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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회귀-55화 (55/175)

055 엄태욱 (2)

4.

7월 27일 화요일 오전 9시.

[빠악-!]

종로구 거목그룹 본사 20층 엄태욱 전무 사무실.

“일어나 이 새끼야.”

엄태욱은 풍성한 장발을 왼손으로 쓸어 넘기고 오른손에 든 야구방망이로 바닥에 누운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바닥에 누운 남자, 엄태욱 전속 비서 최용대는 왼쪽 팔이 마비된 것 같은 통증 속에서도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야이 참새대가리 같은 새끼야. 내가 씨발 기자간담회 장소 같은 건 네 선에서 알아서 정하라고 했지? 어?! 씨발, 그런 의전까지 내가 결정해야 해? 씨발 그럼 넌 도대체 하는 게 뭐야!”

“죄, 죄송합니다.”

“죄송할 짓을 안 해야 할 거 아니야!”

[빠악-!]

엄태욱은 또다시 야구방망이를 휘둘렀다.

이번에도 정확하게, 아까 맞았던 왼쪽 팔꿈치에 방망이가 날아들었다.

최용대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눈앞이 순간적으로 하얗게 변하는 것을 느끼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일어나 이 새끼야!”

엄태욱의 호통에 최용대는 다시 일어났다.

“꺼져 새끼야.”

엄태욱은 야구방망이를 바닥에다가 집어 던졌다.

“저, 저기……”

최용대가 나가지 않고 무언가 말을 걸려고 하자 엄태욱은 사나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봤다.

“그…… 대, 대산 조민석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자기 애인을 전무님께 소개해드리고 싶다고 합니다.”

그 말에 엄태욱의 표정이 순간 밝아졌다.

“하!”

엄태욱은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 한 차례 웃어댔다.

그리곤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는 전방의 허공을 바라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이야…… 조민석이…… 급한가 봐? 그냥 해본 말인데 그걸 덥석 물을 정도면?”

엄태욱은 시선을 최용대에게로 돌렸다.

“일단 금요일 저녁으로 날 잡아. 그리고 대산 쪽에 사람 풀어서 정확하게 알아봐 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나 솔직히 그날 그년 빨통 본다고 조민석이 말 잘 안 들었거든.”

“네, 알겠습니다. 준비해놓고, 조사해두겠습니다.”

최용대는 허리 숙여 인사하곤 사무실을 나가려 했다.

그 순간, 엄태욱의 표정이 다시 사나워졌다.

“어이!”

엄태욱의 부름에 최용대는 얼어붙었다.

엄태욱은 그에게 다가오라 손짓했다.

최용대는 조심스럽게, 살짝 허리를 굽힌 상태로 그에게 다가갔다.

[짜악-!]

최용대가 자신의 팔 리치 범위에 들어오자마자 엄태욱은 그대로 그의 따귀를 갈겼다.

[툭-!]

최용대의 안경이 날아가 소파에 떨어졌다.

그는 그걸 주울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푹 숙였다.

“야이 새끼야, 네가 떡치는 거야? 장소하고 이런 건 내 이야기 들어야 할 거 아니야! 뭘 준비한다는 거야! 뭐, 너네 집에서 그년하고 만나라고!”

“죄, 죄송합니다.”

“이 개새끼가 진짜.”

“죄송합니다.”

“이번 금요일 7시까지, 서초동으로 불러. 6시간 이상 공복 상태 유지하라 하고, 옷은 빨간 오프 숄더 원피스에 팬티랑 브라는 입지 말라고 하고.”

“아, 알겠습니다. 확실하게 대산 쪽에 전달하겠습니다.”

“나가 이 새끼야.”

그렇게 최용대는 안경을 챙겨 들고 사무실을 나갔다.

“돌대가리 새끼 하여튼…….”

그런 최용대를 바라보며 불평하던 엄태욱은 이내 다시 씩 웃으며 손으로 사타구니 쪽을 툭툭 건드렸다.

“키야…… 오랜만에 재미난 구경 좀 하게 생겼네.”

5.

7월 30일 금요일 저녁 6시.

“…… 부탁할게, 아영아.”

빨간 오프 숄더 원피스를 입은 채 현관을 떠나려는 유아영에게, 조민석은 그렇게 말했다.

