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양녕에 빙의함 002화
2화
서력 1418년 6월 5일.
경기도 광주목. 양녕대군 사저.
낮 시간의 사저는 고요했다.
사실 해가 뜰 무렵 양녕이 방문을 열고 나올 때까지만 해도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세자 시절부터 보아왔던 종들이 가장 긴장하고 있었다.
세자 시절부터 사고를 치고 아버지인 이방원에게 대드는 것이 일상인 개망나니가 양녕이었다.
아마도 오늘 내로 반찬투정, 난동, 진상, 탈주, 술주정 중에서 하나라도 빠지면 용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보게 사철이. 자네 여기 연적에다 물 좀 담아 와 주겠나?"
하나도 해당이 없었다.
난동이나 탈주는 고사하고 부실한 아침상을 받고서도 싹싹 비우고는 잘 먹었다고 하질 않나, 술은 되었으니 차를 내오라고 하더니 지금은 마루에 상을 펴고 앉아 무언가를 계속 쓰고 있었다.
"여기 가져왔습니다."
"오, 고맙네."
항상 달고 살던 진상도 어디론가 가 버리고 행실마저 점잖아졌다.
지금 양녕에게 연적의 물을 떠다 준 사철이라는 이름의 여종은 양녕이 동궁전에 있을 때부터 모셔 왔지만, 그 양녕이 남에게 점잖게 부탁을 하고 감사를 표하는 모습은 처음으로 보았다.
이게 말로만 듣던 곱게 미친다는 걸까 하는 작은 걱정을 하며 침을 꿀꺽 삼키고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혹시 무엇을 쓰고 계시는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양녕이 붓을 멈추고 사철이를 보았다.
"책을 좀 쓰고 있다네. 이달 안으로 쓰려면 부지런히 써야지."
"이달 안으로 쓰시는 데에 혹여 이유가 있으십니까?"
양녕이 허허허 하고 사람 좋게 웃었다.
"보면 알 걸세. 아, 내가 바쁜 사람을 붙잡아 놓고 일을 시킨 건 아닌가 모르겠군. 필요하면 또 부를 테니 가서 할 일 하시게나."
사철이 꾸벅 인사를 하고 마루에서 내려가 건물 모퉁이를 돌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다른 여종들이 그녀의 팔을 잡아 한적한 곳으로 끌고 가 조용히 물어보았다.
"저하, 아니 대군께서 무슨 그 머리에 이상이 생기신 것 아닌 거 같니?"
"예, 멀쩡하시던데요? 글씨도 여전히 잘 쓰시고……."
대답하기가 무섭게 다른 여종이 물어본다.
"쓰시는 내용이 흉흉하고 그렇지는 않던가?"
"언니 저 까막눈이에요."
정적이 찾아왔다.
"그래도 언니들, 대군께서 좀 달라지시긴 했어도 저희가 이래서야 되겠어요?"
주변의 시선을 받으며 사철이가 말을 이었다.
"이상해졌어도 저희가 성심껏 살펴드려야죠. 담 넘어서 도망다니시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
다들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 *
1418년 6월 29일.
양녕대군 사저.
내관 최한은 양녕이 앉아 있는 마루 앞으로 가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내시부의 최한이옵니다. 서책들을 거두어 오라는 주상 전하의 명으로 왔습니다."
"오, 책들은 마루에 놓았으니 가져만 가면 될 걸세."
그 말에 고개를 든 최한의 눈에 정말로 마루에 놓여 있는 책더미가 보였다.
"그리 많지 않아서 꺼내 두었네."
최한은 미리 알았다는 듯 책을 꺼내놓은 상황에 약간 당황했지만, 곧 같이 온 종들을 시켜 마루로 가 책을 담게 했다.
"전하께서 논어와 대학은 남겨 두고 오라 하셨습니다."
"그런가? 그럼 그건 빼놓고 담게나."
그러더니 옆에 놓인 책 두 권을 들어 최한에게 내밀었다.
"대신 이걸 가져가게나."
"이것이 무엇입니까?"
"내가 쓴 책일세."
공부하기 싫다고 도망 다니면서 매사냥이나 하던 사람이 책을 썼다는 말에, 최한이 놀람을 숨기지 못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뭘 그리 놀라나. 가서 아바마마께 바로 드리게."
양녕이 씨익 웃었다.
