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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회귀-63화 (63/175)

063 부부 (3)

“조, 조민석이 이 새끼……”

엄태욱은 당황했다.

“왜, 왜 네가 오고 지랄이야?”

그 말을 무시하고서, 조민석은 가만히 내부를 훑다가 엄태욱의 뒤편에서 상처 입은 채 누워있는 유아영을 발견하고는, 함께 따라온 비서에게 턱짓했다.

비서는 곧 10명의 건장한 건달과 함께 엄태욱과 최용대를 지나쳐 유아영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그녀의 결박을 풀어주고, 조심스럽게 부축해서 조민석에게 데려왔다.

“오…… 오빠……”

유아영은 눈물을 글썽이며 조민석을 바라봤다.

조민석은 씁쓸한 표정으로 유아영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비서에게 잠시 나가 있으라며 턱짓했다.

비서와 10명의 건달이 유아영과 함께 밖으로 나가자, 조민석은 엄태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이, 씨발새끼.”

조민석의 말에 엄태욱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손을 부들부들 떨며 조민석에게 말했다.

“뭐, 뭐라고?”

“재벌이면 칼 맞아도 안 죽는다고 생각하나?”

조민석은 그러면서 허리춤에서 회칼을 끄집어냈다.

그리곤 천천히 엄태욱에게 다가갔다.

“오, 오지 마십시오! 더 이상 가까이 오면 쏘겠습니다!”

최용대가 엄태욱 앞을 막아서며 가스총으로 조민석을 위협했다.

엄태욱은 최용대의 뒤에 숨어서 오한에 걸린 사람처럼 와들와들 떨기만 할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 했다.

“이봐, 최 비서님.”

조민석은 최용대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

“가스총들고 개폼 그만 잡읍시다.”

조민석은 그대로 최용대에게 다가가 회칼 옆면으로 그의 볼을 툭툭 쳤다.

“나 하나 가스총으로 기절시켜봐야, 저 뒤에 있는 애들한테 더 비참하게 썰릴 거예요.”

그리고 조민석은 손바닥으로 최용대의 얼굴을 잡고 옆으로 그를 치워냈다.

“어이, 엄 전무님.”

조민석은 사색이 된 엄태욱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선을 넘으셨잖습니까? 왜 대낮에 여자를 납치하십니까? 보니까 얼굴에 손찌검도 하신 것 같은데.”

순간, 와들와들 떨던 엄태욱은 오기가 생겼다.

‘깡패가…… 날 협박해?’

엄태욱은 그대로 조민석의 왼쪽 뺨을 손바닥으로 후렸다.

그러나 조민석은 가볍게 고개를 빼며 그 공격을 피했다.

“이, 이 새끼가!”

엄태욱이 추가로 손찌검을 하려고 하자, 조민석은 회칼을 그의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

“어이…… 조민석이…… 대산이…… 대산이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엄태욱은 손을 아래로 내리면서, 조민석에게 양자 간의 사회적 격차에 관해 말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네가 날 죽이면…… 대산이 과연 무사할까? 본사 빌딩이 아예 가루도 남지 않고 무너지는 수가 있어. 알아?”

그 말에 조민석은 피식 웃으며 칼을 도로 집어넣었다.

그 모습을 보고서 엄태욱은 자신감을 얻었다.

그런 엄태욱에게 조민석은 말했다.

“까짓거 그쪽 죽여버린 다음에, 거목 비자금 터뜨리면 그만이지.”

“…… 뭐?”

“거목 3세 엄태욱 전무의 행방불명, 5천억 원대 비자금과의 연관성에 주목.”

엄태욱의 얼굴이 다시 사색이 돼갔다.

“어때? 뉴스 헤드라인으로 괜찮지 않나?”

조민석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뒤에 선 건달들을 바라봤다.

“아주 깔끔합니다, 회장님.”

“이거 당장 언론사 하나 사셔도 되겠습니다.”

건달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조민석에게 던지며 그를 찬양했다.

조민석은 기분 좋게 웃으며 어깨를 펴고 다시 엄태욱을 바라봤다.

“그쪽이랑 저기 강남하고 용산에서 동원한 떨거지들 전부 다 갈아서 비료나 사료로 만들면, 과연 찾을 수 있을까? 거목이건, 검찰이건?”

