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6 엄태욱 (3)
“뭐예요! 왜 이제야 나와요!”
“너 뭐야 이 새끼야!”
갑작스러운 강철의 등장에 엄태욱과 유아영 모두 반응했다.
유아영은 자기 바로 앞에 나타난 강철의 엉덩이를 손으로 치면서 투정했고, 엄태욱은 험악한 표정으로 강철을 바라보며 고함쳤다.
“사람 맛을 본 개는 마땅히 죽이는 법이지.”
강철은 그렇게 말하며 엄태욱에게 다가갔다.
“뭐, 뭐야? 너 이 개새끼…… 지금 똘똘이 죽인 거야?”
엄태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베르만에게 다가가려 했다.
“어딜 가시나?”
강철은 그런 엄태욱에게 빠르게 다가가 그의 옆구리를 발로 차며 진로를 막았다.
[쿠웅-!]
엄태욱도 도베르만처럼 벽으로 날아가 부딪히곤 바닥에 쓰러졌다.
“…… 어…… 어?”
고통은 부차적인 문제였다.
엄태욱은 믿을 수 없단 눈으로 방바닥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내, 내가 지금 맞은 거야?’
거목그룹 오너 일가 3대 독자.
여자 형제도 없는, 유일무이한 후계자.
그런 특수한 위치로 인해, 엄태욱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맞아본 적이 없었다.
그의 아버지, 거목 2대 회장 엄근식도 자식을 체벌하는 스타일은 아니었기에, 야단은 종종 쳤을지언정 손찌검을 하진 않았다.
그랬기에, 조금 전 강철이 날린, 오거닉 메탈도 없이 그냥 순수하게 육신의 힘만으로 찬 발차기가 엄태욱에겐 생전 첫 구타인 셈이었다.
“하-! 이 새끼가…….”
엄태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철이 힘 조절을 했기에, 데미지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못 일어날 정도로 다친 것도 아니었다.
엄태욱은 눈을 부릅뜬 채 입으로는 웃으면서 강철에게 손가락질했다.
“네가 감히 날 때려?”
도베르만의 죽음 따위는 이미 그의 뇌리에서 지워진 상황이었다.
지금 그에게는 폭행당했다는 것에서 온 충격과 분노만이 남아 있었다.
“대산이 미쳤구나? 아주 단단히 미쳤어. 그래, 씨발 이사회 해체가 아니라 그룹을 해체시켜 줄게. 근데, 그 전에 일단 넌 오늘 내 손에 죽는다, 이 개새끼야.”
엄태욱은 그대로 강철에게 다가가 주먹을 날렸다.
제법 매서운 주먹이었지만, 강철은 가볍게 몸을 틀어 그걸 피했다.
[퍽-!]
그리곤 엄태욱의 텅 빈 옆구리를 주먹으로 냅다 갈겼다.
“컥-!”
이번엔 상당히 깊고 강하게 들어온 공격이었기에 엄태욱은 숨이 턱-! 막히는 걸 느꼈다.
“어이, 엄태욱이.”
강철은 그런 엄태욱의 머리카락을 잡은 채 말했다.
“한 번도 맞아본 적이 없지?”
조금 전 일격으로, 엄태욱은 반항 능력을 상실했다.
“오늘, 아주 뜨겁게 첫 경험을 해보는 거야. 조금 아플 수도 있을 테니까, 미리 마음에 준비는 해 두라고.”
그리고 그때부터, 강철은 일방적으로 엄태욱을 방구석으로 몰아넣은 채 밟았다.
“크헉-! 커헉-!”
강철의 발은 집요하게 엄태욱의 옆구리만 노렸다.
엄태욱은 자연스럽게 팔로 옆구리를 가렸지만, 덕분에 얼굴이 그대로 노출됐다.
“회사 얼굴마담인 분인데, 얼굴을 때리면 안 되지.”
강철은 얼굴을 때리는 대신, 이번엔 복부를 노렸다.
“커헉-!”
그리고 엄태욱이 복부를 가리려고 팔을 움직이고, 덕분에 옆구리가 드러나면 다시 옆구리를 발로 밟았다.
“크헉-! 크어억-! 우우우욱-! 구웨에엑-!”
구타는 10분 동안 단 한 번의 쉼도 없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엄태욱은 저녁으로 먹은 새우 필라프를 다시 토해내고 말았다.
“우으으으윽…… 끄어어억…….”
