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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회귀-69화 (69/175)

069 6단계 법칙 (2)

“허허허. 네, 그럼 조만간 또 뵙겠습니다.”

작두 최형진은 전화를 끊었다.

“에이, 병신같은 새끼…… 하여간 욕심은 졸라게 많아요.”

최형진은 폰 화면을 보고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곤, 이내 서랍에서 장부를 꺼냈다.

“어디 보자…… 우리 과장님이 얼마나 받아 처 드셨더라?”

그리고 그가 막 장부를 펼쳐 경찰에 상납한 돈의 액수를 계산하려고 할 때,

[뻐억-!]

느닷없이 날아든 발차기가 정통으로 그의 안면을 가격했다.

“억-!”

그는 제대로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그저 “억-!”하는 소리만 내며 그대로 뒤로 날아가 제단에 부딪히며 바닥에 쓰러졌다.

“커억-!”

그리고 그가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의 목이 무언가에 의해 세게 짓눌렸다.

그 압력은, 최형진의 호흡을 압박하는 것은 물론 생명까지도 짓밟고 있었다.

“커억…… 컥-!”

최형진은 모로 누운 채 숨이 막히는 걸 느끼면서도 최대한 눈을 돌려 자신을 습격한 존재를 확인했다.

어느덧 은신을 풀고 모습을 드러낸 강철이 입이 찢어지라 웃으며 최형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이, 작두.”

강철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며, 최형진에게 말했다.

“너 6단계 법칙이 뭔 줄 아나?”

“케엑…… 케에엑……”

최형진의 귀에 강철의 이야기는 들어오지 않았다.

“6단계만 거치면,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거야. 재미있지 않나?”

“케엑…… 켁……”

“이전에는 오길동이 쪽 인맥을 통해서 너하고 알게 됐는데, 이번엔 곽기명이 인맥을 통해서 또 너를 알게 되네?”

강철의 눈이 살기와 기대감으로 번들거렸다.

“그러게…… 그냥 사이비 무당짓이나 했으면 됐지, 왜 약장수까지 하는 바람에 나한테 들켜? 어? 그냥 무당으로 살았으면 내가 널 못 찾았을 가능성이 큰데 말이야.”

강철은 발에 힘을 줬다.

“끄으으……”

어느 순간, 최형진은 신음조차 내지 못했다.

[뿌득-!]

그의 목에서 아무 소리도 올라오지 않게 된 지 5초가 지났을 때, 그의 목뼈는 그대로 부러졌다.

최형진은 눈을 뜬 채 혀를 쭉 내민 상태에서 절명했다.

‘아아……’

그리고 최형진이 숨을 거두는 순간, 강철은 심장에 넘칠 듯이 차오르기 시작하는 초능력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3.

경상도 작두 최씨.

그는 멸망 이전에 무당이었다고 스스로 밝혔다.

그리고 멸망 이후 세계에서도 그는 종교적 권위에 힘입어 경상도를 지배했다.

그 종교적 권위의 기반은, 그의 초능력이었다.

경상도 작두 스스로 관심법이라고 부른 그 초능력은, 타인의 내면을 실시간으로 읽는 게 가능한 힘이었다.

“어, 어떻게 됐습니까?”

차에서 내리고서 10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강철이 별안간 차로 돌아오자 강민규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강철은 아무 말 없이 조수석에서 고개를 뒤로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강민규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조금 전 최형진으로부터 얻은 초능력-관심법을 사용해 보았다.

‘불안, 불신.’

강민규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구체적인 정보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강민규가 품고 있는 감정-불안과 불신은 충분히 접수가 됐다.

‘이런 느낌이구나.’

관심법은 상대의 내면을 마음으로 알게 해 주는 능력이었다.

특별하게 귀로 소리가 들린다거나, 눈으로 뭔가 자막 같은 게 뜬다거나 하는 게 아니었다.

‘나나 오길동이나 전부 틀렸구만.’

이전 생에, 작두와 한 차례 대면하고 나서, 그에게 각자가 품은 생각을 모두 들은 후, 강철과 오길동은 작두의 초능력이 어떤 식으로 발현되는가를 두고 의미 없는 토론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강철은 귀로 소리가 들릴 거라고 주장했고, 오길동은 머리 위로 자막이 뜨는 거라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둘 다 틀렸음을 확인한 강철은, 여전히 불안과 불신으로 가득한 강민규를 바라보며 말했다.

