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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회귀-68화 (68/175)

068 6단계 법칙 (1)

1.

8월 16일 월요일 오후 5시 45분.

충남 아산시 한우 전문점.

시끄러운 홀과는 달리, 고요한 룸에서 강철은 상석에 앉아 대접을 받고 있었다.

그의 우측에는 김명길이 앉아 있었고, 좌측에는 곽기명과 또 다른 남자 하나가 앉아 있었다.

“그래, 이름이 어떻게 되신다고?”

강철이 곽기명의 곁에 앉은 남자에게 물었다.

“아, 네, 강민규라 합니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회장님.”

김명길보단 덜하지만, 그래도 티가 많이 나는 부산 억양을 쓰는 남자, 강민규는 강철에게 인사하며 명함을 건넸다.

강철은 명함을 한 차례 슥 보고는 그걸 김명길에게 건넸다.

그리고 명함을 확인한 김명길은 살짝 반갑다는 얼굴로 강민규를 보며 말했다.

“좌천동에서 사업하시나 보네예.”

“아, 네. 혹시 근처에 사셨습니까?”

“어릴 때 보수동에 살다가 그래 서울로 상경했십니다.”

“아이고, 책방골목?”

“그 근처였십니다.”

“하하하. 저도 거기 자주 놀러 갔습니다. 거기 근처에 닭똥집에서 여자도 많이 만나고 했는데.”

“이야, 이거 마 거의 같은 동네 사람이네.”

그렇게 김명길과 강민규가 서로 반가워하며 악수하는 것을 지켜보던 강철은, 찻물을 한 모금 마신 후 곽기명을 보며 물었다.

“그래, 어쩐 일로 부른 거지?”

그 말에 곽기명이 강민규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강민규가 강철을 바라보며 상당히 저자세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 여기 기명이 형님한테 들어서 아시고 계시겠지만, 다시 한번 저를 소개하자면, 저는 부산경남 쪽에서 총판을 맡고 있는 강민규라고 합니다.”

“알고 있어.”

“그…… 다른 게 아니고 이 형님아가 그라던데 우리 강 회장님이 천하무적이라고.”

“무쇠 팔, 무쇠 다리 마징가라고 소개했슈.”

“아, 네. 하여간 졸라게 잘 치신다고 들었습니다.”

강철은 피식 웃었다.

“졸라게 잘 친다…… 되게 나를 간단명료하게 표현한 것 같아.”

그러면서 강철은 곽기명을 바라봤다.

곽기명은 실실 웃으며 대답했다.

“뭐 어디 제가 없는 말 했나유?”

강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강민규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내가 잘 치는 거랑 그쪽, 강 사장이 날 찾는 거랑 무슨 상관관계가 있지?”

“저기 그…… 말씀드리기가 좀 뭐한데…… 강 회장님이 좀 나서주셔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강민규는 그러면서 강철에게 최근 대구경북 총판에게 일어난 사건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규진이라고 대구경북 쪽 총판이 있는데, 그 친구가 최근에 좀 크게 당했습니다.”

곽기명이 맡게 된 충청도 조직은 이를테면 제조사였다.

충청도에서 제조된 마약은 수요에 따라 각 지역 총판에게 보내졌고, 그 총판은 그걸 또 수요에 따라 각 매입처로 보내는 식으로 사업이 이루어졌다.

제조사와 총판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수평적인 계약 관계였지만, 그들 사이엔 암묵적인 룰이 있었다.

그건 바로, 총판은 다른 제조사에게서 약을 사지 않고, 제조사는 다른 총판에게 약을 팔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대마 같은 건 그냥 알음알음 동네 꼬맹이들이 사고팔게 내버려 뒀습니다. 어차피 우리야 히로뽕 같은 합성마약을 파는 거니 말입니다.”

문제는 최근 경북 경산시를 중심으로 새로운 마약 공급 조직이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금마들이 대마만 취급해서 규진이 쪽에서도 그냥 냅뒀습니다.”

그러나 경산시 조직은 순식간에 히로뽕은 물론 한국에선 구하기 힘든 코카인 같은 것까지 취급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이건 상도덕에 어긋나는 거 아닙니까? 그래가지고 규진이가 막 찾아가서 처음에는 신사적으로 대접을 했습니다. 알아듣게 이야기하고.”