엄태욱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자신이 뱉은 토사물 위에서 뒹굴기 시작하자 강철은 구타를 멈췄다.
“그, 그 새끼 죽었어요?”
방문을 등진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유아영이 강철에게 물었다.
“죽일 거였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겠지.”
강철은 그렇게 말하며, 정장 자켓 안주머니에서 조그만 위스키 한 병을 꺼냈다.
그리곤 뚜껑을 따고, 주둥이를 손날로 쳐서 날린 후, 안에다가 ‘위스키’ 한 알을 투하했다.
[치이이익-!]
거품이 잠시 일어났고, 강철은 ‘위스키’가 위스키 안에서 녹는 것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기다렸다.
“그, 근데 이렇게 소란스러운데 왜 아무도 안 들어오는 거예요? 혹시…… 밖에 그 비서도 때려서 기절시킨 거예요?”
그 사이 유아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강철에게 다가와 그렇게 물었다.
“그 사람 되게 불쌍하던데…… 저번에 막 저 새끼가……”
계속해서 옆에서 종알거리는 유아영에게 조용하라 손짓하고서, 강철은 ‘위스키’가 다 녹았는지를 확인했다.
“됐네.”
3분 만에 ‘위스키’는 위스키 속에서 다 녹았고, 강철은 그대로 엄태욱에게 다가가 토사물이 묻지 않은 머리카락을 잡고는 그대로 일으켜 세웠다.
“그어어억…….”
잠시 정신을 잃었던 엄태욱은 강한 통증에 다시 의식을 되찾았다.
한쪽 얼굴과 머리카락에 토를 묻힌 채 엄태욱은 강철을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공포가 담겨 있었다.
“입 벌려.”
강철의 말에 엄태욱은 저항했다.
[퍽-!]
그대로 강철은 엄태욱의 배를 무릎으로 찼다.
엄태욱은 결국 입을 벌렸다.
강철은 그대로 위스키를 그의 입에다가 부어버렸다.
“쿨럭-! 쿨럭-!”
중화되지 않은 40%짜리 위스키가 그대로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 엄태욱은 기침을 하며 고통을 호소했다.
“입 열어.”
강철은 무시하고 계속해서 엄태욱에게 위스키를 먹였다.
곧 그가 술을 다 마시자 강철은 그를 도로 바닥에 내려놓았다.
“끄으윽…… 이 개새끼…… 너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어!”
엄태욱은 술기운 때문인지, 약간 용기를 가지고서 강철에게 호통치기 시작했다.
“대산…… 이 개새끼들…… 다…… 다 죽여 버릴 거야…… 다 죽여 버릴 거야!”
바닥을 기면서, 엄태욱은 그렇게 고함쳤다.
유아영은 그 모습에서, 알 수 없는 공포를 느끼곤 강철에게 바짝 붙었다.
“조금만 기다려 봐. 곧 약효가 돌 거니까.”
강철의 말에 유아영은 더 큰 공포에 질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서, 설마…… 조금 전 그 위스키에…… 약 탄 거예요?”
“그러면, 내가 그냥 술이나 먹인 것 같아?”
“세, 세상에…….”
“개와 여자의 수간을 보면서 자위하는 거랑, 그런 놈한테 약 탄 위스키 먹이는 거, 뭐가 더 나은 것 같아?”
“…… 뭐가 더 나은 게 있어요?”
두 사람이 그렇게 만담을 나누는 사이, 어느새 엄태욱은 ‘위스키’의 약효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흐흐흐흐흐…… 흐흐흐흐흐…….”
엄태욱은 그대로 바닥에 대자로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며 실없이 웃기 시작했다.
팔다리에 힘은 다 빠져서 축 늘어져 있었고, 고개는 계속해서 양옆으로 오뚜기처럼 왔다 갔다 거리고 있었다.
그는 넋을 잃은 표정으로 실실 웃더니, 이내 혀를 내민 채 무어라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굉장히 기괴했기에, 유아영은 침을 꿀꺽 삼키며 강철의 팔을 강하게 붙들었다.
“자, 우리는 이대로 3시간 정도만 기다리면 되는 거야. 여기가 방음이 좋아서, 밖에선 3시간 동안 네가 개하고 떡치는 줄 알고 있겠지.”
강철은 유아영을 자기 팔에서 때어 놓고는 그대로 소파로 가 다리를 꼬고 앉았다.
