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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회귀-112화 (112/175)

112 잘 나가는 인생 (2)

4.

성성민은 화곡본동에 자리한 고아원 은혜의 집 출신으로서, 강철과는 일상에서 마주칠 일은 없던 아이였다.

다만, 1년에 한두 번, 크리스마스나 어린이날에 하는 강서구 고아원 연합 행사 때 얼굴을 마주쳤었고, 같이 연극 같은 것을 몇 번 준비하며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즉, 강철에게 있어선 몇 안 되는, 나쁘지 않은 기억으로 남은 사람이란 것이다.

“이야, 형 진짜 잘 나가나 봐?”

성성민은 강철의 차 골덴바움 RW-10을 보며 감탄했다.

강철은 차에서 내려 성성민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너 언제부터 여기서 일하고 있었어?”

“나? 얼마 안 됐어. 올해 초부터.”

그러면서 그는 얄궂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형을 본받고 싶어서, 나도 나왔거든.”

그 말에 강철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나 들었어. 형이 학교에서 어떻게 나왔는지.”

그 말에 강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그는 전략적으로 경계가 필요한 대상에게나 쓰는 관심법을 발동시켜 성성민의 내적 독백을 엿들어 보았다.

‘나도 잘 한 선택이겠지?’

‘맞아. 철이 형도 고아원에서 벗어나니까 이렇게 잘 나가잖아.’

‘나도 충분히!’

강철은 씁쓸함을 느꼈다.

‘예기치 않게 못된 영향을 끼쳐버렸어.’

본래 성성민은 고아원에서 나오지는 않았다.

적어도 성인이 되기 전까지, 그는 고아원에 계속 머물러 있었던 것으로 강철은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회귀 후 첫 번째로 했던 행동의 결과, 예기치 않게 성성민은 자신에게 영향을 받아 고아원을 나와 이렇게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다.

“뭐 내가 솔이처럼 데려갈 부모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쨌건 나왔으면 혼자서 꾸역꾸역 살아야지.”

강철이 생각하는 사이, 성성민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강철은, 성성민의 입에서 ‘솔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흠칫했다.

“솔이?”

“응. 왜 형 좋다고 따라다녔던 애 있잖아.”

“그랬었나?”

강철은 진심으로 반문했다.

그와 같은 고아이자, 그가 방화동 사랑의 집을 떠날 때 잘 가라며 인사해 주었던 아이인 강솔은 그저 그를 잘 따랐을 뿐, 좋다고 따라다니던 아이는 아니었다.

적어도 강철의 기억에는 그랬다.

“아무튼 솔이가 어떻게 됐다고?”

“아, 형은 모르겠구나. 하긴 나도 며칠 전에 거기 준식이한테 들은 이야기니까.”

성성민은 사랑의 집에 아직 남아 있는, 93년생 동갑내기 친구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강철에게 전해주었다.

“솔이 걔 지지난 주였나? 엄마가 와서 데려갔데.”

“그래?”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하긴 이전 생이나 지금이나 고아원을 나오고 나서는 그쪽하고 완전히 단절하고 살았으니까.’

강철은 살짝 마음이 놓였다.

“부산으로 내려간 건가?”

“그건 나도 모르지?”

“그래? 어쨌건 다행이네.”

“에이, 그래도 뭐 형만큼 다행은 아니지. 이야…… 이거 한 3억 한다고 들었는데…… 무슨 사업 같은 거 해? 아니면 뭐 어디 주식 같은 게 대박이 났다거나?”

성성민의 물음에 강철은 웃기만 할 뿐, 별다른 대답은 하지 않았다.

“성민아~ 뒤에 손님 밀려~”

한창 둘이 이야기를 나눌 때, 사장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느긋하게 말끝이 늘어지는 말투로 성성민을 재촉했다.

“어이쿠. 이거 이야기하느라 일을 안 하고 있었네. 만땅으로 넣어달라고 했지?”

성성민은 곧장 강철의 차에 주유하기 시작했다.

강철은 다시 차에 올라타서 운전석에 앉았다.

“형, 다 됐어.”

잠시 후, 성성민은 카드와 영수증을 들고 강철에게 다가왔다.

강철은 그것을 받고는 성성민에게 100만 원짜리 수표 3장을 건네주었다.