최한은 순간 그 개망나니가 책을 다 썼다니 하고 속으로 감탄하긴 했으나, 곧 양녕이 폐세자의 충격으로 곱게 미쳐서 이상한 걸 썼을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
글은 경험과 학식으로 쓰는 것인데, 양녕이 썼다면 정말로 '남의 첩 빼앗아 첩으로 삼는 법', '집안에 초상났는데 놀러 다니는 법' 같은 것을 썼다고 쳐도 놀랍지 않다.
최한은 이 책을 주상에게 올리기 전에 한번 읽어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손에 든 책을 내려다보았다.
위에 있는 책 표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국부론』
그 책을 들고 아래를 보자 다른 책 이름이 보였다.
『이학방법론』
* * *
1418년 7월 초순 모일
한성부. 창덕궁 조계청.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옥좌에 앉은 조선의 국왕, 이방원 앞으로 세자를 포함한 신하들이 쭉 앉아 있었다.
"경들도 모두 읽어 보았겠지. 이 두 책에 대해 어찌들 생각하는가?"
이방원이 앞에 놓인 책 두 권 위에 손을 올리며 물었다.
잠시 동안 고요가 이어졌다.
긍정적으로 말하기도 부정적으로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온갖 사고를 친 끝에 폐세자가 된 왕의 첫째 아들이 쓴 책이다. 긍정적으로 말한다면 자칫 양녕에게 아직 세자의 자격이 남아 있다는 소리가 될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부정적으로 말하기에는 양녕을 향한 이방원의 애정이 클 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겨있는 내용도 비범했다.
신하들이 저마다 눈치를 보고만 있자 원래 역사에서 훗날의 세종이 되는 세자 이도가 나섰다.
"신 이도가 생각한 바를 아뢰고자 합니다."
"그래, 세자가 말해 보거라."
잠시 책 내용을 떠올린 세자가 입을 열었다.
"우선 국부론이라는 첫 책은 실로 나라에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전조 고려가 쇠퇴하고 몽골과 홍건적, 왜구에 시달린 끝에 나라에서는 상업과 공업이 그 힘을 잃었습니다. 화폐가 돌지 않고 유능한 장인의 수가 줄어 조정에서도 근심이 많았는데, 이 책에서는 옛 가르침에 근거를 두고 이치에 맞게 풀어냈으니 이를 토대로 하면 상업과 공업을 일으키는 데에 큰 이로움이 있을 것입니다."
엄청나게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다른 신하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기 어려웠던 것도 이 부분이었다.
이름은 국부론이지만 실제로는 물물교환, 화폐의 정의에서 시작해서 수요와 공급, 비교우위, 한계효용, 분업, 인플레이션에다 대동법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완벽하지는 않아도 양녕이 기억하는 경제학 내용을 거의 담은 책이었다.
단지 이 당시에 경제라는 말이 쓰이지 않아 국부론이라 이름 붙였을 뿐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양녕의 노림수로 군데군데 사기 화식열전의 내용을 끌어와 뒷받침하기까지 했으니 세자의 말처럼 옛 가르침에 근거를 두었다는, 유교가 국시인 조선에서 가장 강력한 평도 들을 수 있었다.
"나도 세자와 같은 생각이다. 이 책은 그저 상업을 융성하게 하는 방법을 넘어서서 아예 새로운 학문이 될 수 있게 만들었지. 그야말로 경세제민의 학문이다."
의도치 않게 경세제민의 학문, 즉 경제학이라는 말을 만든 이방원이 다시 세자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이 두 번째 책은 어찌 생각하느냐?"
"첫 번째 책이 기존에 있던 것에서 이끌어 내 상업과 공업을 흥하게 할 책이었다면, 두 번째 책은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 내어 모든 학문을 흥하게 할 책입니다."
극찬이었다.
그리고 거기에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학방법론이라 이름 붙인 책은 과학적 방법론에 관한 책이었다. 연역과 귀납, 가설과 실험, 변인, 통계학 등의 내용을 담은 책이었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원래 역사에서 근 400여 년은 뒤에나 나올 내용들이 담겨있는 것이다.
신하들과 이방원도 대단한 내용이라는 것은 어렴풋하게 알았지만, 세자는 완벽히 그 잠재력을 꿰뚫어 보고 그런 평가를 내린 것이었다.
