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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제대로 맞아본 적 없지?
학생들은 몰려있고 은실이란 계집애는 팔짱을 끼고 어떻게 하나 지켜보는 앞이다.
덩치는 짜증이 확 올라온 모양이었다.
“빨리 타, 이 새끼야. 저 씨발년 한번 먹게 해줄게.”
강찬은 짧게 은실이란 아이를 보았다.
‘네가 어쩔 건데?’
은실이의 내리깐 눈이 딱 그랬다. 그런데 그가 시선을 준 직후에, 계집애의 주둥이가 ‘존만아.’라고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강찬은 피식 웃고 말았다.
학교 앞이라고, 갱이라고, 계집애라고 봐주면 늘 이렇다. 프랑스의 갱도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아작을 내주면 고개를 젓지만, 어설피 반응하면 계속 달려들고 결국엔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생겼다.
이놈들은 프로다.
그것도 학생들의 일에까지 끼어드는 추악한 놈들.
그렇다면 이쪽도 그에 걸맞게 대해주는 것이 맞다.
교복 입은 아이들과 하는 푸닥거리가 아니라 진짜 싸움.
“원하는 대로 하자.”
그는 오른쪽 어깨에 멨던 가방을 내리고 덩치에게 다가갔다.
“어?”
덩치가 움찔한 순간이었다.
뻐억!
130㎏짜리 다예루도 기절한 박치기다.
강찬은 뒤로 넘어가는 덩치의 턱과 뒤통수를 잡고 무릎을 세차게 올려 찼다.
쩌걱.
남학생들의 오금이 찌릿할 정도로 섬뜩한 소리가 덩치의 사타구니에서 울리는 순간이었다.
으드득.
강찬은 그대로 덩치의 목을 비틀어버렸다.
이 정도면 6개월쯤 목에 깁스를 해야 한다.
학생이 설마 달려들까 싶었을 거다.
“놀러 왔어?”
당황한 눈으로 지켜보던 놈이 강찬과 시선이 마주치자 퍼뜩 정신이 든 모양이었다.
강찬은 좌측에 있던 놈이 날린 주먹을 파리 쫓듯 밖으로 밀어냈다.
차악. 퍼버벅.
그리고는 울대, 명치, 겨드랑이를 엄지로 찍었다.
“커흑.”
강찬은 곧바로 중지를 뾰족하게 세운 주먹으로 놈의 턱 안쪽을 세차게 쳐올렸다.
“키힉!”
눈 깜짝할 사이다.
강찬은 그대로 녀석의 머리칼과 턱을 잡아 역시나 비틀어버렸다.
드드득.
“이 개새끼!”
그래도 시간이 흘렀다고 회칼이 달려들었다.
강찬은 급히 상체를 비틀었다.
피윳.
확실히 프로라 다르다.
강찬은 허리를 날카롭게 베이고 말았다.
여자아이들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울려 나왔다.
“이 새끼, 죽여버린다!”
상대가 악쓰는 것에 상관없이 강찬은 옆구리를 보았다.
옷이 날카롭게 갈라지고 안에서 피가 번져 나오고 있었다. 몸뚱이가 바뀌어서 그런지 아무래도 속도나 파워가 이전만 못 했다.
“쯧!”
강찬은 고개를 비틀며 짜증을 털어냈다.
그런데 기껏 승기를 잡아놓고도 놈들은 달려들지 않는다.
‘생각 못 했겠지.’
학생 하나 잡아가는데 이리될 줄 몰랐을 거다.
놈들은 칼을 휘두르게 된 상황에 당황한 모양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달려들어 주면 좋은데 이러다가 경찰이 오면 낭패다.
“너 제대로 맞아본 적 없지?”
“뭐래, 이 씨발놈이?”
강찬은 상대가 긴장이 풀린 틈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칼을 써본 놈이다.
찌르지 않고 우측으로 짧게 휘두른다.
이걸 피하면 다시 간격이 생긴다.
강찬은 왼손을 최대한 자루 쪽에 가까이 뻗었다.
턱. 퍼억.
거의 동시에 울린 소리다.
왼 손바닥을 베인 대신 구부린 오른손 검지와 중지가 놈의 양 눈에 정확하게 꽂혔다.
퍽.
“아악!”
회칼이 떨어지는 순간이다.
강찬은 재빠르게 놈의 머리칼을 왼손으로 움켜쥐고 두 걸음 물러났다.
남은 한 놈은 움찔거릴 뿐 달려들지 못했다.
두 놈이나 목이 비틀린 것을 본 놈들은 어지간한 힘을 써도 목이 돌아가지 않는다. 몸이 알아서 목을 지키는 거다. 사소한 교통사고에도 목이 아픈 이유.
이런 놈의 대가리를 억지로 비틀어버리면 죽거나 반신마비가 된다.
강찬은 왼손으로 머리를 짓누르고 오른 손바닥 안쪽으로 놈의 안면을 올려쳤다.
