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신검귀-27화 (27/328)

027화 하북 팽가장의 금강대도(金剛大刀) (2)

해진과 독고선은 팽무일의 금강대도 위력을 겪어 보았기에, 이번엔 검과 칼이 직접 맞부딪치지 않고 단숨에 팽무일의 급소를 꿰뚫어 제압하고자 몸을 신속히 날렸다.

팽무일도 이 둘의 무예가 앞서 공격을 통해 결코 자신보다 뒤떨어지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이놈들 실력이 대단하니, 둘을 동시에 상대함은 곤란하다. 아까는 나의 금강대도로 놈들의 검과 봉을 단번에 잘라 기세를 껐었으나, 둘이 양쪽에서 한 번에 달려들면 둘의 검을 동시에 자르기란 어려운 일이다.’

짧은 순간 온갖 생각을 정리한 팽무일이 급히 소리쳤다.

“너희들은 저 두 놈을 제압하고, 거기 너희들은 저 뒤 활 쏘는 놈을 잡아라!”

팽무일이 자신의 좌우 양옆을 지키는 부하들에게 명을 내려, 막바우의 뒤에서 활을 쏘는 경우를 잡고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해진과 독고선을 막으라고 명을 내렸다.

팽무일의 명이 떨어지자, 이십여 명의 도적 떼가 둘로 갈라져 한 무리는 고갯마루의 경우와 막바우를 향해 달려갔고, 한 무리는 해진과 독고선에게 달려들었다.

양만춘은 동료들에게 도적 떼가 집중되자 돕기 위해 몸을 빼내려 했다.

그러나 도적 떼 다섯이 계속 악착같이 붙어 그의 발을 묶었다.

해진과 독고선은 팽무일을 향해 달려가던 중, 도적 떼가 몰려와 앞을 막고 버티는 통에 더는 전진하지 못하고, 자신들을 둘러싼 도적 떼를 상대하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양만춘과 해진, 독고선을 향해 달려드는 도적 떼에게 화살을 날리던 경우도 이젠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도적 떼를 막기 위해 활시위를 당겨야 했다.

도적 떼와 거리가 가까워 경우가 몇 번 활을 당기지 않았음에도 어느새 도적 떼들이 고갯마루까지 올라왔다.

그 결과, 막바우가 몽둥이를 들고 필사적으로 막아야 했다.

막바우는 몽둥이로 선두에 선 도적이 찔러 오던 검을 부딪쳐 막고는, 오른발로 도적의 배를 걷어차 올려 바닥에 쓰러뜨렸다.

그러나 빈틈을 노리고 옆에서 베어 오는 도적의 칼은 피할 겨를이 없어 고스란히 몸으로 칼을 받아야 할 상황에 처했다.

경우는 막바우에게 칼을 휘두르는 도적의 가슴에 화살을 박아 넣고는 그 틈에 자신에게 달려드는 도적을 활로 후려쳐 쓰러뜨렸다.

그리고는 막바우와 함께 도적 떼를 대적하기 위해 활을 버리고 검을 빼어 들었다.

독고선은 조무래기 도적 떼가 사방에서 덮쳐 오자, 날렵하게 해진의 앞을 막아섰다.

그 후, 가장 가까운 도적의 목에 검을 깊이 쑤셔 넣고는 오른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계속해 독고선은 그 발을 회축 삼아 몸을 빙그르 돌려, 왼발로 창처럼 좌측에서 공격해 오는 도적의 가슴팍을 내질러 뒤로 쓰러뜨렸다.

해진도 검을 아래로 돌려 도끼를 휘두르는 도적의 손목을 찍고는 비명 지르는 도적의 무릎을 밟고 도약했다.

그리고 그대로 도적의 몸을 타넘으며 왼발을 뒤로 뻗어 도적의 뒤통수를 걷어차 쓰러뜨렸다.

도적 떼의 수가 많아 해진과 독고선의 발을 잠시 묶을 수는 있으나, 모두 이들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독고선과 해진이 자신의 부하들과 난전을 벌이는 사이, 팽무일은 금강대도를 치켜들었다.

그리고는 왼발로 땅을 박차고 공중에 뛰어오른 상태에서 몸을 날려 해진의 어깨를 위에서 아래로 베어 나갔다.

해진이 갑작스런 팽무일의 공격에도 당황하지 않고, 허공에서 몸을 비틀어 팽무일의 금강대도를 피했다.

해진은 이어서 오른손의 검을 그대로 쭉 뻗어 오히려 팽무일의 가슴을 노렸다.

해진의 반격을 공중에 도약한 상태에서 받은 팽무일은 피할 겨를이 없어 급히 금강대도를 거둬들여 자신의 가슴을 방비했다.