“……”

“거목이 우리한테 세탁 맡긴 비자금 중에서, 엄 회장이랑 당신 개인 자금만 5천억이야. 그걸 터뜨려버리면, 거목이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이 새끼…… 겨우 동부지검 하나 믿고……”

“아니지. 동부지검을 믿는 게 아니지. 거목의 수준을 믿는 거지.”

“…… 뭐?”

“10대 재벌도 아니고, 그렇다고 진양그룹처럼 대통령이랑 사돈지간인 것도 아니고, 작정하고 우리가 자폭하는 심정으로 그쪽 비자금 세탁 내역 뿌리면, 거목이 버틸 수나 있을까?”

조민석은 품에서 담배를 한 대 꺼내 물었다.

그의 바로 뒤에 서 있던 비서, 양선호가 다가와 라이터로 불을 붙여 주었다.

조민석은 연기를 엄태욱의 얼굴에다 뿌렸다.

“…… 그렇게 하면 너도 위험할 텐데?”

엄태욱은 조민석을 역으로 협박하려고 했다.

그러나 조민석은 코웃음만 칠 뿐이었다.

“내가 뭐 위험하겠어? 검찰에 출석해서 비자금 세탁은 전부 강대산이랑 폐암으로 누운 도구삼 전무가 한 거라고 하면 그만인데.”

“……”

“이제 상황 파악이 좀 되시나? 엄 전무?”

엄태욱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창백해진 얼굴로 주변을 둘러봤다.

그 어디에도 자기편은 없었다.

조민석은 그런 엄태욱의 앞에 담배를 버리고, 바닥에 침을 뱉은 후 말했다.

“우리 서로 선은 넘지 맙시다, 엄 전무님. 이때까지 대산하고 거목, 잘 지냈잖습니까?”

조민석은 엄태욱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지난번에, 우리 쪽 애가 엄 전무 개 죽이고 엄 전무 때린 것부터 오늘 여기서 있었던 일까지, 전부 다 없었던 일로 하면 되는 겁니다. 우리 둘은, 서로 공생하는 관계 아닙니까? 악어와 악어새, 그런 관계잖습니까? 네?”

엄태욱은 수치심에 고개를 떨궜다.

“다음에 만날 땐, 서로 얼굴 안 붉혔으면 좋겠습니다.”

조민석은 가볍게 엄태욱의 어깨를 치고는 뒤로 돌아섰다.

“떨거지들은 따로 차에 태워서 교육 장소로 데려가고, 나머진 해산해라.”

그리고 조민석은 양선호를 비롯한 대산그룹 회장 비서실 소속 비서들과 함께 공장을 나갔다.

약 80명가량의 건달들은, 바닥에 쓰러진 40명의 떨거지를 짐짝처럼 들고서 뒤이어 공장에서 나갔다.

순식간에 공장은 텅 비었고, 엄태욱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그곳에서 말없이 떨기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최용대는 언제라도 신체의 급소 부위를 막을 준비를 하며, 엄태욱이 상처에서 회복되길 기다렸다.

“아프지?”

차에 올라타서, 조민석은 먼저 뒷좌석에 타 있던 유아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유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리 와 봐.”

조민석은 그런 유아영을 끌어안았다.

그리곤 가볍게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고생 많았어. 그리고…… 그동안 내가 미안했어.”

그 말에 유아영은 그저 울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됐어.’

조민석은 조민석대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질 못했다.

조금 전, 그가 엄태욱에게 했던 행동은 확실히 선을 심하게 넘은 행동이긴 했다.

그가 말했던 대로, 대산이 거목 오너 일가의 비자금 문제를 폭로해버리면, 분명 거목그룹은 크게 상처를 입기는 할 터였다.

그러나 거목은 상처를 입어도 다시 회생할 수 있겠지만, 대산은 아니었다.

비자금이 폭로된다면, 그날부로 대산은 공중분해된다고 봐도 무방했다.

설령 대산그룹 자체는 살아남더라도, 조민석은 확실히 몰락하게 될 터였다.

죽은 강대산이나 곧 죽을 도구삼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조민석도 자금 세탁에 굉장히 깊이 관여했기 때문이었다.

‘벼랑 끝 전술은 한 번이면 족하지.’

조금 전, 조민석이 저지른 건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이었다.

