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회귀-84화 (84/175)

084 악재 (1)

1.

오거닉 메탈은 단순히 표피만 강화하는 초능력이 아니다.

오거닉 메탈을 팔에 두르면, 뼈와 혈관, 힘줄 심지어 세포까지 모든 것이 강해진다.

그리고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확실히 초인적이다.

[우드득-!]

의자 팔걸이에다가 강철의 양 손목을 고정시켰던 쇠사슬이 뜯겨지며 강철의 양손을 자유를 얻었다.

[콰드득-!]

강철의 발을 얽매고 있던, 굳어버린 시멘트는 그것을 담고 있던 바구니와 함께 터지며 사방으로 그 파편을 흩뿌렸다.

‘이, 이게 뭐야?’

앉은 채로, 속박을 모두 풀어내고 자리에서 유유히 일어서는 강철을 보며 장우진은 뒷걸음질을 쳤다.

“저, 저 자식 잡아!”

그러면서도 그는 공장에 모여 있던 거목그룹 회장 비서실 직원들과 외부에서 모집한 건달들에게 강철을 제압할 것을 명령했다.

“따까리한테 힘든 일 다 시키는 건, 조폭이나 재벌이나 똑같구만.”

강철은 그런 장우진의 모습에 냉소했다.

[빠악-!]

그리고 자신에게 가장 먼저 다가온, 거목그룹 비서 하나의 면상에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

비서는 코가 주저앉고, 앞니가 뽑힌 채로 그 자리에서 다가오던 자세 그대로 넘어졌다.

[빡-!]

자신이 공격한 자의 상태 변화를 강철은 지켜보지 않았다.

그는 그대로 선제적으로 움직여 자신의 전방에서 접근하는, 건달의 복부를 발로 걷어찼다.

건달은 그대로 뒤로 쭉 밀려나며, 자신의 배후에 있던 자들을 마치 볼링핀처럼 자빠뜨리곤, 눈을 까뒤집은 채 의식을 잃었다.

“그동안 지분 다툼이다, 책략이다, 머리 쓰는 일만 했지.”

장우진더러 들으라는 듯, 강철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하며 계속해서 자신을 향해 접근하는 사내들을 쓰러뜨려 나갔다.

[빠악-!]

건달의 관자놀이를 치면서,

“편하긴 했지만 몸이 근질거리더라고.”

[빡-!]

거목그룹 비서의 가슴팍을 손바닥으로 강하게 치며,

“덕분에 오랜만에 힘을 좀 쓰게 됐어.”

[우드득-!]

건달의 팔꿈치를 쳐 팔을 꺾어버리면서,

“그러니까, 그쪽은 맨 마지막에 손봐줄게.”

그렇게 강철은 장우진에게 살벌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10명의 비서실 비서와, 20명의 건달이 강철에게 제대로 손도 대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구타당하며 쓰러지는 것을 보며, 장우진은 두려움에 빠졌다.

‘뭐, 뭐 하는 인간이야?’

조민석은 장우진에게 분명히 경고했다.

괴물 같은 놈이라고.

그러나 장우진은 그것을 경히 여겼다.

‘저런 종류의 괴물이라곤 말 안 했잖아!’

5분.

30명의 건장한, 훈련된 사내들이 모두 바닥에 쓰러지는 데에 걸린 시간이었다.

‘에너지가 남아도니까, 옛날 생각이 나네.’

아직, 죽기 직전 대비 30%도 되지 않는 힘이었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

강철은 오랜만에 힘을 쭉쭉 쏟아낸 것에, 마치 변비에서 탈출한 것과 같은 기쁨을 느끼며 장우진을 바라봤다.

‘어라?’

그리고 강철은, 장우진의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감탄했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다 부하들이 쓰러지면 도망치거나, 항복하기 바빴지.”

강철은 장우진에게 다가갔다.

장우진은 쌍절곤을 든 채 강철과 싸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쪽도 그러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내 오판이었어. 그쪽은 그 정도로 비겁하진 않은 모양이야.”

장우진의 자세는 완벽했다.

강철은 그의 손과 발 그리고 어깨와 골반의 정렬을 보고 그가 굉장히 오랜 세월 훈련을 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역시 재벌 총수의 고명대신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 모양이구만.”

덕분에 강철은, 하지 않아도 될 말을 꺼내고 말았다.

