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회귀-171화 (171/175)

171 주총 (2)

“네?”

김도은은 화들짝 놀랐다.

“주총 시작합니다.”

강철은 그런 김도은을 내버려 두고, 주총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를 가리키며 주총에 집중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김도은은, 그러나 사회자가 아닌 강철을 바라보며, 황당, 당혹, 섭섭함 등이 담긴 복합적인 시선을 보냈다.

강철은 자신에게 가해지는 그러한 시선을 무시한 채, 가만히 주총 절차에 따라 자신이 해야 할 것들을 다 했다.

“미쓰토모입니다.”

강철은 자신을 미쓰토모로 소개했다.

“미쓰토모?”

미쓰토모란 이름이 강철의 입에서 나오자 모두가 당황해하며 웅성웅성거렸다.

“아니, 미쓰토모라니? 걔들이 왜?”

“소유권 제대로 확인해 봐! 미쓰토모가 왜 한국인이야!”

삼우그룹 전직 임원들은 강철의 말에 고함을 치며 그 진위여부를 확인하라 삼우리조트 관계자를 압박했다.

“여기 소유권이 있습니다.”

강철은 태연하게 자신이 들고 온 소유권과 일본 정부로부터 받은 인증서를 보여주었다.

“마, 말도 안 돼…….”

강철이 미쓰토모 소유자라는 것이 확인되자, 삼우그룹 측 인사들은 패닉에 빠졌다.

“전체 지분의 25%라고?”

“저쪽에서 반대를 해버리면?”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가장 당황한 건 김태준이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모든 것은 삼우그룹의 철저한 계획과 관리에 따라 안배가 돼 있었다.

라미아가 공개적으로 반대를 외치며 규합한 주주들을 모두 합쳐도, 합병 부결에 필요한 지분율을 채울 수가 없었다.

설령 김도은이 배신하더라도, 가결에 필요한 최소치보다 2%는 많도록 안배가 돼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미쓰토모가 참석했다.

삼우그룹에 늘 주요 주주 중 하나로 등록이 돼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주총에 나온 적이 없고 단 한 번도 배당금을 수령한 적이 없는 의문의 존재.

김태준은 물론 김대영조차 그 정체를 모르던, 의문에 휩싸인 존재.

그 존재가 오늘 나타났다.

그것도 삼우그룹, 정확하게는 김대영의 가장 큰 적이 소유주로서.

‘이건…… 이건 아니야. 이건 뭔가 잘못됐어.’

상법상 합병이 되기 위해선 출석 주주의 66% 이상, 전체 발행 주식의 33% 이상이 찬성표를 행사해야 했다.

그리고 미쓰토모는 전체 발행 주식의 25%를 가지고 있었고, 라미아가 규합한 반대표는 10.5%였다.

즉, 미쓰토모와 라미아 측에서만 반대를 행사해도 전체 발행 주식 중 35.5%가 반대하는 것이었고, 거기에 소액주주까지 반대할 경우 40%가 넘는 반대표가 나올 터였다.

그리고 그렇게 될 경우, 당연히 합병안은 부결될 터였다.

‘이건…… 이건 아니야. 이건…….’

그렇게 삼우그룹 측이 패닉에 빠진 가운데, 주총이 시작됐다.

특별안건-삼우리조트의 삼우건설 및 삼우상사 그리고 ㈜아스가르드와의 합병 안건이 올라왔다.

삼우그룹 측에선 미리 준비한 대로 합병의 타당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미쓰토모의 존재는 그들의 말에 힘을 빼버리고 말았다.

반대파를 규합한 라미아 측에선 마찬가지로 미리 준비한 대로 합병의 부당성을 역설했다.

그리고 미쓰토모의 존재는 그들의 말에 힘을 줬다.

“혹시 더 발언하실 분 계십니까?”

양측의 발언이 끝난 후, 사회자는 추가 발언자를 찾았다.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강철에게 쏠렸다.

강철은 그저 미소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특별안건에 관한 표결을 10분 후 실시하겠습니다.”

잠시 휴식 시간이 생겼다.

삼우그룹 측 인사들은 김태준을 중심으로 자기들끼리 모여 당혹감 가득한 표정으로 대책을 논의했다.

국민연금 측 대리인들도 자기들끼리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눴고, 라미아 측도 마찬가지였다.

