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회귀-144화 (144/175)

144 저격 (3)

5.

“으음……”

김대영은 딱 보기에도 굉장히 비싸 보이는, 푹신한 소재의 의자에 알몸으로 앉아 있었다.

양팔은 팔걸이에 편하게 걸치고 있었고, 양 다리는 쩍 벌리고 있었다.

그와 함께 방으로 들어간 세 여자 중 한 사람은 김대영을 위로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두 여자는 김대영의 바로 눈앞에서, 나체 상태로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으으음……”

김대영은 그것을 보며, 심신의 위로를 받고 있었다.

‘김대영이. 너 사람 잘못 건드렸어.’

그리고 그렇게 세 여자를 통해 80을 바라보는 김대영 회장이 위로받는 모습을, 은신을 펼친 채 카메라에 담아내면서 강철은 씩 웃었다.

‘나하고 당신 사이에는 아무런 원한 관계도 없지. 내가 당신 사업을 건든 것도 없고, 당신이 내 사업을 건든 것도 없으니까.’

김대영의 접대일에 맞춰서, 강철은 일찌감치 서초동 바움하우스에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그는, 여자들과 함께 11층으로 올라갔고, 김대영이 대기 중인 방으로 들어갔다.

‘이전 생에는 당신이 죽었을 때, 당신 조카들이 이걸 터뜨렸었지. 중요 부분은 자르고, 앞뒤로, 당신이 여자들하고 대화 나누는 장면만 말이야.’

이전 생에, 2017년에 김대영이 천수를 다하고 세상을 떠난 지 1개월 정도가 지난 7월경, 인터넷 언론사를 통해 김대영의 성매매 전후 과정이 녹화된 동영상이 공개됐다.

범인은 김대영의 조카들이자, 김대영의 뒤를 이어 삼우의 주인이 된 김태준의 사촌들이었다.

『아버지가 빼앗긴 정당한 유산을 받으려고 했을 뿐입니다.』

그들이 그런 범행을 저지른 이유는 간단했다.

김대영 회장 세대에 발생했던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하고 도태된, 그저 그런 부유층 중 하나로 전락한 자기 아비의 권리를 자기 대에서 회복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김대영이나 김태준이 그 말을 들어줄 리는 없었고, 결국 그들은 엿이나 먹어보라는 뜻으로 그 동영상을 공개해버린 것이었다.

‘그때는 죽은 뒤라서, 당신은 아무런 망신도 당하지 않았지. 하지만 이번엔 다를 거야.’

이번 생에 강철은 그 역사도 살짝 바꿔볼 생각이었다.

‘살아생전에, 시작 전과 후만 담은 게 아닌, 시작 전부터 과정 그리고 그 후까지 차례로 담아서 퍼뜨려주지.’

삼우그룹의 사주를 받은 세르게이 블라소프의 자서전 폭로와 그로 인해 강철에게 가해진 국보법 위반 및 여적죄 적용 이슈는, 아직까지도 언론에서 심각하게 다루는 사안이다.

비록 수사기관과 정계는, 평소와는 다르게 무죄 추정의 원칙을 이야기하며 중립 기어를 박아둔 상태였지만, 언론, 특히 삼우그룹과 사돈 관계에 있는 무궁일보와 그 종편 채널인 채널M에서 미친 듯이 관련 이슈를 불태우고 있었다.

일신그룹 주가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사들 중 일부가 마음이 흔들리기까지 했다.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순 없었다.

그랬기에 강철이 선택한 것은, 더 큰 이슈로 이 사건을 덮는다는 것이었다.

‘출신 성분이 고약해서, 혈통이 더러워서, 근본이 없어서 날 제거하려고 했다고?’

한준영을 죽이기 전, 그의 머릿속을 관심법으로 스캔하여 강철은 왜 이런 일을 삼우그룹 김대영 회장이 벌였는가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있었다.

‘그래, 조선 시대부터 뼈대 있는 양반 집안이라 이거지?’

삼우 김씨 일가는, 조선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뼈대 있는 양반 종갓집이다.

그랬기에 삼우그룹은 지금도 4대조까지 제사를 꼬박꼬박 챙기며, 설과 추석이 되면 숙청당한 김대영의 형제들과 그 후손들까지 모두 모여서 차례를 지냈다.