하지만 돌아오는 건, 이규진의 체포와 대구경북 총판 조직의 와해였다.

“알고 보니까, 이 경산 쪽 조직 대빵이라는 놈이 사짜 무당인데 어째했는진 몰라도 경산서장하고 정보과장을 꼬셔서 아예 지 똘마니로 삼았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강민규는 이규진에 대한 복수 및 대구경북 총판 조직의 부활을 위해 강철에게 힘을 써달라 부탁하기 위해 이렇게 아산까지 왔다는 것이었다.

“때마침 형님아가 제조사 사장도 됐다해서, 함 알아보니까 이 강 회장님이 이쪽으로는 거의 뭐 탑이라고 들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강철은 가만히 강민규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솔직히 강철은 관심이 없었다.

이미 곽기명에게 조직의 수익에 관해 들어 놓았기에, 강철은 대구경북 총판 하나의 가치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내가 나설 사이즈는 아니지.’

강철은 가만히 김명길을 바라봤다.

“김 이사.”

“네, 고문님.”

“동원 가능한 애들이 몇이나 되지?”

“마 좀 여유있게 시간을 두고 모으면 40명까지는 모을 수 있십니다. 거기다가 서 이사한테까지 이야기하면 한 70명도 가능하겠십니다.”

“70명?”

강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강민규를 바라봤다.

강민규의 얼굴에, 살짝 실망한 기색이 서렸다.

그것을 무시하고서, 강철은 그에게, 의례적으로 물었다.

“그래, 그 경산 신흥 조직 이름이 뭐지?”

그냥 의례적인 물음일 뿐이었다.

“아, 네. 즈그들끼리 작두파라고 한다 합니다.”

그러나, 돌아온 강민규의 대답에 강철은 살짝 호기심이 동하기 시작했다.

“작두파?”

“네.”

“보스가 무당이라고?”

“네, 마 암만 봐도 사짜같긴 한데, 일단 무당이라 합니다.”

“나이가 어떻게 되지?”

“마흔 하나인가 둘인가 그래 알고 있습니다.”

“이름은?”

“최형진인가 최명진인가 그런 거로 알고 있는데, 일단 최씨인 건 확실합니다.”

강철은 씩 웃었다.

“어이, 김 이사.”

“네?”

“애들 모으지 마.”

“네?”

강철은 김명길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직접 가서 해결하고 올게.”

2.

멸망 이후, 한반도 남부는 두 세력이 나눠 가졌다.

전라도는 도끼라는 별명을 가진, 끝까지 자기 실명을 밝히지 않는 전직 공무원 출신의 초인이 지배했다.

그리고 경상도는 작두라는 별명을 가진, 최씨라는 것만 알려진 전직 무당 출신의 초인이 지배했다.

그리고 둘 다 강철이 죽었던 2030년에 60을 넘긴 상황이었다.

‘최씨 성을 가진, 자기 조직 이름을 작두파라고 지은 40대 초반 무당.’

8월 19일 목요일 오전 11시.

강철은 동대구역에서 내렸다.

별다른 짐 없이, 그저 선글라스 하나만 끼고 온 그는 가만히 광장에 서서 주변을 살폈다.

“아, 여깁니다!”

저 멀리서, 강민규가 반갑게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회장님.”

강민규는 그렇게 인사하며 함께 따라온 젊은 남자를 강철에게 소개했다.

“여기는 지금 임시로 대구경북 쪽 총판 맡고 있는 이명규라고 합니다. 그 진규 동생입니다. 마, 인사해라.”

“안녕하십니까!”

우렁차게 인사하는 이명규을 한 차례 바라본 후, 강철은 강민규에게 말했다.

“보는 눈 많은 곳에서, 우리 범죄자요 광고하지 말고, 차로 들어가지.”

“아, 네. 알겠습니다.”

곧 세 사람은 차로 들어갔다.

“지금 우리한테 약 받아먹던 인간들, 신상 다 털려서 경찰에서 잡고 있습니다. 작두파 그 개새끼들 다 족쳐도, 복구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운전석에 앉은 이명규는 분함을 이기지 못하며 연신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개새끼들 경찰 구워삶을 능력이 있으면 좀 더 큰물에서 놀지, 왜 약장수 노릇을 하려는 거야? 어? 안 그렇습니까, 민규 형님?”