소액주주들은 갈팡질팡하며 뭐가 뭔지를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김도은의 물음에 강철은 엉뚱한 대답을 했다.

“오는 토요일 점심 때 같이 밥이나 한 끼 어떻습니까? 저녁에는 내가 정연이랑 데이트를 해야 하고, 일요일에는 또 민식이가 교회에서 여름성경학교를 한다고 해서 같이 가 줘야 해서요.”

“…… 어떻게 미쓰토모를 접수한 거예요? 원래 주인은 누구였어요?”

“토요일에 시간 됩니까?”

김도은은 강철이 당장 대답할 생각이 없음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당장에 대답을 듣고 싶었다.

‘아니야. 자극하지 말자.’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고집을 일단 꺾기로 했다.

“호텔에서 대접할게요.”

“아니요. 호텔 말고요. 제가 아는 중식당이 하나 있는데, 거기가 맛이 기가 막힙니다. 가서 같이 코스 요리나 먹으면서 고량주나 한잔하시죠.”

“…… 주소랑 시간 문자로 남겨 주세요.”

그러는 사이, 휴식 시간은 끝났고, 표결이 시작됐다.

그리고 표결 결과, 전체 발행 주식의 48%, 출석 주주의 51%가 반대표를 행사함으로써 합병을 위한 특별안건은 부결됐다.

4.

삼우그룹 4개 관계사 합병을 위한 첫 단추인 삼우리조트 주총에서의 특별안건 부결.

그것은 한국 사회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심지어 합병에 반대하던 사람들조차도 합병안 자체는 무난하게 가결될 거라고 생각하며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었던 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유대계 자본과 일본 자본이 한국 경제를 망치기 위해 작당을 벌이는 격입니다.”

합병의 첫 단추가 잘못 꿰지자 방송에선 그런 인종주의적이고 국수주의적인 헛소리를 하는 패널들이 나와서 침을 튀겨가며 삼우그룹을 옹호하고 라미아와 미쓰토모를 비난했다.

미쓰토모의 소유주가 강철이었지만, 그 누구도 그것을 말하진 않았다.

그저 미쓰토모가 일본에 적을 두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을 가지고, 그들은 일본계 자본이 유대계 국제 금융 자본과 손을 잡고 한국 경제를 공격한다는, 음모론적 망상을 라이브 방송에서 털어댔다.

“합병이 애국이다!”

그러한 구호가 갑자기 인터넷과 길거리에 나돌기 시작했다.

그만큼 삼우그룹은, 김대영은 급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암초가 나타나, 가장 중요한 승계 작업을 방해하는 만큼, 어찌 보면 당연한 발작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발작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8월 10일 수요일 오후 2시, 삼우건설 주총에서도 마찬가지로 전체 발행 주식의 47%, 출석 주주의 52%가 반대함으로써 합병을 위한 특별안건은 부결됐다.

그러자 언론의 태도가 180도 변했다.

“애초에 말이 안 되는 합병이었습니다. 이건 전적으로 총수 일가, 특별히 김태준 부회장을 위한 특별안건이었지, 주주들이나 국가 경제를 위한 건 아니었습니다.”

“유대계 국제 금융 자본이니 일본계 자본이니 하는 표현은 서구 선진국 기준에서 보면 한국이 파시스트 국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쇼비니즘적인 소리 아닙니까?”

침을 튀겨가며 삼우그룹을 옹호하던 패널들은 순식간에 방송에서 사라졌고, 대신 그 자리에는 합병에 반대하며 데이터와 자료로 이야기하는 패널들로 채워졌다.

“결과적으로 적절한 시기에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지 못한 삼우그룹의 당연한 운명 아니겠습니까?”

그들은 이번 합병으로 인해 삼우그룹이 3~4개로 계열분리 될, 즉 해체될 수 있다는 말까진 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그들은 모두가 삼우그룹의 해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8월 12일 금요일 오후 3시, 대망의 삼우상사 주총에서도, 전체 발행 주식의 46%, 출석 주주의 48%가 반대표를 행사함으로 말미암아, 최종적으로 삼우그룹 4개 관계사 합병을 위한 특별안건은 완전하게 휴지조각이 됐다.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행사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당에서 분명하게 정부에 책임 소재를 따질 겁니다.”

