 형님.”
이 새끼들은 평생 도움되는 법이 없다.
“가라.”
“알겠습니다. 형님. 혹시 필요하신 것이 있으면…….”
가뜩이나 살기가 올라있던 눈이다.
강찬이 날카롭게 노려보자 두 놈은 다시 거창하게 상체를 숙인 후, 몸을 돌렸다.
빌어먹을 깡패 새끼들.
저런 놈들이 왜 이런 고급 호텔에 있지?
힐끔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려고 고개를 돌렸을 때, 조금 전에 보았던 서도석이 카운터에 뭐라고 지시하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쥬스 값을 계산하려는 모양인데 우선은 놔두었다. 여기서 일어나 시선을 끌고 싶지 않아서였다.
우우웅.
[지금 출발하우.]
석강호의 문자였다.
답을 할 필요 없이 기다리면 올 일이다.
오후 6시다.
적당히 시장기가 돌았다.
우우웅. 우우웅. 우우웅
이런 게 귀찮아서 안 가지고 다니던 전화다.
모르는 번호였다.
날이 날이니만큼.
“여보세요?”
[“나 오광택이다.”]
‘쯧!’
[“남산 호텔에 있다면서? 양복 빼입고. 선생님은 같이 안 왔냐?”]
이 새끼가 어디 숨어서 보고 있나?
강찬은 로비를 둘러보았다.
[“아까 인사했던 서도석이가 거기 전무로 있어. 필요한 거 있으면 뭐든 얘기해라.”]
“끊자.”
[“빡빡하게 굴지 마. 지난번 일로 강남을 독점한 인사나 하려는 거니까.”]
“그런 인사 필요 없으니까 끊어.”
실제로도 강찬은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어째 조짐이 불길한데?’
“쯧!”
강찬은 창밖의 풍경을 보며 짜증을 털어냈다.
그나마 마음이 가라앉았을 때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본 강찬은 입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미쉘과 친구 둘이다.
“하아!”
강찬이 한숨을 토해내는 순간,
“차니!”
미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손을 흔들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대놓고 강찬에게 쏠렸다.
검은 치마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얇은 블라우스 차림의 미쉘과 쫄바지와 쫄티의 쎄실, 그리고 유일하게 한국인 얼굴을 한 씬디는 청치마에 배꼽 위로 한 뼘쯤 드러난 티를 입었다.
로비 라운지의 모든 사람, 심지어 서빙하는 아가씨마저 쳐다보는 형국이다.
스미든의 시선을 끄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차니? 그렇게 입으니까 정말 섹시해!”
미쉘이 놀랐다는 표정으로 반가운 척을 했다.
예쁘긴 정말 예쁘다. 셋 모두.
“어서 와.”
“일찍 와 있었어?
셋이 자리에 앉자 남자들의 질투 가득한 눈길이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속옷이 없어?”
셋 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았다.
게다가 미쉘은 잠자리 날개 같은 블라우스를 입고 있어서 가까이서 보자니 아예 드러내 놓은 것과 같았다.
“불편해. 그리고 벗기려면 귀찮잖아. 흥분돼서 그래?”
주변에서 힐끔거리는 시선 따위 셋 모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얼굴이었다.
셋은 맥주를 시켰다.
“오늘 계획은 뭐야?”
“저녁 먹고 클럽에 갈까 하는데.”
“여기? 이 호텔에 있는 클럽?”
“응.”
셋 모두 만족한 얼굴이었다.
“미쉘. 한가지 말해 둘 게 있어.”
미쉘이 친구 둘을 힐끔 보고는 강찬에게 시선을 주었다.
“이 호텔에 스미든이라고 미국계 프랑스인이 묵고 있거든. 혹시 그놈이 오면 같이 앉을 수도 있어.”
“다섯이서?”
무언가 잘못 생각한 모양이다.
이런 일에 거짓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건 아냐. 오늘은 저녁만 먹기로 했잖아. 그러니까 재미있게 놀고 난 그놈이 나오면 따로 할 이야기가 있어.”
“혹시 우릴 여기로 부른 게 그 사람 때문이야?”
때마침 맥주가 나왔는데 미쉘은 살짝 의심스러운 얼굴이었다.
“겸사겸사. 내겐 중요한 일이니까.”
미쉘에겐 미안했지만, 어차피 그게 그거다.
클럽에 있을 때까지 스미든이 안 나타나면 끝인 거고, 나타나면 다른 핑계로 끌고 나가야 하는 일이다.
미쉘이 “흐흠.” 하며 눈을 껌벅였다.
“꼬였다던 집안일 때문이야?”
“꼭 그런 것만은 아냐. 개인적으로 확인할 게 있어.”
“다섯도 재미있겠다.”
미쉘이 잔을 들자 쎄실과 씬디가 음흉하게 웃으며 잔을 부딪쳤다.
그런 게 아니라는데도 말이다.
저녁은 라운지의 대각선 맞은 편에 있는 양식당을 이용하기로 했다.