‘그 뼈대 있고 고귀하고 근본 있는 혈통께서, 어떤 은밀한 취향을 가지고 계신지 전 세계가 알면 참 재미있겠어.’

강철은 그것을 상상하며 씩 웃었다.

그리곤 발소리를 죽인 채 천천히 이동하며 다각도에서 김대영과 세 여인을 찍었다.

‘이런 동영상이 공개돼도 김대영이를 빨 인간은 빨겠지. 영웅호색이니, 저 나이에 저런 게 가능한 게 대단하다느니 하는 개소리를 하면서 말이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대영을 비난할 터였다.

‘어디 한번 해보자고.’

6.

7월 12일 토요일.

한국 시간으로 오후 1시.

한 편의 동영상이 해외 주요 포르노 사이트들에 동시다발적으로 업로드됐다.

약 50분 길이의 영상을 3개로 분할한 영상에는, 네 명의 아시아인이 나왔는데, 한 노인을 세 여인이 위로해주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찍혀 있었다.

[네 손길 덕분에 오늘 두 번이나 쌌어.]

30분간, 두 여인이 서로를 탐닉하는 모습을 보며, 한 여인으로부터 두 차례 위로를 받은 노인은 모든 것이 끝난 후, 옷을 입은 채 음료를 마시며, 자신을 위로해준 여인에게 그렇게 말했다.

[너희들 데뷔하고 나면…… 그…… 우리 전자 그…… 휴대폰 광고 모델로 기용해줄게. 오늘 너희들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즐거웠어.]

노인의 정체는 삼우그룹 회장 김대영이었다.

그리고 여인들은,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었기에 그 정체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연예계 데뷔를 앞둔 지망생으로 보였다.

<저거 진짜 김대영임?>

<헐>

<노인네 힘 좋은거 보소 ㅋㅋㅋ>

어떤 한국인들은 노인의 정체를 파악하곤 그런 댓글들을 달았다.

<제보합니다. 현재 해외 사이트에 김대영 회장의 불법 성매매 동영상이 떠돌아다니는 중입니다.>

어떤 한국인들은 그 동영상의 존재를 자국 언론사에 신고했다.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 인터넷 번역기를 통해 영어를 비롯한 다양한 언어로 번역하여 미국과 영국, 유럽 주요 언론사는 물론 중동과 심지어 아프리카의 주요 언론사에까지도 신고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김대영의 동영상은 공개된 지 1시간 만에 전 세계 사람들이 알게 됐다.

<삼우그룹 김대영 회장, 불법 성매매 논란>

<모델 기용을 대가로 성매매, 충격>

한국 언론은, 그러나 일부 진보 언론과 인터넷 언론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언론에선 그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무궁일보는 당연했고, 비교적 삼우그룹과 거리를 두고 있던 태극일보도 그 사실에 관해선 그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네티즌들은 미친 듯이 기사를 쏟아내는 외신과 대조되는 한국 언론의 행태를 조롱하며, 외신을 번역하여 온갖 인터넷 사이트에 뿌려댔다.

결국, 공중파부터 뉴스에서 그 사실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의 보도는 어디까지나 그런 의혹이 있다는 수준에서, 메인도 아닌 서브에 배치한 정도였지만, 어쨌건 국내 주요 언론에서 보도하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모든 한국 언론이 보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우리는 수정헌법 1조를 지지합니다.>

김대영의 동영상이 공개된 지 사흘이 지난 7월 15일 화요일.

포르노 사이트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폰허니 운영진이 그런 대문 공지를 올렸다.

<아시아의 모 기업에서, 자기들 CEO의 불미스러운 동영상을 내리라는 압박을 가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유를 지지합니다. 우리는 그 CEO의 즐길 자유도, 그 동영상을 대중이 볼 자유도 모두 지지합니다. 하원과 상원에 로비를 해서 우리 사이트를 망하게 하겠다는 협박 따위에 우리는 굴하지 않습니다.>

삼우그룹의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사실상 삼우그룹이 동영상을 내리라고 협박했다는 것을 공개한 셈이었다.

사태가 거기까지 이르자, 침묵하던 국내 주요 언론들도 보도를 할 수밖에 없었다.

7월 16일 수요일.