야당 일부 의원들은 국민연금이 합병안에 찬성했다는 내부 정보를 가지고서 정부에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나섰지만, 유력 대권주자인 김 대표가 공식적으로 당 차원에서 그럴 생각은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어차피 이대로 가면 알아서 침몰할 건데, 뭐하러 저쪽 결집하게 공격을 해?”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김 대표는 그렇게 이야기했고, 그 이야기는 곧 언론을 통해 공표가 됐다.

그러나 삼우그룹의 운명에 모두의 시선이 쏠려있던 까닭에, 김 대표의 발언은 사실상 묻히고 말았다.

5.

8월 13일 토요일 12시 10분.

강동구 천호동 상해탄 천호본점.

그곳 룸에서, 강철은 김도은과 마주 앉아 요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가 제 모든 것이 시작된 곳이라고 봐도 무방한 곳입니다.”

강철은 김도은에게 상해탄 천호본점을 그렇게 소개했다.

‘콜걸로 데려갈 수는 없잖아.’

물론, 실제로 강철의 모든 것이 시작된 곳은 길동 단란주점 콜걸이었지만, 그런 곳으로 김도은을 데려갈 순 없는 노릇이었다.

“본래 대산그룹 자회사였더군요.”

김도은의 말에 강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독립 법인이지만.”

“뭐, 제가 계열분리 시켰습니다.”

“삼우그룹도 그렇게 하실 생각인가요?”

김도은의 물음에 강철은 미소를 지었다.

“미쓰토모의 지배력이라면, 삼우그룹은 지금처럼 순환출자 구조로 묶어둘 수 있어요.”

그녀의 말에 강철은 차를 한 잔 마시곤, 대답했다.

“김 사장님은 제 밑에서 일하고 싶으신 겁니까?”

그 말에 김도은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계열분리 되는 게 좋을 겁니다. 김 사장님께도 그리고 우리 김태준 부회장님께도.”

“어떻게 하실 생각이시죠?”

때마침 요리가 들어왔다.

강철은 가장 먼저 나온 짭짤한 소채를 먹으며 이야기했다.

“가야호텔과 삼우리조트, 삼우백화점 및 기타 관광 쪽, 쇼핑 쪽 사업체를 한 묶음으로 묶을 겁니다.”

현재 김도은이 맡고 있는 부분에, 김도은이 가지고 싶어 하는 부분, 그리고 이전 생에 역사에서 김도은이 실제 가져간 부분이었다.

“그리고 삼우전자와 그 관계사를 한 묶음으로 묶고, 남은 것들을 또 묶을 겁니다.”

“그래서요?”

“그렇게 최종적으로 삼우그룹은 삼분할 되는 겁니다. 호텔 쪽 묶음은 김 사장님이 가져가십시오. 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묶음은 김태준 부회장이 가져가고 말입니다.”

“전자는 그럼, 강 실장님이 챙기실 건가요?”

강철은 미소를 지었다.

“삼우전자는 그 누구도 챙기지 못할 겁니다. 아시잖습니까? 미쓰토모는 삼우전자 지분이 하나도 없다는 걸.”

“그러면?”

“미쓰토모가 지닌 건설, 상사, 리조트, 호텔 지분을 삼우전자 지분과 바꿀 생각이긴 합니다만, 그렇게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제가 손에 넣을 삼우전자 지분은 18.2%입니다.”

“그 정도면 완전한 지배 아닌가요?”

김도은은 황당하단 표정을 지었다.

강철은 그런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 그래봤자 과반도 못 미치는 소액주주 아닙니까?”

그 말에 결국 김도은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녀는 볶은 땅콩을 하나 먹고는 강철에게 웃으며 말했다.

“소액주주에 대한 개념 정의가 일반하곤 다른 모양이시네요?”

그 말에 강철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기존의 통념을 부수는 게 제맛 아닙니까?”

김도은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좋네요. 그런 젊음이.”

그러면서 그녀는 이야기했다.

“약속…… 꼭 지켜주세요.”

강철은 미소를 지었다.

“걱정 마십시오. 가야호텔과 삼우리조트, 삼우백화점 그리고 거기에 딸린 모든 관계사는 다 온전하게 우리 김 사장님께 갈 겁니다.”

강철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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