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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회귀-90화 (90/175)

090 2차 공방전 (2)

“부국광 씨.”

장우진은 거꾸로 매달린 부국광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그는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나 목발을 짚고서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손수건을 꺼내 그의 얼굴에 묻은 물기를 닦아주었다.

“그러게, 하던 대로 소방수 역할이나 잘하지, 왜 주제에 넘는 짓을 해서 우리를 야만인으로 만드는 겁니까?”

장우진은 안쓰럽단 표정으로 부국광을 바라봤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부국광은 잔뜩 겁에 질려 그렇게 외쳤다.

“잘못한 짓을 처음부터 안 했으면, 이런 일 자체가 없었잖아요. 이 씹새끼야.”

“으으으읍-!”

장우진은 손수건을 부국광의 아가리에 쑤셔 넣었다.

[빡-!]

그리곤 그대로 목발로 부국광의 왼팔을 후려쳤다.

“으으읍-!”

부국광은 거꾸로 매달린 채 물 떠난 물고기처럼 파닥거리며 고통을 표현했다.

“왜 안 하던 짓을 해서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하냔 말이야!”

[빡-! 빡-! 빡-! 빡-!]

장우진의 구타는 목발이 부러지고 나서야 끝났다.

대기 중이던 비서가 새 목발을 가져오자 장우진은 그것에 의지해 도로 의자로 향해 가 앉았다.

그는 의자에 앉아 손짓으로 부국광을 물에 빠뜨리라 명령했다.

곧 부국광은 입에 손수건이 물린 채 수돗물로 가득 찬 드럼통 속에 머리를 처박았다.

잠시 후, 부국광은 다시 끄집어내 졌다.

장우진은 비서에게 입에 물린 손수건을 빼내라 시켰고, 곧 부국광의 입은 자유로워졌다.

그 자유로워진 입으로, 부국광은 항복을 선언했다.

“다, 전부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살려만 주십시오!”

사실 이미 항복 선언은 납치당해 이곳으로 오는 중에 벌써 이루어졌다.

그러나 장우진은 고의로 그것을 무시했다.

덕분에 부국광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를 가져다준 폭력과 대면했고, 모든 것을 확실하고 완전하게 털어놓을 마음가짐을 품게 됐다.

“배후는?”

“배, 백두산! 백두산 회장입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장우진을 살짝 당황스럽게 했다.

“백두산? 설마 강서구에 그 사채업자 말하는 거예요?”

“맞습니다. 그, 그 사람이 배후입니다.”

장우진은 혼란스러웠다.

“그, 그런데 시, 실제로 일하는 건 다른 사람입니다.”

장우진은 인상을 찌푸렸다.

“가, 강철이라고. 웬 어린놈이 백두산 회장한테 반말하면서, 그를 부리고 있습니다.”

장우진의 눈빛이 떨렸다.

“그 말, 사실이죠?”

“제가 누구 앞에서 감히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전부 사실입니다.”

부국광은 자신이 인지하고 있는 카우보이 에셋 트러스트에 관한 정보도 장우진에게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 수준의 정보는 이미 거목 측에서도 수집해둔 것이었기에, 장우진은 경청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다른 걸 물었다.

“그 강철이라는 사람 말이에요.”

“네, 네.”

“그 사람이 백두산보다 위에 있는 것 같다고 했죠?”

“그, 그렇습니다.”

“혹시 그 사람 배후에는 누가 있는지 알아요?”

“모, 모릅니다. 저, 정말입니다. 정말 모릅니다!”

“윤준태나 윤경태 아니에요?”

“아닙니다. 유, 윤경태는 모르겠고 윤준태는 아예 강철하곤 접점이 없습니다.”

“근데 왜 최근에 윤준태하고 부국광 씨하고 자주 만났어요?”

“그, 그건…… 유, 윤준태가 제가 카우보이 에셋 트러스트에서 일한다는 걸 알고 접근한 겁니다. 그, 그냥 술만 얻어 마셨을 뿐입니다.”

장우진은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윤준태하고 강철은 그럼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거야? 아니, 그리고 백두산 그 인간은 왜 갑자기 이름이 나오는 거야?’

