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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회귀-59화 (59/175)

059 얼굴 없는 여자 (3)

“너 뭐야?”

엄태욱은 눈을 부라리며 강철을 노려봤다.

강철은 기절한 최용대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천천히 엄태욱에게 다가갔다.

엄태욱은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내가…… 뒤로 물러나?’

그리고 그걸 자각한 순간, 엄태욱은 엄청난 자괴감에 시달렸다.

그리고 그 자괴감은 역으로 그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이 개새끼가 내 집에서 뭐 하는……”

[빠악-!]

엄태욱의 분노가 언어의 형태로 터져 나올 때, 별안간 강철은 빠르게 그에게 달려들어 그대로 주먹으로 그의 턱을 쳤다.

엄태욱은 그대로 허공이 빙그르르 도는 것을 느끼며 의식을 잃었다.

“거 조용히 하라니까.”

강철은 최용대를 한 차례 바라봤다.

그는 여전히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강철은 다시 바닥에 누운 엄태욱을 바라봤다.

“손이 많이 가는 스타일이네.”

강철은 그대로 엄태욱의 뒷덜미를 잡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다섯 남녀가 뒤엉킨 채 난잡한 교미 행위를 벌이던 침대 위에다 그를 집어 던졌다.

“어이, 일어나.”

강철은 바닥에 널브러진, 다 쓴 콘돔을 들어 그걸로 엄태욱의 뺨을 때렸다.

“으윽……”

엄태욱은 정신을 차렸다.

강철은 그대로 엄태욱의 면상에다 콘돔을 집어 던지고, 그의 가운에 손을 닦았다.

“이, 이 새끼……”

엄태욱은 깨자마자 욕지기를 내뱉으려 했다.

“여기 방음 잘 되는 것 같던데 한번 얼마나 잘 되나 실험이라도 해 볼까?”

강철은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 마디를 소리가 나게 어루만졌다.

그 모습에, 엄태욱은 며칠 전의 트라우마가 떠올랐는지, 그만 입을 다물어 버렸다.

강철은 피식 웃으며 안주머니에서 조그만 위스키 한 병을 꺼냈다.

그리고 바지 주머니에서 조그만 지퍼백을 꺼냈다.

지퍼백 안에는 ‘위스키’ 한 알이 들어있었다.

“이거 이름이 뭔 줄 아나?”

강철은 자문하고,

“위스키야.”

자답했다.

“왜 위스키인 줄 아나?”

두 번째 물음에, 엄태욱은 대답했다.

“위스키랑 섞어 먹어서?”

“정답.”

강철은 씩 웃었다.

“추론 능력이 좋으시네.”

그 말에 무시당했다고 생각했는지, 엄태욱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걸…… 나한테 또 먹이려고?”

엄태욱은 이를 갈았다.

“진짜 이러고도…… 대산이 무사할 것 같아?”

강철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위스키’를 다시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순간, 엄태욱의 눈빛이 흔들렸다.

“아니. 그냥 소개만 해 주려고. 그래도 자기가 먹었던 약 이름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잖아?”

그리고 강철은 들고 있던 위스키 한 병을 엄태욱에게 던졌다.

엄태욱은 그걸 받고선 어이가 없단 표정으로 강철을 바라봤다.

“이거 하나 주려고 여기까지 찾아온 거라고?”

강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친 새끼……”

엄태욱의 말에 강철은 살짝 미간을 찡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개랑 사람이랑 관계하는 걸 보고 꼴리는 인간보단 덜 미쳤지.”

강철은 안방을 나섰다.

엄태욱은 그가 나갈 때까지,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 갔나?’

5분 정도가 지났을 때, 엄태욱은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와 안방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거칠게 몰아쉬는 최용대의 숨소리 말고는,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엄태욱은 방심하지 않고 주변을 살피다가, 마침내 강철이 보이지 않음을 확인하곤, 그대로 소파로 다가갔다.

[퍽-!]

그리곤 최용대의 배를 그대로 발뒤꿈치로 찍었다.

“커헉-!”

