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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양녕에 빙의함-293화 (293/300)

갑자기 양녕에 빙의함 293화

293화 후일담. 아키츠시마.

[제목: 대화국 현지인도 써본다]

전변도호부 아니고 진짜로 대화국 본토에 거주하는 현지인이다. 대한어 할 줄 아는 대화인은 아니고 회사에서 대화국 지사로 발령 받아서 미야코로 일하러 온 대한인임. 아랫글 올라온 거 보고 나도 좀 써본다. 순서는 대충 아랫글 비슷하게 쓰면 되겠지?

1. 국명.

굳이 여기 게시판에 설명할 것도 없을 것 같은데, 대화국 태조가 선양 받아서 건국하면서 일본의 미칭이던 야마토에서 따서 지은 게 대화국이라는 국명이다. 사실 야마토는 고대국가 이름이었는데 그 고대국가가 영역을 점점 넓히면서 가리키는 범위가 넓어지고, 그 고대국가가 최종적으로 일본이 되면서는 일본의 미칭이 된 거야. 그래도 야마토노쿠니라고 그 고대국가 있던 지역 이름으로도 남아있기는 했는데, 대화국이 세워지면서 국명하고 겹쳐버려서 바꾼 지역이 바로 카츠라기부다.

나도 같이 일하는 사람한테서 들은 건데, 서수국에서 내는 지도 중에는 아직 수복 못한 땅을 점령한 찬탈자가 멋대로 바꾼 이름은 인정 못 한다면서 대화국 행정구역이 전부 옛날 명칭 그대로 나온 게 있다더라. 거기에는 카츠라기부도 야마토노쿠니라고 나와 있을 거 같음. 뭐 서수국 애들이 인정 못 하면 어쩔 건지는 모르겠다.

하여간에 그래서 대화국이 된 건데, 요즘은 대화어로도 자기네 나라 이름은 음으로 다이와라고 읽고 야마토는 거의 미칭으로만 쓰여. 어떻게 보면 옛날로 돌아간 셈이고 대화국도 표준 문자가 한글이니까 이제 행정구역하고 겹칠 일도 없긴 한데, 굳이 카츠라기에서 야마토로 되돌리지는 않는 모양이다.

2. 정치

솔직히 나는 외국 정치까지 관심이 있지는 않았는데 여기 와서 없던 관심이 생길 정도다. 내가 지금 미야코에 거주 중인데, 여기 사람들 진짜 정치 얘기 좋아해. 성격들도 돌려 말하는 거 없고 직설적이라 정치 얘기 좀 진지하게 한다 하면 바로 토론이 돼 버림.

왜 이런지 같이 일하는 대화인한테 물어본 적이 있는데 유교 영향이 강해서 그런 거 같다더라.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말하는 데 거리낌이 있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기본이래. 특히 미야코는 그 중심지인 데다가 귀족적 전통에서 나온 자부심까지 있어서 할 말은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더 크다고 함. 나니와 사람들이 상인 전통이 있어서 적당히 좋게 말해주는 거하고는 반대라서 재밌었음.

3. 경제

경공업으로 전 세계가 알아주는 나라답게 이웃한 서수국하고는 딴판으로 경제가 상당히 튼튼하다. 장인 정신의 전통이 이어져 와서 경공업이 튼튼하다고 대화국 자체적으로도 내세우고 있고 너희도 많이 들어서 알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나도 이렇게 와서 일하고 있는 거고.

그런데 사실 경공업이 강해진 건 장인 정신하고는 별개의 일이더라. 내가 일이 그쪽이라 좀 찾아봤는데, 옛날부터 칠기나 비단, 구리 제품으로 유명하긴 했어도 말 그대로 수공업으로 장인 정신에만 의존한 거라서 대량으로 잘 만들지는 못했대. 그러다가 대한이 도와주면서 지금처럼 발달한 모양이더라.

이거 찾아보고 나서 대화국이 이 얘기 안 하고 장인 정신 운운하는 건 자존심 때문일 거라서 이해가 됐는데, 대한에서도 굳이 말 안 하는 이유는 뭘까 싶었다. 약간 민감한 사안이라 누구한테 물어보기도 그래서 좀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정치 쪽 문제지 싶음. 대화국이 경제적으로 흔들리다가 문제가 생겨서 기존 권력자들이 실각하기라도 하면 그 권력자들하고 친하던 대한에도 지장이 오잖아. 그래서 경공업 발전시켜서 내부적으로 안정시켜주고, 겸사겸사 권력자들한테 경제력도 주려고 한 것 같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임.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서 대한에서 굳이 말 안 하는 거일 수도 있어.

