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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양녕에 빙의함-299화 (299/300)

갑자기 양녕에 빙의함 299화

299화 후일담. 역사의 만약/3권 – 장작백과

1. 개요

역사가들이 '역사의 중요한 순간이 만약 이랬다면 세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라는 주제로 쓴 대표 교양 서적인 '역사의 만약'의 3권이다.

왜 3권만 별도 항목으로 나왔느냐면, 고대와 중세를 다룬 1, 2권은 상당한 수작이었는데 근세를 다룬 3권이 너무 무리수를 남발했기 때문. 출간 초기에는 역사 관련 전산망 동호회에서 논쟁까지 오갈 정도로 비판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웃기는 점으로 자리 잡아서 농담거리가 되어버렸다. 역사물에서 밑도 끝도 없는 전개가 나오는 걸 두고 '3권 했다'라고 할 정도.

2. 내용

들어가기 앞서서, 이 항목은 3권 본문에 실린 '달라진 역사의 순간'과 '그로 인해 바뀐 역사'에 더해서 이용자들이 추가한 평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원래 본문 내용은 더 많지만 저작권 문제로 항목에는 대표적인 몇 편만 넣어놓았으니, 혹시라도 추가 목적으로 수정하려는 사람은 주의하기 바란다.

2.1. 결국 왕이 된 사내

2.1.1. 달라진 역사의 순간

양녕공(당시 양녕대군)이 조선의 세자 자리를 아우인 충녕대군에게 양보하고자 고의로 방탕한 행동을 일삼았지만, 장자상속을 확고히 하고자 한 부왕과 신하들 탓에 양보에 실패하고 그대로 조선의 왕으로 즉위하게 되었다.

2.1.2. 그로 인해 바뀐 역사

실제 역사에서 대한 곳곳을 다니며 여러 업적을 세워 혁신을 일으켰던 양녕공이 궁에서 정무에 집중하게 되면서, 양녕공이 직간접적으로 일으켰던 각종 발명과 개혁들이 세상에 나타나지 못했다.

4윤작법이 없으니 여진인이 금나라를 재건하지 못하고, 금나라와의 전쟁이 없어서 요동이 조선의 땅이 되지도 않는다. 결국 힘을 되찾은 몽골은 명나라를 다시 정복하고 칸발리크에서 원나라의 재건을 선포한 다음, 고려가 그랬던 것처럼 원나라의 부마국이 되라는 통첩을 보낸다.

2.1.3. 평가

양녕공이 왕이 되면 혁신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었다. 양녕공의 아우이자 왕위를 양보받은 경덕제부터가 양녕공의 각종 발명과 개혁을 후원해줬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한글을 비롯한 수많은 업적을 세웠다. 양녕공이 왕이 되고 경덕제가 대군으로 남는다고 하더라도, 왕이 된 양녕공의 후원을 받은 경덕제가 실제 역사에서는 정무에 집중하느라 미처 빛을 보지 못했던 다른 혁신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양녕공이 자신이 생각한 것들을 경덕제에게 알려주고 대신 하라고 하면 그만이다.

무엇보다도 시대의 혁신은 왕자 한두 사람이 이끄는 게 아니다. 경덕제 재위기의 대한(조선이던 시기 포함)에는 양녕공과 상관없이 과거에 급제해 관리가 된 수많은 인재가 있었고, 양녕공의 발상을 구체화시킨 것이 그들이었다. 애초에 서방에도 서방의 양녕공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있었지만, 그가 어디 왕이라서 서방에 혁신이 일어나지 않았는가?

사실 무난하다면 무난할 내용이 인기를 끈 것은 서적 외적인 요인인데, 이 글의 저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모 게시판에서 '원래는 양녕공이 딱히 아우에게 왕위를 양보하려고 방탕한 짓을 한 게 아니라 진짜로 그냥 탕아였고, 폐세자된 다음에 놀기만 해서 혁신이 없었다'는 내용으로 쓰려고 했다는 글을 올린 것이다.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양녕공이 진짜로 그냥 탕아였다는 발언의 충격이 너무 강해서, 반전이 있는 것 같았는데 알고 보니 없었을 때 쓰는 유행어인 '진짜로 그냥 ○○'의 유래가 되었다.

2.2. 여명의 정복자

2.2.1. 달라진 역사의 순간

아스테카 군대에 대패하고 전열을 가다듬던 에르난 코르테스는 마침 에파스 대륙 서해안을 따라 내려오던 대한인 탐험대와 접촉했지만, 고민 끝에 도움 요청은 물론이고 아스테카의 존재조차 알리지 않고 혼자서 아스테카를 정복한다.