그것은 일종의 천기누설이었다.

그러나 장우진은 지금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쉽지 않은 상대다.’

강철의 몸놀림은, 단순히 싸움 좀 한다는 젊은이의 것이 아니었다.

철저히 실전으로 단련된, 야수와도 같은 강철의 모습에, 장우진의 사기는 확실히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는 물러설 수 없었다.

‘애들이 오고 있어. 어떻게든 내가 시간만 끌면…… 그러면 다시 이 자식을 제압할 수 있어.’

그리고 그 모든 내적 독백은, 그 핵심 내용에 한해선 모두 강철에게 읽히고 있었다.

‘지원군을 기다리며, 시간을 끌겠다?’

약 1개월 전, 엄근식의 집에서 강철은 황금 불상을 훔쳤다.

그리고 그는 매일 꾸준히 연금술사의 불꽃으로 그것을 조금씩 녹여가며 엘릭서를 추출했다.

덕분에 강철의 초능력 에너지 사이즈는 조금씩 성장했고, 그것의 성장은 곧 그가 흡수한 초능력들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덕분에 처음에는 굉장히 비효율적이었던 연금술의 효율도, 불상의 발 받침대를 녹일 때쯤에는 굉장히 좋아져 있었다.

그것은 관심법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장우진의 내적 독백 전체가 고스란히 강철에게 전달되진 않았지만, 그 핵심 내용만큼은 확실히 날아와 박혔다.

“마냥 다른 사람의 손에 피를 묻히는, 온갖 더러운 일은 밑에 사람에게 시키고 자기는 뒤에서 고고한 척하는, 그런 캐릭터는 아니시구만.”

강철은 활짝 웃으며 장우진에게 다가갔다.

“그럼 마땅히 걸맞은 대우를 해 줘야지.”

그리고 그는, 장우진에게 돌진해 들어갔다.

2.

“커흐윽…….”

10월 3일 일요일 밤 11시.

장우진은 얼굴이 부풀어 오르고, 양 손목이 으스러진 채 공장 기계에 등을 기댄 채 앉아 있었다.

[뻐억-!]

그런 그의 앞으로, 꽃남방을 입은 건달 하나가 날아와 엎어졌다.

입술이 터진 채 피 섞인 게거품을 내뿜으며 기절한 건달을 끝으로, 공장 내부에 서 있는 사람은 오직 하나, 강철만이 남게 됐다.

“너…… 누구야?”

장우진은 그런 강철에게 물었다.

강철은 손과 머리카락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서, 장우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미 알고 있잖아?”

“…… 진짜 정체가 뭐야?”

“철학적인 존재론적인 질문인가? 아니면 파악되지 않은 적대자의 정보를 얻기 위한 정보 수집 차원의 질문인가?”

강철이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서, 장우진은 기침했다.

피 섞인 가래가 튀어나오는 것을 보며, 한동안 기침하던 장우진은 강철을 바라보며 물었다.

“뭘 하려고 하는 거지?”

“집에 가서 라면을 끓여 먹을지, 아니면 치킨을 시켜 먹을지 고민 중이야.”

“말장난이나 하려고…… 쿨럭-! 내가 지금 이러고 있는 것 같아?”

“그러는 그쪽은, 내가 그쪽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해줄 거라 생각해서 질문하고 있나?”

“상정할 수 있는 가능성 중…… 가장 최선의 것을 선택하는 게…… 기업인의 기본 아닌가?”

“그쪽이 기업인이었나? 내 눈에는 재벌 똥구멍 닦아 주는 따까리인데?”

“쿨럭-!”

피 토하는 장우진에게 강철은 다가갔다.

그리고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엄근식에 대한 충성심 하나로 이런 일들을 하는 거지?”

장우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긴, 단순히 돈 하나만으로 움직이는 가벼운 사람이라면, 재벌 총수의 직속 똥닦개가 될 수도 없었겠지.”

모욕적인 언사에 장우진은 그냥 눈을 감았다.

“회유도 불가능하고, 돈으로 사는 것도 불가능하고. 참 어려운 사람이야, 당신 같은 사람은.”

강철은 장우진의 오른쪽 다리를 잡아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만큼 엄근식한테는 중요한 사람이겠지. 일을 잠시 쉬면, 일상적인 업무에까지 지장이 생길 정도로 말이야.”

장우진은 눈을 떴다.