담배를 꺼내 물고서 손가락으로 불을 붙이는 강철을 바라보던 유아영은 이내 그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강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근데 어떻게 들어온 거예요?”
그녀의 물음에 강철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분명 제가 눈을 감을 때까진 아무도 없었는데, 눈을 뜨니까 그쪽 엉덩이가 딱! 제 앞에 있더라니까요? 어떻게 했어요?”
강철은 담배 연기를 허공에 내뿜고, 유아영을 바라봤다.
“마술사가 자기 트릭 가르쳐주는 거 봤나?”
“…… 마술이라고요?”
강철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근데 이제 어떻게 하실 거예요?”
유아영도 더는 그것에 관해선 묻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엄태욱을 곁눈질로 한 차례 바라본 후 그의 처분에 관해 물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쪽은 좀 쉬고 있어. 놀랐을 건데.”
강철은 이번에도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
“칫! 저 새끼 때문에 놀란 것보다 그쪽 때문에 놀란 게 더 많아요.”
그렇게 말하면서, 유아영은 소파에 누웠다.
강철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유아영에게 말했다.
“소파에 다리 쭉 펴고 자. 불편하게 다리 바닥에 내려놓고 그러지 말고.”
그 말에 유아영은 피식 웃으며 다리를 소파 위에 올려놓았다.
“처음으로 저한테 친절하셨네요?”
그 말에 강철은 그녀를 바라보고 씩 웃으며 답했다.
“처음으로 나한테 아주 큰 도움을 줬으니까.”
그 말에 그녀는 입을 삐죽 내밀더니, 엄태욱을 등진 채 눕고는 눈을 감았다.
강철은 가만히 창가로 가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말없이 담배만 계속해서 태워댔다.
“흐히히히…… 으히히히……”
환각 상태에 빠진 엄태욱의 맛탱이 간 웃음소리와,
“피휴우우우……”
유아영의 낮은 코골이 소리를 들으며, 그렇게 강철은 기다렸다.
7.
“거목그룹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은행에다가 오너 일가 지배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많이 했더군.”
금요일 밤 11시.
서초구 서초동 트리니티빌라 A동 7층 큰방.
강철의 배려로 방에 딸린 욕실에서 몸에 묻은 토사물을 씻어낸 엄태욱은, 가운 하나만 걸친 채 침대에 걸터앉아서 강철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동영상이 공개되면 참 거목한테 좋겠군. 그치?”
강철은 엄태욱에게 그가 은신을 펼친 채 찍어두었던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넌 내가 아니라 우리 똘똘이를 만족시켜주면 돼. 그리고 나는 너하고 똘똘이가 떡치는 거 보면서 딸딸이나 치면 그만이고.]
엄태욱은 눈을 감았다.
“거목그룹 주가는 폭락할 거고, 언론에선 오너 리스크라며 연일 대서특필하겠지.”
“…… 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
엄태욱의 기세는 분명히 누그러져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재벌 3세로서 지닌 오만함을 완전히 잃진 않았다.
“응. 협박하는 거야.”
강철은 그런 엄태욱에게 강하게 나갔다.
“이 동영상이 공개되면, 각방 쓰고 계시는 사모님이 참 좋아라 하시겠지? 간통으로 걸어서 이혼소송을 진행할 수 있을 테니까.”
그 말에 엄태욱의 눈이 떨렸다.
“일신그룹에서 작정하고 재산분할로 뜯어가려고 하면, 얼마나 뜯을 수 있을까? 어디 보자…… 지금 그쪽이 가진 거목그룹 지배 지분 중에서 절반이 그대로 사라지면, 지주사 전환 작업이 제대로 진행은 될까?”
엄태욱은 떨리는 눈으로 강철을 노려봤다.
“…… 너 뭐야? 일신에서 보낸 놈이야?”
강철은 씩 웃었다.
“길동에서 온 놈이야.”
“뭐?”
강철은 엄태욱의 뺨을 손으로 툭툭 쳤다.
“엄태욱 전무님. 이제 우린 동업자야. 그쪽이 싫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동업을 하게 돼 있어.”
강철은 씩 웃었다.
“…… 내가…… 우리 아버지가…… 겨우 이딴 협박에…… 너 같은 천박한 깡패 새끼한테…… 넘어갈 것 같아?”
엄태욱이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
강철은 냉소를 머금으며 답했다.
“어, 넘어올 것 같아.”
그리고 강철은, 가볍게 그의 목을 쳐서, 엄태욱을 기절시켰다.
강철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