“형…… 이게 무슨……”

“팁이야. 엉뚱한 데 쓰지 말고, 너 생활비에 써.”

“아니…… 이럴 필요까진 없는데…… 그래도 고맙게 받을 게 형.”

“그래. 쓸데없는 사양은 하지 말고, 줄 때 고맙게 받아.”

강철은 씩 웃으며 성성민과 악수를 나눈 후 차를 몰고 주유소를 떠났다.

성성민이 강철을 향해 마저 손을 흔들다가, 뒤에 바로 따라 들어온 다른 차에 주유하기 시작하는 걸 백미러를 통해 확인한 강철은 이내 시선을 전방으로 돌린 후 긴 한숨을 내쉬었다.

‘미시적인 부분에서 역사는 바뀌었어.’

중견기업 대산그룹과 대기업 거목그룹 그리고 일신그룹의 총수가 바뀌고 지배구조가 바뀐 것은 분명 작은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거시적인 역사에 영향을 끼칠 일까진 아니었다.

지배자가 바뀌었을 뿐, 근본적인 구조가 바뀐 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성성민의 고아원 탈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무슨 영향을 어떻게 줬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나의 행동이 그 아이의 결정에 영향을 줬겠지.’

그리고 그것은 성성민이라는 개인의 삶에는 영향을 끼치겠지만, 역사에는 영향을 끼치진 못할 터였다.

‘솔이가 어머니를 따라갔다…….’

이것은 어쩌면 원래 일어났어야 했을 일이었을 수도 있다.

첫 번째 삶에서, 강철은 20세가 된 2011년 1월에 사랑의 집을 나와야 했고, 그랬기에 2011년 1월 이후 그곳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전혀 알고 있질 못했다.

그건 이번 생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나오는 날짜가 앞당겨졌을 뿐, 결국 2011년 1월 이후의 일에 관해 강철이 알 수 없는 건 지난 생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원 역사가 어쨌건, 결과적으로 고아원에 있는 것보단 자기 어머니에게 가는 게 낫겠지.’

문득 강철은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 내 힘이면 솔이나 성민이 정도는 충분히 케어해 줄 수 있긴 해.’

어쩌면 그들을 거둬 줄 수도 있을 터였다.

‘근데 그게 그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좋은 영향만 줄까?’

그런 고민 속에서 강철은 한참을 달려 인천항 거목그룹 소유 창고에 도착했다.

“오셨십니까, 실장님!”

그곳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김명길과 그를 따르는 인천 건달들이 강철에게 인사했다.

“고문님에서 실장님으로…… 직급이 낮아진 거 아닌가?”

“마 대산 고문보다는 거목 실장이 더 높은 거 아입니까?”

“어차피 둘 다 비공식 직함이잖아. 대산 고문이나, 거목 경호실장이나.”

“아…… 그, 그기야 뭐…….”

“됐고, 안에 있지?”

“네, 행님. 근데 마 임마가 말이 안 통해가 뭐 어째 물을 수도 없고…….”

강철은 손을 흔들어 김명길에게 따라오라 한 후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高丽棒子 傻逼!”

창고 안에는, 한 남자가 의자에 묶인 채, 얼굴이 멍투성이가 된 채로 고래고래 중국어로 무어라 고함을 치고 있었다.

강철은 그것을 확인한 즉시 러시아에서 획득한 초능력-강철 본인이 ‘바벨’이라 명명한 힘을 사용했다.

그리곤 그 중국인 근처에 서 있던 인천 건달 한 사람에게서 회칼을 받은 다음 그대로 중국인의 손등에 칼을 꽂았다.

“아아아아아악-!”

강철은 고통에 파르르 떠는 중국인에게 물었다.

“너희 조직 한국인 총판이 누구야?”

그가 말한 건 한국어였지만, 그의 혀를 통해 밖으로 나온 건 북경 중국어였다.

“이 얼간이 새끼들! 내가 누군지 알……”

“알지. 톈진 봉황방 말단 영업 조직원.”

강철의 입에서 자기 정체가 나오자 중국인은 흠칫했다.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강철은 그의 손등에 박혀 있던 칼을 쑥 뽑았다.

“흐으아악-!”

그리고 그 통증에 비명을 지르는 중국인의 심장에 그대로 칼을 꽂았다.