유아영에 대한 미안함, 엄태욱에게 평소 쌓여 있었던 분노 그리고 자신의 영역에 침범한 납치 행위 자체에 대한 분노까지.

그 모든 것이 겹치며, 그를 벼랑 끝 전술을 펼치게 만들었다.

‘엄태욱이 아니라 다른 라인을 찾아야 해.’

조민석은 확신했다.

오늘, 이 시간부로 자신과 엄태욱 사이에는 돌이킬 수 없는 간극이 생겼음을.

‘엄태욱이 회장이 되더라도 그를 케어할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을 찾아서 힘을 실어 줘야 해.’

그러나, 일단 조민석은 그것에 관한 생각은 내일로 미루기로 했다.

지금은 유아영과 그간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었다.

6.

조민석이 유아영을 구출해낸 그 시간.

“흐음…….”

강철은 박용수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왜? 술이 입맛에 안 맞나?”

강철은 그렇게 물으며 위스키를 한 모금 넘겼다.

박용수는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라…… 이렇게 해서 강 고문님이 얻는 게 뭔지가 궁금해서 그러는 겁니다.”

강철은 박용수에게 시나리오에서 그가 마땅히 해야 할 역할에 관해 충실히 설명해 주었다.

덕분에 박용수는 강철의 시나리오를, 비록 한 챕터 분량에 불과하긴 했지만, 어느 정도 볼 수 있었다.

“뭘 얻긴, 조민석한테 꽂아 둘 빨대를 하나 얻는 거지.”

대놓고 자신을 빨대라 칭하는 강철의 모습에, 그러나 박용수는 표정이 변한다거나 욱한다거나 하는 실수를 범하진 않았다.

대신 그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강철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물었다.

“강 고문님 말씀대로라면…… 아영 아가씨도 강 고문님의 빨대가 되셨다는 건데…… 만약 제가 이 이야기를 조 회장님한테 모두 전해버리면, 결국 강 고문님은 모든 걸 잃는 거 아닙니까?”

박용수의 말에 강철은 씩 웃으며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래서…… 다 말할 생각인가?”

입으로는 웃고 있지만, 눈으로는 살기를 내뿜는 강철의 모습에 박용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보기엔 우리 박 실장은 자기 보신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하는 사람 같은데 말이야. 과연 그런 바보 같은 선택을 할까?”

박용수는 입을 다문 채 가만히 위스키만 퍼마셨다.

“나는 조민석이를 적대하려는 게 아니야. 단지, 그 양반이 내 말을 잘 들어주길 바랄 뿐이지. 만약 내가 조민석이를 적대할 거라면, 왜 그를 회장 자리에 앉혔겠나? 어차피 지금 대산 지분 구조하에선 모든 게 내 뜻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데 말이야.”

강철의 말에 박용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민석이는 괜찮은 사람이야. 어쨌건 이 바닥에서 짬도 있고, 건달들한테 존중도 받고 있으니까. 당장에 그를 대체할 만한 사람을 구하기란 쉽지가 않단 말이지.”

강철은 담배를 한 대 꺼내 박용수에게 건네주었다.

박용수는 담배를 조심스럽게 건네받았다.

강철은 손가락으로 불꽃을 일으켜 불을 붙여 주었다.

박용수는 흠칫했다.

“…… 이게 그 마술입니까? 회장님이 말씀하시던?”

강철은 씩 웃으며 담배 한 대를 더 꺼내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필터를 쥐었다.

그리곤 가만히 박용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생각하는 조민석의 회장 임기는 3년이야. 3년 동안, 조민석은 평생 써도 다 못 쓸 두둑한 연봉과 상여금, 배당금 그리고 기타 특수활동비 등을 받고 퇴직하겠지.”

그 말에 박용수의 눈동자가 살짝 떨리기 시작했다.

“3년 뒤에 조민석이 민간인 신분이 되면 누군가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할 건데…… 김명길 이사는 아직 여물지 않았단 말이지.”

강철은 흔들리는 박용수의 눈동자를 향해 유혹의 메시지를 던졌다.

“그래도 당신 정도면 3년 뒤엔 조민석 대신 대산 회장 자리에 앉아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어떤가? 박용수 회장?”

그리고 강철은 담배를 물었다.

박용수는 심히 요동치는 눈으로 강철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품에서 라이터를 꺼내 강철의 담배에 불을 붙여 주었다.

강철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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