아무래도 부국광이 뭔갈 더 숨기고 있다고 판단한 장우진은 이후로 몇 차례 더 그를 물에 담갔다.

그러나 부국광은 자신이 아는 선에서 할 이야기를 전부 다 한 상태였기에, 아무리 물속에 들어갔다 나와도 그의 입에서 추가로 나오는 정보는 없었다.

결국, 장우진은 부국광을 털어서 알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임을 깨닫곤, 고문을 멈췄다.

“부국광 씨, 지금 그쪽 뒤에 있는 고용주가 무슨 장난질을 하는진 모르겠는데, 우리 거목그룹, 겨우 이딴 장난질에 무너질 기업 아닙니다. 잘 알고 계시겠죠? 그래도 명색이 금융권에서 잔뼈가 굵으신 분이.”

“네, 네. 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부국광 씨는 우리 파트너예요. 몇 주 뒤에 주총이 있을 건데, 그때 적당히 파토 좀 내주세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네, 네. 대, 대리인 명단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런 거예요. 역시 베테랑은 다르시네.”

그렇게 부국광은 장우진에게 포섭된 상태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탔다.

“조심히 드가십쇼.”

11월 13일 토요일 새벽 2시.

거목그룹 비서실 직원들은 부국광을 압구정동 현성아파트 5차 후문에 내려주었다.

양주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와중에 폭력의 흔적은 말끔히 지워졌고, 중간에 차 안에서 반강제로 술을 마셨기에, 그의 모습은 마치 술 취한 동네 아저씨 같아 보였다.

그 누구도, 그가 조금 전까지 물고문을 받았다는 걸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

“우웨엑-!”

차가 떠나는 걸 지켜보던 부국광은, 그만 도로가 하수구에 구토하고 말았다.

한참 구토하던 부국광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눈물을 닦았다.

“개새끼들…….”

“누구한테 하는 소리지?”

어둠을 뚫고 들려오는 목소리에 부국광은 화들짝 놀라며 뒤로 자빠지고 말았다.

“그, 그, 그……!”

어둠 속에서, 강철이 걸어 나왔다.

강철은 바들바들 떨며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부국광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고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곤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그가 찍어 두었던 동영상을 틀어 주었다.

[가, 강철이라고. 웬 어린놈이 백두산 회장한테 반말하면서, 그를 부리고 있습니다.]

부국광은 눈을 부릅떴다.

“선을 많이 넘으셨더라고.”

강철은 그대로 부국광을 들쳐 맸다.

“사, 사, 살려주십시오!”

강철은 부국광의 애원을 무시하곤, 그대로 아파트 벽을 타고 옥상까지 달려 올라갔다.

“으어어어-!”

아무런 기구도 없이, 벽을 타고 오르는 강철의 모습에 그리고 자신의 뒤통수와 등판을 때리는 차가운 바람에 부국광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풀썩-!]

옥상에 도착하자마자 강철은 부국광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

그리곤 품에서 2번 접은 A4용지와 볼펜 한 자루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이, 이게 뭡니까?”

“내 말 받아써.”

“이, 이게 도대체…… 아아악-!”

강철은 계속해서 반문하는 부국광의 손가락을 밟았다.

“거목그룹 장우진이한테는 술술 순종적으로 나가시더니, 왜, 그쪽에 붙었다고 이젠 내 말은 안 듣겠다, 이건가?”

“죄, 죄송합니다.”

부국광은 곧장 굴종했다.

“소방수로 살았지만 부끄러움 없이 살았다고 자부합니다.”

강철은 부국광에게 자신이 부르는 문장을 대필하게끔 했다.

부국광은 힘겹게 A4용지를 펼쳐 그 위에다 강철의 말을 볼펜으로 꾹꾹 눌러쓰기 시작했다.

대필 작업은 5분 정도 이어졌고, 그것이 모두 끝났을 땐,

“저, 저기……”

아주 훌륭한 유서가 만들어져 있었다.

강철은 부국광에게서 A4용지를 빼앗아 그 내용을 확인해 보았다.

부국광은 그제야 강철이 장갑을 끼고 있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좋아. 내가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적었네. 훌륭해.”

강철은 A4용지를 다시 2번 접었다.