모든 한국 언론이 김대영의 동영상과 삼우가 포르노 사이트에 가한 압력을 기사화했고, 무궁일보조차도, 김대영과 삼우그룹을 최대한 옹호하는 방향이긴 했지만, 관련 기사를 내놨다.

일부 여당 내 강경한 진보파 의원들이 국정조사까지도 언급하는 가운데, 7월 17일 목요일 김대영은 갑자기 의식을 잃고선 서울삼우병원 VIP실에 입원했다.

삼우그룹에서는 김대영이 현재 의식불명 상태이며 상당히 위독한 상황이라는 의사의 소견서를 공개하며 언론 플레이에 나섰다.

[상황이 이런 만큼, 회장님에 대한 불필요한 억측을 쏟아내는 게 아닌, 회장님의 쾌유를 위해 기도해주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차세대기획본부장의 명의로 나간 인터뷰는, 그러나 대중들로부터는 큰 반감을 사고 말았다.

<억측 ㅇㅈㄹ 그럼 영상에 나온 남자는 김대영이 아니라 김영대임?>

<예전엔 재판 받으러 나갈 때 휠체어 타더니 이젠 수사도 시작 안 했는데 드러눕는 거 보소 ㅋㅋㅋ>

<벌러덩하고 드르렁하면 아무도 안 건들지 ㅋㅋㅋ>

그렇게 모든 여론의 관심은 김대영에게 집중됐다.

자연스럽게 강철에 관한 관심은 식었고, 대중과 언론 그 누구도 그의 국보법 위반 혐의나 여적죄 등에 관하여 이야기하지 않게 됐다.

7.

7월 20일 일요일 저녁 6시 20분.

한남동 박태화의 자택에서, 강철은 그와 마주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강철의 요청에 따라, 그들 주변에는 도우미는 물론 박정연도 접근할 수 없었다.

“김 회장이 찍은 포르노로 모든 눈이 옮겨졌어. 덕분에 국보법 위반 혐의를 받던 누군가는 편안해졌지.”

박태화는 그렇게 말하며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삼우 김 회장님께.”

능청스럽게 강철은 그렇게 대답했다.

“삼우그룹에서 그랬을 리는 없고, 누군가가 조직적으로 동영상을 찍어서 올렸을 거란 말이지. 누굴까?”

“글쎄 말입니다. 예전에 삼우그룹이 안기부 쪽하고 충돌을 한 일이 있는 거로 아는데, 국정원이 그랬을 수도 있고……”

“국정원이 왜 그러나? 삼우그룹 돈 받고 하수인 노릇 하는 것들 천지인데.”

태성전자의 반도체 핵심 기술 중 하나가 중국 기업을 거쳐 삼우전자로 유출된 사건이 몇 년 전 있었다.

아직 강철이 회귀도 하기 전인 2009년의 일이었다.

박태화는 그 일에 국정원이 개입돼 있을 거라고 지금도 믿고 있었다.

‘일단 뭐 김대영한테 유감이 많으면 내 입장에선 편하니까.’

그런 박태화의 심리를 읽은 강철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빙빙 돌렸다.

“아니면 뭐…… 그 조카들 짓일 수도 있고요.”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 근데 말이야. 난 그렇게 생각하거든. 뭔가 일이 발생했고, 그 범인을 찾기 어렵다면, 가장 이득 보는 놈을 찾아라. 그놈이 범인일 가능성이 크다. 라고 말이야.”

그러면서 박태화는 씩 웃었다.

그는 마치 진실을 파헤치겠다는 듯, 강철의 두 눈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강철은 능청스럽게 그 시선을 받아넘기며 말했다.

“뭐…… 제일 이득 보는 건 아버지가 빨리 죽어야 회장이 되는 김태준 부회장 아니겠습니까?”

그 말에 박태화는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물건이야, 물건.’

박태화는 마음속으로 이미 강철이 김대영을 엿먹인 장본인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박태화의 생각을 읽으며 강철은 생각했다.

‘근거도 없이, 그저 자기 확신만 가지고 판단을 내리니 선물옵션에 회삿돈 1천억을 손해 봤지.’

2007년에 박태화를 구속시켰던 선물옵션 투자 사건을 떠올리며, 강철은 피식 웃었다.

‘어쨌건, 지금은 내 편이니까.’

그 잘못된 습성이, 당장에 자신에겐 이득이었던 만큼, 일단 강철은 그 부분에 대해선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강철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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