강철에게 기습적으로 뒤통수를 맞고 깊이 잠들었던 최용대는 느닷없는 복부의 고통에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깼다.

“야이 얼빠진 새끼야! 넌 씨발 그 개새끼가 침입해 오는데 쳐 자빠져 자고 있어!”

엄태욱은 그대로 최용대에게 강철에게 당한 화풀이를 하기 시작했다.

7.

태극일보 기자 최병욱은 강철에게 거목그룹 오너 일가에 관해 그들이 지닌 정보 몇 가지를 풀어주었다.

그중 강철에게 가장 도움이 된 것은 그들의 연락처와 거주지 그리고 취향에 관한 정보였다.

“…… 누구세요?”

8월 4일 수요일 오전 11시.

강남 압구정동 소재 피트니스 클럽.

오로지 한소영 한 사람만을 위한 영업시간이었기에, 클럽 안에는 그녀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없어야 했다.

인생의 스트레스를, 일주일에 3회 하는 운동에서 겨우 해소하는 그녀에게 필요한 건 트레이너도 아니고, 수발들 사람도 아니며, 러닝메이트도 아니었다.

그저 혼자서, 조용히 쇠질을 하는 것.

그것만이 그녀가 원하는 것이었다.

“오전 중에는…… 여기 일반 회원 안 받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게 이야기하며 한소영은 거울 앞에서 스트레칭하는 남자, 강철에게 다가갔다.

강철은 거울로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언제, 어떻게 들어오신 거죠?”

한소영은 강철과 5m 정도 거리를 둔 채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곤 타올로 땀을 닦으며 강철에게 말했다.

“신입이신가?”

그녀의 말을 가만히 듣기만 하던 강철은, 스트레칭을 끝내고 턱걸이 바 앞으로 갔다.

그리곤 턱걸이 10개를 가볍게 한 후, 바닥에 내려오고 나서야 한소영의 물음에 답했다.

“일반 회원을 안 받는다면, 그쪽은 특별 회원이라는 건가?”

강철의 말에 한소영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클럽 입구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박 비서!”

그녀가 부르고 5초도 채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며 그녀의 수행 비서가 들어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시간대를 착각한 손님이 있는 모양인데, 데리고 나가서 시간 안내 좀 해주세요.”

그녀의 말에, 박 비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네?”

한소영의 미간에 주름이 살짝 졌다.

“제 말이 이해가 안 가세요?”

그 말에 박 비서는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누가 여기 있다는 건지…….”

“저기 있잖아요. 저기 턱걸이 바 앞…… 에…… 어?”

한소영은 답답하단 표정으로 턱걸이 바 앞을 가리켰다.

그러나 그곳에서 강철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비단 턱걸이 바뿐만이 아니었다.

드넓은 피트니스 클럽 내부 그 어디에서도, 강철은 보이지가 않았다.

‘뭐, 뭐야?’

박 비서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소영에게 말했다.

“사모님, 오늘 운동은 쉬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요즘 많이 피곤해 보이십니다.”

그 말에 한소영은 침을 꿀꺽 삼키곤 박 비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가 있으세요. 오늘은 조금만 하고 가야 할 것 같네요.”

박 비서는 다시 클럽 밖으로 나갔다.

‘뭐지? 헛걸 본 건가?’

그녀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정신병자랑 12년을 살다 보니 나도 정신병에 걸린 건가?’

그녀는 턱걸이 바 앞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리곤 가볍게 뛰어올라 바를 잡고 매달렸다.

‘온기가 있어. 분명히…… 도대체…….’

막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그렇게 매달려 있기만 할 거면, 그냥 내려오지?”

등 뒤에서부터, 강철의 냉소적인 목소리가 그녀의 귀를 때렸다.

“아악-!”

한소영은 화들짝 놀라며 바를 놓쳤다.

발로 착지하긴 했지만, 순간적으로 그녀는 균형을 잡지 못했고, 덕분에 몸은 뒤로 넘어갔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의 허벅지와 허리를 받쳐주는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리고 그 손길은, 화들짝 놀라며 박 비서가 클럽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사라졌다.