퍼억. 퍼억. 퍼억. 퍼억.
버둥버둥.
“씽바앙! 놩! 놔앙!”
피 때문에 코와 주둥이가 막힌 놈이 발버둥을 쳤으나 머리칼을 움켜쥔 강찬이 계속해서 놈의 안면을 쳐올렸다.
소리는 처절했다.
하나 남은 상대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며 계속해서 얼굴을 부수고 있는 강찬의 모습이 더욱 그렇게 만들었다.
덩어리째로 바닥에 떨어지는 피가 강찬이 올려칠 때마다 사방으로 튀었다.
퍼억. 퍼억. 퍼억. 퍼억.
맞은 놈은 의식을 잃었고, 지켜보던 놈은 아예 질려버린 얼굴이었다.
마침내 강찬이 때리는 것을 멈추고 놈의 턱과 머리를 잡아 비틀었다.
아드득.
털썩.
강찬의 왼손에서 피가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었고, 반대쪽 손은 쓰러진 놈의 피로 붉은 장갑을 낀 것처럼 보였다.
아쉽지만 시간이 너무 흘렀다.
강찬이 불쑥 앞으로 나아가자 놈이 화들짝 물러났을 때였다.
강찬은 피범벅인 손으로 칼을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방금 목을 비틀어 준 놈의 오른손을 잡아 올렸다.
“야, 이 개새끼야!”
마지막 남은 놈이 악을 써댔다.
피식.
피윳.
강찬은 의식을 잃은 놈의 손가락 가장 안쪽을 그대로 그어버렸다.
“꺄아아악!”
합창이라도 하는 것처럼 비명이 사방에서 터졌다.
엄지는 필요 없다.
이렇게 네 손가락의 뿌리만 죄 잘라놓아도 이놈은 앞으로 젓가락질이나 겨우 한다.
“꺼져.”
“이 미친 새끼야!”
주눅이 들어도 갱은 갱이다. 놈이 쓰러진 놈을 슬쩍 보고는 다시금 칼을 움찔거렸다.
“경찰 오기 전에 꺼져, 이 병신아. 그리고 분명히 기억해 둬. 너는 내가 반드시 대가리를 비틀어 준다.”
강찬은 진심이었다.
경찰이 와서 시끄러운 것도 싫었고, 반대로 칼을 들고 덤빈 놈을 절대로 그냥 두고 싶지도 않았다.
“야! 빨리 옮겨!”
놈도 경찰이란 말에 정신이 든 모양이었다.
악을 쓰자 껄렁대는 인상의 학생 놈들이 강찬의 눈치를 보며 쓰러진 놈들을 차로 옮겼다.
“너는 반드시 배때기에 구멍 난다.”
“주접떨지 말고 모가지나 잘 지키고 있어.”
그 사이 퍼져 있던 놈들이 차에 실렸다.
“병신. 운동을 하려면 제대로 하지.”
강찬은 살이 쩍 벌어진 왼 손바닥을 슬쩍 뒤집어 보며 투덜거렸다. 전에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실수다.
다예루, 아니 석강호가 보면 킬킬거리고 웃을 거다.
그래도 아직 남은 마무리가 있었다.
강찬은 덩치들이 차에 타는 것을 보고 은실에게 다가갔다.
칼, 피, 그리고 기절한 놈을 끝없이 두들기는 모습, 거기에 번들거리는 눈.
당연하겠지만 은실이는 입술이 파랗게 질린 채 떨고 있었다.
“경고하는데.”
“하지 마.”
계집애는 떨리는 음성으로도 말을 먹는다.
강찬은 목을 비틀지 말자고 계속 속으로 다짐했다.
“한 번만 더 내 앞에서 알짱거리면.”
“내가 잘못…….”
쫘아아아아악.
풀스윙이다.
겁에 질렸든, 벌벌 떨든 그건 상관없다.
차라리 이렇게 확실하게 마무리를 해두는 게 뒤에 목을 비틀거나 팔을 부러트리거나 아니면 죽이는 일이 없게 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털썩.
옆으로 자빠진 계집애의 치마가 벌어져서 희끗희끗한 팬티가 그대로 드러났다. 젖어있었다.
“이거 치워.”
강찬은 한쪽에 숨듯이 있던 병풍 셋에게 말을 뱉었다.
쭈뼛쭈뼛.
“빨리 안 치워?”
병풍 셋이 움찔움찔하며 은실이의 겨드랑이를 받치고 세웠다.
“백설공주.”
“어?”
김미영은 무슨 소린가 하는 얼굴이었다.
모르는 게 당연하다.
“가방 좀 들어.”
“어? 어!”
김미영이 후다닥 와서는 얼른 가방을 들었다.
강찬은 우선 학교로 다시 들어갔다.
밖으로 나가면 괜히 말이 많아진다.