유아영은 신발 신던 걸 멈추고서, 그를 빤히 바라봤다.

조민석은 고개를 푹 숙였다.

유아영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런 조민석을 한 차례 안아 준 후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열었다.

그러자 밖에서 대기 중이던 박용수가 그녀를 안내했다.

“박 실장님은 일이 끝날 때까지 거기서 대기하시는 거예요? 아니면, 먼저 가시는 거예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며 유아영은 박용수에게 물었다.

“거목 쪽에서 말하기를, 다른 방에서 잠시 쉬면서 대기하고 있다가 일이 끝나면 모시고 가라 했습니다.”

“그렇구나.”

그 말을 끝으로, 엘리베이터 안에는 침묵이 내렸다.

‘강철…… 도대체 왜 회장님을 이렇게까지 코너로 모는 거지?’

주총부터 이사회까지, 어느 것 하나 조민석의 뜻대로 된 건 없었다.

‘설마…… 진짜 회장님을 바지로 세우고 자기가 회사를 홀라당 먹으려는 건가? 밑에 달건이 출신 애들 불만 안 튀어나오게 하려고? 회장님을 바지로?’

박용수는 혼란스러웠다.

비록 첫 시작은 불미스럽긴 했지만, 이후로 강철은 조민석과 잘 지냈다.

강대산을 숙청하고, 박경채 라인을 보내버리고 심지어 지방 주주들까지 개털로 만드는 것을 보며 박용수도 조민석처럼 강철을 진짜 자기편으로 여기게 됐다.

‘회장님…… 지금 속이 말이 아니실 텐데…….’

그렇게 엘리베이터는 두 사람을 싣고 지하주차장에 도착했다.

박용수는 유아영을 뒷좌석에 태운 후 운전석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했다.

그 순간,

[퍽-!]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강한 충격에 박용수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잘 모셔가. 내가 나중에 됐다고 할 때까지 잘 감시하고.”

박용수의 뒤통수를 친 건 강철이었다.

강철은 쓰러진 박용수를 보며, 자신과 동행한 김명길과 서용태에게 그렇게 지시했다.

김명길과 서용태는 쓰러진 박용수를 김명길의 차로 옮긴 후, 그대로 지하주차장을 떠났다.

그들이 떠나는 걸 확인하고서, 강철은 운전석에 올라탔다.

“그렇게 때릴 필요까진 없었잖아요?”

차 안에서 그 장면을 다 지켜보고 있었던 유아영의 말에 강철은 피식 웃었다.

“자, 안전하게 서초동 트리니티빌라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아가씨.”

강철의 말에 유아영은 몸을 한 차례 부르르 떨고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차가 서초동으로 가는 길목에 들어섰다가 잠시 신호를 받고 정차했을 때, 유아영은 강철에게 말했다.

“수트, 당신 거에요?”

그 물음에 강철은 유아영을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하나 맞췄어.”

“어울리네요. 앞으로도 그렇게 입고 다니면 좋겠어요.”

그 말에 강철은 백미러로 유아영을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

“그쪽은 다시는 그렇게 안 입었으면 좋겠네. 안 어울려.”

그 말에 유아영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내가 고른 게 아니라 그 미친놈이 입어라고 지시한 건데요? 나 패션 감각 그렇게 안 구려요.”

강철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잠시 후, 마침내 차가 서초구에 들어섰을 때, 유아영은 살짝 불안해하며 강철에게 물었다.

“진짜…… 진짜로 나 그 새끼한테 안 대줘도 되는 거죠? 안 대주게 할 거죠?”

그 물음에 강철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어.”

“진짜 그렇게 하실 거죠?”

“내가 말 안 했나? 난 백유진이 아니라고?”

“…… 믿을게요.”

그렇게 차는 6시 45분에 서초동에 자리한 트리니티빌라에 도착했다.

“아니, 빌라인데 무슨 대문이 있대요?”

시커먼 철제 대문으로 막힌 정문 앞에서 차가 멈춰 서자 유아영은 황당하단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여기가 재벌들 아지트인 모양이지.”

그때, 쪽문이 열리며 엄태욱의 비서 최용대가 나왔다.

[똑똑-!]

그가 차창을 노크하자 강철은 창문을 내렸다.

“대산에서 오신 분이십니까?”