“……”

“괜찮으십니까?”

박 비서의 물음에 한소영은 곧장 대답하지 못했다.

턱걸이 바 전면에 부착된 거울에서, 오로지 자기 자신만 보이는 것을 확인한 한소영은 침을 꿀꺽 삼키며 박 비서에게 나가라 손짓했다.

“사모님. 아무래도 오늘 운동은 여기까지……”

“괜찮으니까…… 나가세요.”

“…… 네, 알겠습니다.”

박 비서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소영을 한 차례 바라본 후 클럽을 나갔다.

한소영은 다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그녀는, 태연하게 벤치프레스를 하고 있는 강철을 보고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내 자세에 문제라도 있나? 왜 그런 표정으로 보고 있지?”

벤치프레스 15회를 끝내고 강철이 상체를 일으켜 앉자 한소영은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툭-!]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강철의 어깨를 만져보았다.

그의 어깨에 손을 대자마자 느껴지는, 분명한 촉감에 그녀는 화들짝 놀라서 손을 뗐다.

“당신…… 도대체 뭐야?”

한소영의 물음에 강철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일어나자 한소영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나?”

강철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마술사.”

그 말에 한소영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한동안 그렇게 웃던 한소영은 이내 웃음을 멈췄다.

그리고 여전히 웃음기가 남은 얼굴로 강철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마술사라고?”

강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그런 마술도 있나?”

“그런 마술 본 적 있나?”

“없는데?”

“이제 봤으면 됐네.”

강철은 자리를 옮겨 다시 턱걸이 바로 갔다.

그리곤 가볍게 뛰어올라 바를 잡고서 턱걸이를 15회 한 후 바닥에 내려왔다.

“운동 안 하나?”

강철은 한소영에게 물었다.

한소영은 빤히 강철을 바라보다가, 그에게 다가왔다.

그리곤 덥썩, 그의 양손을 잡았다.

“마술사라고?”

강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술사라면, 트릭은 안 가르쳐 주겠네?”

“그렇지.”

한소영은 씩 웃으며 강철을 빤히 바라보았다.

“박 비서!”

그리고 박 비서를 불렀다.

“네, 사모님!”

박 비서가 클럽 문을 열고서, 다급한 목소리로 한소영을 부르며 들어올 때, 그녀는 아주 잠깐, 딱 한 차례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깜빡였다가 뜬 순간, 강철의 모습은 오간 곳 없이 사라졌다.

모습만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 그녀의 손에서 생생하게 느껴지던, 강철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던 냉기와 촉감도 사라진 뒤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박 비서는 한소영의 곁에 다가와 그녀의 안색을 살폈다.

한소영은 잠시 허탈한 표정으로 조금 전까지 강철의 얼굴이 있던 곳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그곳에 고정한 채로, 박 비서에게 말했다.

“차 대기 시켜요…… 20분 후에 출발할 거니까.”

“네, 알겠습니다.”

박 비서는 곧장 밖으로 나갔다.

[끼익-! 끼익-!]

그리고 박 비서가 클럽 밖으로 나가자마자, 기구 움직이는 소리가 클럽에 울려 퍼졌다.

한소영은 시선을 소리의 진원지로 돌렸다.

“마술사가, 고작 그런 방해도 못 이기면, 마술사 타이틀 갖다 버려야지.”

레그 프레스를 하며, 강철은 태연하게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한소영은 고개를 숙인 채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강철이 운동을 끝내고 기구에서 내려와 바닥에 섰을 때, 한소영은 그에게 다가가 그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재미있네. 다른 마술은 뭐 없을까?”

한소영의 물음에 강철은 씩 웃으며 답했다.

“여기까지가 서비스고, 이 이상은 유료야.”

“돈 내고 볼 만한 가치가 있는진 모르겠는데?”

“어떤 마술인지 이름을 들어보면 관심이 생길 거야, 한소영 씨.”

강철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한소영은 더는 웃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강철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 누구야?”

강철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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