“시, 실장님!”

“그 자식 아직 입도 안 열었는데……”

중국인을 죽이고, 강철은 건달들에게 그를 공구리칠 것을 명령했다.

그리곤 김명길에게 말했다.

“강남 클럽 쪽에서 구준표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인 새끼가 있을 거야. 그 새끼가 총판이니까, 잡아 와.”

“네? 아…… 네. 알겠십니다.”

관심법을 발동하고, 손등에 칼을 꼽은 다음, 그의 조직에 관한 정보를 읊었을 때, 중국인은 한국인 총판의 배신 가능성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 속에서 한국인 총판의 예명과 활동 영역이 그의 의식 표층에 떠올랐고, 강철은 관심법으로 그것을 포착했다.

“수건.”

강철의 말에 인천 건달 하나가 수건을 꺼내 강철에게 갖다 주었다.

강철은 그걸로 얼굴과 손에 묻은 피를 닦으며 생각했다.

‘내 인생이 이런 인생인데 괜히 엄한 사람 끌어들이면 내가 힘들어져. 그 사람들도 힘들어지겠지만.’

강철이 상대할 적은 강대한 자들이다.

그랬기에 강철은 사람에게 쉽게 정을 주지 않았고, 정을 주더라도 스스로를 그 강대한 적들로부터 지킬 수 있는 자들에게나 주었다.

김명길 같은 경우는 이제 그 강대한 자와 대적할 힘을 갖추게 됐고, 한소영은 애초에 그 강대한 자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강솔이나 성성민은 아니었다.

그 사람들은 그 강대한 자들이 손가락 하나만 움직여도 엄청난 피해를 입을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만약 그들이 강철과 가깝게 지내게 된다면, 강대한 적들은 그들을 인질 삼아 강철을 귀찮게 할 수도 있었다.

‘적당히 차명으로 후원하는 식으로나 도와야지, 쓸데없이 거두거나 가까이하면 안 될 것 같아.’

강철은 담배를 한 대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이미 너무 많은 사람한테 정을 줬어.’

한소영과 김명길 정도가 강철이 새로이 정을 준 사람이었다.

김명길에겐 처음엔 정이 없었지만, 1년 조금 안 되는 기간 동안 함께 일하며 나름 정을 주게 됐다.

한소영은 강철의 첫 경험 상대이자, 그의 아이를 임신한 존재였다.

계약이니 뭐니 했지만, 거의 매일 붙어살며 육체적 사랑을 나누던 사이였던 만큼, 그간 쌓인 정이란 무시 못 할 정도의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미 강철에게 마음의 짐이 되고 있었다.

‘푸틴을 지키는 근위대 규모만 1만이 넘는다고 하지.’

지난 생의 기억과 이번 생에 러시아 해외정보국 요원 미하일 킴과 연방보안국 요원 올가 프리마코바로부터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강철은 자신이 푸틴을 죽일 수 있을 가능성에 대해 계산해보았다.

‘장갑차까지 갖춘, 오로지 푸틴 한 사람만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1만 명의 무장 군인을 뚫고서 푸틴을 죽인다?’

지금 강철의 능력이라면, 10분은 버틸 터였다.

그러나 그 이후엔 초능력 에너지가 고갈되어 오거닉 메탈이 풀릴 것이고, 곧 벌집이 될 터였다.

그리고 푸틴은 그 10분 정도는 숨어서 버틸 수 있을 터였다.

‘무엇보다도 푸틴 하나를 죽인다고 해서 멸망을 막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과 세계 멸망을 초래한 핵전쟁은 푸틴 한 사람의 결정이 아닐 터였다.

그를 둘러싼 군부 및 보안기관 강경파들, 외교적 모험가들, 국제문제를 도박처럼 여기는 자들 그리고 전쟁을 통해 이익을 얻는 자들이 모두 하나의 복합체가 돼 결정한 게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고 핵전쟁일 터였다.

‘푸틴 하나 죽이는 것도 가능성이 낮은데,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나머지 강경파 복합체 구성원을 다 죽인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랬기에, 강철은 정을 주는 사람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멸망 후의 세계에서…… 그들을 일일이 케어하는 것도 분명 한계가 있으니까.’

강철은 씁쓸함을 느끼며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강철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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