“끝났어.”

“네?”

여전히 불신하는 강민규에게 강철은 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아……”

그건 죽은 작두의 사진이었다.

“…… 역시 대단하십니다!”

강민규는 순식간에 태세전환했다.

그는 강철을 보며 존경스럽다는 표정으로 침을 튀겨가며 칭찬하기 시작했다.

“대범함! 대담함! 망설이지 않는 실천! 그야말로 영웅의 면모입니다! 앞으로 큰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러한 강민규의 과장된 칭찬 배후에 자리한 진심은, 곧 관심법을 통해 강철에게 전해졌다.

‘안도, 의심, 두려움, 혼란…… 이거 참…….’

강철은 관심법을 풀었다.

그리곤 시트에 등을 파묻은 채, 강민규에게 말했다.

“대구경북 총판 재건까지 내가 개입해야 하나?”

그 말에 강민규는 이명규를 바라봤다.

“작두 그 새끼가 죽은 거면, 우리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아까 전엔 또 뭐 시간이 걸리니 하시더만?”

“아…… 그거는 뭐…… 시간은 어쩔 수 없이 걸리는 건데, 일단 작두 점마가 죽었으니까, 재건은 시간 문제라는 겁니다.”

강철은 피식 웃으며 관심을 껐다.

‘약쟁이들 일은 약장수가 알아서 잘하겠지.’

대구경북 총판이 날아가건 재건되건, 그건 사실 강철에게 큰 관심사가 되진 않았다.

강철에겐 그저 안정적으로 ‘위스키’를 공급해줄 곽기명만 건재하면 그만이었다.

‘이 정도 사이즈면…… 은신을 펼친 채로 20분 정도는 활동할 수 있겠어.’

중요한 건, 조금 전 작두를 죽이면서 이루어낸 초능력 에너지 사이즈 업과 관심법의 획득이었다.

‘오길동의 능력이 조금은 커진 게 느껴져. 연금술도 마찬가지로 커졌을 거고. 그럼 관심법도 계속해서 초능력 에너지 사이즈를 키우다 보면 진짜 작두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욕망까지도 읽을 수 있게 되겠지.’

강철은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며 이전 생에 작두와 만났을 때, 그가 알려주었던 자기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욕망을 떠올려 보았다.

『인간의 순수한 정을 원하고 있어. 외적 조건이 아닌, 순수한 자기 자신의 인격 그 자체를 사랑해줄 여자를 원하고 있고. 어리석은 것,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을 것 같나? 인간은 타인의 페르소나를 사랑하지, 그 본질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아.』

그러면서 작두는 특별히 강철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그러니까 쓸데없이 진실한 사랑을 찾아 그 사람하고 첫 경험을 하겠니 하는 헛소리 그만하고, 지금 당신 곁에 들러붙은 여자들하고 실컷 즐겨. 그렇게 순수한 꿈을 가지고 살다간 동정 딱지도 못 떼고 죽는 수가 있어.』

그 말을 듣고 나서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강철은 포주 서영은을 죽였다.

‘그런 사람이 없다고?’

이전 생에 작두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며, 강철은 그때와 같은 생각을 품었다.

‘어딘가에는 있겠지. 없으면, 있게 만들면 되고.’

4.

8월 19일 목요일 오후 2시.

“허허허. 요즘 자주 오는구나?”

한소영은 엄근식의 집에 방문했다.

“불편하세요?”

“아니지. 아가 네가 방문하는 건 언제든 환영이야. 허허허. 자, 들어오렴.”

한소영은 엄근식의 안내를 받아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근데 소영이 너 원래 안경을 꼈었니?”

소파에 앉자마자 엄근식은 달라진 며느리의 모습을 포착하곤 물었다.

한소영은 미소를 지으며 안경을 고쳐 썼다.

“나이가 들긴 들었나 봐요, 요즘 눈이 침침해져서, 하나 맞춰 봤어요. 어때요, 어울리나요?”

한소영의 물음에 엄근식은 답하지 않았다.