최용대는 그렇게 말하며 유아영을 확인했다.

“네. 민석 오빠가 보냈어요. 여기로 가면 된다고 하던데?”

유아영의 대답에 최용대는 고개를 끄덕였다.

곧 정문이 열렸다.

자동문이었다.

“차는 저기 A동 공동현관 앞쪽 빈자리에 주차하시면 됩니다.”

최용대의 안내에 따라 강철은 지정석에 주차했다.

두 사람이 차에서 내리자 최용대가 정문에서부터 빠르게 달려와 그들을 A동으로 안내했다.

“아가씨는 저 방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그리고 수행비서분은 저 방에서 끝날 때까지 편히 쉬고 계시면 됩니다.”

최용대가 셋을 안내한 곳은 A동 7층이었다.

족히 60평은 돼 보이는 넓은 공간에서, 최용대는 먼저 유아영에게 큰방으로 들어갈 것을 주문했다.

유아영은 큰방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기사분은 저 방에…… 어?”

유아영이 큰방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한 최용대는 이윽고 강철을 작은방으로 안내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가 돌아섰을 때, 강철은 이미 그 자리에서 사라진 뒤였다.

‘어디 갔지?’

최용대는 곳곳을 뒤졌다.

그러나 강철은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같이 안 왔나? 아닌데…… 분명 같이 온 것 같은데…….’

최용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큰방을 바라봤다.

‘아니야. 큰방엔 여자 혼자 들어갔어…… 그리고 지금 확인하겠답시고 문을 열기라도 하면…….’

최용대는 아직도 욱씬거리는 왼쪽 팔꿈치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6.

“이야, 여기서 보니까 더 꼴리게 생겼네.”

큰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유아영을 환영한 건 엄태욱의 천박한 인사와,

[컹-! 컹-!]

날렵한 몸매를 자랑하는 도베르만 한 마리였다.

“아, 인사해. 똘똘이야.”

유아영의 시선이 도베르만에게 꽂힌 걸 보고서, 엄태욱은 그녀에게 놈을 소개해주며 놈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저, 저기…… 왜, 왜 개가 여기 있는 거예요?”

“어허, 개라니. 똘똘이라니까? 얘도 다 이름이 있어요.”

“아, 아니 그러니까…… 그…… 우리 둘이서 그…… 있어야 하는데 왜 개가…….”

유아영의 말에 엄태욱은 활짝 웃었다.

그의 눈은 이상 성욕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우리 둘이라니? 우리 셋이지.”

“네?”

그제야 유아영은 도베르만의 성기가 이상할 정도로 부풀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는 침을 꿀꺽 삼키며 뒤로 물러났다.

“자, 장난하시는 거죠?”

“장난이라니? 장난 같아?”

엄태욱은 쥐고 있던 도베르만 목줄을 풀었다.

“넌 내가 아니라 우리 똘똘이를 만족시켜주면 돼. 그리고 나는 너하고 똘똘이가 떡치는 거 보면서 딸딸이나 치면 그만이고.”

“미, 미친 새끼!”

“크흐흐…… 그래. 다들 그렇게 생각하겠지. 근데 너 그거 알아? 우리 건설 쪽에 전속모델 있잖아? 걔가 처음에 너처럼 반응했거든? 근데 나중엔 지가 먼저 똘똘이 찾더라니까?”

그러면서 엄태욱은 도베르만의 귓가에다가 대고 속삭였다.

“자, 오랜만이지? 마음껏 따먹으렴.”

[컹-! 컹-!]

그대로, 도베르만은 유아영에게 돌진했다.

커다란 덩치의 개가 이빨을 드러낸 채 흉물스러운 성기를 휘두르며 달려들자 유아영은 그대로 패닉 상태에 빠져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사, 살려줘요!”

유아영은 눈을 질끈 감은 채 고함쳤다.

[깨갱-!]

[쿵-!]

그 순간, 유아영에게 달려들던 도베르만이 허공에서 무언가와 충돌하며 진행 방향 우측으로 날아가더니 벽에 머리를 박고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한 차례 단말마와도 같은 비명 끝에 놈은 더 이상 아무런 생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오케이, 여기까지. 그림 딱 좋게 나왔네.”

그리고 어느새 유아영의 앞에 나타난 강철이 엄태욱을 바라보고 씩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강철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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