2.2.2. 그로 인해 바뀐 역사

아스테카에 있던 수많은 금이 에스파냐로 전부 흘러 들어가고, 여기에 자극받은 다른 모험가들이 모여들면서 에스파냐의 에파스 대륙 진출이 가속화된다.

2.2.3. 평가

여명의 정복자는 역사의 만약 3권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편인데, 잘 써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무리수를 두었기 때문이다.

우선 실제 역사와 다르게 코르테스가 대한인 탐험대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고 고작 병사 몇 백으로 인구 몇 백만에 달하는 아스테카를 멸망시켰다는 가정부터가 너무 극단적이다.

물론 이 부분은 저자도 인식하고 있었는지, 실제 역사에서도 동맹을 이뤘던 원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병력도 더 많았고 화약 무기의 위력과 공포, 강철 갑옷과 검의 위력이면 충분했을 것이라는 부연을 달았다.

하지만 실제 역사에서 아스테카 군대는 성능이 더 좋은 대한인들의 화약 무기에도 금방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되었고, 노획한 말과 무기를 다루는 법은 물론이고 전술 습득도 빨랐고, 많은 인구 덕에 병력 충원도 빨랐다.

그 탓에 북에파스 정착지에서 대한인만이 아니라 인신 공양 소식에 분노한 대화인이나 여진인 등 다른 나라 탐험대까지 증원 오기 전까지는 대한인 탐험대도 고전했을 정도인데, 코르테스와 그 부하들이 전부 다 척준경이나 홍윤성이 아니고서야, 아니 전부 척준경이나 홍윤성이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이런 열세를 극복한단 말인가?

여기까지라면 그냥 무리수를 두었다고 하고 끝났겠지만, 이 뒤에 덧붙인 이후의 역사 흐름(위 소제목에서 에스파냐의 에파스 대륙 진출이 가속화된다고 한 부분)은 더 심각했던 게 이편의 인기 요인이었다.

우선 코르테스가 아스테카를 멸망시키고 부귀를 얻자, 그 소식을 들은 파나마 군수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갑자기 왕의 허가를 받더니 코르테스처럼 소규모 군대를 이끌고 남하해서 타완틴수유를 멸망시킨다. 코르테스가 이미 성공했으니 왕도 허가해줄 것이고 소수로 멸망시키는 것도 성공할 것이라는, 무리수로 무리수를 해결하는 놀라운 논리 전개다.

이어서 대한인 탐험대가 아스테카의 존재를 모르니 타완틴수유의 인신공양은 당연히 모르고, 파나마 일대에서 남하를 멈춘 탓에 타완틴수유를 멸망시킨 에스파냐가 포톡시 은광을 발견하고 독점한다. 당연한 소리지만 실제 역사에서 동방인들이 남쪽에 인신 공양하는 나라가 또 있다는 말을 듣고 벼르고 남하했다고 해서, 인신 공양하는 나라의 존재를 몰랐다면 남하하지 않았을 거라는 가정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대한인 '탐험대'지 않은가?

이편의 화룡점정은 이다음인데, 두 번의 승리와 막대한 금은에 고무된 에스파냐 국왕이 내친김에 포르투갈의 방해를 받지 않는 동방 교역 직항로를 개척하고자 서쪽으로 지구 일주 항해를 보냈다는 것이다. 남에파스 대륙을 돌아서 가야 하지만 어차피 포르투갈도 아프리카를 돌아서 천축으로 가는 건 매한가지니까 추진했을 거라는 기가 막힌 설명은 덤이고, 정말로 남에파스 대륙을 남쪽으로 돌아서 대양으로 간 다음 동방 상인들이 쓰던 항로를 따라가면 지구 일주에 성공했을 수도 있다는 환상적인 결론을 내린다.

에스파냐가 직항로를 뚫으면 손해를 보게 되는 동방 상인들이 자신들이 쓰는 항로를 순순히 쓰게 해줄지는 둘째치고, 그 시절 에우로파의 선박 기술로는 대양 횡단은 고사하고 거칠기로 소문난 남에파스 해협을 지나는 것도 불가능하다.