팽무일이 특별한 재주를 부린 것이 아님에도 해진은 금강대도의 위력이 두려워 검을 아래로 돌리고는 팽무일의 허벅지를 찔러 들어갔다.

상체를 공격하던 해진의 검이 이번엔 자신의 하체를 노리자, 팽무일은 급히 손목을 꺾어 금강대도를 아래로 기울여 해진의 공격을 막았다.

이번에도 해진은 팽무일의 금강대도와 자신의 검이 맞닿는 것을 꺼려 검을 회수하고는 몸을 솟구쳐 자신의 옆을 노리고 달려드는 도적의 어깨를 밟고 타넘으며 뒤로 곧게 발길질해 도적의 몸을 날려 버렸다.

자신을 공격하던 해진이 허공에 몸을 날려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진 뒤에도 여전히 해진의 공격을 대비해 급히 시선으로 쫓던 팽무일은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에 놀라 좌측을 돌아보았다.

“나는 관심 없느냐?”

독고선이 어느새 주변 도적 떼를 모두 제압해 바닥에 쓰러뜨리고는 팽무일의 옆구리를 노리고 검을 찔러 들어오고 있었다.

이번에도 팽무일은 금강대도를 급히 휘둘러 독고선의 검을 막았다.

독고선은 창과 봉술에 능했으나, 검술은 비교적 수련 깊이가 얕았다.

그래서 해진처럼 팽무일의 금강대도를 피하지 못해, 손에 쥔 검이 순식간에 잘리고는 도리어 팽무일에게 허벅지를 찔리고 말았다.

쇠로 만든 검도 가르는 금강대도의 위력은 여지없이 독고선의 몸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독고선의 우측 허벅지는 깊이 베이지 않았음에도 피가 솟구쳐 올랐다.

독고선이 위험에 처하자, 해진이 몸을 돌려 팽무일의 목을 겨냥해 검을 찔렀다.

독고선의 허벅지를 찌른 팽무일의 금강대도는 조금도 피를 묻히지 않고 궤적을 그리며 움직여 해진의 검도 막아냈다.

쇠와 쇠가 부딪히는 충격이 잠시 손끝에 일더니 해진의 검은 여지없이 잘리어 반 토막 난 검날이 하늘 위를 날아갔다.

해진은 자신의 검이 또다시 잘렸음에도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손에 남겨진 반 토막 난 검을 멈추지 않고, 여전히 팽무일의 목을 노리고 계속 찔러 들어갔다.

그 기세가 무척 사나워 팽무일은 거북이 등껍질 같은 둥글고 두툼한 몸을 비틀어 옆으로 물러서야 했다.

해진은 발이 땅에 닿자마자 다시 몸을 튕기듯 솟구쳐 반 토막 난 검으로 팽무일의 머리를 계속 노리고 쳐내려갔다.

그러나 길이에 앞선 팽무일의 금강대도가 반이 잘려 나간 해진의 검을 또다시 반으로 가르고는, 손목을 비틀어 금강대도를 쭉 내려 검을 쥔 해진의 손목을 노렸다.

해진의 오른손 손목이 금강대도와 닿아 날카로운 칼날에 잘리려던 그 순간!

경우가 쏜 화살 두 대가 날아와 금강대도에 부딪혀 방향을 틀어 버렸다.

이 틈에 해진이 계속 몸을 앞으로 날려 수박의 도끼질 기술로 팽무일의 어깨를 양손 손바닥으로 번갈아 내리쳤다.

수박의 도끼질이란 기술은 맨손을 이용한 공격으로 빠르게 전진하며 손날로 치거나, 손가락을 구부린 후 손바닥에 힘주어 손목과 이어진 단단한 부분으로 쉴 새 없이 양손을 번갈아 상대방을 후려쳐 쓰러질 때까지 공격하는 기술이다.

보기엔 단순해 보이나, 오랜 수련으로 빠르기와 파괴력이 상승해 이 공격에 걸려든 상대는 쉴 새 없이 맨손 도끼질에 몸을 내 맡기다가 끝내 몸이 너덜너덜 박살 나 쓰러지게 되었다.

조의선인 한 무리의 큰 스승인 해진이 펼친 도끼질 기술은 다른 이들의 기술보다 정확하고 빠르며 집요했다.

팽무일은 해진의 도끼질에 어깨와 가슴을 내맡기듯 두들겨 맞으며 한없이 뒤로 허우적거리듯 물러나다가 간신히 금강대도를 휘둘러 위기를 겨우 모면했다.

보통의 칼이나 검이었다면 한 번 발동한 해진의 도끼질에 오히려 두 동강 날 것이지만, 금강대도는 달랐다.

아무렇게나 정신없이 팽무일이 휘두른 금강대도가 칼날을 번뜩이자, 시퍼런 칼날에 가슴까지 서늘해진 해진이 두어 발 뒤로 물러섰다.