경공업 말고 관광업도 강한데 이건 아래에 따로 쓰겠음.

4. 군사

애초에 이 경제력 가지고 서수국보다 약하기도 쉽지 않겠지만, 무사 문화 타령하는 서수국보다도 훨씬 군사력이 강하다. 특히 경제에 해운이 큰 비중을 차지해서 그런지 해군이 제법 강해. 육군도 섬나라치고는 은근 있음.

그리고 좀 신기했던 건데, 대화국은 서쪽에는 우방국인 대한이고 동쪽에는 약한 서수국이라 국방에 큰 문제가 없는 나라잖아? 그런데도 현직이나 전직 군인 대우해주는 게 남다르더라. 아무래도 무사 문화가 제대로 남아있어서 문무겸비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영향이 있지 싶음.

아 진짜로 신기한 거 있었음. 대화국 해군 함선 중에 좀 큰 배들은 안에 사찰이 있는데, 배마다 본존불이 다른 경우는 있어도 부속 사당에 장보고는 항상 모셔져 있다더라.

나는 여기 와서 장보고 사당은 큰 사찰에 부속된 거 말고는 본 적 없는데, 해안 지역에서는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도 대한처럼 단독으로 사당 지어서 모시는 게 기본인가 봄. 나한테 이거 말해준 사람은 대화국 해군 군관 출신인데 아예 작은 장보고 나무 조각상을 목걸이로 걸고 있더라. 생각하는 것보다 장보고 신앙이 큰 모양이야.

5. 관광지

사실 일 하느라 많이 못 다녀봐서 그리 많지는 않다.

가. 미야코

대화국 수도다. 천년 넘은 수도라 그런지 유명한 사찰도 많고 유적도 많고 박물관도 많아. 작정하고 여행 내내 미야코만 돌아다녀도 다 못 볼 것 같다.

대신 교통은 많이 불편하니까 그건 염두에 둬라. 대화국이 철도로 유명하고, 실제로도 미야코에서 전국 각지로 철도망이 뻗어있어서 여기저기 다니기는 좋은데 정작 미야코 도심에는 지하철만 조금 깔린 수준이야. 가로수 심으려고 땅 파다가도 유물이 나올 정도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지.

나. 나니와

셋츠부에서 제일 큰 고을인데, 여기는 워낙 관광지로 유명해서 굳이 내가 설명할 건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일단 언급은 해본다.

우선 음식으로 유명한 건 다들 잘 알 거야. 농경지가 넓고 셋츠만에서 해산물도 많이 나서 미야코는 물론이고 인근 지역에서 소비되는 식량은 거의 다 여기서 날 정도라고 함. 척동상단 통해서 대한하고도 많이 접하다 보니 고기 요리도 발달했고, 칠주도에서 들어온 설탕으로 만드는 과자 종류도 많다.

먹는 거 말고도 구경할 것도 제법 많아. 동남쪽에는 백제 건축 양식이 남아있고 삼한 출신 건설업체가 유지 관리하는 걸로 유명한 사천왕사도 있고, 동쪽에는 옛날 셋츠부 관아도 있다.

셋츠부 관아 남쪽에는 사당이 하나 있는데, 여기가 바로 한미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태정대신까지 출세하고 대한에서 관직까지 받은 걸로 유명한 하시바 히데요시의 사당이야. 대화국 외교관이 대한으로 발령받으면 출국 전에 꼭 여기에 들러서 히데요시처럼 양국 외교에 기여하기를 빌고 간다더라고.

그리고 더 남쪽으로 가면 고분으로 유명한 동네가 있어. 옛날에 여기 고분 하나가 폭우로 무너져서 보수할 겸 발굴했을 때 삼한계 유물이 많이 나왔고, 그 영향으로 대화국 각지에서 고분 조사가 시작된 거로 유명함. 지금도 큰 박물관이 있을 정도야. 여긴 사실 나니와는 물론이고 셋츠부도 아니지만 보통 나니와 관광하면서 같이 가는 경우가 많아서 여기다 썼음.

다. 비젠

대화국 서부의 큰 고을이다. 원래 바다였는데 대화국 건국 이후로 조금씩 간척해서 지금처럼 넓은 땅이 됐다고 하더라. 여기가 유약 안 바르고 구워내는 도기로 유명했는데, 대한에서 백자나 청자가 싸게 많이 들어오면서 쇠퇴했었대. 그런데 대화국에 유교가 자리를 잡으면서 단순하고 투박하게 만든 여기 도기가 대화국 선비들 사이에서 검약함의 상징으로 여겨져서 다시 인기를 끌었다더라. 대화국 각지 사당에서 쓰이는 제기로는 여기 도기를 최상품으로 쳐주고, 대한에서도 인기가 제법 있다고 들었음.