계산을 하기 위해 입구의 카운터에 들렸을 때였다.
“이미 결제가 끝났습니다. 언제고 들러주십시오.”
감색 양복 왼편에 은색 명찰을 단 중년 사내가 정중하게 강찬을 향해 고개 숙였다.
가뜩이나 시선이 몰려든 상태에서 고집 피워봐야 좋을 것이 없다.
강찬은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차니! 생각보다 거물?”
미쉘이 놀란 눈을 하면서 강찬의 팔짱을 끼는 바람에 맨가슴의 감촉이 그대로 느껴졌다.
스미든을 끌어낼 수만 있다면 이 정도야.
양식당에도 오광택이 입김이 들어간 게 분명했다.
도착과 동시에 세련된 외모의 여자 지배인이 깍듯한 인사와 함께 강찬을 안쪽으로 안내했다.
적성에 안 맞는 짓이다.
VIP 대접이 싫다는 것이 아니라, 깡패들의 위세를 등에 업고 거들먹거리는 꼴이 된 것이 싫었다.
고개를 숙이는 호텔 직원들의 속이 과연 일반 손님을 대하는 것과 같을까?
어쩌면 구역질 나는 것을 참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스미든 이 개새끼!’
공연히 이런 꼴을 만든 스미든에게 화가 치밀었다.
중간쯤 벽 안쪽으로 인공정원이 있었고, 강찬의 자리는 바로 그 앞이었다.
메뉴를 본 강찬은 짜증이 더 솟구쳤다.
주문하려는 스테이크가 돈가스 20개 가격이어서였다.
넷이 주문하면 돈가스 80개가 날아간다.
어쩌랴.
석강호에게 미안한 마음을 안고 적당한 수준에서 골라 주문을 마쳤다.
테이블에서 필요없는 접시를 치운 여성 지배인이 와인을 한 병 보여주고 따랐다.
“모시게 된 기념으로 식사와 어울릴 만한 와인을 준비했습니다. 즐기시는 다른 와인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시선 하나만큼은 완벽하게 끌고 있었다.
거절해봐야 같은 과정이 반복될 것 같아서 이 역시 고맙다는 말로 받아들였다.
미쉘과 친구 둘은 살짝 들뜬 얼굴이었다.
26살, 혼혈이라는 공통점으로 친해진 사이, 심지어 프랑스의 대학도 함께 나왔고, 방배동이 집이라는 것까지 들었다.
미쉘은 패션 잡지 에디터, 쎄실은 HNC 증권사, 씬디는 놀고 있는지 프리랜서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솔직히 머리가 비었으리란 선입견을 깨는 직업이었는데 확인된 것이 아니니까 뭐라 할 말은 없었다.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 강찬에 대해 궁금한 것들이 많았다.
프랑스어는 언제 배웠는지, 호텔의 이런 대접은 뭔지, 집안일이란 또 어떤 것인지, 심지어 손에 감은 붕대는 왜 그런 것인지까지.
대답해 주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필요했다.
죽는 순간에 새로운 몸뚱이로 넘어왔다는 것.
그러나 굳이 과대망상증 환자 취급을 받을 필요는 없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식당의 시선이 모조리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간혹 나이 든 여자 손님들이 손가락으로 가리켜가며 클레임을 제기하는 모양이었으나, 지배인은 꿋꿋한 미소로 고개를 저어댔다.
얼추 한 시간 동안 분위기가 달구어졌을 때였다.
우우웅.
[지하요.]
석강호가 문자로 도착을 알려왔다.
강찬은 전화를 넣었다.
[“무슨 일이오?”]
“그러지 말고 올라와 있어. 널 알아보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긴 하우.”]
“로비에 있어라.”
[“알았소.”]
미쉘에게는 회사 업무와 관련해서 대기하는 사람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더불어 스미든이 정말 중요한 계약의 열쇠를 쥐고 있어서 오늘 담판을 지을 예정이란 말도 덧붙여 주었다.
셋이 와인 한 병을 다 비웠을 때가 7시 30분쯤 되었다.
클럽에 가기는 이른 시간이다.
쎄실이 와인 한 병을 더 주문했다.
새로 가져온 와인이 줄어들수록 강찬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스미든이 과연 나타날까?
조용한 곳으로 끌고 갈 수 있을까?
어떻게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까?
긴장과 묘한 설렘이 강찬의 심장에 피어올랐다.
미쉘이 야릇한 욕망이 가득한 눈으로 강찬을 보았다.
“차니. 그런 눈빛은 정말 날 흥분시켜.”
목을 비틀어주면 어떤 소리를 할까?
미쉘의 헛소리에 피식 웃었을 때였다.
우우웅. 우우웅.
석강호였다.
[“스미든이요. 라운지를 두리번거리고 있소.”]
왔다!
강찬은 빠르게 입구를 보았다.
[“어?”]
다시 올라갔나? 일단 뛰어 나가서 붙잡아야 하나?
“무슨 일이야? 왜 그래?”
[세흐토 브니므?“]
프랑스어, ‘독사’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