이 짧은 순간을 기회삼아 팽무일이 금강대도를 휘둘러 해진의 목을 향해 베어 들어갔다.

챙!

난데없이 쇠와 쇠가 부딪히는 날카로운 금속음이 울리고 해진을 공격해 들어가던 팽무일이 그 충격에 뒤로 물러나며 금강대도를 쥔 오른손이 얼얼한지 미간을 찌푸리고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총관! 고맙습니다.”

고갯마루에서 범이 내달리듯 뛰어 내려온 강이식이 해진의 손목을 자르려는 팽무일의 금강대도 끝을 낭아봉으로 후려쳐 공격을 막은 것이다.

강이식은 해진의 말에 답 대신 앞을 막아섰다.

“그 칼, 탐나는구나! 대단한 칼인데, 네 녀석의 조잡한 실력으로 사용하기에 아깝도다.”

강이식이 묵직한 목소리와 함께 팽무일을 비웃으며 다가왔다.

얼룩덜룩한 호랑이 가죽옷을 입은 강이식이 거대한 낭아봉을 쥐고, 당당히 한 발 두 발 성큼성큼 내디디며 다가오는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신 같은 위용이 넘쳤다.

해진과 독고선을 돕기 위해 고갯마루에서 뛰어 내려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도적 떼를 낭아봉으로 박살냈는지, 낭아봉에는 피와 살점이 묻어 뚝뚝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팽무일은 자신의 금강대도를 쳐낸 강이식의 낭아봉에 기가 질리고, 말문이 막혀 그저 그가 다가오는 것을 바라만 보았다.

사실, 강이식도 팽무일의 금강대도 위력을 보았기에 금강대도 칼날과 낭아봉이 직접 맞닿는 것을 꺼려 도신을 낭아봉으로 후려친 것이다.

이런 사정을 알 수 없는 팽무일은 강이식의 내공이 대단해 낭아봉을 단단히 보호한 것이라 생각하며, 그와 대결을 피하고자 생각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부하들은 양만춘과 경우의 활에 제압되어 땅에 널브러져 있었다.

또한 고갯마루를 향한 길엔 강이식의 낭아봉에 맞아 쓰러진 부하들이 여기저기 나뒹굴어 신음 소리도 못 낸 채 몸만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아무도 자신을 도울 이가 남아 있지 않음을 판단한 팽무일의 눈에 고갯마루 위에 평강 공주가 온달과 함께 서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래, 저 공주를 납치해 산채로 들어가 숨어야겠다. 그 길만이 살길이다.’

마음의 결정을 내린 팽무일이 금강대도를 일자로 세워 들고 강이식과 일 합을 겨루려는 자세를 취했다.

팽무일의 눈빛이 맹렬히 타오르며 조금 전과 분위기가 바뀌었다.

강이식은 곧 그가 자신을 향해 몸을 날려 칼을 휘두르리라 생각하여 낭아봉을 치켜들어 앞으로 쭉 뻗었다.

팽무일과의 거리를 가늠하여 금강대도의 공격을 방해하기 위한 동작이었다.

강이식의 낭아봉은 손잡이가 어린애 손목보다 굵었고, 그 끝은 장정 팔뚝보다 굵은 쇠몽둥이였다.

또한 길이 또한 길어 불가의 승려들이 짚는 선장보다 길었기에 어지간한 창이나 봉 못지않은 길이였다.

이런 거대한 낭아봉을 한 손에 쥐어 쭉 뻗고도 그 끝조차 조금의 흔들림이 없으니, 강이식의 완력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탄복하게 할 만했다.

“올 테냐?”

조금의 두려움조차 없는 강이식의 목소리가 어두운 밤공기를 무겁게 누르며 팽무일에게 전해졌다.

팽무일은 그 목소리가 전하는 위용에 금강대도 끝이 조금씩,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내가 공주를 사로잡기 위해 고개를 오르면 저 활을 든 놈이 내게 화살을 날리겠지?’

팽무일은 자신의 앞에 단단히 버티고 선 강이식 뒤로 활을 든 경우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어느새 다시 검을 구해 쥔 해진과 독고선이 강이식의 곁에 선 것도 거슬려 눈살을 찌푸렸다.

팽무일의 시야에 양만춘도 조무래기들을 모두 정리해 성큼성큼 강이식의 곁으로 다가오고 있어, 아무리 자신의 금강대도가 신묘하다 해도 이들을 모두 대적할 수 없음에 이를 꽉 물었다.

‘그래도 고갯마루 위엔 저 큰 놈 하나뿐이구나. 그래 저 위까지 일단 가야 내가 살 수 있다.’

중원 하북 탁현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팽무일은 평강 공주 곁에 선 온달이 누구인지, 그가 들고 있는 거대한 검이 무엇인지 알 리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