"경들 중에 이견이 있는 이는 있소?"
여전히 대답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자신들이 보아도 대단한 책이었고, 폐세자인 양녕이 쓴 책이 대단하다고 하였을 때 가장 자기 입지가 흔들릴 위협이 있는 당사자인 세자가 직접 나서서 저렇게 극찬을 했는데 누가 토를 달겠는가.
그 어색한 공기 속에서 이방원이 한 마디 내뱉었다.
"양위를 하고자 하오."
1초간의 정적.
"아니되옵니다, 전하!"
"말씀을 거두어주시옵소서!"
"어인 말씀이시옵니까, 전하!"
세자와 신하들이 다 같이 외치며 바닥에 엎드렸다.
조선에서 양위라는 것은 그저 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뒤로 물러나겠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왕이 직접 양위를 거론하는 경우에는 '내가 왕의 자격이 없으니 세자에게 넘기겠다'는, 일종의 폭탄선언에 가까운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폭탄선언은 왕권을 강하게 할 수 있지만 세자의 입지를 흔드는, 위험한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거 아까들 좀 그렇게 목소리 크게 얘기들을 하지 그러셨소."
이방원이 피식 웃었다.
"다들 진정하고 앉아서 들으시오. 내가 무슨 경들에게 불만이 있거나 왕권을 여기서 더 올리려고 이런 짓을 하겠소? 나름의 이유가 있으니까 일단 들어들 보시오."
사석에서나 들을 수 있던 이방원의 소탈한 목소리에, 세자와 신하들이 눈치를 보며 주섬주섬 일어나 앉자 이방원이 말을 시작했다.
"내 생각은 세자와 같고, 경들도 마찬가지일 거요. 이 책들은 참으로 대단한 책이지. 그뿐만이 아니오. 서책을 거두어오게 보냈던 내관이 사철이라는 종한테 듣고 와 전하기를, 양녕이 폐세자가 된 이후로 술도 잘 마시지 않고 종들에게도 친절히 대하고, 날씨가 좋으면 부인과 다정히 두런두런 얘기하며 마당을 걷는다 하였소. 중추원부사의 첩을 빼앗아 제 첩으로 삼고, 나한테는 아버지도 첩질하면서 왜 나는 안 되냐고 대들었던 놈이 그런다니, 기가 찰 노릇이지."
이방원이 복잡한 표정이 되었다.
"이것이 폐세자가 된 충격으로 변한 것이라면 다시 세자의 자리를 바꿀 이유가 될 수 없소. 충격으로 그리된 것이라면 언제 다시 원래대로 될지 모르니까. 반대로 혹시라도 양녕이 스스로 폐세자가 되는 것을 의도한 것이었다면…… 이런 대단한 것을 쓸 수 있는 아이가 의도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일 테니 역시 세자의 자리를 바꿀 이유가 될 수 없지."
"신 좌의정 박은 아뢰옵나이다. 그렇다면 이미 세자의 자리가 확고한데 어찌 양위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좌의정 박은이 신하들 중에서 처음으로 먼저 말했다.
"누군가 양녕을 이용하려 들 수 있기 때문이지."
좌중에 싸늘한 공기가 흘렀다.
원래의 조선 역사상 양녕을 제외하고 폐세자가 천수를 누린 경우는 없다.
왕의 다른 적자들인 대군들, 서자인 군들도 왕위를 노린다는 의심을 사기 싫어 능력을 드러내지 않고 사는 것이 기본이다.
하물며 최고의 정통성을 가진 세자의 자리에 있던 폐세자라면 그런 의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 때문에 능력을 보이기 전, 양녕이 폐세자가 될 때만 해도 먼 섬에 유배를 보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던 것을, 아버지인 이방원이 차마 그리하지는 못해 신하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가까운 광주목으로 보낸 것이었다.
"내가 죽고 세자가 자리를 이을 때 누군가 양녕을 이용해 왕위를 위협하려 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질 않소. 오히려 양녕이 이렇게 능력을 보였으니 더욱 그렇겠지. 왕이 될 명분이 두 사람에게 있으니 오히려 소란이 없으면 이상한 것 아니겠소?
그래서 계승을 확고히 하고자 하는 이유로 양위를 하려는 것이니 양위 후에도 한동안은 나도 국사에 참여할 것이고, 특히 병조의 일은 내가 주로 맡아서 할 것이니 경들은 걱정하지 마시오."