라. 키이 지역

여기는 서수국 영토이긴 한데 대화국에서 가는 게 더 가깝다. 대한국 여권 있으면 대화국에서 키이 지역 갔다가 다시 대화국으로 돌아오는 것도 문제 될 거 없어. 대한에서는 오히려 이렇게 대화국 관광 도중에 겸사겸사 갔다 오는 게 보통인 걸로 알고 있음.

대화국 사람들은 자기네는 유교, 불교, 신토가 조화를 이뤄서 유불선의 삼교를 다 갖춘 나라라고 자부하긴 하는데, 그런 대화국 사람들도 키이 지역이 불교하고 신토 관련해서 영험한 땅이라는 건 인정하더라. 그래서 옛날부터도 성지 순례하는 사람들은 서로 국경 넘어서 자유롭게 오가게 해줬다나 봐.

6. 언어

워낙 대한하고 밀접한 나라라 대한어도 곧잘 통하긴 하는데, 대화어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 문법도 비슷하고 대한어 영향도 많이 받았고 문자도 한글이라서, 조금만 공부해도 금방 잘 할 수 있어. 난 언어학은 잘 모르지만 대한처럼 한자 발음도 정리해서 한 종류로 통일해놨다는데, 그래서인지 서수어처럼 한자 발음 여러 개인 문제도 없어.

대신 서수국에 가깝고 산도 많은 동부 방언은 좀 알아듣기 힘들더라. 반대로 계응국에 가까운 서부 방언은 대화어 모르는 대한인들이 들어도 얼추 이해될 정도로 대한어에 가까움. 그래서 중부 사람은 동서부 방언을 다 알아듣는데 동부 사람하고 서부 사람이 자기네 방언으로 말하면 같은 대화어인데도 소통이 잘 안 된대. 그게 좀 신기했음.

7. 외교

이건 아랫글에는 없었는데, 별도로 좀 얘기할 게 있어서 내가 추가한 항목이다. 대화국은 접한 나라가 서쪽으로 대한, 동쪽으로 서수국 딱 둘인데, 대한하고야 어차피 사이좋은 거 다들 아니까 서수국 얘기만 할 거임.

서수국처럼 자기네가 유일한 일본 그 자체라고 하는 정도는 아니라도, 원래 한 나라였으니까 서수국하고 언젠가는 합쳐야겠지 않냐는 말이 옛날에는 대화국에서도 제법 나왔다고 하더라.

그런데 대화국이 경제 발전하는 동안 서수국은 그대로인 것도 아니고 지진으로 쇠퇴해 버렸고, 그런 주제에 여전히 대화국을 찬탈 괴뢰국 취급하고 있잖아. 그러다 보니까 전쟁 없이 평화롭게 합치더라도 이미 언어도 잘 안 통하고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자존심만 높고 돈도 없고 교육열도 부족한 애들 데려다가 뭐에 쓸 거냐는 의견이 커진 거지.

그래서 요즘은 서수국하고 합치자는 여론은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대신 남쪽의 키이 지역 일대는 되찾아야 하지 않냐는 의견은 여전히 제법 있더라.

그렇다고 주류 의견은 아니야. 어차피 키이 지역 남쪽 바다 지나는 항로는 옛날부터 같이 썼었고, 산이 많아서 크게 도움이 되는 지역도 아님. 거기다가 서수국에서 관광지로 개방한 지도 오래고.

서수국에서 중요한 성지로 생각하는 이세 지역은 키이 지역하고 붙어있기는 하지만 애초에 서수국이 어떻게 탈환하겠다고 덤빌 힘이 없고, 중요한 해역인 이세만 입구를 막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 위협이 되는 것도 아니야. 그래서 그냥 내버려 두자는 의견이 대세인가 봄.

8. 마무리

맨 처음에 말한 것처럼 난 여기 일하러 온 거긴 하다. 근데 막상 살아보니까 언어나 문화에서 크게 불편한 것도 없고, 사람들도 대한에 우호적이고, 국경 자유 통행 조약 맺은 상태라 가끔 대한에 갔다 오는 것도 대한 안에서 왔다 갔다 하는 거하고 다를 게 없어서 전혀 불편한 게 없더라고. 어쩌면 여기 그냥 눌러살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게 되면 후기라도 쓰러 올게. 오늘은 여기까지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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