뒷수습은 석강호에게 맡기더라도 우선 손을 치료하는 게 급했다.
***
김미영이 건네준 손수건으로 왼손을 감은 강찬은 우선 양호실로 향했다.
사십 줄의 양호선생은 강찬의 상처를 보고 당황한 얼굴이었다.
“소독 먼저 해야지.”
그녀는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소리를 뱉고는 소독액이 담긴 유리병과 핀셋을 가져왔다.
“바늘하고 실 있어요?”
“뭐?”
“꿰매지도 못하는데 소독만 하면 상처가 벌어져서 아무는데 오래 걸려요. 그러니까 바늘하고 실 있냐구요?”
“소독만 하고 꿰매는 건 병원에 가서 해야지.”
병원에? 귀찮아지지 않을까?
얼핏 10㎝가량 벌어진 데다 깊은 상처라 꿰매긴 해야 한다. 하마터면 움켜쥐는 힘을 제대로 못 쓸 뻔할 정도로 큰 상처였다.
덜컹.
그런데 그때 석강호가 급하게 양호실로 들어왔다.
“어떻게 된 거야?”
강찬은 손바닥을 한번 본 후 다시 석강호를 향해 시선을 들었다.
“병원에 가자.”
아프리카에서와는 달리 눈치가 많이 는 석강호가 재빨리 강찬을 불러세웠다.
“그럼 소독이라도 하고 가요. 허리에서도 피가 나요.”
강찬은 김미영의 손수건을 들어 왼손을 다시 감았다.
“그러지 말고 소독하고 붕대를 감아야 한다니까.”
“못된 놈에게 뭐 그런 걸 씁니까? 이대로 내가 병원에 데려갈게요.”
석강호가 나서고 강찬이 따르자 양호선생도 더는 어쩌지 못했다.
“병원……갑니까?”
김미영이 가방을 들고 따라붙고 있어서 강찬은 말을 조심했다.
“그래야지.”
강찬은 두말하지 않고 석강호를 따랐다.
석강호는 학교 한쪽에 세워둔 낡은 준중형 승용차를 가리켰다.
“너는 이제 집에 가.”
“병원까지 갈게.”
“괜찮으니까 가. 학원도 가야 한다면서?”
“그래라. 선생님이 알아서 할 테니까 너는 이만 집에 가 봐라. 3학년이 시간을 아껴야지. 얼른 가. 가방 이리 주고.”
김미영은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로 쉬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강찬은 말없이 가방을 당겨서 차의 뒤쪽으로 던져 넣었다.
“가시죠.”
“어!”
석강호는 김미영에게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운전석에 몸을 넣었다.
“어떻게 된 거요?”
“깡패들이 기다리고 있더라구.”
석강호의 운전솜씨는 그리 미덥지는 않았다.
어설프게 교문을 빠져나가는 솜씨가 그랬다.
길 한쪽에 순찰차가 서 있고 정복 경찰 두 명이 가게에 있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문제 생기는 거 아니오?”
경찰을 돌아다보며 석강호가 중얼거리는 순간이었다.
“야!”
끼익!
학생 하나가 화들짝 놀라 돌아보았다가는 석강호와 강찬을 보고 더 크게 놀란 얼굴을 했다.
“비켜!”
말은 들리지 않았겠지만 석강호의 손짓과 강찬의 얼굴은 고스란히 보여서 학생이 얼른 순한 표정을 지어내며 한쪽으로 비켜섰다.
“확! 정신 안 차릴래?”
“경찰 보다가 그랬수.”
강찬은 운전대를 뺏고 싶었으나 처지가 처지인지라 손에 감은 손수건을 좀 더 바싹 매는 것으로 화를 삭였다.
“괜찮겠지요?”
“뭐가 또?”
“경찰이요.”
이게 정말 무대포 다예루가 맞긴 한가?
“경찰 온다니까 챙겨서 튀더라. 아마 저쪽에서 신고할 일은 없을 것 같고 나도 신고할 마음이 없으니 문제 될 것은 없을 거다.”
“듣고 보니 그렇소.”
“그리고 학생한테 세 놈씩이나 목이 돌아갔다는 말을 어떻게 하겠냐?”
“목을 돌렸어요?”
화들짝 놀라는 반응이었다.
“응.”
“얼마나?”
“육 개월쯤?”
석강호는 그나마 안심하는 눈치였다.
“병원은 안 되겠소. 일단 우리 집으로 가서 피 묻은 옷이나 갈아입고 갑시다.”
강찬이 고개를 숙여보니 아닌 게 아니라 배 부분부터 그 아래로 시커멓게 굳은 핏자국이 흉측하게 묻어 있었다.
“쯧. 알아서 해라.”
강찬은 조수석 시트에 머리까지 기댄 자세로 멍하니 창밖을 보았다.
평화로운 세상이다.
전투나 죽음과는 거리가 먼 세상.
별로 행복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지금 아프리카에 있었다면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