신하들 사이에서 차마 잘 됐다고 내색은 하지 않지만 조금 안도하는 기색이 보였다. 이방원의 말이 일리가 있었고, 사실상 왕위만 넘긴다 뿐이지 권력은 거의 다 그대로 들고 있겠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까지 자식들끼리 피를 흘리게 한다면 나중에 무슨 수로 태조대왕을 뵙겠소?"
이방원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신 영의정 한상경 아뢰옵니다. 하오나 어찌 그런 이유만으로 양위를 하시려 하십니까. 양녕대군을 잘 감시하여 살피고, 신들이 힘써서 조정의 일을 돕는다면 우려하시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 분위기를 뚫고 영의정 한상경이 말했다. 눈치가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눈치가 좋아서 한 일이다.
아무리 이유가 타당하고 다들 납득하더라도, 신하들이 양위를 받아들이는 것은 더 큰 문제가 된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이렇게 정론으로 맞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 양위를 하니 마니 오가면서 왕권이 강화되지만, 세자의 기반 약화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어휴, 이렇게 하다가는 경들도 나도 피곤하기만 하겠소. 예법이니 정론이니 하는 게 다 뭔지 참."
이방원이 푸념을 하며 벌떡 일어나더니 세자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급작스러운 상황에 세자는 바짝 굳고, 마찬가지로 바짝 굳은 신하들이 겨우 고개를 돌려 그 모습을 바라만 보는 상황.
이방원은 세자의 머리에서 익선관을 벗겨서 옆에 내려놓고, 자기가 쓰고 있던 익선관을 벗겨 세자의 머리에 씌웠다.
"이러면 되겠지"
개운하다는 듯 말한 이방원이 자리로 돌아가 옆에 있던 두건을 대강 쓰고 나가며 말했다.
"나머지는 경들에게 맡기겠소."
이방원이 나가고도 한동안 시간이 멈춘 것처럼 아무도 움직이지 않던 조계청에서 누군가 조용히 말했다.
"어쩔 수 없군요."
"어쩔 수 없지."
"이렇게까지 하시면 어쩔 수 없지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다들 끄덕거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양위와 즉위식 준비를 하러 해산했다.
* * *
1418년 7월 하순 모일.
경기도 광주목. 양녕대군 사저.
"양녕대군 대감,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오, 최 내관. 또 보는군. 오늘은 어떤 일로 오셨는가?"
내관 최한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전하께서 양위하시고 세자 저하께서 즉위하시어 새로이 지존이 되시었다는 소식을 전하러 왔습니다."
그 말을 들은 양녕이 담담한 표정으로 끄덕거리고 말했다.
"그렇구만. 내 생각보다도 조금 이르군. 그럼 상왕께서 노상왕이 되시고, 아바마마께서 상왕이 되시고, 세자께서 주상이 되시었다는 것인가?"
생각보다 이르다니? 저번에는 책 가지러 올 것을 예측하더니 이번에는 양위까지도 예측했다는 말인가?
떠오른 의문을 숨기며 최한이 말했다.
"그렇사옵니다."
"그래. 자리에는 마땅히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앉아야 하는 법이지."
무덤덤한 것을 넘어서서 모두 의도한 것이라는 듯 말하는 양녕의 모습에 최한은 온갖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전해 드릴 것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안치한 것을 거두니 한성으로 돌아오라는 명입니다."
최한은 순간 양녕의 눈빛이 달라진 것을 놓치지 않았다.
"궁에 들어오시는 것은 아니고 한성 내에 새로 거처를 마련하여 그곳으로 가시게 될 것입니다. 또한 아직은 조정 신료들이 반발할 것이니 최대한 조용히 돌아오라는 분부도 하셨습니다."
"그렇군. 이건 예상을 못 해서 준비를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최대한 빨리 가겠네."
여전히 양녕에게 놀란 기색이라고는 없었다. 오히려 재미있게 되었다는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최한이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예상하지 못하셨다 하심은 한성으로 돌아오시는 것을 이르시는 것입니까, 일찍 돌아오시게 된 것을 이르시는 것입니까?"
양녕이 흥미 있다는 눈빛으로 최한을 바라보았다.
"후자일세."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는 최한을 앞에 두고 양녕이 장난스럽게 씨익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