그는 강철이 뭘 하려는가를 깨달았다.

“이…… 이 괴물 같은…… 끄아아아악-!”

[우드득-!]

강철은 그대로 장우진의 무릎을 밟아 다리를 꺾어버렸다.

“한 두어 달 정도 푹 쉬라고.”

강철은 씩 웃으며, 고통에 비명 지르는 장우진의 턱을 발로 차 그를 기절시켰다.

“어이, 그쪽이 알아서 수습해.”

그리고 일부러, 비교적 크게 다치게 하지 않고 가볍게 제압만 해둔 거목그룹 비서에게 뒷정리를 명령하고는 공장을 빠져나갔다.

3.

10월 4일 월요일 오전 11시.

서울대병원 1인 입원실.

“…… 죄송합니다, 회장님.”

오른쪽 다리와 양 손목에 깁스를 한 채, 사지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없게 고정된 상태에서, 팅팅 부어오른 얼굴로 자신에게 사죄하는 장우진을 보며 엄근식은 탄식했다.

“우진아.”

“네…… 회장님.”

“누가 이렇게 했다고?”

“그게…… 강철이라는 사람입니다.”

“강철?”

“본명인지조차 의심스러운 괴물입니다. 아무래도…… 이 문제는 대산하고 상의를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조민석이랑?”

“조민석이 이 인간이 모든 사건의 배후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넌 이 인간을 납치해서 정보를 얻으려고 했고? 근데 역으로 이렇게 털렸단 말이지? 비서실 애들하고, 같이 데려간 깡패들하고 다?”

“…… 죄송합니다.”

엄근식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야…… 네가 죄송할 건 없어…… 너라고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어? 나라도 상상도 못 했겠지.”

“아무래도…… 보다 더 촘촘한 계획이 필요……”

장우진의 말을 엄근식은 막았다.

“아니야, 됐어. 이왕 이렇게 된 거, 넌 좀 쉬고 있어. 사람 몸 건강해지는 게 먼저지, 일이 먼저가 아니잖아?”

그 말에 장우진은 울컥했다.

“수술받느라 힘들었을 건데, 쉬어. 난 이바노프 중령하고 점심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겠어.”

그러면서 엄근식은 안주머니에서 사인펜 하나를 꺼내 장우진의 오른쪽 다리 깁스에다가 자기 이름과 함께 ‘快癒를 祈願합니다’라는 문장을 적었다.

“요즘 젊은 애들이 이게 유행이래.”

그러고서 엄근식은 병실을 나섰다.

그런 엄근식의 모습에 장우진은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일이 어렵게 됐어.’

장우진을 따라가지 않았던, 그랬기에 현재 비서실에서 유일하게 출근 가능한 직원이 된, 이제 입사한 지 1개월도 안 된 신입 사원의 어벙한 안내를 받으며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차에 올라탄 엄근식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진이가 없으면…… 우진이가 하던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그걸 누가 해?’

재벌 기업 총수 친위대라 할 수 있는 회장 비서실은, 삼우그룹의 비서실을 표준 모델로 해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삼우그룹보다 규모가 작은, 거목그룹 같은 재계 서열 10위권 밖의 기업은, 표준 모델보다는 조금 긴축된 버전으로 총수 친위대를 운용했다.

‘다른 전무나 상무들한테 맡기기엔…… 걔들은 우진이가 하던 일을 제대로 이해조차 못 할 거고…… 이거 참…… 악재야, 악재.’

그랬기에 엄근식은, 삼우그룹이나 현성그룹이었다면 4~5명이 나눠서 했을 일을 장우진 한 사람에게 모두 몰아줬다.

장우진은 그 일을 매우 훌륭하게 수행했고, 그랬기에 엄근식은 편하게 회장으로서의 권위와 권력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장우진이 뜻밖의 일로 전력에서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그는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함을 느꼈다.

“저 앞에서 우회전을 해. 왜 좌회전을 하려는 거야?”

그 단적인 장면은, 이바노프 중령을 만나기 위해 주한러시아대사관 근처 식당으로 가는 길에, 신입 직원이 제대로 길을 찾지 못해 자기가 직접 우회전하라고 알려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신입 직원의 사과를 무시하고서, 엄근식은 한숨을 내쉬었다.

‘갑갑하구만.’

그러나, 그의 악재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강철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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