실제 역사에서도 명나라의 상인인 정성공이 아프리카산 상아를 현지에서 직접 사 오겠다며 동쪽으로 항해해서 결국 지구 일주를 한 것은 이 시기로부터 백 년은 더 지나서 선박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다음이다. 그 정성공도 처음부터 일주를 하려던 게 아니라 남에파스 해협을 또 지나서 귀국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결국 아프리카 대륙 남단을 돌아서 일주를 하게 된 것이고 말이다.(주석: 물론 그 덕분에 동방에 가배차가 처음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하여튼 이렇게 지구 일주에 성공한 에스파냐는 지구 반대편에서 제일 만만한 루손 열도도 정복하고, 남에파스 대륙도 장악하고, 실제 역사처럼 포르투갈과 통합해 이스파니아 왕국이 된 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 불리며 에우로파의 강대국으로 군림한다는 정신이 아찔해지는 결말로 끝난다.

2.2.4. 반응

너무나 강렬한 내용 덕분에 출간 초에는 저자가 상그리아에 설탕 대신 앵속각을 타서 마시고 쓴 거냐는 비판이 주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자체가 농담으로 자리 잡았다. 처음에는 이스파니아가 우주도 정복할 수 있었는데 코르테스가 대한인 탐험대에 도와달라고 해서 못 했다는 식이었다면, 지금은 이스파니아에 무슨 사건 사고가 터졌다는 소식이 들리면 이게 다 코르테스가 대한인한테 말을 걸어서 그렇다는 농담이 줄줄이 달릴 정도가 되었다.

2.3. 운명의 해전

2.3.1. 달라진 역사의 순간

천축 일대의 교역을 둘러싸고 동방과 서방이 격돌한 7년 전쟁 개전 초. 안다만 해전에서 포르투갈 군함이 발사한 포탄이 수사 원균이 탄 군함이 아니라 동방 함대 기함에 명중한다. 여러 나라 수군을 하나로 묶던 통제사 이순신이 전사하면서 동방 함대는 혼란에 빠지고, 결국 안다만 일대에서 퇴각하게 된다.

함선과 함포의 성능, 함대의 규모와 보급의 용이성은 여전한 덕에 동방 함대는 여전히 전략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구심점을 잃은 동방 함대는 서방 함대를 압도할 수 없었고, 실제 역사의 7년보다도 더 길고 지루한 전쟁이 이어졌다. 결국 지쳐버린 양측은 협상으로 전쟁을 마치게 되고, 서방 함대를 보냈던 잉글랜드, 포르투갈, 홀란드는 천축 서부 지역의 권리를 인정받게 된다.

2.3.2. 그로 인해 바뀐 역사

잉글랜드는 교역으로 국력을 키운 덕분에 웨일스, 스코틀랜드, 에이레가 분열되어 나가지 않아 대 브리튼을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포르투갈과 홀란드의 국력도 같이 성장한 덕에 실제 역사처럼 혼자 앞서갈 수는 없게 되었다.

천축 서부의 요충지들을 지켜낸 포르투갈은 국력의 원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향신료 교역을 유지할 수 있었고, 쇠락한 끝에 에스파냐에 흡수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스파니아 반도 서쪽의 포르투갈은 동쪽의 천축, 동쪽의 에스파냐는 서쪽의 에파스 대륙을 각각 주된 교역 대상으로 삼는 이런 구도는 점점 고착되었고, 경쟁 속에서 다른 정체성을 갖게 된 두 나라는 후에 향신료 교역 자체가 쇠퇴한 뒤에도 다른 나라로 남게 되었다.

홀란드는 원래부터 교역에 능했고 천축 서부 지역의 권리도 지켜냈지만 자본이 부족하다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다. 동방 국가들의 고본제를 받아들여 이 문제를 극복한 홀란드의 국력은 점점 강해졌고, 잉글랜드의 번국이 되는 수난도 겪지 않았다.

2.3.3. 평가

실제 역사의 7년 전쟁은 에파스 대륙 진출에 실패한 서방 국가들의 마지막 보루였던 천축 무역을 둘러싸고 서방 세력이 동방 세력과 일시적으로나마 비등하게 맞붙어본 전쟁이자, 서방이 패전 이후로 쇠퇴를 거듭하게 되는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그런데 군사 전문가인 저자가 7년 전쟁의 바뀐 흐름은 세밀하게 분석해놓고서는 전쟁 이후 서방 국가들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딱 세 참전국만 다루고 넘어가 버린 탓에, 정작 본문에서 다룬 7년 전쟁이 아니라 본문에서 다루지 않은 서방 국가들이 어떻게 되었을지에 관한 토론이 더 활발해지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이 상상의 여지가 바로 무리수 없이 집필된 이편이 인기를 끄는 이유기도 하다.

3. 관련 문서

제국의 시대 – 근세의 전 세계를 다루는 역사 오락. 구조상의 허점이 많고 이상한 오류도 잦아서 전개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 탓에, 역사의 만약 3권을 충실하게 고증한 오락이라는 별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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