강민규는 그런 이명규를 달래며 뒷좌석에 앉아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는 강철에게 물었다.

“작업은…… 언제 시작하실 생각이십니까?”

그 물음에 강철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뭐, 시간 질질 끌 거 있나? 당장 시작하지. 저녁에 일정이 있어서 오늘 안에 끝내고 올라가 봐야 하거든.”

그 말에 강민규와 이명규가 모두 화들짝 놀랐다.

“오, 오늘 하신단 말씀이십니까? 지금 당장?”

“왜? 문제 있나?”

“아, 아니 그건 아니고…… 아니 그…… 준비 작업이 좀 필요하지 않으시겠습니까?”

강철은 피식 웃었다.

“무당이라며? 그 인간?”

“아, 네.”

“그럼 점집 같은 거 할 거 아니야. 거기 손님으로 들어가서 때려잡으면 그만이잖아. 안 그래?”

“그, 그건 그렇긴 한데……”

“그 인간 하나가 카리스마로 묶고 있는 거라며? 작두파 자체가 뭐 조직적이고 그런 건 아니라며? 허위 보고라도 올린 건가?”

강철의 말에 강민규는 펄쩍 뛰었다.

“허, 허위 보고라니 그런 게 어디 있겠습니까?”

“그럼 잔말 말고, 그 자식 점집까지 가자고.”

“아……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차는 강철을 태우고 대구에서 경산시로 넘어갔다.

“저기가 그 새끼 점집입니다.”

차는 금방 목적지에 도착했다.

저 멀리, 주택가 한가운데 자리한 조그만 점집을 가리키며 이명규는 증오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개새끼…… 찢어 죽여서 경산서장 밥에다가 말아 줘도 모자랄 새끼.”

그런 이명규에게 닥치라 손짓하고, 강철은 가만히 점집 입구를 바라봤다.

안내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 둘이 입구에 서서 담배를 태우고 있었는데, 누가 봐도 단순한 점집 직원으로 보이지 않았다.

“밥이나 먹고 들어가자고.”

“아, 네.”

일단 강철은 두 사람과 함께 근처 식당으로 들어가 밥을 챙겨 먹었다.

“두 사람은 차에서 대기하고 있어. 10분 내로 나올 거니까.”

식사를 끝내고, 1시까지 쉬다가 강철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철은 곧장 점집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입구를 지키던 두 사내가 강철의 앞을 가로막으며 물었다.

“점 보러.”

강철의 반말에 순간 한 남자가 욱했지만, 다른 남자가 그를 말렸다.

“잘 오셨습니다. 우리 용한 작두도사님께 복 많이 받아가시기 바랍니다. 부적이 아주 용하다고 소문이 났습니다.”

강철은 그들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비교적 단출한 내부를 지나, 법당으로 보이는 공간에 강철이 들어섰을 때,

“에잉…… 쯧쯧쯧…… 벌써부터 어린놈이 어깨에 귀신을 몇 개나 달고 있는 거야? 쯧쯧쯧.”

화려한 복장의 남자 무당 하나가 강철을 향해 혀를 차며 소금을 한 줌 쥐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 신령님 노하시겠다, 어서 소금으로 악귀부터 쫓아내야 해.”

그리고 무당은 강철을 향해 소금을 집어 던졌다.

그 모든 과정을, 강철은 미소를 지은 채 지켜보았다.

“그래, 웃어. 웃어야지. 웃으면 복이 온다잖아. 복이 와야 악귀도 물러나고 신령님의 신통력 덕도 보고 하는 거야.”

그런 무당을 향해, 강철은 말했다.

“어이, 작두.”

강철의 부름에 무당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봤다.

“당신, 6단계 법칙이 뭔 줄 아나?”

“이거, 이놈이 아주 악귀한테 된통 당한 모양이구나. 어딜 신령님을 모시는 사람 앞에서 반말…… 컥-!”

강철은 순식간에 무당의 목을 잡아 그를 들어 올렸다.

그리곤 허공에서 발버둥 치는 무당, 40대 시절의 경상도 작두를 향해 말했다.

“여섯 다리만 건너면, 세상 모든 사람이 아는 사이라는 이론이야. 이 양반아.”

강철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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