그리곤 부국광을 일으켜 세운 후 그의 안 주머니에다가 볼펜과 함께 그것을 집어넣었다.

“뭐, 뭘 하시려고……”

부국광은 불안한 표정으로 강철을 바라보았다.

강철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나하고 사적인 원한이 있는 경우, 죽는 것이 살아 있는 것보다 내게 더 이득이 되는 경우 그리고 선을 넘는 경우. 이 세 경우 중 둘 이상을 충족하면, 난 사람을 죽여.”

강철은 부국광의 목과 복부를 잡아 그를 집어 들었다.

“아아악-! 사,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당신은 그 세 경우 중 둘을 이미 충족했어.”

강철은 그대로 부국광을 옥상 아래로 집어 던졌다.

“아아아아아악-!”

[쿠웅-!]

[삐삐삐삐삐비-!]

비명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부국광은 옥상 아래 주차돼 있던 독일제 세단 위로 떨어졌고, 그 충격을 고스란히 흡수한 차량은 비상벨을 울리며 단지를 깨웠다.

그리고, 옥상에서 부국광이 확실하게 죽었음을 확인한 강철은 냉소를 흘리며, 이내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췄다.

4.

11월 13일 토요일 오전 8시.

부국광의 자살 소식이 아침 뉴스를 통해 보도됐다.

그리고 2시간 후인 오전 10시, 태극일보 인터넷판에 부국광의 유서가 태극일보 단독 보도 형태로 고스란히 원본 사진과 함께 보도됐다.

<거목그룹 장우진 비서실장은 이날 언론사에 사회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자신의 혐의를 일체 부인했다.>

부국광은 유서를 통해 자신이 장우진으로부터 폭행과 협박을 당했으며, 거기서 느낀 공포와 수치가 자신에게서 살아갈 희망을 앗아갔다고 주장했다.

당연히 장우진은 그것을 전면 부인했고, 필요하다면 경찰 조사에도 응하겠다며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시도는 11월 14일 일요일 오전 11시, 태극일보 인터넷판에 공개된, 양주 시멘트공장에서 그가 비서실 직원들과 함께 부국광을 폭행한, 13초가량의 짧은 영상 하나로 인해 완벽하게 차단됐다.

<익명의 제보자가 동영상을 찍은 시간은 11월 12일 금요일 밤 11시 30분 경이다. 그리고 부국광 씨는 익일 새벽 2시경 그의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하여 생을 마감했다. 두 사건 사이에 연관이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동영상이 공개되자마자, 민심은 들끓었다.

경찰청과 검찰청 홈페이지는 장우진을 체포하라는 네티즌들의 항의성 방문이 폭주하며 일시적으로 마비가 됐다.

태극일보를 필두로 모든 언론이 장우진을 다루었고, 야당 국회의원들은 물론 일부 여당 국회의원들까지 나서서 그의 범죄 행위를 규탄하기까지 했다.

“내일 오전 9시에 강남경찰서에 출두하겠데, 장 실장.”

일요일 오후 5시.

엄태욱의 자택 거실에서, 한소영은 커피를 마시며 강철에게 그렇게 말했다.

강철은 피식 웃으며 커피를 쭉 들이켰다.

“비싼 원두로 만들어주면 뭐 하나? 향도 모르고 그냥 원샷인데.”

그런 강철에게 한소영은 한 소리 했다.

“내가 입이 원래 비싸지가 않아서 말이야.”

“내가 비싸게 만들어 줘? 나하고 딱 한 달만 같이 살면, 원두 원산지까지 딱 한 입만 맛봐도 다 구분하게 될 건데?”

강철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런 강철을 향해 한소영은 물었다.

“이것도 자기가 계획한 거야?”

그 물음에 강철은 대답하지 않았다.

“자기라…… 호칭이 점점 변한다? 너에서 자기…… 그다음은 뭐지?”

한소영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쓸데없는 디테일을 지적하는 척, 답을 회피하지 말고. 우리, 운명 공동체라며? 그럼 이 정도 질문엔 대답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러면서 한소영은 살짝 떨리는 눈으로 강철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질문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해서 물었다.

“부국광…… 자기가 죽였어?”

강철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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