“그래…… 너도 내년이면 마흔이구나. 이거 참…… 할 거면 빨리해야 하는데 말이야.”

대신 엄근식은 또 그녀에게 인공수정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운을 떼기 시작했다.

그 의도를 파악한 순간, 한소영이 선제적으로 행동했다.

“저기…… 사실은 저번에 회장님한테 들은 이야기…… 그 이야기를 좀 하려고 왔어요.”

순간, 엄근식이 반색했다.

“그, 그래?”

“네. 근데…… 그 말씀을 드리기가…… 장소가 좀…….”

한소영은 그렇게 말하며 거실에서 엄근식의 명령을 기다리는 ‘머슴’들을 바라봤다.

“크흠. 서재로 가자꾸나.”

엄근식은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다.

한소영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따라 일어났다.

곧 두 사람은 서재로 들어갔다.

한소영을 수행한 박 비서도, 엄근식을 수행하는 비서실장도 문밖에 둔 채 두 사람은 원탁에 앉았다.

“그래, 생각은 해 봤니?”

엄근식의 물음에 한소영은 즉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서재를 한 바퀴 쓱 훑으면서, 마치 스캔하듯 바라봤다.

그 모습에 엄근식은 안달이 났다.

“소영아.”

그제야 한소영은 시선을 엄근식에게로 돌려서 말하기 시작했다.

“생각을 해 봤는데…… 회장님 말씀을 따르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한소영의 입에서 긍정적인 말이 나오자 엄근식의 표정이 밝아졌다.

“회장님께서 따로 아들들을 두셨더라면 모르겠지만, 외동아들 하나뿐인 상황에서 제가 손자를 못 안겨 드리는 것도 사실 도의는 아니잖아요.”

엄근식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

한소영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사실 제 아버지가 일신그룹 회장만 아니었다면, 전 벌써 이혼당했을지도 모르죠. 애도 하나 못 낳아주는 며느리를, 그대로 두고 보고 계실 어른들이 어디 있겠어요? 그나마 회장님 정도 되시는 분이니까, 참고 기다려 주신 거지.”

“소영아…….”

엄근식은 한소영의 손을 꼭 잡았다.

“고맙다.”

벌써부터 속단하는 엄근식의 모습에 한소영은 심장이 철렁하는 느낌을 받으며, 살짝 손을 뺐다.

“근데…… 아무리 인공수정이라도…… 이게 저 혼자 애를 낳는 건 아니잖아요?”

그 말에 엄근식의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결국…… 엄 전무하고 말을 맞춰야 가능한 일이지 싶어요.”

“거, 걱정 말거라. 내가…… 내가 태욱이는 설득할 자신이 있다. 내가…… 내가 그 자식 다리 몽둥이를 부러뜨려서라도 어떻게든 하게 해주마.”

한소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속에도 없는 이야기를 하려니 참…….’

한소영은 엄근식의 손을 잡았다.

“잘 될 거예요, 회장님.”

엄근식은 눈물을 흘리며 활짝 웃었다.

“그래. 잘 될 거다.”

그렇게 인공수정 떡밥을 빌미로 엄근식의 서재 내부를 초소형 카메라에 담아내는 데 성공한 한소영은 그길로 그의 저택을 나섰다.

그리곤 박 비서와 함께 차에 올라타 청담동 일신백화점으로 가는 길에 강철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서재 내부 촬영하는 데 성공했어. 그것 때문에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를 해야 했고. 나중에 톡톡히 값을 치러야 할 거야.>

메시지를 보내고서, 1분이 지나자 강철로부터 답장이 왔다.

<보물 창고는?>

한소영은 살짝 인상을 쓴 채 답장했다.

<거기까지 찍으라고?>

답장은 곧장 왔다.

<ㅇㅇ>

<일단 이 문제는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해.>

<ㅇㅋ>

한소영은 입술을 살짝 깨문 채 강철이 보낸 단답형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살갑게 좀 해주면 안 될까? 최소한 ㅇㅇ나 ㅇㅋ는 지양했으면 좋겠는>

그렇게 메시지를 쓰다 말고, 한소영은 결국 그걸 다 지웠다.

“에휴…….”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의 입가에는 은은한 미소가 맴돌고 있었다.

강철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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